바로가기메뉴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2018년 봄호, 통권 4호 2018 봄호, Vol.4

미국 노인의 성생활 건강과 성적 권리 보호

Sexuality, Health, and Sexual Rights among Older Adults in the United States

초록

본고는 사적 영역으로 간주되어 학술적·실천적 논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정책 지원 대상에서도 배제되었던 노인의 성생활 건강과 성적 권리에 대해 그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를 목적으로 최근 미국에서 부각된 일련의 노인 성생활 관련 이슈들을 소개하고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사회적 편견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중·고령자는 다양한 방식으로 성생활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 중·고령자의 성병 발병률이 증가하는 추세여서 이를 줄이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장기요양시설 거주자나 치매 노인과 그 배우자를 위한 성적 권리 보호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 결론에서는 이러한 이슈들이 한국의 노인복지에 시사하는 바를 논의하였다.

1. 들어가며

다양한 성(性)적 행위를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성생활(DeLamater & Karraker, 2009, pp. 6-7; 김한곤, 이희성, 2013, p. 581)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누구나 기본권으로서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성생활은 또한 원초적인 생식 기능을 넘어 신체·정서적 만족을 주며, 부부 간 사랑의 표현이자 교감의 통로이고, 삶에도 활력을 불어넣는 등 복합적 의미를 지닌다(이현심, 2014, p. 112). 특히 노년기 성생활은 노인의 우울 수준을 낮추고(Ganong & Larson, 2011, pp. 162-163; Hirayama & Walker, 2011, p. 810), 원만한 부부 관계를 유지시켜 주며(DeLamater, Hyde, & Fong, 2008, p. 450; Lodge & Umberson, 2012, p. 439), 궁극적으로는 성공적인 노화와 행복(Karraker, DeLamater, & Schwartz, 2011, p. 508)으로 이어지게 한다.

이처럼 성생활은 노년기의 신체·정신적 건강과 복지를 위해 중요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노인의 성생활과 성적 권리 보호는 사회보장 차원에서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사회적 지원도 적고 공론화도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 노인의 성생활 만족도는 높지 않다. ‘2011년 노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신의 성생활에 만족하거나 매우 만족한다고 응답한 노인의 비율이 30% 정도에 불과했다(김한곤, 이희성, 2013, p. 591).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노인의 성생활과 성적 권리라는 주제가 일반적이지 않아서 성생활 만족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심층적인 연구,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고, 정책 자료도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

본고에서는 그동안 미국에서 부각되었던 노년기 성생활 이슈들을 분석하고, 이러한 이슈들이 한국에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한국은 남성 중심의 경직된 성 관념에 고령 인구 비율이 10%대에 접어든 기간도 짧아 노인의 성생활과 성적 권리라는 주제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비해 미국은 비교적 양성평등한 성 관념이 자리 잡았고, 10%대의 고령 인구 비율이 유지된 지 40여 년이 지난 국가이다(OECD, 2017). 29개 국가의 40~80대 중·고령자 2만 7500명을 대상으로 성 태도와 성행위를 조사(Global Study of Sexual Attitudes and Behaviors)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중·고령자가 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비율은 미국의 중·고령자에 비해 높았지만, 양성평등도나 성생활 만족도는 미국의 중·고령자가 한국의 중·고령자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Laumann et al., 2006, p. 151). 이처럼 두 국가에서 노인의 성 기능, 성생활 만족도를 동일한 잣대로 비교했을 때는 미국 노인의 성생활이 비교적 자유롭다고 여겨질 수 있지만, 미국에도 성적인 연령차별주의가 사회·문화적으로 남아 있어 미국의 청년층에 비해 노인의 성생활이 억압받고 있는 상황은 한국과 마찬가지다(Weeks, 2002, pp. 231-233). 예를 들어 대중매체가 젊고 날씬하면서 성적인 신체 부위는 큰, 비현실적인 외모가 매력 있는 몸매의 표준인 것처럼 비춤에 따라(Montemurro & Gillen, 2013, pp. 16-17) 30~40대에 임신·출산 및 모유 수유를 통해 체형이 변하고 50~60대 이후 주름이 깊어지면서 근육은 줄고 지방은 늘어난 몸은 성적으로 매력이 적다고 오인된다(Montemurro & Gillen, 2013, pp. 11-15). 아울러 나이 차이가 큰 이성과의 교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도 여전히 존재한다(Montemurro & Siefken, 2014, pp. 38-42). 이러한 성적인 연령차별주의는 사회·문화적 환경에 의해 강화되고 사회적 신념으로 고착되어 노인의 성욕과 표현, 성생활을 제한하기도 한다(Montemurro & Gillen, 2013, pp. 15-20; Montemurro & Siefken, 2014, pp. 15-20). 그러므로 최근 미국 노인의 성생활 실태 변화, 전문가들의 논의, 정책 대응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고령화 심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한국(OECD, 2017)에서 장차 노인의 성생활이 어떻게 변화되고 어떤 사회문제가 부각될지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본고에서는 노인의 성생활에 관한 미국 내 조사 결과, 통계, 구체적인 이슈들을 소개하고 분석한다. 노인의 성생활을 편견 없이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하여 구체적인 이슈들을 논하기에 앞서 미국 노인의 성생활 실태조사 결과를 가장 먼저 살펴본다. 이어서 성생활로 인해 증가 추세에 있는 미국 노인의 성병 통계와 예방 노력을 다룬다. 그다음에는 장기요양시설에 거주하는 노인의 성생활 어려움과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 더불어 최근 진행 중인 치매 노인의 성적 권리 보호에 관한 논의도 소개한다. 결론에서는 미국에서의 이러한 노년기 성생활 이슈가 한국의 사회보장에 주는 함의를 간단히 정리하고자 한다.

2. 노인의 성생활 실태

미국의 대표적 노인 단체인 미국은퇴자협회(American Association of Retired Persons: AARP)는 45세 이상 중·고령자를 대표할 수 있는 패널 1670명을 대상으로 1999년, 2004년, 2009년에 걸쳐 추적 조사를 수행했고, 그 결과를 통해 미국 중·고령자의 성생활 실태를 파악했다.

노인은 성기능 장애로 인해 성생활을 영위하기가 어렵다는 인식이 있을 수 있는데, 미국은퇴자협회가 연령별 성기능 장애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발기부전 진단을 받은 남성은 50대 16%, 60대 29%, 70대 이상 48%로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늘어났다. 따라서 남성의 연령이 높아질수록 성기능 장애가 증가한다는 통념은 일정 부분 사실인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성교를 하기에 충분한 발기가 되지 않는다는 응답은 60대에서 13%, 70대 이상에서 29%로 생각보다 적었다(AARP, 2010, p. 13). 즉, 발기부전 치료약을 복용하는 등 의학적 도움을 받으면 노년기 성기능 장애가 상당 부분 개선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Kingsberg, 2002, pp. 432-434).

성기능 장애를 가지지 않은 노인이 대다수라는 사실을 앞의 통계를 통해 알 수 있었지만 노인은 성생활을 하지 않는다는 편견도 가질 수 있다. 이에 관한 미국 중·고령자의 성생활 실태 통계는 다음과 같다. 지난 6개월 동안 키스와 포옹, 성적인 스킨십과 애무, 성교, 구강성교, 자위 등의 성행위를 경험한 비율을 조사한 결과, 남성은 키스와 포옹 67%, 성적인 스킨십과 애무 54%, 성교 33%, 구강성교 20%, 자위 34%의 성행위를 경험했다는 응답을 했다. 반면, 여성은 키스와 포옹 49%, 성적인 스킨십과 애무 35%, 성교 23%, 구강성교 12%, 자위 12%의 성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AARP, 2010, p. 23). 이러한 결과는 성행위의 유형과 성별의 차이는 있지만 상당히 많은 중·고령자가 성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위의 통계에서 적지 않은 비율의 노인이 성생활을 영위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성적인 행위 여부와 별개로 성생활에 대한 주관적 만족도가 어떠한지도 중요하므로 이에 관한 조사 결과도 살펴보겠다. 성생활 만족도의 경우 60대 남성의 52%가 다소 만족하거나 매우 만족한다고 응답하였고, 70대 남성은 다소 만족하거나 매우 만족한다는 비율이 26%로 60대 남성에 비해서 적었다. 한편, 60대 여성은 같은 연령대의 남성에 비해서는 낮지만 41%가 자신의 성생활에 다소 만족하거나 매우 만족한다고 응답하였고, 70대 여성에서도 다소 만족하거나 매우 만족한다는 비율이 27%로 나타났다(AARP, 2010, p. 33). 동일한 측정 도구를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의 실태를 나타내는 ‘2011년 노인실태조사’에서의 성생활 만족도에 관한 원자료를 직접 분석한 결과를 보면, 성생활에 만족하는 편이거나 매우 만족한다는 응답이 60대에서는 남성 40% 여성 30%, 70대에서는 남성 33% 여성 28%, 80대 이상에서는 남성 26% 여성 23%로 나타났다. 이상의 내용을 정리하면, 성별과 연령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자신들의 성생활에 만족하지 않는 노인이 다수를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3. 성병 증가와 보건 당국의 대응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노년기의 성생활은 신체·정신건강과 복지 증진 측면에서 중요성이 크지만, 성생활을 영위하는 노인 인구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노인의 성병(Sexually Transmitted Diseases: STDs)도 함께 증가하는 것이 미국의 보건당국에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미국의 질병관리본부(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 자료에 따르면(그림 1의 가~다)(CDC, 2016, pp. 72-98),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 중·고령자에게서 대표적인 성병인 클라미디아(Chlamydia), 임질(Gonorrhea), 매독(Stphilis)의 감염 비율과 감염 건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인구 10만 명당 감염 비율은 65세 이상인 경우 클라미디아는 2012년 2.6명에서 2016년 3.7명으로, 임질은 2012년 1.5명에서 2016년 3.3명으로, 매독은 2012년 0.3명에서 2016년 0.6명으로, 비교적 단기간이라 폭이 크지는 않지만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65세 이상 연령대의 성병 증가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인구 규모도 크고 곧 노년기에 접어들 중년기 연령대의 성병 증가 폭이 단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두드러지게 커졌다는 것이다. 이제 당장 노인 인구에 포함될 55~64세 연령대의 경우 인구 10만 명당 감염 비율이 클라미디아(2012년 12.8명→2016년 22.8명), 임질(2012년 8.4명→2016년 19.9명), 매독(2012년 1.6명→2016년 3.5명) 모두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최근의 클라미디아, 임질, 매독의 감염 비율 증가 추세는 65세 이상 연령대에 국한되지 않고 55~64세, 45~54세, 40~44세의 연령대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2016년 기준으로 65세 이상인 현재의 노인에 비해 클라미디아, 임질, 매독 감염 비율이 수십 배 이상 높고 해당 연령대의 감염 비율도 5년간 급증 추세인 40~50대 예비 노인이 곧 노인 인구에 포함되면 노인의 성병 감염 비율은 훨씬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 HIV)를 진단받았거나, 더 나아가 에이즈(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AIDS)로도 진행된 상태에서 살아가는 중·고령자 인구수와 비율도 40대에서는 감소 추세이지만, 50대 이상에서는 오히려 증가 추세이다(그림 1의 다)(CDC, 2016, pp. 83-87).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를 진단받고 살아가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수는 인구 10만 명당 2010년 84.3명에서 2014년(최신) 133.8명으로 증가하는 추세이고, 이러한 경향은 50~54세, 55~59세, 60~64세 연령대에서도 동일했다. 즉, 과거에는 노인 인구 규모도 적고 성병에 감염되는 노인 비율도 다른 연령대에 비해 매우 낮아 주목받지 못했지만, 중·고령자 인구 규모가 증가하고 해당 연령대에서 성병 감염 비율이 공통적으로 늘어 노인의 성병 감염이 사회문제로 커지고 있다.

새창으로 보기
그림 1.

2010년대 미국 중·고령자의 성병(클라미디아, 임질, 매독,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추세

gssr-4-71-f001.tif

미국에서는 노인의 성병을 예방하기 위한 보건의료서비스와 성교육 프로그램이 시급하게 확대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성 기능 장애나 성병이 생긴 노인은 그러한 증상을 일반적인 노화의 과정으로 오인하여 병원에서 적시에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Hinchliff & Gott, 2011, pp. 110-112). 또한, 의사들도 노인의 성에 관한 지식이 충분하지 않고 이에 관련된 이슈에도 익숙하지 않아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Hinchliff & Gott, 2011, p. 112). 노인의 경우 정기 건강 검진 시 성 기능에 관한 확인도 병행하면 성기능 장애 발생 초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Hinchliff & Gott, 2011, pp. 113-114). 그러므로 일반적인 노인을 대상으로 한 성병 예방 교육과 함께(Schick et al., 2010, pp. 323-328), 노인 환자들을 진료하는 경우가 많은 보건의료 인력의 양성 과정에서도 노년기 성생활과 효과적인 진료 방법 등의 내용이 강화돼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Hinchliff & Gott, 2011, pp. 113-114).

4. 성적 권리 보호: 장기요양시설 입소 노인을 중심으로

장기요양서비스 이용 노인과 그 배우자(혹은 성적 파트너)의 성적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미국에서 나오고 있다(Frankowski & Clark, 2009, pp. 28-34; Bentrott & Margrett, 2011, pp. 401-402). 노년기에 신체건강이 약화되고 인지 기능이 급속히 저하되면 자립적인 생활에 제한이 발생해 장기요양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는데, 이러한 노인은 성생활과 성적 권리를 누리지 못할 수 있고, 심한 경우 성학대를 당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Bentrott & Margrett, 2011, pp. 411-414; Doll, 2013, pp. 31-32). 그렇지 않더라도 노인의 신체·정신건강 악화는 성행위에 제한을 초래하고, 결국 성생활 만족도를 저하시킨다.

신체건강이 약화되고 인지 기능이 저하된 노인이 더 이상 지역사회에서 자립적으로 거주하지 못하고 장기요양시설에 입소하더라도 이들의 성적인 욕구와 관심은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장기요양시설은 이에 관한 대비가 미흡하다(Doll, 2013, pp. 32-33). 미국의 장기요양서비스에 관한 연방·주정부 규정에도 노인의 성행위나 성 문제 대처에 관한 내용이 충분하지 않다(Bentrott & Margrett, 2011, pp. 406-411). 장기요양시설에 거주하는 노인이 성희롱, 성폭력, 성학대의 피해자가 되는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가족이나 지역사회와 분리되어 있어 이 사실을 신속히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Bentrott & Margrett, 2011, pp. 404-411). 다수의 노인이 한 방을 사용하거나, 방 안에 잠금장치가 없고, 방음이 잘되지 않는 등 장기요양시설들의 물리적 환경 설계도 입소 노인이 성생활을 영위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Doll, 2013, pp. 32-35). 노인의 성생활에 대해 운영자와 요양보호사 등 시설 종사자들의 인식이 부족한 문제도 있다(Frankowski & Clark, 2009, pp. 32-33; Bentrott & Margrett, 2011, pp. 404-411).

장기요양시설에 거주하는 노인의 성적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대책이라고 보기에는 불충분하지만, 최근 들어 이를 위한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노인의 성적 자기 결정권과 표현을 최우선적으로 존중해야 하고, 이를 위해 시설의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고 운영자와 요양보호사들을 대상으로 노인의 성에 관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Bentrott & Margrett, 2011, pp. 412-417; Doll, 2013, pp. 33-36). 대표적인 사례로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노인의 성에 관한 지식과 성학대 사례, 성학대를 당했을 때의 대처 및 신고 방법 등을 소개하고, 노인의 성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교육 매뉴얼을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Pennsylvania Coalition Against Rape, 2017). 또 다른 예로 캔자스주에는 노인의 성에 관한 전문가 집단이 만든 프로그램(Pioneering Change to Promote Excellent Alternatives in Kansas Nursing Homes: PEAK)이 있고, 뉴욕주의 선도적인 일부 시설(예: Hebrew Home for the Aged at Riverdale) 등에서는 시설에 거주하는 노인과 그들의 가족, 운영자, 요양보호사, 기관 종사자를 대상으로 정기적인 성교육을 실시하고, 입소 노인과 시설 운영자가 성 이슈에 대해 함께 대화를 하도록 하고 있기도 하다(Bentrott & Margrett, 2011, pp. 413-414; Doll, 2013, p. 34).

이처럼 장기요양시설에 거주하는 노인의 성욕과 성생활을 존중하고 성적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들이 마련되고 있지만, 성적인 자기 결정권과 의사 표현이 어려운 치매 노인이 미국에서도 새로운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노인이 자기의 성적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판단력을 가졌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측정 도구를 개발하여 평가하고, 차선책으로 가족과 장기요양시설 간 논의와 합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는 대원칙이 제시되었다(Bentrott & Margrett, 2011, pp. 411-414). 하지만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치매 노인의 경우 인지 기능의 상태가 일정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악화되기 때문에 과거 한 시점에서 내린 결정을 언제까지 유효하게 인정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다(Wilkins, 2015, pp. 717-719). 또한, 노인의 성학대 혐의 피의자가 배우자인 경우나, 가족과 장기요양시설 측의 입장이 엇갈릴 경우도 문제가 될 수 있다(Wilkins, 2015, pp. 720-722). 예를 들어, 아이오와주의 공화당 하원 의원인 레이혼스(Rayhons)가 치매로 장기요양시설에 거주하고 있는 자신의 아내와 성관계를 맺었지만, 장기요양시설 측에서는 부인이 치매로 인하여 자발적인 의사와 판단으로 동의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성관계라고 여겨, 부부 강간 혐의로 남편 레이혼스를 고소한 사건이 있었다(Dovey, 2014). 이러한 사건이 한국에서도 발생할 경우 치매 환자 자신, 배우자 등의 가족, 장기요양시설장, 의사 중에서 치매 노인의 성생활 결정이나 판단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5. 나가며

본고에서는 최근 미국 중·고령자의 성생활 실태와 성병 통계를 살펴보고, 장기요양시설 입소 노인의 성적 권리 보호에 관한 논의도 소개하였다. 본고를 통해 제시할 수 있는 논의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에서도 노인의 성생활 실태, 만족도, 욕구, 어려움, 성병, 정책적 요구를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객관적이고 대표성 있는 조사가 수행될 필요가 있다. 앞서 미국 노인들의 성 기능, 성행위, 만족도 등에 관한 실태조사 결과를 소개하였는데, 한국에는 노인들의 성생활 실태에 관한 대표성과 신뢰성을 갖춘 자료가 없는 상황이다. ‘2011년 노인실태조사’에서 성생활 만족도를 조사하기는 했지만 성생활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는 없고, 과거의 노인들과 상이한 특성의 베이비붐 세대가 해당 조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대표성과 신뢰성을 갖춘 자료를 수집하여 노인의 성생활에 관한 최신 현황을 파악하고 이에 근거한 지원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둘째, 한국에서도 중·고령자의 성병이 증가되지 않도록 중·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성병 예방, 조기 치료, 성 상담 서비스와 성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앞에서는 미국 중·고령자에게서 성병인 클라미디아, 임질, 매독,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등이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만 소개하였는데, 중·고령자의 성병 증가는 미국에 국한된 이슈가 아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7년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박다영, 2017), 2013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에서도 임질, 매독,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의 성병 진료 환자 수가 50대, 60대, 70대 이상의 모든 연령대에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노인 인구수 증가로 인한 현상이기도 하지만, 특히 60대와 70대의 성병 환자 수 증가율이 각각 30%와 25%로, 전체 증가율 7%를 압도했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국에서도 노인 성병을 예방 및 치료하고, 성교육이나 성 상담을 통해 올바른 성 문화를 만들어 가는 노력을 정책 차원에서 진행해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치매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장기요양시설의 물리적 환경이 개선되어야 하며, 신체 기능 저하로 자립 생활에 제한이 있는 노인과 그 배우자의 성적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지침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는 치매국가책임제가 새로운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로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므로, 장기요양시설에 거주하거나 치매 증상이 있는 노인의 성적 권리 보호를 위한 미국의 논의가 좋은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장기요양서비스 이용 노인과 요양보호사 간의 성희롱 문제가 이미 불거진 바 있다(권나경, 양난주, 2017, p. 156). 그러므로 장기요양서비스 이용 노인과 노인을 돌보는 요양보호사 양쪽 모두의 성추행, 성학대 문제를 예방하기 위하여, 요양보호사를 대상으로 한 교육 매뉴얼을 개발하고 이를 자격 교육 및 보수교육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이는 향후 한국에서 장기요양서비스의 질을 더욱 향상시키고, 현재까지의 치매 관리 정책에는 포함되지 않은 영역에서의 문제를 발생 이전에 대비한다는 측면에서도 의미를 가질 것이라 기대된다.

References

1 

권나경, 양난주. (2017). 노인과 요양보호사의 갈등에 관한 연구. 노인복지연구, 72(3), 141-165.

2 

김한곤, 이희성. (2013). 한국노인의 성생활 만족도와 관련 요인들. 인문연구, 69, 579-604.

3 

박다영. (2017). 노인 성병환자 가파르게 증가...대책 시급. http://www.dailymedi.com/detail.php?number=823246에서 2017. 11. 30. 인출. Dailymedi.

4 

이현심. (2014). . 유배우자 노인의 성생활 현상에 관한 비교. 한국지역사회복지학, 51, 103-125.

5 

AARP. (2010). Sex, romance, and relationships: AARP survey of midlife and older adults. Washington DC: AARP.

6 

Bentrott M. D., Margrett J. A. (2011). Taking a person-centered approach to understanding sexual expression among long-term care residents: Theoretical perspectives and research challenges. Ageing International, 36(3), 401-417.

7 

DeLamater J., Hyde J., Fong M. C. (2008). Sexual satisfaction in the seventh decade of life. Journal of Sex and Marital Therapy, 34, 439-454.

8 

DeLamater J., Karraker A. (2009). Sexual functioning in older adults. Current Psychiatry Reports, 11(1), 6-11.

9 

Doll G. M. (2013). Sexuality in nursing homes: Practice and policy. Journal of Gerontological Nursing, 39(7), 30-37.

10 

Dovey D. (2014. Aug.. 19.). Iowa Rep. Henry Rayhons arrested for marital rape after alleged sexual contact with Alzheimer’s-stricken wife. http://www.medicaldaily.com/iowa-rep-henry-rayhons-arrested-marital-rape-after-alleged-sexual-contact-alzheimers-298730에서 2017. 11. 29. 인출.

11 

Frankowski A. C., Clark L. J. (2009). Sexuality and intimacy in assisted living: Residents’perspectives and experiences. Sexuality Research and Social Policy, 6(4), 25-37.

12 

Ganong K., Larson E. (2011). Intimacy and belongings: The association between sexual activity and depression among older adults. Society and Mental Health, 1, 153-172.

13 

Hinchliff S., Gott M. (2011). Seeking medical help for sexual concerns in mid-and later life: A review of the literature. Journal of Sex Research, 48(2-3), 106-117.

14 

Hirayama R., Walker A. J. (2011). When a partner has a sexual problem: Gendered implications for psychological well-being in later life. Journal of Gerontology, Series B: Psychological Sciences and Social Sciences, 66(6), 804-813.

15 

Karraker A., DeLamater J., Schwartz C. R. (2011). Sexual frequency decline from midlife to later life. Journal of Gerontology Series B: Psychological Sciences and Social Sciences, 66(4), 502-512.

16 

Kingsberg SA (2002). The impact of aging on sexual function in women and their partners. Archives of Sexual Behavior, 31, 431-437.

17 

Laumann E. O., Paik A., Glasser D., Kang J. H., Wang T., Levinson B., et al. (2006). A cross-national study of subjective sexual well-being among older women and men: Findings from the Global Study of Sexual Attitudes and Behaviors. Archives of Sexual Behavior, 35(2), 143-159.

18 

Lodge A. C., Umberson D. (2012). All shook up: Sexuality of mid- to later life married couples. Journal of Marriage and Family, 74(3), 428-443.

19 

Montemurro B., Gillen M. M. (2013). Wrinkles and sagging flesh: Exploring transformations in women’s sexual body image. Journal of Women & Aging, 25(1), 3-23.

20 

Montemurro B., Siefken J. M. (2014). Cougars on the prowl? New perceptions of older women’s sexuality. Journal of Aging Studies, 28, 35-43.

21 

OECD. (2017). Elderly population. https://data.oecd.org/pop/elderly-population.htm에서 2017. 11. 29. 인출.

22 

Pennsylvania Coalition Against Rape. (2017). Sexual violence resources. http://www.pcar.org/resources에서 2017. 11. 29. 인출.

23 

Schick V., Herbenick D., Reece M., Sanders S. A., Dodge B., Middlestadt S. E., et al. (2010). Sexual behaviors, condom use, and sexual health of Americans over 50: Implications for sexual health promotion for older adults. The Journal of Sexual Medicine, 7(s5), 315-329.

24 

Weeks D. J. (2002). Sex for the mature adult: Health, self-esteem and counting ageist stereotypes. Sexual and Relationship Therapy, 17(3), 231-240.

25 

Wilkins J. M. (2015). More than capacity: Alternatives for sexual decision making for individuals with dementia. The Gerontologist, 55(5), 716-723.



Global Social
Security 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