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보장리뷰Global Social Security Review

1) 장기 경력자에 대한 형평성

1월 10일 프랑스 총리 엘리자베트 보른^{(Élisabeth Borne)}이 발표한 연금 개혁 초안에서 가장 논란이 되었던 쟁점은, 개혁안이 이른 나이에 취업한 저학력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점이었다. 현재 연금제도에는 이른 나이에 경제활동을 시작한 노동자가 정년인 62세보다 일찍 은퇴하고 연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인 ‘장기경력제도^{(Dispositif Carrières Longues)}’가 마련되어 있다. 장기 경력자에 해당하는 대상자들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이는 ‘16세 이전부터 일을 한 노동자’와 ‘18세 이전부터 일을 한 노동자’이다. 이들은 각각 58세와 60세에 조기 은퇴 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는다. 현재 장기 경력 연금 수급자에 속하는 퇴직자는 연금 수급 인구의 20%를 차지한다(Gouvernement, 2023). 한편, 마크롱 정부의 연금 개혁 초안은 장기 경력자의 조기은퇴제도를 유지하되, 그들의 기여금 납부 기간을 다른 일반 노동자들보다 1년 많은 44년으로 제안했다(Gouvernement, 2023). 이는 노동조합연합, 좌파와 우파를 포함한 야당 정치인들로부터 형평성에 어긋나는 개혁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게 된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이른 나이에 노동시장에 진출한 노동자들은 저학력에, 신체적 능력 악화 속도가 빠른 육체 노동을 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Aubert, 2023).

이와 같은 비판점을 반영하여 2월에 발표된 수정안에서는 모든 노동자의 기여금 납부 기간을 172분기, 즉 43년으로 통일하였다. 또한 장기 경력자의 은퇴 연령을 설정하는 기준 나이를 기존 2개(16세, 20세)에서 4개(16세, 18세, 20세, 21세)로 늘려, 은퇴 연령을 세분화했다. 수정안을 기준으로 연금 개혁 전과 연금 개혁 후의 차이는 <표 1>과 같다.

한편, 수정안에 따르면 18세부터 경제활동을 시작한 장기 경력자들은 연금 개혁 전과 비교했을 때 최대 2년 더 노동해야 하는데, 이는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 있다. 고된 노동을 하는 저소득층 노동자들은 사무직 노동자보다 기대수명이 짧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더 오랜 기간 노동을 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프랑스의 육체 노동자들은 사무직 노동자들보다 평균 6.4년 더 적게 살고, 소득 하위 5%에 해당하는 남성의 25%, 여성의 13%가 62세가 되기 전에 사망한다(Zerouali, 2023).

2) 연금 개혁의 성 평등성

2020년 기준으로 남성 노동자는 평균 62세에, 여성 노동자는 평균 62세 6개월에 은퇴하여 연금을 수령하며(DREES, 2022) 여성은 남성보다 평균적으로 약 40% 적은 연금액을 수령한다(Le Monde, 2023). 이는 여성이 출산으로 인해 경력 단절을 겪거나 육아를 위해서 파트타임 노동을 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년이 64세로 연장될 경우, 감액 없는 연금을 수령하기 위한 여성의 노동 기간은 남성보다 더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서, 1980년에 태어난 여성의 경우, 같은 해에 태어난 남성 노동자들보다 평균 추가 노동 기간이 2배 더 길어진다([그림 1] 참고). 또한 프랑스 연금제도에서 여성은 한 명의 아이 출생당 8분기(2년)의 기여금 납부 기간을 인정받는데, 이러한 혜택이 정년 연장에 따라 무효화된다는 비판도 존재한다(Le Monde, 2023). 왜냐하면 연금 개혁 이후에는 자녀 출생으로 인한 기여금을 인정받아 62세 이전에 기여금 납부를 완료해도 64세까지 노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 프랑크 리에스테르^{(Frank Riester)} 의회 관계 국무장관^{(Ministre chargé des Relations avec le Parlement)}은 62세에서 64세로 정년을 연장하는 개혁안은 여성에게 어느 정도 불이익을 주는 것임을 인정했다(Berry,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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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프랑스 연금 개혁에 따른 추가 노동 기간 성별 차이

자료: Berry, C. (2023). Retraites: Les femmes sont-elles vraiment pénalisées par la réforme? actu.fr.

이러한 비판에 직면하여,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는 연금 개혁안에 포함되는 최저 연금 상향 조정 조항을 근거로 제시하며 연금 개혁이 여성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현재 연금 수급자들 중에서 여성들은 낮은 연금액을 수령하는 집단에 지나치게 많이 분포되어 있다. 현재 연금 수령자들 중 여성 은퇴자는 52%가 월 1,000 유로 이하의 연금을 수령하는 데에 반해 남성 은퇴자는 약 20%만 월 1,000유로 이하의 연금을 수령한다(Le Monde, 2023). 이러한 맥락에서 프랑스 정부는 최저 연금 상향 조정으로 혜택을 받을 현재 약 180만 명의 연금 수령자들 중에 60%가 여성이라고 설명한다. 최저 연금이 상향 조정 될 경우, 연금 하위 5분위 이하에 해당하는 여성들에게는 평균 6.7%, 즉 연 760유로의 연금액이 추가로 지급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같은 집단에 있는 남성들의 연금 상승률인 5.1%(연 540유로)보다 더 높은 수치다(Gouvernement,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