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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여름호, 통권 25호 2023 여름호, Vol.25

미국 형사 사법 절차 내의 회복적 사법의 적용 : 가정폭력 사례를 중심으로

Restorative Justice to Address Domestic Violence in the Context of the U.S. Criminal Legal System

Abstract

Restorative justice has emerged as an approach to address the inequities and other structural problems that the U.S. criminal justice system has been criticized for. Evidence from a diverse range of studies supports the idea that restorative justice can serve as a viable alternative to increase victim satisfaction and reduce recidivism. This article explores how and against what background restorative justice has grown in the U.S. criminal justice system in recent years, examines the use of restorative justice in cases involving domestic violence, and provides an outlook on issues related to its further expansion.

초록

미국 형사 사법 체계의 불평등과 여러 가지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비판에 따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회복적 사법이 대두되었다. 다양한 실증적 연구를 통해 회복적 사법이 절차상에서 피해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가해자의 재범을 줄이는 실행 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은 더욱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이 글에서는 미국 형사 관련 사법제도 내의 최근 회복적 사법 확대의 배경, 가정 폭력에 대한 회복적 사법의 적용 사례와 회복적 사법의 확대에 따른 쟁점 및 전망을 살펴보고자 한다.

1. 들어가며

회복적 사법(Restorative Justice, RJ)은 범죄와 폭력에 대한 혁신적이고 대안적인 접근 중 하나이다(Chan, Bolitho, & Bargen, 2015). 회복적 사법에서 범죄는 법률 위반에 앞서 개인이 다른 개인에게 해를 끼친 행위, 또한 다른 사람과의 관계 위반으로 정의된다(Daly, 2016). 따라서 회복적 사법은 가해자에 대한 단순 처벌에 중점을 두기 보다 피해자가 입은 피해에 대해 이해하고 범죄로 피해자가 입은 피해를 치유하며 가해자가 책임감을 가지고 피해자가 입은 피해를 배상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Braithwaite, 2002). 기존의 전통적인 사법 절차에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수동적인 역할을 하는 것과는 차별적으로 회복적 사법의 과정에서 피해자와 가해자는 피해와 관계 훼손을 다루는 능동적인 주체가 되어 지역사회 공동체, 사법기관 관련자 등과 함께 범죄가 미친 영향, 피해로부터의 회복에 주안점을 두고 합의를 도출한다(Braithwaite, 2002).

나아가 회복적 사법은 범죄와 폭력이 피해자와 가해자의 개인적인 문제만이 아니며 그 주변과 지역사회에도 피해를 준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Chan et al., 2015). 따라서 회복적 사법은 가해자가 자신의 행동이 상대방에게 구체적으로 어떠한 피해를 끼쳤는지, 그 영향은 어떠한지를 깨닫고 자신의 행동이 피해자와 공동체에 끼친 영향에 대한 책임을 지고 그 피해를 배상하며 다시 행위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회복적 사법은 피해자가 자신이 입은 피해를 다루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도록 기회를 제공한다. 지역사회 공동체의 일원들은 그 과정에 함께 참여함으로써 피해자가 입은 피해로부터 회복하며, 가해자가 자신의 행동이 일으킨 피해에 대해 배상하고 다시 지역사회에 재통합될 수 있도록 돕는다(Wood, Suzuki, & Hayes, 2022).

회복적 사법 프로그램은 미국, 유럽, 뉴질랜드, 호주 등을 중심으로 발전되어 왔으며 현재 세계 각국에서 형사 사법 절차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례로 유엔은 회복적 사법 프로그램이 형사 사법 절차의 모든 단계에서 활용될 수 있음을 밝힌 바 있다(United Nations Office on Drugs and Crime, 2006). 이 글에서는 미국 형사 관련 사법제도 내의 최근 회복적 사법 확대의 배경, 가정 폭력에 대한 회복적 사법의 적용 사례와 회복적 사법의 확대에 따른 쟁점 및 전망을 살펴보고자 한다.

2. 회복적 사법의 역사와 유형

회복적 사법의 시작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1974년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작은 도시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술에 취한 두 명의 청소년이 밤중에, 주차되어 있던 자동차를 부수고 망가뜨린 사건에 대해 보호관찰관(probation officer)은 처벌 대신 가해 청소년에게 피해 가정을 찾아가 직접 사과하도록 판사에게 제안했다. 판사는 이 제안을 수락해 가해자들은 피해 가정을 찾아가 자신들의 가해가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피해자로부터 직접 들으며 진심으로 사과하며 피해를 조금이라도 배상하고 피해로부터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고 피해를 당한 주민들도 이들의 모습을 보며 안심할 수 있었다(Peachey, 1989). 이 사례와 다른 유사한 사례들로부터 영향을 받아 미국 일부 주와 캐나다에 피해자-가해자 화해 프로그램(Victim-Offender Reconciliation Programs, VORPs)이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에 걸쳐 도입되었다(Wood et al., 2022).

회복적 사법의 유형으로 피해자-가해자 조정/대화 프로그램(Victim-Offender Mediation/Victim-Offender Dialogue, VOM/VOD), 가족 집단 협의회(Family Group Conference, FGC), 서클(Circle) 등이 있다(Wood et al., 2022).

피해자-가해자 조정/대화 프로그램은 앞서 나온 피해자-가해자 화해 프로그램에 영향을 받았으며, 훈련받은 전문진행자(facilitator) 또는 조정자(mediator)도 참여하는 가운데 피해자와 가해자가 직접 대면하여 만나는 대화 모임이다(Umbreit, 2001). 그러나 피해자-가해자 조정/대화 프로그램이 피해자-가해자 화해 프로그램과 두드러지게 다른 점이 있다. 그것은 피해자-가해자 조정/대화 프로그램은 그 목적이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화해’에 있는 것이 아니고, 가해자가 자신의 가해를 인정하고 그 가해가 피해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하여 경청하며 어떻게 그 피해를 배상할 것인지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Umbreit, 2001). 피해자-가해자 조정/대화 프로그램은 1980년대 후반까지 미국의 많은 주에서 실시되었고 주로 소년범을 대상으로 다이버전(Diversion)의 하나로 사용되었다. 따라서 피해자-가해자 조정/대화 프로그램은 주로 경범죄를 다루어 오게 되었고 1990년대 후반에는 기물 파손, 경미한 폭행, 절도 등에 가장 많이 적용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Umbreit & Greenwood, 1999). 그러나 살인과 같은 심각한 범죄의 가해자와 피해자, 피해자의 가족에게도 적용된 바 있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프로그램 만족도는 높은 수준으로로 보고되었다(Umbreit, Coates, & Vos, 2004; Umbreit, Vos, Coates, & Armour, 2006).

가족 집단 협의회는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피해자의 가족들이 모여 범죄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한 입장을 나누고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프로그램으로 1989년 뉴질랜드에서 ‘아동, 청년과 그들의 가족 법(Children, Young Persons, and Their Families Act)’에 포함되어 소개되었다(Wood et al., 2022). 많은 피해자-가해자 조정/대화 프로그램들이 다이버전이나 경범죄를 다루어 온 것에서 나아가 가족 집단 협의회는 더 심각한 청소년 범죄 사례를 다루는 데 주로 사용되었고, 이는 회복적 사법이 심각한 사례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서클은 원주민(indigenous) 공동체들의 관행에서 비롯된 것으로 피해자, 가해자, 자원봉사자(지역사회의 구성원), 피해자와 가해자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예: 가족, 친구 등), 전문진행자 간의 조직적인 대화 과정이다. 또한 사회적 협약(social compact)의 사용을 통해 매주 서클 세션에서 모든 참여자가 가해자의 책임성을 강조하고 변화를 지켜볼 수 있도록 한다(Mills, Barocas, Butters, & Ariel, 2019).

요약하면, 회복적 사법의 유형들은 공통적으로 특정 범죄에 이해관계를 가진 당사자들이 모여 그 범죄가 미친 영향, 장래에 미치는 그 범죄의 의미, 그리고 피해로부터의 회복에 대하여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으로서 범죄자 처벌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형사 사법 체계의 틀에서 벗어나 범죄 피해자의 권리 신장과 피해로부터의 회복에 초점을 두는 것이 특징이며,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지역사회 공동체 사이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Wood et al., 2022).

3. 회복적 사법 확대의 배경

미국 내에서는 형사 사법 체계의 고질적인 불평등, 과도한 범죄화, 대량 투옥, 경찰의 만행을 비롯한 심각한 구조적 문제로 인해 사법 개혁에 대한 요구가 높아져 왔다(Reinhart, 2023). 특히 미국의 형법 시스템은 인종 차별과 억압의 역사에 뿌리를 두고 있기에 이에 대한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최근 코로나19 세계적 유행을 지나면서 교도소에 있는 수형자들이 일반인에 비해 코로나19 감염률과 사망률이 현저하게 높아, 대량 투옥이 건강 불평등을 만들고 악화시키는 핵심적인 구조적 요소임이 더욱 드러났다(LeMasters et al., 2022).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공중보건협회(American Public Health Association)는 감금 시스템의 피해를 해결하기 위한 공중 보건 개입의 발전(Advancing Public Health Interventions to Address the Harms of the Carceral System)이라는 제목의 정책성명서를 2021년에 발표하였는데, 미국공중보건협회(2020)는 현재 미국 형사법에서 범죄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대안 중 하나로 회복적 사법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회복적 사법이 증거 기반 전략임을 밝혔다. 즉, 미국 형사 사법 체계의 불평등과 여러 가지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으로 회복적 사법이 대두되었고, 경험적 연구 증거가 점차 늘어남에 따라 회복적 사법이 절차상에서 피해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재범을 줄이는 실행 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더 얻어가고 있다(Karp & Frank, 2016). 예를 들어, 회복적 사법 프로그램이 피해자의 외상 후 증후군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보고되었다(Lloyd & Borrill, 2020). 성폭력이나 가정 폭력 범죄에서 가해자의 재범률을 줄이는 데에도 전통적인 형사 사법 체계의 대응 방식에 비하여 더욱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들도 보고되고 있다(Duwe, 2018; Mills et al., 2019). 나아가 절차 공정성(procedural justice)에서도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회복적 사법 절차에 만족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Miller & Hefner, 2015). 이와 같이 회복적 사법 프로그램의 효과성을 뒷받침하는 실증적인 연구 결과들이 발표됨에 따라 회복적 사법은 미국 내 각 영역에서 여러 유형의 범죄와 폭력에서의 가해와 피해를 다루는 대응 방식으로 더욱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고 있다.

4. 미국 내의 회복적 사법의 확대 양상과 영향

회복적 사법은 이제 형사 사법 체계, 학교, 지역사회 등 다양한 영역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학교 세팅에서는 회복적 사법이 이전에는 ‘약한 대안’으로 간주되었던 것과 달리 이제는 오히려 처벌이나 징계보다 ‘더 바람직하고 효과적인 대안’으로 간주되고 있다(González, 2016). 형사 사법 체계 내에서도 회복적 사법의 확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예를 들어 Lanni(2021)는 기존의 형사 사법 체계에서의 대량 투옥, 인종 차별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범죄에 대한 대안적 대응 방식으로 회복적 사법이 확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Lanni(2021)는 전통적인 형사 사법 접근 방식을 옹호하는 회복적 사법의 반대자들이 회복적 사법의 전면적인 도입에 회의적인 입장임과 회복적 사법의 전문가들 또한 현재 미국 형사 사법 체계 내에서 회복적 사법을 적용할 경우 회복적 사법의 핵심 원칙들(예: 자발적 참여)이 손상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를 이해하고 있음을 밝혔다. 그럼에도 미국 형사 사법 체계의 문제들에 대한 긴급한 혁신 필요성을 고려할 때, 또한 도덕적인 당위성에 의해서도 회복적 사법을 기존의 형사 사법 조치에 대한 중요한 대안으로 통합하는 것은 장점이 그 단점들을 능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회복적 사법이 미국 형사 사법 체계에서 전통적인 응보적 접근 방식의 대안으로 간주되지 않았던 수십 년 전과 비교할 때 주목할 만한 변화이다.

미국 내에서 현재까지 여러 양상의 피해를 해결하기 위해 연방 및 주 차원에서 많은 회복적 사법 프로그램이 진행되어 왔다(Karp & Frank, 2016). 2014년 기준으로 미국의 32개 주에 회복적 사법 프로그램을 지지하는 법률이 있었는데, 구체적으로는 20개 주가 “회복적 사법”이라는 문구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였고, 12개 주는 피해자-가해자 중재 또는 피해자-가해자 회의와 같은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명시했다(Sliva & Lambert, 2015). 또한 회복적 사법은 초기에 덜 심각한 범죄들이나 소년범을 다루는 데 국한되었던 것에서 나아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살인이나 성폭력, 가정 폭력과 같은 심각한 폭력 범죄에도 적용되고 있다.

이어서 회복적 사법을 가정 폭력에 적용한 미국의 사례를 살펴본다.

5. 회복적 사법의 적용: 가정 폭력 사례를 중심으로

미국 대다수 주에서 가정 폭력(Domestic violence)은 파트너 폭력과 가족 관계에서의 폭력(예: 성인 자녀 및 부모 관계에서의 폭력)을 모두 포함하는 광범위한 개념이다(Barocas, Emery, & Mills, 2016). 이러한 법적 개념은 페미니스트 운동 및 풀뿌리 활동가들이 주로 이야기하는 남성 가해자와 여성 피해자로 대표되는 가정 폭력(Battering)의 개념과는 차이가 있다. 흔히 미디어에서 다뤄지고 대중들이 인식하는 가정 폭력은 힘의 불균형으로 남성 가해자가 여성 피해자를 억압하고 학대하는 폭력이다. 그러나 실제로, 주마다 차이가 있지만, 미국 내에서 가정 폭력을 밀접한 관계의 파트너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으로 정의하거나 남성을 가해자로만, 여성을 피해자로만 정의하는 주는 없다(Barocas et al., 2016). 미 법무부(Department of Justice)는 2003년에서 2013년 사이 가정 폭력이 전체 폭력 피해의 21%를 차지했다고 보고했으며, 15%는 밀접한 관계 내의 폭력, 4%는 직계 가족에 의한 폭력, 2%는 다른 친척에 의한 폭력이었다(Truman & Morgan, 2014).

가정 폭력 범죄자에 대한 치료 접근법은 친밀한 이성의 파트너 관계에서 성별 및 권력 불평등이 강조되는, 상대적으로 협소한 가정 폭력 개념에 기반하여 개발되었다(Pence, Paymar, Ripartmeester, & Shed, 1993). 이 가정 폭력 범죄자 치료에 대한 대표적인 접근은 BIPs(Batterer Intervention Programs, 학대자 개입 프로그램)이다. BIPs는 남성 가해자에게 범죄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남성의 성 차별적 태도 및 관련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BIPs는 밀접한 관계에 있는 여성을 학대하는 남성 가해자를 다루기 위한 페미니스트 학자들의 작업을 기반으로 개발되으며 현재까지 계속해서 미국에서 가장 일반적인 접근 방식이다. 주지하듯이 남성 가해자가 여성 피해자에게 가하는 폭력의 심각성은 크고 피해의 정도는 심각하므로, 이에 대한 개입과 여성 피해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지속적으로 강화되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가정 폭력의 여러 유형들을 포괄할 수 있는 치료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가정 폭력에 대한 획일적 접근에 대한 비판과 실증적 연구에서 보고된 제한적인 프로그램 효과성에 대한 우려, 치료 과정에 피해자가 참여하기를 바라는 목소리 등 가정 폭력 프로그램 개정에 대한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가정 폭력 피해를 포함하는 부정적 아동기 경험(Adverse Childhood Experiences)과 추후 가정 폭력 가해가 연관성이 있음을 고려하여(Roberts, McLaughlin, Conron, & Koenen, 2011), 미국에서는 트라우마 인지 치료(Trauma-informed practice)에 기반한 프로그램을 포함한 다양한 대안적인 프로그램들이 꾸준히 개발되어 적용되고 있으며, 특별히 회복적 사법을 가정 폭력 사례에 적용하는 사례들도 증가하고 있다(Barocas et al., 2022).

그동안 학자들과 실천가들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한 자리에서 만나는 상황이 피해자에게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가해자가 회복적 사법 절차를 남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회복적 사법을 가정 폭력 사례에 적용하는 것을 비판해 왔다(Presser & Gaarder, 2000). 그러나 최근 가정 폭력 사례에 회복적 사법을 적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Barocas, Avieli, & Shimizu, 2020). 예를 들어 미국 뉴욕에 위치한 ‘폭력과 회복 센터(Center on Violence and Recovery)’에서는 회복적 사법의 한 모델인 평화 서클(Circles of Peace)을 통해 가정 폭력 가해자 프로그램을 제공해 왔다(Mills et al., 2019). 애리조나주와 유타주, 버몬트주에서 가정 폭력 사례에 대해 평화 서클을 지원했으며, 현재는 텍사스주, 오리건주, 워싱턴 디시, 뉴멕시코주와 콜로라도주 등 여러 지역의 다양한 기관들과 협력하여 프로그램 훈련을 지원하고 있다. 평화 서클은 보통의 서클과 동일하게 가해자, 피해자(원하는 경우에만 참여하며 피해자 지지자 혹은 피해자 대리자가 참여할 수 있다), 훈련된 자원봉사 지역사회 구성원, 피해자와 가해자를 지원하는 사람, 가족 구성원이 포함된다(Mills et al., 2019). 그러나 일부 주에서는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피해자가 범죄자 치료에 참여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회복적 사법 프로그램에서와는 달리 피해자가 평화 서클에 참여하는 데에 제약이 따른다(Barocas et al., 2022).

미국 유타주에서 폭력과 회복 센터가 진행한 무작위 통제 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에서 가정 폭력 가해자 222명을 대상으로 일반적인 BIPs와 BIPs-plus-CP(BIPs와 평화 서클 치료를 결합한 프로그램) 종료 후의 재범률을 비교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프로그램 종료 후 24개월 이후를 기준으로, BIPs-plus-CP는 BIPs에 비해 가정 폭력을 포함한 모든 범죄에 대한 체포(53%)와 범죄 심각도 점수(52%) 모두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낮은 수치를 보였다(Mills et al., 2019). 이 연구를 비롯하여 최근 발표되는 실증적인 연구들은 회복적 사법 접근에 기반한 프로그램이 가정 폭력 가해자에 대한 실행 가능한 치료 옵션으로 고려될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Barocas et al., 2020).

6. 회복적 사법의 확대에 따른 쟁점 및 전망

회복적 사법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과정에 모든 이해 관계자가 참여한다는 점이지만 현재의 징벌적인 체제 내에서 이를 구현하기 어려울 수 있어서 제도의 수정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미국 내의 많은 주에서는 피해자 안전 문제를 비롯한 몇 가지 우려 사항으로 인해 가정 폭력 치료에 피해자가 참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Barocas et al., 2016). 그러나 최근 버몬트주는 피해자가 서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주의 기준을 수정하고 피해자 참여를 허용하는 서클 프로그램을 승인했다(Barocas et al., 2022).

현 형법 체계 내에서 회복적 사법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경우 여러 가지 장벽과 과제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현 징벌적인 형법 체계와의 협력 관계에서 회복적 사법 프로그램들이 시행된다면 회복적 사법의 원칙과 가치들이 훼손될 것이라는 지적들이 있다(Suzuki & Wood, 2017). 형법 체계 내의 고질적인 문제인 제도적 인종주의와 구조적 억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회복적 사법이 시행되는 것에 따른 우려들도 존재한다(Suzuki & Wood. 2017; Wood et al., 2022). Karp와 Frank(2016)는 회복적 사법 적용에 대하여 향후 연구에서 해결해야 하는 질문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회복적 사법의 효과성 논의에서 회복적 사법이 가정 폭력을 포함한 여타 범죄에 대해, 형사 사법 절차의 어느 단계에서 적용되었을 때 가장 효과적인지, 특정 대상(예: 언어 장애 또는 정신 건강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 더 효과적인지, 회복적 사법이 기존의 응보적 사법 체제와 함께 잘 작동하는지 또는 더 잘 작동하는지 등의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앞으로 지속적으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회복적 사법은 피해자-가해자 조정/대화 프로그램, 가족 집단 협의회, 서클 등 다양한 유형으로 진행되는데, 각 유형마다 참가자, 진행 방식, 목표 등에 차이가 있다. 따라서 어떤 유형이 어떤 사례나 대상에 가장 적합한지 혹은 효과적인지에 대한 실증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7. 나가며

이 글에서는 미국 형사 사법 체계의 심각한 구조적 문제로 인해 사법 개혁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확대된 미국 형사 관련 사법제도 내의 회복적 사법의 양상과 더불어 특별히 가정 폭력에 대한 회복적 사법의 적용 사례와 추후 회복적 사법의 확대에 따른 쟁점 및 전망을 살펴보았다. 미국에서 1970년대부터 도입되어 시행되어 온 회복적 사법은 지역사회, 학교, 형사 사법 체계 등 여러 현장에서 다양한 유형으로 적용되고 있으며, 전통적인 접근 방식에 비해 낮은 재범률과 참여자의 높은 만족도를 보고하는 실증 연구들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회복적 사법이 도입된 초반에는 가정 폭력에 회복적 사법을 적용하기가 적합하지 않다는 인식이 주를 이루었으나, 이후 가정 폭력에도 회복적 사법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사례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Barocas et al., 2020).

한국에서도 이미 가정 폭력 가해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교정 치료 프로그램과 예방 프로그램에서 회복적 사법의 도입이 고려되고 있다(김재희 2016; 정혜원, 장안식, 정요한, 2017). 가정 폭력에서 피해자의 안전은 반드시 우선되어야 하며,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격리 보호의 접근 방식은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그러나 격리와 처벌로는 피해자의 안전을 단기간 보장할 수 있을 뿐 근본적으로 폭력의 고리를 끊고 치유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정 폭력 피해자의 안녕과 안전을 위해서 치유와 회복을 지향하는 회복적 사법의 도입에 대한 고려는 바람직하다. 또한 미국과 유사하게 한국도 ‘가정 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가정 폭력은 부부간의 폭력, 부모와 자식 간의 폭력, 형제간의 폭력 등 광의적인 개념으로 정의되고 있기에, 가정 폭력 대응에서 여러 유형의 가해자와 피해자, 당사자들의 필요와 욕구를 반영할 수 있는 포괄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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