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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여름호, 통권 21호 2022 여름호, Vol.21

그리스 연금 개혁의 최근 동향과 함의

Recent Trends and Implications on Pension Reforms in Greece

초록

그리스는 ‘경제위기’라는 강한 외부 압력에 의해 상당히 강도 높은 개혁을 실시해 왔다. 그 결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금 지출 규모가 크게 감소되는 등 재정 불균형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며, 남유럽 복지체계의 특성상 오랫동안 파편화(fragmented)되어 운영되었던 공적연금 관리·운영 체계의 단일화를 이루었다. 최근에는 그리스 총고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자영자, 프리랜서 등 비임금근로자에 대하여 별도의 보험료 부과 체계 변화를 시도하였다. 그리스 사례는 연금 개혁이 적시에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개혁의 강도(intensity)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음을 보여 줌과 동시에 공적연금의 심각한 재정 불균형, 이중화된 노동시장 등 우리와 유사성이 크다는 점에서 향후 한국의 연금 개혁 논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1. 들어가며: 그리스 연금 개혁의 배경

“마치 헌법에 보장된 시민의 평등권이 완전히 잊힌 것처럼 보일 정도로 총체적으로 불평등하다.” 1958년 발간된 그리스 연금제도에 관한 보고서 내용의 일부이다. 그로부터 60여 년이 지난 현재도 그리스의 노동시장 불평등과 노후소득 격차는 심각한 수준이다. 남성 가구주에게 안정적인 일자리와 이에 상응하는 가족임금이 제공되는 남유럽 복지국가의 특성상 여성, 비정규 근로자 등은 안정적으로 노후소득을 보장받기가 어렵다(Ferrera, 1996). 즉, 내부 노동시장에 속한 남성 근로자에 대하여 매우 관대한 수준의 공적연금이 제공된다.

2010년, 그리스는 심각한 경제위기에 직면하였고, 이에 유럽위원회(EC),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으로 이루어진 이른바 ‘트로이카(Troika)’는 구제금융의 전제 조건으로 매우 혹독한 수준의 연금 개혁을 요구하였다(Symeonidis, 2016).1) 당시 그리스에서 연금 개혁은 “그리스가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달성하는 데 유일한 조치이자 수단”으로 여겨질 정도로(Kouskouna & Strantzalou, 2021), 공적연금의 재정 불안정성이 심각한 상황이었다. 2010년 이전, 그리스의 연금 지출은 GDP의 15%에 달할 정도로 높았으며, 연금수지적자 규모는 GDP의 7.3%-정부 재정적자의 약 11% 수준-에 이르렀다. 유럽에서 인구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그리스에서는 당시 연금제도가 이대로 존속되면 2050년에는 적자 규모가 지금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하고(Kim, Kangur, & Kalavrezou, 2021),2) 2060년에는 공적연금 지출이 GDP의 24.1%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었다(European Commission, 2009). 이에 2010년을 기점으로 2015년까지 연속적으로 강도 높은 연금 개혁이 실시되었다. 그 결과, 정부 부채가 점차 감소하기 시작하였고, 90%에 달할 정도로 과도하게 높았던 고소득자들의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은 40% 수준까지 낮아졌다.

물론 경제위기가 발생하기 전까지 그리스에서 연금 개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연금 재정 개선이 주요한 사회 정책 과제로 대두되었고, 여러 차례 연금 개혁이 이루어졌으나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나타내지 못하였다. 특히 기여와 급여 불균형이 심각했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불안정성은 연금 개혁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그리스 공적연금은 보험료 수입을 기준으로 급여를 조정(삭감)하는 대신 보험료율은 그대로 둔 채 매해 지출 부족분을 조세로 충당해 왔다. 그러다 갑작스런 경제위기로 인해 세입이 크게 감소하였고, 정부는 엄청난 규모의 연금 지출을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워졌다(윤석명 외, 2021). 2015년 이전의 개혁이 주로 과감한 급여 삭감 방식으로 이루어진 것과 달리, 이후에는 기여와 급여 산식을 조정함으로써 제도에 내재된 불합리적 요소를 제거하고, 공적연금에 투입되는 비용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Kim, Kangur, & Kalavrezou, 2021).

이에 이 글에서는 2015년 이후 최근까지 실시된 그리스 연금 개혁의 동향을 제도 개혁 내용과 공적연금 관리·운영 체계의 효율화, 자영자 등 비임금근로자에 대한 보험료 부과 체계 개선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2. 연금 재정 안정화를 목표로 한 제도 개혁

가. 연금체계의 구조 변화

개혁의 상세한 내용들을 다루기에 앞서 그리스 연금체계(pension system)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그림 1).3) 그리스 연금체계에서 공적연금 범주에 속하는 1주(1st pillar)는 0층을 포함하여 총 4개 층(tier)으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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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개혁 이후 그리스 연금체계
gssr-21-19-f001.tif

자료:MISSOC. Retrieved from https://www.mpisoc.mpg.de/en/social-law/research/research-projects/pension-maps/project-website/griechenland/ 바탕으로 저자 구성(2022. 5. 2. 인출).

개혁 전, 1층은 두 개의 소득비례연금, 즉 기본비례연금인 주요 연금(main pension)과 부가비례연금인 보조연금(supplement pension)으로 구성되었다. 개혁 후, 1층에는 전액 조세 재원으로 운영되는 기초연금 성격의 국가연금(National Pension), 그 위에는 이전보다 급여 수준을 낮춘 소득비례적 보조연금(Auxiliary Pension)을 두었다. 국가연금은 최소 40년을 그리스에 거주하고 20년 이상 기여했을 때 빈곤선에 준하는 월 384유로가 지급된다. 기여 기간이 1년 부족할 때마다 2%씩, 거주 기간이 1년 부족할 때마다 2.5%씩 감액한다(SSA, 2018). 1층에 비기여 국가연금을 도입한 것은 공적연금에서 기여와 급여의 연계를 약화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2층에 속한 보충연금(Supplement Pension)은 철저히 개별 수지상등에 기초한 NDC(Notional Defined Contribution) 방식으로 운영된다.

기초보장의 한 축인 0층(최저보장)의 경우, 연금 조사(pension test)에 기반한 최저연금, 범주형 공공부조(OGA pension), 자산 조사에 기반한 보충급여(Social Solidarity Grant)으로 나뉜 부조제도들을 통폐합하여 노인을 위한 사회연대수당(Social Solidarity Allowance)을 도입하였다. 사회연대수당은 67세에 도달하였으나 공적연금 수급권이 없는 빈곤 노인에게 월 360유로를 지급하는 것이며, 급여 수준은 2022년까지 동결된다(Hellenic Republic Ministry of Labour & Social Affairs, 2022). 2018~2019년 개혁(Law 4583/2018, 4611/2019)에서 사회연대수당을 점진적으로 폐지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으나(EUROPEAN COMMITTEE OF SOCIAL RIGHTS, 2019), 아직 운영되고 있다.

나. 모수 조정

그리스 연금 개혁에서 발생한 모수 조정(parametric adjustment)은 수급 요건 강화, 신규 수급자에 대한 비용 감축을 통해 미래 연금 지출 규모를 줄이는 것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이를 위해 법정퇴직연령을 점진적으로 연장하여 67세가 되게 하였고, 완전연금 수급을 위한 기여 기간을 35년에서 40년으로 늘렸다. 법정퇴직연령은 기대수명 증가에 따라 10년을 주기로 재조정된다. 과거 그리스에서는 조기 퇴직 후 장애연금을 수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개혁 이후에는 조기 퇴직 시 급여 삭감과 같은 페널티를 적용해 부분적으로 조기 퇴직이 허용되는 위험 직종(hazardous occupations)의 범위를 좁히는 등 과거보다 조기 퇴직에 관한 규정을 훨씬 엄격하게 만들었다. 조기 퇴직 시 급여를 6% 삭감하던 것에서 16%로 페널티를 더 강화하였다. 단, 2015년이 되기 전, 퇴직연령 도달 전 기여 기간을 모두 확보한 경우에는 조기 수급 시 페널티가 적용되지 않는다. 연금 수급자의 고령 노동은 다른 비스마르크 복지국가처럼 크게 장려되지 않는데, 그 예로 수급자가 소득이 발생하는 업무에 종사하면 급여의 60%가 삭감된다.

급여 산정을 위한 기준 소득을 퇴직 전 최종 5년 또는 10년에서4) 전체 기여 기간을 포괄하는 전 생애 소득으로 바꾸어 고소득자에게 불리하게 만들었다. 2010년 개혁에서 급여 삭감의 일환으로 이미 지급률을 낮추었으나, 2016년에는 이보다 더 큰 수준(0.77~2.0%)에서 지급률을 인하하였고(표 1), 이는 결과적으로 전체 노후소득 수준의 10~30%를 낮추는 효과를 나타냈다(Petmesidou, 2017). 또한 일시금을 최대 83%까지 삭감하였으며, 이후 시행령에서 35%를 추가 삭감하였다. 매년 급여 연동을 통한 인상폭은 2024년까지 소비자물가지수(CPI) 수준에서 제한하였고, 2025년부터는 명목임금 상승률에 적용하기로 하였다(National Actuarial Authority of Greece,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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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그리스 공적연금의 기여 기간에 따른 지급률
(단위: %)
기여 기간 연간 지급률
0~15년 0.77
15.01~18년 0.84
18.01~21년 0.90
21.01~24년 0.96
24.01~27년 1.03
27.01~30년 1.21
30.01~33년 1.42
33.01~36년 1.59
36.01~39년 1.80
39.01년~42년 2.00

자료: ILO. (2016). ΕΦΗΜΕΡΙΔΑ ΤΗΣ ΚΥΒΕΡΝΗΣΕΩΣ: ΤΗΣ ΕΛΛΗΝΙΚΗΣ ΔΗΜΟΚΡΑΤΙΑΣ. Retrieved from https://www.ilo.org/dyn/natlex/docs/ELECTRONIC/104502/127509/F-285913200/GRC104502%20Grk.pdf/ 2022. 5. 2.

2010년 이후 고용된 신규 공무원들은 민간 근로자와 동일한 제도(IKA)로 통합되었고, 정부의 연금기금에 대한 보조금 지급도 전액 중단되었다. 신규 수급자의 경우, 수급자 가족-자녀와 배우자-에게 지급되는 가족수당 성격의 급여가 폐지되었고, 수급권자 사망 시 배우자는 55세가 되어야만 유족연금 수급이 가능해졌다(Kim et al., 2021). 13월 급여(Holiday Bonus)와 같은 추가 급여는 점차 줄여 나가면서 결국에는 폐지하였다(EC, 2021).

그리스 연금 개혁에서 한 가지 두드러지는 조치는 일종의 재산권으로 볼 수 있는 기존 수급자들의 급여를 대폭 삭감한 것이다. 그 결과, 연금액이 월 1,800유로를 초과하는 고액 수급자의 규모가 크게 줄어들었고 1,900유로 초과자는 거의 사라졌다. 단, 저연금자, 장애인과 그 가족은 급여 삭감 대상에서 제외되었다(Symeonidis, 2016). [그림 2]에서와 같이 월 1,200유로 이하의 수급자들은 급여 삭감이 거의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급여 삭감 외에도 연금 급여에 대한 세액공제(tax allowance) 한도를 1만 2,000유로에서 9,000유로로 낮추었고, 2013년 이후에는 연금 급여에 대한 세액공제를 전면 폐지하였다. 수급자에 대한 급여 삭감은 상당히 예외적인 개혁 조치인데, 헌법상 정당한 판단이었는지를 두고 논란이 있었으며, 이것이 위헌이라는 판결이 내려지기도 하였다. 이에 그리스 정부는 2016년 5월 이후 모든 급여 계산에 새로운 규칙을 소급 적용하여 계산하도록 그 내용을 입법화하였다. 실제로 과감한 급여 삭감이 이루어짐에 따라 민간 부문에 종사하던 수급자들의 총연금 급여가 14.3~44.2% 깎인 것으로 나타났다(Natali. D. (2015); Natali, 2015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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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수급자 급여 삭감에 따른 급여 수준 변화(소득 수준별)
gssr-21-19-f002.tif

자료: Symeonidis, G. (2016). The Greek Pension Reform Strategy 2010-2015. Social Protection & Labor. Discussion Paper. No.1601. p. 17 그림 7.

이 같은 공적연금 개혁의 결과, 2016년을 기점으로 사회보험의 수입이 지출을 앞서기 시작하였다(Kouskouna & Strantzalou, 2021)(그림 3). 그리스의 인구고령화 속도가 빠른 편임에도 불구하고 GDP 대비 공적연금 지출 비율이 점차 낮아져 2017년 16.4%에서 2030년 13.8%, 그리고 2070년이 되면 11.9%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European Commission,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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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그리스 사회보장기금의 수입 및 지출 변화(2011~2018년)
gssr-21-19-f003.tif

자료:Kouskouna, E. E., & Strantzalou, A. (2021). The Pensions System in Greece. In Social Security in the Balkans–Volume 1 (pp. 113-136). p. 130 그림 4.2.

다. 보충연금제도의 재정 방식 변화: NDC로의 전환

앞서 설명한 연금체계의 변화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공적연금의 소득비례 성격 약화와 보충연금의 NDC로의 전환이다. 그리스 정부는 이전의 보충연금(Auxiliary pension)에 대한 개혁을 실시하여 기존 DB 방식 보충연금의 재정 방식을 NDC로 바꾸었고, 이에 따라 모든 가입자는 개별 연금계정(individual account)을 갖게 된다. 급여액은 투자 수익에 따라 결정되는데, 가입자는 자신의 연금계정에 대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관리·운영은 그리스보충연금기금(Hellenic Auxiliary Pensions Defined Contributions Fund)에서 담당한다.

NDC 방식의 보충연금은 2022년 6월 1일부터 실시되며, 2022년 1월 이후 노동시장에 진입한 자, 35세 이하 임의가입자에 한하여 적용된다. 2021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35세 이상의 가입자이거나 NDC 방식을 원하지 않는 35세 미만 가입자, 유족연금과 장애연금은 기존 체계를 따른다. 보충연금의 재정 방식 변화는 그 특성상 인구학적 변화가 공적연금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국가 전체의 저축과 투자 증대를 통해 경제성장에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 반면, 연기금의 자본시장 노출로 인한 위험, 즉 낮은 투자 성과, 손실 등으로 인해 미래 노인들의 급여 수준이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 역시 병존한다(Nektarios & Tinios, 2020).

3. 공적연금 관리운영 체계의 효율화

그리스는 전통적으로 다양한 직업군에 따라 소득비례연금이 분절적으로 만들어지면서 모자이크식 노후보장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Triantafillou, 2006). 이로 인해 공적연금을 관리·운영하는 기관(조합)들이 무수히 많고, 서로 다른 규정에 근거하여 제도를 운영함으로써 발생하는 비효율성이 컸다. 실제로 그리스 연금제도는 관리·운영에 상당한 비용이 투입되어 효율성이 낮은 것으로 유명했다. 이에 재정 건전화를 위한 행정 개혁(administrative reform)의 일환으로 관리·운영 체계를 통합하는 절차를 단계적으로 밟아 나갔다. 농민(OGA), 어선원(NAT)과 같은 일부 직종, 공무원(MTPY)을 제외한 관리·운영 주체들이 통합되었다. 총 133개에 달하던 조합 수를 2008년 개혁에서 13개로 축소하였고(Papanastasiou & Papatheodorou, 2019), 최근에는 단일기금(e-EFKA)으로 일원화하였다(그림 4).5) 6)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신규 및 기존 수급자에 대한 전자기록(e-record) 체계가 구축되었고, 사회보장번호(AMKA)7)를 전산화하였다. 전산 시스템 도입 당시, 등록되지 않은 이에 대하여 연금 지급을 일시적으로 보류하라는 정부 방침이 내려오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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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개혁 전후 공적연금 관리·운영 체계의 변화

gssr-21-19-f004.tif

자료:National Actuarial Authority of Greece. (2021). Greek Pension System Fiche. European Commission Economic Policy Committee Ageing Working Group. Ageing Projections Exercise 2021 자료를 바탕으로 저자 구성.

관리·운영 체계 통합은 과거 ‘장식적(decorative) ’이라 비판받던 것에서 자격(eligibility), 기여, 행정 절차에 관한 일관된 규정을 만듦으로써 지금까지 분절성이 강하던 그리스 연금체계가 통일성(uniformity)을 갖게 되었다고 평가된다(Nektarios & Tinios, 2020).

4. 자영자 등 비임금근로자의 공적연금 보험료 부과 체계 개선

2017년부터 그리스의 모든 공적연금 가입자는 임금근로자와 동일하게 보험료율이 부과된다. 대표적으로, 긱(gig) 노동과 같은 비정형 노동자도 유사 자영자(pseudo self-employed)로 분류되어 임금근로자와 동일하게 보험료율이 적용된다. 부업 등 보조 일자리에서 발생하는 수입도 전액 보험료 부과 대상이 되는 등 과거보다 기여 기반을 확충하여 보험료 총수입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그만큼 기여 회피 역시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리스는 전체 고용 대비 31.9%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자영자 비율이 가장 높으며, 다른 남유럽 국가들과 비교해도 그 규모가 상당하다(OECD, 2021). 문제는 이들 상당수가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인데, 이들을 적용 대상에 포함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2018년 개정된 법률(Law 4578/2018)에서 2019년 1월 1일부터 자영자의 공적연금 보험료율이 임금근로자와 같아졌고, 보험료는 당해 최저임금의 20%를 초과할 수 없게 하였다. 개혁 전에는 신고 소득의 20%를 보험료로 납부하였다(SSA, 2018). 2020년(Law 4670/2020)에는 자영자(프리랜서 포함)와 농민을 대상으로 보험료 부과를 위한 별도의 소득구간을 마련하였다. 둘 다 임금근로자보다 낮은 수준에서 보험료 납부를 위한 6개 등급(6 classes) 중 하나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으며, 선택하지 않으면 1등급에 준하여 보험료가 부과된다(표 2).

과거에 자영자는 본인의 신고 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가 부과되었으나, 여성, 청년 등으로 구성된 비공식 경제 부문, 즉 지하경제 규모가 큰 그리스 경제의 특성상(Ferrera, 2005) 신고하지 않거나, 신고하더라도 실제 소득을 축소 보고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각 소득구간의 인상은 2024년까지 소비자물가지수(CPI)에, 2025년부터는 명목임금 상승률에 연동될 예정이다. 가입 기간이 5년이 되지 않는 프리랜서와 자영자에 대해서는 향후 별도의 보험료 부과 등급이 적용될 예정이다(European Commission,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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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

자영자와 농민의 공적연금 보험료 부과를 위한 기준 소득: 구간별

(단위: 유로)
구분 1등급 2등급 3등급 4등급 5등급 6등급
자영자 155.00 186.00 236.00 297.00 369.00 500.00
농민 89.00 107.00 136.00 171.00 212.00 288.00

자료: National Actuarial Authority of Greece. (2021). Greek Pension System Fiche. European Commission Economic Policy Committee Ageing Working Group. Ageing Projections Exercise 2021. p.13.

5. 나가며

그리스는 지난 10여 년간 상당히 가혹한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을 실시하였고, 이와 더불어 공적연금 관리·운영 체계 효율화를 통해 어느 정도 재정 절감을 달성하였다. 국내 정치적 합의에 기초한 자발적 개혁이 아닌, 경제위기를 탈피하기 위해 외부로부터 ‘강요된’ 그리스 연금 개혁은 개혁 조치의 이행 기간을 짧게 두고 단기간에 걸쳐 이루어졌다. 1990년대 초반부터 이미 연금 개혁을 실시해 온 대륙 유럽 국가들과 비교할 때, 급여 동결, 고액 수급자의 급여 삭감(direct cut) 등 그리스 연금 개혁의 방식은 예외적인 모습을 나타낸다. 이미 오랫동안 재정 불안정성이 가속화되었음에도 개혁 요구에 계속 미온적으로 대응한 결과, 경제위기라는 위기 상황 속에서 외부적 압력에 의해 연금 개혁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스 사례는 연금 개혁이 적시에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그만큼 개혁의 강도(intensity)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처럼 강도 높은 개혁에도 불구하고, 그리스에서 여전히 많은 퇴직자들이 자신이 납부했던 보험료보다 크게 높은 수준의 급여를 받게 되며, 여성,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은 공적소득비례연금에서 배제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 예로, NDC와 같이 기여가 이루어지는 당시 노동시장과의 연계가 강한 공적연금은 훗날 취약계층의 노후소득 불안정성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유족연금의 관대성 약화, 부양가족급여 폐지와 같은 파생적 수급권의 축소는 오히려 그리스에서 개별적 수급권 획득이 어려운 여성들의 노후 빈곤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개혁 과정에서 양육 크레딧 확대 등 일부 적정성 강화를 위한 조치들이 있으나, 노동시장 측면의 개선은 계속 미흡한 상황이다. 또한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 조기 은퇴를 축소하고 고령자 고용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들이 공적연금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과 비교할 때, 그리스 연금 개혁은 노동시장과의 부정합성을 크게 개선하지 못하였음을 지적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연금제도가 근로 당시 노동시장 상황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Hinrichs & Jessoula, 2012)에서 향후 그리스는 연금 재정 측면에서 일련의 성과를 거두더라도 노인빈곤 심화, 노후소득 불평등 확대와 같은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사회연대수당 유지, 공적연금 내 재분배 강화 등 조세를 기반으로 노후최저보장 강화를 위한 장치들이 마련되었지만, 중하위계층이 연금제도 본연의 목표 중 하나인 은퇴 후 적정한 소득유지를 달성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에 여성 고용률을 높이는 등 노동시장 개선을 통해 기여 기반을 안정적으로 확충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8)

그리스 연금 개혁은 그 성과 역시 분명하다. 자영자, 프리랜서 등 비임금근로자의 연금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별도의 보험료 부과 소득구간을 설정하고, 무수히 많은 연기금(조합)을 단일화하여 행정체계의 효율성을 높였다. 소득 파악이 어렵고, 특히 소득 변동성이 큰 집단에 대하여 신고 소득이 아닌 별도의 일관된 기준을 적용하여 자율적으로 선택하게 한 것, 임금근로자보다 그 수준을 더 낮게 설정한 것은 가입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가입자 관리를 수월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9) 다만, 그리스에서는 보험료 부과를 위한 기준 소득이 더 낮음으로 인해 급여 수준도 그만큼 낮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자영자 비율이 높고, 최근 프리랜서와 같은 비정형 노동자의 사회보험 가입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한국의 상황에서 그리스의 이 같은 방침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관리운영 체계를 단일화한 것은 공적연금 운영의 비용 절감, 가입자 및 수급자 관리 측면에서 효율성을 높이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근까지의 그리스 연금 개혁을 종합하면, 소득비례연금 중심의 비스마르크적 연금체계(Bismarckian pension system)에서 베버리지적 성격이 가미된 다층 체계(multi-pillar system)로의 점진적 이행이 두드러진다. 분립되어 있던 부조제도의 통합, 비기여 기초연금 도입, 보충연금의 NDC 전환이 이를 방증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참조했던 서구 연금 개혁이 주로 ‘모범 사례(good exercise)’에 치우쳐 있던 것에 미루어 본다면, 그리스 사례는 공적연금의 심각한 재정 불균형, 이중화된 노동시장 등 우리와 제도적 유사성이 크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연금 개혁 논의에 주는 함의가 여전히 크다.

Notes

1)

2008년 그리스 보험계리청(the Hellenic Actuarial Authority)이 EU AWG(Aging Working Group)경제정책위원회(EPC)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그리스 연금제도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2060년에 공적연금 지출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24%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2)

당시 OECD(2007)는 그리스 연금체계를 ‘재정 시한폭탄(fiscal time bomb)’에 비유하였다.

3)

기업연금(2주, 2002년 도입)과 사적연금(3주)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였다. 그리스 연금제도에서 사적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 수준에 불과하다.

4)

기준 소득의 산정 기준은 조합마다 상이하였다.

5)

ETEAEP(Unified Agency for Auziliary Social Insurance and Lump-sum benefits)를 통합한 것이다.

6)

단일 체계를 이루기 전까지 IKA(민간근로자), OAEE(자영자), OGA(농민)가 주요 연기금 조합이었다.

7)

Social Security Number

8)

그리스 연금 개혁이 수입 측면에서 기여 기반 확충보다는 급여 삭감에 초점을 두고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9)

최근 한국에서 프리랜서 예술인들이 산재보험에 가입할 때 기준 보수액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한 것과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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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urity 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