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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여름호, 통권 1호 2017 여름호, Vol.1

일본의 동일노동·동일임금 관련 최근 이슈

The Equal-Pay-for-Equal Work Scheme in Japan

일본의 정규직-비정규직 격차

“같은 시간 같은 일을 하면 같은 임금을 받는다.” 이는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로 들린다. 실제로 프랑스 파트타임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은 풀타임 근로자의 90%에 가까운 수준이고, 독일 파트타임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 역시 풀타임 근로자의 80% 수준이다. 반면 일본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임금은 낮다. 일본은 아직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 차이를 허용하는 분위기이며, 파트타임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은 풀타임 근로자의 60% 수준에 불과하다.1) 상여금까지 고려하면 일본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실제 임금 격차는 더 크다. 일본에서 정규직의 임금은 나이가 들수록 올라가지만 비정규직의 임금은 거의 변하지 않기 때문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차이는 연차가 높아질수록 크게 벌어진다.

독일이나 프랑스의 노동조합은 산업별로 연대하여 근로자를 보호하는 전통에 기초해 동일 산업 내 모든 근로자의 임금을 동일하게 보장하는 시스템을 만들었고, 노동협약을 바탕으로 지역이나 기업을 불문하는 ‘동일 노동·동일 임금’을 확립시켰다. 반면 일본은 근로자 보호를 개별 기업에 맡기는 전통에 얽매여 임금의 지역별·기업별 차이를 허용해 왔다. 더욱이 일본 기업은 ‘잃어버린 20년’ 이후 인건비가 낮은 비정규 고용을 선호해 왔는데, 이러한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중이 일본 전체 근로자(5414만 명)의 40% (2042만 명)에 육박한다.2)

격차에 대한 불만과 정권의 대안

하지만 일본 사회 역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대우 격차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사가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전국 대상자: 3,000명. 응답자: 1,834명)에 따르면 응답자의 71%는 “(능력, 성과, 근속 연수가 같다면) 비정규직 근로자는 정규직 근로자와 같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답하였다. 또한 응답자들은 비정규직 근로자가 전체 근로자의 40% 가까이를 차지하는 현실을 “매우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으며, “약간 문제”라고 응답한 사람까지 합하면 약 90%에 달하는 응답자가 비정규 고용의 팽창을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3) 일본 사회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차이와 비정규 고용의 확대에 불만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아베 신조 정권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작년 9월에 전문가회의를 설치하여 노동개혁에 매진해 왔다. 정규직(무기고용, 전일제 근로자)과 비정규직(한시고용, 시간제, 파견근로자) 사이의 대우 차이를 시정하기 위하여 아베 총리가 앞장서서 “동일 노동·동일 임금 가이드라인” 작성을 주도해 왔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아직 제안 수준이지만 정부는 앞으로 관련 조직의 의견 수렴을 거쳐 2017년도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생각이다. 이르면 2019년도부터 본격적인 노동개혁이 진행된다.

기업의 저항

기업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개혁을 추진할 경우 기업이 받을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첫째, 기업이 이미 40% 가까운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있는 상태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임금·복리후생 격차를 시정하면 기업의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현재 정권은 동일 노동·동일 임금 도입과 함께 연장근무 상한제, 최저임금 인상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어 기업이 느끼는 압박감이 크다. 일본 정부는 고용주에게 “가이드라인에 법적 구속력은 없다”, “처우 차이를 근로자에게 설명할 의무를 기업에 요구하는 수준”이라고 해명하지만 고용주 측은 “근로자에게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중소기업에는 부담이 된다”며 저항하고 있다.4)

정부의 지침

동일 노동·동일 임금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를 시정하는 동시에 비정규직의 월급을 늘려 개인 소비를 확대하는 경기부양책이기도 하다. 또한 비정규직의 대우가 개선되면 기존에 취업에 소극적이었던 여성이나 노인의 취업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하지만 기업의 매출이 늘지 않으면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임금을 상승시키기 어렵다. 비정규직의 임금을 늘리기 위하여 정규직의 임금을 깎으면 정규직의 근로 의욕이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기업의 생산성 제고가 큰 과제가 된다.

정부의 지침은 ‘직업 경험이나 능력’, ‘업적·성과’, ‘근속 연수’를 기준으로 하여 입사 이후 경험이나 능력이 같은 근로자를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처우에서 차별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정부는 ‘경력코스(career course)’ 차이를 이유로 정규직에게 비정규직보다 높은 기본급을 주는 경우나, 성과를 못 내면 페널티를 받는 정사원에게 비정규직보다 높은 기본급을 주는 경우를 용인한다. 반면 정부가 규제하는 처우 차이는 성과에 따라 정규직에게 지급하는 기본급을 비정규직에게 지급하지 않는 경우나, 비정규직으로 오래 일했는데도 짧은 고용 계약 기간 기준으로 기본급을 지급하는 경우이다. 기본급 차이 외에도 책임의 범위가 같은데도 정규직 점장보다 비정규직 점장에게 수당을 적게 주는 경우나, 비정규직에게 통근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 정사원에게 상여금을 주는데 비정규직에게는 상여금을 안 주는 경우도 규제 대상이 된다.

기업의 노력

비정규 고용의 대우가 열악하면 사람들의 취업 의욕이나 비정규직 근로자의 근로 의욕이 떨어진다. 따라서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 개선은 산업계의 경영 과제이기도 하다. 예전부터 이를 위해 노력해 온 기업도 있다. 일본의 대형마트인 ‘이토요카도(イトーヨーカ堂)’는 이미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상여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통근수당, 교육훈련 그리고 복리후생에서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이를 개선해 왔다.5) 하지만 많은 기업은 동일 노동·동일 임금 실시에 따른 인건비 증가를 경계하고 있다. 기업의 생산성이 올라가지 않는 한 근로자의 기본급을 깎아 비정규직을 위한 상여금을 신설해야 하는 어려운 선택을 해야 되기 때문이다. 일본경제신문사가 2016년 12월에 공개한 ‘사장 100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장시간 노동 시정’이나 ‘육아·돌봄 지원’을 자발적으로 해 온 기업은 90%를 넘지만 ‘동일 노동·동일 임금’을 실시해 온 기업은 8.3%에 불과하다.6)

노인 고용과 임금

특히 ‘동일 노동·동일 임금’의 가이드라인을 둘러싸고 정부와 기업 사이에서 민감한 주제가 되고 있는 것이 정년 이후 같은 직장에 같은 업무로 재취업한 고령 근로자의 임금 문제이다.7) 기업의 인사팀은 이 주제와 관련된 내용을 계속 지켜보고 있으나 정부는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언급을 피한 이유는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의 나가사와운수(長沢運輸)에 정년퇴직 후 재취업한 운전기사 3명이 같은 업무를 하는 정규직보다 낮은 임금을 문제 삼아 차액분 지급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5월에 도쿄지방재판소가 임금 차이를 “비합리적인 처우 차이”라고 판단한 1심 판결을 내렸으나, 같은 해 11월 도쿄고등재판소는 퇴직금을 지급한 사실이나 정년을 맞은 사람을 위한 재직노령연금제도의 존재를 들어 임금 차이를 “비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부는 현재 최고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며, 최고재판소의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성급한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다.

노후소득보장 수준이 미흡하고 인구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정년 이후에 재취업하는 노인이 늘어났지만 그들에 대한 처우는 좋지 않다.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가 2014년에 실시한 ‘60대의 고용·생활조사’에 따르면“일의 책임이 약간 떨어졌을 뿐인데 임금이 너무 많이 떨어졌다”(17%), “기여도가 떨어진 것도 아닌데 임금이 떨어지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20%)는 불만이 존재한다.8) 도쿄고등재판소도 “정년 후에 업무를 유지한 채 임금을 낮추는 사례는 널리 볼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허용할지 여부가 쟁점이 되고 있다. 최고재판소의 판결이 동일 노동·동일 임금에 미칠 영향은 크다.

Notes

1)

厚生労働省. (2017). 「非正規雇用」の現状と課題. http://www.mhlw.go.jp/file/06-Seisakujouhou-11650000-Shokugyouanteikyokuhakenyukiroudou taisakubu/0000120286.pdf 에서 2017. 6. 28 인출.

2)

総務省. (2017). 平成28年 労働力調査年報. http://www.stat.go.jp/data/roudou/report/2016/ft/zuhyou/a00800.xls 에서 2017. 6. 28 인출.

3)

読売新聞社. (2017. 4. 25). 2017年 3-4月 郵送全国世論調査「働き方」. http://www.yomiuri.co.jp/feature/opinion/koumoku/20170425-OYT8T50024.html에서 2017. 6. 28 인출.

4)

労働政策審議会. (2017. 6. 9). 同一労働同一賃金に関する法整備について(報告). http://www.mhlw.go.jp/file/05-Shingikai-12602000-Seisakutoukatsukan- Sanjikanshitsu_Roudouseisakutantou/0000167471.pdf 에서 2017. 6. 28 인출.

5)

日本経済新聞社(2016. 12. 21). 同一賃金, 実効性の壁 政府指針に法的拘束力なし. http://www.nikkei.com/article/DGXLASGC20H17_Q6A221C1EA2000/ 에서 2017. 6. 28 인출.

6)

日本経済新聞社(2016. 12. 21). 위의 기사.

7)

日本経済新聞社(2017. 4. 13). 再雇用で賃金下げの是非(上級論説委員 水野裕司). http://www.nikkei.com/article/DGKKZO15227500S7A410C1TCR000/ 에서 2017.6.28. 인출.

8)

労働政策研究·研修機構. (2015). 「60代の雇用·生活調査」. http://www.jil.go.jp/press/documents/20150130.pdf 에서 2017. 6. 28 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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