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최근 저출산 원인으로 고용의 불안정성과 그로 인한 소득과 소비 여력 의 감소가 주목받고 있다. 심화되고 있는 청년층의 고용 불안, 즉 노동시 장 통합 정도는 그들의 결혼과 출산을 지연시키고 있다. 적지 않은 연구 들이 만혼, 비혼 등의 인구학적 현상의 기저에 청년 고용을 둘러싼 노동 시장의 거시적 변화가 존재함을 밝히고 있다. 한편 청년층의 고용률 제고 성과 자체가 미미한 가운데 일·가정 양립 지원 정책이 여성의 취업을 지 원하기 위해 세밀한 수준에서 추진되고 있지만, 고용률뿐만 아니라 출산 율을 제고시키는 데도 효과적으로 기능하고 있는지 검토와 개선이 필요 하다. 본 연구는 출산 의사 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노동시장적 요인 을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일·가정 양립 정책 중의 하나인 모 성보호제도가 여성 근로자의 경력 단절 위험을 효과적으로 예방하지 못 해 출산율 제고에 실패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2. 주요 연구 결과
첫째, 배우자 소득은 출산 선택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우자의 월평균 소득이 150만 원 미만인 여성보다 배 우자의 월평균 소득이 그 이상인 경우 출산 확률이 높았다. 그러나 기술 통계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배우자의 월평균 소득이 450만 원 이상의 고 소득인 경우는 저소득 배우자를 둔 여성 집단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 가 없었다. 둘째, 여성에게 취업은 반드시 출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 니다. 여성의 취업 상태를 보면 상용직에 비해 비취업 상태의 여성이 출 산할 가능성이 5.3% 더 높았고, 상용직과 임시일용, 자영업자 간에는 통 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에서 출산 가능성의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비취 업자 여성 가구에서 배우자의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출산 확률은 높게 나 타났다. 여전히 미시적으로 여성의 취업은 출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 며 남성 생계 부양자 모델이 제대로 작동되는 중산층 이상 여성 비취업 가구에서 첫째 아이 출산이 용이한 현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셋째, 취업자 여성 가구에 한정하여 분석해 보면, 월평균 소득과 상관 관계가 있는 근로시간과 직종을 통제하고 나서도 여성의 월평균 소득과 첫째 아이 출산의 관계는 역U자로 나타났다. 통계적 유의성이 강한 것은 아니지만 여성의 월평균 소득이 증가하면 출산 확률이 증가하는 반면 월 평균 소득이 450만 원 이상인 경우 오히려 출산 확률이 감소한다. 넷째, 여성의 취업이 출산에 부정적인 원인은 기본적으로 노동시장의 장시간 근로 환경이라고 볼 수 있다. 60시간 이상의 장시간 근로는 여성 에게 분명 일·가정 양립을 저해하는 요인으로서 출산에 긍정적인 환경을 제공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시간제 근로의 활성화가 출산율 제고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증거가 없음도 본 연구에서 확인되었다. 다섯째, 소득이 충분하지 않아 생긴 소규모 생계형 가구 부채는 출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마지막으로, 휴가제도가 있는 일자리 종사자가 그렇지 않은 여성 집단 보다 출산 가능성이 더 높았다. 그러나 개인 간의 관측되지 않은 이질성 을 통제하면 휴가제도가 갖는 취업-출산의 부정적 관계의 상쇄 효과가 통 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3. 결론 및 시사점
휴가제도가 근로자의 경력 단절 위험을 완화하여 출산에 긍정적인 효 과를 미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출산휴가제도 이용의 사각지대 해소와 고용 유지를 강화시키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휴가제도의 이용 제한과 이용하고 난 이후 안정적인 고용 상태가 유지되 지 않는 현실은, 휴가제도가 긍정적인 출산 효과를 미칠 것으로 기대하기 에는 미흡한 점이 많다. 유연화된 노동시장에서의 휴가제도는 제도 수혜 에서의 계층화를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 휴가제도가 출산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는 메커니즘은 경력 단절 위험 을 완화하는 것도 있지만 일정 기간 동안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직업의 안정성뿐만 아니라 소득의 안정성이 출산의 조건임을 살펴보았듯이, 일정 기간이라도 소득을 보장해 줄 수 있는 휴가제도의 역 할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소득이 낮은 계층의 출산 확률이 낮은 실태를 고려하면, 모든 계층의 소득대체율을 높여 가되 급여의 하한액을 대폭 상 향 조정하여 실질 생계비를 충당하는 급여 수준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저소득층의 경우 휴가제도가 도입되었다 하더라도 소득 감소로 인해 휴가제도를 이용할 수 없어 출산을 고려할 여지가 없다. 휴가제도가 장시간 근로 체제와 문화를 근본적으로 혁신시켜 주는 것 도 아니다. 일상적인 초과 근로, 업무량 과다, 상사의 눈치 등으로 정시 퇴근이 어려운 현실에서 휴가제도는 일정 기간 동안의 일시적인 처방일 뿐이다. 휴가를 사용하고 돌아온 근로자에게는 달라지지 않은 똑같은 현 실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운 근로 여건이라서 육아휴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면, 직장에 복귀한 이후에도 일 과 가정을 동시에 꾸려 나가기란 어렵다. 근로자 주도의 유연근무제가 보 다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시차 출퇴근제나 근로시간 스케줄 조정, 개인 및 가족의 용무를 처리할 수 있는 반차, 연차 사용과 단기 휴가와 같은 제 도가 정착된다면 일정 기간 동안 완전히 사업장을 떠나는 육아휴직을 사 용하지 않고도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하다. 즉 육아휴직 이용 자체의 활성화만으로는 경력 단절 예방과 고용 유지, 출산 제고라는 목표를 달성 할 수 없다.
*주요 용어: 일·가정 양립, 휴가제도, 출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