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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봄호, 통권 8호 2019 봄호, Vol.8

영국 통합 돌봄 체제의 현황과 과제

Current State and Challenges of Integrated Care in the UK

1. 들어가며

서구 복지국가에서 통합 돌봄(integrated care) 체제는 장기 돌봄(long-term care) 수요의 증가, 재정적 압박 등과 같이 보건의료와 돌봄서비스가 함께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지속 가능한 대안으로 점차 인식되고 있다(Exworthy, Powell, & Glasby, 2017). 영국에서도 보건의료와 돌봄 서비스의 통합 이슈는 지난 40여 년간 중요한 정책 목표 가운데 하나였다. 이를 위해 다양한 정책적·재정적 방안이 제안·시행되었다. 그러나 대부분 단편적이고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렀다(Humphries, 2015).

이러한 가운데 테리사 메이 총리는 지난해 6월 국가보건의료서비스(NHS: National Health Service) 70주년 기념 연설에서 NHS의 새로운 재정 방안을 발표하였다. 이 연설에서 메이 총리는 사회적 돌봄의 통합전달체계 구축을 핵심적인 정책 과제로 제시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제러미 헌트 보건사회복지부 장관은 NHS와 돌봄 서비스는 별개로 논의될 수 없으며, 이 둘의 ‘완전한 통합(full integration)’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였다(Hunt, 2018). 이 글에서는 먼저 통합 돌봄 체제를 둘러싼 영국의 사회경제적 배경을 간략하게 살펴본다. 이어 최근 정책 사례와 함께 이의 효과성 및 과제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2. 사회경제적 배경

영국 사회에서 통합 돌봄 체제의 필요성은 주로 세 가지 측면에서 제기된다(Humphries, 2015). 첫째, 영국 사회가 점차 고령화됨에 따라 장기 돌봄에 대한 수요뿐만 아니라 수요의 복잡성과 다양성 역시 증가하고 있다. 특히 고령자의 복합만성질환과 관련한 사회적 부담의 증가는 보건의료와 돌봄 서비스의 통합적인 제공을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및 기관들이 참여·조정하는 ‘병원 외(out-of-hospital)’ 장기 돌봄 서비스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역 및 개인의 필요와 욕구에 따라 다양한 통합 돌봄 모델이 필요해지고 있다.

둘째, 사회적 돌봄 정책의 수립, 재정 및 시행 등을 둘러싸고 영국 보건의료와 돌봄 서비스 간의 분절성과 복잡성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1948년 NHS가 설립된 이후 보건의료 서비스는 중앙 집중화된 체계로 운영되었지만, 돌봄 서비스의 제공 및 재정 지원에 대한 권한과 책임은 지방정부에 분산·이양되어 있다. 특히 「1990년 국가보건의료서비스 및 지역사회돌봄법(NHS and Community Care Act 1990)」이 제정된 이래 정부 지원의 돌봄 서비스 제공은 대부분 영리단체 혹은 자선단체 등과 같은 민간단체에 의존하고 있다.

셋째, NHS와 돌봄 서비스로 분절된 전달체계는 돌봄 서비스 이용자의 접근성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NHS의 보건의료 서비스는 일반 과세를 기반으로 환자 및 이용자의 필요에 따라 무상으로 제공된다. 하지만 돌봄 서비스는 자산 조사에 따라 수급 자격 및 이용 요금이 결정된다. 이는 지방정부의 복지 예산이 점차 축소되는 상황에서 사회적 돌봄 서비스의 형평성과 효율성, 효과성 등에서 문제를 낳고 있다.

3. 정책 사례

영국 잉글랜드 지역의 보건의료와 돌봄 서비스는 「2012년 보건의료 및 돌봄서비스법(Health and Social Care Act 2012)」과 「2014년 돌봄법(Care Act 2014)」에 법적 근거를 두고 있다(Humphries, 2015, 김보영, 2018).1) 해당 법률들은 통합 돌봄 체제를 전국적으로 확대·활성화하기 위한 여러 유관 기관의 책임과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12년 보건의료 및 돌봄서비스법」은 NHS의 상의하달식(혹은 중앙 집중화된) 규제 및 통제 체계를 완화하기 위해 지역별로 임상위원회(CCGs: Clinical Commissioning Groups)를 설립하여 해당 지역의 보건의료 서비스를 총괄하도록 하였다. 이에 더해 임상위원회의 관계자와 지방정부의 보건복지 정책 책임자,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보건복지위원회(HWBs: Health and Wellbeing Boards)의 설립을 명문화하였다. 해당 위원회는 지역 주민의 돌봄 수요를 파악·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 특색에 맞는 보건의료 및 돌봄 정책의 수립, 집행 및 운영 관리 등 전반적인 사항을 결정한다.

2014년 돌봄법」은 「국가보건의료서비스 및 지역사회돌봄법」과 「만성질환 및 장애법(Chronically Sick and Disabled Act)」 등과 같은 기존의 돌봄 관련 법률들을 하나로 통합하였다. 이를 통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NHS, 돌봄 서비스 기관, 관련 규제 당국을 모두 포함하는 새로운 정책 틀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법률들의 제정과 함께 도입·시행된 주요 통합 돌봄 정책으로는 더 나은 돌봄 기금(Better Care Fund)과 통합 돌봄 선구자 사업(Integrated Care Pioneers) 등을 꼽을 수 있다.

가. 더 나은 돌봄 기금

더 나은 돌봄 기금은 보건의료와 돌봄 서비스의 효과적인 통합전달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영국 정부의 핵심 정책으로 간주된다(Humphries, 2015, 2018). 해당 기금은 2013년 지출 심사(Spending Review)에서 통합·변화기금(Integration Transformation Fund)이라는 명칭으로 처음 발표되었다. NHS와 지방정부의 사회적 돌봄 관련 예산을 통합·관리하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한다. 보건복지위원회를 통해 지역 임상위원회와 지방정부가 공유 예산(pooled budget)을 만들고, 보건사회복지부 승인하에 공동의 우선순위에 따라 사회적 돌봄 정책 및 사업을 계획·시행하는 프로그램이다. 더 나은 돌봄 기금의 목적은 성인 돌봄 서비스의 질을 유지하는 동시에 NHS에 과도하게 집중된 보건의료 및 돌봄 서비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함이다. 영국 정부는 이의 시행을 통해 NHS의 예산 절감(연평균 5억여 파운드)과 응급의료기관(A&E: Accident and Emergency)의 이용 감소(3.1%)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2016년 38억여 파운드 규모로 시행된 해당 기금은 2018년 현재 51억여 파운드 규모로 확대되었다(Exworthy et al., 2017).

나. 통합 돌봄 선구자 사업

통합 돌봄 선구자 사업은 지방정부가 해당 지역만의 혁신적인 통합 돌봄 체제를 개발해 운영하도록 지원하는 정책이다(Exworthy et al., 2017; Humphries, 2015). 1차와 2차 시범 사업이 각각 2013년 11월과 2015년 4월에 시행되었으며, 총 25개 지방정부가 참여하였다. 더 나은 돌봄 기금과 마찬가지로 환자 혹은 서비스 이용자의 관점에서 돌봄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고, 병원 외 돌봄 서비스를 강화 및 권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더 나은 돌봄 기금이 모든 지역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one size fits all) 정책인 것과 달리 선구자 사업은 하의상달식 혁신을 통해 지역만의 특색 있는 통합 돌봄 체제의 구축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지역의 필요에 따라 통합 돌봄 체제의 범위를 일반의(GPs: General Practitioners) 중심의 일차의료와 정신건강까지 확대하거나 돌봄 서비스의 통합전달체계를 구축할 때 자선단체를 사업 파트너로 포함하는 등 다양한 접근법을 활용한다.

4. 효과성 및 과제

2010년 초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한 영국의 통합 돌봄 관련 정책들의 효과성을 평가하기에 아직 이른 감은 있다. 하지만 긍정적인 시선이 분명 존재한다. 먼저 더 나은 돌봄 기금은 통합 돌봄 체제가 전국적으로 확대·활성화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당 기금의 도입 이후 90% 이상의 지역이 보건의료와 돌봄 서비스의 통합전달체계 구축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Humphries, 2018). 또한 통합 돌봄 선구자 사업에 참여한 지방정부들은 환자와 서비스 이용자,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강조하는 가운데 지역만의 통합 돌봄 체제를 형성·구축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 주민에게 통합·조정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실질적인 진전을 보였다. 이에 더해 해당 사업에 참여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병원 외 돌봄 서비스가 점차 증가 및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Exworthy et al., 2017).

그러나 이상의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아 있는 통합 돌봄 체제의 한계와 과제 또한 존재한다. 예를 들어 더 나은 돌봄 기금 도입 당시 배정된 38억여 파운드 규모의 예산은 잉글랜드 지역 보건의료 및 돌봄 서비스 전체 예산의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더구나 해당 예산은 추가로 편성된 것이 아니다. 기존의 NHS와 지방정부의 복지 예산에서 재배치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효과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Humphries, 2015). 또한 과연 통합 돌봄 관련 정책들이 본래의 정책 목표를 달성하였는지에 대해서도 다소 부정적인 시선이 있다. 국가감사원(National Audit Office)의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더 나은 돌봄 기금의 도입을 통해 기대했던 효과, 즉 NHS의 예산 절감이나 A&E의 부담 감소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NAO, 2017). 통합 돌봄 선구자 사업의 경우 역시 이에 참여한 지역들에서 혁신적인 방안 혹은 접근법이 개발·시험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Erens et al., 2015).

5. 나가며

영국의 통합 돌봄 정책은 긍정적인 진전을 보이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Charles, Wenzel, Kershaw, Ham, & Walsh, 2018). 다시 말해 사회적 돌봄 서비스의 질과 통합의 효과성에 대해 불확실한 측면이 여전히 있음에도 통합 돌봄 체제가 영국 보건의료와 돌봄 서비스의 지속 가능한 토대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더구나 2019년 1월에 발표된 ‘NHS 장기계획(NHS Long-Term Plan)’을 통해 메이 총리는 2023~24년까지 NHS에 205억 파운드의 예산을 추가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사회적 돌봄의 통합전달체계 구축을 이의 핵심적인 목표로 제시하였다(NHS England, 2019). 영국 정부가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Beresford, 2019; Glendinning, 2016, 2019), 해당 계획이 통합 돌봄 체제의 발전에 어떠한 효과를 가져올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도 복지 전달체계의 통합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다양한 돌봄 서비스들이 서로 다른 체계와 기준을 가지고 도입·확대되고 있다(김보영, 2018). 이러한 측면에서 여러 유관 기관들이 사회적 돌봄의 재정과 서비스 제공을 협력적으로 관리·운영하고 있는 영국의 통합 돌봄 체제는 분명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Notes

1)

특히 「2012년 보건의료 및 돌봄서비스법」은 통합 돌봄 체제를 서비스 이용자의 관점에서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나는 나와 내 간병인을 잘 이해하고, 나의 주도적인 역할을 인정하며, 나에게 최선의 돌봄 서비스를 소개, 제공해 주는 사람과 함께 돌봄 서비스에 대한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I can plan my care with people who work together to understand me and my carer(s), allow me control and bring together services to achieve the outcomes important to me).”(National Voices & TLAP, 2013).

References

1 

김보영. (2018). 통합적 공공 복지전달체계를 위한 조건: 영국 사례 연구. 한국사회정책, 25(3), 403-428.

2 

Beresford P. (2019. January. 14.). Austerity is denying patients and care service users a voice. Retrieved from https://www.theguardian.com/society/2019/jan/14/austerity-denying-patients-care-service-users-voice. The Guardian.

3 

Charles A., Wenzel L., Kershaw M., Ham C., Walsh N. (2018). A year of integrated care systems: Reviewing the journey so far. London: The King’s Fund.

4 

Erens B., Wistow G., Mounier-Jack S., Douglas N., Jones L, Manacorda T., Mays N. (2015). Early evaluation of the Integrated Care and Support Pioneers Programme: Final report. London: PIRU.

5 

Exworthy M., Powell M., Glasby J. (2017). The governance of integrated health and social care in England since 2010: great expectations not met once again?. Health Policy, 121(11), 1124-1130.

6 

Glendinning C. (2016). Long-term Care for the Elderly in Europe: Development and Prospects. London: Routledge. GreveB., Ed., pp. 107-125, Long-term care and austerity in the UK: A growing crisis.

7 

GlendinningC.. (2019). 위기에 처한 영국의 사회적 돌봄: 잉글랜드를 중심으로. 국제사회보장리뷰, 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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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phries R. (2015). Integrated health and social care in England--Progress and prospects. Health Policy, 119(7), 856-859.

9 

Humphries R. (2018). Reviewing the Better Care Fund: time to be bold?. Retrieved from https://www.kingsfund.org.uk/blog/2018/10/reviewing-better-care-fund-time-be-bold#comments-top.

10 

Hunt J. (2018). Secretary of State’s oral statement on the NHS funding plan. Retrieved from https://www.gov.uk/government/speeches/secretary-of-states-oral-statement-on-the-nhs-funding-plan. London: Department of Health and Social Care, the UK.

11 

NAO. (2017). Health and social care integration. London: National Audit Office.

12 

National Voices, TLAP. (2013). A narrative for person-centred coordinated care. London: NHS England, National Voices, Think Local Act Personal.

13 

NHS England. (2019). The NHS Long Term Plan. Leeds: National Health Service England, 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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