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메뉴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2018년 가을호, 통권 6호 2018 가을호, Vol.6

영국 국가생활임금의 도입, 영향 및 과제

The Impact and Challenges of the National Living Wage in the UK

1. 들어가며

영국에서 ‘국가생활임금(NLW: National Living Wage)’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났다. 아직 이른 감은 있지만 해당 정책은 영국 노동시장과 근로자의 소득보장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D’Arcy, 2017). 기존의 ‘국가최저임금(NMW: National Minimum Wage)’이 최하위 소득 근로자의 임금 보장, 즉 절대적 임금 수준에만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국가생활임금은 계층 간 임금 격차, 즉 상대적 임금 수준 또한 고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국가생활임금은 법정최저임금과 노동빈곤, 그리고 삶의 질의 관계에 관한 보다 복잡한 질문도 던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먼저 국가생활임금을 중심으로 영국의 최저임금제와 생활임금 관련 논의를 개괄하고, 이어서 국가생활임금이 영국 사회에 미친 영향과 관련 과제 및 쟁점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2. 영국의 최저임금제와 국가생활임금 도입

영국의 최저임금제인 국가최저임금은 1999년에 시행되었다. 1998년 제정된 ‘국가최저임금법(National Minimum Wage Act 1998)’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독립 자문기구인 저임금위원회(Low Pay Commission)의 검토와 권고에 따라 당해 국가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할 수 있는데, 저임금위원회의 권고안을 그대로 수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Butcher, 2016). 저임금위원회의 권고안은 “최저임금이 경쟁력 있는 경제를 지원하고 타당한 수준에서 결정됨과 동시에 간단명료해야 하며, 저임금 근로자의 삶에 변화를 줄 수 있어야 한다”1)는 기본 원칙에 기반하고 있다(LPC, 1998, p. 1).

2016년 신설된 국가생활임금은 25세 이상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법정최저임금이라 할 수 있다. 2015년 7월 영국 보수당 정부는 하계 예산안(Summer Budget)을 통해 2016년 4월부터 25세 이상 근로자에 대한 새로운 국가최저임금 요율인 국가생활임금을 도입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하였다(HM Treasury, 2015). 동시에 국가생활임금을 2020년까지 25세 이상 근로자 중위임금(median hourly earnings)의 60% 수준까지 인상하도록 저임금위원회에 촉구하였다. 이에 따라 현재 영국의 최저임금제는 연령과 견습 여부에 따라 5개의 요율로 운영되고 있다. 25세 이상 요율인 국가생활임금에 더해 21~24세 요율, 18~20세 요율인 청년개발요율(YDR: Youth Development Rate), 16~17세 요율, 그리고 견습 요율이 그것이다. 국가생활임금은 2016년 도입 당시 기존의 성인 법정최저임금(21세 이상)보다 50펜스 높은 시간당 7.20파운드로 결정되었으며, 2017년 7.50파운드, 그리고 2018년 7.83파운드로 매해 4% 이상 인상되었다.

국가생활임금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의 도입에는 기존의 ‘생활임금(LW: Living Wage)’ 관련 논의가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 2001년 런던에서 시작된 생활임금 캠페인은 근로자의 임금이 ‘괜찮은 수준의 생활(decent standard of living)’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에 기반한다(D’Arcy & Finch, 2016).2) 2011년 설립된 생활임금재단(Living Wage Foundation)은 이러한 원칙에 따라 매해 런던 생활임금과 런던 외 생활임금을 산정· 공표하고 있다. 2018년 기준 런던 생활임금은 10.20파운드, 런던 외 생활임금은 8.75파운드로 국가생활임금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며, 영국 전역에서 4400여 사업체가 자발적으로 생활임금 지급에 참여하고 있다. 2018년 기준 국가최저임금과 국가생활임금, 자발적 생활임금을 비교하면 <표1>과 같다.

새창으로 보기
표 1.

영국의 세 가지 최저임금제 비교

국가최저임금(NMW) 국가생활임금(NLW) 자발적 생활임금(NL)
도입 연도 1999년 2016년 2005년(런던) 2011년(런던 외)
적용 대상 25세 미만 근로자 25세 이상 18세 이상
시간당 임금 요율 7.38파운드(21~24세) 7.83파운드 10.20파운드(런던) 8.75파운드(런던 외)
법적 지위 법적 의무 법적 의무 자발적
산정 방식 저임금위원회의 검토와 권고에 따라 결정 2020년까지 중위임금의 60%까지 인상 목표 기본생계비를 기준으로 산정

자료: 생활임금재단 홈페이지(https://www.livingwage.org.uk/what-real-living-wage) 참조

3. 국가생활임금의 사회경제적 영향 및 과제

국가생활임금이 도입될 것이라는 2015년 7월 영국 재무부의 발표 직후 국가생활임금의 사회경제적 영향에 관해 여러 연구가 이루어졌다. 대표적으로, 영국의 저임금정책 관련 싱크탱크인 레졸루션재단(Resolution Foundation)은 국가생활임금 도입으로 임금 인상의 직간접적 혜택을 받는 임금 근로자가 2020년까지 600만여 명(영국 전체 근로자의 23%)에 이르고 직접적인 혜택을 받는 320만여 명의 근로자는 연평균 1210파운드의 임금 인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 추정하였다(D’Arcy et al., 2015). 그러나 소매업과 접객업, 사회돌봄서비스 등과 같이 이미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몇몇 저임금 산업의 경우 국가생활임금 도입이 상당한 재정적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전망 또한 내놓았다(D’Arcy & Kelly, 2015). 이에 더해 영국 예산책임청(OBR: Office for Budget Responsibility)은 국가생활임금이 사용자의 부담을 증가시켜 기업의 수익 감소와 시장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 주장하였다(OBR, 2015). 또한, 6만여 개의 일자리 상실이 예상되며, 이로 인해 국가생활임금의 임금 상승 효과 역시 연평균 312파운드에 그칠 것이라고 보았다.

그렇다면 국가생활임금이 도입된 지 2년이 지난 현재 해당 정책이 실제로 영국 사회에 가져온 사회경제적 영향은 어떠할까? 먼저, 2018년 4월 기준 2백만여 명의 임금 근로자가 임금 상승의 직접적인 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Partington, 2018). 또한 저임금위원회는 국가생활임금이 저임금 근로자의 실질임금 상승에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LPC, 2017). 특히, 2016년 4월 도입 당시 7.20파운드였던 국가생활임금이 2017년 4월 7.50파운드로 인상되었는데, 이로 인한 실질임금 인상률(1.5%)은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CPI: Consumer Price Index) 기준 물가상승률(1.4%)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와 함께, 2015년 4월 기준 25세 이상 근로자 중위임금의 52.5% 수준이었던 법정최저임금(6.50파운드)은 2017년 4월 기준 57.6% 수준까지 증가하였다. 또한, 도입 당시 국가생활임금이 영국의 노동시장과 산업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이로 인한 실업률 증가 혹은 근로시간 감소 등은 나타나지 않았다. 국가생활임금에 대한 사용자들의 우려 또한 해가 지날수록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LPC, 2016, 2017).

이상의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국가생활임금제도를 둘러싼 쟁점 및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여러 쟁점 가운데 근로자의 임금 소득과 삶의 질 측면에 한해 다음의 두 가지 과제를 논하고자 한다.

첫째 쟁점은 국가생활임금의 역할에 관한 것이다. 다시 말해, 국가생활임금이 임금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는가에 관한 문제이다. 생활임금재단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가생활임금을 받는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이 현실적인 생활임금에 비해 연평균 1800파운드만큼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Lanning, 2018). 이에 더해, 런던과 런던 외 지역 간의 생계비 격차가 국가생활임금에 반영되지 않은 점과 일부 근로자 집단(25세 미만 혹은 견습)이 여전히 이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점 등을 근거로 현재 국가생활임금제도의 효과성에 의문을 제기하였다.

둘째는 국가생활임금의 적용 범위에 관한 것이다. 특히, 소위 ‘긱 경제(gig economy)’가 활성화됨에 따라 일부 자영업자에 대한 국가생활임금 적용 여부 역시 중요한 쟁점으로 논의되고 있다(D’Arcy, 2017). 영국에서 2010년 이후 증가한 자영업자의 수는 90만여 명에 이르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사실상 제로아워 계약(zero-hour contract)을 맺은 저임금 근로자들로 추정된다. 그러나 고용법상 자영업자인 이들은 국가생활임금을 비롯해 근로자로서의 노동법상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영국 노동당 의원인 프랭크 필드는 긱 경제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에게도 법정최저임금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Booth, 2017). 2017년 테리사 메이 정부 하에서 발표된 ‘테일러 리뷰(Taylor Review)’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이들까지 포괄하는 ‘비자영업 계약자(dependent contractors)’라는 새로운 법적 범주를 만들자는 제안을 하기도 하였다(Taylor et al., 2017).

4. 나가며

국가생활임금이 저임금 근로자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고 있다는 점에 이견을 갖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2020년 목표치(중위소득의 60% 수준)를 고려하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사실은 지난 10년간 영국 전체 임금 근로자의 실질임금이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전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이다(Partington, 2018). 이와 관련하여, 2015년 영국 재무부의 하계 예산안에서 국가생활임금 도입과 함께 120억 파운드가량의 복지예산 삭감이 발표되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레졸루션재단은 2015년 보고서에서 국가생활임금 도입으로 인한 40억 파운드가량의 임금 증가가 120억 파운드의 복지 삭감을 대체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였다(D’Arcy & Kelly, 2015).

최근 한국 사회에서도 최저시급을 둘러싼 논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계층 간 고용 안정성과 복지 수준 등의 현저한 차이가 존재하는 한국의 노동시장에서 시간당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고용 혹은 근로시간 하락의 우려와 함께 최저임금 수준의 적정성에 관한 문제가 핵심 쟁점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영국의 국가생활임금제는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국가생활임금의 고용 혹은 근로시간에 대한 직접적·즉각적 효과는 명확하지 않지만, 이의 도입과 연이은 인상이 임금 근로자들과 그의 가족(의 삶의 질)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그러하다. 따라서 지난 8월 발표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에 더해 한국 정부가 저임금 근로자들에게 적정한 수준의 임금과 삶의 질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고민 또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Notes

1)

“should support a competitive economy, be set at a prudent level, be simple and straightforward, and make a difference to the low paid”

2)

영국의 생활임금 관련 논의에 대해서는 Bennett과 Lister(2011) 참조.

References

1 

Bennett F., & Lister R. (2011). The ‘Living Wage’: The right answer to low pay?. Fabian Society.

2 

Booth R. (2017. January. 31.). Guarantee minimum wage for gig economy workers, says Frank Field. The Guardian.

3 

Butcher T. (2016). 영국 최저임금의 과정, 영향 및 향후 전망. 국제노동브리프, 14(4), 17-31.

4 

D'Arcy C. (2017). The minimum required? Minimum wages and the self-employed. Resolution Foundation.

5 

D'Arcy C., Finch D. (2016). Making the Living Wage The Resolution Foundation review of the Living Wage. Resolution Foundation.

6 

D'Arcy C., Corlett A., Gardiner L. (2015). Higher Ground: Who Gains from the National Living Wage?. Resolution Foundation.

7 

D'Arcy C., Kelly G. (2015). Analysing the National Living Wage: Impact and implications for Britain’s low pay challenge. Resolution Foundation.

8 

HM Treasury. (2015). Summer Budget 2015. UK: HM Treasury.

9 

Lanning T. (2018). The Living Wage Foundation's submission to the Low Pay Commission consultation. Living Wage Foundation.

10 

Living Wage Foundation. (n.d.). What is the real living wage?. https://www.livingwage.org.uk/what-real-living-wage 에서 2018. 8. 30. 인출.

11 

LPC. (1998). The National Minimum Wage: First Report of the Low Pay Commission. UK: Low Pay Commission.

12 

LPC. (2016). National Minimum Wage: Low Pay Commission Report 2016. UK: Low Pay Commission.

13 

LPC. (2017). National Minimum Wage: Low Pay Commission Report 2017. UK: Low Pay Commission.

14 

OBR. (2015). Economic and fiscal outlook - November 2016. UK: Office for Budget Responsibility.

15 

Partington R. (2018. April. 1.). Government's Easter pay rise is not all it's cracked up to be. The Guardian.

16 

Taylor M., Marsh G., Nicol D., & Broadbent P. (2017). Good work: the Taylor review of modern working practices. UK: Department for Business, Energy & Industrial Strategy.



Global Social
Security 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