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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여름호, 통권 5호 2018 여름호, Vol.5

겐트(Ghent)시스템 개혁 이후 핀란드 실업보험 동향

Finnish Unemployment Insurance after the Ghent System Reform

1. 들어가며

오늘날 대부분의 복지국가는 피고용자의 가입을 강제하는 실업보험을 운용하고 있다. 반면 예외적으로 피고용자가 자율적으로 실업보험 가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나라도 있는데 벨기에,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이 그렇다. 이처럼 피고용자에게 실업보험 가입의 자율권을 보장하는 실업보험 운용 방식을 겐트(Ghent)시스템이라 하고, 이 시스템을 취하는 국가들을 일반적으로 겐트국가라고 부른다. 겐트시스템의 또 다른 특징은 실업보험의 재정 운용과 회원 관리를 정부 조직이 아닌 노동조합이 담당한다는 것이다. 현재 복지국가 가운데 겐트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소수지만, 20세기 초반에는 네덜란드, 프랑스, 스위스 등 다수의 유럽 국가가 겐트시스템을 바탕으로 실업보험을 운용했다.

노동조합이 실업보험 운용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겐트시스템하에서 노동조합은 노동자가 실업보험과 노동조합에 동시에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써 왔기 때문에 겐트국가들의 노동조합 가입률은 전통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핀란드와 스웨덴에서는 실업보험 운용에서 노동조합의 독점적 지위를 약화하는 방향으로 겐트시스템 개혁이 단행되었다. 이후 유럽 학자들을 중심으로 겐트시스템 개혁의 영향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었지만, 국내에는 아직 이러한 연구들이 많이 소개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겐트시스템이라는 개념 자체도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이 글은 핀란드 겐트시스템 개혁의 내용과 그 영향을 소개함으로써 탈산업화의 영향으로 노동시장이 이원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자 자율 가입을 바탕으로 하는 실업보험제도가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2. 핀란드 실업수당 개관

핀란드 실업수당은 크게 세 종류로 구성된다. 겐트시스템에 기반한 실업보험에 의해 지급되는 소득비례실업수당과 실업보험과는 별도로 핀란드 사회보험청(KELA)이 지급하는 기초실업수당 및 노동시장보조금이 그것이다. 실업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노동자가 실업에 처할 경우, 그들은 소득비례실업수당을 최대 400일(주 5일 기준 80주) 동안 지급받는다. 반면 고용 기간 중 실업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던 노동자가 실업자가 되면 최대 400일 동안 기초실업수당을 받는다. 노동시장보조금은 고용 기록이 없는 실업자 혹은 소득비례실업수당이나 기초실업수당을 모두 받은 후에도 실업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 지급된다. 노동시장보조금은 자산조사를 거쳐 일정 소득 이하의 실업자에게만 지급되며 지급 기간의 제한은 없다.

결과적으로 겐트시스템은 노동자로 하여금 실업에 대비하여 소득비례실업수당과 기초실업수당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 의사 결정을 하게 한다. 참고로 소득비례실업수당의 급여 수준은 고용 시 받았던 임금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부분의 실업자는 기존 임금의 50~70%를 실업수당으로 받는 반면, 기초실업수당의 급여 수준은 월평균 697유로(약 91만 원) 정도이다. 소득비례실업수당을 받기 위해서는 매달 실업보험료를 납부해야 하지만 기초실업수당을 받기 위해 사전에 지불해야 할 금액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다.

3. 핀란드 겐트시스템 개혁의 배경 및 내용

1990년대 초 핀란드는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었고, 이러한 경제적 어려움은 수많은 실업자와 비정규직을 양산했다. 그러나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비해 높은 고용 불안을 겪으면서도 노동조합에 의해 운용되는 실업보험에 가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대부분의 노동조합들은 실업보험 가입과 동시에 노동조합 가입을 강요했고, 실업보험료와 노동조합 회비를 매달 함께 내는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재정적으로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고도 실업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선택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고, 이 주장을 받아들여 핀란드 정부는 1992년에 노동조합과는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운용되는 실업보험기금의 도입을 허가했다.

정부의 허가에 이어 노동조합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용되는 실업보험기금인 YTK(Yleinen työttömyyskassa)가 설립되면서 핀란드 겐트시스템의 개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기존 겐트시스템하에서는 실업보험 가입을 원하는 노동자가 자신이 속한 산업 부문의 노동조합에 가입하면서 해당 노동조합이 운용하는 실업보험에 함께 가입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1993년부터 실업보험 가입을 희망하는 노동자는 노동조합이 운용하는 실업보험기금과 YTK 가운데 어느 곳에 가입할지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중요한 것은 둘 중 어디를 선택하더라도 실업자가 될 경우에 받는 소득비례실업수당의 금액은 전혀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4. 핀란드 실업보험 운용 및 가입 현황

가. 실업보험 운용 현황

현재 핀란드에서 운용되는 실업보험기금은 모두 26개이다. 이 가운데 25개 기금은 노동조합이 관리하고, 나머지 1개는 YTK이다. 노동자 입장에서 노동조합이 관리하는 실업보험기금과 YTK의 가장 큰 차이는 매달 회비로 내는 금액이다. 일반적으로 노동조합 산하의 기금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실업보험료를 포함하여 임금의 1~2% 혹은 1년에 400유로(약 52만 원) 정도를 노동조합 회비로 내야 한다. 반면 YTK 연회비는 2018년 기준 118유로(약 15만 원)이다.

나. 실업보험 가입 현황

겐트시스템의 개혁이 일어나자 많은 연구자들이 이러한 변화로 인해 YTK에 가입하는 노동자 수는 늘어나고 핀란드 노동조합 가입률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고, 이러한 예측은 현실화되고 있다. YTK의 회원수는 꾸준히 증가하여 2018년 현재 40만 명을 넘었는데, 이는 핀란드 전체 노동자의 약 19%에 해당하는 수치다. YTK가 설립된 이듬해인 1993년에는 전체 노동자 가운데 약 2.6%만이 YTK에 가입했지만 10년 후인 2003년에 그 수치가 10%를 돌파했고, 지금은 20%에 육박할 정도로 꾸준히 늘고 있다(YTK, 2018). 반면 핀란드 노동조합 가입률은 하락세가 뚜렷하다. 1993년에는 노동자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노동조합의 조합원이었지만, 그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0년 이후에는 70%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한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많은 연구자들의 예상이다.

핀란드의 실업보험 가입률은 노동조합 가입률과 YTK 가입률의 합으로 산출된다. 실업보험 가입률은 1993년부터 2012년까지 82~87%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겐트시스템 개혁이 실업보험 가입률 자체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핀란드 노동자의 15% 정도는 매년 실업의 안전망으로 실업보험 대신 KELA의 기초실업수당을 선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업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노동자의 특성을 분석한 Maczulskij(2016)의 연구에 따르면, 연령별로는 20대, 성별로는 남성이 실업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경향이 있고, 특히 파트타임이나 계약직과 같은 비전형적 고용계약을 맺고 있는 노동자와 저숙련 노동자가 실업보험 가입을 기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노동자는 임금 수준이 높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업보험료 납부에 부담을 느끼거나 실업보험에 가입하더라도 소득비례실업수당과 기초실업수당 사이에 큰 차이가 없어 실업보험 가입에 소극적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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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핀란드 실업보험, 노동조합, YTK 가입률 추이(1999~2012년)
(단위: %)
연도 1993 1994 1995 1996 1997 1998 1999 2000 2001 2002
실업보험 가입률 86.3 85.5 85.1 85.3 85.1 83.0 82.7 82.8 83.1 83.0
노조 가입률 83.7 82.5 81.5 80.3 79.3 77.0 75.5 75.7 74.9 73.4
YTK 가입률 2.6 3.0 3.6 5.1 5.8 6.0 7.2 7.1 8.3 9.6
연도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2012
실업보험 가입률 84.9 84.9 85.4 85.8 84.3 84.0 86.8 85.1 84.8 83.6
노조 가입률 72.2 71.3 71.2 72.4 71.0 69.8 71.3 68.9 67.5 67.2
YTK 가입률 12.7 13.6 14.3 13.6 13.5 14.5 15.7 16.5 17.3 16.6

자료: 1993~2000년까지의 데이터는 Böckerman과 Uusitalo(2006)의 결과를 인용하였고, 2001~2012년까지의 데이터는 ‘Finnish Income Distribution Survey Data’를 분석하여 직접 추정하였음.

5. 나가며

핀란드 겐트시스템 개혁은 노동조합 가입률 하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침으로써 복지정책과 노동정책 관련 의사 결정에서 노동조합의 영향력을 감소시키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분명 하락한 가입률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는 핀란드 노동조합들이 전략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하지만 핀란드 노동조합은 오랜 시간에 걸쳐 제도화된 노사정 협의를 바탕으로 임금정책과 복지정책 결정에 여전히 강력한 영향을 행사하고 있다. 더 중요한 문제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실업보험 가입의 어려움을 덜어 주겠다는 명분으로 겐트시스템이 개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업보험 가입률은 올라가지 않고 있으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여전히 실업보험 가입에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탈산업화가 고도화되어 핀란드 노동시장에 비정규직이 계속 증가하게 되면 오히려 실업보험 가입률 자체가 하락할 여지도 있다. 개혁은 26년 전에 추진되었지만 그 성패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References

1 

Clasen J., Viebrock E. (2008). Voluntary Unemployment Insurance and Trade Union Membership: Investigating the Connections in Denmark and Sweden. Journal of Social Policy, 37(3), 433-451.

2 

Uusitalo R., Verho J. (2010). The Effect of Unemployment Benefits on Re-Employment Rates: Evidence from the Finnish Unemployment Insurance Reform. 17(4), 643-654, .

3 

YTK. (2018). What is YTK?. https://en.ytk.fi/about-us에서 2018. 5. 8. 인출.

4 

Maczulskij T. (2016). Ketkä jäävät työttömyyskassojen ulkopuolelle?. Working Papers 304. Helsinki: Labour Institute for Economic Research.

5 

Böckerman P., Uusitalo R. (2006). Erosion of the Ghent System and Union Membership Decline: Lessons from Finland. 44(2), 283-3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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