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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봄호, 통권 4호 2018 봄호, Vol.4

핀란드 자살예방프로젝트에 대한 평가와 함의

Policy Experiences and Trends of Suicides in Finland

초록

인구 550만 명의 북유럽 국가인 핀란드에서 1990년부터 자살률이 확연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1986년부터 1996년까지 ‘국가자살예방프로젝트’가 추진되었는데, 자살률이 자살예방 전략을 세우고 ‘데이터 기반 자살예방 대책’을 실행하던 이 시기와 맞물려 감소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는 행정 부문 간 전문적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돌봄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성공적인 자살예방에 필수적이라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정신 장애는 자살의 주요 원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살예방의 핵심적인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사회 구성원들의 의지와 잘 조직된 서비스가 있다면 자살로 인한 사망은 예방할 수 있다.

1. 들어가며

핀란드의 자살률은 1990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지금은 1990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그림 1). 1990년은 핀란드의 자살률이 역사상 최악이었던 해다. 핀란드는 1751년부터 자살로 인한 사망을 기록했기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오랜 기간 공식적인 국가 자살 통계를 유지해 온 국가이다(Holopainen et al.,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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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1969~2016년 직접적 연령표준화로 보정한 핀란드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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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Statistics Finland.

핀란드는 1986년부터 1996년까지 전국을 대상으로 ‘국가자살예방프로젝트’를 실시했다. 당시 이런 프로젝트는 전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것이었다. 핀란드의 자살률이 줄기 시작한 것은 자살예방 대책을 계획하고 프로젝트를 실행하던 바로 이 시기부터였다. 그러나 실질적인 밑 작업은 1970년대에 이미 시작되었다.

10년 단위로 추진된 국가자살예방프로젝트에 앞서 핀란드에서는 이미 자살과 관련된 많은 활동들이 수행되고 있었다. 먼저 핀란드 의회에서 핀란드의 자살 현황이 파악되었다. 핀란드 의회의 국가보건정책위원회는 자살을 깊이 있게 논의하고 그 결과를 보고서로 제작했다. 특히 이 위원회는 자살로 인한 사망을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위원회의 조사 결과, 1980년대 핀란드의 자살률이 유럽에서 가장 높고 지속적인 증가 추세에 있다는 통계가 드러나 경종을 울렸다. 1980년 핀란드 15세 이상 인구의 자살률은 10만 명당 32명이었다. 무엇보다 청년층(15~24세)의 자살률(10만 명당 23.8명)과 청년 남성들의 자살률(10만 명당 37.7명)은 우려스러운 수준이었다.1)

2. 국가자살예방프로젝트의 출범

1980년대 초 핀란드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가자살예방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이와 관련된 전문가 세미나를 개최했다. 그 결과 1985년 전문가 그룹이 결성되고, 그 후 2년여 동안의 사전 준비를 거친 뒤 1986년 국가자살예방프로젝트가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이 프로젝트는 사실상 1981년에 시작된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프로그램인 ‘Health for All by the Year 2000’의 핀란드 국가 전략이기도 했다. 자살예방은 이 WHO 프로그램의 하부 목표 중 하나였다. 국가자살예방프로젝트의 두 가지 주된 목표는 첫째, 자살률의 증가 추세를 꺾고, 둘째, 10년(1986~1996년) 안에 자살률을 20% 감소시키는 것이었다.

3. 국가자살예방프로젝트의 두 단계

먼저 첫 단계인 연구 단계(1986~1991년)는 핀란드공공보건연구소(KTL)가 주도했다. 이 단계에서는 핀란드의 자살 상황 분석과 자살의 과정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이뤄졌다. 이 5개년의 연구 결과로 국가 자살예방 목표와 실행 프로그램이 수립되었고, 이 내용을 담은 핀란드어와 스웨덴어 자료가 핀란드 전역에 배포되었다. 이 자료는 영어로도 제작되었다.

연구 과정에서 1987년 4월부터 1988년 3월까지 12개월간 핀란드에서 발생한 자살 사망 1397건에 대해 소위 심리적 부검(Psychological Autopsy)을 이용한 전수 조사가 이뤄졌으며, 각 사례에 관한 모든 정보를 근거로 구조화된 점수지(structured score sheet)를 활용한 사정(assessment)이 이뤄졌다.

이 조사의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먼저 다축진단체계(multi-axial system for assessment)2)의 축 I에 해당하는 진단으로는 우울증(대상자의 59%), 알코올 의존증 또는 알코올 남용(대상자의 43%) 진단이 가장 많았다. 또한 대상자의 31%가 축 II[성격 장애(personality disorders)]에 해당하는 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대상자의 46%는 축 III[정신신체질환(somatic diseases)]에 해당하는 질환을 하나 이상 앓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자의 93%가 정신 장애를 앓았으며, 88%는 두 가지 이상의 정신 장애를 동시에 앓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자살예방에서 정신 장애의 조기 진단과 효과적인 치료가 갖는 중요성을 보여준다.

이 연구 단계에서 수집되고 분석된 원데이터–핀란드의 현 상황과 여전히 관계 있는–를 근거로 일곱 가지 자살예방 핵심 지침들이 작성되었다(표 1). 작성된 지침들은 핀란드 전역의 관련 기관들과 전문가들에게 배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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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일곱 가지 자살예방 핵심 지침

1. 자살 시도자에 대한 지원·치료 방법을 개발한다.
2. 중증 우울증 환자를 위한 돌봄서비스를 개선한다.
3. 문제 해결을 위해 알코올을 남용하지 않는 방법을 배운다.
4. 정신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신체질환(만성질환 등)의 치료를 위한 심리·사회적 지원을 강화한다.
5. 삶의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서로를 돕고 전문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장려한다.
6. 청년층의 소외를 예방하고, 그들이 삶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 방법을 만들어 보람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7. 사람들이 삶에 대한 믿음, 열정, 확신, 인내, 서로 돕고자 하는 마음을 갖도록 격려한다.

연구 단계가 끝난 후 5년(1992~1996년) 동안은 핀란드 보건복지연구개발센터(STAKES)의 주도로 국가자살예방프로젝트가 실행되었다. 실행 단계에서는 위에 언급된 국가 핵심 지침들과 데이터에 기반을 둔 대책들이 핀란드 전역에서 실시되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프로젝트 실행 효과를 높이기 위한 실행 지침들(working practices)이 개발되었다(Upanne et al., 1999). 여기에는 핀란드 전역에 있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동원되었으며, 전문가들의 역량 개발을 위한 노력들도 이뤄졌다. 이를 위해 전문가 훈련 및 평생교육 프로그램들(continuous education sessions)이 마련되었으며, 다양한 안내 서적과 모범 사례집들(good practices)이 제작되었다. 이러한 사업에 필요한 네트워크 기반은 이미 연구 단계에서 형성되어 있었다.

4. 국가자살예방프로젝트의 평가와 교훈

국가자살예방프로젝트는 핀란드 국내 평가와 더불어 국제사회의 평가를 받았다(Beskow et al., 1999). 이 평가에서는 국가자살예방프로젝트가 핀란드 전역의 공공 부문들에서 광범위하게 실행되었다는 것과 자살 문제를 사회적인 의제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 긍정적인 점으로 꼽혔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가 자살 수단을 제한하는 방법은 다루지 않았다는 점은 비판받았다. 전체적으로는 프로젝트가 성취한 것이 프로젝트의 약점을 능가한다고 평가되었다. 무엇보다 우울증의 조기 식별과 치료 개선이 자살률의 긍정적 변화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우울증이 조기에 감별되면 우울증 환자에게 더욱 효과적인 치료가 제공되고, 그에 따라 치료 성과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국가자살예방프로젝트가 실시된 후 우울증 환자의 치료와 돌봄이 프로젝트 실시 전보다 더 적절하게, 더 자주 제공되었는데, 이것이 핀란드의 자살 사망자 수를 줄이는 데 일조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시기에 자살률의 하향 추세가 시작되어 2016년 자살률은 1990년 대비 52% 감소했다(인구 10만 명당 30명에서 14.4명으로). 그러나 전체적인 하향 추세와는 달리 나이·성(性)·지역별 자살률 분포는 격차가 컸다.

핀란드에서 자살예방프로젝트를 채택하는 데 장애물이 된 것은 자살이라는 이슈 그 자체였다. 자살은 당시 핀란드에서 금기시되는 주제였고, 정책으로 해결하기에는 너무 개인적이고 어려운 문제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장애물들은 프로젝트의 시행 조건들이 명백하게 갖춰졌기 때문에 충분히 극복될 수 있었다. 즉 자살이라는 문제와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사람들이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자살에 관한 신뢰할 만한 지역·국가의 데이터와 튼튼한 연구 기반이 프로젝트의 신뢰성을 높였으며 프로젝트 실행의 원동력이 되었다. 또한 지역 자살 전문가들이 모범적인 실천 사례 개발에 직접 참여하면서 프로젝트에 대한 충성도도 높아졌다. 중앙집중식 보건행정, 많은 프로젝트 지지자, 활발한 의사소통은 국가자살예방프로젝트의 실행을 담보했고, 각 활동을 조정하는 체계가 여러 수준에서 만들어졌다. 또한 지역과 국가 차원의 여러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광범위한 네트워크도 만들어졌다. 여기에 의사들을 포함한 전문가들이 열정적으로 참여했으며, 참여자 서로 간에 피드백을 나누고 동기를 부여하는 장이 된 네트워크 게시판도 만들어졌다.

자살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높이고 적합한 자살예방 수단을 찾고자 한 국가자살예방프로젝트의 포괄적 목표는 달성되었다. 자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높이는 데 성공했고, 핀란드 전역에서 자살예방 대책들이 시행되도록 했으며, 1차 의료를 중심으로 전문가들의 업무 관행을 바꾸어 놓았다. 또한 대중매체가 자살을 보도하는 방식에 변화를 일으켰다. 국가자살예방프로젝트는 자살률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1986년부터 1996년까지 11.3% 감소, 혹은 1992년부터 1996년까지 16.3% 감소).

국가자살예방프로젝트의 시행으로 얻은 교훈은 다음과 같다. 자살예방 대책을 세울 때는 문화적 상황과 지역·성·연령별 집단 간의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 지역 종사자들과의 긴밀한 연구 협력은 프로젝트를 집행할 때도 도움이 된다. 또한 자살 동향과 자살 시도의 빈도를 지역과 국가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자살예방책과 예방사업의 계획에 필수적이다. 행정 부문 간 업무 협력을 강화해 돌봄의 지속성을 확보함으로써 정신 장애와 약물 남용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며, 무독극성 약품이나 모범적인 처방 관행 등, 자살 수단을 쉽게 접할 수 없도록 만들어 자살 시도를 사전에 차단하는 방법들이 개발되어야 한다.

청소년과 청년층의 자살 시도를 인식·발견하고 견고한 후속 치료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자살에 관한 기초 및 임상 연구 외에도 자살예방 실행 과정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며, 프로젝트 평가와 의사소통을 위한 활동들이 처음부터 프로젝트의 핵심 요소로 고려되어야 한다.

현재 핀란드에서 자살예방에 직접적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지는 않지만 긍정적인 정신력을 고양하기 위해 고안된 활동들과 자료에는 핀란드 종합학교3) 90%를 대상으로 운영되는, 집단 따돌림(bullying)을 방지하는 목적을 가진 키바스쿨(KiVa School), 헌팅 클럽 회원들을 심리·사회적으로 지원하는 굿헌팅메이트!(Good Hunting Mate!), 군 복무나 공익 서비스에서 면제된 청년 남성들을 심리·사회적으로 지원하는 타임아웃!(Time Out!), 조울증, 경계성 성격장애, 우울증, 섭식장애, 불면증, 외상후증후군, 정신분열증 등을 앓는 사람들에 대해 핀란드의사협회(DUODECIM)가 제작한 2013~2017년 돌봄 가이드라인 등이 있다. 또한 2012~2014년 자살예방 모범 사례 정보 공유를 다룬 유럽자살대응행동프로젝트(European Regions Enforcing Actions Against Suicide: EUREGENAS)의 유산으로 남아 있는 자살예방 가이드라인과 학교용 자살예방 가이드라인, 직장인과 대중매체 종사자들을 위한 자살예방 도구 모음(toolkits) 등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활용되고 있다.

5. 이슈 논의

자살로 인한 사망의 주요인은 정신 장애이다(Mann et al., 2005; Chesney et al., 2014). 그러나 이러한 사실은 대중매체가 자살을 보도할 때나 세계경제위기나 경기침체가 자살률을 높인다는 해설을 전할 때 대중에게 전달되지 않는다(Pirkis & Machlin 2013). 정신 장애는 실업과 자살률이라는 두 통계를 연결하는 주된 연결고리이다(Lundin & Hemmingsson, 2009). 또한 심리적 스트레스 증상이나 삶의 위기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는 것도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Talala et al., 2011).

자살의 주된 원인을 개인의 오랜 과거에서 찾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현재의 경험도 자살에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은 종종 어떤 사건이나 상황이 계기가 되어 자살을 시도한다. 그러나 하나의 이유만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자살은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다. 자살까지의 과정 중 여러 가지 자살 요인들이 수개월 혹은 수년에 걸쳐 축적된다. 그런데 자살의 이러한 속성은 자살예방을 가능케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자살의 위험을 발견하고 자살이 실제로 일어나기 전에 멈출 수 있는 기회가 여러 번 있기 때문이다.

정신 장애는 어느 인구 집단에서나 발견된다. 핀란드에서는 여성의 46%, 남성의 35%가 일생 중 한 번은 정신 장애를 경험한다(Suvisaari et al., 2009). 전체 인구의 17~30%가 일생 중 한 번은 자살을 생각한다. 1년 중 한 번이라도 자살을 생각하는 인구의 비율은 2~10%이다. 또한 핀란드 인구의 6~7%는 일생 중 한 번은 자살을 시도한다. 1년 중 자살을 한 번이라도 시도한 인구의 비율은 약 1%이다. 그러나 모든 자살 시도가 기록되지는 않으며 어떤 시도들은 친척이나 친구 등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2016년 핀란드의 자살률이 인구 10만 명당 14.4명이었고 남성이 23.1명, 여성이 6.1명이었던 것을 감안할 때, 자살이 흔한 것은 아니다.

자살 위험은 한 사람의 특성이나 성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면 충동적인 성격이나 비관적인 성격은 자살의 위험을 높인다. 절망의 감정(예를 들어 막다른 골목, 이중 구속, 교착 상태 등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는 생각)은 경고등이며 자살의 위험을 높인다. 자살을 한 번 시도한 사람이 다시 자살을 시도할지는 여러 요인들에 달려 있다. 이때 환자에 대한 응급 처치와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자살을 시도한 사람에게 후속적인 치료가 필요한지를 파악하기 위해 정기적인 검사를 해야 하며, 치료 계획도 있어야 한다. 치료가 시작되면 이에 따른 충분한 후속 조치도 따라야 한다.

자살을 흉내 내는 일이 있을 수 있다. 이것은 카피캣 현상(Copycat effect)으로, 어떤 자살이 다른 자살들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자살자가 유명 인사이거나 여성일 때 더 강하게 나타난다. 나이가 어릴수록 자살을 모방하는 경향이 높다. 또한 카피캣 현상은 우울증 환자에게도 강렬하게 나타난다. 이 효과는 자살자와 동일시하거나 자살자의 성별이나 나이 등 일부 특성들을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더 빈번하게 발생한다.

일부 자살 사건들은 보도할 가치가 있다. 그런데 대중매체가 자살을 보도하는 방식은 자살을 부추김으로써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도움을 구하도록 격려함으로써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따라서 대중매체의 자살 사건 보도에는 위험 부담이 있다. 어느 정도의 위험 부담을 가지느냐는 보도의 양, 기간, 대중의 관심도에 달려 있다. 뉴스가 자살 방법을 자세하게 묘사하거나, 극적이고 생생한 헤드라인이나 이미지를 사용하고, 자살 사건을 반복해서 오랫동안 다루게 될 경우, 자칫 자살을 미화하거나 흥밋거리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 세계 여러 곳에서 진행된 수십 건의 연구 결과 특정한 유형의 뉴스 보도가 자살위험군의 자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타분석 결과 자살에 대한 보도는 자살을 부추길 잠재력이 있으며, 자살에 대한 보도가 많을수록 자살률이 증가하는 것이 명확해졌다.

그 반면에 대중매체의 자살 보도는 사람들이 자살을 시도하지 않도록 막는 보호 효과도 있다. 자살에 대한 신중한 보도는 짧은 보도라 하더라도 자살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와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을 수 있고, 자살에 취약한 사람이나 자살 위험에 처한 사람이 도움을 구하도록 격려할 수 있다. 이런 보도를 지지하고 성원해야 한다. 이런 노력은 미디어 전문가들과 협업으로 이뤄질 때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지역별 자살예방 전략 개발과 실행을 통해 유럽 전역에서 자살 충동이나 자살을 예방하는 목적으로 추진된 유럽자살대응행동프로젝트(EUREGENAS)는 미디어 전문가들을 위한 권고안과 자살예방 도구 모음을 제작했다. 이런 것들이 유럽연합 내에서 유용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유럽자살대응행동프로젝트 보고서와 더불어 국제 자살예방과 보건 관련 기구, 미디어 학교, 미디어 기구, 인터넷 안전 전문가(www.reportingonsuicide.org), 주요 저널리스트, 주요 자살예방 전문가 등이 협업으로 개발한 가이드라인도 있다. 여기에도 자살 보도에 관한 권고안과 자살예방에 관한 자료와 정보가 담겨 있다. 자살에 대한 대중매체와 온라인 보도는 가장 모범적인 사례들을 따라 이뤄져야 할 것이다.

세계경제위기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면서 긴축재정이 보건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Stuckler et al., 2010; Chang et al., 2013; Karanikolos et al., 2013). 비록 일부 내용이 과장되고 근거가 부족해 철회되기는 했으나 세계보건기구는 경제위기가 세계 보건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를 담은 보고서를 출판한 적이 있다(Fountoulakis et al., 2014). 그러나 세계경제위기, 정부의 긴축정책, 실업 등이 자살로 인한 사망률을 직접적으로 높인다고 말하는 것은 흑백논리이다. 국가들마다 경기침체에 빠지는 양상과 속도가 다르며 일부 국가들은 회계연도 중간에 경기침체가 시작되어 연간 통계에서 그 영향이 나타나지 않기도 한다. 나라들마다 경기침체를 겪는 양상이 달라 지역마다 사람들이 경기침체의 영향을 받는 양상도 다를 수 있다. 지인이 자살하게 되면 실업이나 경기침체와 같은 단순하고 주변에 있는 것에서 원인을 찾으려는 것이 사람들의 경향이다. 그러나 자살에는 한 가지 이유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요인들이 함께 작용한다.

따라서 통계는 무의식적으로나 의식적으로나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 데이터에서 추출한 흥미로운 결과는 한 나라의 역사와 사실의 틀 안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는 유용한 방식으로 전달될 수도 있고, 충격적인 뉴스거리만으로 전달될 수도 있다. 데이터를 해석할 때 데이터의 한계를 고려해야 한다. 데이터에 한계가 있다면 그 결과나 결과에 기초한 결론이 사실이 아니거나, 일반화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Chishti et al., 2003; Tøllefsen et al., 2012). 특히 자살 사망에 관한 데이터가 개인식별코드 없이 다른 통계 기반의 데이터와 연계되어 있을 때는 데이터 간 연관성과 결과를 해석할 때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자살 사망 통계는 여러 가지 요인들에 따라 그 유효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자칫하면 자살 분류에 오류가 발생할 수도 있고 나라마다 통계에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Kapusta et al., 2011). 따라서 국가 간 자살 사망 통계를 비교할 때와 자살률 감소를 목표로 한 정책을 평가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한편 핀란드는 심리적 부검률이 높아 자살 사망 분류가 신뢰성이 높고 유의미한 국가들 중 하나에 속한다.

최근의 세계경제위기와 1990년대의 경기침체 때 핀란드의 자살률은 감소했다. 자살예방은 경기의 좋고 나쁨에 상관없이 경기 침체기에도 적시에 이뤄졌다. 경기침체 시 어떤 자원을 줄이거나 유지해야 하는지는 중요한 질문이다. 긴축정책이 도움과 지원을 구하는 데 장애가 되거나 정신건강 증진의 중요성을 무시한다면 이런 정책은 자살위험군의 자살 위험을 높일 수 있으며, 그 수를 늘릴 수도 있다. 따라서 긴축정책이 인프라의 변화와 구조조정에 관한 문제를 넘어, 자살취약계층의 치료, 돌봄의 내용과 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물어야 한다.

6. 나가며

핀란드 자살예방의 기본 바탕은 우울증을 가진 사람을 최대한 빨리 발견해 이들을 지원하면서 사례별로 다양하고 적절한 효과적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신체 증상과 정신 장애를 일으키는 신체질환의 치료와 더불어 심리적 돌봄과 동료 집단활동 등을 추가로 제공해야 한다. 이는 특히 노인층에게 중요하다. 음주가 삶의 문제 해결의 한 대안이 되어서는 안 되며 따라서 다른 긍정적인 문제 해결 기술을 선택할 수 있는 훈련을 제공해야 한다. 매일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위기상담전화나 온라인상담 같은 다목적 위기심리 지원책은 응급 상황에서 충분한 지원과 보호를 제공할 수 있다. 정신건강 응급조치 교육과정은 위기에 빠진 지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의 수를 늘릴 수 있다.

오늘날 자살예방에 관한 정보를 보급하는 데는 더 적극적인 주의가 요청된다. 국가자살예방프로젝트로부터 얻은 교훈 하나는 이 프로젝트가 대중매체의 자살 보도 방식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 대중매체의 자살 보도 방식과 함께 소셜미디어에서 자살을 다루는 양상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여기에 관해선 이미 하나 이상의 국제권고안이 나와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이들을 살펴보면 된다.

누구나 자기 분야와 영향권 안에서 자살예방을 증진하거나 개선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자살로 인한 사망은 사회 구성원들의 의지와 효과적인 서비스의 도움으로 일상에서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Acknowledgement

번역: 라기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전문원

1)

본고에서 출처를 밝히지 않은 모든 통계는 핀란드 통계청(www.stat.fi)의 자료를 인용한 것이다.

2)

번역자 주 - 다축진단체계는 미국 정신의학협회가 출판하는 정신 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에 제시된 정신 장애 진단 분류 체계로서 정신 장애의 다양한 양상을 나타내는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축으로 이루어져 있다 - 축 I: 임상 장애(치료가 필요한 급성기 증상), 축 II: 성격 장애(Personality disorder)와 지적 장애(Mental retardation), 축 III: 정신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의학적·신경학적 상태, 축 IV: 심리적·환경적 스트레스 요인들(배우자의 사망, 이혼, 실직 등), 축 V: 조사 대상자의 전반적인 기능 수준(Global assessment of functioning) - 0~100 척도, 100은 순기능, 0은 역기능. 이러한 체계를 이용해 조사 대상자의 정신 장애를 입체적으로 진단·분류할 수 있다.

3)

번역자 주 – 핀란드 공교육 개혁의 처음이자 끝이라고 말할 수 있는 종합학교(Comprehensive School)는 7~15세에 이르는 초등학교, 중학교 학생들을 한 캠퍼스에서 가르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며, 학급도 무학년제로 구성되어 프로젝트 학습 주제를 부여받아 교육이 이뤄진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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