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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봄호, 통권 4호 2018 봄호, Vol.4

동유럽의 자살 동향과 해석: 성(性), 연령 중심으로

Current state and trends of suicide in Eastern Europe

초록

동유럽 국가들은 20세기 마지막 20년 동안 급속한 사회·경제적 전환 과정 속에서 극도로 높은 자살률을 보였다. 예를 들어 리투아니아의 1996년 연령표준화 자살률은 10만 명당 44.3명에 달했다. 이 기간 동유럽 국가들의 자살률은 변동 폭도 컸다. 자살률이 가장 높았던 때로부터 2000년대 들어 자살률이 감소하기까지 그 감소 폭이 가장 큰 국가는 헝가리(64%)였으며, 가장 작은 국가는 폴란드(9%)였다. 또한 동유럽은 세계에서 여성 자살률 대비 남성 자살률의 비(比)가 가장 높다(동유럽 평균 5.0 이상, 폴란드 7.0). 자살예방 활동, 알코올정책, 경제·정치 개발의 영향 등이 동유럽 자살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 들어가며

자살은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인식되어 왔으며, 각 나라의 사회적·정치적·문화적·경제적 변화를 민감하게 반영하는 지표가 되었다(Durkheim, 1897; Pray, Cohen, Mäkinen, Värnik, & MacKellar, 2013; A. Värnik, 1997). 그 대표적인 예가 동유럽이다. 20세기의 마지막 20년 동안 사회·경제적 전환기를 거치면서 동유럽의 자살률은 매우 높았고 변동 폭도 컸다(Kõlves, Milner, & Värnik, 2013; Mäkinen, 2000; Nock et al., 2008; Pray et al., 2013; A. Värnik & Mokhovikov, 2009; A. Värnik, Sisask, & Värnik, 2010; P. Värnik, 2012). 이러한 동유럽의 자살 양상은 오랫동안 연구 대상이 되어 왔다. 특히 구소련(Union of Soviet Socialist Republics: USSR)에서 페레스트로이카(Perestroika)1)와 엄격한 알코올 억제 정책이 시행된 1980년대 중반(A. Värnik, 1997; A. Värnik, Kõlves, Väli, Tooding, & Wasserman, 2007; Wasserman & Värnik, 2001)과 구소련과 그 위성 국가들이 몰락한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Kõlves et al., 2013; Minagawa, 2013; A. Värnik et al., 2010)의 ‘자연적 실험(natural experiment)’ 기간에는 주목할 만한 결과들이 많이 쏟아졌다.

동유럽은 ‘여성 자살률 대비 남성 자살률 비(比)’가 매우 높고 중년층의 자살률이 가장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A. Värnik et al., 2010; P. Värnik & Wasserman, 2016). 이러한 상황은 동유럽 사람들이 새로운 사회경제체제와 자유시장경제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설명되어 왔다(A. Värnik. et al., 2010).

본 연구의 목적은 동유럽 국가들의 자살 현황과 동향을 비교적 관점에서 기술하고, 이곳에서 발생한 자살의 성(性)과 연령층에 따른 차이와 특성을 분석하는 것이다.

자살은 사회적 현상이기 때문에 본고의 목적상 동유럽을 사회·경제적 맥락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공산권의 일부였던 유럽 국가들로 정의하였다. 이 지역은 지리·역사·문화적 차이에 따라 다시 세 곳의 하부 지역으로 나뉜다. 첫 번째 하부지역은 구소련 국가들로 여기에는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벨라루스, 러시아, 우크라이나, 몰도바가 속한다. 그다음은 중부 동유럽 국가들로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이다. 끝으로 남부 동유럽 국가들인 루마니아, 불가리아, 세르비아, 마케도니아, 코소보, 몬테네그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있다.

연간 자살 데이터는 2016년 12월에 최종적으로 업데이트된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사망률 데이터베이스에서 2018년 1월 16일에 추출했다(WHO Mortality Database, 2018). 본고에서 말하는 자살률은 특별한 언급이 없는 한 1980년부터 자료를 구할 수 있는 연도까지 구한 인구 10만 명당 연령표준화 사망률(Age-Standardized Death Rates: ASDR)을 말한다. WHO는 이 사망률을 계산하기 위해 세계표준인구(World Standard Population)를 사용한다. 따라서 유럽표준인구(European Standard Population)를 사용한 출처로부터 얻은 자료와 WHO의 사망률 값에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연령층에 대한 분석을 위해서는 WHO 자살 보고서(2014)의 2012년 WHO 데이터를 이용해 자료 간 호환성을 확보했다.

자살률의 성별 차이를 밝히기 위해서는 모든 시기와 나라들을 대상으로 남성 자살률을 여성 자살률로 나눈 값으로 여성 자살률 대비 남성 자살률의 비를 구했다. 자살의 연령 구조는 특정 연령층 자살률과 다른 연령층 자살률의 비율(coefficient)을 구해 분석했다. 코소보는 데이터가 없고 몬테네그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데이터가 부족해 분석에서 제외하여 분석 대상은 총 17개국이다.

2. 동유럽 자살 동향

WHO 자살 보고서(2014)에 따르면 2012년 세계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11.4명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해 동유럽 국가들은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마케도니아, 불가리아를 제외하고는 모두 이보다 높은 자살률을 보였다. 반면에 서유럽에서는 핀란드, 벨기에, 프랑스만 세계 자살률보다 높은 자살률을 보였다. 연구 기간 중 확보된 데이터에 따르면 동유럽에서 높은 수준의 연간 자살률을 보인 국가는 높은 순서대로 리투아니아(1996년, 인구 10만 명당 44.3명), 헝가리(1983년, 39.8명), 러시아(1994년, 38.7명)였으며 낮은 자살률을 보인 국가는 루마니아(2015년, 7.8명), 불가리아(2013년, 7.0명), 마케도니아(2010년 4.8명)였다. 마찬가지로 평균 자살률은 리투아니아(33.0명), 러시아(29.0명), 헝가리(27.5명) 순으로 높았고, 슬로바키아(11.0명), 루마니아(10.3명), 마케도니아(6.8명)는 낮았다. 폴란드를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에서 자살률이 감소했는데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른 자살률에 인상적인 변화가 있었다. 자살률이 가장 높았던 해에서 자살률을 구할 수 있는 가장 최근 연도까지 자살률의 감소 폭을 살펴보면 헝가리(64%)가 가장 높았고 그 뒤를 에스토니아(60%), 라트비아(58%)가 이었다. 자살률의 변동 폭은 헝가리[표준편차(SD) = 8.3]가 가장 컸고, 그 뒤를 에스토니아(SD=7.7), 리투아니아(SD=6.7)가 이었으며, 폴란드(SD=0.8), 마케도니아(SD=0.8), 루마니아(SD=1.2)는 변동 폭이 크지 않았다.

표 1에서는 각 국가의 자살률이 가장 높았던 연도를 기준으로 그 연도가 오래된 국가 순으로 국가들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정렬하였다. 이런 식으로 정렬했을 때 주목할 점은 몰도바와 폴란드를 제외한 나라들이 자기가 속한 하부 지역(구소련, 중부 동유럽, 남부 동유럽)으로 몰려 정렬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이유 중 하나는 사회적 변화가 지역에 따라 순차적으로 일어났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먼저 중부 동유럽에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해 그다음으로 구소련 지역, 남부 동유럽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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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1980~2015년 동유럽 국가들의 자살 사망률(ASD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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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자살 사망률 해로부터 가장 최근 연도까지의 자살 사망률 감소 폭

자료: WHO Mortality Database

SD- Standard deviation

표 2에서는 확보할 수 있는 최근 연도의 데이터로 계산한 여성 자살률 대비 남성 자살률의 비에 따라 국가들을 정렬하였다. 폴란드가 7.0으로 가장 높고, 크로아티아가 가장 낮기는 하지만 그 비가 3.4에 이른다. 주목할 점은 이 비가 리투아니아를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증가했고 남부 동유럽에서는 거의 두 배로 증가했다는 것이다[마케도니아(2.2배), 루마니아(2.1배), 불가리아(1.8배), 몰도바(1.8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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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

동유럽 국가 여성 자살 사망률 대비 남성 자살 사망률 비(1980~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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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WHO Mortality Database.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연령층이 높을수록 자살률이 증가한다. 가끔 가장 높은 자살률이 두 번째로 높은 연령층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표 3을 보면 동유럽 국가들도 동일한 경향을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가지 예외가 발견되는데, 하나는 50~69세 연령층에서 가장 낮은 자살률을 보인 러시아이고, 다른 하나는 30~49세 연령층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을 보인 리투아니아이다. 표에서는 15~29세 연령층의 자살률을 30~49세 연령층의 자살률로 나눠 얻은 비율의 크기에 따라 국가들을 정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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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3.

동유럽 국가의 연령층별 조사망률과 연령층 조사망률 비

Country 2012년 연령층별 조사망률(10만 명당) 30~49세 연령층 조사망률 대비 15~29세 연령층 조사망률
5–14 yrs 15–29 yrs 30–49 yrs 50–69 yrs 70+ yrs
러시아 1.7 27.3 26.5 22.6 32.1 1.03
에스토니아 1.6 13.3 15.6 25.1 33.6 0.85
우크라이나 1.4 19.5 24.4 22.9 28.8 0.80
벨라루스 0.9 20.1 27.2 26.0 31.7 0.74
체코 0.2 10.6 17.8 23.8 19.4 0.60
라트비아 0.3 13.8 23.9 30.4 26.2 0.58
리투아니아 0.6 26.8 46.6 43.6 35.3 0.58
불가리아 0.8 8.0 14.4 21.2 24.1 0.56
슬로바키아 0.3 7.6 13.7 21.6 17.5 0.55
크로아티아 0.4 8.0 14.6 23.2 37.2 0.55
슬로베니아 0.2 8.4 15.6 26.8 32.2 0.54
몰도바 2.1 10.1 19.4 28.9 16.6 0.52
폴란드 0.5 12.7 24.6 31.2 29.0 0.52
루마니아 1 7.8 15.4 20.6 15.3 0.51
헝가리 0.6 10.9 26.2 41.1 42.3 0.42
세르비아 0.1 5.7 15.2 26.8 47.3 0.38
마케도니아 0.2 2.1 6.0 13.9 15.1 0.35

3. 동유럽 자살 동향에 대한 해석과 이슈

동유럽의 자살률은 최근 몇십 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그러나 동유럽 하부 지역들의 자살률은 지리·역사·문화적 차이가 각 지역에 미친 영향에 따라 지역 간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구소련 국가들은 시간에 따라 자살률이 크게 변했다. 1980년대에 자살률이 감소했다가 다시 1990년대 중반까지 상승했다. 예를 들면, 라트비아에서는 1993년까지, 에스토니아와 러시아에서는 1994년까지, 리투아니아, 벨라루스, 우크라이나에서는 1996년까지 자살률이 증가했다. 이러한 증가 추세는 2000년대에 들어와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예외적으로 몰도바에서는 1990년대 들어서 자살률이 가장 높았던 해의 자살률이 1980년대 초의 자살률보다 높지 않았다.

중부 동유럽 국가들의 자살률은 1980년대부터 감소하기 시작했으며 특히 헝가리가 맨 앞에 있었다. 예외적으로 폴란드의 자살률은 1970년대에 증가한 후 변동이 거의 없다(Höfer, Rockett, Värnik, Etzersdorfer, & Kapusta, 2012).

남부 동유럽 국가들의 자살률은 비교적 낮으면서 별다른 변동이 없었다. 이는 남유럽 국가들의 자살 동향과 유사하다(WHO, 2014). 특히 동유럽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여성 자살률 대비 남성 자살률 비를 보인다. 한편 고소득 국가들은 여성 자살률보다 세 배 높은 남성 자살률을 보이지만 중저소득 국가들에서는 이 비가 1.5로 비교적 낮다(WHO, 2014).

가. 자살예방 활동의 영향

효과적인 자살예방의 열쇠는 다양한 수준(개인, 지역사회, 지역, 국가)에서 지속적으로 모든 종류의 자살예방 노력[정신건강 증진, 자살예방·치료·후속개입(Post-vention)]을 기울이는 것이다(Hegerl et al., 2008, 2009; Mann et al., 2005; van der Feltz-Cornelis et al., 2011; World Health Organization, 2014; Zalsman et al., 2016, 2017). 그런데 자살예방전략의 효과와 자살예방전략이 국가 자살률 변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근거는 현재까지는 불확실하다. 일부 국가들(핀란드, 스코틀랜드)에서는 자살률이 상당히 감소된 반면, 또 다른 일부 국가들(호주, 스웨덴, 노르웨이)에서는 그 효과가 미미하고, 심지어 자살률이 증가한 국가(미국)도 있는 등 평가 결과가 일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WHO, 2014). 반면, 아무런 전략이 없었던 국가들(동유럽 국가들)에서 상당한 정도로 자살률 감소가 나타나기도 했다. 동유럽에서 자살률 감소가 가장 큰 폭으로 나타난 국가는 에스토니아로, 1994년부터 2013년에 이르는 지난 20년 동안 자살률이 67%나 감소했다. 그런데 에스토니아에서는 자살 연구와 예방에 대한 다방면에서의 노력이 이루어지긴 했지만, 공식적으로 승인된 국가자살예방전략은 없었다(A. Värnik & Wasserman, 2009). WHO MiNDbank의 정보에 따르면 동유럽에서 최근 적극적인 자살예방 프로그램을 갖춘 국가는 불가리아 한 곳에 불과하다(WHO MiNDbank, 2018).

나. 알코올 소비와 알코올정책의 영향

알코올 소비와 자살이 거시적 수준에서 연관성을 갖느냐는 각 나라의 음주 문화에 달려 있다는 의견이 있다. 주로 폭음, 취할 때까지 술을 마시는 음주 문화를 가진 증류주(spirits) 소비 국가들에서 이러한 연관성이 강하게 나타나고, 남부 유럽처럼 와인을 즐기는 문화에서는 이 연관성이 약하다(Ramstedt, 2001; Razvodovsky, 2009; Stickley, Jukkala, & Norström, 2011). 연구 결과 유럽과 북아메리카의 많은 나라들에서 알코올 소비 수준, 특히 증류주 소비 수준과 그 나라의 자살률 간에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중부 유럽과 남부 유럽에서는 이러한 연관성이 약했다(Norström & Ramstedt, 2005). 이후에 수행된 여러 연구에서 유사한 결과가 확인되었으며, 또 다른 연구들에서는 동유럽(Landberg, 2008)과 구소련 국가들에서 증류주 소비와 자살 간에 강한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A. Värnik, Wasserrnan, Dankowicz, & Eklund, 1998; Wasserman, Värnik, & Eklund, 1994). 전반적으로 증류주는 다른 알코올음료에 비해 높은 수준의 공격성, 감정적 반응, 혼란 등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독한 술을 마시는 것은 스트레스와 부정적 감정이 경직된 사고와 충동으로 인해 자살로 이어지게 만들 수 있다(Norström, Stickley, & Shibuya, 2012).

술과 자살의 거시적 연관성을 고려해 볼 때, 특히 증류주 음주 문화가 지배적인 국가들에서는 국가 차원의 알코올정책이 자살률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동유럽에서 진행된 여러 연구 결과들은 음주억제정책이 거시적 수준에서, 특히 남성들의 자살률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다는 근거를 밝혀냈다. 물론 에스토니아(A. Värnik et al., 2007), 러시아(Nemtsov, 2003), 슬로베니아(Zupanc, Agius, Videtiè Paska, & Pregelj, 2013)에서 혈중 알코올 농도(Blood Alcohol Concentration: BAC)가 높음에도 명백한 자살률 감소가 나타나는가 하면, 절주 상태에서 자살률이 변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들도 있다. 그러나 구소련 지역에서 수행된 연구들은 1985년 페레스트로이카하에서 도입된 음주억제정책이 끝난 후 이곳의 자살률이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음을 보였다(Nemtsov, 2003; A. Värnik et al., 2007). 이것이 구소련 국가들의 자살률이 큰 폭으로 변동한 이유일지도 모른다.

다. 경제적 영향

연구 대상으로 포함된 기간 중에 여러 중대한 경제적 사건들이 발생했음을 고려할 때, 경제적 요인들이 동유럽의 자살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뒤르켐(Durkheim, 1897)에 따르면 급격한 사회 변화는 사람들이 사회규범(social norm)을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고 사회규범이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아노미’ 현상을 일으키며, 이것이 그 사회의 자살률을 높일 수 있다(아노미적 자살)고 한다. 루오(Luo) 등(2011)은 경제위기를, 실업이 증가하고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 GDP)이 감소하는 현상 등이 나타나는 “갑작스럽고 심각한 경기침체로 인해 불안해진 정세(情勢)”로 정의한다(p. 1139). 경기침체와 경제위기 중의 자살률, 특히 실업이 자살에 미치는 영향은(다른 경제 지수들이 미치는 영향과 더불어) 수많은 연구자의 관심 대상이었다.

구소련의 사회·경제적 위기는 1991년 소련의 붕괴로 시작되었다(Walberg, McKee, Shkolnikov, Chenet, & Leon, 1998). 당시 이 지역의 자살률은 이미 극도로 치솟아 위에서 언급한 대로 1990년대 중반에 이르러 최대 수준이 되었다(Kõlves et al., 2013). Kõlves 등(2013)이, 소련이 붕괴한 1991년부터 2008년 사이 동유럽 국가 13곳의 자살률을 분석한 결과, 여러 요인들 중 실업은 남녀의 자살률과 양의 상관관계, GDP는 음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세계금융위기(Global Financial Crisis)에 대한 연구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창(Chang) 등(2013)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 발생으로 인해 이듬해인 2009년에 남성 자살자 수가 5124명이 추가로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이때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의 신입 회원국들(총 10개국, 말타를 제외하면 모두 동유럽 국가)의 남성 자살률은 13.3% 증가했다. 이에 비해 구 유럽연합 회원국들에서는 6.4% 증가했고 유럽연합 비회원 유럽 국가들에서는 변화가 없었다. 유럽에서 여성 자살률의 증가가 있었던 곳도 유일하게 유럽연합 신입 회원국들이었다(7.7%).

지금까지 살펴본 바로는 실업과 경기침체가 자살에 영향을 미치며, 특히 남성에게 그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업만으로 경제위기가 자살에 미치는 영향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경제위기로 인한, 보건 분야를 포함한 여러 분야에서의 공공재정 삭감, 일자리 불안정, 소득 감소, 부채 증가, 파산 등도 개인과 가족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Webb & Kapur, 2015). 따라서 자살을 예방하는 관점에서 경기침체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적절한 사회복지 정책과 기타 정책적 대응(적극적노동시장정책)이 필요하다(Milner, Morrell, & LaMontagne, 2014; Stuckler, Basu, Suhrcke, Coutts, & McKee, 2009).

라. 동향 이해에서의 고려 사항

다음과 같이 연구에 제약이 된 일부 사항들을 고려해야 한다. 자살 등록은 의료적, 법률적 사항들이 함께 고려되고 다양한 관계 기관들이 관여하는 복잡한 다단계 절차로 나라마다 서로 다르다(WHO, 2014). 따라서 공식 자살률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과 이로써 국가들을 비교하는 것에는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유럽 8개국의 자살 등록 제도와 실제를 분석해 보니 6개국에서는 법의학제도(Medico-legal system)를 사용하고 2개국에서는 검시제도(Coronial system)를 사용하고 있었다(P. Värnik, Sisask, Värnik, Laido, et al., 2010). 이들을 분석한 결과 두 제도 간의 뚜렷한 차이 외에도 같은 제도를 사용하는 나라들 간에도 큰 차이가 있었다. 연구 결과 법의학적 부검 실시율(forensic autopsy rates)이 각 국가의 자살률 통계의 타당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Kapusta et al., 2011). WHO(2014)가 보고한 대로 나라 간 데이터의 질에도 차이가 있다. 그러나 본 연구의 대상이 된 대부분의 동유럽 국가들은 포괄적 인구동태신고제(vital registration system)(15개국)를 갖추고 있었으며, 불가리아와 폴란드만 대상 범위가 좁거나 원인 불명 사망 비율이 높은 인구동태신고 현황을 보였다. WHO 사망률 데이터베이스에는 일부 국가들의 특정 연도들에 대한 정보가 없다. 게다가 자살로 보고되지 않았거나 실제로는 자살로 인한 사망이 사고사나 원인 불명 사망으로 분류되는 까닭에 자살률(Prevalence of suicide)이 낮게 추정될 가능성도 있다(P. Värnik, Sisask, Värnik, Yur yev, et al., 2010). 최근에 수행된 연구들의 결과를 보면 원인 불명 사망에는 자살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외부 사망 원인(external causes of death)이 포함된다(Björkenstam et al., 2014; Gray et al., 2014). 이에 따라 원인 불명 사망은 이 분석에 포함하지 않았다.

4. 나가며

동유럽 국가들의 자살률은 세계 다른 국가들보다 높았고 지금도 여전히 높다. 변동 폭이 큰 자살률과 매우 높은 여성 자살률 대비 남성 자살률이 이 지역의 특징이다. 알코올정책과 경제, 정치 상황이 자살예방 활동들과 함께 자살률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큰 변화를 겪은 동유럽을 살펴보면 사회적 차원에서 자살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여러 지역의 자살률은 계속 변하여 자살률이 가장 높은 지역이 바뀌어 왔다. 지난 50년간 한때 서유럽의 자살률이 가장 높았다가 그 현상이 동유럽으로 옮겨 갔으며, 이제 다시 동유럽에서 아시아로 옮겨 가고 있다(P. Värnik, 2012; World Health Organization, 2014).

1980년대까지 거의 30년간 헝가리는 세계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국가였으며(P. Värnik, 2012), 그 뒤를 1990년대 초부터 약 20년간 리투아니아가 이었다. 그러나 이제 헝가리와 리투아니아가 자살률을 주도하던 시대는 끝이 보인다. 오늘날엔 일부 고도산업국가들과 많은 중저소득 국가들에서의 청(소)년 자살이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Acknowledgement

번역: 라기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전문원

1)

번역자 주 – 페레스트로이카는 1986년 이후 소련의 고르바초프 정권이 추진하였던 정책의 기본 노선이다. 국내적으로는 민주화·자유화를, 외교적으로는 긴장 완화를 기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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