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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겨울호, 통권 3호 2017 겨울호, Vol.3

아이슬란드의 남녀 동일노동·동일임금 인증제

Equal Status and Equal Rights of Women and Men in Iceland

1. 노동시장에서의 여성 차별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여성이 교육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성취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지위는 남성에 비해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OECD)가 주관하는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조사(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PISA)에서 한국 여학생들은 이미 2012년부터 남학생들보다 우수한 성적을 냈다. 이제 대학 학위 취득률에서도 남녀가 다르지 않다(OECD, 2012). 2016년 OECD 통계에 따르면 OECD 국가의 여성(40%)은 남성(30%)보다 취학률이 더 높으며, 여성은 세계 노동인구의 약 40%를 차지한다(OECD Gender Data Portal, 2017). 이러한 긍정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남녀 차별의 구조적 장벽은 아직 허물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여성의 교육적 성취가 노동시장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최근 들어 남녀 차별을 분석할 때 취업률, 노동인구 등 양적 지표뿐 아니라 임금, 직종, 고용 형태, 직장 내 복지 차이 등 질적 지표를 활용한 보다 체계적인 분석이 시도되고 있다. 오늘날 노동시장에서의 남녀 차별 실태를 보여 주는 주요 통계를 살펴보면 2016년 기준 전 세계 여성의 노동 참여율은 50%(남성 76%)이며, 이들의 임금 수준은 남성의 77%이다(ILO, 2016). 여성의 임금이 남성보다 낮은 이유는 여성의 노동 가치를 저평가하는 풍토와 여성의 직업이 남성과는 차별적으로 다른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유색인종이나 이민노동자의 경우 남녀 임금격차는 더 벌어지고, 자녀의 유무 또한 임금격차 확대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모성 불이익(motherhood penalty)과 부성 보너스(fatherhood bonus)’는 여성을 비공식 일자리, 임시 일자리, 시간제 근무직, 저임금 일자리로 내몰아 근본적인 임금격차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차별은 선진국보다 개발도상국에서 더 만연한다. 국제노동기구(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ILO)는 오늘날 양성평등의 추이로 볼 때 2086년 이전에 남녀 임금 차별을 철폐하는 것은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ILO, 2013).

2. 아이슬란드의 양성평등

아이슬란드의 남녀 동일노동·동일임금 인증제(Act on Equal Status and Equal Rights of Women and Men, no.10/2008) 도입은 국제사회에 큰 시사점을 던진다. 아이슬란드 양성평등의 역사는 1975년 10월 24일 “여성의 노동 없이는 아이슬란드 경제와 사회가 마비된다.”라는 구호 아래 진행된 세계 최초 여성 총파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녀 간 임금불평등과 불공정한 고용 관행에 항의해 당시 아이슬란드 여성 인구의 90%가 하루 동안 직장에 출근하지 않았으며, 가정에서도 가사일과 육아노동에서 손을 떼었다(Global Nonviolent Action Database, 2009). 다음 해 아이슬란드 의회는 아이슬란드 역사상 최초로 여성에게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는 성평등법(Gender Equality Act)을 통과시켰고, 이어서 양성평등이사회(Gender Equality Council)를 신설했다. 비록 성평등법으로 고용 차별과 임금 차별 해소에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이를 계기로 아이슬란드에서는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 개선에 큰 진전이 있었다. 이 법은 그로부터 4년 후인 1980년 아이슬란드에서 세계 최초로 여성 대통령(Vigdís Finnbogadóttir)이 선출되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아이슬란드의 성평등법에 영향을 받은 유엔은 1975년을 ‘국제 여성의 해’로 정했다. 아이슬란드는 2016년까지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하는 성격차지수(Gender Gap Index) 성적에서 144개국 중 8년 연속 1위를 차지하는 국가로 발전했다(World Economic Forum, 2016).

아이슬란드에서는 유치원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양성평등 교육을 지속적으로 하는데, 고등학교 교과과정에는 ‘페미니즘’ 과목이 포함된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여성 대졸자 비율이 남성보다 2배 정도 높을 정도로 여성의 교육 성취도가 크고, 전 세계에서 과학기술 분야의 여성 졸업생 비율도 가장 높다. 이러한 양상은 노동시장에도 비교적 잘 반영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유리천장 현상을 타파하기 위해 2013년에 직원 50명 이상의 기업은 임원의 40%를 여성으로 선정해야 하는 여성 임원 할당제를 법제화했다. 정치에서도 40% 이상의 여성 장관 비율을 유지하는 할당제를 도입했다.

3. 세계 최초의 남녀 동일노동·동일임금 인증제

비록 양성평등이 가장 잘 실현되는 국가로 칭송받는 아이슬란드이지만 여성은 여전히 남성보다 14∼18%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World Economic Forum, 2016). 1일 8시간 근무제에서 여성은 오후 2시 38분부터 무급으로 일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에 항의하기 위해 아이슬란드 여성 노동자들은 2016년 10월 24일 오후 2시 38분에 직장 밖에서 시위를 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 요구에 응답하여 2017년 세계 여성의 날인 3월 8일 근로자 25명 이상의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남녀 동일노동·동일임금 인증제를 의무화하자는 법안이 세계 최초로 아이슬란드 의회에 제출되었다(Iceland Ministry of Welfare, 2017). 과거 스위스나 미국의 미네소타주가 유사한 인증제를 도입한 적은 있지만, 공/사기업을 모두 포함하여 사업장 인증을 의무화한 사례는 아이슬란드가 최초이다. 아이슬란드 사회·평등부 장관 소르스테이든 비글륀손(Horsteinn Viglundsson)은 직장에서 양성평등을 실현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라며, 기업의 회계감사, 세무보고서 제출 시 남녀 동일노동·동일임금 인증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정책의 시행을 2020년까지 매듭짓겠다고 밝혔다(The Center for Gender Equality Iceland, 2017).

4. 시사점

아이슬란드가 1위를 차지한 세계경제포럼 양성평등지표에서 한국은 2016년 총 0.649점(아이슬란드 0.874점)으로 116위를 차지했다. 이는 2015년 점수(0.651점)에서 하락한 성적이다. 2016년 OECD는 국제사회가 겪고 있는 저성장의 해법으로 양성평등을 지목했다. OECD 연구에 따르면 현재 성 차별에 기반한 각종 불평등으로 인해 전 세계 소득의 16%인 12조 달러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으며, OECD 국가 내 남녀 평등한 노동 참여 실현만으로도 향후 20년간 12%의 GDP 증가를 달성할 수 있다(OECD, 2016). 건강하고 활발한 여성 노동 참여가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해 다수 국가들의 경제성장과 복지 활성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열쇠라는 말이다.

OECD가 조사를 시작한 2002년부터 남녀 임금격차 부문(gender wager gap)에서 한국은 14년째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어, 노동시장에 심각한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OECD, 2017). 한국 남녀 임금격차의 주원인은 성별, 고용 형태별 임금 차별이 심한 상황에서 노동조건이 가장 열악한 비정규직에 여성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통계에 따르면 2017년 3월 기준 전체 비정규직(822만 9000명)의 53.8%인 442만 8000명이 여성이다(한국노동사회연구소, 2017). 임금격차는 남성 정규직 임금(327만 원)을 100으로 봤을 때 남성 비정규직(174만 원)은 53.4, 여성 정규직(218만 원)은 66.8, 여성 비정규직(116만 원)은 35.4로 집계되었다. 가파른 인구 감소가 예측되는 현재 이로 인한 국가 경쟁력 상실을 방지하기 위해선 한국 노동시장의 근본적인 문제 파악을 기반으로 아이슬란드와 같은 선진 양성평등 정책을 지침서 삼아 한국의 경제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노동시장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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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사회연구소. (2017). 대기업 비정규직 규모(2017년 3월). http://klsi.org/node/8767에서 2017. 10. 24. 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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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Nonviolent Action Database. (2009). Icelandic women strike for economic and social equality, 1975. https://nvdatabase.swarthmore.edu/content/icelandic-women-strike-economic-and-social-equality-1975에서 2017. 10. 23. 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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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2013). Equal Pay – An Introductory Guide. http://www.ilo.org/wcmsp5/groups/public/---dgreports/---dcomm/---publ/documents/publication/wcms_216695.pdf에서 2017. 10. 22. 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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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2016). Women at Work – Trends 2016. http://www.ilo.org/wcmsp5/groups/public/---dgreports/---dcomm/---publ/documents/publication/wcms_457317.pdf에서 2017. 10. 22. 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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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2012). Closing the Gender Gap – ACT NOW. http://www.oecd.org/gender/Closing%20the%20Gender%20Gap%20-%20Korea%20FINAL.pdf 에서 2017. 10. 22. 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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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enter for Gender Equality Iceland. (2017). GENDER EQUALITY IN ICELAND 2017. http://jafnretti.is/D10/_Files/Gender_Equality_in_Iceland_2017.pdf에서 2017. 10. 22. 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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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Economic Forum. (2016). The Global Gender Gap Report 2016. https://reports.weforum.org/global-gender-gap-report-2016/economies/#economy=ISL에서2017. 10. 23. 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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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Economic Forum. (2016). Ten Years of the Global Gender Gap. http://reports.weforum.org/global-gender-gap-report-2015/report-highlights/에서 2017. 10. 23. 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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