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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여름호, 통권 29호 2024 여름호, Vol.29

OECD 보건체계1)성과평가를 위한 새로운 개념틀

A New Conceptual Framework for Assessing the Performace of OECD Health Systems

1. 들어가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 통계는 국가의 의료체계를 비교할 때 유용하게 활용된다. 최근 의대 증원 논란의 중심에 등장하는 ‘인구 천 명당 의사 수’, ‘전문의와 일반의의 봉급 수준’뿐 아니라 의료의 질적 수준을 평가하는 ‘회피가능사망률’, 국가의 의료비 총량을 나타내는 ‘경상의료비’ 등이 대표적이다.

OECD 통계가 많이 인용되는 이유는 국가 간 비교 가능성이 있는 정량 지표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OECD는 각국의 제도를 통일성 있게 비교하기 위해 ‘보건체계’에 대한 이론적 밑그림을 그리고 이를 국제적으로 합의한다. ‘보건체계’를 이론적으로 개념화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은 세계보건기구(WHO)와 OECD를 중심으로 활발히 이루어져 왔는데, 그중 OECD의 보건체계 성과평가(HSPA: Health System Performance Assessment) 개념틀이 가장 대표적이다. HSPA 개념틀은 OECD 회원국의 보건체계 내 각 요소를 세밀하게 비교 분석할 수 있는 이론적 기틀을 제공하며 최근 보건 체계 국제 비교에 있어 활발히 참고되는 ‘OECD 한눈에 보는 보건의료(Health at a glance)’ 의 고갱이와 같은 역할을 한다.

2024년 1월 OECD는 HSPA 개념틀의 개편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기존에 활용되던 HSPA 개념틀을 약 10년 만에 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그 의미가 크다. 최근 국제사회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과 더불어 전쟁, 기후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보건체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목도하였다. 이에 따라 기존 HSPA 개념틀에서 담지 못하던 보건체계의 추가적 영역에 대한 국제 비교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이번 개편은 그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보건체계의 회복탄력성,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2000년대 초반에 개발되어 2015년부터 지금까지 활용된) 기존의 HSPA 개념체계를 확장 및 재개편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꾸준히 강조해 왔으나 여전히 보건체계 논의에서 깊게 다뤄지지 못하는 ‘사람 중심의 의료 (People Centered Healthcare)’를 전면적으로 내세운다.

이 글은 2024년 발표된 OECD의 HSPA 개념틀 개정에 관한 논의를 짚어보고 OECD가 제시한 새로운 개념틀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보건체계 성과평가 개념틀을 둘러싼 국제 동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2. 새로운 HSPA 개념틀 개발 배경

OECD는 회원국의 보건체계를 체계적으로 비교 분석하고자 2000년부터 OECD 보건 의료질지표 전문가그룹(OECD’s Health Care Quality Indicators expert group, Health Care Quality and Outcomes Working Party 의 전신)을 중심으로 보건체계 개념틀 개발에 착수한다(OECD, 2024). 그리고 2001년 첫 번째 ‘한눈에 보는 보건의료(Health at a glacne)’ 를 발간한다. 당시에는 보건체계를 개념화한 틀을 명확하게 갖추지 못하고 있었으나, 2006년 발표한 보고서 ‘Conceptual Framework for the OECD Health Care Quality Indicators Project’(Kelley & Hurst, 2006)에서 제시하는 보건체계를 평가하기 위한 개념틀2)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해당 보고서는 보건체계의 성과를 평가하기 위한 개념틀을 개발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데, 핵심적 의료의 질 영역을 ‘효과성’, ‘환자의 안전성’, ‘반응성/환자 중심성’으로 제시한다. OECD는 2015년 전문가 델파이조사를 거쳐 개념틀을 한 차례 더 개정(Carinci et al., 2015)하고 이를 HSPA 개념틀로 명명한다(OECD, 2015). 그리고 해당 개념틀은 가장 최근 발표된 ‘한눈에 보는 보건의료 2023’에도 활용되었다.

하지만 올해(2024년) OECD는 ‘보건체계 성과평가 재고(再考)-개념틀 개편(Rethinking Health System Performance Assessment-A Renewed Framework)’을 발간하며 2015년 이후 유지하던 보건체계 성과평가 개념틀의 변화를 예고했다. 보건체계가 사람들의 요구와 기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사회적 여건과 급속하게 변화하는 환경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고령화, 디지털화, 기후변화 등 환경의 급속한 변화가 보건체계 성과평가 개념틀 개편의 동인이 되었다.

이 보고서에는 보건체계를 비교 가능하도록 개념화하던 틀을 갱신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따라서 이번 HSPA 개념틀의 개편은 2015년부터 지속해 온 보건체계 개념틀을 수용하되, 보건체계가 국민의 필요와 선호를 반영하는지를 더욱 강조하는 한편, 최근 국제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코로나19 대유행과 전쟁에도 회복탄력성이 있는지, 재정적 지속가능성은 확보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는다.

새로 제시된 OECD의 HSPA는 다음([그림 1])과 같다. 기존 HSPA와 차별화된 지점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환경, 사회와 인구, 경제와 상업적 맥락 즉 보건체계를 둘러싼 환경을 더 이상 보건체계와 건강 수준을 결정하는 원인으로만 기술하지 않는다. 기존의 HSPA는 보건체계의 구상과 정책적 맥락 등에 대한 중요성을 뚜렷하게 강조하지 않았다. 하지만 새로 제시된 개념틀에서는 환경, 사회와 인구, 경제와 상업적 맥락이 보건체계, 건강 수준과 상호작용을 이룬다는 것을 추가로 도식화하였으며 그 중요성을 부각하였다. 둘째, 국민의 필요와 선호를 제도의 중심에 배치해 그 가치를 강조한다. 2017 년 OECD meeting of Health Ministers (OECD 보건장관회의)에서 채택된 PCHS(People- Centered Health Systems) 개념틀(OECD, 2021)3)을 포괄함으로써 사람 중심성(People-Centred)을 한 층 더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보건체계의 지속가능성을 하나의 큰 축으로 추가하면서 동시에 보건체계 전 영역에 걸쳐 관련이 있는 교차 영역(Cross-cutting)으로서 효율성, 형평성, 회복탄력성을 구분하여 개념틀을 보다 정교화하였다. 영역별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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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개정된 OECD HSPA 개념틀

GSSR-29-1-129_F1.tif

자료: OECD. (2024). Rethinking Health System Performance Assessment: a renewed framework.

3. 새로운 OECD 보건체계 성과평가 (HSPA) 개념틀 구성 요소

가. 개인과 인구집단의 건강(Individual and population health)

모든 보건체계의 궁극적 목적은 국민의 건강 수준 향상이다. 따라서 당연히 보건체계의 결과로서(혹은 성과로서) 인구집단의 건강 수준을 측정한다. OECD는 이를 측정하기 위한 주요 지표로 출생 시 기대수명(Life expectancy at birth), 사망률(Mortality rate), 초과사망률 (Excess mortality), 예방 및 치료가능 사망(Preventable and treatable death), 질병 등 상세 사망률(Disease or condition specific mortality), 출생 시 및 65세 건강수명, 만성질환 유병률(Chronic condition), 주관적 건강 수준(Self-rated health)을 제시한다.

나. 사회인구학적, 경제・상업적, 환경적 여건(Socio-economic, demographic, economic and commercial, and environmental conditions)

사회인구학적, 경제적, 환경적 여건은 보건체계에 영향을 미치면서, 상호작용하는 광범위한 요인이다. 예컨대 의료인력에 관한 정책은 국가별 연령구조에 따라 다르며, 고령화된 국가일수록 사회복지・의료인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 또한 경제 영역의 상업적 활동은 국민의 건강에 직간접적으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OECD는 이러한 외부적 요인이 사람들의 건강과 보건체계의 성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파악하면서 동시에 보건체계가 환경, 경제, 상업, 사회적 맥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음을 추가적으로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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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개정된 OECD HSPA 개념틀 영역별 주요 지표
영역 주요 지표 등
개인과 인구집단의 건강 기대수명, 사망률(초과, 예방 및 치료 가능, 질병별), 건강수명, 만성질환 유병률, 주관적 건강 수준 등
사회인구학적, 경제적 환경적 여건 기후 및 환경 변화 환경 및 공기의 질, 환경 기인 사망률, 기후변화에 따른 초과 사망률, 온난화에 따른 입원 및 응급의료 이용 등
경제・사회적, 상업적 요인 제약 R&D 기업투자 비용과 건강 관련 R&D 비용, 전체 고용 대비 보건 및 사회인력 비중 등
건강위험요인 흡연율, 1인당 알코올 소비량, 비만율, 공기오염으로 인한 사망
보건의료 서비스와 공중보건 개입 국민 필요도와 선호 목소리 의사결정 체계 참여 정도 등
선택권 의료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선택권, 경제적 이유로 인한 미충족 의료 등
공동생산 환자가 이해하기 쉽게 제공되는 정보의 비중, 환자가 받을 의료서비스에 대한 정보 제공 비중 등
통합 일차의료의 디지털 활용 수준, 일차의료 제공자의 전자의무기록 사용 비중, 의료서비스 간 연계에 있어 문제가 있었던 환자의 경험 등
존중 진료 시 담당 의사에게 충분한 시간을 할애받은 환자의 비중, 의사와 간호사로부터의 존중 경험 등
접근성 의료보장 인구 비중, 재정적 보장 비중, 서비스 보장 비중 등
의료 질 효과성 입원 회피가 가능한 질환의 입원율 등 일차의료 효과성 지표, 심근경색 30일 사망률 등 이차적 의료의 효과성 평가 지표 등
안전성 항생제 처방률 등 일차의료 안전성 평가지표, 수술 후 이물질 잔존 비율 등 이차의료 평가지표
보건체계 자원과 특성 및 정책 지출과 재정 국민보건계정 지표
인력 의사, 간호사 등 면허자수 및 활동인원 등
데이터 비대면진료 횟수, 일차의료 의사의 전자의무기록 활용 비율 등
기술 및 의약품 의약품 소매 시장 지출 규모, 치료(급성기) 병상 점유율 등
지식과 혁신 인구 10만명당 임상시험 수 등
거버넌스 의료보장 특성, 보건의료서비스 제공 인력에 대한 보상 수준 등
교차 영역 효율성 보건의료지출 대비 치료가능사망률 등 보건의료 체계 전반 효율성, 입원일수 및 입내원일수, 의약품 가격 비교 등
형평성 건강 형평성, 건강결정요인 형평성, 의료서비스 이용의 형평성, 미충족의료의 형평성, 재정 부담의 형평성, 성별 형평성 등
회복탄력성 검체검사 역량, 취약계층 수준, 국가적 대응 전략 등
표내용 연평균 1인당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및 공공보건지출 증가율, GDP 대비 장기요양 및 보건의료지출 공공 지출 전망 등

자료: OECD. (2024). Rethinking Health System Performance Assessment: a renewed framework.

한편 이번에 개편된 HSPA 개념틀에는 주로 기후변화와 관련한 보건체계 현안을 담는다. OECD는 공기의 질(Environment and air quality), 기후변화와 관련한 사망률 변화 관련 지표를 회원국에 신규 수집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기온 상승, 공기 질 악화에 따른 입원 및 응급 의료이용 변화와 기온 및 환경 변화에 기인한 질환 등 추가 모니터링을 제안한다.

다. 국민 필요도와 선호(People’s needs and preferences)

OECD는 사람 중심성(people-centered)을 강조한 2017년 OECD 보건장관회의(OECD meeting of Health Ministers)의 결과를 반영하여, 새로운 개념틀 정중앙에 ‘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요구와 선호(People’s needs and preferences)’를 배치하였다. OECD는 이번 개편에서 PCHS 개념틀을 활용하였다. PCHS는 해당 영역을 목소리(Voice), 선택(Choice), 공동생산(Co-production), 통합(Integration), 존중(Respecfulness) 등으로 세분하고 각각의 세부 영역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제안한다.

첫 번째 영역인 목소리(voice)는 의료체계가 얼마나 국민의 의견을 청취해 수용하는지를 의미한다. OECD는 의료체계 관련 의사결정에 있어 국민의 참여도를 평가하도록 제안한다. 두 번째 영역인 선택(choice)은 환자의 선택권을 의미하며 경제적 이유로 인한 접근성의 제한은 없는지, 의료서비스 제공자를 선택하는 데 제약이 있지는 않은지 평가하도록 제안한다. 세 번째로 공동생산(co-production) 영역에서는 환자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고 건강문해력이 확보된 국민이 의료서비스 생산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있는지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네 번째로 통합(integration) 영역에서는 디지털 기술, 전자의무기록 및 의료 및 사회 영역을 포함한 돌봄(care)의 연계 수준을 평가하도록 제안하며 마지막 영역인 존중(respectfulness)에서는 각 환자에 대한 의료인의 집중도, 서비스 제공의 형평성, 환자의 존중 경험 등을 모니터링하도록 제안한다.

라. 보건체계 자원과 특성 및 정책 (Health systems resources and characteristics and policies)

이 영역에서는 구조적인 요소를 다룬다. 즉 보건체계가 기능하는 데 필요한 투입과 의료체계가 작동하는 기전을 포함한다. 이를 세분화하면 지출과 재정(Expenditure and Financing), 인력(Workforce), 데이터(Data and Digital), 기술 및 의약품(Technologies and Pharmaceuticals), 지식과 혁신 (Knowledge and Innovation), 거버넌스(governance) 등 6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지출과 재정 관련 영역에서는 SHA(System of Health Accounts)가 제시하는 표준에 따라 의료서비스 지출과 자금 조달 관련 지표를 국제적인 관점에서 비교한다. 경상의료비 등 각국의 의료비 지출 규모를 작성하는 작업이 이에 해당한다. 둘째, 의료인력과 관련해 OECD는 새로운 의료 기술의 발전 및 변화에 잘 적응한 보건인력의 수요가 높아질 것이란 점과 인구 고령화와 함께 의료인력의 고령화가 이루어져 의료인력이 부족해질 것이란 점을 강조한다. 셋째, 데이터 관련 영역은 건강 데이터(health data) 수집 인프라, 보안, 데이터 관리 내용을 담고 있다. 점차 발전하는 디지털 시대와 조응하는 보건체계를 조명 한다. 넷째, 기술 및 의약품 관련 영역에는 신약 출시에 따른 가격 상승과 예산 부담,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 보장 범위 및 가격 결정, 임상 지침 수립 등의 내용이 있다. 국내에서도 수차례 논의되고 있는 고가 약제의 보장성 등에 관한 내용이 담긴다. 다섯째, 지식과 혁신의 영역을 새롭게 개념틀에 추가하였다. OECD는 지식과 혁신이 보건체계의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의료서비스 전달, 공중보건 전략, 보건체계의 발전을 주도하고 원격의료 및 진단 기술 등의 혁신을 도모하며 궁극적으로 입원 감소, 환자의 건강 개선을 견인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여섯째, 거버넌스 영역에서는 보건체계의 역량, 조직 구조의 설계, 자금 조달 체계, 환자 참여를 위한 메커니즘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요소를 다룬다.

마. 보건의료 서비스와 공중보건 개입 (Healthcare services and public health interventions)

이 영역은 치료, 장기요양, 정신건강 관리, 완화의료 등 의료서비스뿐 아니라 검사, 예방접종, 공중보건 캠페인과 같은 예방 및 건강 증진을 포괄한다. 특히 개인 단위가 아닌 광범위한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한 공중보건 서비스의 개입까지 다룬다는 특징이 있다. 서비스 성과에 대한 평가는 접근 및 보장 (Access and coverage)과 의료서비스의 질(Quality)로 구분할 수 있는데 접근 및 보장은 지리적 위치, 재정 상태 또는 사회・문화적 배경에 관계없이 개인이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과 건강에 대한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의료서비스의 질은 의료서비스의 표준에 따랐는지와 그 서비스의 효과가 좋았는지에 중점을 두고, 환자의 안전을 지키며 증거에 기반한(evidence-based) 의료를 확립하도록 보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영역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개선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의료 격차를 해결하고 보건체계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OECD는 강조한다. 다만 기존 HSPA 개념틀과 다르게 신규 개념틀 에서는 보건의료서비스의 질 중 한 영역으로 반응성 및 환자 중심성을 제시하기보다 해당 영역을 별도의 영역으로 구분하였다. 또한 각 영역은 일차, 이차적 의료 등과 같은 의료 서비스 제공체계의 구분에 따라 세분해 지표를 제안한다.

바. 네 가지 교차 영역(Four cross-cutting dimensions)

‘교차(cross-cutting)’ 영역은 형평성(equity)과 효율성(efficiency), 회복력(resilience)과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으로 구성된다. 해당 영역은 특정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차원과 연관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가령 ‘형평성’이라고 지칭되는 성과는 의료서비스의 제공뿐 아니라 자원의 생산 및 배분, 건강 수준 등 다양한 영역에서 평가가 가능하다. 따라서 교차 영역으로 지정된 영역은 보건체계의 단순한 구조적 영역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보건체계 전반에 걸쳐 평가될 수 있는 영역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첫째, 형평성은 다양한 사회・경제적 그룹에 속하는 인구집단에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자원의 할당, 인구집단에 따른 의료 서비스 질/접근성/건강의 차이를 내포한다. 예컨대 당뇨병의 입원율과 같은 의료서비스 질의 지표도 인구집단별로 구분할 때 형평성 지표가 될 수 있다. 둘째, 의료서비스의 효율성을 측정하는 것은 자원을 최소한으로 활용 하면서 목표를 달성하는 정도를 평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보건체계의 결과와 투입물을 비교한다. 보건체계의 효율성을 향상하는 것은 한정된 예산과 증가하는 의료 수요의 균형을 도모하기 위한 정책 목표다. 셋째, 회복력은 코로나19 등 극단적인 외부 충격에서, 각 영역의 성과가 지속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해당 영역은 보건체계 내부 요인(대응 역량, 물리적 자원, 인력, 정보시스템)과 그 이외의 요인(건강의 사회・경제학적 결정요인 등)을 점검하는 내용을 담는다. 넷째, 지속가능성은 보건체계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의 측면, 즉 정부가 장기적으로 신뢰성 있게 적절히 공공 재정을 유지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미래 세대의 권한을 침해하지 않고 현재의 요구를 충족하는 것을 포함한다. 기후변화의 맥락과 같은 환경적 지속가능성뿐 아니라 다차원적인 영역을 망라한다.

교차 영역에 대한 OECD의 관심이 높은 만큼 이를 측정하기 위한 지표를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이지는 않다. 다만 OECD는 지속적으로 해당 영역의 측정 및 모니터링하기 위한 체계를 개발하고 있어 추가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OECD와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 WHO 유럽사무소는 공동으로 보건의료체계의 회복탄력성을 평가하기 위한 핸드북을 발표하였다(OECD/European Observatory on Health Systems and Policies, 2024). 이같은 노력은 향후 국제사회에서 활발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4. 나가며

지금까지 보건체계 성과평가 개념틀 구축을 위한 OECD의 노력을 간략히 정리하고 최근 OECD에서 새롭게 제시한 HSPA 개념틀을 살펴보았다. 최근 HSPA의 개정 내용을 검토하면 크게 세 가지의 국제사회 논의 동향을 엿볼 수 있다. 이 글을 마무리하며 국제 사회의 논의가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를 정리해 본다.

첫째, 코로나19 등 신종 감염병의 확산, 전쟁, 기후변화 등 보건체계를 위협하는 다양한 요소에 대한 국제사회의 위기의식이 고조 되고 있다. 감염병에 이어 홍수와 화재, 전쟁 등 다양한 외재적 충격은 보건체계의 기능을 현저히 저하시킨다. 보건체계가 아무리 우수하다 하더라도 예측할 수 없는 위기(outbreak) 발생 시 적절히, 빠른 시간 내에 대응하지 못 한다면 국민의 건강은 심각한 위험에 노출된다. 이에 대한 고민은 비단 국제사회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도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최근 정쟁이 되고 있는 의료파업 또한 보건체계의 위기를 심화한다. 우리나라가 이런 다양한 위기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보건체계 구축에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둘째, 우리 사회의 보건체계가 앞으로도 지속가능할지에 대한 우려도 내비친다. 고령화는 세계적 추세다. 한편 재정을 부담해야 하는 인구는 감소한다. 보건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재정의 균형이 위태롭다는 의미다. 저출산 고령화가 심화하고 있는 우리나라에는 더욱 경종을 울린다. 인구구조와 질병구조 변화 속 재정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충분한지 되새겨 봐야 한다.

한편 OECD는 보건체계가 더욱 사람(국민) 중심으로 구축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담고 있다. 여전히 보건체계가 공급자 중심으로 운영됨을 지적한다. 보건체계를 구성하고 운영해 나가는 데 국민과 환자의 목소리를 듣기보다 전문가의 권위에 의지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보건체계가 국민을 중심으로 구축될 수 있도록 의사결정 구조를 개편하고, 환자의 선택권을 존중하며, 환자와 서비스 공급자가 협력하고, 분절된 서비스를 통합 연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또한 이 같은 요구에 응하기 위해 전향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Notes

1)

OECD는 보건체계(Health system)와 보건의료체계(Healthcare System)를 구분해 왔다. 새로운 HSPA 개념틀에서도 두 개념이 구분되긴 하지만 그 영역의 경계선은 상대적으로 옅어졌다.

2)

현재 OECD에서 활용하는 HSPA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다.

3)

The People-Centred Health Systems(PCHS) Framework는 2021년에 최종 개발되었으며, 보건의료체계를 평가하기 위한 5가지 (Voice, Choice, Co-production, Integration, Respectfulness) 차원을 제시하였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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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inci F., Van Gool K., Mainz J., Veillard J., Pichora E. C., Januel J. M., Arispe I., Kim S. M., Klanzinga N. S., Haelterman M., Meeus P., Lacroix J., Cenek J., Barsøe C. R., Grau K., Rooväli L., Hämaläinen P., Garcia V., Grenier C., Le Cossec B., Raleigh V. (2015). Towards actionable international comparisons of health system performance: expert revision of the OECD framework and quality indicators. International Journal for Quality in Health Care, 27(2), 137-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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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2015). 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Health at a Glance 2015: OECD Indicat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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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OECD. (2024). 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Rethinking Health System Performance Assessment: A renewed framework, OECD Health Policy Stud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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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European Observatory on Health Systems and Policies. (2024). 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Strengthening Health Systems: A Practical Handbook for Resilience Testing, OECD Publis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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