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메뉴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2023년 겨울호, 통권 27호 2023 겨울호, Vol.27

뉴질랜드 웰빙 예산1)

Wellbeing Budget in New Zealand

Abstract

In a move questioning the sustainability of the growth-centered capitalist mode of production, New Zealand officially named its national budget the Wellbeing Budget, which marks the first instance of any nation taking such action. This article examines New Zealand’s Wellbeing Budget in terms of framework, wellbeing indicators, the goals and items that it consists of, what changes it has brought to government spending, the values it imparts to social welfare, and the outlook it has for future budgeting. The naming in itself, an official manifestation, in a way, of the notion that the national budget in its essence and purpose is less about pursuing growth and more about making people happier, is an achievement enough to merit high regard for having made fundamental perspectival changes to approaches to national budgeting. It is time to assess how significantly the Wellbeing Budget has changed the lives of people in New Zealand. New Zealand's actions may provide implications for the Korean welfare state, which lacks a link between fiscal policy and quality of life indicators.

초록

경제성장에 경도된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문제 제기의 일환으로, 뉴질랜드 정부는 현대 국가 중에서 최초로 국가의 공식 예산을 ‘웰빙 예산(Wellbeing Budget)’으로 명명하였다. 이 글에서는 뉴질랜드 웰빙 예산의 프레임워크와 웰빙 지표, 내용(목표와 예산 항목) 그리고 사회복지 가치, 예산 정책 수립, 재정 전망 차원에서의 의의를 살펴본다. 예산의 본질이자 목표는 성장보다 행복 추구라는 국가의 공식 선언만으로도, 예산 접근에 대한 근본적 시각 변화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이제 웰빙 예산이 뉴질랜드인의 삶을 의미있게 변화시켰는지를 평가해 볼 때이다. 뉴질랜드의 행보는 재정 정책과 삶의 질 지표 간 연계가 미흡한 한국 복지국가에 함의를 제공해 줄 수 있다.

1. 들어가며

행복이 아닌 경제성장에 경도된 자본주의 생산양식을 비판하며, 뉴질랜드는 현대 국가 중에서 최초로 국가의 공식 예산을 ‘웰빙 예산(Wellbeing Budget)’으로 명명하였다. 예산의 본질이자 목표는 성장보다는 행복을 추구하는 데 있다는 선언인 것이다.

뉴질랜드 웰빙 예산은 친복지정치의 등장과 무관하지 않다. 국가 재정의 운영 목표를 웰빙으로 공식화한 개혁의 배경은 정치 주체의 변화로 설명할 수 있다. 정치 주체의 변화는 친복지동맹의 확대와 웰빙 예산의 도입을 가져왔던 것이다. 친복지정치 중심에 있는 리더와 정당 권력을 통해 웰빙의 사회적 가치가 확산되고, 웰빙 예산이 현실화 및 지속화되고 있다. 그 중심에 저신다 아던이 있다. 요컨대, 진보의 리더로서의 아던과 그녀를 중심으로 한 연립정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아던 총리는 국제사회주의청년연맹(IUSY: International Union of Socialist Youth) 의장 출신이며, 진보적 가치를 현실 정치에 실현시키고자 하였다. 그 결과 만 37세에 역대 최연소 당대표를 지냈으며, 연립정부 수립 이후 최연소 총리에 취임하였다. 2020년 10월 총선에서 아던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New Zealand Labour Party)은 120석 중 65석을 얻어 1996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후 처음으로 단독 과반을 획득하였고, 아던 총리는 재선에 성공하였다. 친복지정치의 힘으로 노동당이 집권한 2020년부터 2023년 현재까지 웰빙 예산의 기조는 흔들리지 않고 진일보하고 있다.

뉴질랜드 정부는 2019년도 웰빙 예산(The Wellbeing Budget 2019)을 공포한 이후, 지금까지 매해 꾸준히 웰빙 예산을 발표하고 있다. 웰빙 예산은 어떤 틀을 통해 지표가 만들어지고, 어떤 내용을 담고 있으며 그것이 갖는 의의는 무엇일까? 이 글에서는 뉴질랜드 웰빙 예산의 프레임워크와 지표, 목표와 예산 항목 그리고 의의를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프레임워크와 웰빙 지표를 통해 뉴질랜드 웰빙 예산의 수립 과정 및 구조를 이해하고 목표와 주요 예산 항목을 파악함으로써 뉴질랜드 웰빙 예산의 내용을 파악한다. 다음으로 뉴질랜드 웰빙 예산이 어떠한 의의를 가지는지를 사회복지 가치에서의 의의, 예산 정책 수립에서의 의의, 재정 전망에서의 의의로 구분하여 논의해 보고자 한다.

2. 뉴질랜드 웰빙 예산의 프레임워크

뉴질랜드 웰빙 예산의 도입은 예산 정책 수립 과정의 변화를 동반하였다. 뉴질랜드 정부는 이 변화를 전통적 예산 정책 수립 과정(Traditional Budget Process)에서 웰빙 예산 정책 수립 과정(Wellbeing Budget Process)의 변화라고 하였다.

기존의 예산 정책 수립 과정은 ① 광범위한 차원에서 예산 결정의 우선순위에 대한 내각의 동의→② 부처 및 행정기관의 새로운 발안(發案)→③ 비용 대비 가치 및 우선순위의 전략적 선택에 중점을 둔 발안에 대한 재무부의 평가→④ 재무부 장관이 제안하는 최종 예산 패키지에 대한 내각의 동의→⑤ 최종 예산 보고서의 순이라고 할 수 있다(New Zealand Government, 2019a, p.6). 반면, 웰빙 예산정책 수립과정은 ① 증거기반 및 부처 간 협업과정을 통해 웰빙 예산의 우선순위에 대한 내각의 동의→② 다양한 세대의 웰빙 현황 및 웰빙 예산의 기대효과를 고려한 부처 및 행정기관의 새로운 발안→③ 생활 수준 프레임워크(Living Standards Framework)에 있는 영역 및 자본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발안 평가→④ 국무회의(Cabinet Committees)의 심의를 통해 웰빙 결과를 가장 잘 도출하는 최종 예산 패키지에 대한 내각의 동의→⑤ 뉴질랜드인의 웰빙 개선을 위한 예산의 영향을 포함한 최종 예산 보고서→⑥ 차후 예산 우선순위 결정을 위한 증거 기반의 정책 효과 분석 및 평가의 순이며, 이를 통해 다시 ①번부터 시작하는 순환적 구조를 갖는다(New Zealand Government, 2019b, p.6).

뉴질랜드 정부는 생활 수준 프레임워크를 통해 웰빙 지표를 발표하였는데, 웰빙 지표는 12대 웰빙 영역과 함께 4대 자본이 있다. 12대 웰빙 영역은 시민 참여 및 거버넌스, 문화적 정체성, 환경, 건강, 주거, 소득과 소비, 노동과 급여, 지식과 기술, 안전과 보장, 사회적 관계, 주관적 웰빙, 시간 사용 등이며 4대 자본은 금융 및 물적 자본, 인적 자본, 자연 자본, 사회 자본 등이다(New Zealand Covernment, 2019a, p.10).

새창으로 보기
표 1.

뉴질랜드 생활 수준 프레임워크의 웰빙 지표: 12대 웰빙 영역 및 4대 자본

대분류 소분류 지표
영역 시민 참여 및 거버넌스 투표율, 정부기관 신뢰, 부패 인식
문화적 정체성 마오리 언어 사용, 정체성 표현력
환경 대기의 질, 자연환경에 대한 접근, 수질(수영 가능성), 인지된 환경의 질
건강 건강한 기대수명, 건강 상태, 정신 건강, 자살률
주거 주거 밀도, 주거 비용, 주거의 질
소득과 소비 가처분 소득, 재정 상태, 소비
노동과 급여 실업률, 고용률, 시간당 급여
지식과 기술 교육 성취도(고등교육), 교육 성취도(중등교육 이하), 15세의 인지능력
안전과 보장 의도적 살인율, 가정 폭력, 작업장 사고율, 안정감
사회적 관계 사회적 관계망 지원, 외로움, 차별, 마오리족의 사법 연결성
주관적 웰빙 일반적인 삶의 만족, 인생의 목적의식성
시간 사용 여가와 자기돌봄, 유급노동, 무급노동
자본 금융 및 물적 자본 총순자산, 무형 순자산, 가계 순자산, 다원적 생산성(MFP: multifactor productivity), 순해외투자포지션(NIIP: net international investment position), 총크라운 순자산(total crown net worth)
인적 자본 교육 성취도(고등교육), 교육 성취도(중등교육 이하), 예상 교육 성취도, 비전염성 질병, 15세의 인지능력, 기대수명
자연 자본 자연 재해 통제, 기후 규제, 지속 가능한 식량 생산, 식수, 생물다양성 및 유전자원, 폐기물 관리
사회 자본 타인 신뢰, 부패 인식, 차별, 정부기관 신뢰, 소속감

3. 뉴질랜드 웰빙 예산의 내용: 목표와 예산항목

2019년 웰빙 예산 발표 이후 매해 뉴질랜드는 웰빙 예산이라는 제목으로 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 2019년도 뉴질랜드 웰빙 예산(The Wellbeing Budget 2019), 2020년도 웰빙 예산: 다함께 재건(Rebuilding Together), 2021년도 웰빙 예산: 안전한 회복(Securing Our Recovery), 2022년도 웰빙 예산: 안전한 미래(A Secure Future)가 발표되었다. 연도별 웰빙 예산안에는 예산안의 의미 및 웰빙 접근 방식, 웰빙 전망, 예산 우선순위, COVID-19 대응 결과, 아동 빈곤 현황, 경제 및 재정 전망 등을 담고 있다.

웰빙 예산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2019/2020 회계연도의 2019년도 뉴질랜드 웰빙 예산의 목표와 주요 예산 항목을 살펴보자. 2019년 5월 30일 뉴질랜드의 첫 번째 웰빙 예산인 ‘2019년도 웰빙 예산’이 국회에서 심의・의결되었다. 2019년도 뉴질랜드 웰빙 예산은 2018년 12월에 발표된 예산정책성명서의 우선순위를 고려하여 총 6가지 우선순위(2021년부터는 목표라는 용어로 변경)를 제시하였다. 그것들은 ①정신건강을 심각하게 고려(Taking Mental Health Seriously), ②아동 웰빙 개선(Improving Child Wellbeing), ③ 마오리족과 태평양 지역 주민의 열망 지원(Supporting Māori And Pasifika Aspirations), ④생산적 국가 건설(Building a Productive Nation), ⑤경제 전환(Transforming the Economy), ⑥ 뉴질랜드 투자(Investing in New Zealand) 등이다(The Treasury of New Zealand, 2019).

새창으로 보기
표 2.

뉴질랜드 웰빙 예산안 제목 : 2019~2022년

회계연도 공표 제목
2019/2020 2019년 5월 30일 2019년도 뉴질랜드 웰빙 예산 (The Wellbeing Budget 2019)
2020/2021 2020년 5월 14일 2020년도 웰빙 예산: 다함께 재건 (Wellbeing Budget 2020: Rebuilding Together)
2021/2022 2021년 5월 20일 2021년도 웰빙 예산: 안전한 회복 (Wellbeing Budget 2021: Securing Our Recovery)
2022/2023 2022년 5월 19일 2022년도 웰빙 예산: 안전한 미래 (Wellbeing Budget 2022: A Secure Future)

이러한 6가지의 우선순위는 각각 4가지 하위 예산 항목을 설정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New Zealand Government, 2019b, p.2). ①‘정신건강을 심각하게 고려’하기의 예산 항목으로는 첫째, 2023/2024 회계연도까지 32만 5,000명에게 새로운 정신건강 서비스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4억 5,500만 달러 지출, 둘째, 자살 예방 서비스에 4,000만 달러 증액, 셋째, 간호사 추가 채용으로 중고등학생 5,600명에게 서비스 제공, 넷째, 노숙인을 위한 1,044개의 새로운 주거 공간 제공 및 노숙인 2,700명에게 Housing First 프로그램 제공 등이 있다. ② ‘아동 웰빙 개선’의 예산 항목은 첫째, 가정폭력 및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3억 2,000만 달러 패키지의 일부로서 전문 서비스 제공, 둘째, 청소년 3,000명의 자립 생활 지원 등 국가 돌봄 아동의 악순환 끊기, 셋째, 소득 1~7분위 학생들의 부모가 기부를 요청할 필요가 없도록 재정 지원을 확대함으로써 가족의 재정 압박 해소, 넷째, 아동을 위한 주요 혜택 목록화 및 징벌적 급여 제한 해제를 통한 소득 증대 등이다. ③‘마오리족과 태평양 지역 주민의 열망 지원’의 예산 항목으로는 첫째, 건강 및 재범 감소에 초점을 둔 가족 안녕(Whānau Ora)을 위한 지원, 둘째, 마오리 및 태평양 민족 언어의 생존 및 번영 보장, 셋째, 태평양 지역 청년 2,200명 고용 지원 서비스 대상에 추가, 넷째, 류머티즘 열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1,200만 달러 프로그램 제공 등이 있다. ④‘생산적 국가 건설’의 예산 항목은 첫째, 스타트업 기업의 성장과 성공을 위한 3억 달러 기금 투자로 벤처기업 간 자본 격차 완화, 둘째, 저탄소 미래국가로 전환하기 위한 혁신 사업에 1억 600만 달러 투입, 셋째, 직업 교육 장려를 위한 2억 달러 배정, 넷째, 청년 2,000명에게 견습&급여 프로그램(Mana in Mah) 참여 기회 제공 등이다. ⑤‘경제 전환’의 예산 항목은 첫째, 뉴질랜드 철도공사(KiwiRail)에 10억 달러 이상 자금 지원, 둘째, 기후변화 문제 대응 목적의 과학 연구 투자를 통한 농민 지원, 셋째, 2억 2,900만 달러 패키지로 지속 가능한 토지 사용 장려, 넷째, 위험에 처한 담수의 수질 개선을 통한 깨끗한 물 공급 등이다. ⑥‘뉴질랜드 투자’의 예산 항목으로는 첫째, 향후 2년 동안 병원 환경 개선을 위한 17억 달러 투자, 둘째, 올해 학교 신축에 2억 8,700만 달러 및 향후 10년간 학교에 12억 달러 투자, 셋째, 5개의 지역보건위원회(DHB: District Health Board) 확대를 통한 장(臟) 검사 프로그램 확대, 넷째, 지역보건위원회에 29억 달러 투자를 통한 더 나은 건강서비스 제공 등이 있다.

연도별 웰빙 예산 목표(또는 우선순위)를 종합해 보면 연도별 항목은 2020년부터 6개에서 5개로 축소되고 핵심 이슈는 환경, 건강, 노동, 마오리족과 태평양 민족, 아동 등으로 동일해졌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예산 목표의 순서는 바뀌고 있는데 2021년에는 COVID-19 대응에, 2022년에는 주거 지원에 초점을 두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순서의 변경에 대해서 특별한 언급은 없다.

새창으로 보기
표 3.

뉴질랜드 웰빙 예산 목표 변화: 2019~2022년

구분 2019년 2020년 2021년 2022년
1 ■ 정신건강
정신건강을 심각하게 고려
■ 환경
기후 탄력적, 지속 가능한, 공해제한적 경제로의 전환 지원
■ 환경
COVID-19로부터 일상을 회복하는 가운데, 기후 탄력적, 지속 가능한, 공해 제한적 경제로의 전환 지원
■ 환경
기후 탄력적, 지속 가능한, 공해제한적 경제로의 전환 지원
2 ■ 아동
아동 웰빙 개선
■ 노동
모든 뉴질랜드 국민의 신기술 혜택 및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 지원
■ 노동
모든 뉴질랜드 국민과 기업의 신기술 혜택 및 혁신을 통해 COVID-19로 영향을 받은 일반노동자, 여성노동자, 청년노동자의 생산성과 임금 향상 지원
■ 건강
모든 뉴질랜드인의 건강 개선 및 COVID-19 최소화로 지역사회 보호 지원
3 ■ 소수민족
마오리족과 태평양 지역 주민의 열망 지원
■ 소수민족
마오리족과 태평양 지역 주민의 소득, 기술, 기회 향상 지원
■ 건강
모든 뉴질랜드인의 건강 개선 및 COVID-19 퇴치
■ 노동
모든 뉴질랜드 국민과 기업의 신기술 혜택 및 혁신을 통한 생산성과 임금 향상 지원
4 ■ 노동
생산적 국가 건설
■ 아동
아동 빈곤 감소 및 아동 웰빙 개선
■ 소수민족
마오리족과 태평양 지역 주민의 소득, 기술, 기회 향상 및 COVID-19 대응하기
■ 소수민족
마오리족과 태평양 지역 주민의 소득, 기술, 기회 향상 및 저렴하고 안전하며 안정적인 주택 지원
5 ■ 환경
경제 전환
■ 건강
모든 뉴질랜드인의 건강 개선 지원
■ 아동
아동 빈곤 감소 및 아동 웰빙 개선
■ 아동
아동 빈곤 감소, 아동 웰빙 개선, 저렴하고 안전하며 안정적인 주택 지원
6 ■ 건강인프라
뉴질랜드 투자

4. 뉴질랜드 웰빙 예산의 의의

가. 사회복지 가치에서의 의의

뉴질랜드 웰빙 예산은 사회복지 가치의 측면에서 의의를 갖는다. 그것들은 소득보다 웰빙 가치 강조, 지역사회에서 사회연대 가치 지향, 소수자의 주체 되기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소득보다 웰빙이 뉴질랜드 사회에서 중요 가치가 되어야 한다고 선언한 점은 복지국가의 발전에 있어서 획기적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역사상 최초로 국가적 차원에서 경제보다 ‘웰빙’을 강조하면서, 예산 명칭을 ‘웰빙 예산’으로 명명한 것은 획기적 변화라고 평가할 수 있다. 정부의 공식 문서에서 “한 나라가 경제적으로 번영하고 있다고 하여 모든 것이 잘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규정하며, 기존 예산은 아동 빈곤, 불평등, 기후변화 등에 대응하지 못하였다고 결론 내렸다(New Zealand Government, 2019a, p.5). 즉 경제적 접근으로는 국가가 봉착한 사회적・환경적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다. 뉴질랜드인의 웰빙 향상을 위해서는 사회구조적 문제 해결이 요청되는데, 사회 정책(웰빙 정책)과 경제 정책(예산 정책)의 통합적 설계라고 할 수 있는 ‘웰빙 예산’을 통해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을, 국가적 차원의 정책적 노력으로 보여 준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나아가 웰빙 예산에서의 웰빙은 단순히 주관적 행복감이 아니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웰빙 예산에서의 웰빙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목적, 삶의 균형, 인생의 의미를 깨닫고, 개인이 가치를 두고 있는 삶을 자유롭게 추구하고 이루는 과정에 주목한다. 돈보다는 인간의 본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합리적인 선택, 즉 경제적 이해타산에 따라서 인간 행동이 결정된다는 ‘합리적 선택 이론’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 오히려 ‘사회복지사 윤리강령’에 있는 인본주의, 평등주의, 인간의 존엄성, 천부적 자유권, 사회정의, 자유, 민주주의를 떠올리게 한다. 그것도 국가적 차원에서 말이다.

둘째, 지역과 마을에서 참여를 통해 사회연대의 가치를 지향한다는 점도 평가할 만하다. 2022년 웰빙 예산 수립 과정에서 주민 참여를 통해, 주민 의견이 실제 반영되었다. 대표적으로는 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그들의 삶과 지원 정책에 대한 더 큰 선택권과 통제권을 제공하는 지역사회 기반의 Enabling Good Lives의 도입 과정에서, 장애인 커뮤니티(tangata Whenua) 및 장애인 마오리 커뮤니티(tangata whaikaha)가 웰빙 예산 계획 수립의 전반적인 접근 방식과 실행에 대한 강력한 의견을 제시하였다(New Zealand Government, 2022b, p.11). 그리고 그 의견은 연대의 관점에서 반영되었다. 정부는 이러한 주민 참여를 지속적으로 보장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향후에도 마오리족이 제안했던 정렬되고 조정된 방식으로 일하기(kotahitanga), 소속감 및 경험 공유를 통한 끈끈한 관계 맺기(whanaungatanga), 환경 보호 및 책무 갖기(tiakitanga)를 비롯한 다른 원칙들도 적용할 계획이다(New Zealand Government, 2022a, pp.17~19). 특히 이러한 주민 참여가 주류집단이 아니라 소수민족으로부터 제안되었다는 점에서 사회연대 차원에서도 의의를 갖는다.

셋째, 마오리족 및 태평양 지역 주민 등 소수자의 주체 되기 과정도 의미 있는 변화이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웰빙 예산의 우선순위로서 마오리족 및 태평양 지역 주민을 위한 웰빙이 유지되어 왔다. 기존에도 이들을 위한 예산은 할당되었지만, 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소수민을 위한 재정전략(The Fiscal Strategy)을 우선순위에 두었다는 것이다(New Zealand Government, 2019b, p.121). 또한 프레임워크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소수민의 삶의 방식을 반영하였다는 점에서도 교훈을 찾을 수 있다. 웰빙 예산 2022를 개발할 때, 마오리족의 ‘삶의 방식(He Ara Waiora)’을 마오리족을 위한 사업뿐만 아니라 전체 예산 패키지에 반영하였는데, 주요 반영 원칙은 올바른 절차에 따라 결정하기(tikanga 원칙) 및 모든 뉴질랜드인을 위한 웰빙 향상에 집중하기(manaakitanga 원칙)였다(New Zealand Government, 2022b, pp.10~11).

나. 예산 정책 수립에서의 의의

뉴질랜드 웰빙 예산은 사회복지 정책의 결정 과정 측면에서 의의를 갖는다. 그것들은 예산 정책 수립 과정의 변화, 프레임워크의 구축, 프레임워크의 지속적 개선이다.

첫째, 뉴질랜드 웰빙 예산의 도입이 예산 정책 수립 과정을 변화시켰다는 점에서 함의가 있다. 예산 정책 수립 과정의 변화는 다양한 의의를 가지는데, 첫째, 예산 수립의 전 과정에서 웰빙을 최우선 논의 주제로 삼는다는 점이다. 둘째, 예산 수립의 주무 부처가 주도하여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부처가 동등한 지위에서 협업을 통해 예산을 수립한다는 점이다. 셋째, 예산이 웰빙에 미치는 효과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기초 위에서 증거 기반의 예산안을 수립한다는 점이다. 넷째, 단선적 모델에서 순환적 모델로 변화시킴으로써 매해 연속성을 갖는다는 점이다.

둘째, 웰빙 예산을 모니터링하고 평가할 프레임워크가 구축되어 있다는 점이다. 뉴질랜드는 2018년 버전의 생활 수준 프레임워크를 2022년까지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웰빙의 기준(생활 수준 프레임워크), 영역(12개 도메인), 웰빙 목표(연차별 웰빙 예산 수립 시 목표)가 있는 것이다. 웰빙을 달성하기 위한 프레임워크를 토대로 하여 12개 영역에서의 웰빙을 실현하기 위한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를 예산에 반영하는 체계가 작동하고 있다.

셋째, 생활 수준 프레임워크는 환경 변화에 맞춰 웰빙을 보다 강화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프레임워크는 정적이 아닌 동적 유기체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2021년 10월 뉴질랜드 재무부가 발표한 프레임워크에서는 마오리족 및 태평양 지역 주민의 욕구를 더 잘 반영하기 위하여 제도, 거버넌스, 문화 등의 웰빙 영역을 보완한 바 있다(New Zealand Government, 2022b, p.10).

프레임워크의 보유와 변화의 지향에 대한 평가는 2022년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 2022)에서도 언급되고 있다. 행복보고서에 따르면 뉴질랜드의 행복 사례를 볼 때, 두 개의 틀인 생활 수준 프레임워크(Living Standards Framework)와 마오리족의 삶의 방식(He Ara Waiora) 또는 건강한 길(Healthy Path) 프레임워크를 보유하고 있고, 그 프레임워크를 구체화하기 위해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Helliwell, Layard, Sachs, De Neve, Aknin, & Wang, 2022, p.67). 그 결과가 당장에 나타나지 않더라도 국가적 차원에서 주민의 웰빙을 진전시키기 위한 구체적 틀을 구축하고 있으며, 그 틀을 통해 웰빙을 향상시키기 위한 국가적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이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정권의 정치적 성격에 따라 정책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수준 프레임워크에 기초한, 근거 기반 웰빙 예산 정책으로의 전환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다. 재정 전망에서의 의의

뉴질랜드 국가부채는 COVID-19를 겪으면서 정점에 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뉴질랜드의 순부채는 다른 국가에 비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일반 정부 순부채 지표에 따르면 2023년 뉴질랜드의 부채는 GDP의 21.3%로 캐나다(31.6%), 호주(40.7%), 영국(71.3%), 미국(94.9%)에 비해 안정적인 상황이다(New Zealand Government, 2022b, p.72). 뉴질랜드의 세심한 재정 관리와 탄탄한 재정 상황은 글로벌 신용 평가 기관으로부터도 인정받고 있다. 뉴질랜드는 순부채 한도(ceiling)를 30%로 설정하고 있다. 이처럼 뉴질랜드는 건실한 정부 재정과 추가적인 경제 충격을 견딜 수 있는 능력을 인정받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Global Ratings에서 AAA 등급, 무디스에서 AAA 등급, 피치에서 팬데믹 기간 동안 AA+ 등급을 유지했다(New Zealand Government, 2022b, p.72). 국내외에서 뉴질랜드의 웰빙 예산 시행으로 국가 재정 상황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였다. 그러나 웰빙 예산이 시행된 지 4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뉴질랜드의 정부 부채는 안정적이며, 국제 신용 평가 기관으로부터 높은 등급을 받고 있다.

새창으로 보기
그림 1.
정부 순부채 비율: 2023년 IMF 추정치
gssr-27-80-f001.tif

주: 1) 값은 2023년 추정치임.

2) 빨간 막대는 IMF의 정부 순부채 비율이며, 검은색 점선은 뉴질랜드 정부가 정한 순부채 한도(ceiling)임.

3) IMF의 전망치를 활용함.

자료: New Zealand Government. (2022b). https://www.treasury.govt.nz/sites/default/files/2022-05/b22-wellbeing-budget.pdf에서 2022. 9. 4. 인출

뉴질랜드 웰빙 예산은 웰빙을 예산 명칭에 최초로 공식화한 예산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특히 사회복지 가치에서의 의의, 예산 정책 수립에서의 의의, 재정 전망에서의 의의도 크다. 그러나 기존의 예산 명칭에 웰빙이라는 용어만 붙인 것은 아닌지 이제 평가해 볼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웰빙 예산이 뉴질랜드인의 안녕에 기여하였는지,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는지를 평가해 볼 때이다.

5. 나가며

뉴질랜드 웰빙 예산의 효과성은 아직 검증되지 못하였고, 여전히 실험 중이다. 노동당보다 더 급진적인 좌파 진영에서는 뉴질랜드 웰빙 예산이 자본주의 질서에 순응하였을 뿐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일례로, 좌파 잡지에서는 ‘신자유주의자처럼 통치하는 뉴질랜드 사회주의자(The New Zealand “Socialists” Who Govern Like Neoliberals)’라는 글을 통해 아던 총리의 신자유주의적인 정치경제적 행보를 비판하였다(Marcetic, 2021. 5. 25.). 뉴질랜드의 복지예산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나 신자유주의적 질서에 순응적이라는 것이 비판의 주된 내용인데, 부유세 과세율을 높이지 않고 상품서비스세(GST: Goods and Service Tax)만 높이거나, 폭등하는 집값(지난 5년간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으로 인한 자산 격차 확대 및 임대주택 지원 부족, 보건과 기후변화에 대한 투자 부족 등을 지적하고 있다(Marcetic, 2021. 5. 25.). 공급 측면의 경제학(supply-side economics)이 뉴질랜드 자본주의를 지배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여전히 웰빙 국가로의 질적 도약은 뉴질랜드 자본주의의 숙제라고 할 수 있다.

뉴질랜드는 진보 정책을 통해 19세기 세계의 사회적 실험실로서 명성을 얻은 바 있다(Nolan, 2007, p.113). 8시간 노동제 추진(1840년), 원주민 몫의 의석 할당(1857년), 세계 최초 여성 투표권(1893년), 노령연금(1898년) 도입 등이 그 명성의 근거이다. 2019년도 예산정책성명서에서 처음으로 규정한 ‘웰빙’에 대한 정의(定義)가 정의(正義)롭게 현실화될 때, 그 명성은 오늘날에도 유효할 것이다. ‘새로운(New) 세계의 사회적 실험실’이라는 명성이 드날리면, 뉴질랜드 웰빙 예산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모두가 행복한 ‘긴 하얀 구름의 땅(Aotearoa, The Land of the Long White Cloud)’이 펼쳐질 것이다.

뉴질랜드의 행보는 재정 정책과 삶의 질 지표 간 연계가 미흡한 한국 복지국가에 함의를 제공해 줄 수 있다. 한국은 여전히 재정자원의 배분, 집행, 환류 체계에서 화폐 가치인 GDP가 중요 목표가 되어 있어서, 국민의 삶의 질과 관련된 다양한 지표를 국가 재정과 연계시키고자 하는 정책적 노력이 부단히 요청된다(장윤정, 김선옥, 2021, p.107). 뉴질랜드의 사례를 기초로 한 한국형 웰빙 예산을 꿈꾸어 본다.

Notes

1)

김기태, 노현주, 김성욱, 김아래미, 민기채, 송아영 … 류진아. (2022). 21세기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복지국가의 제도 개혁 사례 연구(세종: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뉴질랜드 사례를 활용·보완하여 작성하였다.

References

1 

김기태, 노현주, 김성욱, 김아래미, 민기채, 송아영, 김보영, 류진아. (2022). 21세기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복지국가의 제도 개혁 사례 연구. 세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 

장윤정, 김선옥. (2021). 삶의 질 지표와 재정사업 간 연계 가능성 검토 연구. 세종: 한국재정정보원.

3 

Helliwell J. F., Layard R., Sachs J. D., De Neve J., Aknin L. B., Wang S. (2022). World Happiness Report 2022. Retrieved from https://happiness-report.s3.amazonaws.com/2022/WHR+22.pdf. 에서 2022. 9. 4. 인출.

4 

Marcetic B. (2021. 5. 25.). The New Zealand “Socialists” Who Govern Like Neoliberals. Retrieved from https://jacobin.com/2021/05/new-zealand-labour-party-socialists-jacinda-ardern.에서 2022. 9. 10. 인출. JACOBIN.

5 

New Zealand Government. (2019a). Budget 2020: Budget Policy Statement. Retrieved from https://www.treasury.govt.nz/system/files/2019-12/bps2020.pdf.에서 2022. 9. 6. 인출.

6 

New Zealand Government. (2019b). Wellbeing Budget 2019: A Secure Future. Retrieved from https://www.treasury.govt.nz/sites/default/files/2019-06/b19-wellbeing-budget.pdf.에서 2022. 9. 4. 인출.

7 

New Zealand Government. (2020). Wellbeing Budget 2020 : Rebuilding Together. Retrieved from https://www.treasury.govt.nz/sites/default/files/2020-05/b20-wellbeing-budget.pdf.에서 2022. 9. 4. 인출.

8 

New Zealand Government. (2021). Wellbeing Budget 2021 : Securing Our Recovery. Retrieved from https://www.treasury.govt.nz/sites/default/files/2021-07/b21-wellbeing-budget-v2.pdf.에서 2022. 9. 4. 인출.

9 

New Zealand Government. (2022a). Budget 2022: Budget Policy Statement. Retrieved from https://www.treasury.govt.nz/sites/default/files/2021-02/bps21.pdf.에서 2022. 9. 6. 인출.

10 

New Zealand Government. (2022b). Wellbeing Budget 2022: A Secure Future. Retrieved from https://www.treasury.govt.nz/sites/default/files/2022-05/b22-wellbeing-budget.pdf.에서 2022. 9. 4. 인출.

11 

Nolan M. (2007). The Reality and Myth of New Zealand Egalitarianism: Explaining the Pattern of a Labour Historiography at the Edge Of Empires. Labour History Review, 72(2), 113-134.

12 

The Treasury of New Zealand. (2019). The Wellbeing Budget 2019. Retrieved from https://www.treasury.govt.nz/publications/wellbeing-budget/wellbeing-budget-2019-html.에서 2022. 9. 4. 인출.



Global Social
Security 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