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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여름호, 통권 25호 2023 여름호, Vol.25

일본과 미국의 재난 정신건강 대응 거버넌스 고찰

Post-Disaster Mental Health Governance in Japan and the U.S.

Abstract

This article examines how public and private governance efforts are made in Japan and in the US in response to large-scale disasters requiring national-level post-disaster mental health support, focusing on the roles of organizations deployed on site in the immediate post-disaster period and how they perform their duties. In both Japan and the US, laws and guidelines are in place that clearly stipulate, in the area of mental health support, the responsibilities and roles of organizations and personnel deployed on site in the event of a disaster, with the mental health support system tending to be managed, in the event of a large-scale disaster, by a single agency with overarching supervisory authority. In light of the experiences of Japan and the US, the Korean government should increase its authority to enhance the consistency and coordination of its post-disaster mental health support system.

초록

이 글은 재난 직후의 응급 상황에서 재난 현장에 파견되는 조직의 역할과 업무 수행 방법에 초점을 두어, 국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한 대규모 재난 발생 시 공공과 민간 거버넌스가 각각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일본과 미국의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일본과 미국은 재난 정신건강 지원을 위한 법과 지침상, 재난 시 투입되는 조직과 인력에 대한 책임 소재와 역할 구분 등이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으며, 대규모 재난 발생 시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총괄 기관을 일원화하는 방향으로 지원 체계가 변화해 왔다. 한국 역시 해외의 사례를 바탕으로 정부 차원의 일관성과 조정 능력을 향상하는 방향으로 재난 정신건강 지원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1. 들어가며

재난이 발생했을 때 현장의 요구와 필요는 다양하고 복잡하다. 구조와 복구, 물자 지원과 같은 재난 이후의 물리적인 복구와 더불어 재난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심리적 회복과 같은 재난 후 지원 등 그 범위가 넓다. 한국은 2014년 세월호 참사, 2015년 메르스 유행을 경험하면서 재난으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개입의 필요성을 인식하였고, 이후 2020년 코로나19 발생 및 확산, 2022년 이태원 사고 등 국내 크고 작은 규모의 재난이 지속됨에 따라 재난과 관련된 연구와 함께 재난을 예방하고 대응하는 전략과 관련한 다양한 정책적 논의 안에서 재난 정신건강에 대한 정책적 관심도 높아져 왔다. 실제로 선행 연구들은 재난을 겪은 직후에 경험하는 높은 수준의 공포와 불안감, 상실감과 같은 정신건강 문제는 단기간에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으로 이어져 무력감, 우울과 불안,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중독, 자살 등의 정신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WHO, 2013; FEMA, 2016; 김태형, 이경수, 임지온, 이상열, 김기정, 2017).

이러한 과정에서 한국은 직간접적으로 재난을 경험한 국민의 정신적인 피해와 후유증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난 정신건강 지원, 심리방역 등의 표현으로 정신건강 지원 서비스를 국가트라우마센터, 통합심리지원단, 정신건강복지센터, 재난심리지원센터 등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코로나19 같은 국가적인 재난을 비롯해 산불, 홍수, 지진, 태풍에서부터 화재나 붕괴 사고에 이르기까지 여러 재해・재난에 대응해 정신건강 및 심리지원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다(국가트라우마센터, 2021; 유성은 외, 2018).

한국은 재난 정신건강 지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회복을 돕는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재난 정신건강 지원의 효과성 및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개선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한국의 재난 관련 연구와 백서 등에서 많이 언급되는 과제는 재난 정신건강 지원 서비스 전달체계와 대응 거버넌스 정비와 관련한 사항이다(국가트라우마센터, 2019; 행정안전부, 2019; 김잔디 외, 2021; 유정, 2021; 소방청, 2022). 복잡한 재난 현장에서 여러 기관들이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고, 대응 거버넌스가 일원화되어 있지 않아서 기관 간 혼선이 자주 발생하고, 업무의 효과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효율적이고 원활한 협업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전쟁, 사회재난, 자연재해 등을 겪는 여러 위기 현장에서의 주된 문제는 기관 간 관리 및 조정의 어려움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WHO, 2013).1)

이에, 오랜 기간에 걸쳐 대규모의 자연재해와 사회재난을 빈번하게 겪으면서 공공 및 민간 차원의 재난 관리 체계를 구축해 온 일본과 미국의 사례를 거버넌스에 초점을 두고 살펴보고, 한국의 재난 정신건강 대응 거버넌스에 주는 시사점을 찾고자 한다.

2. 해외 재난 정신건강 대응 거버넌스 사례

일반적으로 재난 진행 시점과 재난 발생 직후가 현장의 혼란 수준이 가장 높고, 이 시기에 자원들이 집중적으로 많이 투입되므로 재난 직후의 초기 단계가 재난 관리 및 조정 기능의 필요성이 가장 큰 시점일 것이다. 이에 이 글에서는 재난 직후의 응급 상황에서 재난 현장에 파견되는 조직의 역할과 업무 수행 방법에 초점을 두었으며, 국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한 대규모 재난 발생 시 공공과 민간 거버넌스가 각각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검토했다. 민간 차원의 재난 정신건강 지원에 참여하는 민간 기관은 국가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한국의 행정안전부 재난심리지원센터의 서비스가 적십자사를 중심으로 제공되고 있는 것을 고려하여 국제적인 비영리 기관인 적십자사를 중심으로 이 기관이 일본과 미국의 재난 시 정신건강 지원에 어떻게 참여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2)

가. 일본의 재난 정신건강 대응 거버넌스3)

1) 일본의 공공 재난 정신건강 대응 체계

일본은 태풍, 지진, 홍수 등 대규모의 자연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재난 관리 체계에 대한 고민을 지속해 왔다. 재난 시 정신건강 문제 개입의 필요성 역시 꾸준히 제기되어 오다가 1995년 한신 아와지 대지진 때 큰 피해를 입은 효고현에 고코로케어센터(이후 마음케어센터)가 설립된 시점부터 재난 정신건강 사업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때마다 해당 지역(효고현, 니가타현, 미야기현, 이와테현, 후쿠시마현: 설립순)을 중심으로 마음케어센터4)를 추가로 설립하여 피해자를 위한 정신건강 지원을 실시하고, 소규모 재난은 보건소 단위에서 대응하는 방식으로 지방자치단체 수준의 재난 정신건강 지원 체계가 조금씩 발전되어 왔다.

하지만 일본 역시 국가 및 광역 단위의 재난 정신건강 대응 거버넌스를 구축・정착시키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혼란을 경험하였다. 대표적으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예로 들 수 있다. 당시 동시다발적인 대규모의 복합 재난이 발생하여 현지의 지방 정부와 보건의료체계의 행정 기능이 마비될 수밖에 없었다. 지자체 차원에서 제대로 관리를 수행하기 어려운 와중에 전국의 대학, 병원, 민간기관 등이 한꺼번에 재난 현장에서 도착하여 활동을 개시하면서 모두가 역할 수행에서 큰 혼란을 겪게 되었고, 이에 따라 대규모 재난 시 효율적으로 기능하는 서비스 전달체계의 구축 필요성이 대두되어 제도와 법의 대대적인 정비를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

일본의 재난 정신건강 지원은 「재난대책기본법」을 근거로 하며, 후생노동성과 재난 정신건강 지원팀(Disaster Psychiatric Assistance Team, 이하 DPAT) 사무국에서 중앙 부처 단위의 종합적인 조정과 재난 관리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DPAT는 재난이 발생했을 때 피해 지역의 필요에 맞는 전문성 높은 정신의료 및 정신보건활동 지원을 주요 목적으로 하는 중앙관리 차원의 조직으로, 중앙의 사무국 외에 광역과 지자체 단위에 DPAT 거점 본부와 운영위원회를 두고 DPAT 조직 정비와 교육, 재난 시 팀 편성 및 파견・관리를 수행한다. 재난 발생 시 파견되는 DPAT 1팀당 정신과전문의, 간호사, 약사, 심리사, 정신보건복지사 중 3~4인으로 구성된 정신건강 전문인력이 포함되어 있으며 재난의 규모와 재난 발생 범위에 따라 파견되는 팀의 규모가 달라진다. DPAT가 의료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의료기관의 협력도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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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일본의 재난 발생 후 재난 정신건강 대응 시기 및 주요 연계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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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JMAT는 일본의사회재회의료팀(Japanese Medical Association Team)을 의미함.

자료: 국가트라우마센터. (2019). 일본재난심리지원체계 자료집.

재난 진행 기간 또는 재난 발생 직후에는 피해 규모와 지역적 접근성 등을 고려해 다음 그림과 같이 의료구호팀인 DMAT(Disaster Medical Assistance Team, 이하 DMAT)가 발생 시점에서 48시간 이내로 현장에 우선 투입되어 전문적인 의료구호활동을 펼친다. 이 기간에 DPAT는 바로 현장에 파견되지 않으며, DMAT의 팀원 또는 DPAT의 선발대가 고위험 집단에 대응하면서 재난 현장의 정신건강 문제 발생 수준을 평가하면, 이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재난 정신건강 대응조직이 후생노동성의 파견 요청을 받아 후속으로 추가 투입 되는 구조로 재난 직후의 정신건강 지원이 이루어진다. DPAT의 기본적인 활동 기간은 1팀당 1주일(이동 기간 2일, 활동 기간 5일)이고 필요에 따라 파견 규모와 기간은 조정될 수 있다. 지난 2020년 2월 초 일본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된 시기에는 DPAT가 약 한 달간 정신건강 상담, 약물 투약 및 진단 등의 활동을 수행하기도 했다(Hirokazu Tachikawa et al., 2022).

2) 일본 적십자사를 중심으로 살펴본 민간의 재난 정신건강 대응에의 참여

일본 적십자사(日本赤十字社)에서 재난 시 운용하는 ‘마음의 케어팀(こころのケア)’ 역시 DPAT와 비슷한 형태로 조직된다. 일본 적십자사는 시도 광역 단위마다 최소 1개씩 총 68개의 적십자병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재난이 발생하면 적십자병원이 재난거점병원으로 지정되어 재난 지역에 필요한 의료적 수요를 감당하게 된다. 재난거점병원으로서 갑작스러운 재난에도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일본 적십자사는 적십자병원에 소속된 현직 의사와 간호사 등을 중심으로 6인 1조(의사 1인, 간호사 3인, 업무 지원 2인), 약 505개의 팀을 조직하여 상시 교육・연수를 실시하면서 재난에 대비하고 있으며, 적십자사에서 수행하는 마음케어요원 양성교육 이수자의 약 80%가 적십자병원 소속의 간호인력으로 집계된다. 기본적인 팀 구성의 개념은 신체상해 대응 가능 인력을 포함한 DMAT이고, 팀원 중 한두 명의 간호인력이 주로 정신건강 대응을 담당하게 되는데, 이는 재난 현장의 보건의료 수요와 정신과적 접근에 대한 피해자의 거부감 등을 고려하여 고안된 것이다.

적십자사 마음의 케어팀은 1주~3달에 걸쳐 장기적인 관점으로 재난 피해자 정신건강 지원을 한다. 앞서 살펴본 DPAT와 적십자사 마음의 케어팀이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DPAT는 단기간에 급성 트라우마 환자 등 정신건강 고위험 표적집단에 대하여 더 전문적인 개입을 담당하고, 적십자사 마음의 케어팀은 심리적응급처치(Psychological First Aid, PFA) 등의 기법을 활용해 광범위한 집단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경감 및 정신과적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기초적인 상담을 수행한다는 차이가 있다. 그리고 DPAT와 적십자사 마음의 케어팀의 활동 과정에서 더 전문적이고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고위험군은 지역의 정신의료기관이나 보건소 등으로 연계된다.

나. 미국의 재난 정신건강 대응 거버넌스5)

1) 미국의 공공 재난 정신건강 대응 체계

미국은 대형 자연재해, 테러 등을 대비해서 연방정부 차원의 별도 대응 프로토콜이 마련되어 있다. 미국은 연방주의에 따라 재난관리체계의 일차 책임 기관은 지방정부의 위기관리국(Emergency Management Agency, 이하 EMA)이다. EMA의 관리・조정 역량을 벗어나는 수준의 재난이 발생하면 미국 국토안보부(DHS) ‘연방재난관리청(Federal Emergency Management Agency, 이하 FEMA)6)’에 지원을 요청하여 도움을 받는다. 재난 정신건강 대응 역시 일반적인 재난 관리의 프로토콜을 따른다. 중대 재난・재해가 발생하면 주지사는 「스태포드법(Stafford Disaster Assistance and Emergency Relief Act)」(1988)에 근거해, 재난 신고일 기준으로 10일 이내에 필요성 평가를 실시하고, FEMA에 ‘위기상담지원 및 훈련 프로그램(이하 위기상담프로그램)(Crisis Counseling Assistance and Training Program, 이하 CCP)’을 신청하여 지원받을 수 있다.

CCP는 FEMA가 관리하는 연방 기금 프로그램으로, FEMA가 연방 기금을 지원하고, 보건복지부(HHS) ‘약물남용 및 정신건강청(Substance Abuse and Mental Health Services Administration, 이하 SAMHSA)’ 산하의 정신건강서비스센터(CMHS)7)가 실질적인 기술 지원, 상담, 프로그램 감독 및 교육 등을 수행한다. CCP의 제공 범위에는 자연재해 및 사회재난을 입은 개인과 지역사회의 정신건강 수준을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위기상담 프로그램과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한 인력, 물자, 공간, 홍보, 교육 등에 소요되는 모든 예산 지원이 포함된다.

일본과 유사하게 미국에서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어도 CCP가 즉각 발동되는 것은 아니다. [그림 2]에 제시된 것처럼 CCP 지침에서는 프로그램 적용 여부가 지방정부와 주정부, 연방정부가 평가하고 검토한 후에 결정되어 1차 대응 프로그램인 즉각적 서비스 프로그램(Immediate services program, 이하 ISP)을 가동하기까지의 기간을 약 2주로 잡고 있다. ISP의 총괄은 FEMA에서 담당하고, 더 장기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평가되면 정규 서비스 프로그램(Regular services program)으로 프로그램을 전환하여 정신건강 위기에 대한 개입을 유지하며, 이 단계부터는 SAMHSA에서 총괄 기능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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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미국 위기상담프로그램(CCP) 흐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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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FEMA. (2016). Crisis Counseling Assistance & Training Program Guid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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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미국 위기상담프로그램(CCP) 및 재난 정신건강 프로그램
조직 프로그램
연방재난관리청 ⦁ 위기상담프로그램(Crisis Counseling assistance and Training Program, CCP)
- 총괄, 예산 지원
- ISP단계(Immediate services program, 재난 발생 후 60일까지)에서 CCP 감독 책임
보건복지부 ⦁ 위기상담프로그램(Crisis Counseling assistance and Training Program, CCP)
- RSP단계(Regular services program, 재난 발생 후 9개월까지)에서 CCP 감독 책임
- 약물남용 및 정신건강청(SAMHSA)의 정신건강서비스센터(CMHS)와 응급정신건강과 외상스트레스 서비스지사(EMHTSSB)를 통해 실질적 서비스 제공
⦁ 정신건강 재난 지원(Mental Health Disaster Assistance)
- ESF#8(정신보건 서비스, 보건 및 의료서비스 분야) 지원
- 대중 건강 서비스(PHS)/약물남용 및 정신건강청(SAMHSA)을 통해 상설 서비스 제공
적십자사 ⦁ 재난 정신건강 서비스(Disaster Mental Health Services, DMHS)

자료: 이동훈, 강현숙. (2015). 미국의 재난심리지원 체계 및 재난위기상담의 실제와 시사점.

CCP는 제한된 기간 동안 많은 수의 재난 생존자에게 아우트리치(현장 지원 활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난 구호 프로그램의 성격을 지니므로 상담 제공 시 심리적・정신과적으로 심도 있는 상담은 가능한 한 지양하고, 재난 피해자의 실질적인 욕구와 필요에 대해 경청과 지지를 제공하고 대처 방안을 탐색하거나 자원을 연결해 주는 데 집중하도록 지침을 정해 두었다. 의료적 개입이나 상담 치료, 약 처방 등이 필요하면 전문적인 의료・심리상담 기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연계한다. 그리고 CCP를 수행할 인력의 배치는 지역의 인구수, 피해 규모, 위기상담 수요 평가 등을 반영하여 결정하며, 팀 형태의 조직 구성과 상담 팀 투입 기간을 고려해 인력을 고용한다. 가능하면 재난 발생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현지 출신의 지역 정신건강 및 약물남용 분야의 전문가 등을 활용하고, 필수 재난교육을 이수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다만 지난 코로나19 유행에 대응하는 과정에서는 CCP가 작동하지 않고 RSP에 준해서 정신건강 대응 거버넌스가 작동되었는데, 이는 코로나19가 유례없는 규모와 속도로 미국 전역에 확산되어 보건의료・행정이 감염・질병 대응에 더 집중했고, 불안, 상실에 대한 애도 등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서는 중장기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인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재난 정신건강 개입은 SAMHSA를 중심으로 재난헬프라인(Disaster Distress Helpline)과 지역정신건강센터(CMHC)에서 이루어졌다.8)

2) 미국 적십자사를 중심으로 살펴본 민간의 재난 정신건강 대응에의 참여

미국 적십자사9)는 재난 정신건강 서비스(DMHS)를 제공하고 있는데, 미국 내 민간의 재난 정신건강 지원 사업 중 규모가 가장 크다. 민간 차원의 지원인 만큼 자발적・보충적・추가적 성격이 강하다. CCP는 1년간만 유효하기 때문에 CCP 적용이 끝난 상황에서 현장의 필요가 있으면 미국 적십자사 등 관련 단체가 재난 지역에서 계속 정신건강상의 지원을 이어나가도록 하고 있다(이동훈, 강현숙, 2015).

미국 적십자사에서 운용하는 재난 정신건강 요원은 약 3,000명 규모로, 그중 약 90%는 자원봉사자이다. 최근 미국 적십자사의 자원봉사자 모집 기준은 전문성에 대한 검증, 즉 관련 분야에 대한 자격과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가 점차 강조되는 분위기이다. 정신건강 및 심리 상담 분야의 석사 이상 학위와 면허10)가 있어야 하고, 간호사는 RN11)급 이상으로 정신건강의학 분야에서 최소 2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요구된다. 은퇴 등의 사유로 현직자가 아니어도 지원일 기준 5년 이내에 발급받은 정신건강 분야의 면허가 있다면 지원 자격이 있다. 자격과 경력이 확인되면, 재난 발생이 확인되어 인력이 현장에 배치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24시간 이내 즉각 투입이 가능한지에 따라 활동 가능 여부가 사전 검증 단계에서 한 번 더 걸러진다. 또 1회 파견 시 최소 7일 동안 휴일 없이 현장에서 일할 수 있어야 하고, 직장에 고용된 근로자인 경우에는 개인 휴가를 필요시에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고용 여건인지도 미리 점검한다. 자격 요건을 모두 갖추고 적십자사에서 재난 사전 필수 교육까지 마친 재난 정신건강 요원이 현장 활동에 투입될 때에는 거주 지역과 무관하게 재난 현장의 필요와 요원의 전문성의 적합성을 중심으로 배치되며, 소요되는 교통비, 숙박비, 식비 등의 경비 일체는 미국 적십자사에서 부담한다(ARC, 2017). 재난 현장에서 보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원봉사자임에도 이와 같이 까다로운 요구 조건을 두는 것은 지원자들이 실제로 대응할 수 있는 인력인지,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사전에 검토하여 재난 발생 시 현장의 긴급한 필요에 바로 대응하기 위한 대비 전략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3. 나가며

이 글에서는 조정 기능이 가장 강력하게 요구되는 재난 발생 직후의 시점을 중심으로 정신건강 대응을 위해 재난 현장 지원 활동 팀을 운용하는 일본과 미국의 공공과 민간 조직들의 거버넌스를 살펴보았으며,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다.

첫째는 법과 지침상 재난 시 투입되는 조직과 인력에 대한 책임 소재와 역할 구분 등이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다는 점이다. 나라마다 정부 조직, 법, 의료체계, 지리적 구조에 따른 접근성이 다르므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개입 방법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자국의 상황에 맞게 재난 규모에 따른 관리의 주체, 효과적인 인력의 차출 방법과 투입 시기, 기관 간 역할 구분, 예산의 집행 등을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재난 정신건강 지원을 위해 활동하는 여러 차원의 이해관계자들의 혼선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일본과 미국의 사례를 종합해 보면, 공공을 중심으로 즉각적인 개입과 중장기적인 개입이 진행되고 있으며, 중장기적인 개입을 공공의 영역에서만 부담하기 어려운 경우 적십자사와 같은 민간이 정신건강 지원에 보완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고 있다.

둘째, 일본과 미국 모두 대규모 재난 발생 시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총괄 기관을 일원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일본과 미국 모두 지자체 수준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대규모 재난 사태를 경험한 이후 신속하고 강력하게 기능하는 총괄 관리 조직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고, 일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후생노동성 산하의 DPAT사무국으로, 미국은 2006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후 국토안보부 산하 연방재난관리청으로 책임과 권한을 이양하여 일원화된 정신건강 대응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도 재난 경험이 누적되면서 재난 관리에 대한 노하우, 연구, 절차, 정책, 도구들이 마련되고 있기는 하나, 여전히 보건복지부의 국가트라우마센터와 행정안전부 재난심리지원센터라는 이원화된 시스템으로 각기 재난 정신건강 지원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셋째, 일본과 미국 모두 크고 작은 재난을 끊임없이 경험하면서 재난 정신건강 지원 체계 구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재난 대응 경험을 반추하여 지원 체계를 구축해 왔다는 점 역시 주목해야 한다. 재난 정신건강 지원을 통해 파악한 재난 피해자의 심리적 반응과 초기 수요, 단기와 중장기 개입에 활용된 인력의 유형과 규모 등 재난 대응 경험을 평가하고 연구하여 그 결과를 정책화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FEMA, 2016; 전진아 외, 2019; 厚生労働省, 2021). 한국 역시 백서 작업을 통해 재난 대응 경험을 정리하고 있지만, 재난 대응에서의 효과와 한계 등 경험을 평가한 연구는 매우 제한적이다.

결론적으로, 복잡해 보이는 현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일관성과 조정 능력이 향상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제안을(OECD, 2016) 고려해 볼 때, 일본과 미국 사례처럼 한국 역시 재난 정신건강 지원과 관련한 법과 지침을 개정하고 재난 정신건강 지원 총괄 기관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위기 발생 직후, 단기, 중장기적인 개입 단계에서 어떠한 부처와 기관들이 주축이 될 것인지, 어떠한 방식으로, 어떠한 규모로 누구를 파견하여 재난 정신건강 지원을 할 것인지 등을 법과 지침을 통해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현재처럼 재난 발생 후 관련 조직이 모두 파견되어 재난 정신건강 지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재난 정신건강 지원을 총괄하는 기관을 설정해야 한다. 또한 누적되어 온 한국의 재난 대응 경험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향후 재난 대응 거버넌스 정비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Notes

1)

재난 후 정신건강 지원 거버넌스에 대한 이슈 외에도 세월호 참사, 코로나19 유행, 이태원 사고 등을 경험하면서 재난 직간접 피해자 대상 서비스의 적절성, 충분성, 접근성, 연속성에 대한 비판 역시 선행 연구들에서 제기되었다(김태형 외, 2017).

2)

적십자사는 전 세계에서 재난구호, 공공의료, 혈액사업 등을 수행하는 인도주의 기관으로 재난 발생 시 재난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람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지원도 수행하고 있다. 이 글에서 살펴본 일본과 미국 모두 한국과 유사하게 재난 정신건강 지원에 적십자사를 활용하고 있다. 이에 한국의 상황을 고려하여 일본과 미국의 적십자사가 재난 발생 시 어떠한 활동을 하고 있는지, 이들이 공공 기관과 어떠한 협업 관계로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를 살펴보았다.

3)

厚生労働省委託事業 DPAT事務局. (2022). DPAT活動マニュアルVer.3.0.에서 발췌하여 요약하였다.

4)

정신보건복지센터와는 다른 성격으로, 재난과 트라우마 상담 및 연구 전담 기관이다.

5)

FEMA. 2016. Crisis Counseling Assistance & Training Program Guidance.에서 발췌하여 요약하였다.

6)

FEMA는 미국의 재난 및 재해의 예방・복구 등을 총괄하며 28개 연방정부 기관을 비롯해 적십자 등 민간기구까지 총괄하는 권한이 있다(이동훈, 강현숙, 2015).

7)

한국의 국립정신건강센터에 해당한다.

8)

미국 약물남용 및 정신건강청(SAMHSA) 홈페이지(https://www.samhsa.gov/coronavirus)

9)

ARC. (2017). Eligibility Criteria for Disaster Mental Health Workers.에서 발췌하여 요약하였다.

10)

지침상 정신건강 분야 전문가는 정신과 의사, 사회복지사, 심리학자, 전문상담사, 결혼 및 가족치료사 면허가 있는 자이며, 학교상담사도 지원할 수 있다.

11)

Registered Nurse

References

1 

국가트라우마센터. (2019). 강원산불 심리지원 활동 백서.

2 

국가트라우마센터. (2019). 일본재난심리지원체계 자료집.

3 

국가트라우마센터. (2021). 재난 정신건강 실무자를 위한 표준 매뉴얼.

4 

국가트라우마센터 홈페이지. http://www.nct.go.kr.

5 

국회전자도서관. 일본의 재해대책기본법.

6 

김잔디, 배정이, 최윤경, 조용래, 오재호, 장현영, 유정. (2021). 효과적인 재난심리회복지원을 위한 협업모델 가이드라인 개발에 관한 연구. Crisisonomy, 17(6), 17-3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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