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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봄호, 통권 24호 2023 봄호, Vol.24

독일 성평등 정책의 현황과 시사점

Current Situation of Gender Equality Policy in Germany and Its Implications

Abstract

In September 2021, The Federal Ministry for Family Affairs, Senior Citizens, Women and Youth issued the Implementation of the Federal Government’s Equal Strategy Measures according to Goals, defining comprehensive plans and specific gender equality policy implementations. In November 2022, the German Federal Parliament began discussing the Federal Ministry’s report on the implementation of the UN Convention on the Elimination of All Forms of Discrimination Against Women. This study examines these publications in order to gain a better understanding of the current state of Germany’s key gender equality programs and to draw out implications for Korea’s gender equality policy.

초록

독일 연방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는 2021년 9월 「연방정부 성평등 전략의 목표별 이행 현황」을 발표하여 성평등 정책의 상세 전략 및 구체적 이행 현황에 대해 보고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성평등의 법적 보장 및 실제적 보장을 위해 2030년까지의 계획 또한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2022년 11월 독일 연방의회는 연방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가 유엔 「여성에 관한 모든 형태의 차별 철폐에 대한 협약」의 이행 현황에 대해 작성한 9차 보고서와 관련하여 심의 절차를 진행하였다. 이 글에서는 독일의 주요 성평등 정책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이러한 보고서들의 내용을 분석하고, 독일의 논의가 한국의 성평등 정책에 시사하는 바를 제시한다.

1. 들어가며

독일에서 성평등 정책에 대한 관할권은 연방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BMFSFJ: Bundesministerium für Familie, Senioren, Frauen und Jugend)에 있다.1) 2020년 7월 연방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는 여성과 남성의 평등(Gleichstellung von Frauen und Männern)을 실현하기 위한 9가지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BMFSFJ, 2020).2) 이후 2021년 9월에는 「연방정부 성평등 전략의 목표별 이행 현황」(Umsetzungsstand der Maßnahmen der Gleichstellungsstrategie der Bundesregierung nach Zielen) 을 발표하여 목표별 상세 전략 및 구체적인 이행 현황에 대해 보고하였고(BMFSFJ, 2021a), 성평등의 법적 보장 및 실제적 보장을 위한 2030년까지의 계획 또한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현재 독일의 성평등은 전 세계적으로 비교할 때 긍정적인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2022년 7월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이 발표한 성별 격차지수(GGI: Gender Gap Index)에서 독일은 전반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WEF, 2022). 세계경제포럼은 매년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경제적 참여 및 기회, 교육적 성취, 건강 및 생존, 정치적 권한의 네 가지 영역에서 남녀 간 상대적 성별 격차를 측정하여 발표하는데,3) 2022년 독일은 평균 성별 격차지수 0.801로 종합 10위에 올라 0.689로 99위에 그친 한국과 달리 상위권의 성평등 수준을 달성하였다(WEF, 2022). 그러나 구체적인 세부 영역에 따라서는 불평등의 현실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종합 10위의 순위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참여 및 기회 부문에서 75위에 그치는 등 성별 격차가 나타났기 때문이다(WEF, 2022).

한편 2022년 11월 독일 연방의회는 연방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가 유엔 「여성에 관한 모든 형태의 차별 철폐에 대한 협약」(CEDAW: The Committee on the Elimination of Discrimination against Women)4)의 이행 현황에 대해 작성한 9차 보고서와 관련하여 심의 절차를 진행하였다(Deutscher Bundestag, 2021a). 이 보고서는 정치, 교육, 고용, 경제, 문화 등 다양한 사회 영역에서의 협약 이행 현황 및 차별 개선 사항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어, 국제법적 기준에 맞춰 적용된 성평등 정책의 구체적 내용 및 정책 적용의 결과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Deutscher Bundestag, 2021a).

이에 이 글에서는 독일의 주요 성평등 정책 ― 경제적 활동, 정치적 활동, 사회・문화적 행동 양식 관련 정책 ― 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주로 독일 연방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가 작성한 「연방정부 성평등 전략의 목표별 이행 현황」과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에 대한 9차 보고서」의 내용을 분석한다.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한국 정부도 2022년 3월 「제9차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 국가이행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는데(여성가족부, 2022), 이들 자료를 비교하여 독일의 논의가 한국의 성평등 정책에 시사하는 바를 제시한다.

2. 독일 성평등 정책 주요 분야의 현황

가. 경제적 활동 관련 정책

1) 성별 임금격차 해소 정책

연방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가 작성한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에 대한 9차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에서 성별 임금격차(Gender Pay Gap)는 2017년에는 약 21%, 2018년에는 약 20%, 2019년에는 약 19%에 달했다(Deutscher Bundestag, 2021b). 가장 최근의 유럽연합(EU) 국가 간 비교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독일의 성별 임금격차는 약 18%에 달하여(Eurostat, 2022), 국내적으로는 매해 임금격차가 해소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2020년 EU 회원국 평균인 13%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어서(Eurostat, 2022), 성별 임금격차 해소 관련 정책의 추진이 지속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독일에서 남녀 간 임금수준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이 본격적으로 투입된 것은 2017년으로, 「여성과 남성 간의 임금 투명성 장려를 위한 법률」(Gesetz zur Förderung der Entgelttransparenz zwischen Frauen und Männern, 이하 임금 투명성법)이 시행되면서부터이다. 임금 투명성법의 골자는 ‘동일 노동 및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 임금 원칙’을 명시하고, 200인 초과 고용 회사에 근무하는 직원에게 임금구조에 관한 정보 요구권을 법적으로 보장하며, 500인 초과 고용 회사에 근무하는 직원이 고용주에게 임금구조 검토를 요구할 수 있도록 법적 권리를 보장하는 데에 있다(BMFSFJ, 2017). 이에 따라 여성 직원은 남성 직원의 임금에 대한 정보를 회사에 요구할 수 있고, 성별 임금격차가 확인되면 고용주에게 임금체계의 검토와 수정을 요구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2020년 말에는 임금 투명성법의 적용을 받는 회사들에 임금 투명성 및 임금구조 관련 상담을 제공하는 정부 지원 프로그램으로 ‘임금 평등 장려–회사 상담・안내・강화(Entgeltgleichheit fördern–Unternehmen beraten, begleiten, stärken)’가 도입되어 현재에도 시행 중이다(BMFSFJ, 2021a).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에 대한 9차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에 도입되어 시행 중인 법정 최저임금제(Gesetzliche Mindestlohn) 또한 성별 임금격차를 해소하는 데에 기여한다(Deutscher Bundestag, 2021b). 이는 여성의 저임금 서비스 부문 종사 비율이 높은 독일의 노동시장 현실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BMAS, 2022). 독일의 최저임금은 2015년 1월 8.50 유로에서 시작하여 2017년 1월 8.84 유로, 2019년 1월 9.19 유로, 2020년 1월 9.35 유로, 2021년 1월 9.50 유로, 2021년 7월 9.60 유로, 2022년 1월 9.82 유로, 2022년 7월 10.45 유로로 인상되었고, 2022년 10월부터는 12 유로(약 16,166원)의 최저임금이 적용되고 있다(Statistisches Bundesamt, 2023).5)

2) 성별 직종분리 완화 정책

독일에서도 성별에 따른 직종분리 현상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여성 종사자 비율이 70% 이상인 ‘여성지배 직종(Frauendominierte Berufsgruppe)’에는 보건, 교육, 사회・문화 서비스 분야 등의 직업이 속하고, 반대로 남성 종사자 비율이 70% 이상인 ‘남성지배 직종(Männerdominierte Berufsgruppe)’에는 건축, 보안, 교통, 정보통신 분야 등의 직업이 속하는 것으로 파악되어(Stohr et al., 2021), 성별에 따라 직업이 분류되는 수평적 분리 현상이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성별 직종분리 현상에 대하여 독일은 다음과 같이 평등한 직업훈련 기회 및 성인지적 직업 상담의 제공, 교육 및 홍보 캠페인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먼저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에 대한 9차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전문 직업교육(Ausbildung) 과정을 이수해야 하는 기능직의 수행과 관련하여 남녀 모두에게 300개 이상의 다양한 전문 직업교육 기회들이 제공되며, 이와 관련하여 연방 노동청(Bundesagentur für Arbeit)은 성인지적 관점에서 직업교육 프로그램 및 직업에 대한 소개와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Deutscher Bundestag, 2021b).

다음으로 다양한 교육 및 인식 개선 홍보 캠페인이 이루어지고 있다. 독일은 기본적으로 매우 성평등적인 교육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에 대한 9차 보고서」에 따르면 1992년 이후 매년 남학생보다 더 많은 수의 여학생들이 고등학교 졸업 시험이자 대학 입학 자격시험인 아비투어(Abitur)에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Deutscher Bundestag, 2021b). 다만 대학 전공과 직업 선택에서 성역할 고정관념에 의한 전공 및 직종 분리 현상이 나타나는 것과 관련해 2016년부터 연방 교육・연구부(Bundesministerium fur Bildung und Forschung)와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가 ‘고정관념 탈피 운동(Initiative Klischeefrei)’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이는 성별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전공 선택과 직업 선택을 장려하기 위해 유치원, 학교, 대학, 관청, 공익기관, 민간회사 등의 파트너 기관들을 모집하여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각 기관에 적용될 수 있는 성별 고정관념 탈피 수단을 상담을 통해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BMFSFJ, 2021a). 2021년 6월 현재 이 운동에 참여하는 파트너 기관은 총 365개인 것으로 파악되며, 2023년까지 650개의 기관 모집을 목표로 하고 있다(BMFSFJ, 2021a). 이와 더불어 수학(Mathematik), 컴퓨터 공학(Informatik), 자연과학(Naturwissenschaft), 기술(Technik) 분야 전공 및 직업 선택을 장려하기 위한 연방 교육・연구부의 특별 정책 프로그램으로 이들 분야의 앞 글자를 딴 이른바 ‘MINT’ 프로젝트도 시행되고 있다(Deutscher Bundestag, 2021b). 구체적으로 연방 교육・연구부는 2015년부터 2021까지 ‘MINT와 함께 하는 성공-여성들을 위한 새로운 기회(Erfolg mit MINT–Neue Chancen für Frauen)’라는 정책 패키지의 시행을 통해 MINT 분야 55개의 연구 프로젝트에 2,050만 유로(약 276억 원)를 지원하였다. 이를 통해 2019년에는 MINT 분야 전공을 선택하는 대학 진학 여성의 비율이 2015년에 비해 2.6%p 증가한 34.2%에 달하는 구체적 성과를 거뒀다(Deutscher Bundestag, 2021b).

3) 일・가정・돌봄 조화 정책

연방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가 개발한 ‘성별 돌봄격차(Gender Care Gap) 지수’, 즉 남성과 여성이 무보수 돌봄 노동에 소비하는 시간 차이를 나타내는 이 지수에 따르면 독일의 성별 돌봄격차는 52.4%로, 이는 육아, 그 외 성인 가족 돌봄, 집안일 등의 무보수 돌봄 노동에 여성이 매일 평균적으로 남성보다 52.4%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음을 뜻한다(BMFSFJ, 2019). 구체적으로 이 지수는 87분의 시간 격차에 해당하며, 남성은 하루 평균 2시간 46분, 여성은 4시간 13분의 무보수 돌봄 노동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BMFSFJ, 2019). 이러한 성별 돌봄격차는 결국 남성과 여성 간의 임금 노동시간 격차로 이어진다. 2020년을 기준으로 풀타임(Vollzeit)이 아닌 단시간(Teilzeit) 임금 노동에 종사한 여성의 수는 9백만 명으로, 2백 40만 명에 해당하는 남성 종사자 수보다 현저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Demografieportal, 2020). 이러한 성별 돌봄격차에 대한 대응으로 독일은 보육, 단시간 근로 등과 관련된 다음 정책들을 도입하고 있다.

먼저, 보육 정책과 관련하여 「좋은 보육시설법」(Gute-KiTa-Gesetz)을 제정하여 2019년부터 시행 중이다.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에 대한 9차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3세 미만 아동의 어린이집 이용률은 35%로, 2017년 기록인 33%와 2019년 기록인 34.3%에 비해 높으며, 3세 이상 미취학 시기 아동의 2020년 보육시설 이용률은 매우 높은 수준인 93%에 달한다(Deutscher Bundestag, 2021b). 「좋은 보육시설법」은 보육시설의 질을 향상하는 동시에 저비용으로 보육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하여 아동의 보육시설 이용률을 증가・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된 것으로, 이를 통해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기회 또한 보장될 수 있다(Deutscher Bundestag, 2021b). 독일 연방정부는 교육에 대한 관할권을 지닌 각 주정부에 2022년까지 총 55억 유로(약 7조 3,787억 원)를 지원하였으며, 각 주정부는 보육시설의 향상된 질을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보육시설 이용 시간 확대, 보육시설 이용비의 절감, 보육시설 전문 인력의 자격 요건 강화 등―를 선택하여 연방정부와의 개별 계약 사항을 실행하였다(BMFSFJ, 2021a). 2022년 12월 「좋은 보육시설법」의 개정을 통해 2023년과 2024년에 걸쳐 약 40억 유로(약 5조 3,792억 원)의 추가 지원이 가능하게 되었다(BMFSFJ, 2022a).

여성 종사자 비율이 높은 단시간 근로와 관련해서는 2019년 「단시간 근로 및 기간제 근로에 관한 법」(Teilzeit- und Befristungsgesetz)을 개정하여, 정해진 기간 동안의 단시간 근로를 요구할 수 있는 노동자의 법적 권리를 명시적으로 보장하였다. 이에 따라 45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한 회사에 근무하는 노동자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범위에서 협의가 이뤄진 기간 동안 자신의 근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BMFSFJ, 2021a). 이러한 정책은 여성의 돌봄 노동 현실에 의해 경력 단절이 발생하는 것을 실질적으로 방지하며, 노동 자율권의 보장 차원에서 단시간 근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인식 수준을 제고하는 데에 의의가 있다. 한편, 연방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는 단시간 근로권의 보장이 여성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점 또한 명시하였다(BMFSFJ, 2021a). 즉, 성역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남성이 가정 내 무보수 돌봄 노동에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하기 위해 남성의 단시간 근로가 적극적으로 수용되는 노동환경 또한 조성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 노동조합과 경영자 단체조합 간 협력을 끌어내기 위한 향후 정책 또한 구상 중에 있다고 밝혔다(BMFSFJ, 2021a).

나. 정치적 활동 관련 정책: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제고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에 대한 9차 보고서」에 따르면 연방 전체적으로 살필 때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확보는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Deutscher Bundestag, 2021b). 주의회 의원의 여성 비율이 2015년 31.6%에서 2019년 29.9%로 감소하고, 연방의회 의원의 여성 비율 또한 2015년 36%에서 2019년 31.2%로 감소하였기 때문이다(Deutscher Bundestag, 2021b). 브란덴부르크(Brandenburg), 튀링겐(Thüringen)과 같은 일부 연방주에서는 여성 할당제 의무화를 위해 주의회 선거를 위한 정당 후보자 명단에 여성 후보자와 남성 후보자를 반드시 번갈아 작성하게 하는 이른바 「남녀동수법」(Paritätsgesetz)을 제정하였으나, 해당 연방주 헌법재판소를 통해 위헌이 선언되었다(Deutscher Bundestag, 2021b). 이후 연방헌법재판소에 청구된 헌법소원 심판에서도 후보 선출과 조직의 자유를 가지는 정당의 권리를 침해하여 위헌적이라는 결정이 내려져 강제적 여성 할당제는 더 이상 법적으로 허용될 수 없게 되었다(BMFSFJ, 2021a). 그러나 각 정당이 정관을 통해 자유롭게 여성 할당제를 도입하는 것은 「남녀동수법」의 위헌성과는 별개의 문제로 여겨져 허용될 수 있다(BMFSFJ, 2021a). 한편, 지방 정치 영역에서 우수한 활동을 펼친 여성 정치인에게 수여될 목적으로 2009년 도입된 헬레네 베버상(Helene-Weber-Preis)6) 이 2020년 네 번째 시상을 마치면서 여성 정치인을 양성하기 위한 제도로 다시 한번 자리매김했다(BMFSFJ, 2021a). 또한 헬레네 베버 학원(Helene-Weber-Kolleg)을 통해 정치에 관심이 있는 대학생 등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여성 권한 부여(Empowerment) 교육 프로그램 등이 진행되고 있다.

다. 사회・문화적 행동 양식 관련 정책: 여성에 대한 폭력 방지

2017년 10월 독일은 「여성에 대한 폭력과 가정폭력의 예방 및 방지를 위한 유럽 의회 협약」(Übereinkommen des Europarates zur Verhütung und Bekämpfung von Gewalt gegen Fraen und häuslicher Gewalt, 이하 이스탄불 협약)을 비준하였고 이 협약은 2018년 2월 1일 발효되었다(Deutscher Bundestag, 2021b). 이스탄불 협약의 국내법적 이행을 위해 2018년 연방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는 연방, 연방주, 지방자치단체의 원탁회의를 구성하고, 연방 전체에 걸친 투자 혁신 프로그램인 ‘함께 여성 폭력에 맞서(Gemeinsam gegen Gewalt an Frauen)’를 고안하였다(Deutscher Bundestag, 2021b). 그리고 2020년 2월에는 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2020년에서 2024년까지 1억 2천만 유로(약 1,617억 원)를 지원하는 계획이 실행되었다(Deutscher Bundestag, 2021b). 지원금은 무엇보다도 보호시설 건축, 증축, 재건축 및 수리와 폭력 피해 여성의 보호시설・상담시설에의 접근성 강화를 위해 투입하기로 결정되었으며, 특히 지금까지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했던 장애인 피해자가 지원의 핵심 대상자로 포함되었다는 데에 프로그램의 의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2019년에서 2022년에 걸쳐 2천 1백만 유로(약 283억 원)를 투입하여 진행된 또 다른 중요한 연방 지원 프로그램에서는 여성에 대한 폭력 방지, 정확한 도움 제공, 보호시설과 상담시설에의 접근성 개선을 위해 지원금이 제공되었다(Deutscher Bundestag, 2021b). 한편 ‘보호 시스템 2.0(Hilfesystem 2.0)’ 프로그램 또한 추진되었는데, 이는 코로나19 세계적 유행 시기의 보호시설인 여성의 집과 여성 상담소가 디지털상의 문제들을 전문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기술 장비의 개선, 피해 여성 상담을 위한 통역 서비스 제공 등이 지원 내용에 포함되었다(Deutscher Bundestag, 2021b).

3. 나가며: 한국 성평등 정책에 대한 시사점

독일의 성평등 정책은 살펴본 바와 같이 연방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의 관할하에 각 영역별로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독일의 논의가 한국 성평등 정책에 대해 시사하는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의 여성가족부가 독일 연방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에 견줄 수 있는 성평등 정책 추진 기구로서 그 역할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독일은 연방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 내부에 성평등 정책을 관할하는 ‘평등국’이 있고, 평등국의 하부 조직으로 여성 폭력 보호 담당 부서, 인신매매 및 매춘 여성 보호 담당 부서, 평등법 담당 부서 등 11개의 부서가 있어 성평등과 관련된 세부 정책들을 체계적으로 실현하고 있다(BMFSFJ, 2023). 한편, 한국은 여성가족부의 조직도에 ‘성평등’ 또는 ‘젠더’라는 명칭을 명시적으로 포함한 조직이 없고 ‘여성정책국’만 존재한다. 이러한 조직 명칭상의 문제와 더불어 현 정부의 성평등에 대한 인식의 문제 및 여성가족부 폐지 방침으로 인하여 기존에 여성가족부의 관할로 당연하게 여겨지던 성평등 정책의 추진이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 여성가족부가 ‘2023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제시한 바 있는데, 이에는 ‘약자에게 더 따뜻하고 안전한 사회 조성’, ‘저출산・저성장 위기를 극복할 미래인재 양성’, ‘촘촘하고 든든한 지원을 위한 사회서비스 고도화’라는 세 가지 계획만이 포함되었을 뿐, 여성에 대한 폭력 방지 등 성평등 정책과 관련된 계획은 전혀 포함되지 않아 큰 논란이 일고 있다(이주빈, 2023). 여성가족부를 폐지하지 않는 대신 성평등 정책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는 구조적 성차별과 여성의 현실에 대한 인식에 기반을 두어 젠더, 성평등 차원에서 여성 정책에 접근하는 전 세계적 흐름에(박선영, 2022) 명백히 반한다고 할 수 있다. 독일의 사례를 참고하여 여성가족부가 성평등 정책 추진 기구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독일처럼 여성에 대한 폭력 방지 관련 정책을 폭넓게 추진하기 위하여 이를 업무 추진계획에 포함하여야 한다.

둘째, 경제적 활동과 관련한 성평등 정책에서, 독일의 성별 임금격차 해소 정책, 성별 직종분리 완화 정책 등의 사례들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 정도가 26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크다는 점을 심각하게 인식하고(장아영, 2023), 성별 임금격차 해소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 한국은 2018년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적극적 고용개선 조치 적용 대상 사업장이 고용노동부에 직종별・직급별 남녀 근로자 수와 성별에 따른 임금 현황을 제출하도록 의무화하였다(여성가족부, 2022).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이러한 임금 정보 제출 의무화 외에 독일의 경우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근로자가 직접 임금 정보를 요구할 수 있도록 법적 권리를 보장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또한 여성가족부가 「제9차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 국가이행보고서」에 제시한 대로 성평등 임금공시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여성가족부, 2022). 다음으로 성별 직종분리 완화를 위해 독일에서와 같이 성역할 고정관념 탈피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독일의 MINT 정책과 유사하게 한국 또한 여학생의 이공계 전공 분야 진출 확대를 위한 공학연구팀 지원 사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는데(여성가족부, 2022), 이러한 지원 사업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한국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이 독일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정치적 활동 관련 성평등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2021년 한국 국회의 여성의원 비율은 19%로, 이는 독일 연방의회 여성의원 비율인 35%의 절반 정도 수준에 그친다(The World Bank, 2021).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독일에서는 여성 할당제가 법적으로 불가능하게 되었지만, 한국 여성의 현저히 낮은 정치적 대표성을 고려하면 한국에서는 현재처럼 여성 할당제가 적절히 활용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여성 할당제가 적용됨에도 독일보다 낮은 수준의 정치적 대표성을 나타내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이 제도 외에도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함께 적용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앞서 살펴본 독일의 헬레네 베버상, 헬레네 베버 학원 운영 등의 예를 참고하여 젊은 여성 정치인을 양성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정책적 노력들을 기울여야 한다.

Notes

1)

연방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는 5개의 국(Abteilung)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중 하나인 평등국(Abteilung Gleichstellung)에서 성평등 정책을 담당한다(BMFSFJ, 2023).

2)

구체적 목표 9가지는 첫째, 동일 급여 및 독립적․경제적 안정의 보장, 둘째, 사회 분야 직업의 인기 및 유연성 강화, 셋째, 디지털 노동환경 및 생활환경에서 양성평등 기준 확립, 넷째, 가정・돌봄・일의 조화 강화, 다섯째,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경력 기회 보장과 고위직 참여 보장, 여섯째,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동등한 대표성 보장, 일곱째, 문화・학문 분야에서의 양성평등 보장, 여덟째,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고위 공직 참여권 보장, 아홉째, 실질적 평등을 구조적으로 보장해야 할 연방정부의 의무 이행이다(BMFSFJ, 2020).

3)

성별 격차지수의 범위는 완전한 불평등을 뜻하는 0에서 완전한 평등을 뜻하는 1 사이로, 1에 가까울수록 성별 격차가 적음을 의미한다(WEF, 2022).

4)

1981년 발효된 여성차별철폐협약은 국제법적 지위에서 협약국에 모든 영역에서의 여성차별을 금지하고 여성의 법적・실질적 평등을 실현하도록 의무를 부과한다. 모든 협약국은 4년마다 유엔의 여성차별철폐협약 위원회에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BMFSFJ, 2021b).

5)

한화로 제시한 부분은 2023년 1월 24일의 유로 환율(1유로 = 1,347.14원)을 기준으로 계산한 것이다.

6)

헬레네 베버는 독일 여성의 참정권 보장을 위해 활동한 정치가로, 1948년 독일 연방의 헌법인 「기본법」 제정에 참여한 4인의 여성 중 한명이었다(BMFSFJ, 2022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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