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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겨울호, 통권 23호 2022 겨울호, Vol.23

프랑스 적극적연대급여 RSA의 개혁 계획과 근거

Reform of the Active Solidarity Income: Macron’s Plan and Its Rationale

1. 들어가며

2009년에 6월 1일 사르코지 정권 아래에서 시행된 프랑스의 적극적연대급여(RSA: Revenue de Solidarité Active)는 현재 개혁을 앞두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재임을 위한 대통령 선거 캠페인을 할 당시부터 선거 공약의 하나로 RSA에 대한 개혁 의지를 강하게 내비쳐 왔다. 마크롱 정부는 십여 개의 지방자치단체(départements)를 대상으로 RSA 개혁에 대한 시범사업을 거친 후, 2024년부터 전 지역을 대상으로 정책을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Jackowski, 2022). 이 글에서는 먼저, 프랑스 최저생활보장제도의 간략한 역사적 흐름을 살펴보고, RSA 개혁의 근거와 내용을 소개한다. 그리고 RSA 개혁에 대한 이해관계자 및 정치권의 반응을 논의하며 마무리한다.

2. 사회편입최소수당(RMI)에서 적극적연대 급여(RSA)로

프랑스는 미셸 로카르 총리 시절인 1988년 12월 1일, 저소득 가구에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노동시장 진입 및 재진입을 용이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사회편입최소수당(RMI: Revenu Minimum d’Insertion)를 도입하였다(INSEE, 2016). 그러나 정책이 도입된 지 20년 후인 2008년, RMI는 사르코지 정권에서 폐지되는데, 그 배경은 다음과 같다. 먼저, RMI는 수급자의 빈곤 탈출에 주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실제로 RMI가 처음 도입되었을 당시 40만 명이었던 수급자 수는 2008년에 117만 명으로 늘어났다. 또한 RMI의 정책 구조가 수급자의 구직 의욕을 북돋우는 대신에 오히려 수급자의 노동 인센티브를 감소시켜 ‘실업의 덫’(unemployment trap)을 강화한다는 비판도 빈번했다(Bargain & Doorley, 2009). 예를 들어, 한 개인이 최저 임금 수준의 전일제 노동자로 근로하는 경우, 이를 통해 얻는 한계 수입이 RMI 수당보다 미미하게 높은 수준에 그쳐 일자리를 찾는 것이 수급자들에게는 별 보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Dubet & Vérétout, 2003). 게다가 RMI 수급자가 노동시장에 진출하여 RMI의 수급 자격을 잃는 경우, 수급자로서 받았던 세금 혜택이나 의료보험 지원에 대한 수급 자격도 박탈되었다(Legros, 2009). 따라서 RMI 수급자들은 최소한의 한계 수입을 주는 일자리를 찾느니 차라리 수당받는 것을 택한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설명이다(Sterdyniak, 2005).

이 같은 비판을 바탕으로 사르코지 정권은 2009년 6월 1일, ‘노동을 통해 얻는 임금을 빈곤을 방지하는 주요 보호 장치’가 되도록 하겠다는 동기를 내세우며 기존의 RMI를 대체하는 정책인 적극적연대급여, 즉 RSA를 도입하였다(Cour des Compte, 2022). RMI가 RSA로 대체되면서 주요하게 달라진 것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RSA는 RMI의 급여 구조를 개선하여 노동시장 재진입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했다. 구체적으로, 과거 RMI는 최저 소득(Revenu Garanti) 기준에 따 라 수급자의 소득과 최저소득의 차이에 해당하는 만큼 수당을 지급하였다. 따라서 수급자의 소득이 RMI의 최저소득 기준선을 넘으면 더 이상의 수당을 받지 못했다. 반면 RSA는 수급자가 경제 활동을 통해 추가 근로소득을 얻는 경우, RSA 급여에 더하여 추가로 근로소득의 62%를 보전할 수 있도록 하였다(그림 1)(Sénat, 2008). 이를 통해 RSA는 실업 상태에 있는 수급자에게 강화된 근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저소득 노동자(working poor)에게도 지속적인 소득보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다(Nouveau,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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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사회편입최소수당(RMI)과 적극적연대급여(RSA)의 급여 구조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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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Sénat (2008). Projet de loi de finances pour 2009: Solidarité, insertion et égalité des chances. 자료의 그래프를 필자가 번역함.

다음으로 달라진 점은, 수급자의 구직 혹은 사회 진입 활동(insertion sociale et professionelle)에 대한 참여 의무가 강화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급자는 이를 지원하는 기관과 상호참가계약(CER: Contrat d’engagement réciproques)을하는 형식으로 사회 진입 활동에 대한 약속을 하게 되었다. 한편, RMI에도 사회편입계약(contrat d’insertion)이라는 이름의 경제 및 구직 활동에 대한 적극적 참여가 조건 사항으로 있었으나, 실제로는 이 조건이 수급자에게 의무적으로 부과되지 않았다(Bargain & Doorley, 2009). 마지막으로, 프랑스 정부는 RMI를 RSA로 대체하면서, 한부모자녀수당(API: Allocation de Parent Isolé)과 공공부조성 성격을 띠는 다른 수당들도 RSA로 통합하였다(오민애, 2016). 이는 공공부조제도를 간소화하고 급여의 중복 수급에 따른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노대명, 2011).

3. 마크롱 정부의 RSA 개혁

가. RSA 개혁에 대한 주장과 근거

그러나 RSA가 도입된 지 13년 즈음 지난 지금, 마크롱 정부에서는 RSA를 개혁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RSA가 수급자들의 빈곤 탈출에 대한 효과가 떨어질뿐더러, 노동시장 재진입을 장려하는데 충분한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프랑스 감사원(Cour des Comptes)이 2022년 1월에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RSA 수급자 중 65%가 지속적으로 빈곤선(중위소득의 60%) 이하의 삶을 사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수급자 중에서 노동시장 재진입에 성공한 사람의 비율은 2019년 기준 월평균 3.9%로, 고용지원센터(Pôle Emploi)에 등록된 구직자(Demandeurs d’emploi)들의 노동시장 재진입 비율인 월평균 8.2%와 비교할 때 매우 낮은 수치이다. 이와 유사하게, RSA 수급자들의 7년 후 상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오직 34%만이 고용을 통한 탈수급에 성공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42%는 7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수급자로 남아 있었다. 수급자가 고용을 통해 탈수급에 성공한 경우에도 상당수의 탈수급자들이 경제적 불안정을 경험했다. 구체적으로 말해, RSA 탈수급자의 3분의 2가 탈수급 이후 5년 동안 약 3.8번 고용 상태 변화를 겪었는데, 이는 평균적으로 고용과 실업 상태를 두 번 오간 것과 같은 수치다(Cour des comptes, 2022).

RSA 수급자 수도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2009년 131만 명이었던 RSA 수급자는 매년 지속적으로 늘어나 2017년 말에는 185만 명을 기록했는데, 이는 수급자의 가구 인원을 포함하면 프랑스 전체 인구의 약 6%에 해당하는 수치다(Lepetit, 2018). 이에 따라, RSA에 드는 재정비용도 지속적으로 늘어, 2019년에는 117억 유로의 지출을 기록했다(Cour des comptes,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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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사회편입최소수당(RMI)-적극적연대급여(RSA) 제도의 30년간 수급자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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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Lepetit, B. (2018. 11. 30.). RSA: L’ancêtre du revenu universel fête ses 30 ans. Le Parisien. Retrieved from https://www.leparisien.fr/economie/rsa-l-ancetre-du-revenu-universel-fete-ses-30-ans-30-11-2018-7957602.php 자료의 그래프를 필자가 번역함.

마지막으로, Cour des comptes(2022)는 RSA 수급자들의 구직 및 사회 진입 활동을 돕는 동반적 지원(Accompagnement)이 법적 형태로만 존재할 뿐, 체계적으로 실행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실제로 RSA 수급자 중 약 18%에는 어떤 사회 진입 활동 지원 기관과의 연계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수급자가 속한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진입 활동 지원에 대한 관리 수준의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2019년 전국 평균 41%의 수급자에게 고용지원센터와의 연계가 이루어졌다면, 코레즈(Corrèze) 지역에서는 0명의 수급자가 고용지원센터로 안내받았다. 또한 보고서에는 활동 지원 기관과 수급자들이 맺는 상호참가계약(CER)도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할 뿐, 수급자들이 노동시장에 재진입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수급자들이 상호참가계약(CER)을 통해 사회 진입 활동을 하더라도 이는 평균 53일에 그쳤고, 수급자들이 이행한 활동의 약 76%가 직업훈련이나 구직 활동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활동이었다(Cour des comptes, 2022).

나. RSA 개혁 내용과 계획

앞서 나열한 근거를 바탕으로, 마크롱 정부는 RSA 수급자의 자립을 위한 동반적 지원을 강화하는 것을 제도 개혁의 핵심 목표로 삼고 수급자들에게 주 15~20시간의 구직 및 근로 활동을 강제할 것이라고 밝혔다(Jackowski, 2022). 수급자가 구직 활동 의무 시간을 이행하지 않으면 수급 자격이 제한되거나 수급액에 대한 제재가 따르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정책의 변화는 마크롱 정부가 취약계층 청소년을 대상으로 2022년 3월부터 시행한 청소년참여계약(CEJ: Contrat d’Engagement Jeune)과 유사한 정책적 논리를 적용한 것이다. 따라서 RSA도 ‘권리와 의무’라는 호혜성에 입각하여, 수급자들의 구직 및 근로 활동 의무를 더욱 강조하게 되었다. 또한 ‘취업 우선(work first)’ 기조에 따라 동반적 지원도 노동시장 재진입을 위한 직업훈련과 근로 체험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2022년 가을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지자체들은 지역과 수급자의 특성에 따라 수급자의 의무 노동 시간을 설정하는데 어느 정도의 유연성을 갖게 되며, 이는 수급액 제재 정도에서도 마찬가지다(Prak, 2022).

4. 나가며

프랑스의 노동조합과 진보 성향 정치인을 중심으로 RSA 개혁 계획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개혁 반대론자들은 주 15~20 시간의 의무적 근로 활동을 강요하는 것은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계층에 대한 처벌적 조치이며, 그들의 빈곤을 개인의 잘못으로 치부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20minutes, 2022). 게다가 이들은 RSA의 한 달 급여가 572유로(2021년 기준)라는 것을 고려할 때, 주 20시간의 근로 활동은 시간당 6.64유로를 받는 것과 동일한 수치라는 점을 지적하며 의무 근로 활동 조건이 수급자들에게 시간당 최저 임금도 안 되는 수준으로 근로하라고 강요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Lann, 2022).

이러한 반대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마크롱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마크롱 정부는 “노동 없이 복지 정책 예산을 마련할 수 있는 모델은 없다”고 주장하면서(Ficek, 2022), RSA 수급자가 하게 될 의무적 근로 활동은 공짜 노동이 아니라 노동시장 재진입을 위한 직업훈련임을 강조했다(Thévenin, 2022).

2022년 가을부터 절차를 밟은 RSA 개혁 시범사업은 지난 10월 후보 모집을 마쳤고, 약 30개의 지자체가 지원했다. 이 중에서 10여 개 지역이 시범사업 대상 지역으로 선정되어 내년 초부터 사업이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범사업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 것인지, 참여 지역에 어느 정도의 자율성이 보장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보는 아직 제공되어 있지 않다(Thévenin, 2022)

RSA 개혁은 현 프랑스 정부의 ‘2027년 완전고용(Plein-Emploi)’ 목표와 맞닿아 있다. 이 목표에 따라 프랑스 정부는 RSA뿐만 아니라 실업급여제도 그리고 고용지원센터에 대해서도 ‘노동시장 재진출’을 적극 장려하는 방향으로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마크롱 정부의 RSA 개혁이 수급자들의 노동시장 재진입률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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