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전국 자살 예방 생명의 전화 현황

전국 자살 예방 생명의 전화는 미국 내 증가하는 자살을 줄이기 위한 미국자살예방계획^{(National Suicide Prevention Initiative)}의 일환으로 보건복지부 내 약물 남용 및 정신보건국^{(SAMHSA: Substance Abuse and Mental Health Services Administration)}의 재정 지원을 받아 2005년 1월 1일 개통된 24시간 운영되는 무료 상담 전화이다. 바이브런트 정신건강^{(Vibrant Emotional Health)}라는 기관이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전국생명의전화는 미국 전역에서 인증받은 200여 개 지역 핫라인 위기상담센터를 통합하는 연결망으로 미국 어디서나 전화를 하면 통화자의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지역 핫라인 상담센터로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전국생명의전화는 자살 위험이나 정신건강 위기에 처한 시민에게 전화뿐 아니라 문자, 채팅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 약 220만 건의 통화 건수가 있었고, 현재는 문자, 채팅, SNS 등의 다양한 채널을 통해 연간 약 350만 건의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그 수는 매년 14% 증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전화 상담이 약 66%를 차지하고 온라인 상담이 32% 그리고 전화를 통한 문자 상담이 2% 이루어지고 있으며(Vibrant Emotional Health, 2020), 2005년에서 2018년까지 연방정부는 전국생명의전화 운영에 총 7,800만 달러(약 9,800억 원)를 지원하였다.

나. 통합번호 988 입법 배경 및 과정

2016~2017년 동안 미국의 자살률은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전국생명의전화가 전화 상담을 통해 자살 사고와 절망감을 감소시키고 자살 위험을 사정하며 통화자의 즉각적인 위기 상황에 대처하고 사후 관리에 도움을 준다는 실증적 연구가 발표되었다(SAMHSA, 2021). 따라서 미국 의회에서는 증가하는 자살을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10자리인 전국생명의전화 번호 대신 쉽게 기억할 수 있는 세 자리 번호의 구축 가능성을 연방통신위원회^{(FCC: Federal Communication Commission)}에 검토하여 보고하라는 법안인 「전국자살핫라인향상법^{(National Suicide Prevention Hotline Improvement Act of 2018)}」을 2018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연방통신위원회에서는 988을 세 자리 통합 번호로 채택하였고 이를 확정하는 「전국자살핫라인지정법^{(National Suicide Prevention Designation Act of 2020)}」이 2020년 9월 21일 의회에서 통과하였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함으로써 988 제정이 법제화되었다. 구체적인 입법 과정은 다음과 같다.

다. 988 개통과 정신건강 위기 대응 시스템의 구축

세 자리 전화번호 988의 개통은 새로운 상담 전화번호를 추가한 것 이상의 의미로, 정신건강 위기 대응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화재, 교통사고, 의료 응급 상황에서 사용하는 911의 전화 건수 2억 4천만 건 중 약 10%인 2,400만 건이 정신건강 위기와 관련된 전화로 추정된다. 이 10%의 전화 건수가 988 개통 이후 점차 911 대신 988로 흡수되면 전국생명의전화 이용자 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연방 및 주정부에서는 지역 핫라인 상담센터 및 전국생명의전화의 기반시설 확대, 상담인력 확충, 백업센터 지원을 위해 재정적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연방정부 약물 남용 및 정신보건국에서는 1차로 4,900만 달러(약 600억 원), 2차로 2억 8,200만 달러(약 3,500억 원)를 지원할 예정이다. 988의 개통은 미 연방정부에서 2020년 발표한 정신건강 위기 돌봄을 위한 국가 지침^{(National Guidelines for Behavioral Health Crisis Care – A Best Practice Toolkit)}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 국가 지침에서는 효과적이며 종합적인 정신건강 위기 대응 시스템 구축을 위한 첫 번째 서비스로 24시간 운영하는 위기상담센터를 제안하고 있다. 그리고 필요하면 위기에 처한 개인을 돕기 위해 지역사회로 찾아가는 위기대응팀을 운영하며, 응급실 대신 24시간을 넘지 않게 정신과적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위기안정쉼터시설을 설치함으로써 위기 돌봄의 연속성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988의 개통은 정신건강 위기와 관련해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입구이자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전미 주정부정신보건국장협회에서 2020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위기상담센터를 비롯한 연속적 위기 돌봄 체계는 실증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리조나주 남부 지역에서 이미 운영 중인 위기 돌봄 체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위기 상담 전화를 통해 위기 상황이 80% 해결되었다. 전화로 해결되지 않아 위기대응팀이 출동한 경우에는 현장에서 위기 상황의 71%가 해결되었으며 위기안정시설로 입소한 경우도 68%가 지역사회로 퇴원한 것으로 나타나 응급 전화 911 사용, 경찰의 출동, 응급실 이용을 하지 않는 결과를 보였다. 따라서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988 개통은 자살 예방과 정신건강 위기 돌봄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NAMHPD,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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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실증연구-서부 애리조나주(Arizona Complete Health 자료)

자료:National Association of State Mental Health Program Directors. (2020. 8). Cops, Clinicians, or Both? Collaborative Approaches to Responding to Behavioral Health Emergencies. Retrieved from https://www.nasmhpd.org/sites/default/files/2020paper11.pdf 2022. 5. 20.

가. 지역 핫라인 센터의 기반시설 및 상담인력 확충

뉴욕주는 전국생명의전화 규정에 부합하는 지역 핫라인 센터의 기반시설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62개 카운티 중에서 18%에 해당하는 11개 카운티가 전국생명의전화망에 접근할 수 있는 지역 핫라인 센터가 없다. 뉴욕주 12개 지역 핫라인 센터 중 5개 센터만 24시간 운영되고 있으며, 2개소만 문자 및 온라인 상담이 가능한 실정이다. 또한 2021년 4분기 전국생명의전화 응답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상담 전화의 61%만이 뉴욕주 내 지역 핫라인 센터에서 응답한 것이고 나머지 39%는 다른 주 센터에서 응답한 것으로, 기반시설 및 상담인력이 매우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911 전화의 30%가 911 대신 988로 연락하고, 988 개통에 따라 정신건강 상담이 약 30%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며, 1차 상담 후 후속 상담까지 고려한다면 상담 건수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NYS Office of Mental Health, 2022). 이를 위해 주정부는 상담 통화량 증대에 맞춰 24시간 운영을 하기 위한 기반시설 및 상담인력을 확충하고자 이미 2021년 예산에서 1천만 달러(약 130억 원)를 투자하고, 연방정부로부터 받은 730만 달러(약 90억 원)를 상담인력 지원에 할당하며, 2022년에 3,500만 달러(약 440억 원), 2023년에 6천만 달러(약 750억 원)를 주정부 예산에서 지원할 예정이다.

나. 위기안정센터 설치 및 운영

뉴욕주에서는 개인이 처한 자살 및 정신건강 위기 상황이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 경우 응급실 대신 24시간 이내로 머물면서 치료, 상담,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위기안정센터 12곳을 2023년 1월에 개소할 예정이다. 위기안정센터는 크게 집중형^(Intensive)과 지원형^(Supportive)의 두 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집중형은 정신과 전문의와 간호사를 비롯한 정신건강 전문가가 상주하여 응급 치료를 제공하는 의료 모델이며, 지원형은 동료 상담가 위주의 상담 및 지원을 제공하는 형태이다. 위기안정센터는 아동, 청소년, 성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연령의 내담자가 약물 남용 또는 정신건강 문제가 있을 때 예약 없이도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뉴욕주에서 내년에 개소하는 위기안정센터는 모두 집중형으로, 주정부는 5년에 걸쳐 1억 달러(약 1,250억 원)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 집중형 위기안정센터가 개소하면 기존의 응급실 중심 정신건강 응급 체계를 혁신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며,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한곳에서 치료, 상담 및 의뢰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정신건강 응급센터가 개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정신건강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줄이고 정신건강서비스의 접근성을 향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