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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가을호, 통권 2호 2017 가을호, Vol.2

트럼프의 반복지 예산안

Trump’s Budget Cuts to Social Security

1. 들어가면서

지난 5월 23일, 믹 멀베이니(Mick Mulvaney)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은 4조 1,000억 달러 규모의 2018년도 미국 정부 예산안을 발표했다. 2018년도 예산안은 국방 예산을 늘리는 대신 복지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어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예산안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향후 10년간 메디케이드(Medicaid) 예산에서 8,000억 달러, 장애연금(Social Security Disability Insurance)과 보충소득보장(Supplemental Security Income) 예산에서 720억 달러, 보충영양지원제도(SNAP: Supplemental Nutrition Assistance Program) 예산에서 1,910억 달러, 빈곤가족한시지원(Temporary Assistance for Needy Families) 예산에서 217억 달러를 삭감할 계획이다. 이 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복지 예산 삭감을 둘러싼 논쟁을 다루고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2. 제도별 예산 삭감 내용과 쟁점

가. 삭감 내용

1) 메디케이드

메디케이드는 미국 사회 안전망의 핵심적인 제도로, 65세 미만의 저소득층과 장애인을 위한 공공의료보험이다. 2017년 기준으로 메디케이드 수급자는 7,400만 명으로 집계된다. 미국인 5명 중 1명꼴이다.1) 메디케이드는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새 예산안에 따라 연방정부는 메디케이드 관련 지출을 8,000억 달러 이상 줄일 목적으로 주정부들이 관련 의료비 삭감 여부를 결정하도록 종용하고 있다.

2) 장애연금

장애연금은 질병이나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인해 일할 수 없게 된 국민에게 지급하는 연금이다. 보충소득보장제도와 달리 수급자의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지급되며, 2017년 현재 약 1,056만 명이 장애연금을 받고 있다.2)

3) 보충소득보장

보충소득보장제도는 연방정부가 빈곤층, 고령층,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여러 유형의 복지 혜택을 묶어 종합적으로 소득을 보전하는 제도로서 수급자의 소득, 재산 규모에 따라 지급액이 달라진다. 65세 이상의 극빈 노인, 65세 이하의 노동 불가 장애인 또는 소득이 없거나 매우 낮은 극빈층을 수급 대상으로 한다. 2017년 현재 약 826만 9,000명이 수급을 받고 있다.3) 그러나 새 예산안에 따르면 보충소득보장 예산이 720억 달러나 삭감될 예정이어서 예산안이 실행될 경우 미국 내 극빈층의 기초생활보장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4) 보충영양지원제도

푸드스탬프 혹은 SNAP이라 불리는 보충영양지원제도는 연방정부가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에게 식품 구매용 쿠폰(바우처)이나 전자카드 형태로 식비를 지급하는 제도이다. 2017년 기준으로 보충영양지원제도의 도움을 받고 있는 미국인은 4,249만 명에 달하며, 2016년 기준 전체 수급자의 70%가 자녀를 둔 가정으로 조사되었다.4)5) 이는 보충영양지원제도가 미국 어린이들의 균형 잡힌 영양 상태를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하지만 새 예산안은 수급 자격 요건을 강화해 앞으로 10년간 1,910억 달러 규모의 예산을 삭감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5) 빈곤가정한시지원

빈곤가정한시지원제도는 최저생계비 이하의 빈곤 가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1960년부터 1996년까지 시행됐던 부양세대 보조 프로그램(Aid to Families with Dependent Children)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1996년 법규 개정을 통해 이 프로그램이 시행되었다. 기존에 부양세대 보조 프로그램에 따라 평생 제공받을 수 있던 혜택을 현재는 5년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신체 건강한 성인은 지원받은지 2년 후부터는 일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자녀를 둔 빈곤 가정에 생계비, 주택서비스, 의료서비스 등을 제공하지만 지원 기간을 한정한다. 대신 취업서비스와 보육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수급자가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개인의 자립과 근로 의욕을 강조하는 이 프로그램은 현재 실업률 감소와 실질적 복지 제공에 크게 기여한 성공적인 제도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이번 예산안은 빈곤가정한시지원 예산을 1,652억 달러에서 1,435억 달러로 13.1%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나. 예산 편성 관련 쟁점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자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국방을 제외한 민생 예산의 대대적, 전방위적 감축은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방(10% 증가), 보훈(5.9% 증가), 국토안보(6.8% 증가) 등 미국의 하드파워를 담당하는 3개 부처의 예산은 대폭 증액됐으나 대외원조를 담당하는 국제개발처(USAID, 28.7% 감소)와 보건복지부(Health and Human Services, 16.2% 감소) 등 소프트파워 관련 부처 12개의 예산은 모두 삭감됐다(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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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트럼프 예산안의 승자와 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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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Mike Nudelman(2017. 3. 16.). Here are the biggest winners and losers in Trump's first budget. Business Insider.

반면, 새 예산안은 인프라에 2,000억 달러를 지출하고 상속세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법인세율을 현행 35%에서 15%로 대폭 인하하고, 개인소득세 과세 구간을 10%, 15%, 25%, 28%, 33%, 35%, 39.6% 등 7단계에서 10%, 25%, 35% 등 3단계로 간소화하기로 했다. 법인세가 15%로 인하되면 앞으로 10년간 2조 2,000억 달러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트럼프가 늘 주장한 대로 상속세와 법인대체최소세(Alternative Minimum Tax)6)는 폐지키로 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사회안전망 예산을 6,000억 달러 이상 삭감하는 등 빈곤층에게는 불리하고 방위산업과 부유한 납세자들에게는 훨씬 유리한 예산안을 제시하자 사회 각층에서 거센 비판과 반발이 일고 있다.

3. 시사점

‘위대한 미국을 위한 새로운 토대(A New Foundation for American Greatness)’라는 제목의 이번 예산안은 정부가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각종 복지 예산을 대폭 삭감한다는 점에서 의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멀베이니 예산관리국장은 실제로 일을 할 수 있는데도 복지 혜택을 받는 부정 수급자가 많다는 이유를 들며 복지 예산 삭감을 변호했다. 또한 새 예산안은 납세자의 돈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비효율적이고 반근로적인 프로그램의 예산을 줄임으로써 미국의 노동 참여율을 높이고 고질적인 재정 적자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예산안이 미국의 적자를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불평등과 빈곤을 악화하고 재정 적자를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이유에서 민주당뿐만 아니라 공화당 일부에서조차 반발하고 있다. 공화당 경선 당시 트럼프는 자신이 메디케이드를 삭감하지 않을 유일한 공화당 후보임을 내세웠고, 대선 기간 내내 사회보장 예산을 절대로 삭감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국방, 안보, 세금 감면 등 자신이 대선 전부터 강조한 일부 공약은 그대로 실천하는 반면, 이러한 공약 시행에 드는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복지 예산은 대폭 삭감하는 이중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그를 지지했던 저학력 백인 근로자 가운데 상당수가 메디케이드를 비롯한 각종 사회보장제도에 의존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예산안은 트럼프의 지지층에게 상당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의 저소득층과 무너져 가는 중산층을 희생시켜 소수의 부유층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이번 예산안이 과연 트럼프 행정부의 ‘위대한 미국 건설(Make America Great Again)’이라는 슬로건에 부합할지 의문이 든다. 소위 ‘복지 공약’으로 다수 유권자의 마음을 얻어 당선된 후 그 공약을 저버리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이번 예산안의 복지 예산 삭감은 수천만 미국 시민의 생존권에 위협이 되고 있다. 대통령은 국민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만큼 국민과의 약속이 엄중함을 깨닫고 모든 국민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최소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Notes

1)

Joshua D. Gottlieb, Mark Shepard(2017. July 2). Evidence on the Value of Medicaid. Econofact. econofact.org/evidence-on-the-value-of-medicaid에서 2017. 7. 26. 인출.

2)

Social Security Administration(2017. July). Monthly Statistical Snapshot. https://www.ssa.gov/policy/docs/quickfacts/stat_snapshot에서 2017. 7. 26. 인출.

3)

Social Security Administration(2017. July). 위의 기사.

4)

United States Department of Agriculture(2017). FY14 through FY17 National View Summary. https://www.fns.usda.gov/pd/supplemental-nutrition-assistance-program-snap에서 2017. 9. 13. 인출.

5)

Center for Budget and Policy Priorities(March 2016). Policy Basics: Introduction to the Supplemental Nutrition Assistance Program. https://www.cbpp.org/sites/default/files/atoms/files/policybasics-foodstamps.pdf에서 2017. 9. 13. 인출.

6)

법인대체최소세는 개인과 기업이 각종 공제 및 회계 방법을 통해 법인세 납부를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는 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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