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메뉴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2020년 겨울호, 통권 15호 2020 겨울호, Vol.15

영국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위기 속 흑인, 아시아인, 소수민족 사회적 낙인찍기

Blame BAME(Black, Asian and minority ethnic): social stigma during the UK COVID-19 crisis

초록

공중보건의 맥락에서 사회적 낙인이란, 실제 질병 감염 여부와는 상관없이 발생하는 식별 가능한 민족 집단이나 장소 또는 국가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차별을 의미한다.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과 장기화로 말미암아 전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이러한 비이성적 현상은 영국에서도 나타나고 있으며, 인명 피해와 사회·경제적 손실 만큼이나 낙인찍기의 피해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영국의 코로나19 확산 초기 동아시아인과 동남아시아인에게 집중되던 낙인찍기와 사회적 차별이 점차 흑인, 아시아인, 소수민족으로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2020년 한 해 동안 영국 안에서 사회적 낙인찍기의 대상이 어떻게 확대되었는지, 그 배경에는 어떠한 요인들이 작용했는지, 그 결과로 발생한 차별 피해는 어떠한지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늘어나는 코로나19 낙인찍기에 대한 영국 정부의 대응과 한계를 파악하고 적절한 대안을 찾아보고자 한다.

1. 들어가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영국은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감염률을 보여주는 국가 중 하나로, 첫 확진자가 보고된 1월 31일 이후 정확히 9개월 만인 10월 31일에는 총 확진자의 수가 백만명을 돌파한 나라가 되었다(Coronavirus: confirmed COVID-19 cases in the UK surpass one million mark, 2020). 영국의 인구비례 사망률도 매우 높은데, 11월 11일에는 총 사망자 수가 5만 명을 넘어선 첫 유럽국가가 되었다(Rawlinson et al., 2020).

코로나19의 확산을 막으려는 영국 정부의 강력한 조치가 전무했던 것은 아니다. 영국은 이미 지난 3월23일에 1차 전국적인 봉쇄령을 내림으로써 약 3개월 동안 필수 인력을 제외한 거의 모든 사람들의 교류를 매우 전면적이고 극적으로 제한하였고, 그 기간 동안 하루 최대 코로나19 검사 수를 약 10만 건 가까이 늘린 바 있다. 그 결과, 이동제한령 기간 중 한 때 7,800명을 넘었던 신규 감염자 수가 400명 미만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강력한 봉쇄조치의 결과로 영국경제의 2분기 축소규모는 -20.4%를 기록했다(OECD, 2020). 이는 전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Organis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37개국의 평균인 -9.8%의 하락률을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이로써 전례 없는 경기침체에 대한 사회적 불안이 확산되었다(ibid.).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9월부터 코로나19의 2차 확산이 본격화되어 마침내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2만명을 넘어서자 영국 정부는 11월5일부터 12월2일 사이에 2차 전국 봉쇄조치를 내릴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상황에서 영국의 사회·경제적 손실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이 새로운 질병의 확산으로 인한 공중보건 및 사회 전반의 위기가 발생했을 경우, 그 질병과 부정적인 연관성이 높다고 인식된 집단 및 특정 장소 또는 국가 전체에 꼬리표가 붙고 고정관념이 생겨나기 쉬워진다. ‘사회적 낙인찍기’라고 불리는 이러한 현상은 감염 방식에 대한 지식이 부족할수록, 질병의 감염과 그로 인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클수록, 질병에 대한 근거 없는 소문이 널리 퍼질수록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으며, 누군가에게 위기의 책임을 돌려야 할 비이성적인 필요성에서 기인한다(Sotgiu & Dobler, 2020; World Health Organisation, 2020a).

영국의 경우에도 코로나19 위기의 장기화로 사회적 불안이 커지면서 코로나19와 관련이 높다고 생각되는 집단에 대한 낙인찍기가 확산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영국에서 확산 초기에 발생한 낙인찍기와 그에 따른 사회적 차별의 피해는 동아시아인과 동남아시아인에 집중되어 있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비에이엠이’(BAME: Black, Asian and minority ethnic)라고 불리는 흑인, 아시아인, 소수민족으로 그 대상이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코로나19로 사회·경제적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지난 1월부터 현재까지 영국에서 사회적 낙인찍기의 대상이 어떻게 확대되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분석 시기를, 중국인을 중심으로 동아시아인 및 동남아시아인에 대한 낙인찍기가 시작된 1기, 그리고 낙인찍기의 대상이 유색인종 전체로 확대된 2기로 나누어, 그 이면에 어떠한 요인들이 사회적 낙인을 강화시켰는지를 각각 분석하고, 그 결과로 깊어진 사회적 차별의 현황도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그 다음, 코로나19의 사회적 낙인과 관련하여 영국 정부의 정책 대응 방향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떠한 한계를 보이는지를 논의한 후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2. 코로나19 위기 속의 사회적 낙인과 차별

제1기: 동아시아인과 동남아시아인 낙인찍기

제1기는 영국 내에서 2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최초로 확인된 2020년 1월 31일 전후부터 감염이 확산되어 전국적인 봉쇄령이 내려진 3월 23일 전후 사이로,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코로나19의 연관성에 대한 인식이 생겨나면서 동아시아인과 동남아시아인에 대한 낙인찍기가 급증한 시기이다.

이러한 현상에는 다음과 같은 요인이 중요한 몫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중국의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코로나19 감염이 최초로 보고되었고 이에 따라 언론과 정치인들의 담론에서 중국과 코로나19의 연관성을 강조한 표현들이 사용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3월 6일 미국의 마이크 폼페이오(Michael Richard Pompeo) 국무장관은 한 인터뷰에서 코로나19의 정식 명칭 대신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표현을 썼고, 같은 달 11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Donald John Trump) 대통령 역시 “중국에서 시작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발발(coronavirus outbreak that started in China)”이라는 표현을 대국민 담화에서 사용하면서 코로나19의 최초 발생지가 중국임을 명기했다(Gabbat, 2020; Karni & Haberman, 2020). 영국의 정치 담론에서도 이러한 낙인찍기가 발견된다. 예를 들어, 3월18일 영국독립당(UK Independence Party)의 전 당수인 나이절 퍼라지(Nigel Paul Farage)는 한 기고문에서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른 트럼프 대통령이 그 발언으로 인하여 많은 비판을 불러일으켰지만 (중략)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은 옳다”라는 주장을 펼쳤다(Farage, 2020). 더 나아가 나이절 퍼라지는 중국이 전세계적 공중보건의 위기를 초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코로나19의 범유행과 관련해 중국의 책임을 분명히 하였다(ibid.). 같은 달 30일에는 영국 보수당(Conservative Party) 소속의 국회의원인 밥 스튜어트(Bob Stewart) 역시 영국 런던 브롬리 구(London Borough of Bromley)에서의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한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불결한 중국 질병(foul Chinese illness)”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코로나19와 중국의 연관성을 강조했다(Wearmouth, 2020).

둘째, 영국 내의 코로나19 초기 확진자들이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국가의 국민이었거나 혹은 해당 지역에서 영국으로 귀국한 후 감염이 확인되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영국에서 최초로 공식적인 감염 사례가 보고된 것은 1월 31일, 두 명의 중국인이 확진판정을 받으면서였다(Coronavirus: two cases confirmed in UK, 2020). 2월 6일에 확인된 세번째 영국인 확진자의 경우에는 싱가포르 출장 중에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고, 이 확진자가 확진 판정을 받기 전 프랑스에 사흘간 머물면서 영국인 5명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한 것으로 조사되었다(Coronavirus: Third UK patient ‘caught coronavirus in Singapore’, 2020; Coronavirus: Brighton GP practice closes after staff member tests positive, 2020). 같은 달 12일에 발생한 아홉 번째 확진자의 경우에도 영국이 아닌 중국에서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Ninth case found in UK, 2020). 2월 23일에는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한 크루즈선에서 영국으로 철수시킨 32명 중 4명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음으로써, 영국의 첫 13건의 코로나19 확진 사례 모두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와의 높은 연관성을 보였다(Coronavirus: four new UK cases among ship evacuees, 2020).

한편, 영국 내에서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동아시아인과 동남아시아인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증가한 배경에는 영국 정부의 다소 편향된 여행객 자가격리 권고 국가 선정도 어느 정도 중요한 영향을 끼쳤던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의 전세계적 확산 초기에 집중 발병지가 중국 및 주변국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이와 동시에 영국 내에서도 해당국가와 관련된 감염 사례가 늘어나기 시작하자, 2월 6일 영국 공중보건국(Public Health of England)은 여행 후 2주 간의 자가격리가 필요한 9개 국가로 중국, 홍콩, 마카오, 대만, 한국, 일본,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를 꼽았다(Boseley et al., 2020). 이때, 주목해야 할 점은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런 결정이 내려질 당시 호주, 독일, 미국의 총 확진자 수가 각각 14명, 12명, 12명으로, 말레이시아와 마카오의 총 확진자 수와 같거나 오히려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코로나19의 확산이 지속되자, 2월 26일 영국 정부는 비상상황 과학자문단(SAGE: Scientific Advisory Group for Emergencies)의 권고에 따라 코로나19 방역 강화 대상 국가 및 지역을 기존의 9개국에서 확진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이탈리아 북부지역과 이란을 포함한 15개국으로 늘렸으나, 그 당시 빠른 확산추이를 보이고 있던 미국과 호주는 여행객의 자가격리 권고국에 추가되지 않았다(Sample, 2020) (표 1 참조). 반면, 2월26일을 기준으로 총 16명의 확진자를 기록한 베트남, 1명의 확진자를 보인 캄보디아, 확진자가 보고 되지 않은 미얀마와 라오스가 해당 목록에 추가되었다1). 이는 영국 정부가 여행객의 자가격리 권고국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국가별 코로나19 확산 추이보다 중국과의 지리적 인접성을 기준으로 삼았음을 보여준다.

새창으로 보기
표 1.
2020년 2월6일과 2월26일 기준 국가별 코로나19 총 확진자 및 총 사망자 통계(상위 20개국)
2월 6일 기준 국가 별 총 확진자 및 총 사망자 2월 26일 기준 국가 별 총 확진자 및 총 사망자
국가 총 확진자 총 사망자 국가 총 확진자 총 사망자
1 중국 28,060 564 1 중국 77,780 2,666
2 싱가포르 28 0 2 한국 977 10
3 태국 25 0 3 일본 크루즈선 691 0
3 일본 25 0 4 이탈리아 229 6
5 홍콩 24 1 5 일본 157 1
6 한국 23 0 6 싱가포르 90 0
7 일본 크루즈선 20 0 7 홍콩 89 2
8 대만 16 0 8 이란 61 12
9 호주 14 0 9 미국 53 0
10 말레이시아 12 0 10 태국 37 0
10 독일 12 0 11 대만 32 1
10 미국 12 0 12 호주 22 0
13 마카오 10 0 12 말레이시아 22 0
13 베트남 10 0 14 베트남 16 0
15 프랑스 6 0 14 독일 16 0
16 캐나다 5 0 16 영국 13 0
16 아랍에미리트 5 0 16 아랍에미리트 13 0
18 인도 3 0 18 프랑스 12 1
18 필리핀 3 1 19 캐나다 10 0
20 영국 2 0 19 마카오 10 0

마지막으로 주목해야 할 요인은 영국 내에서 코로나19의 감염과 관련된 기사가 작성되거나 뉴스가 보도될 때 동아시아인 및 동남아시아인의 사진이 시각적 자료로 과도하게 사용된 점이다. 물론, 코로나19의 범유행 초기에 발병지가 중국과 주변국에 집중되었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이와 관련한 정보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동아시아인과 동남아시아인의 사진이 사용된 것은 큰 문제라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영국 노동당(Labour Party) 소속의 국회의원인 사라 오웬(Sarah Owen)이 반인종차별 단체들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보면, 영국의 15개 주요 언론사에서 1월과 8월 사이에 코로나19와 관련하여 사용한 약 14,000개의 사진 중 33%가 동양적인 외모를 가진 사람들의 사진이었던 것으로 나타났고, 이들의 사진을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지역의 코로나19 사태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정보를 보도하는 과정에서도 사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House of Commons, 2020; Phillips, 2020). 코로나19의 감염과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인식되자 해당 국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에 대한 인종차별적인 증오 범죄도 늘어났다. <표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18년과 2019년 1~3월의 중국인에 대한 언어적, 신체적 폭력 건수는 각각 23건과 20건이었지만, 2020년 1~3월의 경우에는 모두 69건으로 약 세 배 정도 늘어났다. 같은 기간 동안 동양적(oriental) 외모를 가졌다고 기록된 피해자들에 대한 증오 범죄도 2020년에는 2018년과 2019년의 건수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190건을 기록했다.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인을 표적한 증오 범죄의 증가세는 4월부터 다소 약화되었는데, 이는 전국적인 봉쇄령 조치가 도입됨에 따라 사람들의 교류가 제한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표 2 참조).

새창으로 보기
표 2.
영국 내 동아시아인과 동남아시아인을 향한 증오 범죄 건수: 연도별 및 월별 비교
(단위: 건)
년도 1분기 2분기(제1차 전국 봉쇄령 시기)
1월 2월 3월 1~3월 합계 4월 5월 6월 4~6월 합계
피해자가 중국인인 경우:
2018년 3 5 15 23 6 8 2 16
2019년 6 7 7 20 4 9 3 16
2020년 8 22 39 69 7 19 18 44
피해자의 외모가 동양적이라고 기록된 경우:
2018년 24 21 37 82 28 25 22 75
2019년 28 29 37 94 22 26 31 79
2020년 20 65 105 190 39 41 49 129

자료: 영국 광역경찰청(Metropolitan Police Service)의 2020년 11월 18일 기준 미발간 내부자료; 영국 정보공개법(FOIA: Freedom of Information Act)에 따라 공개된 이 자료의 참조번호는 20/016751임.

제2기: 낙인찍기 대상의 확산

제2기는 3월23일에 내려진 영국 정부의 전국적인 봉쇄조치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특히 흑인, 아시아인, 소수민족의 코로나19 취약성이 현저하게 드러나면서 사회적 낙인이 유색인종 전체로 확산된 시기이다.

영국 전체 인구에서 흑인, 아시아인, 소수민족의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14~15%로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2050년에는 그 비율이 20%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Rees et al., 2011). 반면 백인 인구는 약 85% 정도로, 그 중 영국인은 약 80%에 이른다(Platt & Warwick, 2020). 그러나 이러한 인종별 인구비율과 코로나19 확진자의 인종별 비율은 상응하지 않는다. 이는 유색인종이 코로나19에 더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이 시작되었던 기간에 더욱 뚜렷하게 관찰된다.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지난 5월13일을 기준으로 코로나19의 연령 표준화 진단율(age-standardised diagnosis rates)은 백인 남성과 여성의 경우 각각 10만명당 224명과 220명이었지만, 기타 소수민족 남성과 여성의 경우 각각 1,101명과 1,076명으로 백인의 진단률보다 약 5배가량 높게 나왔고, 흑인 남성과 여성의 경우에는 각각 649명과 486명으로 백인의 연령 표준화 진단율과 비교했을 때 약 2~3배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다2). 아시아인의 코로나19 연령 표준화 진단율의 경우 남성과 여성이 각각 10만명당 313명과 241명으로 유색인종 인구의 진단율 중 가장 낮았지만, 이 또한 백인의 진단율보다는 높았다.

새창으로 보기
그림 1.
영국의 인종별 및 성별 코로나19 연령 표준화 진단률(2020년 5월 13일 기준)
gssr-15-5-f001.tif

자료: Public Health of England (2020a)

유색인종의 코로나19에 대한 취약성은 연령 표준화 사망률에도 잘 드러나 있다. <표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영국 전체의 평균 코로나19 사망률을 기준으로 연령 표준화한 인종별 사망자 수를 추산했을 때 백인의 실제 사망자 수는 더 낮았던 반면, 유색인종의 실제 사망자 수는 예측 사망자 수보다 훨씬 높았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면, 기타 소수민족의 사망률은 인구비례에 따른 예측 사망률보다 약 7.6배 정도 높았고, 그 뒤를 이어 흑인의 실제 사망률도 예측 사망률보다 약 3.4배 높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아시아인 전체의 실제 사망률은 예측 사망률보다 약 1.9배 정도 높은 것으로 조사되어 기타 소수민족이나 흑인의 초과 사망률보다는 그 정도가 낮았지만, 파키스탄인과 방글라데시인, 그리고 기타 아시아인의 예측 대비 실제 사망률은 각각 약 3.0, 2.8, 2.5배로, 비교적 높은 초과 사망률을 보였다.

새창으로 보기
표 3.
영국의 인종별 예측 및 실제 코로나19 사망자 수(2020년 4월28일 기준)
(단위: 명, %)
인종 구분 인구 사망자 예측 사망자 수 초과 사망자 수 초과 사망률
비율 비율
백인 (전체) 43,023,953 85.6% 14,781 83.0% 17,006 -2,225 -13%
영국인 40,072,756 79.7% 13,960 78.1% 16,351 -2,391 -15%
아일랜드인 507,284 1.0% 180 1.0% 289 -109 -38%
기타 2,443,913 4.9% 641 3.6% 366 275 75%
아시아인 (전체) 3,898,102 7.8% 1,427 8.0% 489 938 192%
인도인 1,338,395 2.7% 560 3.1% 228 332 146%
파키스탄인 1,020,967 2.0% 381 2.1% 100 281 281%
방글라데시인 392,762 0.8% 120 0.7% 30 90 300%
중국인 370,642 0.7% 66 0.4% 44 22 50%
기타 775,336 1.5% 300 1.7% 87 213 245%
흑인 (전체) 1,722,418 3.4% 1,022 5.7% 232 790 341%
아프리카 흑인 914,359 1.8% 331 1.9% 62 269 434%
카리브해 흑인 554,424 1.1% 525 2.9% 150 375 250%
기타 253,635 0.5% 166 0.9% 20 146 730%
혼혈인 (전체) 1,110,913 2.2% 130 0.7% 80 50 63%
백인/아시아인 312,874 0.6% 23 0.1% 22 1 5%
백인/아프리카 흑인 115,989 0.3% 13 0.1% 8 5 63%
백인/카리브해 흑인 372,676 0.7% 39 0.2% 29 10 34%
기타 269,465 0.5% 55 0.3% 21 34 162%
기타 인종 (전체) 521,958 1.0% 506 2.8% 59 447 758%

참조: ‘예측 사망자 수’는 각 인종별 인구의 나이 구조를 반영하여 계산됨. ‘초과 사망자 수’는 실제 사망자 수에서 예측 사망자 수를 뺀 값임. ‘초과 사망률’은 예측 사망자 수 대비 초과 사망자 수의 비율임.

자료: Razaq et al.(2020: 23)을 바탕으로 연구자가 재구성함.

유색인종의 코로나19 취약성에 대하여 관련 학계 및 연구 단체는 다음과 같은 요인을 공통적으로 지목하고 있다3). 첫 번째 요인은 유색인종이 겪고 있는 건강 불평등이다. 현재까지 진행된 코로나19 관련 의학 연구를 보면 특정 기저질환이 코로나19에 대한 취약성을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영국에 거주하는 유색인종 중 비만, 당뇨, 심혈관계 질환을 갖고 있는 비율이 백인 영국인의 해당 비율보다 더 높았다(Platt & Warwick, 2020). 두 번째 요인은 유색인종의 주거 환경이다. 영국 통계청(Office for National Statistics)과 영국 재정연구소(Institute for Fiscal Studies)의 분석 결과, 유색인종의 경우 대기오염이 높은 지역에 더 많이 거주하고 있었고, 또한 과밀한 주택에 거주하는 비율이 백인의 과밀주거 비율보다 약 6~15배 정도 높았다(Office for National Statistics, 2020a; Platt & Warwick, 2020). 관련 연구들은 이러한 주거 환경이 호흡기 건강을 약화시켜 유색인종이 코로나19 감염에 더 취약하게 만들었고, 사회적 거리두기 및 자가격리를 하기 어렵게 만들어 사람들 간의 감염을 더욱 빨리 확산시킬 수 있었다고 지적한다. 세 번째 요인은 유색인종이 겪고 있는 경제적 결핍이다(Platt and Warwick, 2020; Public Health of England, 2020a; Razaq et al., 2020). 아직 경제적 어려움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로로 개인의 코로나19 취약성을 증가시키는지를 연구한 바는 없으나, 경제적 어려움이 삶의 전반적인 질을 하락시키고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개인의 코로나19 취약성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영국에 거주하는 유색인종의 경우 낮은 2인생계부양자 가구의 비율, 높은 저임금 근로자 비율 등의 이유로 영국 평균소득 이하인 가구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Berthoud, 2002; Platt, 2007).

마지막으로, 유색인종의 코로나19 취약성을 증가시킨 데에 가장 직접적인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높은 필수 노동자(critical workers) 중 흑인, 아시아인, 소수민족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Platt & Warwick, 2020; Public Health of England, 2020a)4). 특히 코로나19 감염자와 직접 접촉할 확률이 높은 보건의료와 성인 돌봄 분야의 경우 유색인종 노동자 비율이 매우 높았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영국의 국민보건서비스(NHS: National Health Service)에 고용된 전체 노동자 중 돌봄, 간호 및 보조 업무와 의료 업무에 종사하는 유색인종 노동자의 비율이 각각 20%와 44%에 달한다(Razaq et al., 2020). 여기에서 문제는 보건의료와 성인 돌봄 분야의 유색인종 노동자들이 인종차별로 인해 코로나19 대응 현장에서 근무시간 동안 더 높은 감염 노출 위험성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의 간호 노동조합인 왕립간호사협회(Royal College of Nursing)가 코로나19 대응에 참여한 조합원 중 5,022명을 대상으로 지난 5월에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에어로졸을 발생시키는 시술(aerosol-generating procedures) 및 고위험 시술이 진행되는 환경에서 근무한 백인 영국인의 응답자 중 66%가 자신의 근무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눈 및 얼굴 보호구가 충분하다고 답한 반면, 유색인종 응답자의 경우 43%만이 해당 보호 물품이 충분하다고 답했다(Royal College of Nursing, 2020). 또한, “고위험 현장에서 일회용 장비를 재사용할 것을 요청받은 적이 있다”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유색인종 응답자의 비율은 53%로, 해당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백인 영국인 응답자의 비율보다 11%나 높았다. 이 외에도 <표 4>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개인보호장비의 사용을 위한 교육에서도 흑인, 아시아인, 소수민족 근로자가 차별적 대우를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인종차별적 대우는 비(非)고위험 환경에서도 관찰되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오랫동안 이어져온 구조적 인종 간 불평등뿐만 아니라 유색인종이 겪고 있는 근무 환경에서의 차별적 대우가 이들의 코로나19 취약성을 높였음을 보여준다.

새창으로 보기
표 4.
영국 왕립간호사협회의 코로나19 관련 근무 환경 설문조사 결과
구분 설문조사 질문 백인 영국인 유색인종
고위험 환경
개인보호구 공급과 사용 근무시간 동안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눈 및 얼굴 보호를 위한 물품이 충분함/충분하지 않음. 66%/8% 43%/21%
근무시간 동안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FFP3 혹은 FFP2/N95와 같은 호흡 보호구가 충분함/충분하지 않음. 44%/15% 25%/35%
일회용 장비를 재사용 할 것을 요청받은 적 있음. 42% 53%
개인보호구 관련 교육 에어로졸을 발생시키는 시술 및 기타 고위험 시술과 관련하여 어떠한 개인보호구를 착용해야하는지 그리고 언제 착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적 없음. 20% 32%
에어로졸을 발생시키는 시술 및 기타 고위험 시술 시 어떻게 개인보호구를 입어야 하는지, 벗어야 하는지, 그리고 착용 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적 없음. 23% 34%
비(非)고위험 환경
개인보호구 공급과 사용 근무시간 동안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눈 및 얼굴 보호를 위한 물품이 충분함/충분하지 않음. 66%/9% 43%/25%
근무시간 동안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발수가공 수술용 얼굴 마스크(fluid-repellent surgical face mask)가 충분함/충분하지 않음. 59%/9% 40%/24%
일회용 장비를 재사용 할 것을 요청받은 적 있음. 37% 49%
개인보호구 관련 교육 어떠한 개인보호구를 입어야 하는지 그리고 언제 착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적 없음. 31% 40%
개인보호구를 사용 후 어떻게 벗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적 없음. 33% 42%

참조: 설문조사에 참여한 5,022명의 응답자 중 백인 영국인은 3,690명이었고, 흑인, 아시아인, 소수민족은 728명이었음.

자료: Royal College of Nursing(2020: 6-12)을 바탕으로 연구자가 재구성함.

한편, 유색인종의 코로나19 취약성에 대한 연구가 확대되면서 이에 대한 언론보도도 빠르게 늘어났다. 여기에서 문제는 코로나19와 유색인종의 연관성이 언론보도에서 지나치게 강조되었다는 점이다. 영국의 국민보건서비스 근로자의 코로나19 사망 사건 중 보도된 사례들을 분석한 한 연구를 보면, 지난 4월 22일까지 보도된 106건 중 96%가 사망자의 인종에 대한 설명을 기사의 내용에 포함하고 있었다. 이 중 63%는 유색인종 사망자에 관한 기사였으며, 또한 대부분의 기사가 사망자의 사진을 첨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Cook et al., 2020).

이처럼 흑인, 아시아인, 소수민족의 코로나19 취약성에 대해 높아진 학계와 언론의 관심은 유색인종이 오랫동안 겪어온 구조적 인종 불평등 및 인종차별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효과를 거두는 긍정적인 면도 있었겠으나, 영국 공중보건국이 지적한 것처럼 유색인종이 이러한 이유로 코로나19에 노출될 확률이 더 높고 따라서 더 쉽게 감염될 수 있다는 점을 대중들에게 지속적으로 각인시킴으로써 이들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강화시켰을 것으로 보인다(Public Health of England, 2020b: 40).

이는 이미 영국의 한 연구기관이 지난 6월에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잘 드러나 있다. 총 2,585명이 참가한 이 설문조사에서 코로나19 확산과 동시에 ‘자신의 인종과 관련된 언어적, 신체적 폭력 혹은 재산 피해’, ‘자신의 인종과 관련된 불공정한 대우’, ‘그 외 코로나19와 관련된 인종차별의 증가’를 모두 경험했다고 응답한 백인 영국인의 비율은 4%로 매우 낮았지만, 이 세 종류의 인종차별을 모두 겪었다고 응답한 유색인종의 비율은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매우 높았다(Hague et al., 2020)5).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세가지 종류의 인종차별을 모두 겪었다고 응답한 중국인의 비율보다 파키스탄인, 방글라데시인, 아프리카 흑인의 해당 비율이 더욱 높았다는 것이다.

새창으로 보기
그림 2.
영국 내 인종별 코로나19와 관련된 차별 경험 실태
gssr-15-5-f002.tif

자료: Haque et al.(2020: 13).

영국의 웨스트미들랜드 치안기구(West Midlands Police and Crime Commissioner)의 보고서에서도 중국인뿐만 아니라 파키스탄인 등 유색인종 전체가 “코로나19를 퍼트린다”는 이유로 인종차별적 증오 범죄의 표적이 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음이 드러났다(West Midlands Police and Crime Commissioner, 2020a: 3). 이는 코로나19 낙인찍기의 대상이 동아시아인과 동남아시아인에서 전체 유색인종으로 확대되었음을 의미한다. 한편, 코로나19와 관련된 증오 범죄가 “신고하기에는 너무 빈번하게 발생함”, “신고하더라도 어떠한 조치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되지 않음”, “증오 범죄의 표적이 되는 것이 수치스러움” 등의 이유로 과소 보고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West Midlands Police and Crime Commissioner, 2020b). 이를 고려했을 때 실제 발생하고 있는 코로나19 관련 인종차별 피해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3. 코로나19 낙인찍기와 차별을 줄이기 위한 영국 정부의 대응 : 한계와 대안

코로나19 사태로 말미암아 유색인종의 낙인찍기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영국 공중보건국은 흑인, 아시아인, 소수민족의 문제와 관련된 약 4,000명의 이해관계자들과 회의를 주선하였다. 총 17차례의 회의를 통해 통계자료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 피해 경험 사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고, 영국 공중보건국은 이를 바탕으로 코로나19 낙인찍기의 문제를 다룬 보고서를 발표했다(Public Health England, 2020b). 또한, 지난 10월13일에는 영국 노동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주도 아래 “코로나19 사태 중 중국인과 동아시아인 사회를 향한 인종차별(Chinese and East Asian communities: racism during COVID-19)”이라는 주제로 국회에서 마침내 낙인찍기의 피해와 관련된 토론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토론 참가자들은 코로나19와 관련된 언론보도나 정치적 담론에서 사용되는 반(反)중국적 표현들과 음모론의 확산으로 인하여 동아시아인과 동남아시아인 전체가 낙인찍기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피해 확산을 막을 정부의 대응을 촉구했다(House of Commons, 2020).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낙인찍기의 피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려는 연구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국 중앙정부가 별도로 마련한 대안책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영국에서 현재까지 발표된 대부분의 정부기관이나 정부 지원 연구원의 보고서들은 인종별 코로나19 취약성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두었거나, 취약성의 차이를 야기하는 구조적 인종 불평등을 규명하고 이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제시하는 것에 집중해 왔다(Office for National Statistics, 2020a, 2020b; Public Health of England, 2020a; Platt & Warwick, 2020). 위에 언급한 영국 공중보건국의 보고서에서 사회적 낙인찍기가 간략히 언급되고 있으나, 주로 이론적 측면에서의 설명이 이루어지고 있을 뿐, 실제 피해 현황에 대한 종합적이고 실증적인 자료는 제시되어 있지 않다(Public Health of England, 2020b). 한편, 인종 간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영국 사회의 관심이 확대되면서 유색인종이 겪고 있는 삶의 전반적인 불평등을 줄이는 데 쓰일 중앙정부의 기금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8월 21일 영국 보건·사회돌봄부(Department of Health and Social Care)가 빈곤가정 및 유색인종 가정의 아동에게 보다 공평한 삶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하여 관련 자선단체가 신청할 수 있도록 마련한 약 3백3십만 파운드(약 48억 3천만 원) 상당의 기금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6).

코로나19의 낙인찍기가 오랫동안 이어져온 인종 불평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이러한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하여 정부 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코로나19의 사회적 낙인을 줄일 대책도 함께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중앙정부 차원에서 코로나19 낙인찍기로 인한 흑인, 아시아인, 소수민족의 피해 종류와 정도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영국의 광역경찰청이나 몇몇 지방경찰위원회가 코로나19 이후 증가한 증오범죄에 관련된 통계자료를 공개하고 있으나 공개된 정보의 범위와 내용이 매우 제한적이다. 또한, 증오 범죄의 통계자료만으로는 2020년 유색인종에 대한 증오범죄 건수의 증가가 코로나19 낙인찍기의 결과인지, 혹은 브렉시트(Brexit)나 지난 6월에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 사망사건 등 다른 사회적 문제와 연관된 것인지 판단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영국에서 코로나19 낙인찍기와 관련된 인종차별의 피해가 과소보고 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경찰청에서 보고된 증오범죄 통계자료만으로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피해 상황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된다.

다음으로, 코로나19 낙인찍기로 인해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한 별도의 정부 지원도 마련되어야 한다. 지난 5월 영국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사회적으로 고립된 이들의 외로움을 해결할 목적으로 500만 파운드(약 73억6천만원)의 기금을 조성한 바 있으며 현재 관련 자선단체의 기금 신청을 받고 있다7). 이와 유사한 형태로, 코로나19 낙인찍기의 피해자들이 정신건강을 회복하고 사회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기금도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특정 인종을 표적한 코로나19 관련 발언을 막을 제도의 도입도 중요하다. 국제연합 인권위원회(United Nations Commission on Human Rights)는 이미 여러 차례 코로나19로 인해 개개인의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방인 혐오(xenophobia)에 대한 우려를 밝히면서 이를 억제하기 위한 회원국의 책임감 있는 자세를 강조한 바 있다(Office of the 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Human Rights, 2020). 또한, 특정 인종과 코로나19의 연관성을 암시하는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정부의 적극적인 제재가 도입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코로나19와 관련한 보도를 할 때 인종과 관련된 불필요한 정보를 배제하고 동아시아인과 동남아시아인의 사진 및 영상을 내용과 상관 없이 사용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보도지침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4. 나가며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영국은 대규모의 인명피해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사회·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다. 또한, 사회적 불안이 증가하면서 코로나19와 부정적인 연관성이 높다고 인식된 집단, 장소, 그리고 국가 전체에 대한 낙인찍기 역시 증가하고 있다.

영국에서 코로나19의 확산이 시작되던 초기에는 사회적 낙인과 차별의 대상이 동아시아인과 동남아시아인에 집중되어 있었다. 이러한 배경에는 해당 바이러스의 감염이 최초로 확인된 국가가 중국이라는 점, 중국 책임론이 정치담론에서 강조되었다는 점, 영국의 초기 코로나19 확진자가 모두 중국, 일본, 혹은 싱가포르와 높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었고 그 결과 영국 정부가 여행객의 자가격리 권고국 목록에 대부분의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포함했다는 점, 그리고 언론에서 관련 정보 보도 시 동양적 외모를 가진 사람들의 사진과 영상자료를 주로 사용했다는 점 등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코로나19의 확산이 가속화되어 감염과 사망의 피해가 흑인, 아시아인, 소수민족에게 집중되기 시작하면서 사회적 낙인과 차별의 대상이 유색인종 전체로 확산되었다. 해당 부처와 관련 연구기관의 분석결과 유색인종의 코로나19 취약성 이면에는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구조적인 인종 간 불평등과 근무환경에서 발생하고 있는 인종차별이 큰 영향을 끼쳤던 것으로 드러났다. 흑인, 아시아인, 소수민족에게서 드러난 코로나19 취약성에 대해 높아진 학계와 언론의 관심은 구조적 인종 불평등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긍정적 효과를 거두기도 했으나, 이들이 코로나19에 더 취약하다는 사실을 대중들에게 각인시킴으로써 이들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강화하는 부정적 효과도 함께 가져왔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 결과, 코로나19와 관련된 증오범죄의 표적이 되는 유색인종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색인종이 겪는 구조적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정부 지원을 확대하는 것과 동시에, 첫째, 코로나19 사회적 낙인과 관련된 피해 현황의 파악과, 둘째, 피해자들을 도울 수 있는 기금의 조성, 셋째, 특정 인종을 표적한 코로나19 관련 발언 및 언론보도에 대한 규제 도입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러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이유는 흑인, 아시아인, 소수민족을 향한 낙인찍기가 계속될 경우, 이들이 낙인으로 인한 사회적 차별을 피하고자 감염증세를 숨길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동은 빠른 진단과 적절한 진료를 늦춤으로써 유색인종의 코로나19 취약성을 강화시킬 수 있다. 그 결과, 바이러스 확산의 통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유색인종의 취업, 주거 등 삶의 다양한 기회를 제한시킬 뿐만 아니라 이들에 대한 학교 및 직장 내 괴롭힘과 따돌림을 더욱 증가시킬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잠재적인 문제들은 이미 오랫동안 이어져온 영국의 인종 간 불평등을 더욱 강화시키는 결과를 불러일으킬뿐더러 사회의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코로나19와 같은 공중보건의 위기가 또다시 발생할 경우 유색인종에 대한 사회적 낙인찍기와 차별이 되풀이 될 가능성이 높다.

Notes

1)

미얀마와 라오스에서는 각각 2020년 3월 23일과 3월 24일까지 확진자가 보고되지 않았다.

2)

코로나19의 인종별 표준화 진단율은 특정 기간 동안 코로나19 검사 결과에 따라 확진이 판명된 사람의 수를 인종별 전체 인구수로 나눈 값으로 인구 10만명당 비율로 표시된다. 인종별 연령표준화 진단율은 인종별 각 연령군에 해당되는 표준인구의 비율을 가중치로 주어 산출한 가중평균 진단율로 연령구조가 다른 인종간의 진단율을 보다 정확하게 비교하기 위하여 사용된다.

3)

현재까지 영국에서 유색인종의 코로나19 취약성에 대하여 분석한 연구 결과는 매우 다양하다. 주요 요인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Mamluk & Jones(2020)을 참고하라.

4)

영국 정부가 필수 노동 직군으로 분류하고 있는 분야는 다음과 같다: (1) 보건 및 성인 돌봄 분야, (2) 교육 및 아동 돌봄 분야, (3) 필수 공공 서비스 분야, (4) 중앙 및 지방 정부, (5) 식료품 및 기타 필수품의 생산, 제조, 유통, 판매, 배달, (6) 공공 및 국가 안전 분야, (7) 운송, (8) 공공산업, 통신 및 재정 서비스 분야.

5)

설문조사 참여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표본의 대표성을 높이기 위하여 인종별 인구비례를 고려하여 흑인, 아시아인, 소수민족 538명을 대상으로 부스터 표본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전체 2,585명의 설문조사 참여자들 중 750명이 유색인종이었다.

References

1 

Boseley S., Campbell D., Murphy S. (2020. February. 6.). First British national to contract coronavirus had been in Singapor. Retrieved from: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0/feb/06/third-person-in-uk-confirmed-as-having-coronavirus. The Guardian.

2 

Cook T., Kursumovic E., Lennane S. (2020). Exclusive: deaths of NHS staff from covid-19 analysed. Retrieved from: https://www.hsj.co.uk/exclusive-deaths-of-nhs-staff-from-covid-19-analysed/7027471.article.

3 

(2020. February.). Coronavirus: Brighton GP practice closes after staff member tests positive. Retrieved from: https://www.bbc.co.uk/news/uk-51447761. BBC News.

4 

(2020. October.). Coronavirus: confirmed COVID-19 cases in the UK surpass one million mark. Retrieved from: https://news.sky.com/story/coronavirus-confirmed-covid-19-cases-in-the-uk-surpass-one-million-mark-12119871. Sky News.

5 

(2020. February.). Coronavirus: four new UK cases among ship evacuees. Retrieved from: https://www.bbc.co.uk/news/uk-51606368. BBC News.

6 

(2020. February.). Coronavirus: third UK patient ‘caught coronavirus in Singapore’. Retrieved from: https://www.bbc.co.uk/news/uk-51398039. BBC News.

7 

(2020. February.). Coronavirus: two cases confirmed in UK. Retrieved from: https://www.bbc.co.uk/news/health-51325192. BBC News.

8 

Farage N. (2020. March. 18.). Nigel Farage: the virus is yet another reason to rethink the west's relationship with China. Retrieved from: https://www.newsweek.com/nigel-farage-china-coronavirus-west-rethink-1493085. Newsweek.

9 

Gabbat A. (2020. March. 10.). Republicans face backlash over racist labelling of coronavirus. Retrieved from: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0/mar/10/republicans-face-backlash-racist-labeling-coronavirus-china-wuhan. The Guardian.

10 

Haque Z., Becares L., Treloar N. (2020). Over-exposed and under-protected: the devastating impact of COVID-19 on black and minority ethnic communities in Great Britain. Retrieved from: https://www.runnymedetrust.org/uploads/Runnymede%20Covid19%20Survey%20report%20v2.pdf.

11 

House of Commons. (2020. October. 13.). Chinese and East Asian Communities: Racism during Covid-19 [Hansard]. 682, Retrieved from: https://hansard.parliament.uk/commons/2020-10-13/debates/858E78B5-1049-4480-A1A7-5362FC12F47E/ChineseAndEastAsianCommunitiesRacismDuringCovid-19.

12 

Karni A., Haberman M. (2020. March. 12.). In rare oval office speech, Trump voices new concerns and old themes. Retrieved from: https://www.nytimes.com/2020/03/12/us/politics/trump-coronavirus-address.html. New York Times.

13 

Mamluk L., Jones T. (2020). The impact of COVID-19 on black, Asian and minority ethnic communities. Retrieved from: https://arc-w.nihr.ac.uk/Wordpress/wp-content/uploads/2020/05/COVID-19-Partner-report-BAME-communities-BCC001.pdf.

14 

(2020. February.). Ninth case found in UK. Retrieved from: https://www.bbc.co.uk/news/uk-51481469. BBC News.

15 

OECD. (2020). Unprecedented fall in OECD GDP by 9.8% in Q2 2020. Retrieved from: https://www.oecd.org/sdd/na/GDP-Growth-Q220.pdf.

16 

Office for National Statistics. (2020a). Deaths involving COVID-19 by local area and socioeconomic deprivation: deaths occurring between 1 March and 17 April 2020. Retrieved from: https://www.ons.gov.uk/peoplepopulationandcommunity/birthsdeathsandmarriages/deaths/bulletins/deathsinvolvingcovid19bylocalareasanddeprivation/deathsoccurringbetween1marchand17april.

17 

Office for National Statistics. (2020b). Coronavirus (COVID-19) related deaths by ethnic group, England and Wales: 2 March 2020 to 10 April 2020. Retrieved from: https://www.ons.gov.uk/peoplepopulationandcommunity/birthsdeathsandmarriages/deaths/articles/coronavirusrelateddeathsbyethnicgroupenglandandwales/2march2020to10april2020.

18 

Office of the 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Human Rights. (2020). Racial discrimination in the context of the covid-19 crisis. Retrieved from: https://www.ohchr.org/Documents/Issues/Racism/COVID-19_and_Racial_Discrimination.pdf.

19 

Phillips A. (2020. October. 13.). ‘Coronavirus given the face of an East Asian person’: Parliament debates racism during pandemic. Retrieved from: https://news.sky.com/story/coronavirus-given-the-face-of-an-east-asian-person-parliament-debates-racism-during-pandemic-12102897. Sky News.

20 

Platt L., Warwick R. (2020). Are some ethnic groups more vulnerable to COVID-19 than others?. Retrieved from: https://www.ifs.org.uk/inequality/wp-content/uploads/2020/04/Are-some-ethnic-groups-more-vulnerable-to-COVID-19-than-others-V2-IFS-Briefing-Note.pdf.

21 

Platt L. (2007). Poverty and Ethnicity in the UK. Bristol: Joseph Rowntree Foundation by the Policy Press.

22 

Public Health of England. (2020a). Disparities in the risk and outcomes of COVID-19. London: PHE Publication.

23 

Public Health of England. (2020b). Beyond the data: understanding the impact of COVID-19 on BAME groups. London: PHE Publications.

24 

Razaq A., Harrison D., Karundanithi S., Barr B., Asaria M., Khunti K. (2020). AME COVID-19 deaths – what do we know? Rapid data & evidence review: ‘hidden in plain sight’. Retrieved from: https://www.cebm.net/wp-content/uploads/2020/05/BAME-COVID-Rapid-Data-Evidence-Review-Final-Hidden-in-Plain-Sight-compressed.pdf.

25 

Rees P., Wohland P., Norman P., Boden P. (2011). A local analysis of ethnic group population trends and projections for the UK. Journal of Population Research, 28(2-3), 149-183.

26 

Rowlinson K., Thomas T., Duncan P. (2020. November. 11.). UK death toll from Covid-19 passes 50,000. Retrieved from: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0/nov/11/uk-death-toll-from-covid-19-passes-50000. The Guardian.

27 

Royal College of Nursing. (2020). Second personal protective equipment survey of UK nursing staff report: use and availability of PPE during the COVID-19 pandemi. London: Royal College of Nursing.

28 

Sample I. (2020. February. 26.). Coronavirus: is it safe to travel and should children be kept home?. Retrieved from: https://www.theguardian.com/society/2020/feb/26/coronavirus-is-it-safe-to-travel-and-should-children-be-kept-home. The Guardian.

29 

Sotgiu G., Dobler C. C. (2020). Social stigma in the time of Coronavirus. European Respiratory Journal, 56(5).

30 

Trump D. (2020). March 12 We are at a critical time': Trump’ s coronavirus speech in full.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0/mar/12/we-are-at-a-critical-time-trumps-coronavirus-speech-in-full.

31 

Wearmouth R. (2020. March. 30.). Tory MP Bob Stewart Calls Coronavirus ‘Foul Chinese Illness’ In Facebook Post. Retrieved from: https://www.huffingtonpost.co.uk/entry/tory-mp-calls-coronavirus-foul-chinese-illness-in-unthinkingly-crude-facebook-post_uk_5e81c608c5b6cb9dc1a392dc. Huffington Post.

32 

West Midlands Policy and Crime Commissioner. (2020a). West Midlands responds efficiently and effectively to COVID-19, and works in partnership to protect the public of the West Midlands. Retrieved from: https://www.westmidlands-pcc.gov.uk/wp-content/uploads/2020/06/160602020-SPCB-Agenda-Item-6a-West-Midlands-Police-responds-efficiently-and-effectively-to-COVID-19.pdf?x56534.

33 

West Midlands Policy and Crime Commissioner. (2020b). Hate crime symposium. Retrieved from: https://www.westmidlands-pcc.gov.uk/wp-content/uploads/2020/07/21072020-SPCB-Agenda-Item-6-Hate-Crime-Symposium.pdf?x30523.

34 

World Health Organisation. (2020a). Social Stigma associated with COVID-19. Retrieved from: https://www.who.int/docs/default-source/coronaviruse/covid19-stigma-guide.pdf.

35 

World Health Organisation. (2020b). Novel Coronavirus(2019-nCoV): situation report – 17. Retrieved from: https://www.who.int/docs/default-source/coronaviruse/situation-reports/20200206-sitrep-17-ncov.pdf?sfvrsn=17f0dca_4.

36 

World Health Organisation. (2020c). Coronavirus disease 2019 (COVID-19): situation report – 36. Retrieved from: https://www.who.int/docs/default-source/coronaviruse/situation-reports/20200225-sitrep-36-covid-19.pdf.



Global Social
Security 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