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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봄호, 통권 12호 2020 봄호, Vol.12

가족 수발 지원 실태와 제도적 의미 -독일 수발보험 사례를 중심으로

A Study about the Policies to Support the Caring Family Members – in the Case of German Long-term Care Insurance

초록

독일 수발보험(Pflegeversicherung)은 1995년 재가 수발, 1996년 시설 수발 보호를 시작으로 하여 연금·질병·사고·실업보험을 잇는 5대 사회보험의 한 기둥으로 출발하였다. 그 후 고비용의 시설 보호보다 저비용이면서 독일 복지국가 구성의 중요한 원리 중 하나로서 보충성(Subsidiarität)을 구현하는 의미에서 수발 욕구자(Pflegebedürtige)와 가족 구성원이 주체가 되는 재가 수발 서비스 지원 강화에 정책 초점을 맞추어 왔다. 이 글에서는 재가 수발 서비스 지원 제도 현황 및 변화 양상을 가족 수발자를 중심으로 소개한다. 그리고 독일의 재가 가족 수발자 지원 정책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을 도출하도록 한다.

1. 들어가며

1995년과 1996년에 걸쳐 사회보험으로서 수발보험(Pflegeversicherung)을 시작하기 전인 1992년 7월 당시 기독교민주연합·사회연합(CDU/CSU)과 자유민주당(FDP) 연립 정권은 수발보험 운영의 주요 원칙에 합의하였다. 그리고 이 합의에서 독일 복지국가의 주요 구성 원리로서 보충성(Subsidiarität)이 빠지지 않았다. 보충성 원칙은 돌봄 등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가능하면 작은 단위가 주체가 되고, 이것이 불가능하면 다음 큰 단위, 그리고 더 큰 단위가 주체로서 개입해야 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돌봄은 우선 가족이 책임져야 한다. 가족의 능력으로 안 되는 상황이면 지역사회와 국가가 책임진다는 것이 개입의 원칙이다. 그렇다고 해서 가족에게 책임을 모두 미룬다는 의미는 아니다. 가족 돌봄이 가능하도록 현금부터 대인 서비스까지 필요한 지원을 지역사회와 국가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 돌봄이 불가능하면 지역사회 시설 보호라는 수단을 순차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시설보다 재가 중심 수발 서비스 우선, 재가 수발 지원을 위한 현금 급여 도입, 재가 수발 노동 기반 사회보험 급여 적용’(정재훈, 2002, p. 378) 등이 보충성 원칙을 실현하는 주요 내용이다.

이후 2002년 수발 급여 확대법(Pflegeleistungs-Ergänzungsgesetz), 2008년 수발보험의 구조적 지속 발전을 위한 법(Gesetz zur strukturellen Weiterentwicklung der Pflegeversicherung), 2012년 수발 재구조화법(Pflegeneuausrichtungsgesetz), 2015~2017년 발효된 수발 강화법(Pflegestärkungsgesetz) Ⅰ, Ⅱ, Ⅲ을 통해 재가 수발 우선, 가족 수발자 지원 경향이 확대돼 오고 있다. 그렇다면 2000년대 이후 수발보험의 지속적 변화를 불가피하게 만든 요인은 무엇인가?

2. 인구 고령화와 수발보험의 등급 조정

인구 고령화와 더불어 수발보험 급여 수급자가 증가하는 추세는 불가피하다. 이 가운데 고비용의 시설 보호 중심으로 운영하면 재정 부담이 더욱 커진다. 반면, 가족 수발자 중심의 수발 급여 제공으로 정책 지향점을 바꾸면 재정 부담을 최소화할 가능성이 커진다. 2000년대 이후 가족 수발자 지원 중심으로 제도 변화를 지속해 온 중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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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수발보험 영역별 수급자 규모 비율(1999~2017년)

gssr-12-39-f001.tif

자료: 독일 통계청(www-genesis.destatis.de), Pflegebedürftige를 토대로 재구성.

1999년 수발보험 급여 수급자는 200만 명을 약간 넘어섰다. 2017년 수급자가 340만 명을 넘은 것을 감안하면 약 20년 동안 70% 정도 증가하였다. 그러나 재가 수발 중심의 지원 확대 결과 시설 보호 규모는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1996년 수발보험의 전면 실시 이후 1999년 시설 보호 수급자는 27.9%였다. 재가 보호를 본격적으로 강화하기 시작한 2008년을 전후해 이 비율은 30.7%(2009년)로 정점을 찍은 후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17년에는 23.9%까지 낮아졌다. 재가 보호 수급자 비율은 1999년 71.6%에서 2017년에는 75.9%까지 증가하였다. 재가 보호와 시설 보호를 함께 이용하는 수급자도 1999년에는 0.5%에 불과하였지만 2017년에는 3.0% 수준으로 높아졌다.

시설 보호를 축소하고 재가 보호를 확대함으로써 재정 부담 증가를 줄여 보려는 정책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하고 있지만 2017년 수발 등급 조정 관련 개혁 이후 급증한 수요 변화에 대한 대응은 장·단기 차원에서 모두 과제로 남는다. [그림 2]에 나타난 바와 같이 2005년 이후 재가 급여 수급자가 증가하고 가족 수발을 지원하는 조치들이 도입되면서 수발보험 재정은 2016년까지 흑자를 보였다. 특히 2016년에는 흑자가 거의 17억 유로에 이르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였다. 그러나 2003년 이후 연평균 10여만 명 수준에서 증가했던 수발보험 급여 수급자가 2016년에서 2017년 1년 사이에 55만 명 이상 급증하면서 수발보험 재정이 적자로 돌아섰다. 적자 규모는 2017년 24억 유로, 2018년 35억 유로 이상이다. 수발보험 급여 체계를 0~3단계(Stufe)에서 1~5등급(Grad)으로 바꾸자 수발보험 수급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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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수발보험 재정 변화 추이(2003~20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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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BMG. (2019). Zahlen und Fakten der SPV 2019를 토대로 재구성.

3. 수발보험 급여 체계

그렇다면 1995년 이후 정착한 수발보험 급여 체계가 가족 수발자를 중심으로 볼 때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일반적인 설명을 하도록 한다. 1995년 도입 이후 변화를 거듭한 수발보험의 급여 체계는 수발 현금 급여(Pflegegeld), 수발 현물 급여(Pflegesachleistungen), 혼합 급여(Kombileistungen), 분담 급여(Entlastungsbetrag)로 구성돼 있다. 이러한 급여가 실제 수발 욕구자(Der Pflegebedürftige)의 삶과 가족 수발자의 관계에서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한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가족 수발자 관점에서 수발보험 급여를 경험하는 정책 결과를 도출해 볼 수 있다.

수발 욕구자는 우선 수발 현금 급여, 현물 급여, 혼합 급여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수발 현금 급여는 수발 욕구자가 수발에 필요한 비용을 현금으로 받아 스스로 수발 관련 도움을 조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수발 욕구자 명의로 지급받는 현금 급여를 사실상 가족 수발자가 지출한다 하더라도 수발 필요성에 근거한 비용을 자신의 명의로 받고 급여를 가족 수발자에게 배분하는 절차를 거침으로써 본인의 자존감도 높이고 가족 수발자의 노동에 대한 물질적 보상도 하게 된다. 그러나 수발 현금 급여는 소득세법 3조 361)에 따르면 근로소득이 아니다. 가족 수발자는 재가 수발 욕구자에 대한 도덕적 의무를 이행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족 수발자는 노동자가 아니다. 또 수발 현금 급여를 소득으로 인정하면 수발 노동에 필요한 비용 지출을 지원하기 위하여 지급하는 급여로서의 목적을 손상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수발 욕구자 명의로 받고 사실상 가족 수발자가 지출하는 수발 현금 급여는 사회부조 신청 시에도 소득 인정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

가족 수발자 수는 1명으로 제한하지 않는다. 복수의 가족 수발자가 일을 나누어 하고 대가도 나누어 받을 수 있다. 수발 욕구자는 자신이 수발 현금 급여를 누구에게 얼마나 줬는지 증명할 필요가 없다. 다만 수발 욕구자는 수발보험조합에서 생활 현장 점검을 위하여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것을 거부할 수 없다.

수발 등급에 따른 수발 노동의 차이를 반영하여 월 수발 현금 급여 액수도 달라진다. 수발 등급 1에는 급여가 없다. 등급 2이면 2019년 현재 월 316유로를, 등급 3이면 545유로를, 등급 4이면 728유로를, 등급 5이면 901유로를 급여로 받는다.

반면 수발 노동을 가족 수발자에게 맡기지 않고 민간 영리·비영리 수발 서비스 제공 기관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때의 비용은 수발보험조합이 정산하여 서비스 제공 기관에 직접 지불한다. 이를 수발 현물 급여(Sachleistungen)라고 한다. 가족 수발자가 없고 완전히 외부 서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수발 현금 급여는 지급하지 않는다. 수발 등급 1은 급여가 없으며 등급 2는 월 689유로, 등급 3은 1298유로, 등급 4는 1612유로, 등급 5는 월 1995유로까지 외부 수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현금 급여나 현물 급여 중 하나만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두 급여를 혼합하여 수급할 수도 있다. 이를 혼합 급여라 한다. 가족 수발자가 있지만 가족 수발자가 할 수 없는 수발 노동은 외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가족 수발자가 돌보면서 지역 수발서비스센터(Pflegedienst) 이용을 구조화할 경우이다. 수발서비스센터는 수발보험조합과 월별로 서비스 비용을 정산한다.

예를 들어 등급 3을 받은 슈미트 씨는 현금 급여로는 월 545유로, 외부 서비스 비용 지원으로 간주하는 현물 급여로는 월 1298유로까지 받을 수 있다. 그런데 가족 수발자의 수발을 받으면서 수발서비스센터를 동시에 이용하여 수발보험조합이 센터에 689유로를 지급하였다. 689유로는 슈미트 씨가 받을 수 있는 월 현물 급여 1298유로의 53%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슈미트 씨에게 필요한 수발 노동 중 47%는 가족 수발자가 맡은 셈이 된다. 따라서 가족 수발자만 이용할 경우 받을 수 있는 월 545유로의 47%인 256유로를 현금 급여로 받을 수 있다. 결국 등급 3을 판정받은 슈미트 씨는 현금 급여 256유로와 현물 급여 689유로를 혼합 급여로 수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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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수발 등급별 급여 체계

(단위: 유로)
수발 등급 1 2 3 4 5
수발 현금 급여(월간) 0 316 545 728 901
수발 현물 급여(월간) 0 689 1,298 1,612 1,995
분담 급여(월간) 125

자료: BMG. (2019). Zahlen und Fakten der SPV 2019.

현금 급여, 현물 급여 혹은 혼합 급여를 수급하면서도 갑자기 일회성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주간보호센터 등을 한시적으로 이용할 경우, 가족 수발자가 동행할 수 없는 외출을 해야 할 경우, 급여 목록에 들어 있지 않은 물품을 구입해야 할 경우 등이 있으며 여기에서 예상치 않은 비용이 발생한다. 이 경우에는 등급 1 판정을 받은 사람을 포함하여 모든 등급을 받은 판정자들이 월 125유로까지 비용 보전을 받을 수 있다. 이를 분담 급여(Entlastungsbetrag)라고 한다.

4. 가족 수발자 지원 내용

가족 수발자 지원 내용을 살펴보기에 앞서 가족 수발자의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수발 노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반드시 법률적·관계적 의미의 가족 개념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족 수발자의 의미를 먼저 알아본 후 가족 수발자를 직접 지원하는 급여 목록을 제시하도록 한다.

가. 가족 수발자

사회법전 11권(SGB XI) 19조에 따른 수발자(Pflegeperson)는 시설이 아닌 재가 환경에서 수발 노동을 하면서 따로 임금노동을 하지 않는 자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수발하는 가족(pflegender Familienangehöriger)은 누구를 지칭하는가? 사회법전 11권 19조의 정의를 따지자면 법률적 혹은 관계적 의미의 가족이 아니더라도 취업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개인 집에서 누군가를 위해 수발 노동을 하면 가족 수발자가 된다. 물론 혈연이나 배우자 관계에 기초한 가족 수발자가 다수이긴 하지만 친인척, 이웃, 친구 등이 수발보험조합에서 인정하는 가족 수발자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가족 수발자 인정에서 가장 중요한 범주는 재가 수발 노동을 할 때 자영업이나 피고용 관계에서 취업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가족 수발자 관계 인정 기준으로서 수발보험조합은 수발 욕구자와 수발자 간 계약 관계를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현장 방문을 통해 상호 도덕적 의무 이행 가능성을 살펴본다.

나. 사회보험

개인적 관계에 기초한 가족 내 수발 노동이지만 사회보험 급여 대상이 된다는 점이 독일 수발보험 체계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가족 수발자로서 개인적 관계의 수발 노동만으로써 연금·사고·실업·건강·수발보험 등 5대 사회보험 가입이 가능하다.

1) 연금

수발 노동에 기초한 연금 수급 조건은 수발 욕구자의 등급(2등급 이상), 수발 필요 시간(주당 10시간, 이틀), 비취업 활동이다. 수발 등급 2 이상인 자의 가족 수발자가 일주일에 10시간 이상 수발 노동을 최소 이틀 이상 규칙적으로 하면 주당 30시간, 생애 45년 이상 완전연금(Vollrente) 수급이 가능하지 않게 될 수 있다.2) 이렇게 수발 노동으로 인한 연금 가입 공백기를 연금 가입 노동자 평균임금을 감안하여 메워 주게 된다. 물론 취업 활동을 하면서도 가족 수발자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 다만 연금보험 등 사회보험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뿐이다.

2019년 8월 현재 연금보험료율 적용 기준으로서 노동자의 평균임금이 서독 지역은 월 3115유로, 동독 지역은 2870유로이다. 2018년 1월 이후 연금보험료율은 18.6%이다. 서독 지역을 예로 들어 보자. 평균임금과 보험료율을 기준으로 한 월 연금보험료는 579.39유로이다. 현물 급여, 즉 외부의 수발 서비스 지원 없이 현금 급여만 받는 5등급자의 가족 수발자는 필요한 수발 노동을 모두 혼자서 수행하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수발 노동의 보험료 반영률은 100%로, 579.39유로가 된다. 혼합 급여를 수급하면 가족 수발자의 노동력에 외부 수발 서비스 지원이 있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연금보험료 반영률이 85%가 되고 보험료 지원도 579.39유로의 85%인 492.48유로가 된다. 현물 급여 서비스, 즉 외부의 수발 서비스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가족의 수발 노동 보험료 반영률은 70%이므로 보험료 405.57유로를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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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
가족 수발자 연금보험료 지원 현황(2019년 현재)
등급 급여 종류 보험료 반영률(%) 월 보험료 지원액(유로)
서독 지역 동독 지역
2 현금 27 156.44 144.13
혼합 23 132.97 122.51
현물 18.9 109.51 100.89
3 현금 43 249.14 229.54
혼합 36.6 211.77 195.11
현물 30.1 174.40 160.68
4 현금 70 405.57 373.67
혼합 59.5 344.74 317.62
현물 49 283.90 261.57
5 현금 100 579.39 533.82
혼합 85 492.48 453.75
현물 70 405.57 373.67

자료: BMG. (2019). Zahlen und Fakten der SPV 2019. p. 10을 토대로 재구성.

수발 등급이 경증으로 내려갈수록 가족 수발 노동의 연금보험료 반영률은 낮아진다. 4등급의 경우 현금 급여 수급자의 가족 수발 노동 보험료 반영 비율은 70%이다. 혼합 급여일 때는 59.5%이며, 현물 급여일 때는 49%이다. 이에 따라 2019년 현재 서독 지역 연금보험료 지원액은 405.57유로, 344.74유로, 283.9유로이다. 3등급의 반영률은 현금 급여 43%, 혼합 급여 36.6%, 현물 급여 30.1%이며 이에 따른 보험료 지원액은 249.14유로, 211.77유로, 174.4유로이다. 2등급의 반영률은 현금 급여 27%, 혼합 급여 23%, 현물 급여 18.9%이며, 보험료 지원액은 156.44유로, 132.97유로, 109.51유로이다.

1995년 이후 0~3단계 분류에서 2017년 1~5단계 등급 분류로 전환하면서 수발보험 수급 대상자 집단이 전년 대비 50여만 명 급증하였다. 그 결과 연금보험료 지원 대상 가족 수발자 수와 지원금 규모도 동시에 늘어났다. 2017년 현재 72만 명 규모의 가족 수발자가 연금보험료 지원을 받고 있으며 이에 수발보험조합이 지불하는 재정 규모는 15억 유로 수준이다(그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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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연금보험료 지원 대상 가족 수발자 수, 보험료 지원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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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BMG. (2019). Zahlen und Fakten der SPV 2019. p. 9를 토대로 재구성.

2) 사고보험

수발 노동을 통해 연금에 가입한 가족 수발자의 수발 노동 시간이 일주일에 14시간을 초과할 경우 사회보험인 사고보험(die gesetzliche Unfallversicherung)에 자동 가입된다. 가족 수발자가 수발 욕구자의 몸을 돌보고 먹을 것을 해 주며 살림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피해를 사고보험에서 보상해 준다. 보상 범위에는 수발을 위하여 오가는 길에서 발생하는 사고도 포함된다. 수발 노동으로 발생한 직업병도 인정된다. 법적 근거는 사회법전 8권(사고보험법전) 129조이다. 사고보험 보상 주체는 지역사고보험협회(Gemeindeunfallversicherungsverbände)와 지역사고보험조합(Unfallkasse der Gemeinde)이다.

3) 실업보험

실업보험 가입은 취업 활동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실업보험에 가입했다 하더라도 취업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 가족 수발자의 노동이기 때문에 수발 중단을 이유로 실업급여를 지급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가족 수발자가 수발 노동을 하지 않고 취업을 원할 때 사회법전 11권 44조와 사회법전 3권(실업보험 법전) 20조·77조에 근거하여 재취업 과정에 필요한 지원을 지역 연방노동공단 지사 혹은 고용센터에서 받을 수 있다. 또 구직 기간 중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근거도 생긴다. 수발보험조합에서 지원하는 가족 수발자의 실업보험료는 2019년 현재 서독 지역 38.94유로, 동독 지역 35.88유로이다(BMG, 2019, p. 6).

4) 의료보험과 수발보험

의료보험 가입자는 동시에 수발보험 가입자가 된다. 가족 수발자가 취업 활동 노동자라면 취업 활동을 근거로 하여 의료보험과 수발보험에 가입된다. 실업자로서 가족 수발자라면 기초보장이나 사회부조에 근거하여 지자체가 의료보험료를 지원한다. 그러나 가족 수발자가 취업 활동자도 아니고 실업자도 아니라면 의료보험·수발보험 가입이나 가입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근거가 없다. 결국 자부담으로 의료보험에 가입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수발보험조합이 의료보험 가입에 필요한 최소 비용을 지원해 준다. 2019년 현재 의료보험료는 월 최대 161.98유로, 수발보험료는 월 최대 31.67유로이다.

다. 치매 수발 부담 경감과 상담의 의무화

2012년 제정돼 2013년 발효된 수발 재구조화법은 특히 그동안 소홀했던 치매 수발 지원을 강화하고 보호 그룹홈(betreute Wohngruppe), 생활 공동체(Wohngemeinschaften)를 만들 때 초기 지원금을 수발보험조합에서 지급할 수 있도록 하였다. 따라서, 대규모 시설 보호 탈피를 지양하는 흐름을 이어 가는 수발 재구조화법은 재가 수발을 담당하는 가족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였다.

수발 재구조화법 이후 치매 증상도 수발보험 지원 대상으로 규정했다. 법 이전에는 이른바 수발 단계(Pflegestufe) 0이면서 치매가 있는 경우에는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그러나 수발 단계별로 모두 치매 증상에 대응하는 지원을 도입함으로써 수발 단계 0도 가족 수발의 경우 월 120유로의 현금 급여를, 외부 수발 서비스를 받을 경우 225유로까지 비용 부담을 지원할 수 있게 되었다. 또 가족 수발자가 휴가나 질병 등의 사정으로 수발 노동을 할 수 없을 경우에 지급하던 대체 수발(Verhinderungspflege) 급여를 치매 증상에도 적용할 수 있게 되었다.

치매 증상의 경우에도 대체 수발 급여를 지급하고 각종 비용 지원을 도입함으로써 가족 수발자의 정신적·심리적·육체적·경제적 부담을 덜어 주는 것과 더불어 수발 재구조화법은 수발보험조합이 수발 욕구자와 가족 수발자가 결정을 쉽고 정확하게 할 수 있도록 정보와 상담을 제공하는 것을 의무화하였다. 고객 친화(Kundenfreundlichkeit)가 서비스 제공의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된 것이다. 상담 및 정보 제공 과정을 신청자가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조직해야 한다는 대원칙에서 수발보험조합은 다음과 같은 의무를 갖게 되었다.

수발 욕구자와 가족 수발자가 수발보험 급여를 신청하면 수발보험조합은 늦어도 2주일 안으로 상담 일정 및 상담 파트너 관련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유가 인정될 경우에는 ‘즉시(unverzüglich)’ 혹은 1주일 이내 상담 및 정보 제공 의무를 수발보험조합이 이행하게 되었다. 상담 및 정보 제공 과정에서 원한다면 신청자를 조합에서 찾아가도록 하였으며, 조합에서 찾아갈 수 없는 상황이면 다른 주체의 정보 제공과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조합이 비용을 부담하게 되었다. 조합은 신청서 접수 후 5주 내에 수발 급여 제공 관련 결정을 해야 한다. 만약 조합이 5주 내에 결정을 못 내리면 매주 70유로씩 서비스 지체 부담금을 신청자에게 지불하도록 하였다.

수발 재구조화법 시행을 통해 고객 친화성을 강화함으로써 달성하고자 하는 또 다른 정책 목표는 직업훈련 과정을 거친 전문적 수발이 아니더라도 가족 수발자가 수발보험조합이 제공하는 정보와 상담 서비스를 통해 질 높은 재가 수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다. 수발보험조합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무료로 수발 교육 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라. 대체 수발(Verhinderungspflege)

가족 수발자가 휴가를 가거나, 아프거나 혹은 다른 사정으로 수발 노동을 하지 못하게 되면 대체 수발 급여를 받을 수 있다. 대체 수발을 다른 가족이 하는 경우 1년에 6주 범위에서 수발 등급에 따른 대체 수발 급여를 받는다. 수발 등급 1이면 대체 수발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 등급 2 판정을 받은 사람은 연 474유로, 등급 3 판정을 받은 사람은 817.5유로, 등급 4 판정을 받은 사람은 1092유로, 등급 5 판정을 받은 사람은 1351.5유로의 대체 수발 급여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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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3.
가족 수발자 지원 급여
(단위: 유로)
수발 등급 1 2 3 4 5
대체 수발 급여(연간) 0 474 817.5 1,092 1,351.5
실업보험료(월간) 38.94(West), 35.88(Ost)
의료보험료(월간) 161.98
수발보험료(월간) 31.67
수발 지원 수당 수발로 인한 임금 손실분 10일 치까지의 90%
수발 관련 상담 및 교육 과정 무료

자료: BMG. (2019). Zahlen und Fakten der SPV 2019. p. 6을 토대로 재구성.

5. 나가며

독일 통계청은 2018년 현재 약 8300만 명인 독일 인구는 저출산·고령화 추세로 인하여 2060년 약 7300만 명으로 감소될 것이며3) 같은 기간 전체 인구의 5% 수준(약 450만 명)인 80세 이상 노인 인구 12.3%(약 900만 명)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수발보험조합 자체 추산으로 볼 때 60세 이하에서 수발 욕구자 발생률은 1.3%이나, 60세에서 80세 사이에서는 7%, 80세 이상에서의 비율은 37.1%로 나타난다. 이에 따라 400만 명 정도인 수발보험 급여 수급자가 약 30년 뒤에는 600만 명에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4)

단기적으로는 등급 조정 결과 생긴 수급자 증가에 따른 재정 적자 문제에 대응하고 장기적으로는 인구 고령화 추세에 따른 수발 욕구자 증가에 대응하는 과제 앞에 독일 사회는 서 있다. 이 상황에서 독일 사회는 가족 수발에서 답을 찾고 있다. 그런데 수발보험 급여 체계를 가족 수발자 관점에서 해석한 결과, 그러한 움직임을 ‘국가가 가족에게 부담을 떠맡기는 시도’로 속단하기는 어렵다. 가족 수발자에 대한 지원을 전제로 변화해 왔기 때문이다.

가족 수발자는 자신의 수발 노동의 보상을 현금 급여와 혼합 급여의 조합 가운데 받고 있다. 수발 노동을 통한 실업보험과 의료보험, 사고보험 가입도 가능하다. 현재의 소득보장이다. 수발 노동에 근거한 연금보험 가입은 미래(노후) 소득보장이 된다. 게다가 수발 노동 소득은 임금 소득으로 간주하지 않기 때문에 수발 노동과 병행한 취업 노동도 규정 범위에서 지속 가능하다. 가족의 자발적·윤리적 수발 노동을 이끌어 내되 수발 노동으로 인한 기초보장 등 다른 소득보장 영역에서 가족 수발자가 경험할 수 있는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조치로 이해할 수 있다.

가족 수발자와 관련한 독일 수발보험제도가 한국에 주는 주요 논점 중 하나는 가족 수발자 개념이다. 법률적·관계적 의미의 가족이 아니더라도 지속적으로 수발 노동을 제공한다면 누구라도 취업 활동 관련 시간 규정을 준수함으로써 가족 수발자가 될 수 있다. 비전문적 가족 수발자는 수발 노동의 대가를 소득·의료보장 형태로 받을 뿐 아니라 자신이 행하는 수발 노동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교육과 상담, 정보 제공 등 사회서비스 수급 자격도 얻는다. 혈연, 혼인, 사실혼 관계 혹은 입양 관계 등 ‘가족’으로서 갖추어야 할 법적·관계적 토대가 없는 자는 당연히 제도에서 배제되는 한국의 관점에서는 논쟁점이면서 정책 개혁의 한 대상임을 독일 가족 수발자 개념이 보여 준다. 가족·가구 형태의 급속한 변화 내지 다양화를 경험하는 한국 사회에서 급증하게 될 장기요양보험 수요, 이에 따른 재정 부담 증가에 대처하는 하나의 방안으로써 고려될 수 있다.

한국은 급속한 인구 고령화에 따라 요양보호를 필요로 하는 인구가 증가하는 상황이다. 만약 요양원·요영병원 등 시설보호 중심으로 대응을 할 경우 막대한 재정부담이 예상되며, 시설보호보다는 지역사회를 기초로 한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이러한 지역사회 보호는 주로 가족 구성원의 참여를 전제로 할 때 가능하나, 전통적 가족범주에 속하면서 요양보호를 제공할 수 있는 가족구성원의 수는 급감하고 있는 현실이다. 실제로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현상은 이미 시작되었으며, 이는 가족 내 요양보호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 수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독일의 가족 수발자 개념은 한국사회의 가족 내 비전문적 요양보호를 할 수 있는 지역사회 구성원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 즉, 전통적인 가족개념에서 벗어나 급증하는 요양보호 욕구에 대응하므로 써 지금 한국사회가 시도하고 있는 커뮤니티케어의 선택지는 넓어질 것이다.

Notes

1)

§ 3 Nr. 36 Einkommensteuergesetz.

2)

법적 근거는 사회법전 6권(연금법전) 3조와 사회법전 11권(수발보험 법전) 44조에 있다.

3)

Statistisches Bundesamt, 13. Koordinierte Bevölkerungsvorausschätzung(Variante 2).

References

1 

정재훈. (2002. 3.). 사회보험으로서 수발보험 도입 가능성 모색을 위한 연구-독일의 예를 중심으로. 한국사회복지학, 48, 359-402.

2 

BMAS. (2016). Soziale Sicherung im Überblick.

3 

BMG. (2019). Zahlen und Fakten der SPV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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