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보장리뷰Global Social Security Review

1. 들어가며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새로운 종류의 호흡기 감염 질환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가 중국 전역에 피해를 입힌 뒤 전 세계로 확산하였다. 2020년 3월 15일까지 중국의 확진자는 8만 1079명이고 사망자가 3218명이다. 이는 1949년 중국에서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가장 심각한 공중보건 비상사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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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2월까지의 중국 코로나19 확진자 수와 완치자 수

자료: 恒大研究院. (2020). 任泽平谈疫情全球流行：悲观估计或产生世界经济危机. http://finance.sina.com.cn/china/gncj/2020-03-03/doc-iimxyqvz7337552.shtml에서 2020. 3. 3. 인출.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중국 최대의 명절인 춘절(春节, 음력설) 전에 후베이성 우한^{(湖北省武汉)} 지역에서 시작하였다. 춘절 때 이 지역에서 수백만 명의 인구가 이동함에 따라 더욱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중국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2020년 2월 초부터 후베이성 이외의 지역에서 대규모의 감염 확진자가 나왔고, 2월 중순에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2월 말부터는 완치자가 확진자보다 많아지면서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감염력이 강하고 치사율이 높았기 때문에 중국 정부는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여러 대응 조치들을 신속하게 취하였다. 1월 31일까지였던 춘절 연휴를 2월 2일까지 연장하였으며 제조업과 같은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고, 정부는 기관과 기업의 근로자에게 재택근무를 권장했다. 집중적 폭발 지역인 우한에서는 봉쇄 정책을 실시하여 우한 출입을 금지하였고 대중교통도 멈추었다. 음식점과 백화점 등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의 영업을 모두 중지시켰다. 다른 지방에서도 확진자가 증가하자 확산세를 억제하기 위해 대부분의 도시와 농촌 지역에서 강력한 봉쇄 정책을 실시하였다. 각 지방에서 지역사회 하위 조직1)을 동원하여 주거 단지와 마을을 격리하고 주민들의 출입을 최대한 제한했다. 기본적인 생활필수품 공급을 제외하고는 지역 간, 지역 내부에서의 이동을 최대한 자제시켰으며, 초중고 및 대학교 개강을 연기하였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막대한 재정을 지출하고 사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책을 마련했다. 2020년 2월 15일 재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코로나19 대응에 총 805억 5000만 위안을 투입했고 그중 중앙정부가 172억 9000만 위안을 투입해 의료급여 지급, 의료진 수당 지급, 보장 물품 구비, 공중위생과 방역 활동을 지원했다(科技日报, 2020). 이 외에도 여러 사회보장 영역에서 대책을 마련해 바이러스 유행 기간에 국민의 삶을 보장하기 위해 나섰다. 이 글에서는 주로 중국에서 행한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대응 중 사회보험, 사회구조에 관련된 조치를 살펴보고자 한다.

2. 사회보험 대응 조치

국민들이 의료비용 부담 없이 의료기관에서 코로나19 검사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국가건강보험기구와 재정부가 <코로나19로 감염된 폐렴 치료에 대한 의료보장에 관한 공지^{(关于做好新型冠状病毒感染的肺炎疫情医疗保障的通知)}>를 발표했다. 공지에 따르면, 코로나19 치료용 의약품과 의료서비스는 임시로 건강보험 급여 내용으로 추가하고, 검사와 치료비용은 사회보험과 중대질병보험, 의료급여를 통해 지원하며, 본인부담금도 공적 비용으로 보조한다. 또한 국가 지정 집중 치료 병원의 경제적 부담을 감소하기 위해서 코로나19 방역 기간에 건강보험기구가 보험 기금으로 병원에 치료비용을 선지불하는 방식도 도입한다(国家医疗保障局, 财政部, 2020).

감염병 치료와 바이러스 확산 억제에 크게 기여한 의료진을 비롯한 관계자의 안전과 복지를 보장하기 위해서 1월 23일, 인력자원사회보장부와 재정부, 국가위생 건강위원회는 <업무로 코로나19에 감염된 의료진을 비롯한 관계자에 대한 보장에 관한 공지^{(关于因履行工作职责感染新型冠状病毒肺炎的医护及相关工作人员有关保障问题的通知)}>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방역 현장에 나서는 의사와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진 그리고 방역 활동 관계자가 방역 현장에서 업무 도중에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산재로 인정받고, 산재보험의 관련 규정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다.2) 산재보험 수급자가 아닌 관계자의 경우, 고용주가 산재보험 규정에 따른 급여를 선지급하고 해당 지역 재정부에 청구하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人力资源社会保障部,财政部,国家卫生健康委,2020).

강력한 봉쇄 조치로 공장 가동이 중지되고 가게 영업이 대부분 중단되어, 기업 특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경제적으로 큰 피해를 입어 경제가 침체됨에 따라, 피해를 입은 기업과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서 2월 20일 국가 건강보험기구, 재정부와 세무 기구가 <직장 가입자 보험료 단계적 감면에 대한 지침^{(关于阶段性减征职工基本医疗保险费的指导意见)}>을 발표하였다. 2월부터 직장 건강보험 가입자의 고용주 부담 보험료를 반으로 감면하고 보험료 감면은 최대 5개월까지 지원하며, 건강보험 기금 운영 상황에 따라 보험료 감면이 불가능한 지역3)에는 보험료 납부 유예 정책을 실시한다. 최대 6개월까지 납부를 유예할 수 있으며 연체료는 부과되지 않는다(国家医疗保险局, 财政部, 税务总局, 2020).

3.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구조 정책

코로나19 사태로 주민들은 큰 불편을 겪고 기업은 큰 타격을 받았다. 빈곤계층과 노인 및 아동을 비롯한 취약계층의 삶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생계를 잃어 생활고를 겪는 빈곤층, 가족들이 격리되어 혼자 남겨져 있다가 숨진 장애 아동, 가족들이 격리되어 돌봄을 받을 수 없어 건강 상태가 악화된 노인 등과 같은 취약계층은 열악한 상황에서 더욱 큰 어려움에 직면한다. 이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중국 정부가 사회구조 조치를 마련했다.

민정부가 1월 29일에 발표한 <코로나19 방역 기간의 사회구조^{(民政部部署做好新型冠状病毒感染肺炎疫情防控期间有关社会救助工作)}>에 따라 코로나19 확진자나 자가격리로 생계를 이어 가기 힘든 사람들은 감염병 유행 기간에 사회구조를 신청할 수 있다. 이를 신청하면 심사 절차를 최소화하고, 인정되면 일시적 구조급여를 지원받을 수 있다(民政部, 2020a). 우한에서는 중앙정부가 발표한 지침에 따라 사회구조를 진행할 뿐만 아니라 현지의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사회구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한은 현재 사회구조 대상자인 최저생활보장 수급자의 재수급 자격 심사를 면제하고 보장 기간을 연장해 주고 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하여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람이 사회구조를 신청하면 절차를 거쳐 신속히 처리해 준다는 방침을 정해 놓았다. 지역사회 자치단체를 동원해 극빈층을 파악하고 정기적으로 생필품과 방역 용품을 배분해 준다. 자가격리된 노인, 장애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에게 방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빈곤층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도시와 농촌 최저생활보장 수급자에게 각각 500위안과 300위안의 구조금을 지급한다. 또한 확진자인 최저생활보장 수급자에게 요양급여를 추가로 지원한다. 이를 통해 감염병 유행 기간에 빈곤계층과 사회 취약계층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武汉发布, 2020).

강력한 봉쇄 정책과 격리 정책으로 인하여 가족이 격리되어 있어 홀로 지내다 사망한 노인과 아동의 사례가 생기면서 독거노인과 아동에 대한 보장이 시급하다는 인식에 따라 2월 11일 민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하여 부양자가 부재한 아동의 구조에 관한 공지^{(关于做好因新冠肺炎疫情影响造成监护缺失的儿童救助保护工作的通知)}>를 발표하면서 부양자가 감염, 격리되어서 부재한 경우, 지역사회 자치단체를 동원해 돌봄이 필요한 아동의 상황을 파악하여 돌봄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부양자가 부재한 아동, 무연고 아동, 기타 빈곤 아동을 대상으로 사회구조급여나 아동수당이 지급된다. 또한 가족이 격리되어서 돌봄이 필요한 아동에게 임시 돌봄을 제공하고 아동의 신체 상황을 지속적으로 파악해 증상이 나타나면 신속히 격리 조치를 취한다고 규정하였다(民政部, 2020b).

이 중 특히 노인은 강력한 봉쇄와 격리 정책으로 상당한 피해를 입고 있다. 감염병 유행 기간에 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요양시설의 운영이 대거 중단되었다. 이에 따라 요양 서비스가 필요한 노인에 대한 대부분의 서비스도 중단되어 많은 불편이 야기되었고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진 채 발견된 경우도 있었다. 1월 28일, 2월 7일, 2월 25일4) 세 차례에 걸쳐 중국 민정부가 노인 요양시설 관리에 대한 지침을 발표했다. 2월 7일에 발표된 <요양시설의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방역 지침^{(养老机构新型冠状病毒感染的肺炎疫情防控指南)}>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집단 돌봄 서비스를 원칙적으로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다만, 시설 거주 중인 노인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였으며 이러한 요양시설의 방역에 대한 엄격한 지침을 내리고 외부와의 접촉을 최대한 차단시켰다. 또한 마스크나 소독제 등의 방역 물품은 우선적으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지역사회 요양시설의 방문 서비스를 원칙적으로 중단시켰지만 독거노인, 부양자가 격리돼 부양자가 부재한 노인, 부양자가 방역 활동에 참여해서 돌봄을 받을 수 없는 노인을 대상으로 필요한 방문 서비스를 제공한다(民政部, 2020c). 우한에서는 모든 노인 요양시설을 봉쇄하여 운영, 관리하고 있다. 외부 방문과 출입을 모두 금지하였고, 필요한 물품은 지역사회 자치단체나 정부에 요청하여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있으며, 가능하면 노인들이 1인 1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하루에 두 번씩 건강 상태를 점검한다. 이로써 시설 내 노인의 건강을 지키고 감염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湖北日报，2020).

바이러스에 취약한 유랑자와 구걸자는 제대로 치료를 못 받을 수도 있고, 감염되면 바로 강력한 전파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민정부는 <유랑자와 구걸자에 대한 구조 기관 방역 관리 지침^{(生活无着的流浪乞讨人员 救助管理机构新冠肺炎疫情防控工作指南)}>에 따라 유랑자와 구걸자를 조사해서 구조소로 안내하고 가능하면 14일 동안 집중적으로 격리하고 있다. 유랑자와 구걸자의 건강 상태를 점검해서 감염 의심자이면 검사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民政部, 2020d).

4. 나가며

2020년 3월 초(이 글의 작성 시점)에는 중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어느 정도 억제되었지만 여전히 중국은 범정부적인 힘을 동원해 방역을 실시하고 있고 온 국민이 힘을 합쳐 싸우고 있다. 전술한 것처럼 코로나19에 취약한 계층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여러 가지 대응 조치를 세웠지만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첫째, 사회보험과 사회구조에 관련된 대책을 통해 취약계층 지원에 크게 기여했지만, 한편으로 중국 사회보장체계가 공중위생을 비롯한 비상사태에 직면했을 때 보이는 태생적인 취약성과 문제점도 나타났다. 중국의 사회보험과 사회구조를 비롯한 사회보장 정책은 상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들을 주로 세워 왔다. 급작스럽게 사회적 재난이 발생했을 때 급하게 긴급 조치를 마련해서 난관을 극복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이번에 코로나19 감염자가 폭증했을 때 정부의 대책 초점이 모두 확진자에게 맞춰졌고 바이러스에 취약한 계층이 사망하거나 어떤 문제가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되고 나서야 급하게 사회구조적 대책을 마련했다. 이 중 일부는 기존의 사회보장 시스템 틀에 어긋난 경우도 있고 사회보험 기금에 재정적 부담을 줄 수도 있다. 따라서 중국의 사회보장체제는 재난이나 공중위생 사태를 비롯한 비상 상황을 고려해 사회구조체제에서 일시적인 구조 제도를, 건강보험체제에서 공중위생 사태가 발생했을 시의 비상대책 조치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중국 정부는 강력한 방역과 격리 조치를 실시해 확산세를 어느 정도 막았다고 할 수 있지만 공중보건 위기와 같은 특수 상황에서 방역과 경제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수 있을지에 대한 고려가 부족해 보인다. 현재 확산 상황이 어느 정도 진정되었다고 볼 수 있지만, 경제는 여전히 회복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많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까지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고 실제로 많은 중소기업이 파산하였다. 중국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건강보험료 감면 혹은 면제 대책으로 지원에 나섰고 대출 이자 감소, 세금 면제 등의 대책도 마련했지만,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되거나 공중보건 위기 상황이 안정화되지 않는 이상 기업들이 완전히 가동될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이 얼마만큼의 손실을 입게 될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중국 정부는 돌발적 사회 재난에 대응할 때 기업과 소상공인의 수익을 어떻게 보장할지, 사회적 재난 확산 방지와 경제적 발전의 균형을 어떻게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해야 한다.

셋째,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중국에서 치사율이 약 3.8%로, 3월 초까지 사망자가 3000명이 넘은 것으로 집계되었다. 사망자 중 극소수는 산재로 인정받고 유족이 어느 정도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대부분 사망자의 유족에 대해서는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또한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가족 단위로 감염된 경우가 많아 수많은 가족이 크게 타격을 받았는데 이러한 가족, 특히 사망자가 생긴 가족에 대한 보장 대책이 부재한다. 돌발적 사회적 재난으로 사망한 경우의 보상에 대해서는 독일과 대만의 사회적 보상을 참고할 수 있다. 사회적 보상이란 사회적 비상사태나 범죄행위를 비롯한 비자연재해적 요인으로 국민이 사망한 경우에 국가가 사망자와 가족에 대해 보상하는 사회제도다. 이러한 사회적 보상 제도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의 가족에 대해 어느 정도 생활 보장을 해 줄 수 있고 유족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