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노인 간호의 변화

The 4th Industrial Revolution and the Changes in Elderly Care

1. 들어가며

인공지능 기술을 복지 산업과 연계하려는 시도는 이미 해외에서, 특히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일본, 영국과 같은 선진 국가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4차산업혁명의 일환으로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령화사회에 진입하고 개인 맞춤 치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과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에 기반한 의료 기기 및 헬스 케어 등에 대한 관심 또한 급증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반 의료 및 노인복지 시스템은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한국에 필수적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가운데 고령화가 가장 빨리 진행되고 있는 국가이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15∼64세 생산가능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을 뜻하는 ‘고령인구 부양비’는 1980년대 10%에서 2019년 20%로 상승해 2050년에는 73%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OECD 평균보다 20% 정도 높은 수준이다(이재준, 2019, p. 2).

2019년 5월 14일에 진행된 ‘인공지능 활용을 통한 기술적 한계의 솔루션 제공’ 기자 간담회에서 케임브리지 컨설턴트(Cambridge Consultant)는 “한국은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갖췄지만, 엄격한 규제에 가로막혀 인공지능 활용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하며 데이터 수집 활용과 인허가 절차의 비효율성을 지목했다(최광민, 2019). 이처럼 한국 정부가 고령화 문제와 인공지능 산업선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선 관련 연구 및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이어지는 본문에서는 선진 국가들이 어떻게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고령화사회 준비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하고자 한다.

2. 일본 – AI 기반 간호 로봇 산업

일본은 우리나라의 고령화 추세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이다. 2015년에 일본 전체 인구 중 3분의 1은 이미 65세 이상이었으며 2050년에는 고령층이 전체 인구의 40%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IMF, 2018). 이는 일본 내 노동층(15~64세) 비율이 급격하게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함과 동시에 부양해야 할 노년층이 증가함을 뜻한다. 다행인 것은 일본은 역사적으로 기술 개발을 통해 인적 자본을 포함한 제한된 자원을 대체하는 데에서 선두 국가라는 점이다. 일본은 인간의 노동력을 향상시키거나 더 나아가 대체하는 자동화 및 로봇공학 기술 부문에서 가장 선진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현재 일본이 직면한 인구 및 노동력 역학을 고려할 때, 자동화 증가와 이의 적극적 활용에 따른 순이득이 매우 클 뿐만 아니라 앞으로 더 커질 수 있으며, 이러한 모범 사례는 유사한 인구 구조 변화를 보이는 중국과 한국, 그리고 유럽 국가에 건설적인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주의해야 할 점으로 인공지능 로봇이 대체하는 업종 대다수가 여성 노동력이 집중 분포되어 있는 업종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IMF, 2018).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통해 선진화된 복지 산업을 추구하는 동시에 이러한 구조적 전환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이를 보완할 정책적·제도적 수단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로봇에 대한 인식 개선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일본인들은 대체로 로봇에 대한 반감이나 거부감이 적다. 이는 대중매체에서 로봇이 가지고 있는 친근한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나타낸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제로봇공학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f Robotics)은 2016년 국제 간호 및 복지용 로봇 시장의 크기는 약 1920만 달러로 아직 규모가 작지만 일본 기업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Foster, 2018). 하지만 시장의 잠재적 규모는 거대하며 일본 정부는 선두권을 놓치지 않으려고 정책적·금전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2015년 발표한 ‘신로봇 전략(New Robot Strategy)’을 기반으로 간호복지, 농업, 인프라 등 각 부문에서 어떻게 로봇을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책적 기반을 제공했으며, 2015년 이후 간호 로봇 기술 개발에 지원하는 보조금을 47억 엔(약 4500만 달러) 지원했다(IMF, 2018; IFR, 2018).

인공지능 기술을 노인 간호에 직접적으로 응용한 사례로는 도쿄에 소재한 신토미(Shin-tomi)요양원이 있다. 요양원이 도입한 총 20개의 다양한 로봇 모델 중에는 심신 안정 및 테라피 용도로 사용되는, ‘파로(Paro)’라는 이름의 물개 모양 인형 로봇이 있다. 소프트뱅크 로봇 회사(SoftBank Robotics Corp)에서 개발한 ‘페퍼(Pepper)’는 인간의 형상을 한 로봇으로 간단한 체조 및 운동을 돕는다. 걷기 재활을 돕는 ‘트리(Tree)’는 리프(Rief)사에서 개발한 제품으로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며 어느 방향으로 내디뎌야 하는지 알려주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일본 정부는 신토미요양원을 모델로 일본 내 요양원의 로봇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 개발은 높은 투자 비용을 기반으로 한다. 예를 들어, 물개 모양의 작은 파로(Paro) 로봇은 무려 10년에 걸쳐 만들어진 작품으로, 총 2000만 달러를 정부에서 지원받아 제작한 것이다. 2018년 기준 약 5000개가 유통되었으며 그중 3000개는 일본 내에서 판매되었다. 파로(Paro)가 더 많이 수출되지 못하는 데에는 비용 문제가 있다. 현재 개당 약 40만 엔에 판매되는 이 로봇은 유럽과 같은 주요 수출 대상 국가에서는 더 비싼 가격에 팔린다. 하여 일본 정부는 파로(Paro)와 같은 간호 로봇 상품 구매에 대해서도 금전적 지원을 하고 있다. 신토미요양원의 경우 도쿄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보조금을 통해 금전적 부담을 해결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일본 경제산업성 내 로봇정책실 책임자 야스다는 간호 복지 부문의 로봇 산업 발전을 ‘기회’라고 표현하며 이를 독일, 중국, 이탈리아와 같이 비슷한 인구적 난제를 겪고 있는 국가에 수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Foster, 2018). 이미 파나소닉(Panasonic)에서는 휠체어로 개조해 사용할 수 있는 로봇 침대 레시온 침대(Resyone bed)를 대만에 수출했으며 파로(Paro)는 덴마크로 수출되었다.

일본 정부는 약 38만 명의 간호 전문 인력이 부족한 부분을 메꾸기 위해 노인 간호 로봇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16년에 일본 정부는 외국인 간병복지사 비자를 만들었지만 2017년에는 겨우 18명의 외국인이 해당 비자를 획득할 수 있었다(Foster, 2018). 언어 장애, 시험 등의 제도적 장벽이 높은 탓에 노인복지 전문 인력을 해외에서 데려오려는 노력의 성과가 생각보다 미미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앞으로 간호 로봇 개발에 더욱더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3. 영국과 이탈리아 – IoT 기반 간호 및 복지 사업

영국의 경우 인공지능 기술을 치매 예방 및 완화와 연계하는 연구가 기업, 특히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영국에 소재한 카멜레온 기술(Chameleon Technology)은 인공지능(AI) 기반 분석을 활용하여 노인들의 일상생활에 최적화된 주거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을 개발 및 판매하고 있다. 본사는 영국 IBM사의 왓슨 챗봇 기술(Watson Assistant Technology)을 기반으로 실시간 스마트 미터링이 가능한 I • VIE라는 클라우드 플랫폼을 개발했는데, 이는 본래 가전제품의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돕는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카멜레온 기술(Chameleon Technology)은 더 나아가 영국 리버풀 존 무어스 대학교(Liverpool John Moores University), 머지사이드 국민보건서비스 트러스트(Merseyside National Health Service Trust)와 합작하여 어떻게 I • VIE를 활용하여 알츠하이머를 앓는 노인층의 일상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를 연구해 왔다. 그 결과, 해당 플랫폼을 통해 노인들의 일상생활 패턴에 이상이 생기면 이를 감지하여 보호자에게 바로 연락할 수 있는 응용 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병을 앓고 있는 노인들이 스스로 통제하기 힘든 부분을 보호자들이 주거 환경 실시간 모니터링 및 조정을 통해 관리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IBM, 2018).

이탈리아는 일본, 독일에 이어 세 번째로 빨리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 초과)’에 진입한 유럽 국가이다(황인창, 2018, p. 33). 2017년 기준 이탈리아 내 신생아 수는 약 45만 8000명으로 1861년 이탈리아 통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동시에 65세 이상 고령층의 비율은 전체 인구의 약 23.3%로 일본의 뒤를 이었다(매일경제, 2018). 이러한 상황에서 노년층을 주 고객으로 한 서비스 제공 업체가 꾸준히 증가해 왔고 대표적인 예가 이탈리아의 솔레코페라티바(Sole Cooperativa)이다. 솔레코페라티바(Sole Cooperativa)는 정부의 지원을 받는 사회 협동조합으로 85세 이상의 노인을 주 고객으로 하여 건강 관리 및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당 단체가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지목되는 이유는 인공지능과 IoT 솔루션을 결합한 서비스 제공을 통해 효과적으로 비용을 감축함과 동시에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켰기 때문이다. 솔레코페라티바(Sole Cooperativa)도 위에 언급된 카멜레온 기술(Chameleon Technology)과 동일한 방식으로 요양시설 내 복도, 화장실 등의 공간 곳곳에 감지 센서를 설치하고 이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 및 분석해 이상행동을 보이는 환자를 빨리 감지해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이상 패턴의 빈도와 노인들의 건강·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들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여 평가할 수 있는 노화지표(Frailty index)를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불규칙적으로 잠에서 깨어 화장실을 방문하는 빈도를 낙상 사고의 위험 증가와 연계하여 두 변수 간의 상관관계를 찾아내면, 이를 바탕으로 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논리이다(IBM Korea, 2018).

최신식 기술 개발을 기반으로 한 효율적 복지 개선도 좋지만,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려는 따뜻한 사례도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Milan)시는 이탈리아에서 물가가 가장 높아 학생들이 독립된 생활을 하기에 금전적 부담이 큰 지역이다. 이러한 문제와 늘어나는 고령층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더 나은 밀라노’라는 뜻을 가진 비영리 단체 ‘메글리오밀라노(MeglioMilano)’가 독거노인들과 학생들을 매치하여 공동 주거를 장려하는 ‘학생을 집으로(Take Home a Student)’라는 프로젝트를 고안해 냈다(MeglioMilano, 2017). 다른 세대 간 공동 주거를 장려하는 ‘공동주택 이니셔티브(Homeshare initiative)’는 이탈리아 밀라노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호주 등 여러 국가에서 실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로, 단순히 실용적인 면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고립된 환경에서 살아가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증가하는 정신적 고립감, 우울증, 외로움 등의 정신적 질환을 개선하는 것도 포함한다(Charlton, 2018).

4. 나가며

간호와 복지 분야는 본질적으로 인간이 인간을 돌보는 부문으로 이를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과 선진 기술에 맡기는 것에 대한 윤리적인 우려도 기술 발전과 동시에 고려되어야 한다. 세계과학기술윤리위원회(COMEST)는 인간의 존엄성과 사생활 보호가 동시에 충족될 수 있는 방향으로 로봇이 개발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2019년 5월 22일 OECD 각료이사회에서는 42개국이 인공지능 개발은 인권, 민주주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개발되어야 한다는 권고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OECD, 2019). 권고안의 주요 내용에는 AI가 포용 성장(inclusive growth)과 지속 가능한 개발, 웰빙 촉진을 통해 사람과 지구에 이로운 방향으로 개발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같은 권고안은 간호 복지와 같이 특히 인간의 존엄성 문제가 대두되는 분야에서의 인공지능 활용에 큰 시사점을 제공하는 동시에 미래 사회에서 인공지능의 역할이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를 암시한다. 2019년 1월 경기 수원시에서 ‘노인 돌봄 로봇’을 시범 운영했으며 잇따라 전남 순천시 치매안심센터에서도 로봇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향후 한국 간호 복지 산업의 발전에 있어 적절한 정책과 규제 그리고 연구·개발 및 투자를 통해 인공지능과 같은 선진 기술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당 산업이 한국 전체 사회 복지 개발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기 위해선 윤리적인 부분에 대한 고찰과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적 틀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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