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아동보호체계 및 개편 현황

The UK Child Protection System and the Recent Reform

1. 들어가며

2018년 6월, 영국은 아동학대를 방지하기 위한 아동보호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였으며, 2019년 9월까지 개편 내용에 따라 지방정부가 개정된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두었다. 영국은 아동보호체계의 역사가 길고 잘 발달한 나라 중 하나로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편을 통해 아동보호 수준을 더욱 강화하고자 한다. 이에 이 글에서는 영국의 아동보호체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새로 개편된 내용은 어떤 의미인지를 살펴보고, 한국에서 진행 중인 제2차 아동정책 기본계획(2020-2024)의 아동학대 대응 체계에 주는 시사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2. 1899~1999년: 아동보호체계 초기

영국의 학대 관련 정책은 1889년에 예방 및 보호를 위한(Prevention of Cruelty to, and Protection of) 법령인 ‘1889년 아동법(The Children Act 1889)’, 흔히 알려져 있는 ‘아동헌장(Children’s Charter)’을 제정하며 시작되었다(Hendrick, 2003). 아동학대와 관련한 첫 법령으로, 처음으로 정부 차원에서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에 개입할 수 있게 되었다. 경찰은 아이를 학대한 자를 발견하면 체포할 수 있었으며, 아동이 위험에 처해 있다고 판단할 경우 가택 방문을 할 수 있었다. 1894년, 법령 내용이 일부 수정되어 아동이 법정에 스스로 증거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정서적 피해 범주가 고려되었다. ‘1908년 아동법(The Children Act 1908)’에서 최초로 소년법원이 도입되었고 아동을 일시 보호하는 위탁 부모를 모집하기 시작하였으며, 그때까지 성직자가 주로 개입해 왔던 가정 내 성적 학대는 공식적으로 관할 지역에서 다루게 되었다. 1945년, 위탁 부모에 의해 13살 데니스 오닐(Denis O’Neil)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1948년 아동법’을 통해 각 지방정부에 아동위원회와 아동 관련 사무관(Children’s Officer)을 배치하기 시작했다(Batty, 2005). ‘1970년 지방정부 사회서비스법(Local Authority Social Services Act 1970)’의 개정과 함께 아이들을 위한 사회복지 및 보호기관은 모두 사회복지 관할로 병합되었다. 그러나 1974년에 마리아 코웰(Maria Cowell)1) 사건이 발생하자 아동복지를 담당하는 기관의 연계성 미흡에 경각심을 갖게 되었고, 지역 내 기관들이 협조하여 위험에 처한 아동을 도울 수 있는 ‘지역아동보호위원회(ACPC: Area Child Protection Committees)2)를 설치하였다. 이후 개정된 ‘1991년 아동법’은 유엔 아동권리협약(UN 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의 영향을 받아 ‘모든 아동은 어떠한 형태의 학대, 착취도 받지 않고 보호받을 권리가 있으며, 아동은 가정 내에서 가장 최선의 보살핌을 받을 수 있음’을 역설하였다. 또한 1991년에 제정된 ‘Working Together Under the Children Act’를 통해 아동 사망 시 학대가 의심, 확신될 경우 아동보호 절차가 이루어졌는지 지역아동보호위원회가 조사할 수 있도록 하였다. ‘1999년 아동보호법(The Protection of Children Act 1999)’이 통과되면서 소아성애자가 아동과 함께 일하는 것을 방지하는 발판이 마련되었으며 아동 관련 기관은 아동을 해칠 위험이 있다고 의심되는 사람을 보건부(Department of Health)에 신고하도록 요구되었다. 1999년 『아동보호 방안 보고서』(Working together to safeguard children 1999)를 발간하여 지역아동보호위원회의 세부 가이드라인과 함께 기관 및 종사자들이 학대와 방임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고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한 방법을 제시했다.

3. 2003~2017년: 아동보호체계 확립

2003년, 영국은 로드 래밍(Lord Laming)의 보고서를 통해 아동학대로 사망한 빅토리아 클림비(Victoria Climbie) 사건이 알려지자 이를 도화선으로 아동보호체계를 본격적으로 개편한다. 이 보고서는 아동이 사망할 때까지 기존 아동보호체계하에서 보건, 경찰, 사회서비스가 열두 번의 기회를 놓쳤음을 지적하였다(Laming, 2003). 이에 정부는 아동부(Department of Children) [현 교육부(Department of Education) 소속]를 출범시켜 로드 래밍 보고서 내용을 반영한 ‘모든 아동은 중요하다(Every Child Matter)’라는 녹서(Green Paper)를 출간하였다. ‘모든 아동은 중요하다’는 아동이 안전망을 벗어나지 않을 수 있는 아동보호체계를 구축하고자 다음과 같은 방향을 제시하였다(UK Parliament, 2004). 1) 2006년까지 아동을 위한 보건, 교육, 사회서비스가 합쳐진 자선 비영리단체(Trust)를 150개 설립할 것, 2) 지방정부들을 관리할 수 있는 아동감독관(Children’s director)을 임명할 것, 3) 지역아동보호위원회를 대체할 각 지방정부 산하의 아동보호체계 단일 기관인 지방아동안전보장이사회(LSCB: Local Safeguarding Children Board)를 설치할 것,3) 4) 아동위원장(children’s commissioner)을 임명하여 정부와 의회로부터 독립된 자리에서 아동의 소리를 대변할 것. 이 제언들은 ‘2004년 아동법(The Children Act 2004)’ 개편과 동시에 이행되었다. 아동감독관과 아동위원장 관련 사항은 의회를 통과하자마자 시행되었으며, 자선 비영리단체는 각 지방정부에 2년의 유예기간을 주어 설치하였다. 지방아동안전보장이사회 역시 곧이어 각 지방정부에 설치되었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지방정부의 아동서비스 재량이 커지는 계기가 되었다(Parton, 2006). 2006년 출간된 『아동안전보호지침(Working Together to Safeguard Children)』은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각 개인뿐만 아니라 민관이 협력하여 할 수 있는 일을 법령과 비법령으로 구분하여 제시하였다. 또한 ‘모든 아동은 중요하다’의 제언을 어떻게 잘 시행할 수 있는지를 담았다. 이후 로드 래밍의 2009년 보고서 『영국에서의 아동보호: 발전 방안 보고서(The Protection of Children in England: A Progress Report)』의 조언을 반영하여 『2010년 아동안전보호지침』을 출간하였는데, 법, 정책, 현장이 아동보호체계와 촘촘하게 연결될 수 있도록 안내하였다. 2011년의 먼로(Munro) 보고서는 아동 중심 체제를 강조하며, 아동보호체계가 관료주의에 만연하는 상황을 경계하고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적극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였다. 『2013년 아동안전보호지침』은 지방정부의 역할과 지방아동안전보장이사회의 관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으며, 2015년 교육부는 앨런 우드(Alan Wood) CBE에게 지방아동안전보장이사회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검토를 요청한 후 2018년 아동보호체계 개편을 단행한다.

4. 2018년: 아동보호체계 개편

2004년 이후의 개정은 기존의 아동보호체계에 세세하게 덧붙이는 수준이었다면 이번 2018년 개정은 기관 폐지, 이관 등이 포함된, 비교적 파격적인 수준으로 진행되었다. 우드(Wood) 보고서는 기존 아동보호체계의 목표가 ‘향상’이었다면 이제는 ‘절대적 수준의 최대치’로 높일 것을 강조하였으며 이를 위한 근본적인 변화를 제언하였다(UK Government, 2016a). 정부는 우드 보고서의 제언을 대부분 반영하였으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UK Government, 2016b).

1) 지방아동안전보장이사회(LSCB) 폐지 및 연합 체제 운영 - 우드 보고서는 아동보호체계의 주 기관이라 할 수 있는 지역아동안전위원회가 지역마다 편차가 크며, 관료주의의 영향을 받아 시의적절한 개입 혹은 타 기관과의 연계가 미흡하다고 지적하였다. 따라서 지방아동안전보장이사회 대신 아동보호체계의 중심을 다체제로 분배하여 운영함으로써 융통성 있게 협력할 것을 제언하였다. 이에 정부는 지방정부 직속 단일 체제인 지방아동안전보장이사회를 폐지하고 명확한 책무를 바탕으로 세 기관, 지방정부-경찰-보건기관의 연합 체제를 설치한다.4) 원활한 운영을 위해 중앙정부에서 제시하는 법률적 제도를 바탕으로 공동으로 운영하되, 상황에 따라 중앙정부의 국무조정실장(Secretary of State)이 개입 및 중재를 할 수 있다.

2) 심각한 아동학대 진상조사(SCR: Serious Case Reviews) – 심각한 아동학대 진상조사는 아동의 학대 수준이 심각한 경우, 각 사례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드 보고서는 지금까지 심각한 수준의 학대가 다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종합적으로 정리한 프레임워크가 없다고 지적하였다. 아동 사례에 대한 대응 방안 대신 책임 소재를 가리는 데 급급해하며 지나쳐 왔으며, 사례 보고서 역시 내용이 불충분하고 일관성이 부족하다고 보고하였다. 이에 정부는 기존에 정부가 전체를 관망하던 체제에서 벗어나 국가 및 지역으로 역할을 구분한다. 국무조정실하에 국가위원회(National Panel)를 설치하여 지방정부가 정리한 사례들을 검토 및 관리하도록 한다. ‘What Works Centre for Children’s Social Care’에 종합적인 사례 분석을 의뢰할 예정이며, 현재 학대아동사례보고 개정을 위한 예산은 20만 파운드(약 3억 원)가 배정된 상태이다.

3) 아동사망패널(CDOP: Child Death Overview Panels) - 우드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 사망에 대한 검토 자료의 수가 부족해서, 아동 사망 자료를 분석해 패턴화할 수 있는 수치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관련 내용 분석은 현재 관할 중인 교육부 대신 보건부, 특히 국민보건서비스(NHS: National Health Service)의 연관성이 높으므로 이관하는 것을 추천하였다. 이에 정부는 아동학대 사례는 아동 사망 전체의 4% 정도이므로 해당 부분의 아동사망패널만 보건부로 이관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교육부 관할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5. 나가며

영국의 아동보호체계는 오랜 시간 시행착오를 거치며 발전해 왔으며 학대(abuse)와 방임(neglect)의 범위를 넘어선 복지(welfare) 차원에서 인식, 운영되고 있다. 또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보고서를 통해(예: 먼로 보고서, 우드 보고서) 자국의 상황을 진단하였다. 이는 아동의 보호 수준을 상대적으로 ‘향상’하는 데서 더 나아가 절대적인 ‘최대치’를 목표로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번 아동보호체계 개편에서는 크게 두 가지를 주목할 수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거버넌스의 구조적 변화를 통해 아동보호체계의 시행력을 향상시키고자 하였다. 지방정부가 상당한 수준의 재량권을 발휘할 수 있었던 기존 체계에 비해 이번 개편은 중앙정부가 언제든 직접 개입할 수 있는 구조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균형을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방아동안전보장이사회가 단독으로 운영하면서 보인 관료주의, 늦은 개입 시간, 시행 속도를 경계하여 공공기관 세 군데가 연합으로 운영하는 다체제로 바꾸었는데, 업무의 ‘불확실한 책임 소재’를 미리 명확하게 정해 둠으로써 다체제 운영 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하고자 하였다.

다음으로는, 기존 사례를 종합적으로 검토·분석하여 고차원적인 예방을 추구했다는 점이다. 심각한 아동학대 진상조사와 아동사망패널의 경우, 기존의 자료를 한데 모아 리뷰함으로써 패턴을 파악하고자 하였는데, 이러한 방식은 최근 영국 정부의 사회정책에서 증거를 바탕으로 한 결정(Evidence-informed decision-making) 방향의 일부분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이번 개편은 자국민 사례를 모아 분석함으로써 영국의 상황에 맞는 대응 전략을 구상하고, 이러한 대응 전략을 시행함으로써 같은 사례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처럼 고차원적인 예방을 통해 아동보호체계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고자 하였다.

Notes

1)

8살의 마리아 코웰이 의붓아버지에 의해 사망한 사건이다.

2)

지역아동보호위원회(ACPC)는 정부 주도의 아동보호연합체로, 지방정부, 보건 관련 기관, 경찰, 보호관찰기관, 자선단체(NSPCC: National Society for the Prevention of Cruelty to Children), 가정폭력포럼으로 이루어졌다.

3)

지역아동보호위원회(ACPC)는 비법령 기반 조직으로, 아동보호체계에 걸맞은 책임, 권한, 재정을 확보하지 못했다. ACPC가 아동학대, 방임에 중점을 두었다면, 지방아동안전보장이사회(LSCB)는 광의의 범위로 아동의 행복, 복지까지 고려하였다. 새로 설치된 LSCB는 ACPC와 달리 모니터링, 성과 운영, 질 관리 등을 포함하여 보다 지속 가능한 운영을 추구하였다.

4)

세 기관이 어떻게 공동으로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중앙정부의 안내는 없으며, 자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References

1 

Batty D. (2005. 5. 18.). Timeline: a history of child protection. The Guardian.

2 

Hendrick H. (2003). Child Welfare: England 1872-1989. Routledge.

3 

Laming H. (2003). The Victoria climbie inquiry.

4 

Parton N. (2006). ‘Every Child Matters’: The shift to prevention whilst strengthening protection in children’s services in England. Children and youth services review, 28(8), 976-992.

5 

UK Parliament. (2004). Every Child Matters.

6 

UK Government. (1999). Working Together to Safeguard Children.

7 

UK Government. (2006). Working Together to Safeguard Children.

8 

UK Government. (2010). Working Together to Safeguard Children.

9 

UK Government. (2013). Working Together to Safeguard Children.

10 

UK Government. (2016a). Wood Report: review of the role and functions of local safeguarding children boards.

11 

UK Government. (2016b). Wood review of LSCBs: government response.

12 

UK Government. (2018). Working Together to Safeguard Child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