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과 노동의 관점에서 본 영국 사회서비스 정책의 최근 동향

Current State of Social Care Policy in the UK from the Perspective of Sustainability and Labour

초록

영국에서 돌봄을 중심으로 한 사회서비스는 ① 보편적이고 예방적인 서비스, ② 위험 집단에 대한 집중 개입, ③ 재가 중심의 개인화된 돌봄과 지원이라는 세 가지 방향으로 발전하여 왔다. 최근 영국은 개인예산제 도입을 통한 직접지불 원칙의 강화, 사회서비스의 품질 관리, 종사자의 자격 규제를 통해 사회적 돌봄 체계를 제도적으로 재구조화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동시에 사회서비스 종사자들의 노동권·근로조건과 비공식 돌봄 제공자에 대한 지원 역시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2010년 보수당·자민당 연립정부 이후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강한 긴축재정 기조하에서 위 정책 목표 달성에 필요한 물적·인적 인프라 확충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영국 정부는 ‘돌봄의 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하고 재정적으로도 지속 가능한 사회서비스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는 시험대에 올랐다.

1. 들어가며

전통적으로 영국은 복지의 보편성을 추구하는 정책을 추진하여 왔다. 영국의 사회보장제도는 크게 소득 중심의 통합 국민보험(National Insurance)과 조세를 기반으로 하는 국가의료서비스(NHS: National Health Service), 사회적 돌봄(Social Care)으로 구성된다고 볼 수 있다. 이 중 사회적 돌봄은 1990년대 이후 정책적 접근이 이루어지면서 이전까지 가족의 의무로 간주되어 왔던 돌봄 영역이 사회복지 정책으로 편입되고, 그 시장 영역을 넓히는 결과를 가져왔다.

국민보험이나 NHS와는 달리 돌봄 서비스의 관리 주체는 지방정부이다. 이에 따라 구체적인 서비스의 내용이나 형태는 지방정부별로 다소간 차이가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사회서비스를 희망하는 개인이 해당 지방정부에 신청하면 신청자가 욕구 실사를 받고, 그 결과에 따라 목욕, 식사, 청소, 쇼핑과 같은 일상생활 지원 서비스와 보조장비 설치, 주택 개조와 같은 환경 개선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는 구조는 동일하다(박수지, 김보영, 김형용, 박수잔, 2014). 이처럼 돌봄을 중심으로 한 사회서비스는 제도적 측면에서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발전되어 왔다. 보편적이고 예방적인 서비스, 위험 집단에 대한 집중된 개입, 개인화된 돌봄과 지원이 그것이다(최영준 외, 2012).

그러나 최근 영국, 그중에서도 잉글랜드의 사회서비스는 ‘돌봄의 위기(care crisis)’라고 불릴 정도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수급 기준과 보장 범위·수준 등을 고려할 때 공적 부조화가 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박수지 외, 2014). 특히 보수당·자민당 연립정부부터 시작되어 현 보수당 정부에서도 지속되고 있는 강한 긴축 정책이 이러한 위기를 심화시켰다. 이에 따라 여러 측면에서 보강된 사회적 돌봄 제도도 실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된다(캐럴라인 글렌디닝, 2018).

이 글은 잉글랜드의 ‘사회서비스’ 중 고령자·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인 사회적 돌봄에 관한 최근의 제도 변화를 검토한다. 먼저 서비스 이용자의 관점에서 이용자의 통제권을 보장하는 개인화 경향의 대표적 예인 직접지불·개인예산 제도 개선을 살펴본다.1) 이어 최근 긴축재정 정책, 고령화 및 돌봄 서비스 강화 등으로 대폭적인 개혁, 특히 재정 충당 방법의 혁신적 변화가 요구되는 사회서비스 제도에 대한 정부의 기본 입장을 점검한다. 이후 서비스 제공자의 측면, 즉 노동의 관점에서 돌봄 서비스 일자리와 서비스 종사자, 돌봄 제공자 보호 문제를 간략히 점검한다.

2. 서비스 이용자의 측면에서 본 사회서비스

가. 직접지불·개인예산 제도 강화

영국의 돌봄 서비스는 시설 서비스보다는 개인에게 맞춤화된 비시설 보호를 강조해 왔다. 이에 따라 사회서비스 구조 역시 민간 단체들(영리단체와 자선단체)이 서로 경쟁하면서 재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형성하여 왔다. 이러한 배경에서 서비스 이용자를 위한 직접지불 정책이 출현하였다. 개인예산제를 도입함으로써 직접지불 원칙을 강화하는 정책적 방향성을 보이고 있다. 직접지불(Direct Payments)이란 지방정부가 사회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 혹은 그의 대리인에게 서비스 구매에 필요한 현금을 제공하는 것이다. 지방정부는 (일정 요건을 충족한) 서비스 이용자가 요청할 경우 정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직접지불을 해야 한다(Department of Health, 2015). 이 제도는 1997년 도입된 이래 계속 확대되고 있다. 「1996년 커뮤니티케어법(Community Care)(Direct Payments) Act 1996]」은 근로 연령의 장애인을 위한 직접지불 제도를 최초로 도입하고, 이후 적용 대상에 노인을 포함했다. 「2000년 장애아동·돌봄자 법(Carers and Disabled Children Act 2000)」은 장애아동의 부모와 간병인에게까지 그 적용 범위를 넓혔다. 나아가 「2001년 보건 및 사회적 돌봄법(Health and Social Care Act 2001)」은 일정 조건하의 현금급여 제공을 지방정부의 권한이 아닌 의무로 전환하였다. 이러한 흐름에서 「2014년 돌봄법(The Care Act 2014)」은 최근 직접지불을 원칙으로 정했다. 다만 이를 위해 성인 이용자는 일정한 수급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해당 이용자가 직접지불 요청을 할 수 있는 의사능력(mental capacity)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두 종류로 나누어져 있다(The Care Act 2014, Secs 31-33).

한편 「2014년 돌봄법(The Care Act 2014)」은 ‘개인예산제(personal budget)’라는 개념을 제정법상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 제도에 따라 지방정부는 개인 이용자의 욕구 충족을 위한 돌봄 및 지원 계획에 필요한 가용예산 추정치와 총비용 중 지방정부와 이용자의 부담분에 대한 정보를 이용자에게 알려야 한다[The Care Act 2014, Sec. 26(1)]. 이를 바탕으로 이용자는 해당 예산을 어떻게 분배하고 집행할지 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방정부가 직접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게 할지, 서비스 공급자나 제3자에게 맡길 것인지, 아니면 그 둘을 조합할 것인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Department of Health and Social Care, 2018, para. 11. 3). 다만 이 법은 개인예산이 어떻게 산정되는지에 대한 구체적 방법을 규정하지 않고, 법 집행을 위해 중앙정부가 마련한 지침도 통일된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각 지방정부는 현재 자체적으로 마련한 기준에 따라 이 예산을 책정하고 있다. 결정에 이의가 있는 사람은 불복 절차를 통해 다툴 수 있게 하고 있다(Local Authority Social Services and NHS Complaints Regulations 2009).

직접지불과 개인예산 제도의 기본 목적은 서비스 이용자가 자신이 받는 돌봄 서비스에 대한 통제권을 최대한 보유·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다만 비용 부담 측면에서 볼 때 사회서비스는 NHS와 원칙적으로 구별된다. NHS가 모두에게 무상으로 제공되는 데 반해 사회서비스(요양·돌봄)는 자산조사 결과에 따라 지방정부의 지원 여부·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2) 예를 들어 현재 2만 3250파운드 미만의 재산(capital)3)을 가지고 있는 요양시설 거주자는 지방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서비스 이용자는 1만 4250파운드를 초과하는 자신의 재산에 대해서는 해당 서비스 비용 지불에 기여해야 한다. 그러나 (요양시설이 아닌) 서비스 이용자의 집에서 돌봄 서비스를 받는 경우에는 주택을 제외하고 자산·수입 조사(means-test)를 해야 한다(Department of Health and Social Care, 2018, para. 8. 7; 8. 12).4) 다만 이 금액은 최저 기준으로 지방정부는 이 금액보다 더 높은 금액을 기준으로 삼아 재산이 그에 못 미치는 지역 주민의 사회서비스 비용 부담을 줄여 줄 수 있다.

나. 정부의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한 사회서비스 제도’ 개혁 노력

서비스 이용자의 권리 확대는 그 자체로 바람직하지만, 영국 사회의 고령화 추세와 맞물려 사회서비스 비용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평균수명의 증가와 함께 일상적으로 돌봄 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서비스 비용에 대한 개인 부담분 역시 증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한 제도적 대응은 1997년 이래 좌우파 정부를 막론하고 크게 두 가지로 가닥이 잡혔다. 하나는 개인의 지불 능력 평가 기준을 완화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개인이 평생 지불하는 사회서비스 이용비에 상한액(cap on lifetime social care charges)을 설정하는 것이다.5) 현 집권당인 보수당은 2017년 총선에서 이 두 가지 제도 실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The Conservative and Unionist Party Manifesto, 2017, p. 65).6) 그러나 아직까지 이에 대한 구체적 정책, 더 정확히는 정책 수립의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정책협의문서(green paper)7)조차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네 차례에 걸쳐 발표를 연기해 왔다(House of Commons Library, 2018, pp. 16-17). 당초 2017년 여름에 공개하기로 했던 정책협의문서는 2019년 2월 1일 현재 2019년 중 가능한 한 가장 빠른 시기에 출간될 것이라고 보도되고 있는 상태로 확인된다(Bunn, J., 2018).

정책협의문서 발표가 늦어지고 있는 원인 중 하나는 사회서비스(social care)와 NHS의 밀접한 관련성이다. 서비스 이용자 입장에서 의료서비스의 종료 시점은 사회서비스의 시작 시점이며 (이용자의 경제적 사정에 따라) 스스로 일정 부분 비용을 지불하기 시작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각 서비스에 대해 직접적으로 비용을 부담하는 기관(NHS Trust와 지방자치단체)은 다르지만, 궁극적으로는 정부가 재정적 책임을 진다. 최근 정부는 보건서비스와 사회서비스의 문제에 통합적으로 접근하여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제시할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HL Deb, 2018. 10. 16. c392). 이는 사회서비스 개혁에 대한 정책협의문서 발표에도 영향을 미쳐 최근 정부의 주요 인사들은 사회서비스 개혁에 대한 정책협의문서는 NHS 개혁에 대한 장기 계획과 함께 발간될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8)

따라서 현시점에서는 이 문서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지 불확실하지만, 그간 관련 정부 인사의 발언을 통해 몇몇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첫째, 어떤 형태로든 현재 지불 능력 평가 기준을 완화하고, 개인이 사회적 돌봄 비용으로 평생 지출해야 하는 금액에 절대적 상한선을 설정하는 것이다(‘floor and cap’)(Perkins, A., 2018). 둘째, 인구구조 변화(고령화)와 서비스 이용자의 비용 부담 완화로 인해 증가할 수밖에 없는 재정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기존의 일반 조세수입 기반 모델을 보험 및 개인 기여 모델(insurance and contribution model)로 보완하는 것이다.9) 이는 세금 인상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않고’, ‘근로 연령의 납세자에게만 모든 부담을 지우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는 현 정부의 판단에 근거한 것이다(HC Deb, 2017. 12. 7. c1239; HC Deb, 2018. 5. 8. c 519). 셋째, 많은 요양시설이 도산하는 현 돌봄서비스 시장을 안정시키고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 것이다(Competition and Markets Authority, 2018; Department of Health and Social Care, 2018). 넷째, 의료와 사회적 돌봄 문제에 더해 주거 문제까지 종합적으로 살펴 전체적이고 개인 중심적(holistic and person-centred)인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HL Deb, 2018. 10. 16. c391). 다섯째, 무급으로 이루어지는 돌봄 노동과 돌봄 서비스 종사자(carer)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PQ 112788, 2017. 11. 21).

3. 노동의 관점에서 본 사회서비스

가. 사회서비스 일자리10)

1990년대 이래 잉글랜드에서는 사회적 돌봄을 위한 준시장(quasi-market)이 발전했다. 지방정부의 재정을 바탕으로 한 돌봄 서비스 제공 기관들은 1990년대 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회서비스 시장 규모도 계속 확장되고 있는 추세이다. 2017년 기준 약 2만 1200개의 돌봄 서비스 제공 기관과 160만 개의 일자리가 확인되었다. 전일제 일자리는 약 113만 개에 달하고, 147만 명이 이 직군에 종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일자리 수치는 2009년 수치와 비교할 경우 약 27만 5000개(21%)가 증가한 것이다. 2016년 수치와 비교해도 약 1만 9000개(1.2%)가 늘어났다. 다만 일자리 수의 증가율은 줄어들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평균 약 4만 5000개의 일자리가 늘어난 데 비해 2014년부터 2017년까지는 매년 평균 약 1만 5000개의 일자리가 증가했다.11)

고용 형태와 관련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돌봄 노동자의 비율은 약 90%에 달했다. 절반이 조금 넘는 수가 전일제 근로를, 37%는 단시간 근로를, 나머지 12%는 고정된 근로시간이 없는 형태로 근로를 제공했다. 약 25%에 달하는 돌봄 서비스 종사자가 이른바 ‘호출형 근로(zero-hours)’ 형태의 근로를 제공하고 있었다. 이 비율은 2012년부터 지금까지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사회서비스 부문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성별로 구별할 때, 약 82%는 여성, 18%는 남성이다. 다만 관리직과 부수적 행정 직군의 경우 남성 근로자의 비율이 평균보다 다소 높은 21%와 24%로 나타나고 있다.

2017년 기준으로 성인 대상 사회서비스 종사자들의 약 30.7%(약 39만 명)가 매년 이직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다만 이 중 약 3분의 2는 사회서비스 부문 내 이동으로 돌봄 서비스 산업 자체를 떠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돌봄 노동자가 젊을수록 (그래서 대체로 더 낮은 임금을 받을수록) 이직률이 높았다. 돌봄 서비스 관련 자격을 갖춘 이가 그렇지 않은 이에 비해 이직률이 낮았다. 한편 새롭게 사회서비스 시장에 진입하는 이의 비율은 37.4%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신규 진입자가 더 높은 비율로 이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석률(vacancy rate)은 약 8%로 2012년보다 약 2.5% 상승하였다.

나. 사회서비스의 품질 관리 및 종사자의 자격 규제

영국에서는 구성국에 따라 혹은 한 구성국 내에서도 다양한 기관 및 단체가 돌봄 서비스 품질을 관리한다. 돌봄 노동자의 자격 요건도 규율되고 있다. 잉글랜드를 기준으로 할 때 민간 전문직 협회인 보건·돌봄서비스협회(HCPC: Health and Care Professions Council)가 사회서비스 종사자와 다른 15종의 전문직 종사자들을 자율적으로 규율하고 있다(Health Act 1990, Sec. 60; Health and Care Work Professions Order 2001). 사회서비스와 관련해 이 협회는 돌봄 서비스 종사자 등록 및 명부 관리, 자격, 교육, 훈련 기준 설정, (자격 박탈 등의 결정을 위한) 개별 돌봄 노동자의 업무적합성(fitness) 심사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12) 유사한 기능을 수행한 이전 기구, 특히 사회서비스일반위원회(GSCC: General Social Care Council)와 비교할 때 HCPC는 몇 가지 특징을 갖는다. 첫째, HCPC는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위 전문직 종사자가 납부하는 회비로 충당하여 정부로부터 재정적으로 완전히 독립되어 있다. 둘째, 등록 회원의 사회서비스 품질 감독을 위해 해당 행위가 협회의 행위 준칙(conduct model)에 부합하는지를 집중적으로 판단했던 GSCC와 달리 HCPC는 해당 회원의 업무 역량 또는 건강 상태에 초점을 맞춰 업무적합성을 심사한다. 즉 HCPC의 판단은 과거가 아닌 현재 시점을 기반으로 한다. 셋째, 업무부적합 결정에 불복하는 (전) 회원은 고등법원(High Court)에 제소하여 적법성을 다툴 수 있다. 이는 별도의 심판소(Care Standards Tribunal)에서 분쟁을 해결했던 GSCC와 구별된다(House of Commons Library, 2018, p. 24).

다. 무급 돌봄 노동 제공자의 권리·복지 보장 정책과 실효성 문제

2011년 조사에 따르면 잉글랜드에서는 약 540만 명이 무급으로 돌봄 노동을 제공하고 있다. 이 중 130만 명은 매주 50시간 이상 제공하고 있다(ONS, 2013). 하지만 이들은 제도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2014년 돌봄법(The Care Act 2014)」은 무급 돌봄 노동 제공자에 대한 법적 보호의 원칙을 제시하였다. 이에 따라 돌봄 영역에서 비공식 노동에 종사하는 이들에 대하여도 경제적 지원과 권리 부여를 통하여 일정한 권리 및 복지를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도입하고 있다.

먼저 지원을 필요로 하는 비공식 돌봄 제공자는 지방정부에 자신의 욕구에 대해 실사를 요구할 권리를 갖는다. 돌봄을 받는 사람의 의사와 무관하게 위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또 이 권리는 종래와 달리 정기적으로 상당한 시간 동안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만이 아니라 모든 종사자에게 부여된다(The Care Act 2014, Sec. 10.). 다만 일정한 계약하에 근로자로서 혹은 자선 기관의 자원봉사자로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은 이 권리를 갖지 못한다(House of Commons Library, 2015, p. 5). 현행법하에서 지방정부는 신청이 있는 경우 비공식 돌봄 제공자의 욕구를 실사하고, 전국적으로 정해진 기준(Care and Support Regulations 2015)을 충족하는 욕구에 대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대표적인 지원으로 일시적 휴가(respite break), 즉 휴가 중 돌봄 제공자를 대신할 간병인 제공을 들 수 있다. 이에 더하여 주당 35시간 이상 돌봄을 제공하고 돌봄을 받는 이가 특정 복지수당을 받는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한 경우 서비스 종사자는 돌봄수당(Carer’s Allowance: 현재 주당 64.60파운드)을 받을 수 있다.

한편 일반적인 노동권의 강화에 맞추어 비공식 돌봄 제공자가 직장 일을 병행하는 경우 돌봄을 이유로 직장에 대해 유연근로청구권을 갖게 된다. 영국에서는 2000년대 이후 근로자의 유연근로청구권을 확대하는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다. 정책 도입 초기에는 6세 미만의 아동이나 18세 미만의 장애아동을 키우는 친권자 또는 등록된 보호자를 대상으로 하였으나, 「2006년 일과 가족법」을 통해 2007년 4월부터는 부모뿐 아니라 양육자에게까지 확대되고, 피보호자가 성인인 경우에도 신청권을 보장하는 것으로 규정되었다. 이후 2009년에는 17세 미만 자녀의 부모로 적용 대상이 넓어지고, 2014년 6월 30일부터는 모든 근로자에게 확대·적용되었다. 돌봄 제공자도 다른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유연근로청구권을 가지는 것은 물론 이에 더해 피부양자(defendant)가 아프거나, 다치거나, 피부양자 돌봄 일정에 차질이 생긴 경우 합리적 수준의 근로시간 면제(time off)를 요청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들은 무급 돌봄 노동 제공자에 대한 특성을 간과한 것으로, 노동계를 중심으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비공식 돌봄 제공자에 대하여 일반 근로계약 관계에서 인정하는 유연근로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은 노동 제공 원인을 고려하지 않은 ‘권리를 위한 권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무급 돌봄 노동 제공자는 사회·가정에서의 인적 관계에 의하여 노동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영국 정부는 무급 돌봄 노동 제공자의 권리·복지 보장 정책에서 금전적 지원과 노동법적 보호를 병행해 실시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노동법적 보호 방안은 큰 의미를 갖기 어렵고, 단순한 금전적 지원 방식과 본질적인 차이가 거의 없다.

4. 나가며

영국은 1990년대 이전까지 사회적 돌봄 대신 가족 중심의 비공식 돌봄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비공식 돌봄의 한계와 지속가능성이 문제가 되었다. 이후 사회서비스 체계와 재정에 관한 확충을 토대로, 사회적 돌봄을 위한 물적·인적·제도적 체계를 마련하여 왔다. 이러한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증가한 사회서비스 일자리에 힘입어 사회서비스 산업은 영국의 새로운 고용 창출 산업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 필요성도 점차 커져 갔다. 하지만 2010년 이후 복지 재정 재편을 화두로 하는 정부의 기조 변화로 돌봄을 중심으로 한 사회서비스 정책에 대한 대안들이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물론 이전에도 사회서비스 종사자들의 임금 수준, 영세성, 서비스 수가 등의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그렇지만 2010년 이후 사회복지 예산의 전면적인 삭감은 기존 문제를 심화시킴은 물론 영국 사회보장의 한 축인 ‘사회적 돌봄’의 전체 체계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보는 견해들이 힘을 얻고 있다(캐럴라인 글렌디닝, 2018).

지난 20여 년 동안 영국 사회서비스 정책의 기본 틀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변화 속에서도 사회서비스의 품질과 가용성을 늘리고자 하는 정책적 방향성은 지속되어 왔다. 그 기조에서 사회서비스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온 것은 명확하다. 그러나 현재의 복지 재정 축소와 재편이라는 흐름 속에서 개인예산제를 바탕으로 한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사회서비스의 강화는 사실상 사회적 돌봄 영역을 크게 축소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이 크다.

영국 사회보장제도의 전체적인 틀에서 보더라도 통합급여(Universal Credits) 도입을 통한 국민보험 급여체계 개편과 NHS의 경쟁 체계 도입, 돌봄 서비스의 재구조화, 의료와 돌봄의 통합 서비스 체계 구축을 시도하고 있는 하나의 체제 변환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기존 돌봄 종사자의 근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하여 돌봄 종사자에 대한 법적 보호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한정된 예산과 인력하에서 단순히 법적인 권리를 강화하는 것은 노동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향후 영국의 사회보장 체계에 관한 정책적 선택과 이행에 관하여 귀추가 주목된다.

Notes

1)

사회서비스라는 용어는 역사적으로 변천을 겪어 왔으며, 맥락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남찬섭, 2012). 이 글에서 사용하는 ‘사회서비스’는 ‘사회적 돌봄,social care’을 뜻하며(김보영, 2012), 이하에서는 이 두 용어를 혼용한다. 한편 영국의 사회서비스는 재정과 공급에 대한 책임이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에 각각 이양되어 있어 제도의 구체적인 내용이 구성국별로 상이하다(캐럴라인 글렌디닝, 2018). 이하의 사회서비스는 특별히 다른 언급이 없는 한 잉글랜드의 제도를 지칭한다.

2)

따라서 특정 서비스가 의료서비스와 사회서비스 중 어디에 속하는지는 재정적 측면에서 중대한 함의를 갖는다.

3)

요양시설 거주자의 재산을 산정할 때 각 지방정부는 고유의 계산 방법에 따라 주택 가격을 포함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

4)

1월 28일 기준 환율(1파운드=1473.72원)에 따라 2만 3250파운드는 약 3426만 3990원, 1만 4250파운드는 2100만 510원에 해당한다.

5)

이러한 기본 정책 방향을 담은 보고서의 예로 2011년 당시 보수당·자민당 연립정부가 설립한 Dilnot 위원회의 사회서비스 재정 지원 방안에 대한 연구보고서(Commission on the Funding of Care and Support 2011 chaired by Sir Andrew Dilnot) 참조하기 바란다.

6)

이 선거 공약은 현재 2만 3250파운드와 1만 4250파운드로 이원화된 지불 능력 평가 상한액을 10만 파운드로 일원화해 인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는 당시 서비스 이용자가 살던 집을 처분하여 돌봄 서비스 비용을 충당해야 할 수 있다는 문제 제기에 대응한 것이었다.

7)

녹서로도 번역되는 이 문서는 정부가 제시한 입법·정책안에 대한 의회 및 기타 관련 이해 당사자의 공식적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제작하는 정부 문서이다. 이 단계를 거친 후 정부의 최종적 입장을 밝힌 백서(white paper)가 발행되며, 법률 (혹은 의회의 심사가 필요한 행정법규) 제·개정이 필요한 경우 법률안의 형태로 의회 심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8)

예를 들어 전 보건사회서비스부 장관이었던 Hunt의 발언 참조.

9)

현 보건사회서비스부 장관 Matthew Hancock의 발언.

10)

이 항목의 내용은 SkillsforCare(2018)를 발췌·요약한 것이다.

11)

한편 재가서비스를 중심으로 발전하여 온 영국에서는 국가의 관리·감독하에 있지 않은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를 활용한 돌봄 서비스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최근 브렉시트(Brexit) 논의와 함께 미등록 외국인을 고용한 경우 제재 조치가 강화(https://www.gov.uk/penalties-for-employing-illegal-workers)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최근 사회서비스 일자리에서 비공식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12)

다만 2019년 내 새로운 기관인 Social Work England가 HCPC의 업무를 인수할 예정이다. Social Work England는 The Children and Social Act 2017과 (아직 초안 형태인) 하위 입법 시행령 The Social Workers Regulations 2018에 의해 설립된 독립적 감독 기구이다.

References

1 

김보영. (2012). 영국 사회서비스 담론 분석 -두 개의 축에 따른 네 가지 지형-. 한국사회복지학, 64(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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