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포용적 장애인 복지 전달체계

France's Inclusive Social Service Delivery for Persons with Disabilities

초록

본 연구는 프랑스 장애인 정책 사례의 특징과 최근 동향을 파악하여 전환점을 맞고 있는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 전달체계의 개편에 대한 함의를 제시하는 데 목적이 있다. 프랑스는 한국과 같이 장애인과 노인의 복지가 이원화된 체계이며, 원스톱 창구인 MDPH를 중심으로 장애인 대상의 독립적 종합사정체계를 구축하여 개별화된 서비스 제공을 지향하고 있다. 국가적 연대를 기반으로 하는 프랑스 장애인복지는 장애인의 자립과 접근권을 보장하고, 장애인의 선택에 대한 존중을 통한 온전한 포용성을 강조한다.

1. 들어가며

보건·복지서비스의 분절적, 파편적인 구조와 사각지대는 이용자의 욕구와 서비스를 연결하는 전달체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기존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맞춤형 복지 전달체계 개편의 일환으로 최근 읍면동 복지 허브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장애인 복지 전달체계의 경우 분절과 파편, 중복의 문제와 함께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 관련 정보 제공 및 서비스 이용을 위한 통일된 진입 창구와 통합된 관련 행정기관의 부재가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황주희 등, 2017).

내년 7월부터 시행될 장애인 등급제 개편은 종합적인 서비스 판정 체계를 도입하고, 기존의 획일화된 장애인 지원 서비스를 탈피하여 장애 특성과 개인의 욕구, 사회·환경적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맞춤형 서비스 지원 체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회복지 전반에서 맞춤형 복지 구현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장애인 복지에서도 장애인 등급제 폐지와 함께 당사자 중심의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위한 전달체계 개편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장애 판정 및 장애인 복지서비스 전담 기구인 지역장애인센터(MDPH: Maison Departementale des Personnes Handicapees)와 수요자 중심으로 구축된 프랑스 장애인 복지의 전달체계와 현황을 이해하고 운영 및 제도 개혁의 방향을 고찰하는 것은 의미 있는 과정이다.

프랑스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장애인과 노인 복지에 대해 이원화된 제도적 배경을 가지면서 자립성연대기금(CNSA: Caisse nationale de solidarité pour l'autonomie)을 조성하여 장애인과 노인의 돌봄 개선 및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발달장애인 상당수가 인접 국가 벨기에의 시설로 유입되고, 장애인 서비스 신청 처리 기간이 늦어지는 등의 문제가 제기되면서 서비스 제공의 효과와 효율을 높이기 위한 행정 절차 개선 및 정보화 작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장애인 복지의 전환점을 맞고 있는 현시점에서 제도적 유인을 위해 개인의 선택에 의한 삶의 계획과 사회적 포용을 강조하는 프랑스 장애인 정책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본고에서는 MDPH를 중심으로 개별화되고 포용적인 장애인 복지서비스 제공을 지향하는 프랑스 장애인 복지 정책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 전달체계 개편에 대한 함의를 제시하고자 한다.

2. 프랑스 장애인 복지의 주요 배경

가. 장애의 법적 정의

장애 및 장애인의 정의는 한 나라의 정치적, 문화적, 사회적 여건과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이에 따른 장애인의 상황을 파악하는 것 역시 상당히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라 할 수 있다.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프랑스도 장애 개념이 기존의 의료적 관점에서 사회적 관점으로 점차 확대되었고, 보다 통합적이고 일치된 정의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2005년 「장애인의 평등한 권리, 기회, 참여 및 시민권에 관한 법(La loi n°2005-102 pour l'égalité des droits et des chances, la participation et la citoyenneté des personnes handicapées)」(이하 장애인 법)은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장애에 대한 법률적 정의를 부여하였다. 장애란 “환경 내에서 갖게 되는 모든 활동상의 한계 및 사회생활 참여의 제한을 초래하거나 여러 신체적, 감각적, 인지적, 인식적, 정신적 기능의 지속적이고 심각한 혹은 영구적인 변형 및 손상, 다중장애, 건강기능의 장애1)”(loi n°2005-102, art. 14)로 정의된다. 이와 같은 장애의 정의는 의료적 측면의 기능적 장애들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활동의 제한과 제약을 초래하는 환경적 요소와 사회적 참여의 상호작용도 고려하고 있다(박혜미, 2016). 즉 프랑스의 장애는 환경적, 개인적 요인들의 상호작용을 반영하는 국제기능장애건강분류(ICF: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Functioning, Disability and Health)의 장애 개념을 기반으로 한다. 이에 따른 장애인 정책은 보다 광범위한 보상과 접근권 확보,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서비스 지원을 강조한다.

나. 장애 개념의 변화와 CNSA의 도입

장애인 정책은 노인 분야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원조의 개념에서 출발하였다. 그러나 장애를 바라보는 사회적 관점이 진화하면서 점차 장애인 문제를 다루는 방법도 변화한다. 우선 장애 문제는 산업화로 인한 산업 재해와 관련하여 새로운 형태의 일이나 사고에 따른 위험으로 간주되며 원조적 접근 차원에서 보험적 접근 차원으로 전환되었다. 세계대전 이후 장애에 대한 관점이 회복의 차원으로 접근되었다가 2005년 장애인 법과 마드리드 선언에 따라 차별적 동정을 벗어나 기회의 평등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보상의 개념으로 확대된다.

한편 장애 지원 관련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면서 1997년 60세 이상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의존특별급여(이하 PSD)가 제도화되었고, ‘의존성’은 노인의 장애를 대체하는 용어로 공식화되었다. 의존성은 성인 장애인과의 연령차를 분명히 하며 타인의 지시와 원조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 상태를 의미하는, 즉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결핍 상태를 강조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2002년 PSD가 개인별자립수당(APA: Allocation Personnalisée d’ Autonomie)으로 개혁되면서 자신이 스스로 하는 행위의 기준과 자기 자신이 행위의 방향 혹은 위험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지칭하는 자립성의 개념(박혜미, 2014)이 대두되었다. 자립성은 노인과 장애인 두 대상을 아우를 뿐 아니라 더 긍정적인 뉘앙스를 부여하는 적합한 용어로 노인과 장애 분야의 사회적 개입이 결합하고 균일한 형태를 추구하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중요성이 부각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2004년 6월 30일 「노인과 장애인의 자립성을 위한 연대에 관한 법(Loi n° 2004-626 du 30 juin 2004 relative à la solidarité pour l'autonomie des personnes âgées et des personnes handicapées)」이 제정되었다. 이 법에 의거하여 CNSA가 설립되었다.

노인과 장애인의 자립성 증진을 위한 전국 연대 기금이자 관리기구인 CNSA는 돌봄이 필요한 사회복지서비스의 재원 제공, 지역별 균등 배분, 전문적 사정의 기능 등을 수행하고 있다. 2005년 장애인 법은 CNSA의 구체적인 기능과 역할을 보완 및 재편하여 노인과 장애인의 자립성 향상에 관한 전문 기구로서의 위치를 더욱 확고히 하였다. 2015년 제정된 「고령사회 적응에 관한 법(Loi n°2015-1776 du 28 décembre 2015 relative à l'adaptation de la société au vieillissement)」은 CNSA의 영역을 확대하고, 지방정부 및 지역 보건·복지서비스 연계의 주축으로서 사회의료적 전문 기능 강화에 기여해 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MDPH와 지방정부의 투명하고 원활한 정보 관리를 위해 새로운 공동 정보 시스템(système d’information commun) 도입을 추진하며 CNSA는 데빠르망의회(conseil départemental), 지역보건청(ARS: agences régionales de santé), MDPH의 기관 간 협력 체계를 활성화하고 지역 네트워크와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연계 지원을 주도하게 된다.

다. 장애인 법 제정의 성과

현재까지 장애인 복지의 핵심 법안으로 기능하고 있는 장애인 법은 장애의 정의, 장애인과 장애인 서비스의 개념, 장애인 정책과 서비스 전달 체계 전반을 재구성하는 계기가 되었다(황주희, 박혜미 등, 2017). 장애인 법은 어떤 원인에 의한, 어떤 성질의 결핍이든 나이와 삶의 형태에 상관없이 장애인의 보편적 권리를 보장할 수 있고, 장애로 인한 결과들에 대해 개별화된 보상이 가능하며 개인의 선택에 의한 삶의 계획에 따른 지원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개인 삶의 계획에 대한 통합적 지원을 위해 별도의 원스톱 장애 전담 기구인 지역장애인센터(이하 MDPH)를 설치하였다. 이후 MDPH는 장애인의 행정적 거점이자 법적 권리 보장을 위한 유일한 창구로 기능하게 되었다.

2005년 장애인 법 제정 이후 10년 동안 프랑스 장애인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중요한 진척이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Touraine, 2015).2) 장애인에 대한 재정 지원은 331억 유로에서 466억 유로(DRESS)로 전체 프랑스 국내총생산(PIB)의 2.2%를 차지하고 있다(Goldeluck, 2017). 지난 10년간 총 135억 유로가 늘어난 것으로 프랑스 PIB가 연 0.7% 증가한 것에 비해 장애인에 대한 재정은 해마다 약 2.4%씩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존의 제삼자보상급여(ACTP: Allocation compensatrice pour tierce personne)를 대체하여 장애보상급여(PCH: Prestation de compensation du handicap)를 도입한 뒤 장애인의 일상생활에 대한 지원금이 지난 10년간 연 13.7%씩 증가했다. 장애인의 일상생활을 위한 인적 서비스, 보조기술 등의 비용을 지원하는 PCH는 10년 동안 급여액이 약 두 배 가까이 늘어 2015년 약 15억 유로에 이르렀다. 또한 장애인의 기본 소득 안정화를 위한 성인장애급여(AAH: Allocation pour adultes handicapés) 수급액도 2005년에서 2014년까지 연평균 약 4.4% 증가하였다.

장애인 법은 고용에서의 차별을 완화하고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최소 6% 이상으로 강화하여 장애인이 차별 없이 직업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 이 법의 제정 이후 장애인 고용이 기업과 공공 영역의 사회적 의무로 자리 잡게 되었고, 장애고용률이 6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장애실업률은 22%로 비장애실업률의 두 배가량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장애 아동 및 청소년의 학습권과 집에서 인접한 일반 학교로의 취학 보장을 추진한 결과 10년 동안 약 두 배가 넘는 장애 아동이 일반 학교에 진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일각에서는 장애인 법의 미진한 결과에 대한 불만도 있다. 하지만 이 법에는 장애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을 바꾸고 장애인을 향한 사회적 배려를 증진하려는 포부와 이를 위해 장애 관련 정책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라. ‘통합’에서 ‘포용’으로의 변화

프랑스의 장애는 ICF 모델의 상황적 접근과 다양한 환경 요인과의 상호작용을 중요시하며, ‘모두의 모든 것에 대한 접근(l'accès «à tout pour tous»)’, 즉 보편적 접근성과 이를 위한 보상의 원칙을 강조한다. 2005년 장애인 법에서 ‘포용(inclusion)’이라는 용어가 직접적으로 사용되지는 않았지만, 이 법이 부여하는 가치와 활동 기조는 포용적 사회(société inclusive)의 철학적 배경과 인권 보장을 반영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통합적 모델은 장애인의 구조적 측면이나 활동의 제한에 대해 의료적 처치나 재활로 그 간극을 줄여 정상적인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강조한다. 그 간극이 너무나 큰 대상자들을 위해서는 별도의 특화된 영역을 구축하려는 경향이 있다. 즉 통합은 유사성의 권리 보장을 강조하고,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비슷해질 수 있도록 적합한 여러 서비스 지원을 통해 모든 수단으로 보상하도록 하지만, 정상의 세계에 맞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배제를 용인한다고 볼 수 있다(Le Capitaine, J-Y, 2013). 그러나 포용성은 신체적인 차이를 고치려 한다거나 어떻게 해서든 장애인을 기설정된 정상의 범위로 합류하도록 하는 데 치중한다기보다는 장애를 가진 상황의 단일성, 차이, 개인적 특성을 가질 권리를 보장하며 장애인이 사회적 참여에서 배제되는 상황에 대해 관대하지 않다. 이처럼 통합은 정상 상태에 대한 기존 규범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지만, 포괄성은 이 규범 자체를 다양하게 만들어 단일한 특성들을 포용한다(Le Capitaine, J-Y, 2013).

포용적 사회가 지향하는 포용은 인간과 환경의 상호작용을 강조하며 어떤 유형의 결핍일지라도 상호작용적인 장애 상황에 대한 정의를 개념화하므로 모든 장애인이 정상화의 범주로 포함될 수 있게 한다. 다시 말해 포용의 경계라 할 수 있는 정상 상태라는 것의 범주가 모두에게 확장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포용을 기반으로 하는 접근은 그 사회에서 장애인이 어떠한 위치에 있고, 장애인 정책이 장애인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며, 어떠한 방향으로 그들의 삶을 이끌어 내는지의 분석과 연관된다. 즉 사회적 포용은 사회적 권리의 확보, 참여에 이르는 과정으로 간주된다. 이와 관련된 원칙들을 제시하는 2005년 장애인 법은 프랑스 장애인 정책의 실천 방향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기존의 장애카드(carte d’invalidité), 장애인우선권카드(carte de priorite pour personne handicapée), 장애주차카드(carte européenne de stationnement)를 대체하여 포괄이동카드(CMI: la carte mobilité inclusion)가 도입된 것도 장애 혹은 자립성 상실 상황의 대상자들이 일상생활을 용이하게 하는 범주를 보다 개별적, 포용적으로 적용하려는 기조를 반영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3. 지역장애인센터의 전달체계

가. MDPH의 구조와 현황

지역 장애인 기관인 MDPH는 장애인 관련 급여 및 지원 서비스, 수급을 위한 욕구 평가 등을 담당하고, 종합적인 장애 판정 체계를 구축하며 장애인 복지서비스 제공의 중추적 역할(박혜미, 2016)을 수행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한국과 같이 장애의 유형 및 등급을 구분하여 정의하고 있지 않으나 별도의 분류 체계를 통해 장애 판정 및 장애인 복지서비스에 대한 수급 자격의 심사가 이루어진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장애인 복지서비스 대상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하지 않는 보편적 전달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과 달리 장애인을 대상으로 독립적인 원스톱 창구인 MDPH를 구축한 프랑스 사례는 전 세계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전달체계라 할 수 있다(서동명, 이승기, 조윤화, 2012).

장애인 법 64조에 따라 설치된 MDPH는 기존의 특수교육위원회(CDES), 진로기술 및 재취업조정위원회(COTOREP), 장애인의 보조기술 지원을 위한 자립기구(Site pour la Vie Autonome)의 기능과 역할이 흡수되어 재편된 기관으로 장애인과 관련된 서비스의 제공 및 행정 처리를 통합적으로 전담하며 연계하고 있다. MDPH의 인력은 사회·의료 관련 전문가들과 행정직 종사자들로 구성되며 데빠르망(département)3)의 사회복지서비스와의 연계하에 그 업무가 이루어진다. MDPH의 총 재정 지출 중 65%가 인력 관련 비용을 차지하고 있으며, 2016년 5294명의 상근 계약직이 근무하고 있다. 이 중 58%가 공무원으로 집계되었다(CNSA, 2017). 장애인들이 호소해 오던 장애인과 그 가족이 서비스를 지원받기 위해 전쟁처럼 치렀던 긴 여정을 종식하고 정보와 조언의 결핍을 완화하고자 도입된 MDPH는 현재 각 데빠르망마다 총 101개가 설치되어 2016년 약 440만 개의 신청 건을 처리하였다.4)

공익집단(GIP: groupement d’intérêt public) 법인인 MDPH의 재정 및 운영에 대한 전적인 책임은 데빠르망의 의회에 부여되어있다. MDPH는 데빠르망의 의장이 주관하여 지방자치단체, 국가, 지역 사회보험 기구 및 장애 관련 협회 및 단체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COMEX: Commission exécutive)를 두어 관리하고, 이 기구들과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MDPH의 재정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확보되고 있는 가운데 2016년 총 운영 비용이 약 3억 3920만 유로(약 4252억 원)에 달했다. 데빠르망이 약 1억 4290만 유로, 정부가 인력 배치 비용을 포함하여 1억 990만 유로를, CNSA가 7070만 유로를 부담하였다. 지방분권이 강화됨에 따라 데빠르망이 사회복지 및 사회통합을 위한 정책 전반을 주도하게 되면서 MDPH가 공익집단 조직체라는 점은 장애 관련 재정을 부담하는 정부 및 사회보험 기구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Cour des comptes, 2014). MDPH 재정의 일부는 CNSA의 지원을 받고 있다. CNSA는 지역별 공평한 재원 배분 및 질적 관리를 위해 MDPH를 압박·감시하고 지지하며 활성화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나. MDPH의 조직과 기능

MDPH는 의료, 준의료 전문가와 심리학, 사회복지, 교육, 고용 및 직업교육 분야의 전문 인력으로 구성되는 다학제적 종합사정평가팀을 조직하여 장애와 관련된 보상 욕구를 사정하도록 하고 있다. 팀의 구성은 장애인 법에 명시된 바와 같이 어떤 원인과 유형의 장애에 관한 욕구를 사정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구성될 수 있다. 대상자의 욕구 및 특성에 따라 관련 기관이나 해당 서비스에 협력을 요청할 수 있고, 희귀 질병의 경우 특정 센터를 지정하여 팀을 운영할 수도 있다.

종합사정팀의 주 업무는 장애인의 보상에 대한 욕구 정도를 평가하고, 영구적 제한과 관련하여 삶의 계획과 법률적 근거에 따라 개인별 보상 계획(PPC: plan personnalisé de compensation)을 제안하는 데 있다(Art. 64- L.146-8). 종합사정팀은 장애인의 삶의 계획을 반영하여 보상 필요도를 평가하고, 장애인과 그 후견인이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향을 계획할 수 있도록 그들의 요구 사항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지원한다.

각 MDPH는 장애인 권리·자립위원회(CDAPH: Commissions des droits et de l'autonomie des personnes handicapées)를 조직하여 종합사정팀의 평가를 기초로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상위기구로서 장애 판정 및 보상 관련 서비스, 급여 등의 지원에 대한 결정을 내리도록 하고 있다. 데빠르망의 위원, 공공기관, 관련 서비스 및 사회보험 기구 종사자, 노조 및 학부모 등이 포함된 CDAPH의 최소 3분의 1 이상이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들로 구성된다(Art. 241-24 du code de l’action sociale et des familles: CASF). CDAPH는 장애인의 직업적, 사회적 편입을 위해 대상자에게 맞는 주거 및 입소 시설을 지정하거나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성인 장애인의 직업적 재활 및 사회적 복귀를 위한 서비스와 기관을 연계하며 기능적 제한 및 직업 능력을 평가하여 직업 능력을 인정해 주거나 보상 정도를 책정한다. 또한 성인장애수당(AAH), 보조수당, 장애보상수당(PCH), 장애아동교육수당(AEEH: Allocation d’éducation pour enfant handicapé), 포괄이동카드(CMI: carte mobilité inclusion) 등의 급여 및 권리 한도를 결정한다.

2016년 MDPH는 453만 건의 결정 및 의견을 처리하였다. 이는 전년도 대비 6% 증가한 것이며, 이와 같은 활약은 요청 건수를 넘어서는 것으로 대다수 급여에 대한 처리 과정이 안정화된 것으로 평가된다(CNSA, 2017). MDPH의 업무량 급등에 비해 전반적인 처리 기한 유지에는 비교적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나, 최근 데빠르망별로 처리 속도 및 보상 정도 책정 비율 등에 큰 격차가 나타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지표가 대상자의 서비스 만족도와 직결됨에 따라 집행 및 결정 절차의 단순화와 정보 처리 과정의 효율화를 위한 전달체계 개선을 위해 최근 610만 유로가 추가 투입되었다(Budget CNSA, 2018).

다. 개별화된 계획 중심의 서비스 지원

2002년 사회의료서비스 활동의 개혁에 관한 법5)은 서비스 제공 체계가 아닌 이용자 중심으로, 즉 그의 발언, 그의 계획에 대한 표현에 따라 적합한 서비스 지원을 모색해야 함을 부각시킨다. 2005년 장애인 법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장애인은 더 이상 그의 결핍에 따라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그가 놓인 현실적인 상황(생활 습관, 가족 관계, 지역 공간 접근성 등)에 따라 각 제한에 맞는 보상, 완화, 재활 및 치료를 필요로 함을 강조한다. 또한 장애인은 온전한 그리고 능동적 주체이므로 그의 욕구만으로 축소 간주되어서는 안 되며 그의 열망이 모든 개입의 출발점으로 고려될 것을 추구한다.

장애인은 욕구, 바람, 기대 등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삶의 계획’을 4장으로 구성된 서면으로 MDPH에 제출할 수 있다. 장애인의 요청 시 이를 작성하기 위해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는 것 또한 MDPH의 주요 임무 중 하나이다. 삶의 계획은 하나의 표현과 소통의 공간으로 장애인, 장애아동의 부모, 법적 대리인이 장애인의 상황과 기대에 가장 적합할 수 있는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 CNSA가 명시하는 바와 같이 삶의 계획은 2005년 장애인 법이 제시한 매우 중요한 단계로 장애인의 욕구와 그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하기에 앞서 장애인의 기대로부터 접근해야 한다는 새로운 정책적 자발성을 표출하고 있다. 삶의 계획은 MDPH가 각 장애인의 단일성 혹은 특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평가를 위한 도구라기보다는 종합사정팀이 장애인이 어떻게 살고 있고, 어떤 어려움이 있으며, 무엇에 대한 기대가 있는지를 이해하고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소중한 추가적 정보를 제공한다. 이 양식은 반드시 의무적인 사항은 아니지만, 종합사정팀이 장애인 또는 장애 자녀의 상황과 삶에 대한 선택을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회를 가지는 데 의의가 있다. 그 내용은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 있고, 언제든 수정이 가능하다.

장애인과 종합사정팀이 그의 삶의 계획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와 협상을 거친 후 개인보상계획(PPC)이 작성된다. 개인보상계획은 삶의 계획과 사회적 활동, 참여 및 기능의 제한 정도를 반영한 보상 필요도에 따라 허용된 장애인의 법적 권리 및 제공받을 수 있는 급여와 서비스들을 명시하고 있다. 아동을 위해서는 개인진학계획(PPS: le projet personnalisé de scolarisation)을 작성한다. 이는 장애인 권리·자립위원회(CDAPH)가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에 장애인과 그의 가족 등 주변 환경과 소통하는 중요한 기회가 된다. 개인보상계획이 장애인 또는 법적 대리인이 요구하는 지원, 서비스, 급여 등에 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한다면 2016년 건강 지원 체계의 현대화에 관한 법6)은 모든 이용자는 종합동반계획(PAG: plan d’accompagnement global)이라고 하는 두 번째 계획을 통해 장애인 권리·자립위원회의 결정을 재사정하고 모니터링 하는 데 활용하고자 한다. 종합동반계획은 개인보상계획을 대체할 수도, 보완하는 형태로 적용될 수도 있으며, 최소 연 1회 이상 작성되어야 한다. 2018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종합동반계획은 MDPH의 종합사정팀이 담당하며 장애인, 특히 중복합 장애인이 서비스의 단절 없이 생애주기별 욕구에 맞는 질적인 동반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특히 종합동반계획은 필요에 따라 장애인이 받고 있는 서비스의 제공 기관, 서비스 및 프로그램들을 확인하고, 어떤 성격의 서비스를 누구에게 얼마나 자주 지원받고 있는지를 포괄적으로 파악하여 개입하는 전문 인력들 가운데 코디네이터를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장치의 도입은 MDPH가 장애인 지원 서비스의 질적 수준에 대한 포용적 분석을 강화하고, 서비스 제공자들을 연계하여 서비스 제공의 단절을 예방하는 것에 주력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4. 나가며

우리나라는 서비스의 파편화, 분절, 중복으로 인한 장애인 서비스 이용의 불편을 해소하고자 서비스 종합판정 도입을 필두로 하는 장애인 복지 전달체계의 개편을 앞두고 있다. 프랑스는 2005년 장애인 법 제정과 함께 도입한 장애인 대상의 독립적 원스톱 창구인 MDPH를 중심으로 종합사정 체계를 구축하고, 개별화된 포용적 서비스 지원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즉 지역장애인센터는 적절한 정보 제공, 서비스 신청 및 이용 절차의 간소화를 통한 이용자의 편의 증진뿐 아니라 서비스의 분절성과 파편화를 예방하는 전달체계 중심으로 기능한다. 장애인의 서비스 이용을 위한 진입 단계를 단일화, 단순화할 수 있는 전문 창구의 부재는 장애인의 욕구에 따른 서비스 연결의 어려움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읍면동 복지 허브화를 통해 찾아가는 맞춤형 서비스 체계를 구축한다 하여도 맞춤형 지원을 위해서는 장애인에 대한 이해 및 관계 설정, 전문적 개입을 위한 실천 전략 등 제공 주체들의 전문성과 이념적 정체성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장애인 법 이후 프랑스 장애인 복지는 국가적 연대를 기반으로 포용적 사회 구현을 위해 장애로 인한 결과들을 보상하여 장애인의 자립을 도모하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부여함으로써 장애인이 사회 전 영역에 온전히 참여하며 시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접근권을 보장하고자 하였다. 통합보다는 포용성을 강조하는 이념적 흐름은 장애인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그의 관점을 반영하는 방식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 즉 장애인에 대한 개입은 관계의 상호성과 선택의 능력을 통해 개인과 그가 놓인 환경 사이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제 돌봄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의 선택을 동반하는 것으로 장애인 지원의 의미가 전환되었다.

최근 프랑스는 서비스 제공의 연속성과 효율성을 강화하고 포용적인 지원을 보장하기 위해 공동 정보 시스템을 도입하여 전문 종사자들 간의 정보 공유를 활성화하고, 전달체계를 간소화하여 장애인의 편의를 증진하고자 한다. 삶의 계획, 개인보상계획을 보완할 수 있는 종합동반계획을 통해 서비스 지원 계획을 고안하는 것을 넘어 서비스 지원의 단절을 예방하고, 포용적인 분석과 전문가들 간 연계 및 조정으로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제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프랑스가 주도하고 있는 장애인 복지 정책의 다각적인 변화는 장애인의 선택에 대한 존중을 통한 사회적 포용 실현이라는 정책적 의지를 드러낸다. 한국도 맞춤형 지원체계 구축을 통해 장애인 복지 전달체계 전반을 개선하고 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고자 장애인 등급제 폐지라는 큰 개혁의 전환점을 앞두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장애인의 권익과 참여를 증진시킬 수 있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개편의 방향성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위한 포용사회 구현이라는 제5차 장애인종합계획의 비전과 현 정부의 포용적 복지국가에 대한 국정 전략을 통해 드러난 포용적 접근에 대한 정책적 기조를 공고히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Notes

1)

«Constitue un handicap, au sens de la présente loi, toute limitation d'activité ou restriction de participation à la vie en société subie dans son environnement par une personne en raison d'une altération substantielle, durable ou définitive d'une ou plusieurs fonctions physiques, sensorielles, mentales, cognitives ou psychiques, d'un polyhandicap ou d'un trouble de santé invalidant.»

2)

보건사회부 장관 마리솔 투렌과 ‘장애인과 사회적 배제’ 담당 정무 비서인 세골렌 뇌빌이 정리하여 보고한 2005년 장애인 법 제정 이후 10년에 관한 보도 내용임.

3)

데빠르망은 한국의 도(道都, 미국의 주(州) 등과 유사한 프랑스 지방행정의 기본 단위로 지방분권화 개혁으로 전반적인 사회복지 정책 및 재정 관리의 권한을 가짐.

5)

2002년 1월 2일 제정 의료사회 및 사회복지 활동의 개정에 관한 법률. Loi n° 2002-2 du 2 janvier 2002 renovant l'action sociale et medico-sociale

6)

Loi n° 2016-41 du 26 janvier 2016 de modernisation de notre système de santé - Article 89.

References

1 

CNSA. (2017). Nouvelle étape de la modernisation des MDPH. Synthèse des rapports d’activité 2016 des maisons départementales des personnes handicapées. Dossier technique.

2 

Cours des comptes. (2014). Rapport public annuel.

3 

Le CapitaineJ-Y. (2013). L’inclusion n’est pas un plus d’intégration: l’exemple des jeunes sourds. Empan. ERES.

4 

GoldeluckS.. (2017). Handicapés: des aides nettement accrues sur 10 ans. Les Echos.

5 

TouraineM.. (2015). 10 ans après la loi de février 2005, la mobilisation de tous est indispensable pour l'inclusion des personnes handicapées. le 11 février 2015. Communiqué de press. Paris: .

6 

박혜미. (2014). 프랑스 개인별자립성수당(APA: Allocation Personnalisée d’Autonomie)의 개념적 배경과 서비스 전달에 대한 연구. 한국공공관리학보, 28(3), 169-193.

7 

박혜미. (2016). 프랑스의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장기요양 정책 분석: APA와 PCH를 중심으로. 보건사회연구, 36(1), 349-376.

8 

서동명, 이승기, 조윤화. (2012). 수요자 중심형 장애인복지 전달체계 모델 개발 연구. 한국장애인복지학, 17, 191-216.

9 

황주희, 김용득, 박혜미, 오다은. (2017). 발달장애인 복지전달체계 구축방안 연구. 한국보건사회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