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소득보장정책과 기본소득 실험

Income Security Policies in Finland and Universal Basic Income Experiment

1. 들어가며

2017년 1월 1일부터 시작된 기본소득 실험 때문에 핀란드는 많은 국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핀란드의 실험에 관심이 높고, 기본소득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를 살펴보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핀란드 실험을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는 국내에 핀란드 소득보장정책에 대한 정보와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사람이 핀란드가 기본소득 도입을 확정한 것으로 알거나, 현재의 실험을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 실험은 핀란드 복지정책에 활용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한 연구 프로젝트에 불과하며, 핀란드에서는 아직 제도 도입에 관한 정부 차원의 논의도 시작하지 않았다. 따라서 아직은 핀란드의 소득보장정책이 기본소득으로 대체되었을 때 핀란드 사회보장체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를 예측하는 논의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본고에서는 핀란드의 현행 소득보장정책을 소개함으로써 국내의 기본소득 논의에 기여하고자 한다. 핀란드의 소득보장정책의 종류, 수급 대상, 정책별 급여 수준을 확인하고, 현행 소득보장정책과 잠재적 기본소득제도의 관계를 검토한 후, 핀란드 소득보장정책이 한국의 사회보장제도에 던져주는 시사점을 찾아본다.

2. 핀란드의 소득보장정책과 수급 대상

가. 연금

핀란드 연금제도는 크게 소득비례연금(earnings-related pension)과 국가연금(national pension)으로 나누어진다. 소득비례연금은 한국의 국민연금제도와 마찬가지로 노동 기간과 연금기여분에 비례하여 급여액이 결정되는 연금이다. 이 연금은 강제가입을 원칙으로 하는 사회보험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근로소득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가입해야 한다. 반면 국가연금은 은퇴연령 전 근로 기록이 없거나, 소득비례연금에 가입되어 있지만 그 급여액이 일정 수준 이하인 사람들에게 지급되는 연금이다. 국가연금은 노인들뿐만 아니라 노동시장 참여가 불가능한 만 16세 이상 장애인들에게도 지급된다. 즉 국가연금은 노동시장 참여가 불가능한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해주기 위한 제도이다.

나. 실업급여

핀란드 실업급여는 크게 소득비례실업수당, 기초실업수당, 노동시장보조금 등 세 가지로 구성된다. 소득비례실업수당은 실업보험을 통해 지급되는 실업급여로서 자율적으로 보험에 가입하여 보험료를 납부하던 근로자와 자영업자가 실업에 처하면 급여가 개시된다. 기초실업수당은 고용 기록이 있지만 실업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던 실업자에게, 노동시장보조금은 고용 기록이 없거나 오랫동안 실업 상태에 있는 사람들에게 중앙정부가 지급하는 실업급여다. 즉 기초실업수당은 노동시장에 참여했던 실업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반면, 노동시장보조금은 노동시장 참여 경험이 없는 구직자들도 그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고등학교나 대학교 졸업 후 취업을 못하고 있는 사람들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노동시장보조금의 수급자격은 자산조사를 통해 결정된다.

다. 자녀 있는 가정을 위한 소득보장정책

핀란드에서 자녀가 있는 가정은 다양한 복지급여를 받는다. 우선 임부는 출산보조금이나 신생아 육아 용품들로 구성된 출산패키지를 받는다. 입양을 할 경우에는 입양보조금이 지급된다. 자녀 양육 가정에는 출산 혹은 입양과 동시에 아이가 만 16세가 될 때까지 매월 아동수당이 지급되고, 출산의 경우, 출산휴가 중 출산수당과 부모수당이 지급된다. 출산휴가가 끝난 후, 부모나 친인척이 아이를 집에서 직접 돌볼 경우에는 만 3세까지 아동자택양육수당이 지급되고, 아이를 사설 주간보육시설이나 어린이집에 맡길 경우에는 취학 전까지 사립시설양육수당이 지급된다. 아동자택양육수당과 사립시설양육수당은 자산조사를 통해 수급자격이 결정된다. 이 외에 만약 자녀가 장애가 있을 경우에는 만 15세까지 장애수당이 지급된다.

라. 주택급여

핀란드의 저소득층은 스스로 주택비용을 충당할 수 없을 경우, 중앙정부로부터 주택급여를 받을 수 있다. 주택급여는 저소득 가구를 위한 일반주택수당, 연금수급자주택수당, 학생주거보조금으로 구성되어 있다. 2017년 7월까지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생활하는 학생들은 누구나 학생주거보조금을 신청할 수 있었지만, 이후 중앙정부가 주택급여 예산을 축소하면서 핀란드 내에서 학업을 수행하는 학생은 일반주택수당을 신청하고 자산조사를 받아야 주택수당을 받을 수 있게 되었고, 외국에서 학업을 수행하는 학생(외국에 체류하는 교환학생 포함)과 핀란드 자치령인 올란드제도(Åland Islands)의 학생들만 학생주거보조금을 신청할 수 있다.

마. 학업보조금

핀란드의 공교육은 학비가 없다. 기본적으로 정부의 예산으로 대부분의 학교가 운영된다. 따라서 초·중·고등학교는 물론 직업학교와 대학교의 교육을 위해 학생들은 등록금을 낼 필요가 없다. 이와 더불어 중앙정부는 만 17세 이상 학생들의 생활을 돕기 위해 학업보조금을 지급한다. 다만 그 금액은 교육기관, 학생의 연령, 결혼 여부, 자녀 여부, 부모와의 동거 여부 등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최근 몇 년간 핀란드의 경제 사정이 좋지 못한 탓에 학업보조금 예산이 줄어들면서 학생 개인들이 받을 수 있는 학업보조금의 금액도 매년 줄어들고 있다.

바. 기타 소득보장정책

위와 같은 소득보장정책들 외에도 핀란드 정부는 산재로 인한 소득 손실 발생에 대비하여 모든 근로자와 자영업자들로 하여금 의무적으로 산재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있고, 질병 때문에 근로소득을 상실한 근로자들에게는 근로 일수 기준 최대 300일까지 상병수당을 지급한다. 그리고 의무복무 중인 군인과 사회복무요원에게는 다양한 종류의 징병수당을 통해 소득을 보장하고, 5년 이상 핀란드에 거주한 이민자들 가운데 경제적으로 생활이 어려운 노인과 장애인에게는 특별지원금을 통해 소득을 보장하고 있다.

3. 핀란드 소득보장정책의 급여 수준1)

가. 연금

핀란드 연금제도가 적절성, 지속가능성, 청렴성에서 모두 세계적으로 상위권에 평가되고 있는 만큼 급여 수준 역시 상당히 높다(Melbourne Mercer Global Pension Index, 2017, pp. 1-4). 2016년 전체 연금수급자의 월평균 급여액은 1716유로(약 223만원)였고, 연금의 평균 소득대체율은 약 51%였다(Finnish Centre for Pensions, 2017, p. 24). 국민연금의 실질 소득대체율이 20%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핀란드 연금의 소득대체율은 한국의 두 배에 달한다.

이와 더불어 핀란드의 노인은 누구나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연금의 소득보장 효과는 한국보다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핀란드 노인은 소득비례연금에 가입된 적이 없거나 소득비례연금액이 일정 수준 이하일 경우에는 국가연금을 받을 수 있다. 국가연금 최대 급여액은 월 628.85유로(약 82만원)이고, 노인의 소득비례연금액, 현재 소득 수준, 동거인 여부 등에 따라 차감된 금액이 지급된다.

나. 실업급여

실업보험에 가입했던 근로자나 자영업자가 실업에 처할 경우, 소득비례실업수당은 최대 400일(근로 일수 기준) 동안 지급된다. 고소득자였던 실업자의 경우 기존 임금의 40% 내외를, 그 외 대부분의 실업자들은 기존 임금의 50~70% 정도를 실업수당으로 받는다(Unsitalo R & Verho J, 2010, pp. 643-654).

노동시장에 참여했지만 실업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던 실업자들이 받는 기초실업수당 역시 최대 400일(근로 일수 기준) 동안 지급되고, 기본 급여액은 하루에 32.4유로(약 4만 2천 원)로 1개월에 평균 697유로(약 91만 원) 정도이다. 실업자가 자녀가 있을 경우, 자녀 수에 따라 그 금액은 조금씩 증가한다.

자산조사를 통해 지급이 결정되는 노동시장보조금의 급여액은 기초실업수당 급여액과 동일하지만, 수급 기간의 제한은 없다. 노동시장보조금을 받는 실업자가 직업훈련에 참여할 경우, 하루에 9유로씩 직업훈련 참여 경비를 추가로 지급받는다.

다. 자녀 있는 가정을 위한 소득보장

출산 시 한 번 지급되는 출산보조금은 140유로(약 18만원)로 비교적 큰 액수가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의 임산부들은 다양한 육아용품이 구비되어 있는 출산패키지를 선택한다. 아동수당 금액은 자녀 수에 따라 달라진다. 첫째 아이의 아동수당은 월 94.88유로(약 12만원)이고, 둘째 아이는 월 104.84유로(약 14만원)이며, 아이의 수가 많아지면 그 금액도 조금씩 증가하여 다섯 번째 아이부터는 월 172.69유로(약 22만원)이다.

출산수당은 최대 105일(근로 일수 기준)까지 산모에게 지급되고, 이후 최대 158일(근로 일수 기준)까지 육아휴직을 선택하는 부모에게 부모수당이 지급된다. 출산수당과 부모수당 급여액은 동일한 방식에 따라 소득에 비례하여 결정되며, 그 최저액은 1일 23.73유로(약 3만원)이고 최고액은 1일 115.66유로(약 15만원)이다. 특이한 점은 출산 전 실업 상태에 있던 부모도 최저액에 해당하는 출산수당과 부모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라. 주택급여

주택수당은 가구 소득, 가구원 수, 거주 지역, 주택 유형, 주택 유지 비용 등을 고려해 다양한 기준을 바탕으로 복잡한 계산식에 따라 도출하기 때문에 가구별로 지원받는 주택수당 금액은 천차만별이다. 핀란드 사회보험청(Kela)의 통계에 따르면, 2016년에 일반주택수당을 받은 가구 수는 총 26만 7356가구이며, 1년간 한 가구에 지원된 평균 급여액은 약 4000유로(약 520만원)였다. 같은 해에 연금수급자주택수당의 경우, 20만 1914명의 연금수급자가 월 평균 226.85유로(약 29만원)를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The Social Insurance Institution of Finland, 2017, pp. 32-33).2)

마. 학업보조금

2017년 8월 이후 17세 이상의 학생에게 지급되는 학업보조금 최대 금액은 월 250.28 유로(약 33만원)이다. 2016년까지 그 금액이 약 500유로(약 65만원)였기 때문에 핀란드의 학업보조금은 최근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부모에게서 독립하여 살거나 자녀가 있는 학생은 최대 금액의 학업보조금을 받지만, 부모와 함께 사는 학생은 부모의 소득에 따라 위 금액보다 줄어든 금액의 보조금을 받는다. 고소득자 부모와 함께 사는 학생은 학업보조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4. 핀란드 기본소득실험과 소득보장정책의 관계

핀란드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기본소득 실험은 노동시장보조금을 받을 자격이 있는 25세 이상 58세 이하 2000명을 선별해 2년간 매월 560유로(약 73만원)의 기본소득을 아무 조건 없이 지급하는 것이다. 실험 참가자들은 노동시장보조금을 별도로 받지는 못하지만 실업에서 벗어나더라도 2018년 12월까지 기본소득을 계속 받게 된다. 월 560유로인 급여액은 노동시장보조금의 월 평균 금액인 700유로에서 소득세 20%를 공제한 금액이다. 즉 현행 기본소득 실험은 기본소득이 노동시장보조금만을 대체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이다. 이는 실험의 목적이 기본소득이 저소득자나 실업자의 노동시장 참여 행태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핀란드가 현행 소득보장정책을 대체하는 기본소득을 실제로 도입한다면, 위 실험과는 다르게 기본소득으로 대체되는 현행 소득보장정책의 범위가 넓어지고, 그 급여액은 증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무엇보다 핀란드 대다수 정당의 기본소득 도입안은 월 560유로를 크게 웃도는 급여액을 제안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기존 소득보장정책을 폭넓게 대체하는 기본소득제도가 도입된다면, 조세를 재원으로 하는 정책들이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소득비례연금이나 소득비례실업수당과 같이 기존 소득과 연동하여 그 기여금과 급여액이 결정되는 정책들은 동일한 금액을 제공하는 기본소득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제도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5. 맺으며

핀란드는 생애주기별 사회적 위험과 욕구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개인과 가정의 소득 손실을 보전해주고 국민 누구나 기초적 경제생활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소득보장정책을 실시한다. 높은 급여 수준의 국가연금, 청년구직자에게도 지급되는 노동시장보조금, 실업자에게 지원되는 출산수당과 부모수당, 대학생에게 지급되는 학업보조금, 질병으로 출근하지 못하는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상병수당 등을 살펴보면 한국 사회보장제도가 앞으로 도입을 고려해야할 정책들이 얼마나 많은지 새삼 느끼게 된다.

또한 핀란드는 국민 소득보장을 위해 매우 높은 수준의 현금급여를 지급한다. 든든하고 폭넓은 소득보장정책과 관대한 현금급여는 핀란드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이 조성될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한국에서는 대규모 부정수급과 복지 의존에 따른 국가경쟁력 하락을 염려하여 현금급여 확대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는 것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높은 수준의 국가경쟁력을 유지하는 핀란드의 사례는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님을 보여준다. 한국이 앞으로 소득보장 수준을 높이고자 한다면, 단지 기본소득제도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소득보장정책을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확대해갈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Notes

1)

핀란드 사회보험청(Kela)가 담당하는 각종 급여의 지급액은 다음 자료를 참고하여 정리하였다. The Social Insurance Institution of Finland. (2017). KELA Benefits in Euros 2017. pp.1-18.

2)

참고로 2016년 핀란드의 총인구는 약 550만 명이다.

References

1 

Finnish Centre for Pensions. (2017). Pension Indicators 2017.

2 

Melbourne Mercer Global Pension Index. (2017). 2017 Report Highlights.

3 

The Social Insurance Institution of Finland. (2017). KELA Benefits in Euros 2017.

4 

The Social Insurance Institution of Finland. (2017). Pocket Statistics 2017.

5 

Uusitalo R, Verho J. (2010). The Effect of Unemployment Benefits on Re-Employment Rates: Evidence from the Finnish Unemployment Insurance Reform. Labour Economics, 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