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바우처 전달체계의 최근 개편 논의와 정책 동향

Recently Proposed Reforms and Debates on HCV's Delivery System

초록

예산할당 방식인 주택바우처의 수급 규모는 지난 10여 년간의 예산 증가에도 불구하고 크게 늘지 않았다. 미국 주택도시개발부와 미 의회는 지역 단위의 2238개 주택바우처 전담 공공주택청을 일부 통합하여 광역 단위로 재편하여 행정 비용을 줄이고 비용 효과성도 높이려는 개편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민간임대주택의 저가 재고 감소, 임대료 상승, 수급자의 소득 감소가 현재 주택바우처의 병목현상이라는 점을 간과한 채 행정 효율성만을 내세우는 것은 미국 주거지원 제도의 잔여적 특성을 더 심화시키는 일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역 단위로 재편되는 전달체계는 대기자 명부 관리, 일자리 지원 연계, 주거상향이동 등 다양한 지원 서비스를 받는 수급자 입장에서는 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고무적이다. 다만, 이로 인해 절감되는 행정 비용으로 수급 규모가 과연 확대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1. 들어가며

1974년 시행된 주택바우처(Housing Choice Voucher: HCV)는 연방정부의 주거지원 프로그램 중 지원 가구 수가 가장 많고 예산 규모가 큰 대표적 주거지원 프로그램이다. 2016년 기준 연방정부의 주거지원을 받는 임차가구는 505만 1000가구였으며, 이 중 주택바우처 지원을 받는 가구는 221만 7000가구에 이른다. 총 주거 지원 예산 410억 5000만 달러 중 주택바우처 예산은 205억 8000만 달러에 달한다(Center on Budget and Policy Priorities, 2017). 주택바우처 지원율은 전체 임차가구의 2.8%, 중위소득 50% 이하 저소득 임차가구의 11.5%이다.1) 이는 유럽 선진 복지국가의 임차료 보조 지원율이 전체 임차가구의 20~30%를 차지하는 것을 감안할 때 매우 낮은 수준이다.

대다수 유럽 복지국가의 임차료 보조 제도와 같이 수급 자격이 되면 누구나 급여를 받는 수급권과는 달리 미국의 주택바우처는 예산 범위 내에서 수급자를 선정·지원하는 예산할당 방식이다. 따라서 적정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면 기존 수급자를 계속 지원하는 것도 어렵고 신규 수급자를 선정하여 지원할 수 없는 구조이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주택바우처 대기자 수가 2012년까지 약 280만 가구에 이르고 있다(NLIHC, 2016).2) 한편, 주택바우처 예산은 지난 10여 년간 2배 이상 늘어나 2005년 행정비용을 포함해 100억 달러이던 예산 규모가 2016년엔 200억 달러를 넘어섰다(GAO, 2012; CBPP, 2017b). 이러한 예산 증가에도 불구하고 동기간 지원 가구 수는 195만 가구에서 221만 7000가구로 26만 7000가구만 늘었을 뿐이다. 더구나 2010년 이후로는 지원 가구 수가 210만~220만 가구 수준을 맴돌고 있으며, 2017년엔 예산(202억 9000만 달러)이 2016년보다 더 줄어 10만 8000가구가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될 상황이다. 현재 의회에서 협의 중인 2018년 예산 규모로는 4만~12만에 이르는 수급 가구 수가 더 줄어들 전망이다(Rice, Douglas & Flores, 2017).

그렇다면 지난 10여 년간 늘어난 예산 지원에도 불구하고 왜 수급 가구 수는 오히려 정체 혹은 감소하는 상황이 되었을까? 미 감사원은 2003~2010년간 주택바우처 비용 상승 원인을 분석하면서, 동기간 상승한 비용의 29%는 임대료 상승, 수급 가구의 소득 감소, 행정 비용 증가 때문이라고 밝혔다(GAO, 2012). 그중 임대료 상승이 19.5%로 가장 큰 비용 상승 요인이지만, 수급자의 소득 감소로 인한 비용 상승도 5.3%를 차지한다. 행정 비용 증가는 4.1%였다. 한편, 이러한 비용 증가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대다수 정책 입안가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주택바우처가 공급자 보조(supply-side subsidy)인 공공임대주택보다 비용 면에서 효과적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이들은 주택 바우처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어떻게 하면 이러한 비용 상승 요인을 통제하여, 동일 예산 범위 내에서 기존 수급 규모도 유지하면서 신규 수급도 확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본고는 주택바우처의 효율성과 비용 효과성 제고를 위해 최근 미국 감사원(Government Accountability Office: GAO), 주택도시개발부(Department of Housing and Urban Development: HUD), 예산정책연구소(Center on Budget and Policy Priorities: CBPP)에서 논의되는 여러 사안 중 전달체계 개편 논의와 정책 동향을 소개하고자 한다. 연방정부는 시장 임대료 상승이나 소득 감소와는 달리 전달체계는 직접 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주택바우처의 행정 비용을 낮추고 모니터링을 강화하면 비용 효과성을 높일 수 있다고 인식한다. 본고는 지난 5년여간 예산 규모는 점차 커지는 반면 왜 수급자는 늘지 않은 것인지를 주택바우처 전달체계의 구조적 특성에서 그 원인을 찾고, 현재 논의 중인 개편 논의를 둘러싼 유용성과 한계, 그리고 앞으로의 향방을 논의하기로 한다.

2. 주택바우처 전달 체계: 연방정부-공공주택청 모델

임차료 보조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들 대부분은 중앙정부(혹은 연방정부)와 주정부(혹은 시정부) 간 예산은 분담하고 행정은 기초자치단체가 수행하는 데 비해, 미국 주택바우처는 연방정부가 예산 전액을 부담하고 행정 일체는 공공주택청(Public Housing Authorities: PHAs)에 일임했다. 공공주택청은 1937년 연방주택법에 근거하여 공공임대주택의 건설·공급·운영관리를 전담하는 공공기관으로 출범한 이후, 1974년 주택바우처 시행에 따라 주택바우처 업무도 전담하게 되었다. 공공주택청은 조직 설립은 주(州)법에 따르나, 연방정부의 주택법에 따른 여러 가지 주거지원 사업을 집행하며 예산 지원 및 그에 따른 규제와 감시 감독을 받는다. 추가적으로 주정부(혹은 시정부)의 자체적인 주거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는 주정부(혹은 시정부)로부터 별도의 예산 지원을 받는다. 따라서 법적 성격으로 보면 주정부(혹은 시정부) 산하 기관으로 볼 수 있으나 주된 업무는 연방정부의 주거지원 프로그램 집행과 운영관리이므로 공공주택청을 정부 부문 간 관계에서 명확하게 구분 짓기는 어렵다. 조직의 성격도 1990년대 이후 민영화와 지방 분권화 과정을 거치면서 일부는 공공기관 성격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으나 일부는 민관 혼합형 기업 특성을 갖춘 곳도 있어 일률적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공공주택청은 주(州)정부, 시정부 혹은 동일 자치구 내에서도 여러 개가 설립되어 있는데, 2015년 말에는 3796곳에 달했다. 평균적으로 주마다 70곳이 넘는 공공주택청이 운영되고 있다. 이 중 모든 공공주택청이 주택바우처 업무를 담당하는 것은 아니며, 주택바우처를 집행·관리하는 공공주택청은 2238곳이다. 주마다 40곳 이상의 주택바우처 운영 기관이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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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공공주택청(PHAs)의 현황 (2015년 기준)

업무 공공주택청의 수 지원 호수
주택 바우처 공공임대주택
주택바우처만 수행 805 506,292 -
공공임대주택만 수행 1,558 - 201,793
주택바우처와 공공임대주택 모두 수행 1,433 1,678,463 848,982
주택 바우처 수행 계 2,238 2,154,755 1,050,775
전체 계 3,796 3,235,530

공공주택청의 조직 규모는 천차만별인데, 공공임대주택과 주택바우처 지원 호수를 모두 합하여도 공공임대주택을 단 4호만 보유‧관리하는 기관이 있는가 하면 뉴욕 주택청과 같이 지원 호수가 27만 4000호에 달하는 기관도 있다. 주택바우처 지원 호수도 최소 5호를 지원하는 기관에서부터 최대 9만 6000호를 지원하는 기관까지 편차가 매우 크다. 공공임대주택과 주택바우처를 모두 다 관리하고 있는 공공주택청은 1433곳인데, 이 중 73.2%는 두 가지 프로그램 모두의 지원 호수가 550호 이하인 소규모 공공주택청이다(Sard & Thrope, 2017). 주택바우처 지원 호수만 보면, 2013년 기준으로 250호 이하를 지원하는 기관은 1149곳(전체 주택바우처 공공주택청의 47.7%)이며, 이들은 전체 주택바우처 지원 호수의 5.8%를 지원한다. 반면, 2500호 이상을 지원하는 공공주택청은 173곳으로 전체 주택바우처 공공주택청의 7.2%밖에 되지 않지만, 전체 주택바우처 지원 호수의 58.5%를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조직 규모의 차이는 주택바우처 예산이 경쟁 방식으로 지원되다 보니 해당 지역 내 공공주택청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많은 예산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또한 지리적 범위도 교외지역까지 매우 광범위하기 때문에 외곽에 거주하는 고령자 및 장애인 등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서는 근거리 전달범위 내 공공주택청이 필요하며, 가족 자활 및 자산 형성, 일자리 연계 지원, 주거 상향 이동 지원 등과 같은 밀착 사례관리와 다양한 기회 제공을 위해서도 촘촘한 지역 전달망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근거로 HUD는 중·대규모 공공주택청에 비하여 지원 호수가 600호 이하인 소규모 공공주택청에 행정 비용 산정 시 호당 지원금을 더 높게 책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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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

주택바우처 지원 규모에 따른 공공주택청 수

주택바우처 지원 호수 2009년 2013년
공공주택청 수 주택 바우처 지원 호수 공공주택청 수 주택 바우처 지원 호수
5,000호 이상 71 849,827 77 935,387
2,501 ~ 5,000호 93 314,062 96 330,385
1,001 ~ 2,500호 262 398,414 256 393,155
501 ~ 1,000호 335 234,283 326 233,130
251 ~ 500호 421 151,357 401 145,826
101 ~ 250호 580 96,357 554 92,665
1 ~ 100호 641 35,069 595 32,335
지원하지 않고 있음 6 0 104 0
2,409 2,079,090 2,409 2,162,883

지난 10년간 공공주택청에 지원된 예산 중 행정 비용의 비율 추이를 보면, 2003년까지는 주택바우처 총예산의 12% 정도를 지원받다가 이후 10%대로 떨어진 후, 2012년 이후부터는 8%대 수준으로 감소했다. 행정 비용은 2015년 기준 16억 2000만 달러, 2016년 기준 17억 7000만 달러에 이른다(<그림 1> 참조). 그러나 이것은 예산 규모에 대비한 것으로 실제 연방정부가 지급하는 행정 비용은 이보다 낮다. 미국 예산 제도상의 특수성인 예산자동삭감조치(Budget Sequestration)에 따라 행정 비용 예산도 신청금액에서 일정액이 자동으로 삭감된다. 더구나 연방정부가 이를 공공주택청에 배분할 때는 성과 평가에 따라 차등 지급하기 때문에 모든 공공주택청이 행정 비용을 충분히 받는 구조는 아니다. 평균적으로 볼 때, 행정 비용 예산 신청금액 대비 실제로 지원받은 행정 비용을 보면, 2008~2010년엔 90%, 2011년 85%, 2012년 80.2%, 2013년 69.3%, 2014년 79.8%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렇듯 행정 비용은 감소하는데 지원 가구 수를 유지하려니 공공주택청이 재정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재정 운용의 어려움으로 주택바우처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다른 공공주택청에 주택바우처 업무를 이관해 달라고 HUD에 요청한 공공주택청 수는 120곳에 이른다(HUD, 2015). 2013년 기준으로 주택바우처 지원 호수당 행정 비용은 월평균 70달러(최소 42달러, 최대 109달러)이다(HUD,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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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주택바우처 총예산, 실지출, 행정비용 지원 비율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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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HUD. (2017a). FY 2017 Congressional Justifications.

HUD는 주택바우처 집행과 운영관리를 위해 2238곳의 공공주택청과 일일이 업무 협약을 맺고 <그림 2>와 같은 절차에 따라 추진한다. 이러한 추진 방식은 업무 계약을 맺은 공공주택청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HUD의 감시감독 업무와 성과 모니터링 업무도 늘며, 그에 따라 지원해야 할 행정비용도 늘어나는 구조이다. 공공주택청의 구체적인 주택바우처 업무를 보면, 첫째, 주택바우처의 신청과 접수, 자격 요건 심사, 대상자 선정 업무(Intake and Eligibility), 둘째, 임대차 계약 및 주택바우처 관련 계약 업무(Lease Up), 셋째, 수급자의 거주상태 및 임차료 등에 대한 확인조사(Ongoing Occupancy), 넷째, 13개 항목으로 구성된 주택품질 기준(Housing Quality Standard: HQS)을 적용하여 주택바우처 수급자가 선정한 민간임대주택에 대한 주택 조사(Housing Inspection) 시행, 다섯째, 주택 바우처 자활 프로그램(Family Self-Sufficiency: FSS) 운영, 여섯째, 수급자에 대한 다양한 주거 서비스 지원과 연계(Supporting Services), 일곱째, 모니터링 및 감시감독 업무(Monitoring and Supervisory), 여덟째, 고객 관리 및 지역사회의 다양한 활동 서비스 제공(Supporting Activities)이다. 이러한 업무는 수급자 선정, 임차료 지급 등과 같은 직접적인 급여 행정 이외에도 여타 서비스 연계 지원 업무와 같은 확장성 업무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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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주택바우처 운영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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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공공주택청(PHAs)의 주택바우처 수행 업무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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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HUD. (2015). p. 31.

3. 최근 개편 논의와 방향: 광역화로 행정 비용 감소

주택바우처 전달체계 개편은 이렇게 지역마다 광범위하게 분산된 공공주택이 많아서 야기되는 행정 분산으로 인한 비효율 문제를 개선하고자 광역 단위로 재편하여 효율도 높이고 비용도 절감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최초 문제 제기는 HUD가 2011년 예산 신청 시 제시한 ‘임대지원 개혁 방안(Transforming Rental Assistance)’에서 이루어졌다. 주택바우처의 효율적인 행정 운영을 위해 프로그램을 간소화하고 공공주택청 간 파트너십, 컨소시엄, 지역 특화형으로 전달체계를 변형하고자 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이때 공공주택청의 컨소시엄은 규모가 큰 지역 혹은 주(state)에 행정 기능을 집중화하자는 것이 골자였다.

당시의 이러한 제안은 금융위기 이후 저소득층의 지원 축소 우려로 실현되지 않았으나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본격적으로 논의가 재개되었다. 광역단위 전달체계의 이점이 이전 제안 때보다 훨씬 강화된 논리이다. 광역 단위에 대한 명확한 공간적 정의는 제시하지 않고 있지만, 공공주택청 간 컨소시엄이나 합병을 통해 지금보다는 몇 개 지역을 아우르는 광역 단위로 전달체계를 꾸리게 되면, 우선 수급자가 더 많은 주거 선택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HUD는 수급자의 주거이동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언제 어디서나 주택바우처를 지원받을 수 있는 ‘이동성 원칙(portability rule)’을 중시하는데, 현재와 같은 소국 분할형 구조하에서는 송신 기관(수급자가 이사 나가는 지역을 관할하는 주택청)과 수신 기관(수급자가 이사 온 지역을 관할하는 주택청) 간 행정 비용 분담 문제로 이러한 원칙을 수급자에게 충분히 설명해 주지 않거나 아예 이동을 고려하도록 독려하지 않는 구조가 문제시되었다. 이것은 행정 비용이 공공주택청별로 지원되기 때문에 수급자가 다른 공공주택청 관할 지역으로 이사할 경우 공공주택청마다 지급되는 행정 비용이 다르고, 공공주택청마다 수급자당 지원하는 행정 비용 기준도 달라서 상호 간 행정 비용 이전의 복잡성 때문에 수급자 이동을 꺼리기 때문이다. 현재 행정 비용 분담은 송신 기관이 20%, 수신 기관이 80%를 분담하고 있다. 또한 빈곤 집중 문제 완화 차원에서 1992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주거상향 이동 프로그램인 MTO(Moving to Opportunity)는 수급자가 열악한 빈곤 지역에서 보다 나은 지역으로 이사 갈 수 있도록 돕는 지원 서비스인데, 공공주택청마다 꺼리는 수급자 이동 문제로 빈곤 분산이라는 정책 목표도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원활한 주거 이동은 직장 이동과도 관련되기 때문에 더 나은 노동 시장으로의 이동을 원활히 지원하기 위해서는 광역 단위 전달체계를 구축하여 수급자의 주거 선택과 기회를 확대하자는 논리이다.

두 번째 이점은 대기자의 통합 관리 효율화이다. 현재와 같은 구조하에서 각 공공주택청은 관할 구역 내에서만 주택바우처 대기자 명부를 작성하고 차년도 예산 배정 시 대기 순서에 따라 순차적으로 지원한다. 수급 대기자는 지원을 받기 위해 동일 시나 자치구 내에 있는 여러 개의 공공주택청에 각각 신청하고 대기 순번을 받아 기다리게 된다. 그러나 광역 단위로 합병을 하게 되면 수급자는 한 군데만 대기자를 신청하고 차후 선정과 대기 순번 등 관련 정보를 한 군데에서 받으면 된다. 즉, 이것은 예산 할당으로 제때 주택바우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많은 대기자들에게 절차 간소화뿐 아니라 차년도 예정 배정 시에 투명하게, 형평적으로 대기 순번에 따라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세 번째 이점은 행정 비용 절감 효과이다. 일례로, 공공주택청마다 각기 시행하는 주택검사(inspection)나 정기적인 확인 조사의 경우 합병으로 규모의 경제성을 갖추게 되어 동일한 인력이 여러 관할지역을 담당하던 공공주택청의 업무를 한꺼번에 수행할 수 있으므로 인건비 절감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예산정책연구소에 따르면, 500호 미만을 운영, 관리하는 공공주택청의 행정 비용이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CBPP, 2017a). 이는 공공주택청이 몇 가구를 지원하는가보다는 한 가구를 지원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얼마인지가 행정 소요 비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행정 비용 할당이 지원 가구 수가 많으면 감소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소규모 공공주택청을 대규모 공공주택청과 흡수 통합하면 행정 비용이 줄어들 것이고, 지원 효과도 높일 수 있다고 제시한다. 또한 그동안의 소형 공공주택청의 성과 평가도 좋지 않다는 점도 대형 공공주택청으로의 흡수 통합 논의에 힘을 보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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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소규모 공공주택청의 주택 바우처 수급자 가구당 월평균 행정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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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Sard & Thrope. (2016). p. 5.

그러나 단점도 지적되고 있다. 그동안 소규모 공공주택청이 지역 특성에 따라 특화해 왔던 여러 가지 서비스들의 지역 밀착성이 떨어지고, 지역 재량권이나 통제력도 상실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또한 주택 바우처 전체 예산에서 보면, 행정 비용은 그리 크지 않은 부분인데, 이를 합병으로 풀게 되면 결국 취약계층만 피해를 볼 것이라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PHADA(2017)에 따르면, 소규모 공공주택청은 수급자당 월평균 행정 비용이 가장 저렴하며(<그림 5> 참조), 수급자당 월평균 급여액도 가장 낮다는 분석 결과를 제시하였다. <그림 6>에서 보듯이 249호 이하를 운영하는 공공주택청의 수급자당 월평균 급여액이 456달러로 가장 낮은 반면, 지원 호수가 많은 공공주택청일수록 수급자당 월평균 급여액은 많아지고 있다. 이는 소규모 공공주택청이 입지한 지역은 주로 도시 외곽으로 임대료 수준도 대부분 낮은 곳이기 때문에 급여 수준도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택바우처 지급이 임차료와 월소득에 따라 산정되므로, 소득이 동일하다면 임차료가 높은 지역에 거주하는 수급자가 월급여를 더 많이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점에서 소규모 공공주택청을 중대규모 공공주택청과 합병하면 주택 바우처 비용이 크게 절감될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Public Housing Authorities Directors Association: PH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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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공공주택청의 주택바우처 지원 호수에 따른 호당 행정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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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HUD. (Summer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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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6.

공공주택청의 주택바우처 지원 호수에 따른 월평균 급여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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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HUD. (Summer 2016).

4. 향후 전망

주택바우처는 민간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저소득층에게 단순히 급여를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저소득층의 임대료 부담 완화, 양질의 주거 보장, 거주 환경 개선, 시장 참여 기회 제고, 빈곤 분산, 자립과 자산 형성 지원 등 여러 가지 정책 목표가 복합된 종합적인 미국형 주거지원 제도이다. 이에 따라 다른 나라와는 달리 소요되는 행정 인력과 비용도 많다. 그러나 예산 규모는 커졌다고 해도 지원 가구 수는 크게 늘지 않았고 지원가구 수에 비해 행정 비용은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이다. 주택바우처 추가 선정 가구 수는 2009~2013년간 13만 7000가구였으나, 동기간 실제 급여를 받은 가구 수는 8만 4000가구라는 점에서 수급자 선정과 실제 수급 간의 이러한 차이에는 행정 비용 감소의 문제가 숨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공공주택청 간 합병의 걸림돌은 주정부마다 공공주택청의 합병을 법제화하고 있는지의 여부이다. 2016년 6월 말 기준으로, 50개 주 중 단 1개 주(네브래스카주)만이 명시적으로 공공주택청의 합병을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27개 주에는 주정부 공공주택청이 있으며, 이 중 광역단위 공공주택청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는 15개 주는 주정부 공공주택청이 광역 단위 공공주택청과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23개 주는 광역 단위 공공주택청 설립을 법적으로 허용하진 않지만 2개 주(아이오와주, 캔자스주)는 파트너십 형태(joint power)로 광역 단위 전달체계의 구조를 띠고 있으며, 그 외 주도 파트너십 형태를 허용한다. 또한 2개 주(아이다호주, 미주리주)는 명칭이 광역 단위 공공주택청(아디아호 주택청, 미주리 주택청)이다(Sard & Thrope, 2016).

HUD는 다년간 공공주택청의 행정 비용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여 2015년 6월에 수급자의 이동성 제고를 위해 송신기관이 수신기관에 이관하는 행정 비용 80%에 대해 20%를 더 추가하여 100%를 지급토록 권고하였으며, 추가 지급분은 연방정부가 부담하지만 이것은 송신기관이 이미 받은 행정비용 20%를 환급받아 충당하기로 했다. 미 의회는 광역 단위 공공주택청 개편 시범사업을 위해 2017년에 1500만 달러의 예산을 요구하였으며, 이 시범사업은 3개년간 10개 광역 공공주택청을 대상으로 수급자의 원활한 주거이동을 지원할 목표로 추진될 예정이다. 현재 미 의회와 HUD는 주택바우처 행정 부담과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주정부에 법 개정을 요구하며 광역단위 공공주택청 설립을 독려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광역 단위 전달체계로의 재편이 행정 비용 절감에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 것인지가 관건인데, 이에 관하여 HUD는 합병이 행정 부담과 비용을 반드시 줄인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수급자의 이동성 문제는 개선할 수 있으리라 보고 있다. 이러한 의도는 한편으로는 그동안 분권화된 주택바우처 행정 운영에 대해 연방정부가 어느 정도 통제권을 갖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편, 주택바우처 예산 증가는 이러한 행정 비용보다는 수급자의 소득 감소와 시장 임대료의 상승이 주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주택바우처 수급 자격은 지역 중위소득의 50% 이하인 저소득층이지만, 1998년 양질의 주거 및 근로 책임법(The Quality Housing and Work Responsible Act)에 따라 신규 수급자의 소득 기준을 더 낮추었다. 즉, 신규 수급자 중 중위소득 30% 이하 극빈층이 75%가 될 것을 규정했다. 주택바우처 수급자의 소득 분포를 보면, 중위소득 30% 이하인 수급자 비중이 2010년 64%에서 2015년 78%로 늘었다(HUD, 2017b). 소득이 더 낮은 수급자 비중이 늘어난 것이다. 시장 임대료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극빈층 수급자의 증가는 결국 소득에서 임대료로 30%를 초과해 지출해선 안 된다는 부담 원칙으로, 소득과 시장 임대료 간의 갭이 예산 증가로 흡수되었다고 볼 수 있다. 소득이 감소하니 자부담(30%)도 줄고 시장 임대료는 상승하니 급여는 부담능력 보장을 위해 더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임대주택 시장의 상황은 점차 악화되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의 신규 공급은 거의 정체이며 노후화로 인한 멸실로 기존 재고가 계속 감소하는 추세이다. 민간임대주택도 저가 재고(월 임대료 800달러 이하)가 감소하고 있다. JCHS(2017)에 따르면, 2005~2015년간 저가 민간임대주택 재고는 2% 감소하였으며, 월 주거비가 650달러 이하인 임대주택 재고 비중은 2001년 23%에서 2016년 9%로 줄었다고 밝혔다. 민간임대주택의 임대료는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에 불구하고 2010년 이후 연평균 4~5% 상승했다. 따라서 이러한 저가 재고의 감소, 임대료 상승, 수급자의 소득 감소는 수급자의 급여 증가와 예산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정책 사각지대 문제도 심각하다. 극빈층(중위소득 50% 이하) 임차가구는 2001~2015년간 430만 가구가 늘어난 반면 동기간 연방정부의 주거지원 가구 수는 60만 가구만 늘었을 뿐이다(JCHS, 2017). HUD(2017c)에 따르면, 열악한 곳에 거주하면서 소득에서 임대료로 50% 이상을 지출하지만 연방정부로부터 아무런 주거지원을 받지 못하는 주거 빈곤 가구(worst case housing needs)가 2015년 830만 가구에 이른다고 밝혔다. 즉, 극빈층 1924만 임차가구의 43.2%는 정책사각지대로 남겨진 셈이다. 주거 빈곤 가구 규모는 2005년 600만 가구에서 10년간 230만 가구가 더 늘었다.

따라서 이러한 실태를 보면, 임대주택의 시장 여건이 개선되지 못한다면 과연 행정비용 감소만으로 비용 효과적인 주택바우처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긴다. 물론 HUD는 2012년부터 부적절한 급여를 막기 위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소득 확인 조사를 1년 단위에서 3년 단위로 제안하고, 수급자의 자부담을 30%에서 40%로 늘리는 방안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주택바우처 프로그램은 잔여주의적 미국식 주거지원 제도의 구조적 한계로 사실상 주거빈곤의 사각지대만 더욱 넓히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현재 지역 단위로 광범위하게 분산된 전달체계는 개선의 여지가 분명히 있고, 어느 정도는 주택바우처의 효율성 개선에 기여할 수는 있겠지만, 그 실제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주택청의 광역 단위로의 행정 개편 논의가 던져주는 시사점은 주택바우처 시행 40여 년 만에 이제야 ‘행정 비용’의 중요성을 환기했다는 것과 그것이 비록 수급 규모 확대에는 기여하지 못하더라도 운영 시스템을 개선하고 일부 수급자에게는 삶의 질을 개선시키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 이후 부처마다 복지 프로그램이 확대되고 예산도 많이 늘었다. 그러나 예산 확대만큼 수급자 수도 확대되었는지, 실제 예산이 복지 수급자의 급여 수준과는 어떤 관계인지, 서비스의 질은 계속 향상되고 있는 것인지 등에 대한 논의는 다소 간과된 점이 있다. 부처마다 점차 확대되는 전달체계가 다원화된 구조로 지역 밀착성을 강화하는 형태로 나아가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자활, 일자리, 주거, 돌봄 등 제각각인 전달체계가 복지 수급자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제고하고 있는지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그 실행을 위한 행정이 분산되어 많은 비용이 든다면 복지 규모가 커지는 만큼 실제 수급자 규모나 실제 급여가 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Notes

1)

미국 전체 임차가구 수는 2016년 7977만 가구이며, 이 중 중위소득 50% 이하 저소득 임차가구 수는 1924만 가구에 달한다(Joint Center for Housing Studies of Harvard, 2017; HUD, 2015c).

2)

주택바우처 대기자 수는 HUD가 2012년 수행한 National Survey of Waiting의 결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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