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가정폭력 실태와 정책적 대응

Domestic Violence in Germany: Current Situation and Policy Response

1. 들어가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의 발생 이후 독일 연방정부는 가정폭력 문제에 대한 정책적 대응을 활발히 논의하기 시작하였다. 팬데믹 동안 시행된 이동 및 접촉 제한 조치로 인해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전 세계적으로 가정폭력이 증가하였고, 이는 독일에서도 마찬가지였다(UN Women, 2020). 최근에는 팬데믹이 종료된 이후에도 독일의 가정폭력 문제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나(WELT, 2023), 연방정부가 적극적으로 정책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 글에서는 독일 연방 내무부(BMI: Bundesministerium des Innern und für Heimat), 연방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BMFSFJ: Bundesministerium für Familie, Senioren, Frauen und Jugend), 연방 범죄수사청(BKA: Bundeskriminalamt)이 협의하여 제시하고 있는 가정폭력의 정의, 유형 및 방식에 대해 알아보고, 이후 독일의 가정폭력 실태에 대하여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연방정부가 추진 중인 가정폭력 대응 정책의 내용을 파악한다.

2. 가정폭력의 정의, 유형 및 방식

독일 연방 내무부, 연방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 연방 범죄수사청은 가정폭력을 파트너 간에 또는 가족 내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형태의 신체적, 성적 또는 정신적 폭력으로 정의한다(BKA, 2023). 이러한 정의에 따를 때 가정폭력은 두 가지 유형, 즉 파트너 간 폭력과 가족 내 폭력으로 구분된다. 먼저 파트너 간 폭력에는 현재의 파트너뿐만 아니라 이전의 파트너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폭력 또한 포함되며, 구체적으로 파트너 관계에는 부부(Ehepaar), 등록된 생활동반자(eingetragene Lebenspartnerschaft) 및 그 외 장기간 동거 생활에 기반한 비혼인 생활공동체(nichteheliche Lebensgemeinschaft)가 속한다(BKA, 2023). 가족 내 폭력에는 같은 가구에 속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파트너 관계를 제외한 모든 가족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폭력이 포함되며 구체적으로 이러한 가족 관계에는 부모, 자녀, 조부모, 손자녀, 형제자매 등의 친족이 속한다(BKA, 2023).

가정폭력은 크게 신체적, 정신적, 성적 폭력의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이를 연방 범죄수사청이 제시한 형법상의 범죄 행위에 따라 파악하면 살인, 위험한 상해, 중상해, 상해치사, 고의에 의한 단순 상해, 성추행, 강간, 협박, 스토킹, 감금, 강제 매춘, 강제 결혼, 후견인 학대 등으로 구분된다(BKA, 2023).

3. 가정폭력 실태

2018년 이후 독일의 가정폭력 피해자 수는 매해 20만 명 이상에 달하며 전체적으로 증가세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BKA, 2023). 2019년에는 가정폭력 피해자 수가 21만 4,481명으로, 2018년보다 1,585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0.74%).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2020년에는 가정폭력 피해자 수가 22만 5,694명에 달해 2019년보다 1만 1,213명 증가하였고(+5.2%) 2021년에는 피해자 수가 22만 1,615명으로 2020년 대비 4,079명 감소했다(-1.8%). 2022년의 피해자 수는 24만 547명으로 2021년에 비해 1만 8,932명 증가하여(+8.5%) 다시 증가세를 나타내었다. 2022년을 기준으로 독일 내에서 매일 659건, 2분마다 1건의 가정폭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전체 가정폭력 중 파트너 간 폭력은 15만 7,818명(65.6%), 가족 내 폭력은 8만 2,729명(34.4%)으로 파악되었다(BMI, 2023). 주목할 점은 파트너 간 폭력의 피해자 중 80.1%, 가족 내 폭력의 피해자 중 71.1%가 여성이라는 점이다. 이렇듯 코로나19 팬데믹 종료가 선언된 2022년에도 피해자 수가 증가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가정폭력, 특히 여성폭력 방지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적 대응의 필요성이 요구되었다. 또한 가정폭력의 특성상 여전히 미신고 비율이 높을 것으로 예측되면서 이에 대한 대응 또한 요구되었다(Bundesregierung,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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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2018~2022년 독일 내 가정폭력 피해자의 수
연도 피해자 수 전년 대비 증감률
2018 212,896명 표내용
2019 214,481명 +0.74%
2020 225,694명 +5.2%
2021 221,615명 -1.8%
2022 240,547명 +8.5%

자료: Statista. (2024). Anzahl der polizeilich erfassten Opfer von häuslicher Gewalt in Deutschland von 2018 bis 2022. https://de.statista.com/ statistik/daten/studie/1399524/umfrage/polize ilich-erfasste-opfer-von-haeuslicher-gewalt/ 2024. 1. 16.

4. 가정폭력 대응 정책

첫째, 연방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는 2013년부터 현재까지 ‘여성에 대한 폭력(Gewalt gegen Frauen)’이라는 명칭의 긴급전화(Hilfetelefon) 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긴급전화 상담은 18개 언어로 연중무휴 24시간 무료로 제공되며, 약 100명의 전문 상담사가 초기 상담을 진행한 후 피해자를 현지의 지원 기관으로 안내한다. 또한 전화뿐만 아니라 홈페이지1)를 통한 채팅, 이메일로도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2013 년부터 2023년까지 약 39만 건의 상담이 이루어졌으며, 이 중 약 1만 6,300건의 상담이 외국어로 이루어진 것으로 파악되었다. 2023년부터는 과거의 전화번호인 ‘08000 116 016’을 ‘116 016’으로 단축하고, 15개 유럽연합 국가에서 연결되도록 상담 서비스를 보완하였다(Bundesregierung, 2023).

둘째, 연방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여성의 집(Frauenhaus) 및 여성상담소의 신축, 보수, 확장, 리모델링 등을 추진하는 ‘함께 여성폭력에 대항하여(gemeinsam gegen Gewalt an Frauen)’ 사업에 연방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으며, 해당 기간 전체 1억 7,100만 유로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하였다(BMFSFJ, 2022). 다만 보조금 승인 절차의 지연 등으로 2023년까지 약 7,890만 유로의 보조금만이 투입되었고, 독일 전체에 마련된 여성의 집의 침대 수가 이스탄불 협약(Istanbul-Konvention)2) 이 요구하는 2만 1,000개에 못 미치는 6,800개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되어 보조금 지원 사업에 대한 보완이 요구되고 있다(Tagesschau, 2023).

셋째, 연방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는 2022년 11월 독일 인권연구소(DIMR: Deutsches Institut für Menschenrechte)를 독일 내의 성차별적 폭력을 연구하는 독립 연구기관으로 지정하고, 독일 내에서 발생하는 성차별적 폭력의 동향과 발전 양상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한 데이터를 구축하도록 관련 연구들을 지원하기 시작하였다. 독일 인권연구소는 정책 결정자 및 행정 당국에 대한 이스탄불 협약의 이행과 관련한 권고사항, 성차별적 폭력에 대한 효과적 조치 및 프로그램 개발과 관련된 사항, 피해자의 인권 상황 개선 등에 관하여 2024년 첫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Bundesregierung, 2022). 또한 독일 연방 내무부, 연방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 연방 범죄수사청은 ‘일상의 생활상황, 안전 및 부담(Lebenssituation, Sicherheit und Belastung im Alltag)’이라는 설문조사 연구를 공동으로 추진하여 부부 관계에서의 폭력 경험, 성적 폭력 및 디지털 폭력 경험 등 미신고된 가정폭력 관련 데이터 등을 수집 중이다. 연구는 2만 2,000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진행되며, 2025년 첫 연구 결과 및 이를 근거로 한 가정폭력 방지 전략이 발표될 예정이다(BMI, 2023). 10명의 관련 분야 전문가의 투입, 연구 규모 및 연구 방식, 여성에 대한 폭력뿐만 아니라 남성에 대한 폭력에 관해서도 데이터를 수집한다는 측면에서 유례없는 연구로서 기대를 받고 있다.

5. 나가며

독일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정폭력의 피해 건수가 증가하면서 가정폭력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주목받기 시작하였다. 앞서 살펴본 가정폭력 문제에 대한 독일 연방정부의 정책적 대응의 특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연방 내무부, 연방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 연방 범죄수사청 등 관련 정부 부처들의 협력으로 정책적 대응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 부처는 가정폭력에 대한 명확한 개념 및 용어 사용에 대해 협의하고 가정폭력 실태 파악을 공동으로 추진하였으며, 현재 미신고 가정폭력 관련 연구 또한 함께 진행하고 있다. 둘째, 코로나19 팬데믹의 발생 이전에 시행되고 있던 여성폭력 관련 정책들을 보완하였다. 긴급전화 상담을 활성화하고 여성의 집 및 여성상담소에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하여 가정폭력에서 여전히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 피해자의 보호를 강화하였다. 셋째, 가정폭력 관련 연구사업의 추진 및 지원을 통해 객관적인 데이터에 기반한 새로운 정책적 대응을 모색 중이다. 성차별적 폭력 전반에 관한 연구, 미신고 가정폭력과 관련된 설문조사 연구를 통해 가정폭력의 실태를 더욱 명확히 파악하고, 이에 부합하는 정책적 대응을 계획 중이다. 독일의 가정폭력 대응 정책은 앞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사례를 계속 참고하여 정부 부처 간 협력, 예산의 확보 및 투입, 객관적 연구에 기반한 정책 대응 등 한국의 가정폭력 대응에 주는 시사점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Notes

1)

해당 상담 제공 사이트는 www.hilfetelefon.de이다.

2)

정식 명칭은 ‘여성에 대한 폭력과 가정폭력 방지 및 근절을 위한 유럽 이사회 협약(Übereinkommen des Europarats zur Verhütung und Bekämpfung von Gewalt gegen Frauen und häuslicher Gewalt)’으로 독일은 2017년 이 국제 협약을 비준하였다.

References

1. 

BKA. (2023). Häuserliche Gewalt - Lagebild zum Berichtsjahr 2022. Retrieved from https://www.bka.de/DE/AktuelleInformationen/StatistikenLagebilder/Lagebilder/HaeuslicheGewalt/haeuslicheGewalt_node.html 2024. 1. 16.

2. 

BMFSFJ. (2022). Bundesförderprogramm gegen Gewalt an Frauen. Retrieved from https://www.bmfsfj.de/bmfsfj/themen/gleichstellung/frauen-vor-gewalt-schuetzen/bundesfoerderprogramm-gegen-gewalt-an-frauen-190078 2024. 1. 16.

3. 

BMI. (2023). Häusliche Gewalt im Jahr 2022: Opferzahl um 8,5 Prozent gestiegen – Dunkelfeld wird stärker ausgeleuchtet. Retrieved from https://www.bmi.bund.de/SharedDocs/pressemitteilungen/DE/2023/07/lagebild-hg.html 2024. 1. 16.

4. 

Bundesregierung. (2022). Partnerschaftsgewalt bleibt auf hohem Niveau. Retrieved from https://www.bundesregierung.de/breg-de/suche/partnerschaftsgewalt-2145006 2024. 1. 16.

5. 

Bundesregierung. (2023). Eine eindrucksvolle Bilanz. Retrieved from https://www.bundesregierung.de/breg-de/aktuelles/frauenhilfetelefon-2193988 2024. 1. 16.

6. 

Statista. (2024). Anzahl der polizeilich erfassten Opfer von häuslicher Gewalt in Deutschland von 2018 bis 2022. https://de.statista.com/statistik/daten/studie/1399524/umfrage/polizeilich-erfasste-opfer-von-haeuslicher-gewalt/ 2024. 1. 16.

7. 

Tagesschau. (2023). Frauenhäuser: Überbelegt und unterfinanziert. Retrieved from https://www.tagesschau.de/inland/gesellschaft/frauenhaeuser-deutschland-100.html 2024. 1. 16.

9. 

WELT. (2023). Bundesländer melden starken Anstieg bei häuslicher Gewalt. Retrieved from https://www.welt.de/politik/deutschland/article245920514/Nach-Corona-Pandemie-Bundeslaender-melden-starken-Anstieg-bei-haeuslicher-Gewalt.html 2024. 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