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학교 분리(ségrégation scolaire) 대응을 위한 사회적 혼합(mixité sociale) 실험과 시사점

France’s Social Mix as a Way to Fight School Segregation and Its Implications

Abstract

One of the main goals of France’s education policy is to reduce the social inequalities that individuals face in life due to their social backgrounds. School segregation, whether within or between schools, where students are divided based on their socioeconomic status, has long been viewed as hindering equal educational opportunities, exacerbating social inequality, and, as a result, weakening social cohesion. In response, France’s education policy came to take as its goal “social mix” as opposed to school segregation. Since 2016, the French education ministry has experimented with various projects with a view to promoting social mix across middle schools. This year, France is embarking on a 3-year Social Mix Plan, established based on the outcome of these projects and research findings. This article explores social segregation within and between schools in France, as well as the issues and implications surrounding the promotion of social mix as a proposed solution.

초록

사회적 출신이 개인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력에 기인한 사회적 불평등 완화는 프랑스 교육정책의 주요 목적 중 하나이다. 학교 내 또는 학교 간 학생들의 사회경제적 특징에 따른 학교 분리가 교육 기회의 형평성을 방해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켜 결과적으로 사회통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로 대두된다. 이에 학교 분리 완화를 위한 ‘사회적 혼합’이 교육정책의 핵심 목표가 되었고 교육부를 중심으로 2016년부터 중학교의 사회적 혼합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었다. 이 실험 결과와 관련 연구를 토대로 2024년부터 3년간 ‘혼합계획’ 이 추진될 예정이다. 이 글은 프랑스의 학교 간 사회적 분리 문제와 대응책으로서 사회적 혼합 관련 쟁점을 알아보고 사회적 혼합실험의 내용과 결과를 바탕으로 시사점을 제시하였다.

1. 들어가며

개인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기인한 교육 불평등은 여러 국가가 당면한 사회문제지만 프랑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사회경제적 지위가 학생의 학업 성취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국가 중 하나이다(Ministère de l’éducation nationale et de la jeunesse, 2023a; OECD, 2018; 2023, p.166). 유아기부터 고등학교 졸업 시점까지 사회적 출신, 성별, 이주 배경은 프랑스에서 학생의 학업 성과와 진로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이다. 이 중 부모의 사회직업 계층(Catégorie socioprofessionnnelle)을 의미하는 사회적 출신(origine sociale)1) 의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난다(Barasz et al., 2023, p.11). 이처럼 사회적 출신이 개인의 인생에 미치는 상당한 영향력에 기인하는 불평등은 프랑스 교육정책과 관련 분야에서 중요한 연구 대상이 되어 왔다. 특히 중학교에서부터 나타나는 높은 학교 간 사회적 분리(ségrégation sociale) 현상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으며 이러한 분리가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킴으로써 학교가 학생들이 함께 살아가는 것을 배우는 데 장애가 되고 있지 않은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Grenet & Souidi, 2021, p.2). 프랑스 교육정책의 우선순위는 16세 의무교육 종료 시 청년기에 진입하기에 충분한 지식 습득과 사회적 불평등이 한 개인의 유아기부터 전 생애에 걸쳐 미치는 부정적인 결과를 학교 교육을 통해 최소화하는 데 있다(Vie publique, 2018). 따라서 사회적 분리는 모든 학생의 학업적 성공과 교육 기회의 평등이라는 프랑스의 교육적 약속을 방해하는 요소로 인식된다(Ministère de l’éducation nationale et de la jeunesse, 2023b, p.6). 한국 교육복지투자우선지원사업의 모태가 되는 프랑스 우선교육지역정책(ZEP: Politique de la Zone d’Education Prioritaire, 1999년 이후 우선교육네트워크(REP: Réseau d’Education Prioritaire)로 명칭 변경)2)도 1981년 사회적 분리에 따른 교육적 형평성 제고 목적에 따라 학업 실패율이 높고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지역의 학교에 교육 및 교육적 지원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우선교육네트워크 외 사회적 분리에 따른 사회적・지역적 불평등 문제 대응을 위해 프랑스 교육정책에서 대두된 이슈는 학교의 사회적 혼합(mixité sociale)이다. 불평등 문제와 함께 학교 간 사회적 분리가 사회적으로 다른 배경을 가진 또래와의 만남을 방해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사회통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면서 2013년부터 사회적 혼합 관련 논의와 실질적인 제도 설치가 활발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가장 먼저 교육 기회 평등 강화, 교육의 질 향상, 사회적・지역적 불평등 감소, 모든 학생의 학업적 성공 촉진을 목적으로 2013년 ‘공화국 학교 재건법’(Loi de la Refondation de l’école de la République)이 제정되어 사회적 혼합은 공교육의 사명이 되었다. 또한 이 법령에 따라 ‘국립 학교시스템 평가위원회’(Cnesco: Conseil national d’évaluation du système scolaire)3)가 개설되어 교육기관에서 발생하는 사회적・지역적 불평등 및 사회적 혼합 관련 연구와 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Cnesco는 2015년 보고서를 통해 특정 학교에서 사회적 혼합의 부재가 명백하게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지난 40년 동안 프랑스 정부가 이를 측정하기 위한 국가 통계 도구를 개발하지 않고 국민에게 학교에서 나타나는 사회적 분리의 정도를 알리지 않고 있음을 지적하였다(Cnesco, 2015). 사회적 분리 측정체계 부재에 대응하여 국가교육청소년부(Ministère de l’Education nationale et de la jeunesse, 이하 교육부)는 2016년 ‘사회적 지위 지표’()(IPS: Indice de position sociale)를 개발하였고 2016년부터 여러 지역의 공립중학교에서 다양한 사회적 혼합실험을 실시하였다. 프랑스에서 사회적 분리 현상이 가장 심한 파리시는 지방정부 차원에서 이를 완화하기 위해 2008년부터 근거리, 사회적 혼합 및 학교 혼합을 반영한 ‘아플넷’()(Affelnet: AFFectation des Elèves par le NET) 시스템을 고등학교 배정에 도입하였고4) 2017년부터 교육부의 중학교 사회적 혼합실험에 참여하고 있다. 2023년 2월 교육부 장관이던 팝 은디아예는 여전히 프랑스 사회에서 출생 시의 불평등이 학교 교육을 통해 수정되거나 완화되지 않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학교 내 사회적 혼합을 더욱 촉진하는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그중 하나로 파리시의 ‘아플넷’ 시스템의 기타 지역으로의 확대가 논의되고 있다. 사회적 혼합실험의 긍정적인 결과에 근거하여 2023년 5월 11일 교육부 장관은 ‘혼합계획’(plan mixité)을 발표하였다. 이에 따라 프랑스 정부는 정책적으로 학교의 사회적 혼합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글은 정부와 교육부, 언론, 관련 기관의 통계 및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프랑스 교육정책에서 학교 간 사회적 분리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사회적 혼합이 주요 교육 목표가 된 일련의 과정에서 나타난 쟁점을 알아본다. 또한 프랑스에서 실시된 사회적 혼합실험의 내용과 결과를 토대로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2. 학교 분리 및 사회적 분리에 대한 쟁점

가. 중학교에서 나타나는 학교 간 사회적 분리

학교 분리(ségrégation scolaire)는 학교 내 또는 학교 간 사회경제적 특징에 따라 인구가 분리되는 과정이나 분리된 상태이다. 이러한 과정은 특정 학교나 동일 학교 내 특정 학급에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거나 낮은 학생들이 몰리게 함으로써 약한 사회적 혼합을 초래한다(Fisné-Koch, 2023). 프랑스 사회학자 장폴 파예트는 학교 분리를 “학생들의 물리적・사회적・상징적 분리의 상태이자 과정으로 학생들을 그들 자신의 특성이나 지역적 상황에 따라 구분하는 것”으로 정의한다(Payet, 2002, p.39). 사회적으로 취약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특정 학교에 집중되는 것은 가족 환경이 개인에게 미치는 직접적인 결과를 넘어 학업 성취에도 장애가 될 수 있다.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교육 환경을 보장하지 않는 것 외에도 사회적 분리는 사회통합과 공통의 시민 문화 형성에 위협으로 여겨진다(Boutchenik et al., 2018).

사회적 분리와 관련된 연구들은 학생의 사회적 출신에 따른 학교 분리 측정에 관심을 두고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기반으로 학생의 사회적 출신을 정의하고 있다(Réseau RECI, 2021, p.4). 프랑스 전체 중학생의 80%를 포괄하는 공립중학교에서 두드러지는 사회적 분리 현상은 ‘사회적 지위 지표’(IPS)를 통해서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사회적 분리 측정 도구로서 개발된 IPS는 부모의 ‘직업 및 사회적 범주’(PCS: profession et catégories sociales)를 토대로 학생의 사회・경제・문화적 지위가 학업 성취에 미치는 영향, 학교의 사회적 수준, 학교 내 사회적 분리 수준 등을 양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사용된다(Ministère de l’Education nationale et de la jeunesse, 2023c).5) 2022년 기준 IPS는 45점에서 185점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개인 IPS 점수가 높을수록 좋은 사회적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학생들의 IPS 평균을 통해 학교의 IPS를 계산하여 학교 간 사회적 지위를 비교할 수 있고 학교의 ‘사회적 이질성(다양성) 지수’(Indice d’hétérogénéité sociale)는 해당 학교의 IPS 표준 편차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IPS 표준 편차가 높을수록 해당 학교 내 학생들의 사회적 배경이 다양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2022년부터 부모 모두의 PCS가 파악되지 않는 학생은 표준 편차 산정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프랑스의 중학교는 크게 공립중학교와 사립중학교로 나누어지며 공립중학교는 우선교육네트워크 중학교와 그 외 공립중학교로 분류된다. 2022년 플러스우선교육네트워크(REP+) 중학교의 평균 IPS는 74로 우선교육네트워크 외 공립중학교 평균 IPS인 106과 큰 차이가 있다. 거의 모든 REP+ 중학교와 REP 중학교의 75%는 IPS가 90 미만이었으나 IPS가 90 미만인 일반 공립중학교는 8%에 불과했다. [그림 1]은 학교별 IPS 평균 점수로 우선교육네트워크 중학교와 그 외 중학교 사이, 사립과 공립중학교 사이의 사회적 분리 양상을 잘 보여 준다. 공립중학교 학생 10명 중 4명은 사회적 지위가 낮고 2명은 사회적 지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전체 공립중학교의 10%에서 10명 중 6명 이상은 사회적 지위가 낮은 데 비해 가장 부유한 지역 공립중학교의 10%에서는 10명 중 2명만 사회적 지위가 낮았다. 반대로 사회적 취약지역의 공립중학교에서 사회적 지위가 높은 학생은 10명 중 1명인 데 비해 부유한 지역 공립중학교에 다니는 학생 10명 중 4명은 사회적 지위가 높았다(Ministère de l’éducation nationale et de la jeunesse, 2023b, p.6). 이처럼 학교 종류에 따른 사회적 지위의 차이는 지역적 요인에 따라 더욱 양극화되어 나타난다. 더불어 중학교 IPS 점수와 학생의 학업 성취도 사이의 관계에서도 IPS 점수가 낮은 학교일수록 불어와 수학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의 비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Ministère de l’éducation nationale et de la jeunesse, 2023b,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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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2022년 프랑스 중학교 종류에 따른 평균 사회적 지위 지표(IPS)
GSSR-28-1-66_F1.tif

자료: Ministère de l’éducation nationale et de la jeunesse. (2023b), Mobilisation en faveur de la mixité sociale et scolaire dans l’enseignement, p. 8.

나. 사회적 분리의 원인

파리, 보르도, 클레르몽페랑의 중학교 사회적 분리 수준에 대한 프랑스 통계청(INSEE: Institut national de la statistique et des études économiqes)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프랑스 중학교에서 관찰되는 사회적 분리는 크게 거주지 분리와 가족의 사립학교 선택이라는 두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Boutchenik et al., 2018). 가장 먼저 주민들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구별되는 거주지 분리는 근거리 학교 배정시스템을 통해 학생들 간 사회적 분리를 강화한다. 현 학교 배정시스템은 1963년 전국적으로 동일한 학교 교육과 서비스의 제공과 사용자의 거주지 기반 배정의 두 가지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를 통해 사회적 취약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다시 지역 내 ‘불리한’ 중학교에 다니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부유층은 ‘좋은’ 중학교가 있는 동네로 유도되는 결과를 낳는다. 근거리 지역 외 학교 선택도 가능한데, 이러한 가능성은 주로 사회적 출신이 좋은 가정에 열려 있으며 프랑스의 사립중학교에서 이러한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실제로 중학교 배정에 있어서 가족의 선택은 중학교 1학년(6e)6) 입학 시 학생 사이의 사회적 분리를 크게 증폭시키는 두 번째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양한 사회・경제적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 공존하는 지역의 경우, 거주지 기준 중학교 배정을 따르면 학교 간 사회적 분리의 정도가 낮아질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이 지역에서 나타나는 사회적 분리의 증가는 주로 사립 교육을 선호하는 특정 가족의 선택에 기인한다. 동일 지역에서 사립중학교와 공립중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사회적 출신이 크게 다르다는 점이 이러한 사회적 분리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반대로 배정 지역 이외의 공립중학교를 선택한 경우, 학교 간 사회적 분리의 증가는 미미하게 나타났다. 이는 해당 학생이 자신이 속한 지역과 다른 사회적 배경을 가진 경우 궁극적으로 중학교에서 다양한 사회적 배경을 가진 친구들과 어울리게 되어 사회적 혼합에 유리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프랑스 대도시에서 심각하게 나타나는 사회적 분리는 주거지를 기준으로 배정받는 공립중학교보다 거주지 또는 다른 지역의 사립중학교를 선호하는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가진 부모의 선택이 많은 부분 기여하고 있다. <표 1>은 이러한 파리의 사회적 분리 양상을 잘 보여 준다.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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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부모의 사회적 지위와 취학 중학교 종류에 따른 중학교 1학년 학생 분포(파리, 2015)
(단위: %)
거주지역 공립중학교 거주지역 외 공립중학교 사립중학교 전체 학생
최상위 40.0 38.7 72.7 49.7
상위 7.9 8.4 6.8 7.6
중간 26.4 26.7 16.3 23.3
하위 25.8 26.2 4.2 19.3

주: 부모의 사회적 지위는 부의 사회직업군을 기준으로 하였고 파악이 되지 않는 경우, 모를 기준으로 하였음. 최상위 직종에는 고 위 관리자, 연구직, 전문직 자영업자(의사 등), 10명 이상 직원을 둔 기업 경영자와 교사 등이 포함되고 상위 직종은 교사를 제 외한 중간직으로 기업의 행정 및 상업의 중간 직종(비서, 회계사 등), 보건과 사회복지 직종(간호사, 약사, 물리치료사, 사회복 지사 등) 등을 포함함. 중간 직종에는 일반 임금노동자, 농부, 장인, 상인 등이 있고 하위 직종은 노동자, 실업자 및 비경제활동 인구와 은퇴자를 포괄함.

3. 학교 내 사회적 혼합실험과 결과8)

사회적 혼합은 학교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회・경제적 특성을 가진 학생들의 비율을 의미하며 부모의 직업과 사회적 범주, 이주 배경 모두를 포함하는 개념이다(Observatoire des inégalités, 2022). 2000년대 초반 사회적 혼합은 도시, 외곽, 농촌 지역 간 지역적 교육 격차가 야기한 학생들의 학습 격차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기되었다(Cnesco, 2015, p.3). 이후 2013년 ‘공화국 학교 재건법’ 재정으로 사회적 혼합은 학교 현장에서 갈수록 심해지는 사회적 분리 문제 대응을 위한 공교육의 사명 중 하나가 되었다. 이에 2015년 교육부는 교육기관 사이의 사회적 분리 감소를 통한 기회의 평등 증진과 학교 내 다양한 사회적・또래 관계의 발전을 통한 사회적 통합 촉진의 두 가지 정책적 목표를 가지고 중학교의 사회적 혼합실험에 착수하였다. 사회적 혼합실험을 원하는 지역 교육감, 지역 교육구, 지방정부와 교육기관이 동원되어 지역 상황에 맞는 혼합 장치를 2016년 또는 2017년부터 도입하여 3년간 시행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국가교육학술위원회(Conseil scientifique de l’éducation nationale)와 교육부는 사회적 혼합 장치가 학교의 사회적 구성과 학생에게 미친 영향을 분석하여 2023년 4월 보고서 ‘중학교의 사회적 혼합: 프랑스에서 실시된 실험의 첫 번째 결과’를 발표하였다. 세부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가. 사회적 혼합 측정을 위해 사용된 지표

부모의 ‘직업 및 사회적 범주’(PCS)를 ‘매우 높은 PCS’, ‘높은 PCS’, ‘보통 PCS’, ‘낮은 PCS’의 4개로 분류하여 중학교의 사회적 혼합 수준을 측정하였고 ‘매우 높은 PCS’와 ‘높은 PCS’는 사회적 지위가 높은 집단으로, ‘보통 PCS’와 ‘낮은 PCS’는 사회적 지위가 낮은 집단으로 분류하였다. 중학교의 사회적 혼합 수준은 기준 사회 집단의 학생들이 다른 사회 집단의 학생들에게 노출된 비율을 계산하여 측정하였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학생이 사회적 지위가 낮은 학생에 노출되는 비율은 사회적 지위가 높은 학생들이 다니는 중학교 내 사회적 지위가 낮은 학생들의 평균 비율로 계산하였다. 유사하게 사회적 지위가 낮은 학생들이 사회적 지위가 높은 학생들에게 노출되는 비율은 사회적 지위가 낮은 학생들이 다니는 중학교 내 사회적 지위가 높은 학생들이 차지하는 평균 비율을 의미한다. 특정 지역에서 이 두 가지 노출 비율이 같을 때 사회적 혼합은 최대가 되며 같은 지역 내 중학교 간 노출률이 유사할수록 학교 간 사회적 분리 수준이 낮은 것으로 판단한다.

나. 사회적 혼합 강화를 위해 시행된 다섯 가지 장치

구체적으로 프랑스 내 22개 지역의 56개 공립중학교를 대상으로 사회적 혼합 강화를 위한 다섯 가지 조치가 시행되었다. 각 지역은 2~6개 중학교를 포함하며 중학교당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장치를 선택하도록 하였다. 첫 번째, 근거리에 위치하지만 학생들의 사회적 구성이 대조적인 중학교들을 통합한 ‘다중중학교’(multi-collège) 지역을 선정하여 ‘조정된 학교 배정’(choix scolaire régulé) 절차를 시행하였다. 통합된 중학교 중에서 학생이 선호 순위를 제출하도록 하였고 사회적 혼합이 반영된 알고리즘에 따라 학교 배정이 이루어졌다. 두 번째로 일부 다중중학교 지역에는 조정된 학교 배정 절차 없이 ‘교대 상승’(montée alternée) 원칙에 따른 배정이 이루어졌다. 두 개의 중학교가 있는 한 지역에서 짝수 해에 중학교 1학년이 되는 모든 학생은 A 중학교에 배정되어 4학년까지 해당 학교에 다니고 홀수 해에 1학년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B 중학교에서 모든 중학교 과정을 마치도록 하는 것이다. 파리시에서는 1・2학년은 A 중학교에, 3・4학년은 B 중학교에 다니게 하는 형태의 ‘교대 상승’이 시행되었다. 세 번째, 중학교의 사회적 구성 재조정을 위한 중학교 배정지역의 수정이 이루어졌다. 예를 들어 우선교육네트워크에서 사회적 취약지역 일부를 제외해 인근의 사회적 배경이 더 좋은 중학교 지역과 통합하여 배정이 이루어지게 하였다. 네 번째, 더 강력한 사회적 혼합을 장려하기 위해 일부 중학교를 폐쇄하거나 신설하였다. 마지막으로 사회적으로 취약한 중학교에 특정 부문(음악, 이중언어, 유럽, 국제 섹션) 모집을 개설하여 학교에 대한 가족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기피 현상을 줄이고자 하였다.

실험에 참여하기로 자원한 교육감, 지방정부 및 학교는 해당 지역의 사회적,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가장 합리적인 조치를 선택해 실행하였다. <표 2>는 실험에 참가한 도시들이 선택한 사회적 혼합 강화 조치를 보여 준다. 사회적 혼합 장치 시행 전 중학교 내 사회적 구성 측정이 이루어졌고 지역 내 중학교 간 사회적 구성이 매우 유사하여 다양성 증가 가능성이 낮은 지역은 사회적 혼합이 학생에게 미친 영향을 평가하기에 적절치 않은 것으로 판단되어 추가 조사에서 제외되었다. 반대로 지역 내 중학교 간 사회적 구성이 대조적이어서 다양성 증가의 상대적 잠재력이 높은 지역에서 추가적인 설문조사가 진행되었다. <표 2>에서 진하게 표시된 지역이 여기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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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
사회적 혼합 촉진을 위한 행동 유형화
중학교의 매력 제고 학교 배정지역 재설정 학교 폐쇄/설립 다중중학교: 조정된 학교 배정 절차 다중중학교: 교대 상승
1. Brest
2. Toulouse
3. Montpellier
4. Redon
5. Saint-Malo
6. Rive-de-Gier
7. Roanne
8. Nancy-1
9. Briey
10. Lunéville
11. Nancy-2
12. Arras
13. Clermont-Ferrand
14. Strasbourg-1
15. Strasbourg-2
16. Bischwiller
17. Paris 18-1
18. Paris 18-2
19. Paris 19
20. Paris 17
21. Castres
22. Noisy-le-Grand
합계(전체 집단)
지역 5 8 4 9 2
중학교 15 24 16 22 4
합계(설문조사 집단)
지역 수 4 4 4 3 1
중학교 수 12 12 16 10 2

주: 진하게 표시된 지역 중학교는 사회적 혼합이 학생에게 미친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추가적으로학생 대상 설문조사가 이루어진 곳임.

자료: Grenetet al. (2023). Mixité sociale au collège: premiers résultats des expérimentation menées en France, p. 4.

다. 사회적 혼합실험 결과

사회적 혼합 조치들의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실험집단과 사회적 구성 및 학업 성취도가 유사한 통제집단을 선정하여 사회적 혼합이 학교의 사회적 구성과 학생에게 미친 영향을 비교・분석하였다. 최종 표본은 44개 지역의 112개 중학교로 22개 지역 56개 중학교가 각각 실험집단과 통제집단에 포함되었다.

첫 번째, 사회적 혼합 촉진이 사회적 구성에 미친 영향은 ‘상대 집단 학생에 대한 노출률’을 통해 분석되었다. 실험집단 모두에서 사회적 혼합 장치가 시행된 2017~2021년 노출률은 큰 수치는 아니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으로 증가함으로써 사회적 혼합의 개선을 보여 주었다([그림 2]). 학교 간뿐만 아니라 학급 간 사회적 구성의 측정에서도 시행된 조치들이 학교 내부에서 학급 간 분리를 강화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혼합 조치를 회피하기 위해 사립학교나 배정지 이외 중학교를 선택하는 가구의 수도 크게 증가하지 않았는데 이는 사회적 혼합에 대한 가족들의 좋은 인식과 사립학교를 선택하거나 반대로 공립학교로 돌아온 숫자 사이의 균형으로 설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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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사회적 혼합이 학교의 사회적 구성에 미친 영향(112개 학교 대상)
GSSR-28-1-66_F2.tif

자료: Grenet et al. (2023). Mixité sociale au collège: premiers résultats des expérimentation menées en France, p. 5.

조치 시행 전 사회적 구성 차이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집단에서는 ‘노출률’의 증가 폭 또한 적었으나 사회적 구성의 차이가 컸던 20개 지역의 65개 중학교(실험집단 33개, 통제집단 32개)에서 사회적 혼합 조치의 결과는 매우 다르게 나타났다([그림 3]). 혼합 조치 시행 3년 후 사회적 지위가 낮은 학생의 사회적 지위가 높은 학생에 대한 노출률은 실험집단에서 32%, 통제집단에서 15%였고 반대의 경우 각각 49%와 30%로 나타났다. 사회적 지위가 낮은 학생들의 사회적 지위가 높은 학생에 대한 비율은 프랑스 전국 평균인 36%에 가까워졌고 반대의 경우도 전국 평균인 64%에 크게 다가간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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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사회적 혼합이 학교의 사회적 구성에 미친 영향(65개 학교 대상)
GSSR-28-1-66_F3.tif

자료: Grenet et al. (2023). Mixité sociale au collège: premiers résultats des expérimentation menées en France, p. 7.

두 번째로 사회적 혼합의 증가가 학생 개인에게 미친 영향에 대한 조사는 학급당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낮은 학생 최소 10명이 상대 집단에 노출되는 비율이 15% 포인트 이상 증가할 가능성이 있는 20개 지역의 65개(실험집단 10개 지역의 33개, 통제집단 10개 지역의 32개) 중학교로 제한하여 이루어졌다. ‘학업 영역’과 ‘비학업 영역’으로 나누어 중학교 1학년과 3학년 학기 말에 실시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분석되었다. 학업 지표는 학교 성적과 연구팀에서 실시한 불어와 수학 학력평가 점수로 평가되었는데 사회적 혼합 장치는 사회적 지위의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모든 집단 학생들의 학업 성취에는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았다. 행동 관련 지표는 결석, 지각, 체벌 관련 정보를 토대로 분석되었으며 사회적 지위에 따른 실험집단과 통제집단 간 유의미한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들은 사회적 혼합의 증가가 학생 개인의 학습, 성적, 행동과 같은 ‘학업 영역’에는 크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반면 사회적 혼합의 개선은 사회적 지위가 낮은 학생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위가 높은 학생 모두의 개인적 복지, 사회적 복지 및 사회적 태도와 같은 ‘비학업 영역’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학생들은 학문적 자부심, 낙관주의, 교우 관계 및 연대에 있어서 더 긍정적인 태도를 나타냈고 사회적 지위가 낮은 학생들 또한 낙관주의의 증가, 학교 환경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학교에서 느끼는 안정감의 증가, 더 나은 교우 관계 및 협력 성향이 보고되었다.

라. 사회적 혼합을 위한 정책적 개입: 혼합계획

이러한 사회적 혼합실험의 긍정적인 결과와 관련 연구들을 토대로 2023년 5월 11일 교육부 장관 은디아예는 단계적인 ‘혼합계획’(Plan mixité)을 발표하였다. 혼합계획은 2027년까지 학교 간 사회적 분리를 20% 감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이를 위해 관련 행위자 총동원, 성공적인 사회적 혼합정책 기타지역으로의 확대, 5년 내 사립학교의 장학생 등록률 두 배 증가 등을 구체적인 목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혼합계획의 성공을 위한 사립학교의 적극적인 참여가 강조되면서 교육부와 계약 관계에 있는 가톨릭 사립학교(écoles sous contrat)는 일괄적인 등록비 대신 가구의 소득에 따라 조정된 등록비를 부과하는 학교의 수를 향후 5년 동안 최소 50% 늘리도록 하는 의정서를 체결하였다(Ministère de l’éducation nationale et de la jeunesse, 2023b, p.19). 따라서 저소득 취약계층 가구는 더욱 적은 등록금을 지불하고 자녀를 사립학교에 보낼 가능성이 생겼다.

혼합계획은 2024년부터 단계적으로 3년 동안 시행될 예정으로 교육감(recteur)을 중심으로 대화・협의・관리를 위한 ‘사회적 혼합 교육협의체’(instance académique de conceration pour la mixité sociale)를 지역 교육구(académie)에 설치해야 하고 사회적 혼합을 위한 수치화된 목표를 넘어서 지역 전체 생태계를 동원하는 전략의 방향과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2023년 5월 11일 혼합계획 착수와 함께 2023년 5월부터 지역 교육구 협의체의 자체적인 로드맵 설정, 12월 지역별로 시행된 조치 현황 공유와 국가의 모니터링 시작을 위한 전국 교육구 협의체 모임이 계획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2024~2027년 구체적인 사회적 혼합을 위한 장치들이 전국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특히 학교의 사회적 혼합 문제는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기대되어 온 ‘도시정책 우선지역’(QPV: Quartiers prioritaires de la politique de la ville)9)의 주거혼합(mixité résidentielle) 문제와도 맞물린 중요한 과제이다. 동시에 프랑스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공립학교와 사립학교에 대한 편견과의 싸움이자 사회적 혼합이 궁극적으로 모든 아동에게 최상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실질적인 증거를 부모들에게 보여야 하는 매우 중요한 사항으로 인식되고 있다(Ministère de l’Education nationale et de la jeunesse, 2023b, p.11). 사회학자 아지즈 젤랍은 “사회적 지위가 높은 계층과 낮은 계층의 분리는 학업 과정, 교육 및 문화 접근성뿐만 아니라 국가에 대한 소속감과 공동체 의식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영유아 교육기관에서부터 존재하는 사회적 혼합은 학생 개인의 학습 능력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함께 공존하는 것을 배우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학교는 사회화 및 지식 전달 기능을 강화하여 다양한 사회적 배경의 학생들을 하나로 모아 모든 학생의 욕구를 고려해야 하고 교육기관의 틀을 뛰어넘는 적극적인 정책 없이는 학교 내 다양성을 이룰 수 없다”(Observatoire des inégalités, 2022)며 국가 주도 사회적 혼합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5. 나가며

프랑스의 학교・사회적 분리 현상은 지역 구분화(sectorisation)에 따라 생산된 특정 지역의 사회적 특성, 학교마다 다른 교육의 질, 더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학교를 선호하여 특정 학교를 피하려는 전략, 사립학교 선호 등 다양한 요인들에 기인한다(Paris, 2022). 이에 정부는 학생의 사회적 출신과 학업 성취 사이의 강한 상관관계로 인한 불평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사회적 혼합을 강조하고 이를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개입을 수행하고 있다. IPS 개발을 통해 학교 내 사회적 분리 현상을 계량화하였고 분리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책을 모색하기 위한 다양한 사회적 혼합실험을 시행하였다. 프랑스의 사회적 혼합실험의 결과는 국가의 적극적인 정책에 따라 학교 내 사회적 지위가 높고 낮은 학생들이 섞이는 게 가능하다는 것뿐만 아니라 도입된 정책들의 효과성을 보여 준다. 사회적 혼합은 자아 인식 및 타인과의 사회적 관계의 질에 대한 인식, 공동체 활동과 연대에 대한 태도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줌으로써 개인 및 사회적 복지의 향상에 기여하였다. 비록 교육부 장관의 바람대로 사회적 지위가 낮은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단기간에 향상되지는 않았지만, 혼합실험이 시작되었을 때 특정 여론이 염려했던 것처럼 사회적 지위가 높은 학생들의 학업 성과에 위협이 되지 않았고 사립학교로의 회피도 증가하지 않았다(Grenet et al., 2023, p.10). 한편 파리시에서 시행된 ‘다중중학교’ 실험에서는 2008~2016년 47~67%였던 참여 중학교의 졸업시험 패스율이 89%로 상승하여(Bonnin, 2023) 학업 성취 면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학교 내 사회・문화적 다양성 수준이 높은 국가들이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Program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ement) 수학 부문에서 가장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는 점에서 ‘동료 효과’(peer effect)를 통한 사회적 혼합의 긍정적인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Council of Europe, 2017, p.13). 또한 파리시와 같이 근거리에 매우 다른 사회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사는 경우 ‘다중중학교’ 장치가 사회적 혼합을 촉진하여 학생의 학업・비학업 측면 모두에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Grenet et al., 2021, p.8). 동시에 지역이 가진 지리・사회적 특징에 따라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사회적 혼합 장치가 다를 수 있음을 보여 준다. 3~4년의 제한된 기간에 시행된 실험의 결과이기 때문에 사회적 혼합이 학생들의 진로와 삶의 경로에 장기적으로 미친 영향들에 대해 평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 실험은 학교 내 사회적 혼합의 증가가 개인적・사회적 복지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강조함으로써 사회적 혼합이 프랑스 사회의 더 나은 사회통합을 촉진하는 장치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이는 수치적인 혼합을 넘어서 실질적인 혼합을 이루게 하는 장치로서 학교 내 사회적 혼합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한국은 유럽과 북아메리카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학교 분리 수준이 낮지만(유지은, 2016)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학업 성취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고(박창남, 도종수, 2005; 신명호, 2010; 최지은, 2022. 1. 3.) 이에 따른 학교 분리가 강하게 작동한다(김혜원, 2017). 따라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학교 분리 문제와 이를 완화하기 위한 프랑스의 사회적 혼합실험은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

첫째, 한국 사회에서 특수하게 나타나는 학교・사회적 분리 요인과 분리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대학 서열과 치열한 입시 경쟁, 자사고와 특목고가 존재하는 한국은 대학 평준화로 인해 사교육이 거의 없고 일반고 중심인 프랑스와 매우 다른 교육 환경을 가지고 있다. 더불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불평등한 사회 양극화에 따른 교육 격차가 계급 격차로 이어지는 한국 사회(남인숙, 2011)의 교육기관에서 나타나는 사회적 분리는 특수한 형태일 것으로 예상된다. 학교 분리가 교육적 불평등을 심화하는 주요한 요인임을 고려할 때 IPS와 같은 도구를 개발하여 지역별, 학교별로 학생 개인과 학교의 사회적 분리 수준을 측정 및 비교하는 작업도 유용할 것이다. 둘째, 프랑스의 사회적 혼합실험은 학교 내 혼합의 증가가 학생의 사회적 지위와 관계없이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사회적 혼합이 아직은 한국에서 생소한 주제이지만 사회경제적 양극화 상황과 저출산 문제로 인한 이주 정책의 변화, 이주 배경을 가진 아동・청소년들의 증가를 경험하고 있는 한국에서 사회적 혼합정책이 사회적 분리로 인한 교육적 불평등을 완화하고 사회적 통합에 이바지하는 실효성 있는 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계와 정책 입안자들의 더 많은 관심이 요구된다. 셋째, 학교 내 사회적 혼합 논의가 진행되고 사회적 혼합실험을 거쳐 ‘혼합정책’ 실행에 이르는 빠른 진행은 프랑스 공교육의 발전에 기인한다. 사회적 혼합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공교육 제도의 변화와 발전을 통한 개입이 이뤄지려면 공교육에 대한 신뢰와 공교육의 영향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교육적 형평성을 높이는 국가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한국의 공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Notes

1)

프랑스에서 사회적 출신(origine sociale)은 ‘사회직업 계층’(catégorie socioprofessionnelle)의 의미를 지닌다. “사회직업 계층은 교육 수준, 소득 수준, 임금 근로자 또는 자영업자, 보유 자산, 거주지 계층 내 지위 등과 다양하게 연관된 사회적 속성들의 집합”이자 “직업 분야와 직업 지위의 구분, 교육 수준과 고용의 상관관계를 통해 사회적으로 식별되고 인정되는 개념”(Héran, 1996, p. 37)이다.

2)

프랑스의 우선교육지역정책은 공립 유・초등학교(école)와 공립중학교(collège)를 대상으로 하며 플러스우선교육네트워크(REP+)와 우선교육네트워크(REP)로 구분된다. REP+는 학생의 학업 성취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어려움이 가장 집중된 고립 지역을 지칭한다. REP는 학교 구성원이 사회적으로 조금 더 다양하지만 우선교육네트워크 외 학교보다 사회적으로 취약한 지역의 학교로 우선교육정책의 혜택이 주어진다. 2023년 기준 1,093개의 우선교육지역이 존재하며 731개 중학교와 4,136개 유・초등학교가 REP에, 362개 중학교와 2,459개 유・초등학교가 REP+에 속해 있다. 총 170만 명 이상의 학생이 우선교육네트워크 사업을 통해 다양한 교육적 지원을 받고 있다(Eduscol, 2024).

3)

국립학교시스템평가위원회(Cnesco)는 프랑스 및 국외교육제도, 교육 분야의 연구 결과를 공유하여 학교 내에서 모든 학생의 성공을 위한 정책적 변화를 만들기 위해 설치된 기구이다. 연구계, 교육계 및 공공정책결정자 간 의사소통 공간으로 구축되었다. 교육정책 및 서비스를 분석하고 지원하기 위해 Cnesco는 400명 이상의 국제 연구자 및 전문가 네트워크, 17개의 프랑스 및 해외 대학과 그 외 국제 비교 콘퍼런스와 워크숍에 참여하는 2,200명 이상의 인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Cnesco, 2024).

4)

2021년 개정된 아플넷 시스템에 따라 중학교 4학년(3e) 학생들은 주소지에서 대중교통으로 25분 이내 거리에 있는 공립고등학교 5개에 지원할 수 있으며 거리, 학생의 사회경제적 배경, 중학교의 사회적 지위(IPS), 성적 등의 요소를 고려하여 점수를 합산한 알고리즘에 의해 고등학교 배정이 이루어진다. 이 글에서 자세하게 다루지는 않지만 아플넷 시스템은 파리 공립고등학교의 사회적 혼합에 매우 긍정적인 결과를 내는 효과적인 장치로 평가받고 있다.

5)

프랑스는 2022년부터 교육통계플랫폼에서 공립과 사립 모든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의 평균 IPS를 공개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별, 학교별 사회적 분리 정도를 측정, 비교할 수 있다. https://data.education.gouv.fr/explore/?sort=modified&exclude.keyword=hors+catalogue&exclude.publisher=Minist%C3%A8re+des+Sports&q=IPS 참조

6)

프랑스의 교육과정은 3-5-4-3 학제로 유치원(école maternelle) 3년, 초등학교(école primaire) 5년, 중학교(collège) 4년, 고등학교(lycée) 3년이다. 2019년부터 3세 유치원 과정도 의무교육에 포함되었다.

7)

파리시는 프랑스에서 사회・직업적 배경이 좋은 전문직 고소득층이 주로 거주하고 주택비와 물가 모두 프랑스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모의 사회적 지위가 높은 고소득 가정의 학생이 많이 거주한다. 따라서 프랑스 통계청의 사회직업 범주 기준에서 최상위에 속하는 부모들이 전체 파리 거주 학생의 49.6 %로 나타난다.

8)

사회적 혼합실험과 결과는 국가교육학술위원회(Conseil scientifique de l’éducation nationale)와 교육부의 2023년 4월 결과보고서를 바탕으로 작성하였다. Grenet, Huillery & Souidi (2023) 참조.

9)

도시정책 우선지역(QPV)은 2014년 ‘도시와 도시통합을 위한 계획법’(loi de programmation pour la ville et la cohésion urbaine)의 하나로 이루어지고 있는 국가의 도시정책이다. QPV는 소득과 인구(빈곤층 집중 지역)를 기준으로 한 취약지역 개발 사업으로 ‘도시혁신국립청’(ANRU: Agence nationale pour la rénovation urbaine)이 ‘신도시 재생 국가계획’(Nouveau programme national de renouvellement urbain) 사업을 총괄한다(Agence nationale pour la rénovation urbaine,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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