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어린이 식당’ 동향

Trends in Children's Cafeterias in Japan

1. 들어가며

‘어린이 식당’은 아이들과 그 보호자 및 지역 주민들에게 무료 또는 저렴한 값으로 영양가 있는 음식과 쉼터를 제공하는 일본의 사회적 활동으로, 2016년 이후에 증가하기 시작하여 2022년 기준 전국에 7,331개가 있다(むすびえ, 2023).

일본에서 어린이 식당이 증가하는 배경에는 아동 빈곤 문제가 있다. 일본의 아동 빈곤율1)은 14.0%(OECD, 2020)로 약 265만 명의 아동이 빈곤 상태에 있다(아동 7명 중 1명이 빈곤 상태임). 참고로 같은 시기 한국의 아동 빈곤율은 9.8% 수준이었다.

한국 아동 빈곤율이 일본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아동 빈곤 관련 정책이 일본보다 낫다고 간주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단, 한국의 실질적 빈곤 아동의 규모에 대해서는 조금 더 포괄적이고 통합적으로 파악할 필요성도 제기된 바 있다(류정희, 2020).

여기서 일본의 ‘어린이 식당’ 동향에 주목하는 것은 아동 빈곤에 대하여 화폐소득의 결핍이라는 단일한 차원을 넘어 다차원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문제의식과 함께, 이 사회적 움직임이 아동 빈곤 문제와 동시에 지역 주민의 고독감, 삶의 보람, 유대감과 같은 문제와도 연관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일본 ‘어린이 식당’의 동향은 한국의 사회적경제, 마을공동체, 도시재생과 같은 정책과 관련하여서도 참고가 되는 시사점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2. 본론

가. 어린이 식당의 특징

전국 어린이 식당 지원센터 ‘무스비에’의 유아사 마코토 이사장의 말에 따르면, 어린이 식당의 특징은 그 초창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역 교류 거점’과 ‘아동 빈곤 대책’이라는 두 가지 축이 동시에 있다(湯浅誠, 2018). 즉, ‘지역 교류’와 ‘아동 빈곤 대책’ 중 하나만 목적으로 삼는 것이 아니고, 그 두 가지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특징이 있다.

예컨대 어린이 식당의 효시인 ‘단단 어린이 식당’의 주인 콘도 씨는 채소 가게를 하면서 지역 주민들과 대화하고 아이들의 숙제를 도와주다가, 정신 질환을 앓는 어머니와 함께 사는 어린이의 집에 먹을 것이 바나나 하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어린이 식당’을 시작하였다. 아이들만 갈 수 있는 곳이 지역사회에 거의 없는 상황에서 아이가 혼자 들어와도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장소라는 의미를 담아 ‘어린이 식당’이라는 명칭을 지었다. 그리고 ‘어린이 식당’에 만약 가난한 아이만 들어오라고 한다면 아이들이 들어오기를 꺼릴 것이라고 생각하여 누구든지 들어올 수 있게 하였다(湯浅誠, 2019).

이와 같이 ‘지역 교류 거점’과 ‘아동 빈곤 대책’의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특징을 지닌 어린이 식당이 전국에 7,000개 넘게 확산되고 있다. 이는 전국의 아동관 약 4,700개보다 많으며, 중학교 약 10,000개, 초등학교 약 20,000개에 비춰도 그 확산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나. 어린이 식당의 기능

어린이 식당은 누구나 올 수 있는 공간으로서 개방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가난이라는 낙인 없이 방문할 수 있다. 그리고 세대 간 교류, 부모의 가사・육아 부담 경감과 이야기 나누는 공간 제공 등을 통하여 아동 빈곤 대책과 학대 예방 기능을 하고 있다.

어린이 식당이 계속 늘어나도 그곳이 현금을 지급하는 장소가 아닌 이상, 경제적 빈곤 대책으로서는 한계가 있고, 극도의 빈곤이나 심각한 학대까지 이른 가정에 대해서는 가정방문을 포함한 행정적, 전문적 개입이 필요하다. 하지만 어린이 식당은 그러한 심각한 위기 상황으로 전락하는 것을 예방하는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湯浅誠, 2018).

앞서 어린이 식당이 ‘지역 교류 거점’과 ‘아동 빈곤 대책’이라는 두 가지 특징이 있음을 말하였는데, 유아사 이사장은 ‘지역 교류 거점’ 만들기가 순서상 먼저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지역 주민에게 ‘아동 빈곤 대책’을 물으면 대답하기 난감할 수 있지만, ‘지역 교류 거점’을 만들자고 제안하면 그것은 인구 감소, 고령화 등에 직면하고 있는 지역의 관심사와 일치하므로 공감을 얻을 수 있다. 그다음에 ‘지역 교류 거점’을 만든다면 가급적 빈곤 아동이나 가정도 배제되지 않도록 하자는 순서로 접근할 수 있으며, 현재 어린이 식당은 바로 그와 같은 논리로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다. 어린이 식당의 실태

2021년에 전국 어린이 식당 지원센터 ‘무스비에’에서 어린이 식당 1,367군데를 대상으로 실태조사(むすびえ, 2022)를 하였고, 그 결과 중 몇 가지 내용을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1) 단체 관련 사항(조직 유형, 시작 시기, 주요 목표)

운영 주체의 조직 유형을 보면, 임의단체(시민 활동)가 42.9%로 가장 많았고, 비영리단체(non profit organization, NPO) 법인 16.2%, 개인 13.0% 순이었다(むすびえ, 2022). 이로써 어린이 식당이 자율적, 자립적 활동으로 시작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어린이 식당을 시작한 시기는 2017∼2019년 48.9%, 2014∼2016년 25.2%, 2020년 이후 24.1% 순이었다(むすびえ, 2022). 약 10년 전부터 어린이 식당의 사회적 확산이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주요 목표는 ‘어린이 먹거리 제공’ 88.4%, ‘아이들의 쉼터 만들기’ 83.7%, ‘한 부모 가정 지원’ 59.6% 순이었다(むすびえ, 2022).

2) 참여 관련 사항(참여 조건, 참여 인원수, 개최 횟수, 활동 요일)

참여 조건은 ‘조건 없음(어린이가 아니어도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음)’이 34.6%, 이어 ‘어른에게만 식사 요금을 내게 함’이 33.9%, ‘참여자 모두에게 식사 요금을 내게 함’이 28.6%였다.

어린이 식당 개최 1회당 참여 인원수는 초등학생의 경우, 11∼20명 28.9%, 21∼50명 26.0% 순이었다. 그 외에 미취학 아동, 중고등학생, 성인, 65세 이상 고령자도 참여하였다.

개최 횟수는 ‘한 달에 한 번 정도’가 52.5%, 이어 ‘2주에 한 번 정도’가 20.4%, ‘1주에 한두 번’이 14.0%였다(むすびえ, 2022). 이와 같은 횟수로 미루어 볼 때 자원봉사, 행사적 성격이 짙은 것으로 해석된다.

활동 요일은 ‘토, 공휴일(낮)’이 52.7%, 이어 ‘평일(저녁)’이 42.7%였다(むすびえ, 2022). 이 또한 자원봉사 성격이 짙은 것으로 해석된다.

3) 운영 관련 사항(개최 장소, 지역 활동, 연간 운영비)

개최 장소는 ‘지방자치단체 건물(부지 포함)’ 21.1%, ‘개인 건물(부지 포함)’ 17.1%, ‘임의단체 건물’ 15.0% 순이었다(むすびえ, 2022). 이처럼 부분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협조하는 경우가 있다.

실시하고 있는 지역 활동으로 가장 많은 응답이 ‘세대 간 교류 촉진’ 66.8%였고, 이어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43.7%, ‘대학생 등 지역 젊은이 참여 촉진’ 32.5% 순이었다(むすびえ, 2022). ‘지역 교류 거점’과 ‘아동 빈곤 대책’이 동시에 추구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연간 운영비는 ‘10만∼30만 엔 미만’ 37.2%, ‘50만 엔 이상’ 24.7%, ‘10만 엔 미만’ 21.5% 순이었다(むすびえ, 2022). 이로써 어린이 식당의 활동이 자원봉사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경향을 유추할 수 있다.

3. 나가며

현재 일본의 어린이 식당은 정책적 뒷받침 없이 확산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부분적으로 지자체 차원에서 이를 지원하는 사례도 있다. 양적 확대와 아울러 질적 개선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제시된 바 있다. 즉, (1) 보건위생 환경 정비, (2) 운영 안정화, (3) 체험 메뉴 다양화, (4) 개발 지원 기능 강화, (5) 세대 간 교류 거점 정비를 통한 지역사회에의 공헌 등이다. 그런데 보건위생 환경 개선 등 개별적 어린이 식당의 질적 향상도 중요하지만,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어린이 식당이 지역사회 내에 자리매김하여 필요한 기능을 발휘하고, 주변 기관들과 연계되는 것이다(湯浅誠, 2019).

오세웅 (2021)은 아이들과 먹거리라는 알기 쉬운 주제・아이템을 통한 지역 활성화라는 점에서 ‘어린이 식당’이 지역복지 실천 전략을 배울 수 있는 좋은 사례라고 평가하였다. 또한 어린이 식당은 도움받는 사람과 도와주는 사람이 구분되는 일방적・시혜적 활동이 아니라, 이용자인 어린이뿐만 아니라 운영자와 참여자 모두가 어린이 식당이라는 커뮤니티를 통하여 얻는 것이 있는 호혜적 활동이라고 평가하기도 하였다. 이는 어린이 식당이 지역사회 내 아동 권리 향상을 위한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구은미, 김수정(2021)의 제언으로 부연된다. 또한 김혜인(2017)이 지적한 바와 같이, 그간 공공정책이 육아, 빈곤, 노인, 일자리 문제 등을 개별적으로 파악하고 해결하는 데 집중해 왔다면, 어린이 식당은 그것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관점이 중요함을 시사하는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Notes

1)

여기서 ‘아동 빈곤율’이란 17세 이하 아동 중 ‘중위소득의 50% 미만 소득 가정 아동의 비율’을 의미한다.

References

1 

구은미, 김수정. (2021). 어린이식당 사업의 효과성 연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2 

김혜인. (2017). [일본] 사회의 엄마역할 ‘어린이식당’ 붐. 월간 주민자치, 64, 105-109.

3 

류정희. (2020). 우리나라 아동의 다차원적 빈곤 실태와 정책 과제. 보건복지포럼. 283, 8-21.

4 

오세웅. (2021). 일본, ‘어린이 식당’ 어울림과 참여를 통한 지역복지. https://www.bokjitimes.com/news/articlePrint.html?idxno=30516, 2023. 4. 16. 인출.

5 

むすびえ. (2022). 第1回全国こども食堂実態調査結果のご報告(確定版). https://musubie.org/news/4881/, 2023. 4. 18. 인출.

6 

むすびえ. (2023). 2022年度こども食堂全国箇所数発表(2023年 2月 確定値). https://musubie.org/news/6264/, 2023. 4. 12. 인출.

7 

湯浅誠. (2018). 子どもの貧困 私たちにできること. 自治権いばらき, 132, 1-33.

8 

湯浅誠. (2019). こども食堂の過去・現在・未来. 地域福祉研究, 47, 15-27.

9 

OECD. (2020). Poverty rate(indicator). https://data.oecd.org/inequality/poverty-rate.htm, 2023. 4. 16. 인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