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치매 친화 지역사회 정책’

U.S. Dementia-Friendly Community Initiatives

1. 들어가며: 미국의 치매 현황

인구 고령화는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미국에서는 2020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16.9%로 나타났다. 노인 인구 비율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하여 2050년에는 전체 인구의 22%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National Institute of Health, 2022). 인구 고령화와 더불어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인 치매에 걸리는 환자 또한 증가하고 있다. 2020년 미국 노인 인구 10명 중 1명이 치매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고(약 580만 명), 연령을 구분해서 살펴보면, 65세-74세가 3%, 75세-84세가 17%, 85세 이상이 32%이다. 치매 환자 수는 앞으로 몇십 년 동안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60년에는 치매 환자 수가 1,3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Alzheimer’s disease facts and figures, 2022).

치매는 ‘퇴행성 뇌질환 또는 뇌혈관계 질환 등으로 인하여 기억력, 언어 능력, 지남력, 판단력, 수행 능력 등의 기능이 저하됨으로써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후천적 다발성 장애’(「치매관리법」 제2조)를 의미하며 전두측엽 치매, 루이 소체 치매, 혈관성 치매, 알츠하이머 치매 등의 여러 질환을 포함한다. 미국에서는 치매 질환 중 가장 많은 알츠하이머 치매와 그 외의 치매 질환을 가리켜 ‘Alzheimer’s disease and related dementias(ADRD)’로 명명하는데, ADRD 환자들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자립적 생활이 어려워지고, 이에 따른 의료, 돌봄 비용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다. 2020년 기준 지난 5년간 치매 돌봄에 따른 비용은 28만 7천 달러로, 심장질환(17만 5천 달러)이나 암(17만 3천 달러)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U.S.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2022).

이러한 치매의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영향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치매에 대한 여러 가지 정책을 제시하고 있으며, 미국은 2011년에 치매와 관련하여 국가 차원의 개입을 시작하였다. 2011년 1월에 처음으로 「국가 알츠하이머 프로젝트 법(National Alzheimer’s Project Act, NAPA)」이라는 국가 차원의 전반적인 관리 계획을 발표하였으며, 연방정부 및 보건복지부(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보훈처(U.S. Department of Veterans Affairs), 국립과학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 국방부(Department of Defense) 차원에서 ADRD를 앓고 있는 사람들과 그들의 가족을 위한 연구, 치료개발,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비전과 그에 따른 구체적인 계획을 매년 발표하고 있다. 국가 치매 관리 계획에는 치매를 예방하고 치매 환자와 돌봄자의 돌봄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6가지 핵심 목표가 제시되어 있다. 즉, (1) 2025년까지 치매 예방 및 효과적 치료 (2) 치매 환자와 돌봄자를 위한 서비스의 질 향상 (3) 치매 환자와 돌봄자에 대한 지원 확대 (4) 치매에 대한 인식 개선, 대중 참여 (5) 진행 상황 추적 및 개선 (6) 건강한 노화를 촉진하고 치매의 위험 요소를 줄이기 위한 조치 가속화라는 6가지 차원으로 세부 목표를 설정하였다(U.S.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2022). 아래의 [그림 1]은 치매 질환 경과에 따른 6가지 계획의 개입 지점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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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치매 질환 경과에 따른 국가 계획 개입 지점 흐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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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U.S.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2022). National Plan to Address Alzheimer’s Disease: 2022 Update. https://aspe.hhs.gov/sites/default/files/documents/59cefdd628581b48b2e389891a675af0/napa-national-plan-2022-update.pdf, p.8.

2. 미국의 치매 친화 지역사회 관련 정책

미국의 치매 친화 지역사회 관련 정책은 2011년 국가 치매 관리 계획인 「국가 알츠하이머 프로젝트 법(NAPA)」에서 처음 등장한다. 이 계획에서는 치매 친화 지역사회(dementia-friendly communities)에 대한 직접적인 정의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치매에 대한 지역사회 인식 개선, 대중 참여’를 6개의 핵심 목표 중 하나로 세움으로써 미국의 치매 친화 시도(Dementia friendly Initiatives, DFI) 성장에 기여하였다. 2014년 NAPA 자문위원회에서, 미네소타주에서 진행하고 있는 치매 친화 시도 ‘ACT on Alzheimer’s’ 모델이 소개되었으며, 2015년 백악관 회의(Conference on Aging)에서 미국의 치매 친화 시도 운동이 소개되면서(Office of the Assistant Secretary for Planning and Evaluation, 2016) 이후 미국치매친화협회(Dementia Friendly America, DFA)가 형성되었고 현재 35개 이상의 주가 협회에 속해 있다(Dementia Friendly America, 2021). 보건복지부,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그리고 여러 민간기구 중 대표적으로 USAging으로부터 재정 및 행정 지원을 받고 있으며, 공식적인 치매 친화 지역사회 툴킷(Dementia Friendly America Community Toolkit)을 통해 치매 친화 지역사회를 도모하고 있다.

가. 치매 친화 지역사회 툴킷(Dementia Friendly America Community Toolkit)

미국치매친화협회(DFA)에서는 치매 친화 지역사회를 “지역사회 차원에서 치매 환자에 대한 낙인을 줄이고, 치매 환자의 의미 있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기회를 증가시키는 데에 기여하고, 치매 환자의 요구들을 지원함으로써 치매 환자와 돌봄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고 하였다. 치매 친화 지역사회 시도(Dementia Friendly Community Initiatives)는 개인과 조직들이 긴 시간 동안 지역사회 내 치매 친화 문화를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하는 과정이며, 치매 친화 문화 형성을 위해 치매 친화 지역사회 툴킷(Dementia Friendly Community Toolkit)을 제공하고 있다. 툴킷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먼저, 첫째 단계는 1~3개월 동안 치매와, 치매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 지역사회 내 정기적으로 모일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실행팀을 소집하고, 치매 환자, 돌봄자, 공공과 민간 혹은 비영리 섹터 이해 관계자들이 포함된 5~7명의 실행위원회(Action Team)를 구성한다. 둘째, 약 2~6개월 동안 실행위원회를 중심으로 치매 친화를 위하여 해당 지역사회의 강점과 약점을 명시한다. 실행위원회 아래에 별도로 임시위원회(Ad hoc team)를 구성하여 지역사회의 강점, 약점, 그리고 조치를 취할 우선순위를 파악한다. 임시위원회는 지역사회 요구를 파악할 수 있는 설문지 개발, 설문조사 대상자 선별, 포커스 인터뷰 진행, 설문조사 결과 분석 등을 일련의 타임라인에 맞게 진행하고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한다. 셋째, 1~2개월 동안 설문조사 및 인터뷰 결과를 분석하여 지역사회 요구를 파악하고, 우선적으로 실행에 옮길 목표들을 선정한다. 넷째, 구체적인 커뮤니티 실행 계획[Action Plan(목표, 목표 달성을 위한 활동, 수행 담당자, 일정 포함)]과, 계획 실행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전략을 세운다. 우선순위 목표들을 실행하고 완수할 때마다 정기 모임을 통해 지역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예: 치매 환자, 돌봄자, 미디어 관계자, 자금 제공자 등)과 결과를 공유한다[예: 다양한 누리소통망(SNS) 채널]. 마지막 단계에서는 치매 친화 지역사회를 위한 다양한 사업의 진행과 효과를 측정하고 평가하는 방법에 대한 계획을 만들고(Evaluation Plan), 평가를 진행할 팀(Evaluation Team)을 구성하여 평가할 사업들을 선별하고, 평가척도 및 측정방법에 따라 평가를 수행한 후 평가 결과를 공유한다.

미국치매친화협회(DFA)는 모든 단계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웨비나(webinars)를 진행하며, 온라인이나 유선으로, 혹은 직접 만나서 컨설팅을 제공한다. 또한, 치매 친화 지역사회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활동 사업에서는 지역사회 내 공항, 은행, 법, 교통, 주거, 공공시설, 보건, 도서관, 종교시설, 사업체, 요양시설, 병원 등 다양한 기관, 시설, 단체의 역할이 강조되는데, 각각의 기관, 시설, 단체가 수행할 수 있는 치매 친화 활동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협회 홈페이지에 제시되어 있다. 예를 들어, 사업체에서 진행할 수 있는 활동으로는 직장 내에 치매 환자 돌봄자가 있는 경우, 직원이 돌봄 역할까지 동시에 하고 있음을 팀장, 팀원이 알고 있도록 하고, 해당 직원을 위한 탄력 근무제를 지원하는 것 등이 있다.

나. 위스콘신주 Healthy Brain Initiative(HBI) 프로젝트

위스콘신주는 툴킷을 통해 지역사회 치매 친화 시도를 수행하면서, Healthy Brain Initiative(HBI) 프로젝트 이름하에 치매 친화 지역사회와 관련한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그 사례 중 하나로 Memory Café가 있다. 이는 치매 환자 그리고 그들의 가족, 친구,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일주일에 한 번 혹은 한 달에 두 번 2시간 정도 카페, 도서관, 식당, 박물관, 교회 같은 곳에 모여 소셜 개더링(Social gathering)을 하는 것이다. 프로그램 코디네이터가 존재하며, 코디네이터는 카페를 운영할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하여 교육하고, 자금 운영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매달 활동 계획(모임 날짜, 장소 등)을 온라인상에 게시하고, 모임의 토론을 주도한다. 모임에는 항시 치매에 대한 전문가가 적어도 한 명 참석하고, 모임의 주제는 치매 환자가 경험하는 어려움, 돌봄자의 고립감, 무력감 등 여러 가지이다. 또한 위스콘신주 내 33개의 카운티와 Project Lifesaver라는 지역단체가 협력하여 치매 환자 배회, 실종에 대응하기 위한 민관협력체계를 구축하였다. Project Lifesaver는 법 집행 기관 및 공공 안전 관련 지역사회 단체에 개인의 손목이나 발목에 착용할 수 있는 위치 추적 장비를 보급하여 실종을 예방한다(Wisconsin Department of Health Services, 2022).

3. 나가며

한국에서는 2015년에 발표한 ‘제3차 치매관리종합계획’에서 지역사회 중심의 치매 예방 및 관리를 위한 치매 친화적 환경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치매 극복 선도 중고교, 치매 극복 선도 대학, 치매 파트너즈, 치매 공공 후견 사업, 치매안심마을을 제시하였다. 2020년 ‘제4차 치매관리종합계획’에서는 치매 친화 환경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더욱 확대되어 치매안심마을 사업을 중심으로 ‘치매 환자도 함께 살기 좋은 환경 조성’을 과제로 수행하고 있다. ‘치매안심마을’은 치매 친화 지역사회 구축을 위한 대표적인 사업으로,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치매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고, 치매 환자와 가족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돌봄 부담 경감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 특성에 따라 읍, 면, 동 단위로 조성하는 마을”이라고 규정하였다(보건복지부, 2022). 최근에 치매안심마을과 관련하여 ‘지역 선정→운영위원회 구성→마을 운영→결과 보고→치매안심마을 인증→우수 마을 선정’ 등의 단계에 따른 상세한 지침을 마련하였다(보건복지부, 2022).

미국의 치매 친화 지역사회 정책은 국내 치매안심마을 사업에 몇 가지 시사점을 제시한다. 먼저, 국내 치매안심마을은 전부 정부가 주도하여 각 지방자치단체의 치매안심센터에서 특정 지역을 선정하고, 운영위원회를 구성하여 마을을 운영한다. 미국 역시 지역에 따라 정부가 주도하는 경우가 있지만, 지역의 자원, 치매 인식도, 노인인구 수, 치매 환자 수, 주민의 적극성 등에 따라서 지역사회 내 단체들이 주도적으로 운영위원회를 구성하여 자발적으로 치매 친화 시도를 이어 가기도 한다. 한국도 치매안심마을 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역 특성에 따라 정책 효과성 증진을 위해 정부 주도형 혹은 지역사회 주도형 치매 친화 시도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치매안심마을은 운영위원회가 운영에 어려움이 있을 때 온라인 혹은 대면으로 자문할 수 있는, 미국치매친화협회(DFA)와 같은 민간기구가 있다면, 국내에서 정의한 우수 치매안심마을에 해당하는 마을들의 수가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한국 치매안심마을 운영 지침은 ‘운영위원회 운영, 교육 운영, 치매안전망 구축, 홍보 운영, 프로그램 운영, 안전 환경 조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더 포괄적인 치매 친화 사업을 시도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내 공항, 은행, 교통, 주거, 공공시설, 도서관, 종교시설, 사업체 등 다양한 기관, 시설, 단체들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운영 지침을 공유하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References

1 

보건복지부. (2022). 2022 치매정책사업안내. http://www.mohw.go.kr/react/jb/sjb0406vw.jsp?PAR_MENU_ID=03&MENU_ID=030406&CONT_SEQ=370342&page=1. 보건복지부.

2 

치매관리법, 법률 제17795호, 2020. 12. 29. 일부 개정.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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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ional Institute of Health. (2022). Looking Forward: Opportunities to Accelerate Alzheimer’s and Related Dementias Research. Retrieved from https://www.nia.nih.gov/sites/default/files/2022-07/fy24_alzheimers_bypassbudget.pdf 2023.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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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of the Assistant Secretary for Planning and Evaluation. (2016). Advisory Council April 2016 Meeting Presentation: Dementia Friendly America Program. Retrieved from https://aspe.hhs.gov/collaborations-committees-advisory-groups/napa/napa-advisory-council/napa-advisory-council-meetings/napa-past-meetings/napa-2016-meeting-material/april-2016-meeting-presentation-dementia-friendly 2023.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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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2022). National Plan to Address Alzheimer’s Disease: 2022 Update. Retrieved from https://aspe.hhs.gov/sites/default/files/documents/59cefdd628581b48b2e389891a675af0/napa-national-plan-2022-update.pdf 2023.4.20.

8 

Wisconsin Department of Health Services. (2022). A toolkit for building a dementia friendly communities. Retrieved from https://www.dhs.wisconsin.gov/publications/p01000.pdf 2023.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