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진료보조인력 제도의 동향 및 시사점

Trends and Implications of Medical Assistant Manpower System in Japan

초록

일본 「의사법」은 의사가 아니면 ‘의업’을 할 수 없는 것으로 규정하고, 후생노동성은 ‘의업’을 “반복·계속의 의사를 갖고 의행위를 하는 것”으로 유권해석 하고 있다. 간호사는 ‘진료보조’를 하며, 그 외의 직종은 법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진료보조’를 하는 것으로 구성된다. 일본과 한국 모두 커뮤니티케어와 재택의료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고령사회의 현장은 다양한 의료, 간호, 요양, 돌봄 서비스를 필요로 한다. ‘의료기관’만이 중심이 되고 ‘의사’의 의료 통괄, 지시에 의해서만 의료행위가 허용되는 기존의 체계로는 이러한 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기 힘들다. 일본에서는 2024년부터 의사의 ‘시간 외 노동’에 상한이 부과된다. 이를 위해 진행되는 의사와 진료보조인력 간의 업무 이양 및 공유에 관한 논의를 살펴본다.

1. 들어가며

일본의 의료제도는 대륙법 체계의 법적 토대 위에 있고, 사회보험인 건강보험제도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일본과 일정한 시차를 두고 인구고령화 과정을 경험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법적 토대가 유사한 일본의 제도 동향과 시행착오가 더없이 소중한 참고 사항이 된다.

일본 의료의 법체계에서 ‘의행위’는 의사가 주가 되어 하는 것이고, ‘진료보조’는 간호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간호사 이외의 여러 직종은 법 규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예외적으로 ‘진료보조’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법리 구성이 된다. ‘진료보조’ 그리고 그 전제가 되는 ‘의사의 지시’의 개념과 적용 범위는 의사·간호사를 포함한 다양한 의료 종사 인력의 면허, 자격과 직결되며 이들의 업무와 역할을 규정하게 된다.

인구고령화와 재택의료의 확산에 따라, 그리고 의사의 법적 ‘시간 외 노동’이 2024년부터 축소됨에 따라 직종 간 ‘업무 이양(태스크 시프트)’과 ‘업무 공유(태스크 셰어)’가 최근 일본 의료제도의 주요 정책 이슈가 되었다. 이와 관련해 ‘진료보조’와 ‘의사의 지시’가 다시 주목받았다. 이는 ‘너스 프랙티셔너(nurse practitioner, 진료간호사)’나 Physician Assistant(PA)’ 창설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의 상황도 이와 유사하다.

이 글은 이러한 논의의 배경이 되는 일본 진료보조제도의 법적 구성과 논의 진행 상황을 살펴보고 시사점을 찾기 위한 것이다.

2. 일본 의료제도에서의 진료보조

가. 업무 독점과 명칭 독점

일본의 의료 제공 체계는 「의료법」을 근간으로 하지만, 각 직역을 관장하는 법이 「의사법」, 「보건사조산사간호사법」(이하, 보조간법), 「진료방사선기사법」 등과 같이 개별적으로 마련되어 있다.1) 각각의 법에는 의료 종사 인력의 ‘업무 독점’과 ‘명칭 독점’에 대해 명시되어 있다.2) 「의사법(医師法)」은 제17조에서 “의사가 아니면 의업(医業)을 해서는 안 된다”는 ‘업무 독점’을, 제18조에서 “의사가 아니면 의사 또는 이와 혼동할 만한 명칭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명칭 독점’을 규정하고 있다. 「보조간법」은 제31조에서 “간호사가 아닌 자는 제5조에서 규정하는 업(‘요양상의 돌봄’이나 ‘진료의 보조’)을 해서는 안 된다”는 ‘업무 독점’을 규정하고 있으며, ‘명칭 독점’은 따로 규정하지 않되 업무 독점 위반에 대한 처벌 시에 명칭 사용을 가중처벌 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일반적으로 일정한 자격을 갖추면 명칭 독점을 할 수 있지만, 특정한 업무만 명칭 독점을 하도록 할 때도 있다. 「보조간법」 제29조는 보건사의 명칭 독점은 인정하되 업무 독점은 규정하지 않음으로써, ‘보건사’ 또는 이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지 않으면 보건사 자격을 갖추지 않아도 보건지도 업무를 할 수 있다는 반대 해석을 가능케 한다.

나. 의행위

「의사법」 제17조는 “의사가 아니면 의업을 해서는 안 된다”고만 규정한다. 후생노동성의 통지(厚生労働省, 2005)는 ‘의업(医業)’에서 ‘의’는 ‘의행위(医行為)’이고 ‘업’은 반복·계속의 의사를 갖고 행위를 하는 것을 가리키며 ‘의행위’는 ‘의사의 의학적 판단 및 기술 없이 하면 인체에 해를 끼치거나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행위’라는 유권해석을 제시하고 있다(한편, 간호사도 전문 교육을 받아 일정한 의학적 능력을 갖추고 있으므로 ‘일부의 의행위’는 의사의 의학적 판단하에 간호사도 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여기서 ‘일부의 의행위’에 해당하는 것이 후술할 ‘진료보조’이다).

의행위 보조를 위한 ‘의사의 지시’는 포괄적으로 할 수도 있고 구체적으로 할 수도 있다. ‘포괄적 지시’는 ‘의사가 예측한 환자의 병리학적 변화 범위 내에서 간호사가 환자의 상태에 맞는 간호를 할 수 있도록, 간호사가 할 행동을 의사가 일괄해서 지시’하는 것이고, ‘구체적 지시’는 ‘의행위에 수반되는 다양한 판단을 간호사가 재량으로 할 필요가 없도록, 의사가 가능한 한 자세히 지시’하는 것이다. 포괄적 지시를 하더라도 표준적 프로토콜(구체적인 처치·검사·약제의 사용 등과 그 판단에 관한 기준을 정리한 문서)과 크리티컬 패스(치료·검사·약제의 사용 등을 포함한 상세한 진료 계획) 등의 문서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후생노동성(厚生労働省, 2020)에 따르면, 이러한 지시가 성립하려면 ①가능한 환자의 범위가 명확히 제시되어 있고 ②가능한 병태 변화가 명확히 제시되어 있으며 ③지시 내용(판단의 기준, 처치·검사·약제의 내용 등)이 해당 간호사가 이해할 수 있게 제시되어 있고 ④간호사가 대응 가능한 범위를 넘는다고 판단되면 바로 의사에게 연락해서 지시받을 수 있는 체제가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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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의행위와 진료보조의 관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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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厚生労働省(2020)의 참고자료 2를 수정 보완함.

다. 진료보조

1) 간호사

‘진료보조’는 ‘간호사의 업무로서, 의사의 지시하에 실시하는 의행위’로 해석된다. 「보조간법」 제31조는 간호사만이 ‘진료보조’를 ‘업’으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진료보조가 간호사의 업무 독점에 해당함을 밝히고 있다. 2015년부터 시작된 ‘특정 행위 관련 간호사 연수제도’는 연수를 마친 간호사에게 의사가 미리 지시한 프로토콜에 따라 ‘특정 행위’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보조간법」에서는 ‘특정 행위’를 ‘실천적인 이해력, 사고력, 판단력 및 고도의 전문적인 지식과 기능이 특히 필요한 간호행위’이지만 ‘절차서’에 따라 이루어지는 ‘진료보조’의 하나임을 명시하고 있다. 간호사의 진료보조 행위 중에서 간호사 일반이 할 수 있는 행위인지, 특정 행위에 속하는지는 결국 연수 내용에 따라 구분된다.

초고령사회에 맞는 재택의료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의사의 판단을 매번 구하지 않더라도 일정한 프로토콜에 따라 어느 정도의 진료보조를 할 능력을 갖춘 간호사가 더 필요해졌다. 예를 들어, 시설이나 가정에서 환자의 탈수 정도를 판단해 수액 보정을 할 때마다 의사가 방문해서 확인하고 지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럴 때 그러한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간호사에게 이를 하도록 하는 것이 대안이 된다. 특정 행위 관련 간호사 연수제도는 그러한 행위를 특정하여 표준화하고, ‘절차서’에 따라 그러한 행위를 할 수 있는 간호사를 계획적으로 양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들 간호사는 의사의 ‘포괄적 지시’하에 정해진 프로토콜에 따라 특정 행위를 할 수 있다. 또한 일본에서는 특정 행위 연수를 ‘재택·만성기 영역’, ‘외과 수술 후 병동 관리 영역’, ‘수술 중 마취 관리 영역’, ‘구급 영역’의 4개 영역으로 패키지화하여 특정 간호사의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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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특정 행위 관련 간호사 진료보조 작업의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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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후생노동성(厚生労働省) 홈페이지(https://www.mhlw.go.jp/stf/seisakunitsuite/bunya/0000070423.html)

2) 간호사 외의 직종

일본의 의료 관련 직종에는 ①의사, ②약제사, ③보건사, ④조산사, ⑤간호사, ⑥준간호사, ⑦진료방사선기사, ⑧이학요법사, ⑨작업치료사, ⑩임상검사기사, ⑪시능훈련사, ⑫임상공학기사, ⑬의지장구사, ⑭구급구명사, ⑮언어청각사, ⑯치과의사, ⑰치과위생사, ⑱치과기공사 등 18가지가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보조간법」 제31조의 규정에 따라 기본적으로는 간호사만이 ‘진료보조’ 업무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간호사 외의 직종도 해당 자격법에서 이러한 「보조간법」의 예외를 규정함으로써 ‘진료보조’ 업무를 할 수 있다. 간호사는 진료보조 자체가 고유의 업무이나, 간호사 외의 직종은 진료보조 업무가 개별법에서 정한 범위로 한정되는 것이 차이점이다. 위의 ⑦부터 ⑮까지의 9개 직종은 모두 “○○士(師)3)는, 「보건사조산사간호사법」 제31조 제1항 및 제32조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진료의 보조로서 ○○를 실시하는 것을 업으로 할 수 있다”라는 규정을 갖는다.4) 이들 9개 직종이 진료보조 행위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진료방사선기사의 ‘방사선 조사(照射)’ 행위는 직종 고유의 업무에 해당한다. 이는 진료보조를 고유의 업무로 하는 간호사·준간호사가 방사선 조사 행위를 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3. 진료간호사 및 PA에 대한 논의

일본에서는 2024년부터 의사의 ‘시간 외 노동’이 월 100시간, 연 960시간 이하로 제한된다. 소위 ‘근무 방식 개혁’의 일환이다. 따라서 일본 의료계는 의사의 업무를 다른 직종으로 이양(태스크 시프트)하거나 공유(태스크 셰어)하지 않으면 안 되는 급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사실, 의료 직종의 협력·제휴에 관한 논의는 의정국장 통지인 「의사 및 의료 관계직과 사무직원 등의 역할 분담의 추진에 대해」(2005년 12월)의 공표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근 들어 「새로운 의료 방식을 고려한 의사·간호사 등의 근로 방식 비전 검토회」(2016~17), 「의사 근무 방식의 개혁에 관한 검토회」(2017), 「의사의 일 방식 개혁을 진행하기 위한 태스크 시프트/셰어의 추진에 관한 검토회」(2019~20) 등이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개혁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가. 논의 내용

논의의 핵심은 과중한 의사 업무 중 어떤 것을 어떤 방식으로 다른 직종에 이양할 것인가이다. 논의 과정에서 그 대상으로 ‘초진 시의 예진’, ‘검사 순서나 입원에 대한 설명’, ‘약의 설명이나 복약 지도’, ‘정맥 채혈’, ‘정맥 주사’, ‘정맥 라인 확보’, ‘요도 카테터 유치’, ‘진단서 등의 입력 대행’, ‘환자의 이동’ 등의 항목이 선정되어 관련 단체 청문이 이루어졌다. 논의 결과, 진료보조제도에 해당하는 경우는 ‘특정 간호’를 확대하여 해결하고, 진료보조는 아니지만 의사의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을 진료방사선기사, 임상검사기사, 임상공학기사의 행위는 법령 개정을 통해 추진하거나 추후의 변화를 보면서 이양 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합의되었다(厚生労働省, 2020).

일본에서 ‘너스 프랙티셔너’가 ‘공식적’으로 검토된 것은 내각부 규제개혁회의가 요구하여 이루어진 후생노동성의 「팀 의료의 추진에 관한 검토회」(2009)가 처음이다. 결론은 의사의 ‘포괄적 지시하에 진료보조 행위’를 할 수 있는 ‘특정 간호사’를 활용하는 것이었고, 이는 2014년 「보조간법」에 반영되었다. 그 뒤로 ‘너스 프랙티셔너’에 대한 논의는 ‘특정 행위 연수제도’의 범위 안에서 다루어졌다. 미국의 ‘너스 프랙티셔너’와 같은 새로운 직종을 창설하는 것이 의사의 업무 부담을 경감할 수는 있겠지만, 우선은 특정 행위 간호사 체제를 계속해 가면서 향후의 상황을 보자는 것이었다.

「새로운 의료 방식을 고려한 의사·간호사 등의 근로 방식 비전 검토회」(2016~17)에서는 해외의 사례를 참고하여 ‘Physician Assistant(PA)’의 자격을 신설하고 이들이 간단한 진단과 처방, 외과 수술 보조, 수술 후의 관리 등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동 보고서(厚生労働省, 2017)는 PA 업무의 구체적인 내용에 관한 가이드라인 등을 학회에서 마련해 줄 것을 제안하고 있다. 다만, PA 직종의 창설과 관련해서는 새로운 직종이 ‘의행위’를 하는 데 따른 불안을 해결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므로, 의료기관의 의사가 PA의 지식과 기술 수준을 높여 업무 분담 및 보조 체제를 구축하는 노력을 우선적으로 해야 함이 강조되었다.

의료 현장에서는 직역 간 기능 전환을 둘러싼 쟁점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의료 종사자의 업무 부담을 줄이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인력으로 ‘의사 사무 보조’ 직종이 확산되고 있다. ‘의사 사무 보조자’는 정식 자격은 아니지만, 일본 의사회는 1981년부터 ‘일본 의사회 인정 의료비서’를 양성하고 1983년부터 의료비서 인정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전일본병원협회와 일본의료교육재단은 공동으로 2009년부터 ‘의사 사무작업 보조기능 인정시험’을 실시하여 합격자에게 ‘닥터스 클러크’라는 칭호를 부여하고 있으며, 기능인정진흥협회는 의료사무기능 인정시험을 통해 ‘의사 사무작업 보조자(닥터스 오피스워크 어시스트)’의 자격을 부여한다.

나. 직역별 입장

1) 의사회

일본 의사회는 「의사법」 제17조의 취지에 따를 때, 업무의 이양·공유는 의사에 의한 ‘의료 통괄(Medical Control [MC])’하에 이루어지는 것이 원칙임을 강조한다. 즉, ‘팀 의료’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지만, 여기에는 의사에 의한 의료 통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후생노동성 보고서(厚生労働省, 2017)가 제시하는 PA 업무는 이미 ‘진료보조’를 넘어 ‘간단한 진단 및 처방’ 등을 하는 ‘의업’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반대하고 있다. 미국에서 의사 노동력 확보 차원에서 만들어진 PA 제도는 ‘평등’한 혜택을 전제로 하는 일본의 전국민건강보험에는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너스 프랙티셔너’나 PA와 같이 논란이 큰 새로운 자격제도를 만들기보다는 특정 행위 연수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실질을 추구할 것을 의사회는 강조한다. 이들은 간호사의 의료 현장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간호사가 연수받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의사회의 의견을 반영한 釜萢敏(2018)는 ‘새로운 자격제도를 의료인력 부족의 최종적인 해결책으로 간주하지 말 것’, ‘업무 이양은 기술 영역에 그치고, 진단 및 처방 등의 지식 집약적 업무에는 확대하지 말 것’, ‘정부는 업무 이양을 의료비 삭감의 수단으로 간주하지 말 것’ 등을 선언한 아시아대양주 의사회연합(Confederation of Medical Associations in Asia and Oceania [CMAAO])의 도쿄성명(2011)을 인용하였다.

2) 간호단체

일본 간호협회는 재택의료 확산을 위해서는 의료적 판단이나 행위가 적시에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환자 옆에 있는 간호사의 재량이 확대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이는 의사의 지시 없이도 일정 수준의 진단이나 치료를 재량에 따라 하는 미국의 ‘Nurse Practitioner(NP)’ 자격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日本看護協会, 2015).

미국의 ‘Nurse Practitioner’를 참고로 한 NP 교육과정을 인정하는 업무를 하는 일본간호계대학협의회, 일본NP교육대학원협의회, 일본간호협회는 세 단체 연명으로 2020년 자민당 간호문제소위원회에 「Nurse Practitioner(가칭) 제도의 창설에 관한 요망서」를 제출했는데, 여기서는 ‘의사 지시하의 진료보조’만으로는 국민의 의료 필요(need)에 부응할 수 없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간호협회는 2021년 후생노동대신 앞으로 「2022년도 예산 및 정책에 관한 요망서」를 제출했는데, 여기서는 ‘너스 프랙티셔너’의 자격을 “의사의 지시가 없어도 일정 수준의 진단 및 치료 등을 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3) 그 밖의 단체

거의 모든 단체가 2019~20년의 후생노동성 ‘검토회’에 의견을 제시했다(厚生労働省, 2020). 이 글에서는 지면상 진료방사선기사회, 일본이학요법사(물리치료사)협회의 주장만을 살펴본다.

진료방사선기사회는 현재 의사나 간호사가 담당하는 업무 중 진료방사선기사에게 이양 가능한 업무로, ‘RI 검사 의약품 주입 후의 주사기 뽑기 및 지혈’, ‘CT 코로노그래피 검사 기술’, ‘엑스(X)선 검진 차량 위암·유방암 검진에서 의사의 포괄적 지시에 의한 촬영’을 들고 있다.

일본이학요법사협회는 현재 의사가 담당하는 업무 중 물리치료사에게 이양 가능한 업무로 ‘급성기 병동의 질병별 재활 지시에 관한 운영’, ‘재활 실시 계획 등의 작성과 환자에 대한 설명’, ‘외래 재활 환자에 대한 진찰과 콘퍼런스 업무’, ‘방문재활에서 의사의 진찰 관리’, ‘장애인 종합지원법에 근거한 보장비 비용 지급 제도에 관한 의견서 작성’을, 현재 간호사가 담당하는 업무 중 물리치료사에게 이양 가능한 업무로는 ‘병동 입원 시의 환자 평가’, ‘병동의 환경 조정과 환자와 가족 지도’를 들었다.

4. 건강보험 수가에서의 변화

일본 건강보험에서 수가(일본에서는 이를 ‘진료보수’라고 함) 개정은 2년에 한 번씩, 개선 중점 분야만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5) 가장 최근의 수가 개정이었던 2020년 진료보수 개정의 중점 사항 중 하나는 ‘의료 종사자의 부담 경감과 근로 방식 개혁’이라는 과제를 담아내는 것이었다. 바로 앞에서 논의한 의사 업무의 이양·공유를 반영하는 것이다.

일본 건강보험 수가에는 ‘종합입원체제 가산’이 있는데, 이 가산을 받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이 ‘의료 종사자의 부담 경감 및 처우 개선을 지향하는 체제’에 해당함을 보험자에게 보고해야 한다. 2020년 개정에서는 이 보고에 ‘특정 행위 연수 수료자’ 수를 기재하도록 하였다. 특정 간호사 투입을 장려해 의사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도이다. 또한 업무의 이양과 공유를 통한 팀 의료 차원에서 마취 의사의 행위 중 일부를 특정 간호사가 해도 수가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되었다.

2020년 개정에서는 또한 ①상근 환산 방식 수정(주 3일 이상 근무하면서 주 22시간 이상 근무를 하는 복수의 비상근 직원을 조합한 상근 환산), ② 상근 환산으로도 배치 가능한 항목 확대(대상이 되는 항목: 완화케어 진료 가산, 영양 서포트 팀 가산, 감염 방지 대책 가산 등) 등이 있었다. 이는 의사를 포함한 의료 종사자의 근무 방식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의사 업무의 이양·공유 차원에서 볼 때, 2008년의 진료보수 개정에서 도입된 ‘의사 사무작업 보조 체제 가산’도 큰 의미가 있다. 의사의 지시하에 의료 문서 작성 대행 등의 사무작업을 하는 요원으로서 ‘의사 사무작업 보조자’라는 직종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후생노동성의 문서인 「의사 및 의료 관계직과 사무직원 사이의 역할 분담의 추진에 대해」는 이 직종의 역할로 서류 작성(진단서, 진료록 및 처방전 작성, 주치의 의견서 작성), 진찰 및 검사 예약 등의 업무를 예시하고 있다.

5. 시사점

우리나라가 법체계, 의료 제공 체계, 건강보험제도를 형성해 가던 단계에서는, 훨씬 먼저 대륙법 체계와 서구식 의료 제공 체계를 받아들이고 건강보험제도를 도입한 일본의 사례가 우선적인 수입 대상이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한국의 건강보험제도는 통합 건강보험 체계로 전환하여 발전을 거듭했고, 경로 의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일본의 건강보험을 여러 측면에서 넘어서고 있다. 현재는 보건의료 정보를 활용해 앞서가는 한국의 건강보험제도를 일본이 벤치마킹하는 상황이다. 한편, 의료 제공 체계는 한국과 일본이 서로 참고할 것이 많다. 의료 제공 체계는 어느 나라든 쉽게 변하지 않는다. 관행과 법체계가 바뀌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법률이 수정되고 제도가 바뀌어도 제도 주체들의 행태가 바뀌지 않고 부정합 상태로 지속되는 경우도 흔하다. 양국의 잘된 제도도 시행착오도 모두 참고가 된다.

일본에서 ‘의행위’는 의사가 수행하고, 간호사는 ‘진료보조’를 하며, 그 외의 직종은 법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진료보조’를 하는 것으로 법리가 구성된다. ‘업무 독점’, ‘명칭 독점’, ‘의업’, ‘의행위’, ‘진료보조’, ‘의사의 지시’ 등의 개념이 법률이나 행정부의 유권해석을 통해 대부분 명시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우리나라 「의료법」 제27조에서는 ‘의료행위’를 의사 인력과 간호사가 포함된 ‘의료인’이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제2조에서는 의사의 업무를 ‘의료와 보건지도’로, 간호사의 업무는 ‘환자의 간호 요구에 대한 관찰, 자료 수집, 간호 판단 및 요양을 위한 간호’,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보조’, ‘교육·상담 및 건강 증진’, ‘간호조무사의 업무 보조에 대한 지도’로 규정한다. 일본의 「의사법」(제17조의 ‘의업’)에 대한 후생노동성의 해석은 의사의 업무를 규정하는 데 ‘의행위’라는 용어를 쓰나, 한국의 「의료법」(제27조)은 ‘의료행위’를 의사의 업무에 국한하지는 않는 것으로 규정한다. ‘진료보조’라는 용어는 양국 모두에 중요한 개념이다. 의사 외의 인력이 ‘진료’를 보조한다는 것이므로, 반대로 진료는 의사 고유의 업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후생노동성의 해석에서 ‘의행위’를 의사만이 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진료보조’도 의행위의 일부로 보고 있다. 한국에서는 「의료법」 2조에서 ‘의료’를 의사의 업무로 규정하고 동시에 27조에서 ‘의료행위’를 간호사를 포함한 ‘의료인’의 업무로 규정하면서 2조에서 다시 ‘진료’가 의사 고유의 업무임도 표시하고 있다. 양국 모두 혼용되고 있는 용어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의사법」은 의사가 아니면 ‘의업’을 할 수 없는 것으로 규정하고, 후생노동성은 ‘의업’을 “반복·계속의 의사를 갖고 의행위를 하는 것”으로 유권해석 하고 있다. 반면에 한국의 「의료법」은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행위’를 할 수 없는 것으로 규정한다. ‘의료행위’ 자체가 유동적인데, 이를 위반하면 처벌하는 것으로 직접 규정한다.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 판단되면, 이것이 ‘의업’에서 나온 행위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의료법」 제27조와 제87조에 따라, 그리고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이루어지면 「의료법」 제33조와 제90조에 따라 처벌이 가능한 것이다. 그만큼 현장은 경직될 수밖에 없다. ‘의료의 사법화’를 초래할 환경이다. 일본 「의사법」이 의사 아닌 사람의 ‘의행위’를 금지하기보다는 ‘의업’을 금지하고 있는 점은 참고가 된다.

인구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커뮤니티케어와 재택의료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다양한 의료, 간호, 요양, 돌봄 서비스를 필요로 한다. ‘의료기관’만이 중심이 되고 ‘의사’의 의료 통괄, 지시에 의해서만 의료행위가 허용되는 기존의 체계로는 이러한 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기 힘들다. 의사가 모든 사람의 삶의 현장, 환자의 근처에 항시 있기는 어렵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랜 기간 의대 정원이 감축되면서 의사 인력의 부족은 심각성을 더해 가고 있다. 워라밸이 중시되는 현대사회에서 의사에게 계속 과로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우리보다는 인구 대비 의사 수가 많은 일본에서도 의사의 과로는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2024년부터 의사의 ‘시간 외 노동’에 상한이 부과된다. 직종 간의 ‘업무 이양(태스크 시프트)’과 ‘업무 공유(태스크 셰어)’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이는 우리에게 참고가 된다.

Notes

1)

한국에서는 「의료법」이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및 간호사(간호조무사)를, 「약사법」이 약사와 한약사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응급구조사를,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이 그 외의 보건의료 종사 인력 대부분을 규정하고 있다.

2)

‘업무 독점’은 유자격자 외에는 해당 업무에 종사하는 것을 금지함과 동시에 업무상의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국민의 생명이나 재산의 안정을 도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 등에 한정하고, 독점의 범위를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 ‘명칭 독점’은 국민의 편의나 직업인의 자질 향상을 위해 유자격자가 일정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는 점을 단순히 공표하거나, 특정 명칭을 독점적으로 내세우는 것을 허락하는 것이다(第2次臨時行政改革推進審議会, 1988).

3)

보건사, 조산사, 간호사, 준간호사, 진료방사선기사는 명칭을 ‘○○師’로 하는 반면, 이학요법사, 작업치료사, 임상검사기사, 시능훈련사, 임상공학기사, 의지장구사, 구급구명사, 언어청각사는 명칭을 ‘○○士’로 하고 있다.

4)

이를 근거로 간호사, 준간호사에게는 ‘진료보조’가 업무 독점이지만, 나머지 9개 직종에는 업무 독점이 아닌 것으로 본다(尾崎孝良, 2016).

5)

이는 한국 건강보험에서 수가 항목의 신설과 개별 항목의 인상이 매달 개최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수시로 이루어지고, 동시에 매년 1회씩 모든 행위에 대해 일괄적으로 환산지수 인상이 이루어지는 것과 사뭇 다르다.

References

1 

第2次臨時行政改革推進審議会. (1988). 公的規制の緩和等に関する答申.

2 

厚生労働省. (2005. 7. 26.). 医師法第17条、歯科医 師法第17条及び保健師助産師看護師法第31条の解釈について. 医政発第0726005号.

3 

尾崎孝良. (2016). 診療補助行為に関する法的整理. 日本医師会総合政策研究機構.

4 

厚生労働省. (2017). 新たな医療の在り方を踏まえた医師・看護師等の働き方ビジョン検討会報告書.

5 

釜萢敏. (2018). 非医師の医療行為とタスク・シフティング. 医の倫理の基礎知識.

6 

アジア大洋州医師会連合(CMAAO)特別委員会. (2011). CMAAO Statement on Task Shifting(タスクシフティングに関するCMAAO声明).

7 

日本看護協会. (2015). 看護の将来ビジョン-いのち・暮らし・尊厳を まもり支える看護.

8 

厚生労働省. (2020). 医師の働き方改革を進めるためのタスク・シフトシェアの推進に関する検討会報告書.

9 

厚生労働省. (2022). 特定行為に係る看護師の研修制度の概要. https://www.mhlw.go.jp/stf/seisakunitsuite/bunya/0000070423.html에서 2022. 2. 10. 인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