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주의 대학 등록금 무상 제도

The Excelsior Scholarship in New York State

1. 머리말

지난 4월 앤드루 쿠오모(Andrew Cuomo) 미국 뉴욕 주지사는 공립대학의 등록금을 면제해 주는 ‘엑셀시어 장학 제도(Excelsior Scholarship)’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1) 무상 등록금 제도의 취지는 돈이 없어 대학에 진학할 수 없는 이들에게 고등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아울러 졸업 후 학자금 상환 부담을 경감한다는 것이다. 이미 테네시주와 오리건주에서 2년제 커뮤니티칼리지의 등록금을 면제하는 정책을 도입한 바 있으나 뉴욕주의 무상 등록금 제도는 정책 대상이 4년제 공립대까지 포함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2. 엑셀시어 장학 제도 시행 배경

2016년 미국 대학 졸업생의 평균 학자금 채무액은 3만 7,172달러에 달했다.2) 이와 같은 학자금 대출 상환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2014년 6월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대출 상환 한도를 월 소득의 10%로 제한하고 상환 시작 후 20년이 경과하면 대출 잔액을 면해 주는 채무 부담 경감 대책을 발표했다.3) 그러나 이러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학자금 채무는 미국 가계 경제에 여전히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분기 기준 미국의 학자금 채무는 1조 3,400억 달러로 전체 가계 채무의 11%를 차지했으며, 신용카드 부채 규모를 6,200억 달러 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4) 높은 수준의 학자금 채무는 청년이 졸업 후 자산을 형성하는 데 걸림돌이 될 뿐 아니라 채무를 상환하지 못함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초래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무상 등록금 제도가 제시된 것이다.

2015년에 오바마 대통령은 2년제 커뮤니티칼리지의 등록금을 면제해 주는 “미국무상대학법안(America’s College Promise Act)”을 제안했고 태미 볼드윈(Tammy Baldwin) 위스콘신주 상원의원과 보비 스콧(Bobby Scott) 버지니아주 하원의원은 커뮤니티칼리지 무상교육안을 상하원에 각각 발의했다.5) 한편 2016년 버니 샌더스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커뮤니티칼리지뿐만 아니라 모든 국공립대학의 무상교육을 주장했다. 경선에서 승리한 힐러리 클린턴은 버니 샌더스의 무상교육안을 수용하여 연 소득 12만 5,000달러 이하인 가구의 공립대학 학비를 면제하는 무상교육안을 주요 공약 중 하나로 채택했다. 엑셀시어 장학 제도는 이들이 내세웠던 공약이 현실화된 첫 사례로 꼽힌다.

3. 엑셀시어 장학 제도의 주요 내용

가. 수혜 대상과 조건

엑셀시어 장학 제도는 뉴욕주립대(SUNY), 뉴욕시립대(CUNY) 그리고 2년제 커뮤니티칼리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2017년 가을 학기부터 시행된다. 우선 연간 소득이 10만 달러 이하인 가구의 자녀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는 단계적으로 확대되어 2019년부터는 연 소득이 12만 5,000달러 이하인 가구의 자녀까지 등록금을 면제받을 수 있다. 2019년 기준으로 뉴욕주 전체 가구의 80% 수준인 약 94만 가구가 해당될 것으로 추정돼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중산층도 엑셀시어 장학 제도의 혜택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등록금을 면제받으려면 (1) 정규(full-time) 학생으로 학기당 최소 12학점, 연간 30학점을 등록해야 하고 (2) 졸업에 필요한 최소 평점을 유지해야 하며 (3) 졸업 후 장학금을 받은 기간만큼 뉴욕주에서 거주하거나 일을 해야 한다. 나이 제한은 없지만 이미 학사 학위가 있는 경우에는 등록금을 면제받을 수 없다. 또한 엑셀시어 장학 제도는 다른 장학금을 받은 학생에게는 그 장학금으로 충당하지 못한 등록금만 지원하기 때문에 연소득 4만 달러 이하 가구에 지원되는 뉴욕주 학비 보조 프로그램(TAP: Tuition Assistance Program) 등을 통해 등록금을 전액 면제받는 저소득층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나. 예산 규모와 지원 금액

엑셀시어 장학 제도는 기존에 테네시주 등에서 시행되었던 무상 등록금 제도에 비해 예산 규모가 훨씬 크다. 테네시주와 오리건주에서 시행한 무상 등록금 제도는 예산 규모가 연간 1,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반면에 뉴욕주가 2017~18 회계연도 기준으로 책정한 예산은 8,700만 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여전히 한정된 예산인 만큼 학생들의 수요가 증가하면 1인당 지원받을 수 있는 금액은 감소한다. 뉴욕 주정부는 수혜 대상자 수를 2만 3,000명 정도로 예상하고 1인당 평균 3,782달러를 등록금으로 지원할 계획을 세워 8,700만 달러의 예산을 책정했다. 그러나 실제 신청자는 7만 5,000명을 초과했다. 신청자 수가 예상을 훨씬 넘어서자 올해에는 개별 학생들의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신청자 중에는 수혜 자격을 충족하지못하는 학생이나 여타 장학금 및 학비 보조를 받는 학생들이 있을 수 있다. 이들을 대상에서 제외하면 수혜 자격이 있는 학생에게는 등록금 전액을 지원할 수 있으므로 최종 결과는 심사 대상자 선정이 끝나야 알 수 있다.

다. 주요 쟁점

등록금 면제 혜택을 받은 기간만큼 졸업 후 뉴욕주에서 거주하거나 일을 해야 한다는 엑셀시어 장학 제도의 수혜 조건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주정부는 이 기간만큼 반드시 뉴욕주에서 고용되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뉴욕주가 아닌 다른 주에서 일을 하게 되면 지원받은 금액을 10년 내에 무이자로 상환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주정부는 무상 등록금 혜택이 교육 투자인 만큼 해당 조건이 투자 이익을 환원하기 위한 장치라고 주장하지만, 학생 입장에서는 직장 선택에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해당 조건을 비판한다. 그러나 주정부는 뉴욕주에서 공립대학을 졸업한 학생의 84%가 졸업 후에도 뉴욕주에 거주한다는 통계를 제시해 학생들의 직업 선택에 제약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6)

또한, 시행 첫해의 지원자 수가 예상 범위를 훨씬 벗어났고 내년부터는 수혜 소득 기준도 상향 조정되기 때문에 무상 등록금에 대한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재원 확보를 위한 세율 인상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이미 확정된 2017년 예산안에는 엑셀시어 장학 제도의 재원 마련 방안이 적시되어 있지 않지만, 앞으로 수요 증가에 따른 별도의 재원 조달 방안을 찾을 수 있다면 증세는 피할 수 있다. 그 예로 테네시주는 복권 판매 수입에서, 샌프란시스코주는 고급 주택 보유세에서 무상 등록금 시행을 위한 별도의 재원을 충당하고 있는바, 뉴욕주는 다른 주의 재원 확충 방안 마련 사례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4. 시사점

대학교육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가 늘어남과 동시에 학생들의 학자금 부담이 증가하자 미국에서는 공립대학 무상 등록금 제도가 점차 확대되는 추세이다. 최근 샌프란시스코주에서는 시티칼리지의 등록금 면제 법안(Free City Program)이 최종 통과되었고, 로드아일랜드, 캘리포니아, 아칸소, 미네소타주 등에서도 무상 등록금 제도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로드아일랜드 주지사는 소득에 관계없이 4년제 대학의 등록금을 면제하는 파격적인 제도를 도입하려 한다. 뉴욕주의 엑셀시어 장학 제도는 의무 거주 조건, 재원 조달 방안과 같이 논란이 되는 부분도 있지만 4년제 대학에서 처음 시행된다는 점에서 정책을 검토 중인 다른 주의 본보기가 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일부 저소득층 학생들은 국가장학금 제도를 통해 등록금 감면의 혜택을 받고 있지만 중산층 학생들은 졸업 후 학자금 대출로 인한 채무로 인해 사회 초년기 자산형성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이것이 청년 실업과 맞물리면서 일부 청년은 채무불이행자로 전락하기도 한다. 뉴욕주의 무상 등록금 제도는 중산층을 수혜 대상에 포함했다는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무상 등록금 제도 논의에 시사점을 던져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