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아동학대 증가와 아동보호 강화

Policy Responses to Child Abuse in Japan

1. 급증하는 아동학대 신고

최근 일본에서는 아동학대 신고가 급격히 증가했다. 신고자의 오해나 착각에 의한 신고를 포함한 총신고 수는 명확하지 않지만 2015년에 아동상담소1) (일본 내 208개)가 ‘지도’나 ‘조치’를 취한 아동학대 신고2) 건수는 10만 3,260건으로 10년 전(2005년 3만 4,472건)의 3배에 달했다.3) 지도나 조치가 취해진 아동학대 신고는 지난해에도 크게 증가해 12만 2,578건을 기록했다.4) 일본이 통계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한 1990년 이후 26년 연속으로 최고 기록을 갱신 중이다. 후생노동성은 아동학대 신고가 최근에 급격히 증가한 이유로 세 가지를 꼽았다.5) 첫째, 경찰이 가정폭력 사건을 아동상담소에 신고하기 시작했다. 둘째, 아동상담소가 아동학대 신고를 24시간 접수하는 긴급콜센터 ‘189’(2015년 7월 설치)를 적극 홍보했고, 콜센터 ‘189’가 설치되자 신고에 따르는 지역 주민의 심리적 부담이 줄어들었다. 셋째, 언론의 상세한 아동학대 보도에 힘입어 일본 사회와 유관 기관의 인식이 높아졌다. 아동복지 연구자인 마쓰바라 야스오 메이지가쿠인대학 학장은 최근 일본에서 아동학대 신고가 급증한 이유를 “가정의 양육 능력이 떨어져 아동학대 자체가 늘어나기도 했지만 지방자치단체나 경찰의 정보 공유가 이뤄져 숨겨졌던 아동학대가 드러난 결과”라고 말했다.6)

한편 후생노동성은 아동에 대한 ‘심리적 학대’를 의심한 신고가 증가하는 점에 주목한다. 2016년에 신고된 12만 2,578건을 내용별로 보면 심리적 학대(50%, 6만 3,187건)가 절반을 차지하며, 이어 신체적 학대(25%, 3만 1,927건), 육아 포기(20%, 2만 5,842건), 성적 학대(1%, 1,622건)순으로 나타났다.7) 일본 사회가 언어폭력, 아동유기, 가정폭력 등으로 인해 아동이 겪는 심리적 고통을 ‘아동학대’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일본 정부가 2004년 아동학대방지법 개정으로 자녀 앞에서의 가정폭력을 법적으로 심리적 학대에 포함한 결과이기도 하다.

2. 미흡한 정부 개입

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2015년에만 84명에 이른다. 그중 부모와 자녀가 동반 자살한 사례를 제외한 52명(48건)의 사망 사건 중 유관 기관에서 아동을 지원하고 있었음에도 불행을 막지 못한 사건이 80%(37건)다. 동반 자살로 사망한 사례에서도 아동 대부분이 아동상담소나 기초자치단체(시정촌)의 지원을 받고 있었다.8)

정책의 결실로 일본 사회가 아동학대에 민감해진 것은 바람직하지만 신고가 증가해 아동상담소 업무가 급증했다. 정부는 관련 예산을 확대했으나 인력 충원 속도가 아동학대 신고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아동상담소들은 ‘심각한’ 사례에 충분히 개입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애매한’ 사례를 신중히 관찰할 여유도 없다.

2016년 1월에 사아타마현 사야마시에서 만 3세 여아가 아동학대로 욕실에서 숨진 사건이 있었다. 학대 신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동상담소, 보건소, 보육소, 그리고 경찰로 구성된 ‘요보호아동대책지역협의회(要保護児童対策地域協議会)’가 이 사례를 논의 대상에 넣지 않아 일어난 비극이다. 애매한 사례였기 때문에 개입이 늦어졌다. 요보호아동대책지역협의회는 한 달에 한 번 2시간씩 사례 회의를 열지만 이들이 회의에서 다루는 사례는 평균 40건에 달한다. 3분에 1건을 논의하는 셈이다. 이런 시간적 압박으로 인해 실무자들은 요보호아동대책지역협의회에 사례를 상정하는 것을 ‘자제’해 왔다. 사야마시 보건소는 학대로 숨진 아동이 살아 있었을 당시 영유아건강검진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으나 ‘절박한 안건이 아닌 한 회의에 올리지 않는 분위기’ 때문에 담당자가 사례 상정을 자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미에현 욧카이치시에서는 2012년에 한 여성이 10개월 된 딸의 머리를 때려 사망하게 한 사건이 있었다. 이 역시 사건 발생 5개월 전 아동상담소가 “우는 아이를 젖병으로 때리고 주먹으로 대여섯 번 때리는 걸 목격했다”는 주민의 신고를 받았다. 상담소 직원이 가정을 방문했으나 부모가 조사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긴급개입(일시보호)9)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10)

3. 정부의 개입 강화

사건 이후 2016년 5월부터 사이타마현의 요보호아동대책지역협의회는 아동학대로 이미 가족 지원을 받는 가정의 사례나 어린 나이에 임신, 출산한 사례도 회의에 올리도록 했다. 또한 미에현은 2014년에 아동학대의 위험 수준을 더욱 정확히 평가하고자 세밀한 평가 기준을 도입했다. “수상한 상처가 생겼다”, “아동을 때리는 장면을 목격한 신고가 들어왔다” 등의 15개 항목 중 하나에라도 해당하면 일시보호 조치를 하도록 하고, 보호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그 이유를 반드시 기록하도록 했다. 또한 아동의 안전을 위해 긴급보호를 주저하지 않기로 다짐했다.11)

그런데 아동학대가 의심됨에도 불구하고 아동상담소가 긴급개입을 하지 못했던 것은 인력 부족 때문만은 아니었다. 자녀를 부모(보호자)에게서 격리하는 긴급개입이 아동상담소 입장에서는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었던 것이다. 아동상담소가 부모(보호자)의 의사에 반해 아동을 부모에게서 격리하고 아동양호시설(児童養護施設)에 입소시키는 조치는 윤리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이에 대한 보호자의 반발이 드세다.

이 점에서 올해 6월에 이뤄진 아동복지법 개정은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가정법원이 아동상담소 개입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제도를 만든 것이다. 아동상담소가 가정법원에 일시보호 승인 심판을 신청하면 가정법원은 결정을 내리기 전 일차적으로 지자체를 통해 보호자에게 생활 개선을 권고한다. ‘격리’를 단행하기 전 ‘지도’ 단계에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도가 보인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 부모의 태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가정법원은 아동의 시설 입소를 승인한다. 사법기관인 가정법원이 아동상담소의 개입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다.12)

4. 아동복지법 개정을 통한 아동보호 강화

아동학대 신고의 증가와 함께 이로 인해 시설에 입소한 아동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 아동양호시설 입소 아동 수는 1995년 2만 7,145명에서 2013년 2만 8,831명으로 1.06배 늘었으며, 유아원(乳児院) 입소 아동 수는 1995년 2,566명에서 2013년 3,069명으로 1.2배 늘었다.13) 현재 부모와 따로 사는 아동(약 4만 5,000명) 중 가정에 위탁14)된 비율은 17.5%(2015년도 말 기준 약 6,000명)에 불과하다.15)

시설에서는 직원 1명이 아동 3~6명을 돌보고 있을 뿐 아니라 직원들은 교대제 근무로 일하고 있어 입소 아동과 충분한 신뢰 관계를 맺기 어렵다. 선진국은 20, 30년 전부터 시설 보호에서 가정위탁으로의 전환을 추진해 왔으나 일본은 지난해에야 아동복지법 개정을 통해 ‘가정적인 환경에서 아동을 양육하는 것’을 중앙·지방정부의 ‘책임’으로 명시했다.16) 올해 7월 31일에 후생노동성은 아동학대로 인해 부모와 같이 살 수 없는 아동(18세 미만) 중 미취학 아동의 시설 입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방침을 밝혔다. 가정 내 부모 간 폭력을 목격한 아동 등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아동만 예외적으로 시설 입소를 허용하고, 이 경우에도 소규모 시설(정원 5명 이내)로 제한하며 입소 기간을 수개월(취학 전)부터 1년 이내(취학 후)로 제한한다.17) 앞으로는 까다로운 위탁모 요건을 완화하고 위탁모를 위한 정부 지원을 늘릴 계획이다. 시설 입소 아동 수는 3만 명에 가깝지만 등록 위탁모는 1만 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위탁모 등록이 저조한 가운데 성급히 가정위탁을 추진하면 복수의 아동 위탁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18)

요보호아동의 발달에는 성인과의 신뢰 관계뿐만 아니라 교육 지원도 필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전국 3만 명의 입소 아동 중 70%는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취직한다. 대학 혹은 전문대 진학률은 10%에 불과하다. 전국 평균 진학률 50%와는 현저히 차이 난다. 정부는 2009년도부터 입소 중학생을 대상으로 학원비를 지원하기 시작했으나 여전히 고등학생을 위한 지원은 없다. 고베가쿠인대학의 이시다 가나코 교수는 “시설에서 진행되는 수업은 보충수업 중심이고 인력도 모자라기 때문에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나 대학생 자원봉사자가 비전을 보여 주는 활동이 필요할 것이다. 앞으로 학습 지원을 보조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시설을 개방적으로 운영해 지원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19) 일본 사회는 뒤늦게 발전하기 시작한 일본 아동복지의 압축적인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

Notes

1)

‘아동상담소(児童相談所)’는 아동복지법 제12조에 근거해 각 도도부현(광역지자체) 혹은 지정도시(특별시)에 설치된 아동복지 전문기관이다. 의사, 아동복지사(児童福祉司), 아동심리사(児童心理司)를 비롯한 전문 인력이 학대, 육아, 건강, 장애, 비행 등 아동과 관련된 상담을 행한다. 이들은 아동학대 대처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2)

아동상담소가 18세 미만 아동에 대한 학대 사건에 개입한 사례 수이다.

3)

후생노동성(2016. 8. 4). 平成27年度 児童相談所での児童虐待相談対応件数(速報値). http://www.mhlw.go.jp/stf/houdou/0000132381.html에서 2017. 8. 18. 인출.

4)

朝日新聞社(2017. 8. 17.). 児童虐待、過去最多12.2万件 5割が 「心理的虐待」 (西村圭史). http://digital.asahi.com/articles/ASK8J 2VP0K8JUTFL001.html?_requesturl=articles%2FASK8J2VP0K8JUTFL001.html&rm=578에서 2017. 8. 18. 인출.

5)

후생노동성(2016. 8. 4). 앞의 기사.

6)

読売新聞社(2017. 8. 18.). 児童虐待、最悪12万件 「心理的被害」 が半数. https://yomidr.yomiuri.co.jp/article/20170818-OYTET50005/에서 2017. 8. 18. 인출.

7)

朝日新聞社(2017. 8. 17.). 앞의 기사.

8)

社会保障審議会児童部会児童虐待等要保護事例の検証に関する専門委員会(2017. 8.). 子ども虐待による死亡事例等の検証結果等について(第13次報告). p. 91. http://www.mhlw.go.jp/file/06-Seisakujouhou-11900000-Koyoukintoujidoukateikyoku/0000174732.pdf에서 2017. 9. 6. 인출.

9)

‘일시보호(一時保護)’란 아동상담소 소장 혹은 도도부현 지사의 판단에 의해 아동상담소의 일시보호소나 아동복지시설, 경찰서에서 보호하는 행위이다. 보호 후 아동상담소가 후속 조치를 결정한다.

10)

朝日新聞社(2017. 8. 18.). 児童虐待リスク、どう見極める 現場は模索続く(畑山敦子、滝沢卓、西村圭史). http://www.asahi.com/articles/ASK8K7V06K8KUBQU017.html에서 2012. 8. 18. 인출.

11)

朝日新聞社(2017. 8. 18.). 위의 기사.

12)

日本経済新聞社(2017. 6. 1.). 児福法改正案が衆院通過 虐待、家裁の関与強化. http://www.nikkei.com/article/DGXLASDG01H88_R00C17A6CR8000/에서 2017. 8. 18. 인출.

13)

후생노동성(2014. 3.). 社会的養護の現状について. http://www.mhlw.go.jp/bunya/kodomo/syakaiteki_yougo/dl/yougo_genjou_01.pdf#search=%27%E5%85%90%E7%AB%A5%E9%A4%8A%E8%AD%B7%E6%96%BD%E8%A8%AD+%E5%9C%A8%E7%B1%8D%E8%80%85%E6%95%B0%27에서 2017. 8. 18. 인출.

이 자료에 의하면 아동양호시설 입소 아동 중 학대를 이유로 입소한 아동의 비율은 53.4%(2008년 시점), 유아원 입소 아동 중 학대를 이유로 입소한 아동의 비율은 32.2%임(2008년 시점).

14)

가정위탁(里親制度, 사토오야제도). 아동복지법에 규정된 지원 중 하나로 가정에서 키우지 못한 아이를 다른 가정에 맡기는 제도이다. 18세가 될 때까지 양육하는 ‘양육 사토오야’, 친족이 키우는 ‘친족 사토오야’, 학대 경험이 있는 아이 등 전문적 돌봄이 필요한 아이를 양육하는 ‘전문 사토오야’ 등이 있다.

15)

日本経済新聞社(2017. 7. 31.). 特別養子縁組、5年以内に倍増 虐待児への支援で新目標 厚労省. http://www.nikkei.com/article/DGXLASDG31H8Q_R30C17A7CR8000/에서 2017. 8. 18. 인출.

16)

毎日新聞社(2017. 8. 14.). 社説 虐待された子らの養育 里親·養親をどう増やす. https://mainichi.jp/articles/20170814/ddm/005/070/002000c에서 2017. 8. 18. 인출.

17)

毎日新聞社(2017. 7. 31.). 厚労省方針 虐待児ら施設入所停止 里親委託75%目標. https://mainichi.jp/articles/20170801/k00/00m/040/119000c에서 2017.8.18 인출

18)

日本経済新聞社(2017. 8. 2.). 特別養子縁組倍増を議論 有識者会議、報告書提出へ. http://www.nikkei.com/article/DGXLASDG02H0E_S7A800C1CR0000/에서 2017. 8. 18. 인출.

19)

神戸新聞社(2017. 3. 26.). 児童養護施設出身者の大学進学率わずか1割(広畑千春). https://www.kobe-np.co.jp/news/kyouiku/201703/0010037226.shtml에서 2017. 8. 18. 인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