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임신중지 정책의 동향과 시사점

Implications and Trends of French ‘Interruption Volontaire de Grossesse’ Policy

초록

프랑스는 우리보다 앞선 46년 전에 임신중지을 합법화하였다. 이후 의료보험 혜택을 적용하고, 미성년자의 임신중지를 지원하였으며, 최근에는 임신중지를 방해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률을 도입하는 등 임신중지 문제에서 있어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고 국가의 책무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과거에는 임신중지를 하려면 임신부가 곤경한 상황을 입증해야 하고, 임신중지 절차에 의사 2명과의 상담(의료확인서 제출)과 7일간의 숙고 제도를 두고 있었다. 하지만 2014년과 2016년에 이를 폐지하면서 임신중지 절차에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강화하였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프랑스의 사례를 통해 2021년 이후 우리나라 낙태죄 효력 상실에 따른 입법 공백을 메우고 여성의 자기결정권, 건강권, 재생산권을 보장·강화하는 방향에 입각하여 구체적인 정책 대안들을 모색해 보고자 하였다.

1. 들어가며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 불합치 판결 이후 낙태죄 조항과 관련한 「형법」 및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다수 발의되었지만(정부 입법예고안, 국회의원 발의안 등), 개정안들은 개정 시한인 2020년 12월 31일까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였다. 따라서 2021년 1월 1일자로 「형법」 제269조 제1항 자기낙태죄와 제270조 제1항 의사에 의한 낙태죄1)는 효력을 상실하였다. ‘여성의 요청에 따라 의사에 의한 임신중단 시술이 가능’해진 상황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임신중지에 관한 구체적인 절차와 상담, 정보 제공, 공식적인 시술기관, 기준, 비용, 건강보험 등의 지원 여부·수준 등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임신중지가 여성 본인의 결정, 의사와 의료기관의 개별적인 판단에 의존하고 있다. 공식적이고 구체적인 법률과 지원 정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태아와 여성의 안전이 위협받는 문제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일례로 현재 온라인상에서는 무자격자가 낙태약을 ‘흔적 없이 깨끗하게 해 주는 자연유산 유도약’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SNS에서는 낙태약 판매를 24시간 상담하는 등 온라인 불법 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2020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낙태약의 불법 온라인 판매는 2015년 12건에서 2019년 2365건으로 200배 가까이 폭증했다. 낙태 시술 여부, 기준, 주수, 비용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어 의사와 의료기관에 따라 모두 다르고, 시술 후 후유증과 합병증에 대한 대처와 보상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한예나, 2021. 5. 22.).

따라서 낙태 문제에 대해 우리보다 더 오래전부터 사회적인 논의를 거쳐 입법과 정책을 고민해 왔던 외국의 사례 중 프랑스의 경우를 고찰해 보고자 한다. 프랑스는 우리보다 앞선 46년 전에 임신중지을 합법화하였다. 이후 의료보험 혜택을 적용하고, 미성년자의 임신중지를 지원하였으며, 최근에는 임신중지 방해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률을 도입하는 등 임신중지의 문제에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프랑스의 임신중지 법률과 정책이 어떠한 역사를 거쳐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건강권을 보장하고 있는지 고찰하면서 우리 사회에 필요한 입법·정책 방안 등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2. 프랑스의 임신중지 정책 동향

가. 임신중지 합법화 역사

프랑스에서 임신중지의 합법화는 1970년대 여성들이 주도한 거리 싸움의 결말이자 성과였다. 1970년대 이전까지 프랑스에서는 불법적인 임신중지 수술2)이 만연해 있었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연간 1만 건의 임신중지가 시행되고 있었으며, 실제 많은 여성들이 목숨을 잃었다(민유기, 2018). 1975년 「자발적 임신중지에 관한 1975년 1월 17일 법률」(Loi du 17 janvier 1975 sur l’interruption volontaire de grossesse, loi Veil, 이하 「1975년 자발적 임신중지법」)이 제정되면서 여성에게 임신중지를 선택할 자유(liberté de choix)를 인정하고 10주 이내 임신중지를 합법화하였다. 이 법으로 인해 공공병원이나 공중보건법의 규정을 충족하는 사설 의료기관에서 행해지는 의사에 의한 임신중지는 처벌을 받지 않게 되었다(동법 제2조). 임신중지를 위해 의사로부터 산모의 건강, 의학적 위험 등에 대한 설명을 받을 수 있고, 여성은 가족문제, 가족계획, 사회복지 관련 상담소 등 공공기관에서 상담받은 증명서를 제출해야 했으며, 7일 후에 시술이 가능해졌다(동법 제3조)(민유기, 2018).

이후 1979년 여성들이 적절한 장소에서 임신중지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임신중지센터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1982년에는 임신중지 수술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게 되었다(전영, 2018, pp. 2-3).

이후 2001년 「임신중지와 피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임신중지 허용 기간이 12주로 연장되었다. 임신중지 이전 의무적이었던 심리적·사회적 상담이 미성년자를 제외한 여성은 면제되었고, 미성년자도 임신중지 시술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한편 이전까지 프랑스에서 임신중지 수술을 받기 위해서는 임부가 스스로 ‘곤경에 처한(고통스러운) 상황(situation de détresse)’임을 입증해야 했는데, 2014년 프랑스 의회는 임신 12주까지는 사유를 묻지 않고 임신중지를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내용은 「진정한 남녀평등에 관한 2014년 8월 4일 법률(loi du 4 août 2014 pour l’galité réelle entre les femmes et les hommes)에서 “임신중지 수술 조건인 ‘곤경에 처한 상황(situation de détresse)’이라는 문구를 ‘임신의 지속을 원하지 않는(qui ne veut pas poursuivre sa grossesse)’으로 변경하며 여성의 자기결정 권리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개정”하였다. 이는 ‘곤경에 처한다’는 것을 “객관적인 개념이 아닌 주관적인 것으로서 여성이 예측할 수 없는 경제적·사회적·정신적 상황에 따른 여성의 신체적 안전성에 대한 위협”으로 본 것이다(전영, 2018).

2017년에는 인터넷상에서 임신중지 방해를 처벌하는 법률이 통과되었다(Assemblée nationale, 2016. 10. 12.). 임신중지 방해란 “임신중지를 시행하는 기관이나 의료시설 접근을 방해하거나 의료진이나 임신중지를 받으러 온 임부에 대해 임신중지를 하지 못하도록 압력, 위협을 가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는 임신중지 수술 여성을 제3자의 개입과 비난으로부터 보호하고 국가가 임신중지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전영, 2018).

또한 프랑스 법원은 임신중지 방해에 대해 매우 적극적인 해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3년 12월 21일 보르도 형사법원(tribunal correctionnel)은 반임신중지 특공대(commando anti-IVG) 일원에게 징역형을 선고하기도 하였다. 파기원(Cour de cassation)은 ‘여기서 아기를 죽인다. 아기들을 살리자!’라고 적힌 현수막을 의료기관에 장착한 것은 임신중지 수술을 방해하기 위한 협박 행위라고 보기도 하였다(전영, 2018).

프랑스에서는 임신중지를 여전히 반대하는 입장도 있는데, 가톨릭 성향이 강한 국민전선(FrontNational)당과 기독교민주당(Parti Chrétien Démocrate)의 일부 인사들은 2017년 1월 22일 ‘생명을 위한 행진(Marches pour lavie)’이란 임신중지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하였다(전영, 2018).

2017년 5월 3일 상원의원들은 「헌법」 제34조(법률 유보 사항)에 “법률은 임신중지 권리의 실행을 기본 원칙(principes fondamentaux)으로 정한다”고 규정하여 ‘자발적인 임신중지 권리를 포함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헌법」 개정안(loi visant à inscrire le droit à l’interruption volontaire de grossesse dans la Constitution)’을 발의하기도 하였다(Sénat, 2017. 5. 3.).

나. 자발적 임신중지 정책

1) 임신중지 법률의 구조

프랑스의 임신중지를 규정하고 있는 현행 법률은 「공중보건법」(Code de la santé publique)과 「형법」(Code pénal)으로, 낙태 허용 기간, 낙태 사유, 의사의 설명 의무, 낙태 절차 등을 명시하고 있다. 12주 이내의 낙태 허용 기간에는 어떠한 사유든 관계없이 임신한 여성이 원하면 낙태를 자유롭게 허용하고 있다(최인화, 2020). 프랑스 「형법」 제223-10조에서는 “당사자의 동의없이 임신중지(interruption de la grossesse)를 하는 경우에는 5년의 구금형 및 7만 5000유로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하여 비동의 낙태죄에 대한 처벌을 엄중하게 규정하고 있다.

1992년에는 「형법」을 개정하면서 ‘낙태(avortement)’라는 용어를 ‘임신중지(IVG: Interruption volontaire de grossesse)’라는 용어로 변경하여 통일적으로 규정하면서 범죄행위라는 의미를 삭제하고 여성의 자발적인 결정을 강조하는 IVG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프랑스 임신중지 절차의 특징은 법적으로 보장된 기한(12주 이내에) 안에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의 자발적 결정을 존중하고 보장한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공중보건법에서 정한 특정 조건(12주 이내 여성의 요청과 의학적 사유)을 따르면 임신중지 시술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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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프랑스 임신중지 법률 구조
구 분 주요 내용
「공중보건법」 (Code de la santé publique) 제L. 2211-1~2조 ‣ 임신한 여성의 요청에 따라 임신 12주 내에 임신중지가 허용됨.
‣ 누구나 임신중지 방법에 관한 정보를 얻고 선택할 권리가 있으며, 수술을 원하는 여성이 처음 방문했을 때 의사는 임신중지의 방법, 부작용, 위험 등을 설명할 의무가 있음.
‣ 임신 12주가 지난 후 의학적으로 임신한 여성에게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가 아닌 임신중지의 경우 2년의 금고와 3만 유로의 벌금에 처함.
「형법」(Code pénal) 제223-10조 ‣ 당사자의 동의 없이 임신중지를 하는 경우 5년의 금고와 7만 5000유로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음.

자료: 최인화(2020) 참조하여 구성함.

임신중지를 위해 여성은 병원 예약을 통해 의사와 상담을 하고 상담에 대한 진단서(의료확인서)를 받아야 한다. 임신중지 수술을 요청받은 의사 또는 조산사는 임신중절 방법, 위험 및 잠재적인 부작용 등을 설명할 의무가 있다. 임신중지를 하려는 여성은 정보를 자유롭게 얻고 시술 여부, 방법 등을 판단하며 선택할 권리가 있다(전영, 2018, pp. 22-24). 의사는 낙태를 거부할 권리가 있지만, 해당 여성을 가족계획센터나 도움을 줄 수 있는 의사에게 안내해야 한다. 임신 12주가 지나면 두 명의 의사로부터 임신의 지속이 임부에게 심각한 위험에 처하게 한다거나, 진단 당시 아기가 특별한 위험으로 고통받을 확률이 높은 경우라는 확인이 이루어져야 임신중지 시술을 할 수 있다(최인화, 2020). 미혼 여성의 경우 파트너의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프랑스를 방문한 비거주자도 프랑스에 머무는 동안 법적으로 임신중지를 할 수 있다. 미성년자(18세 이하의 여성)는 시술 전과 직후에 상담을 받아야 하며, 보호자의 동의는 필요하지 않으나, 임신중지 절차 내내 18세 이상 성인이 동행하여야 한다(Angloinfo, n.d.).

2) 자발적 임신중지(IVG) 사회보장 시스템

프랑스 임신중지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는 여성이 사회보장 시스템에 등록된 경우 기본적으로 임신중지 비용 전액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미성년자와 CMU-C(Couverture Maladie Universelle Complémentaire)3) 또는 AME(Aide médicale de l'État)4)의 혜택을 받는 여성은 절차상 비용을 면제받을 수 있다. 이러한 범주에 속하지 않는 경우 낙태 장소에 따라 일부 비용을 선지급해야 할 수 있는데, 이 비용은 나중에 상환된다. 건강보험이 없는 경우에는 임신중지 방법과 장소에 따라 수술 비용 전액을 지불해야 한다(Direction de l'information légale et administrative, 2021. 4. 19.). 수술 비용은 의료시설(병원 또는 진료소), 마취 유형(국소 또는 일반) 및 입원 기간에 따라 463.25유로에서 664.05유로 사이이다. 약물 등 의료적 낙태 비용은 282.91유로로 설정된다.5)

프랑스는 「공중보건법」 일반원칙 제2조에서 국가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으며, 합법적인 임신중지와 피임에 관한 대부분의 비용을 국가가 공공재정에서 책임지고 있다(최인화, 2020). 프랑스는 임신중지에 관한 사회보장을 지속적으로 강화했는데, 「2008년 사회보장 재정에 관한 2007년 12월 19일 법률」(Loi n°2007-1786 du 19 décembre 2007 de financement de la sécurité sociale pour 2008)은 의료시설 외에서 임신중지 수술이 가능하도록 규정하였다. 2012년에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모든 여성들에게 평등한 낙태 접근권 보장’을 위해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들에게 낙태 비용 전액을 지원하였다. 또한 여성 청소년들에게는 익명을 보장하면서 무료로 피임약을 제공하도록 하였다(전영, 2018).

「2013년 사회보장 재정에 관한 2012년 12월 17일 법」(loi n°2012-1404 du 17 décembre 2012 de financement de la sécurité sociale pour 2013)은 2013년 3월 31일부터 방법(도구 또는 약물)에 상관없이 모든 여성들에게 임신중지 비용 전액 지원을 규정하였다. 임신 초기에는 임신을 방해하는 약물 복용을 통한 임신중지가 이루어지고, 임신 12주 이전에는 공인 보건센터와 의료시설에서 자궁경부 확장 및 자궁 내용물 배출 수술 등 도구를 이용한 임신중지가 이루어지는데, 이와 관련된 비용은 100% 환급되도록 하고 있다. 한편 2016년 보건 시스템 현대화에 관한 법률에서 7일의 숙고 기간을 삭제하였다(전영, 2018).

임신중지 방법은 여성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데, 임신 초기 임신중지 약물의 경우 프랑스 전역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월경 첫날부터 최대 49일(7주)까지 복용할 수 있다. 클리닉이나 병원에서 약물을 복용할 때는 9주까지 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 또한 유산유도제는 이와 관련한 두 가지 약물을 복용하는 것으로 구성되는데(임신중지와 배출약), 미페프리스톤(mifepristone)은 7주까지는 집에서, 9주까지는 클리닉에서 복용이 가능하고, 미소프로스톨(misoprostol)은 보통 집에서 복용할 수 있다. 한편 프랑스 정부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원치 않는 임신에 대한 원격 상담이 가능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약물 낙태에 대해 약국은 익명으로 무료 배달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Direction de l’information légale et administrative, 2021. 4. 19.).

3. 나가며

전 세계적으로 임신중지를 처벌하고, 범죄화와 비범죄화를 구분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프랑스에서 1975년 임신중지를 합법화한 이후 2000년 이후에는 임신부의 권리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고 있는 방향으로 법률과 정책이 마련되고 있다. 임신중지의 비범죄화 이후 여성의 요청에 의해 임신중지가 이루어지는 시기와 허용 기준이 의학적, 신체적 기준에 따라 확립되고 있다. 이는 다른 국가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프랑스의 임신중지 제도는 ①여성의 요청에 따른 임신중지 허용과 기간 연장, ②임신중지 비용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 ③상담과 숙려제도 폐지, ④임신중지 약물 사용 도입, ⑤임신중지 방해죄 처벌 등의 제도를 도입하면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2014년 ‘곤경에 처한 상황’을 입증해야 하는 것에서 어떠한 사유도 묻지 않고 여성의 요청만으로 임신중지가 가능하도록 하였다. 이는 싱글인 경우 이민자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 그리고 과거에는 임신중지 절차에 의사 2명과의 상담(의료확인서 제출)과 7일간의 숙고 제도를 두고 있었지만, 2016년에 이를 폐지하면서 임신중지에 대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였다.

한편 임신부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낙태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가 만들어짐으로써 익명 및 무료로 낙태에 관한 정보 접근을 용이하게 하였다. 임신부의 결정이 내려지면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지지 않게 하고) 매우 신속하게 프로세스가 진행되는 것을 중요시하고 있다.

또한 수술에 의한 낙태 및 여성 신체에 부담이 덜 되는 방법인 약물에 의한 낙태를 모두 인정하고, 미성년자의 낙태를 포함하여 모든 낙태 시술에 대하여 건강보험으로 비용을 전부 보상받을 수 있게 하였다. 특히 미성년자의 경우에는 피임 방법 또한 무료로 제공하고 계획된 임신을 하도록 장려하는 등(김광재, 2018) 임신중지에 대한 국가의 책무, 건강권의 보장을 확대하고 있다.

종합하면 프랑스의 임신중지 정책은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 첫째, 여성의 자기결정권, 건강권 보장의 원칙을 견지한다. 둘째, 국가의 책무, 사회보장의 적용, 즉 임신중지를 의료 절차로 보고 비용 지원을 보장하는 방향에서 정책이 이루어지고 있다. 셋째, 임신중지 행위를 방해하거나, 이를 비난·위협하는 행위는 여성의 자유로운 판단과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고, 국가책임을 가옺하여 이를 처벌하는 경향이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사례를 참조하여 2021년 낙태죄 효력 상실 이후 입법 공백 상태에서 우리나라도 여성들이 안전한 의료 시스템에서 낙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무자격자에 의한 낙태를 근절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 산부인과 의료계는 아무 조건 없이 하는 낙태는 임신 10주 미만에 하고, 10주부터 22주 미만에는 충분한 설명과 숙려 기간을 거쳐 신중하게 임신중지에 대처하고 있다. 즉 아기의 생존 가능성이 있는 임신 22주부터는 낙태하지 않으며, 임신 지속이 여성 건강에 심각한 위험이 있어 임신을 중단하는 경우는 낙태가 아니라 조산이므로 미숙아에 대한 의학적 조치를 하는 ‘선별적 낙태 거부’로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일부 의료계의 판단에 의존하기보다는 여성의 자기결정권, 건강권, 성·재생산권의 입장에서 임신중지에 필수적인 의료서비스에 대한 정의, 기준, 허용, 사유, 원칙 등이 사회적 논의를 거쳐 입법·정책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구체적인 지원 대상(미성년자, 성폭력 피해자 등), 사후피임약 도입과 시술 방법, 안전 요건과 기준, 임신중지 시술 방법과 지침 등이 실질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전윤정, 2020). 이에 따라 공적 지원의 방법(건강보험, 공적부조, 지자체, 시술받는 개인 등), 건강보험 적용 범위와 적용 방안, 적용 수가 등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논의와 정부의 가이드라인, 정책이 필요하다. 여성이 임신중지를 결정할 때는 안전한 임신중지 절차를 위한 지식, 정보, 환경에 대해 책임을 가지고 이를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시스템, 의료시설(임신중지 허가 병원, 임신중지 클리닉, 의료상담, 건강보험 등 공공서비스 지원, 급여 지원 방안 등)을 마련하고, 누구나 어디에서나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할 것이다.

Notes

1)

「형법」 제269조(낙태) ①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270조(의사 등의 낙태, 부동의 낙태) ①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헌법불합치, 2017헌바127, 2019. 4. 11.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269조 제1항, 제270조 제1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위 조항들은 2020.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

2)

옥스퍼드 사전에 따르면 수술(Operation)은 신체의 일부분을 개방하여서 손상된 부위를 적출하거나 수선하는 과정이고 시술(Procedure)은 내과적 수술(medical operation)“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즉, 이러한 정의에 따르면 시술도 수술이며 다소 덜 외과적인 수술로 이해된다. 이글에서는 미묘한 차이지만, 이를 원문이나 문헌에 표시된 내용과 의미를 살려서 구분하여 사용하고자 한다.

3)

CMU-C(couverture maladie universelle complémentaire)는 프랑스의 보편적 건강보험을 말한다.

4)

AME(Aide médicale de l'État)는 국가 의료지원 시스템으로, 불안정한 상황에 처한 외국인이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거주 및 자산 요건 등에 따라 부여되고, 1년의 자격이 부여되며, 해마다 갱신하도록 하고 있다.

5)

프랑스에서 자발적 임신중지(IVG)와 관련한 비용은 「자발적 임신중지 수술 비용에 관한 2016년 2월 26일 명령」에 따라 정해지는데, 전신 마취 없이 도구로 이루어지는 임신중지의 경우 463.25유로, 최소 1박 이상의 입원과 전신 마취를 통한 임신중지의 경우 664.05유로, 약물에 의한 임신중지의 경우 282.91유로 등으로 책정되어 있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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