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코로나19 대응: 과학 자문의 활용을 중심으로

The UK Response to COVID-19: Focusing on the Use of Scientific Advice

초록

영국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2021년 4월까지 약 440만 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약 15만 명이 사망하였다. 영국은 공중보건 위기 발생 시 과학자문단(SAGE: the Scientific Advisory Group for Emergencies)을 포함한 대응 체계가 사전에 갖추어져 있었음에도 대응 초기 과학자문단의 구성과 운영이 적절하지 않았다고 비판받았다. 이러한 비판을 바탕으로 과학자문단의 구성과 운영을 검토하고 개선하였다. 이 글에서는 영국의 코로나19 대응과 정부의 대응 체계를 과학 자문의 활용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공중보건 위기 대응에서 과학 자문의 활용에 대한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

1. 들어가며

효과적인 신종 감염병 대응을 위해서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전략을 세우고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나, 대응 과정에서의 근거는 결정이 이루어질 시기에 수집된 자료만 활용하여 생성된다는 한계가 있다. 과학은 변하지 않는 사실보다는 합리적인 추론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이다. 칼 포퍼(Karl Popper)는 가설의 검증과 반증 가능성을 과학의 핵심 요소로 정의할 정도로 추가적인 자료 수집에 의해 이전의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하였다. 이를 고려할 때 신종 감염병 대응에서 과학 자문을 활용할 때에는 과학 지식의 도출 과정과 이로 인한 한계를 이해하고, 일부 전문가의 의견으로 대응 방향을 결정하기보다는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을 주요 정책 결정 회의에서 참고할 수 있는 과학 자문 조직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영국은 위기 상황에서 범정부의 전략적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과학자문단(SAGE: the Scientific Advisory Group for Emergencies)이 위기 대응 계획에 규정되어 있으며, 주기적이고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국가이다. 이 글에서는 영국의 코로나19 대응에서 과학 자문의 활용과 의사결정 구조, 과학 자문 수행 시 고려해야 할 점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2. 영국의 코로나19 대응 개요

영국에서는 2020년 1월 31일 첫 번째 코로나 환자가 확인된 이후 총 세 차례의 유행 확산이 있었다(그림 1). 2021년 4월 말까지 440만 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약 15만 명이 사망하였다(GOV UK, 2021).1) 첫 환자 발생 후 유행 초기에는 봉쇄 전략을 적용하였으나, 3월 초 유행이 확산되면서 SAGE에서 감염병 유행의 정점을 12~16주 뒤로 예측하여 강한 전략을 초기부터 적용하면 시민들의 피로를 유발하여 확산 시기에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행동전략팀의 의견을 반영하여 3월 12일부터는 지연 전략으로 변경하였다(Sibony, 2020). 그러나 이러한 전략 변경 시점이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대유행(pandemic)을 발표한 다음 날이었다. 임페리얼칼리지(Imperial College)의 MRC 세계전염병분석센터(MRC Center for Global Infectious Disease Analysis)에서 지연 전략을 채택할 경우 25만 명이 사망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결과를 발표하면서 3월 16일부터는 다시 검사와 추적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3월 말부터는 지역사회 봉쇄(lockdown)를 시행하였다. 그러나 대응 전략의 일관성이 유지되지 않은 기간 동안 이미 전염병이 확산되기 시작하였으며, 진단과 추적에 필요한 물자와 인력을 적절히 준비하지 못한 점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었다(Scally, 2020). 이에 영국 정부는 코로나19 대응 전략을 전문가의 모델링 등 근거에 기반하여 수립하고 대응하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3월 초에는 SAGE에 참여하는 전문가들이 사회적 압력을 받을 것을 고려하여 자문위원회의 명단과 어떤 모델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했는지를 밝히지 않았다. 이후 자문위원회 참석자 명단이 공개되면서 초기에 적절하지 못한 전략을 채택한 것에 대해 SAGE에 참여한 전문가 구성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김남순 외, 2020). 또한 일부 과학자들은 감염병 유행의 모델링은 기반하는 가정에서의 사소한 차이가 다른 결론을 도출할 수 있으므로 정부에서 코로나19 대응 의사결정에 활용한 과학적 근거, 데이터, 모델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요청하기도 하였다(Alwan, et al., 2020). 이에 SAGE의 구성과 논의 내용에 대한 근거들이 공개되기 시작되었고, 과학 자문 구조와 과학 자문 수행 시 고려할 점을 논의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노력들이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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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영국의 코로나19 확진자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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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샘플 채취일 기준. 실선은 7일 평균, 막대그래프는 일자별 확진자 수.

자료: GOV.UK. (2020. 4. 29). Cases by specimen date. https://coronavirus.data.gov.uk/details/ cases에서 2020. 4. 29. 인출함.

3. 영국의 공중보건 위기 대응 구조와 과학 자문 조직

가.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의 대응 구조

영국의 국가보건의료서비스(NHS: National Health Service)는 국민의 건강 유지와 치료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위기 상황에 대응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NHS England에서는 위기 대응 계획을 수립하였다(NHS England EPRR, 2017). 영국 정부는 공중보건 위기 발생 시 위험 평가를 통해 위험의 수준(incident level)을 판단하고, 이에 따른 적절한 대응을 결정한다. 가장 높은 위기 단계인 4단계 위기가 발생하면 중앙정부에서 위기 대응 및 관리 체계를 만들고 비상대책회의(이하 COBR(Cabinet Office Briefing Rooms))를 구성한다(김남순 외, 2020). 이때 NHS는 보건부(Department of Health)의 소속이므로 보건부를 통해 COBR에 안건을 제출하고 지역 관계자와 소통한다. 지역사회·지방정부부(이하 DCLG(Department of communities & Local Government)) 또한 COBR에 참여한다. DCLG는 산하에 전략조정그룹(SCG: Strategic Coordination Group), 전술조정그룹(TCG: Tactical Coordination Group)을 두어 NHS 지역 전략 담당 기관과 지역사회 대응 실무를 함께 담당한다(그림 2). COBR에 참여하는 총리 및 장관 등 의사 결정자는 SAGE의 과학 자문과 함께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요인 등을 고려하여 정부의 대응을 결정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진다(GOV UK, 2020). 코로나 상황에서는 COBR의 핵심 부처로 보건부(DH: Department of Health)가 참여하였다(House of Commons,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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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NHS England의 EPRR 대응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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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COBR(Cabinet Office Briefing Room), DH(Department of Health), DCLG(Department of communities and Local Government), DCLG-RED(DCLG Resilience and Emergency Division), SCG(Strategic Coordination Group), TCG(Tactical Coordination Group).

자료: NHS England Emergency Preparedness, Resilience and Response(2017). NHS England Incident Response Plan. p.12.

나. 과학 자문 조직

영국은 사회과학, 역학, 공중보건 및 임상 연구를 포함하여 감염병과 관련된 많은 분야의 전문가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감염병으로 인한 공중보건 위기 시 다양한 전문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였다. 영국 정부의 의사결정 구조와 과학 자문 메커니즘은 초기의 위기 관리에서 장기적인 대응으로 전환되면서 지속적으로 개선되었다. 팬데믹 기간 동안의 과학 자문은 SAGE, 과학자문위원회(Scientific advisory committees), 수석 과학 자문위원 네트워크(Chief Scientific Adviser network), 합동바이오안보센터(the Joint Biosecurity Centre) 등의 조직이 담당하였다(House of Commons, 2021).

SAGE는 주요 이슈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를 검토하고 토론을 통해 조율된 의견을 적절한 시기에 COBR에 제시하여 정부의 결정을 지원하는 조직이다. 코로나 대응 상황에서는 2020년 1월 22일 첫 회의가 개최된 후 11월 초까지 총 64회 회의가 개최되었다. SAGE의 의견은 내각 사무실(Cabinet Office)의 코로나19 TF를 통해 장관 회의(Ministrial committees)와 모든 부처에 제공된다.

SAGE는 소그룹(sub-group)으로 과학자문위원회(Scientific advisory committee)를 두고 있다. 이는 2012년에 연구를 검토 및 검증하고 새로운 평가, 분석 및 모델링 수행을 할 필요성이 제기된 이후 수립되었다. 영국 정부는 이러한 소그룹을 활용하여 SAGE 내에서의 논의를 활성화하고 관리 가능한 규모를 유지하고자 노력하였다. 코로나19 대응 과정 중 2020년 4월에는 모델링에 대한 그룹(SPI-M, 40~45명), 행동과학에 대한 전문가 그룹(SPI-B, 18명), 신종 호흡기 바이러스 위협 자문 그룹(NERVTAG, 16명)을 통해 정보를 수렴하였다. 이들의 명단은 2020년 5월 4일 처음 공개되었으며, 이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고 있다(GOV UK, 2021).

각 부처는 SAGE 외의 부처에 소속된 수석과학고문(Chief Scientific Advisors)으로부터도 과학 자문을 받고 있다. 이들은 SAGE의 의견을 듣고 소속 부처의 상세한 질문에 정보를 제공한다(UK Parliament, 2020. 10. 19.).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수석과학자문위원 네트워크는 각 부처에 독립적인 자문을 제공하여 과학과 근거를 기반으로 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였다. 부처의 수석과학자문위원 네트워크는 참가자 또는 관찰자로 SAGE 회의에 참여할 수 있다.

합동바이오안보센터는 코로나 대응이 진행 중인 2020년 6월 1일 보건사회부(Department of Health and Social Care) 산하에 설립된 기구로, 전국의 감염률에 대한 실시간 분석을 제공하는 독립적인 분석 기능과 지역사회에서 감염 확산이 일어났을 때 지방정부와 함께 해결하는 대응 기능을 수행한다. 즉 이 기구는 SAGE의 업무를 보완하여 데이터 분석과 역학 전문 지식을 포함한 실무적인 역량을 지원하는 센터로, 장기적으로는 SAGE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조직으로 제안되었다. 이는 SAGE가 정부 기구가 아니라 외부 학자를 주로 하여 구축된 자문기관이므로 오랜 기간 실행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하여 코로나 상황이 만성적인 문제가 됨에 따라 정부가 내부의 과학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조언을 제공하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다(House of Commons,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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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영국의 코로나19 대응에 관여한 과학 자문 조직
이름 주요 역할 비고
위기 상황에서의 과학 자문단(SAGE) - COBR 회의에서 적절한 시기 조정된 과학 및 기술 자문 제공
과학자문위원회(Scientific advisory committees) - SAGE의 소그룹(subgroup)
- COVID19 대응에서는 모델링 전문가, 행동과학 전문가, PHE 혈청 실무그룹, COVID19 임상정보 네트워크, 환경 모델링, 아동 영역 실무 그룹, 병원 감염 COVID19 실무그룹, 소수민족 그룹, 사회서비스 실무 그룹으로 구성
- 2012년 제시된 SAGE 하위 그룹 설립의 필요성을 바탕으로 수립
수석과학자문위원 네트워크(Chief Scientific Adviser network) - 각 부처에 독립적인 자문 제공
- COVID19 대응에서 각 부처의 수석과학자문위원은 참가자 또는 관찰자로 SAGE 회의 참석
합동바이오안보센터 (the Joint Bioscurity Centre) - SAGE의 업무를 보완하며, 데이터 분석 및 역학 전문 지식을 포함하여 실무적인 역량 지원
- 장기적으로는 SAGE의 기능을 대체하도록 제안
- 2020년 6월 1일 설립

자료: House of Commons. (2021). The UK response to covid-19: use of scientific advice p.10-14 참고하여 정리.

다. 코로나19 대응 기간 동안 영국 정부의 주요 의사결정 구조 변화와 과학 자문 제공

COBR는 비상사태에 대응하여 중앙정부의 의사결정을 조정하는 조직으로 영국 정부 부처의 장관 및 고위 관리들과 다른 관련 기관의 대표자들이 참석하며 SAGE를 활성화할 책임이 있다. 코로나19 대응의 초기 몇 달 동안은 의사결정이 내각 사무실(Cabinet Office) 수준에서 다수 이루어졌고, 7월 이후에는 대부분 영구 내각 위원회의 구조로 대체되었다(그림 3). 초기 대응 시에는 수석보건담당관(Chief Medical Officer)과 수석과학자문관(Chief Scientific Adviser)을 통해 SAGE의 의견이 전달되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학교 폐쇄 등에 대한 의사결정은 총리와 내각 사무실을 포함하는 정부의 중심에서 이루어졌다(그림 3의 위쪽). 6월 이후에는 1주일에 2~3회 회의를 통해 대응 운영의 결정을 내리는 COVID-O 그룹이 있었다. 이 결과를 COVID-S 그룹에 보고하여 총리 주재하에 전략적 결정을 내리는 구조로 전환되었는데, 이러한 위원회는 정부 자체 사무국의 지원으로 운영되었다(그림 3의 아래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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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코로나19 대응 기간 동안의 영국 정부 주요 의사 결정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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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CMO(Chief Medical Officer for England), CS(COVID-19 Strategy), CO(COVID-19 Operations), GCSA(Government Chief Scientific Adviser), COBR(Cabinet Office Briefing Rooms), SAGE(Scientific Advisory Group for Emergencies), BEIS(Department for Business, Energy and Industrial Strategy), DHSC(Department of Health and Social Care).

주2. 남색: 수상/cabinet level, 주황색: 실행, 보라색: 위기 관리, 초록색: 경제, 에너지, 산업 전략 담당 부서, 연두색: 보건사회부, 분홍색: 과학 조언

주3. 점선은 의사결정이 아닌 협력 역할을 의미함.

자료: House of Commons. (2021). The UK response to covid-19: use of scientific advice. p.15-16.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동안 SAGE와 COBR는 빠르게 진행되는 비상사태의 특성을 고려하여 의사결정에 필요한 과학 자문을 적절한 타이밍에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러나 SAGE를 구성하는 데 몇 주가 걸렸고, 과학 조언을 조정하는 데 필요한 시스템이 초기에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있었다. 또한 최신의 과학적 연구 결과가 전염병 발생 초기에 제공되기는 하였으나,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책 결정이 바이러스의 확산에 비해 느리게 진행되었다는 평가가 있다(House of Commons, 2021). 이에 대해 닐 퍼거슨(Niall Ferguson) 교수를 포함하여 SAGE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최선의 과학적 조언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과학적으로 어떤 것이 알려졌고, 어떤 것이 여전히 불확실한지에 대한 정보를 의사 결정자에게 전달하여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SAGE의 주요 목표라고 언급하였다. SAGE에서 자문을 제공할 때에는 다양한 자문 의견을 각각 제시하기보다는 수렴된 의견(consensus view)과 이에 도달하는 과정을 함께 제시하여 의사결정을 도왔다(House of Commons, 2021).

4. 과학 자문 수행 시 고려해야 할 점

가. 투명성

과학 자문은 감염병 대응 시 정책 결정의 근거가 되는 다양한 고려 사항 중 하나다. 영국의 SAGE에 대한 지침에서는 “투명성은 민주적 의사결정의 중요한 요소이며, 결정에 활용된 근거가 공개되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GOV UK, 2012). 또한 너필드 생명윤리위원회(Nuffield Council of Bioethics)에서는 “정부는 과학적 근거뿐 아니라 의사결정에 필연적으로 개입되는 가치와 판단에 대해서도 투명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코로나19 대응 초기에 SAGE에 참여하는 전문가의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있었다. 정부의 수석과학고문은 전문가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 것이 국가인프라보호센터(Centre for the protection of National Infrastructure)의 조언에 따른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하원의 과학기술위원회(House of Commons Science and Techonology Committee)는 이러한 조언이 공중보건 위기보다는 국가 안보와 관련된 비상사태에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므로 SAGE 회의 참가자의 명단을 공개하는 점에 찬성하였고, 향후 내각에서 SAGE 참가자 공개에 대한 규정을 만들 것을 촉구하였다(House of commons, 2021). 이와 함께 SAGE의 회의록에 고위 공무원과 정치인의 이름을 공개하고, 실무진은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도록 소속 정부 부처와 직책을 포함하는 방식으로 참가자와 관찰자를 공개할 것을 요청하였다. 2020년 6월 설립된 합동바이오안보센터에서는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전문가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였으며, 의사록 또한 공개하고자 하였다.

참석자 명단뿐 아니라 과학적 근거 공개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논의가 진행되었다. SAGE는 논의에서 고려한 근거를 3월 20일 처음으로 출판하기 시작했다. 초기 공개에서는 임페리얼대학의 보고서만 모델링의 근거로 포함하였고, 그 이후의 근거들은 5월 5일 발표되었다. 이러한 지연에 대해 SAGE의 공동의장(co-chair)은 사무국이 많은 양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으며, 근거를 매월 정기적으로 출판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고 언급하였다(Vallance & Whitty, 2020). 또한 코로나19 이전의 SAGE는 비상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근거를 공개하지 않았으므로 코로나19 상황에서 빠르게 공개하기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점들이 있다고 하였다. 즉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연구 결과를 동료 평가를 받아 최종 형태를 갖추기 전까지는 공개하지 않으나, SAGE에서는 빠른 시일 내에 근거를 제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위기 상황 대응을 위해 생성된 과학적 근거는 아직 동료 평가를 거치지 않아 제대로 완성되지 않은 의견일 수 있다. 이를 적절한 과정을 거쳐 공개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한 고려 또한 필요하다(House of Commons, 2021).

나. 지속가능성

신종 감염병 대유행이 지속되면서 정부 조직의 일원이 아닌 전문가 자문기구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다(House of Commons, 2021). 이에 대해 로버트 매케이 교수는 대응에 참여하는 전문가들이 자문 외에도 교육과 행정 등의 다른 많은 의무가 있으며, 역학 분야의 전문가들이 밤낮없이 일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 있다고 언급하였다(UK Parliament, 2020. 5. 25.). 코로나19 대응 기간 동안의 과학 자문 활용에 대해 검토한 영국 정부의 보고서에서는 과학 자문 그룹이 비상사태 동안 지속적으로 봉사해 오고 있으나, 이러한 활동 수준은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업무 로드를 동료들과 주니어 연구자, 기술자, 정부 관계자와 공유해야 한다고 언급하였다(House of Commons, 2021). 이를 위해서는 위기 상황에서 대응에 참여하는 것을 전제로 연구 계약을 맺는 동료 전문가가 필요하며, 정부 측면에서는 장기 비상 시나리오에서 독립적인 전문가에게 어떠한 지원이 필요한지를 고려하고 지원해야 한다. 영국은 과학 자문의 지속가능성을 갖추기 위해 데이터 분석과 역학 전문 지식 등의 실무적인 역량을 갖춘 조직을 신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에 대해 하원의 과학기술위원회는 정부가 새로 설립된 합동바이오안보센터의 운영과 SAGE의 역할이 각각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를 설명하도록 촉구하였다.

다. 소통

영국 정부는 대응 초기부터 의료 및 과학적 조언을 강조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데이터 및 통계의 제시 측면에서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이에 대해 역학 모델링 전문가들은 모델링을 가동하고 실행하기 위해 24시간 근무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할 시간이 없었으며, 사전에 의사소통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언급하였다(House of Commons, 2021).

정보에 대한 시민의 요구가 증가함에 따라 다양한 과학 공동체에서는 가능한 한 명확하게 과학적 내용을 전달하고자 노력하였다. 연구혁신기구(UK Research and Innovation), 보건 연구 기관(Health Research Authority) 등에서 웹사이트를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최근의 과학적 근거, 코로나19 관련 임상 연구의 요약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였다. 또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데이터를 시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하였다. 이러한 소통 측면의 노력은 독립적인 과학 자문 제공에 대한 영국 대중의 신뢰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비상 상황에서 과학 자문을 제공할 때에는 효과적인 소통을 위한 지원 방안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5. 나가며

과학 실험 또는 분석의 결과는 전제하는 상황(또는 조건)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신종 감염병의 초기 대응 시점에는 제한된 근거만을 활용하여 짧은 기간 내에 의사결정을 해야 하므로 적절하지 못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고려할 때 후향적으로 초기 대응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보다는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정책의 결정 근거와 과정의 투명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자문위원과 근거를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과학 자문 내용은 대응 과정에서 빠른 시일 내에 근거를 도출하기 위해 일반적인 연구 결과의 발표와 다르게 동료 평가(peer-review)를 받지 못한 점을 고려하여 공개의 방식과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 감염병으로 인한 위기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정부 조직이 아닌 민간 전문가의 헌신과 참여로 구성되는 과학 자문단의 활동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소수의 전문가 관점에 집중하는 것은 다양한 사회 집단의 주요 고려 사항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효과적인 과학 자문의 활용을 위해서는 공중보건 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잘못된 결정 또는 미비한 점을 돌아보고,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책임과 부담을 개인 또는 일부 전문가에게 돌리지 않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여 다음의 공중보건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영국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과학 자문의 활용 방식과 체계를 다시 한번 점검하였다. 그 결과, 전문가 자문위원회의 운영 방식을 보완하고 투명성을 더욱 강화하였다. 투명성 측면에서는 회의에 참석하는 주요 참석자의 명단과 실무진의 소속 부서를 공개하고, 정책 결정의 근거로 활용되는 과학 자문의 내용과 회의록을 공개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자문위원회의 운영 방식 측면에서는 대응에 참여하는 전문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SAGE 외에 합동바이오안보센터라는 조직을 신설하여 데이터 분석과 역학 연구를 포함한 실무적인 대응 역량을 정부 조직 내에서 갖추고자 하였다.

한국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전문가 자문위원회가 구성되었고, 정책 결정과 대응이 자문 의견을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일정한 위계를 가진 정부의 의사결정 구조와 달리 자문기구는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구조보다는 산재된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정웅기 외, 2021). 이와 함께 긴급한 상황에서 필요에 따라 여러 가지 자문위원회가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 감염병 또는 역학 방면의 전문 인력이 부족하여 일부 전문가에게 과도한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영국의 사례를 고려해 볼 때 한국에서도 의사결정 구조와 분리된 공식적인 과학 자문기구를 구조화하여 갖출 필요가 있다. 각 의사결정의 수준에서 과학 자문 의견을 제공하는 자문기구를 조직적으로 연결하여 각기 다른 부처의 자문위원이 서로의 근거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주요 결정이 이루어지는 회의에 참여한 사람들의 명단과 결정이 이루어진 근거, 논의 사항의 공개에 대한 원칙을 마련하고 투명하게 공개하여 과학 자문과 정책 결정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와 함께 과학 자문에 헌신적으로 참여하는 몇몇 민간 전문가에게 과도한 부담이 지워지지 않고, 소수의 전문가 관점에 집중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 조직의 역량을 갖추고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 코로나19 유행 기간이 지속되어 장기전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과학 자문의 체계와 운영 방식을 보완하는 것은 근거 기반의 정책 결정이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투명하게 진행되고, 대중과 적절한 방식으로 소통하여 신뢰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Notes

1)

4월 25일까지 누적 확진자 수 440만 8831명, 4월 16일까지 사망증명서에 COVID-19 관련으로 기록된 누적 사망자 수 15만 1243명(https://coronavirus.data.gov.uk/)이다.

References

1 

김남순, 송은솔, 박은자, 전진아, 변지혜, 문주현. (2020). 유럽 국가 보건의료체계가 코로나 19 대응에 미치는 영향 비교ㆍ분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 

정웅기, 김상준, 장영욱, 이희영. (2021. 6. 7.). 백신은 과학이지만 백신 접종은 과학이 아닌 이유.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4760에서 2021. 6. 16. 인출. 시사인.

3 

Alwan , Bhopal , Burgess , Colburn , Cuevas , Smith , Greenhalgh (2020). Evidence informing the UK's COVID-19 public health response must be transparent. The Lancet, 395(10229), 1036-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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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V UK. (2020. 2020. 7. 9.). the Scientific Advisory Group for Emergencies. Retrieved from https://assets.publishing.service.gov.uk/government/uploads/system/uploads/attachment_data/file/883104/sage-explainer-5-may-2020.pdf.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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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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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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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ally G., Jacobson B., Abbasi K. (2020). The UK’s public health response to covid-1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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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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