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주택 부문 현황과 코로나19에 대응한 주거정책

The Current Condition of the Housing Sector of the UK and Policy Response to COVID-19

초록

최근 영국에서는 주택 가격 급등과 부실한 사회주택 관리 등으로 주택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었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가구소득 감소, 주거 불안 심화, 신규 주택 건설을 포함한 주택산업 침체가 주택 부문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세입자 강제 퇴거 절차의 한시적 중지, 모기지 연체로 인한 주택 압류 금지 및 상환 일시 유예 등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을 신속하게 도입하였다. 또한 주택산업 침체를 막기 위한 수요자 지원 정책으로 취등록세 감면 정책도 시행하였다. 이러한 영국 사례는 일시적이고 급격한 여건 변화에 대응한 주거정책 수립과 관련하여 우리나라에도 유용한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1. 들어가며

최근 세계 모든 국가의 가장 중요한 이슈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팬데믹일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팬데믹은 전 세계인의 일상부터 경제, 사회, 정치에 이르기까지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해외여행 등을 포함한 국제적인 교류가 중단되었다. 각 국가의 경제성장률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의 심화 여부와 그에 따른 봉쇄 조치에 큰 영향을 받았다. 실제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를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전면적인 봉쇄 조치를 취하였으며, 그 결과 영국의 경우 2020년 경제성장률이 -9.9%를 기록하였다(The Guardian, 2020b).

이에 세계 각국은 보건정책을 중심으로 경제, 노동, 주거 등 광범위한 대책을 수립하여 다양한 소득 보전, 노동 지원 정책 등을 시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상호 간에 여러 가지 정책적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영국 등의 서유럽 국가들은 한국의 신속한 대규모 검사, 추적 시스템에 기반한 초기 성공적인 방역에서 시사점을 얻고 이를 실제 정책화하여 도입하기도 하였다(Bicker, 2020; Majeed et al., 2020). 이는 다른 나라들이 도입하여 시행한 팬데믹 대응 정책들이 우리나라의 관련 정책 수립 및 집행에도 다양한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음을 뜻한다.

한편 주택 문제, 특히 서민들의 주거 안정 문제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큰 영향을 받고 있다. OECD에서 발행한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주택정책 보고서에서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로 가구소득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이는 이들의 임대료나 모기지 지불 능력 부족을 야기하여 주거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OECD, 2020).

따라서 이 글에서는 영국의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한 주택정책을 살펴보고자 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코로나19처럼 전혀 새로운 국면에서 한 나라의 정책 사례는 다른 나라의 정책 도입에 중요한 시사점을 줄 수 있다. 주택 부문 또한 코로나19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주택정책과 관련한 영국 사례는 다양한 정책 실험 등으로 과거부터 주요한 참고 사례로 검토되어 왔기 때문에(김근용 외, 2013; 이수욱 외, 2011; 전성제, 2020a) 코로나19 대응 사례에서도 유용한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여기서는 영국의 코로나19에 대응한 주택정책을 살펴보기 위해 먼저 영국의 주택시장 현황 및 주택정책 동향을 살펴본다.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이 코로나19에 대응한 주거 안정 정책으로 도입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알아본 뒤 마지막으로 시사점을 도출하도록 하겠다.

2. 영국 주택시장 현황과 주거정책 맥락

최근 영국의 주택시장에서는 주택 공급 부족 등으로 인해 주택 가격이 급등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2017년 사회주택인 그렌펠타워에서 화재 참사가 발생하면서 주택시장을 포함한 주거 문제가 매우 중요한 정치적, 정책적 문제가 되었다(전성제, 2020a; Labour Party, 2018; Ministry of Housing, Communities & Local Government, 2018). 따라서 영국 정부에서는 주택 가격 급등에 따른 주거비 부담 문제를 해결하고, 그렌펠타워 화재로 드러난 사회주택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 방안을 차례로 발표하였다. 이와 같은 최근의 영국 주택시장 현황과 그에 대응한 주거정책의 맥락은 코로나19에 대응한 영국 정부의 대책을 잘 이해하기 위한 배경 지식과 기초를 제공해 줄 수 있다. 이 장에서는 영국의 주거정책을 이해하기 위한 배경으로 최근 영국의 주택시장 현황을 살펴보고, 그에 대응한 영국 정부의 주거정책 최근 흐름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가. 주택시장 현황

영국의 주택 가격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일시적인 조정기를 거친 뒤 급등하였다. [그림 1]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영국 전체와 런던의 주택 가격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2009년 봄 각각 15만 4452파운드와 24만 5351파운드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2021년 1월 기준으로 각각 24만 9309파운드와 50만 1320파운드를 기록하여 10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영국 전체 61%, 런던 약 104%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런던을 중심으로 한 남동부 지역의 주택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이 지역 주거비 부담 급등이 매우 중요한 정책적 이슈가 되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런던의 경우 약 11년간 주택 가격이 2배 이상 상승하여 이들 지역의 주거비 부담이 중요한 정책적 문제로 대두되었다(Department for Communities and Local Government, 2017; Greater London Authority,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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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영국 전체 및 런던 평균 주택 가격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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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HM Land Registry. (2021). UK House Price Index.

이러한 주택 가격 급등의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1990년대부터 누적되어 온 신규 주택 공급 부족 문제였다. [그림 2]에 보이는 바와 같이 1970년에는 약 30만 호의 주택이 건설되었는데 반해 2019년에는 약 17만 호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그림에 보이는 바와 같이 지방정부(Local Authorities)의 사회주택이 건설이 1980년대 이후 거의 중단되면서 공급 부족이 심화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가 공급하는 사회주택 공급 확대 없이는 시장 정상화가 어렵다는 주장까지도 나오고 있다(Armstrong,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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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영국의 연도별 공급 주체별 신규 주택 건설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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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UK Government. (2021). Live Table 213.

나. 최근 영국 주택정책의 맥락

신규 주택 공급 부족과 그에 따른 주택 가격 급등 문제가 지속되면서 이는 영국 정부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정책적 이슈가 되었다. 예를 들어 영국 정부의 장기 주택정책 계획에서 영국 주택시장을 ‘고장난 주택시장(broken housing market)’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주택시장의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었다(Department for Communities and Local Government, 2017). 이 중 가장 큰 문제라고 본 부분은 지속적인 주택 공급 부족이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영국의 연간 신규 주택 공급량은 1990년 이후 거의 30년간 15만 호 내외에 그쳤으며, 그나마 대부분 15만 호 이하의 공급량을 기록하였다. 이는 영국 인구가 약 6300만 명이며, 매년 새로 구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구수가 약 25만 가구인 것만 고려하더라도 주택 공급 부족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 수 있다(Armstrong, 2016).

따라서 영국 정부는 ‘고장난 주택시장’을 바로잡기 위한 종합 대책을 ‘Fixing our broken housing market’이라는 타이틀로 2017년 발표하였다. 영국 정부는 이 대책을 통해 시장 기능, 특히 공급 기능 회복을 주요한 정책 목표로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주택 공급 절차 간소화, 건설 속도 향상 등의 정책 방안을 제시하였다(Department for Communities and Local Government, 2017).

이런 상황에서 2017년 7월 런던 시내의 사회주택인 그렌펠타워에서 발생한 화재로 72명이 사망하면서 영국 사회주택을 포함한 주거복지 향상이 매우 중요한 정치적, 정책적 이슈로 부상하였다(전성제, 2020a; Labour Party, 2018; Ministry of Housing, Communities & Local Government, 2018). 이에 영국 정부의 주택커뮤니티지방정부부(Ministry of Housing, Communities & Local Government)는 그렌펠타워 화재 사건으로 크게 부각된 영국 내 사회주택과 관련한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 ‘사회주택 뉴딜 정책(A new deal for social housing)’을 2018년에 발표하였다(Ministry of Housing, Communities & Local Government, 2018). 당시 사회주택과 관련하여 불에 잘 타는 값싼 외장재 사용, 열악한 사회주택 관리 실태 등이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러한 문제가 정부의 사회주택 관련 예산 삭감 등과 연계되면서 보수당 정부에 대한 비판이 거센 상황이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고 비판에 대응하기 위해 영국 정부는 사회주택 관련 종합 대책을 수립하게 되었다(전성제, 2020b). 실제 테리사 메이 당시 영국 총리도 보고서 서문에서 그렌펠타워 화재가 사회주택 뉴딜정책 수립에 큰 영향을 미쳤음을 언급하였다(Ministry of Housing, Communities & Local Government, 2018).

이런 배경에서 2018년 발표된 영국의 사회주택 뉴딜정책에서는 사회주택과 관련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 방안을 제시하였다. 먼저 이 정책 도입의 가장 큰 원인이 되었던 사건이 그렌펠타워 화재였기 때문에 이러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양질의 주택 확보를 가장 강조하였다. 외장재를 불연성 자재로 대체하는 사업을 포함하여 안전 관련 인프라 향상 정책을 제시하였다. 이에 더해 사회주택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권리를 향상시키고, 사회주택을 관리하는 감독기관의 권한을 강화하며, 사회주택 거주민들에 대한 낙인을 방지하고 커뮤니티를 강화하는 정책 방안 등도 제시되었다. 마지막으로, 사회주택 공급 확대와 함께 사회주택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주택 구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강화 정책을 도입하였다(Ministry of Housing, Communities & Local Government, 2018). 앞서 영국의 주택시장 현황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주택 공급 부족은 최근 영국에서 가장 중요한 주택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주택공급 부족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지방정부의 사회주택 건설 부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해소함과 동시에 사회주택 부족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정책으로 사회주택 공급 확대 정책이 제시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전성제, 2020a). 이와 함께 사회주택 거주 가구가 자가로 주거 상향 이동이 가능하도록 일부 지분을 거주 가구가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고 나머지 지분에 대해서는 임대료를 지불하면서 차츰 거주 주민이 지분을 늘려 나가는 프로그램(Shared ownership) 확대 등의 정책 방안도 제시하였다(Ministry of Housing, Communities & Local Government, 2018).

3.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한 영국의 주거정책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최근 영국에서는 주택 가격 급등에 따른 주거 불안, 그렌펠타워 화재로 대표되는 사회주택 문제 등 주택과 관련한 이슈들이 높은 사회적 관심을 받고 있다. 그 결과 영국 정부도 주택 문제 해소를 위한 종합 대책을 수립·집행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자 영국 정부는 영국 내 주거 불안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을 신속하게 도입하였다. 이에 이 장에서는 영국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이 주거 부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이에 따른 주거 불안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도입하였는지를 살펴보도록 한다.

가. 코로나19 팬데믹이 주거 부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영국 정부의 인식

이번 팬데믹과 그에 따른 봉쇄 조치는 영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에서 가구소득의 감소, 주택건설업의 위축 등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OECD, 2020). 실제 영국에서 팬데믹에 따른 봉쇄 조치가 일부 가구의 소득에 영향을 미치면서 이들 가구가 그들의 주택에서 계속 거주하는 데 문제를 야기하였다(Wilson, 2021). 주택 건설과 관련해서는 2020년 4월 건설업체의 실적이 40%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 영국의 고질적 문제인 주택 부족 문제를 더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OECD, 2020).

이에 영국 정부는 최근 중요한 정책적 이슈로 부상한 주거 부문과 관련하여 임차 거주 가구와 자가 거주 가구를 포함한 주택 소유주를 보호하기 위해 몇 가지 강력한 주거 안정 및 지원 정책을 도입하였다. 이를 위해 최우선적으로 코로나로 인한 가구소득의 일시적 감소가 주거 안정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임차인이 일시적인 소득 감소로 인해 집에서 바로 강제 퇴거되는 것을 막고, 경제적 어려움으로 모기지 납부에 어려움을 겪는 주택 소유주를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였다(Aitken, 2020; BBC, 2021; Ministry of Housing, Communities & Local Government, 2021; Wilson, 2021). 이에 더해 주택 공급 문제가 현재 영국의 주거 문제에서 매우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팬데믹에 따른 일시적 주택시장 침체와 그로 인한 공급 위축을 막기 위해 주택 구입에 대한 혜택을 도입하였다(BBC, 2021). 세입자 지원, 자가 거주 가구를 포함한 주택 소유주 지원 정책과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한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 세입자 보호 강화

영국 정부는 팬데믹의 영향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임차 가구가 살던 집에서 강제 퇴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팬데믹에 따른 세입자 강제 퇴거를 완전히 금지하는 정책을 2020년 3월 도입하였다(Wilson, 2021). 이를 위해 첫째, 임대인이 합법적인 계약의 틀 내에서 세입자를 내보내기를 원할 경우 최소 6개월 전에 세입자에게 사전 공지가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둘째, 임대료 연체 등 임차인의 귀책 사유로 임차 가구를 강제로 퇴거시키는 법적 절차를 중지시켜 일정 기간 동안 임대인이 임차인을 강제 퇴거시킬 수 없도록 하였다(Aitken, 2020; Ministry of Housing, Communities & Local Government, 2021; Wilson, 2021).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정책과 관련하여 영국에서는 계약 기간이 끝나거나, 계약 기간을 따로 정하지 않은 임대차계약을 맺었을 때 2개월 전에 임대인이 계약 종료를 임차인에게 공지하면 임차인은 임대인이 지정한 날짜 내에 집을 비워야 한다(Aitken, 2020). 그러나 2개월의 기간이 봉쇄정책이 도입된 기간에는 세입자가 새로 거주할 집을 검색하고 구하기에 충분하지 않을뿐더러 봉쇄 조치 기간에 대부분의 비필수 상점들이 영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 기간에 새로운 집을 구하는 세입자는 큰 어려움에 봉착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이러한 어려움을 예방하고 충분히 이주를 준비할 시간을 주기 위해 임대인이 더 빨리 임차인에게 계약 종료를 공지하여 세입자들이 보다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2020년 3월 최초로 이 제도가 도입될 당시에는 임대인이 최소 석 달 전에 임차인에게 공지를 하는 것이었으나, 2020년 8월 규정을 바꾸어 최소 6개월 전에 계약 종료를 공지하도록 하였다. 이 제도의 기간도 최초에는 2021년 3월 31일까지 계획됐었으나 2개월 연장하여 2021년 5월 31일까지 적용하도록 하였다(Ministry of Housing, Communities & Local Government, 2020; Wilson, 2021). 그러나 세입자가 6개월 이상 임대료를 연체한 경우, 반사회적 행동을 했거나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가정 폭력 등의 사유, 거주비자 기간 초과 등 영국 내 합법적인 거주권리가 없을 경우 등은 예외로 인정하여 6개월 전 사전공지 제도가 적용되지 않으며, 최소 15일 이전에만 세입자에게 공지하면 합법적 절차로 인정된다(Ministry of Housing, Communities & Local Government, 2021).

둘째, 임차 가구 강제 퇴거 중지와 관련한 구체적인 사항은 다음과 같다. 영국의 경우 임대인이 계약 종료에 맞추어 사전 공지를 했거나 임대료 연체 등 세입자의 귀책 사유1)로 계약이 파기되어 집을 비워 줄 것을 요청하고 기간을 공지했음에도 세입자가 집을 비우지 않을 경우 강제 퇴거 절차에 따라 세입자를 퇴거시키도록 되어 있다. 이 강제 퇴거 절차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이 임대인이 세입자 퇴거를 법원에 요청하여 법원이 강제 퇴거 명령을 내리는 것이다(Aitken, 2020). 영국 정부는 이러한 법원의 강제 퇴거 명령 발부를 위한 법적 절차를 중지시킴으로써 일정 기간 동안 임대인이 임차인을 강제 퇴거시킬 수 없도록 하였다. 강제 퇴거 절차 중지 정책은 최초에는 2020년 3월 27일부터 6월 25일까지 90일간 적용할 계획이었으나 두 차례 더 연장하여 2020년 9월 21일까지 약 6개월간 모든 강제 퇴거 관련 법적 절차를 중지시켰다(Ministry of Housing, Communities & Local Government, 2021; Peachey, 2020). 이를 통해 영국 정부는 팬데믹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가구가 임대료 연체 등의 사유로 살던 집에서 강제 퇴거되지 않도록 하였다. 2020년 9월 21일 이후 강제 퇴거 관련 법적 절차가 재개되었으며, 가정폭력이나 반사회적 행태, 범죄행위 및 1년 이상 임대료를 연체한 경우 등 빠른 처리가 필요한 사례부터 우선적으로 강제 퇴거 절차를 시작하였다(Peachey, 2020). 그러나 강제 퇴거 절차가 시작되더라도 법원에서 팬데믹이 임차인의 상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자료를 임대인이 제출하도록 하여 강제 퇴거 명령 발부 과정에서도 팬데믹의 영향 여부를 면밀히 고려하도록 하였다(Aitken, 2020).

다. 자가 거주 가구 및 주택 소유자 보호

영국 정부는 자가 거주 가구 및 주택 소유자를 보호하기 위해 모기지 연체로 인한 주택 소유주 강제 퇴거나 주택 강제압류 금지, 모기지 상환 유예 등의 정책을 한시적으로 도입하였다(Ministry of Housing, Communities & Local Government, 2021; Wilson, 2021). 첫 번째로 영국 정부는 2020년 3월 이후 모기지 연체로 인한 대출 기관의 주택 강제 압류를 금지하였으며, 이는 2021년 5월 31일까지 적용되었다. 이러한 정책은 모기지 상환 의무가 있는 지분 공유 프로그램(Shared ownership program) 대상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특히 지분 공유 프로그램을 통해 주택의 일부 지분을 취득하여 거주하는 가구의 경우 나머지 지분을 소유한 기관에 임대료도 지불하고 있기 때문에 앞서 살펴본 세입자 보호 정책도 동일하게 적용된다(Ministry of Housing, Communities & Local Government, 2021).

두 번째로 모기지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택 소유주들에 대하여 모기지 상환을 일시 유예하였다(The Guardian, 2020a; Wilson, 2021). 특히 영국 정부는 소유주에 대한 모기지 유예가 단순히 소유주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임차인을 위한 것이기도 함을 강조하였다. 왜냐하면 임대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주택을 산 소유주들(buy-to-let landlords)이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는 임차인들의 임대료 연체로 인해 모기지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그 영향이 고스란히 임차인 퇴거 종용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국 정부는 최초에는 3개월간 모기지 상환 유예를 적용하였으며, 이후 이를 연장하여 총 6개월간 모기지 상환을 유예하였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임대인들의 임차인에 대한 불필요한 압박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였다(Wilson, 2021). 모기지 상환 유예기간이 완료된 2020년 10월 이후에도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적 영향이 지속될 경우 대출 기관과 논의하여 일정 기간 유예기간을 추가로 연장하거나 월 상환액을 낮추는 등의 조정이 가능하도록 하였다(The Guardian, 2020a).

라. 주택 구입 가구 지원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영국 정부는 부족한 주택 공급이 주거 문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매우 크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팬데믹으로 주택 건설 활동과 주택 거래가 급감하게 되자 영국 정부는 국가 경제 차원에서 부정적 영향뿐 아니라 신규 주택 건설 위축을 포함한 주택시장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였다. 또한 일시적인 경제적 어려움으로 내 집 마련을 원하는 가구들이 겪을 부담을 경감할 필요성이 높다고 인식하였다. 그 결과 2020년 7월부터 2021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가구에 대한 취등록세(Stamp duty tax)를 경감하는 정책을 도입하였다(BBC, 2021; HM Revenue & Customs, 2020; Read, 2020).

새로 도입된 정책은 50만 파운드(약 7억 5000만 원) 이하 주택에 대하여 무주택자가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취등록세를 전액 면제하고, 그 이상 가격의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1만 5000파운드를 감면하도록 하고 있다(HM Revenue & Customs, 2020). 예를 들어 무주택자가 40만 파운드(약 6억 원) 주택을 구입할 경우 취등록세가 기존에는 1만 파운드(약 1500만 원)의 세금이 부과되었으나 한시적 감면 정책으로 인해 전액 면제되며, 100만 파운드(약 15억 원)의 주택을 구입할 경우 기존에는 4만 3750파운드(약 6500만 원)의 취등록세가 부과되었으나 한시적 감면 정책으로 1만 5000파운드(약 2300만 원)가 감면된 2만 8750파운드(약 4500만 원)만 부과된다.

그러나 이 정책의 경우 최근 영국의 주택 가격이 급등하는 등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이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주택 구매자에 대한 지원은 2020년 이후 나타나고 있는 주택 가격 급등의 중요한 요인이 되었으며, 이는 오히려 새로 주택을 구입하려는 가구들에 어려움만 가중시키는 결과로 귀결되었다는 것이다(Ball, 2021; Brook, 2021; Norwood, 2021). 또한 저소득층과 청년층이 팬데믹에 의한 피해를 크게 입었음에도 50만 파운드 이상 고가주택 구매자에게 가장 큰 금액의 혜택을 제공했다는 점,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은 거주자가 실질적으로 더 높은 주택 가격을 지불하여 주택건설업자들의 이익만 늘려 주었다는 점 등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Ball, 2021; Brook, 2021).

4. 나가며

영국 정부는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가구소득 감소에 따른 주거 불안 심화와 신규 주택 건설을 포함한 주택산업 침체가 주택 부문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신속하게 대응 정책을 수립, 집행하였다. 가구소득 감소에 따른 임대료·모기지 연체로 인한 주거 불안을 방지하기 위해 세입자 퇴거에 대한 고지를 최소 6개월 전에 하도록 하고, 강제 퇴거 절차를 한시적으로 중지시켰으며, 모기지 연체로 인한 주택 압류를 금지하고 모기지 상환을 한시적으로 유예하였다. 이 과정에서 영국 정부는 임대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주택을 산 소유주들이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는 임차인들로 인해 모기지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그 영향이 고스란히 임차인 퇴거 종용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모기지 유예 정책이 단순히 소유주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임차인을 위한 정책이기도 함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신규 주택 건설을 포함한 주택산업 침체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한시적인 주택 취등록세 면제 정책을 도입하였다. 그러나 이 정책의 경우 최근 영국 주택 가격이 급등하면서 오히려 신규 주택 구매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었다.

이러한 영국 정부의 코로나19에 대응한 주거정책은 단기간에 급격한 사회경제적 변화가 발생했을 때 주거정책 측면에서 어떤 정책 수단을 동원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 준다. 예를 들어, 일시적 소득 감소로 강제 퇴거라는 극단적인 주거 불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강력한 임차인 보호 정책을 시행함과 동시에 임차인의 임대료 체납과 연결되는 임대인 피해를 최소화하는 조치가 보완적으로 시행될 필요가 있음을 보여 주었다. 이와 함께 경제 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이더라도 주택시장 활성화 조치는 정책 의도와 다르게 시장 불안을 야기할 수 있으며, 매우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하였다. 이러한 점들은 급격한 사회경제적 충격이 발생했을 때 이에 대응한 주거정책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해 우리나라에도 유용한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Notes

1)

이는 임대료를 연체한 경우, 주택 상태를 현저하게 나쁘게 만들었을 경우 등을 포함한다(Aitken, 2020).

References

1 

김근용, 손경환, 천현숙, 김상조, 박천규, 전성제, 문지희. (2013). 제2차 장기(2013년~2022년) 주택종합계획. 세종: 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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