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경제적 맥락 속 이탈리아의 코로나19 유행 돌아보기

COVID-19 Crisis in Italian Socioeconomic Context

초록

이 글은 이탈리아의 코로나19 유행과 보건의료체계의 대응을 지역 격차와 건강 격차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첫 번째, 코로나19 발생 전 지난 10년간 벌어진 이탈리아의 지역 격차를 중심으로 사회경제적 맥락을 조망한다. 두 번째, 이탈리아의 지난 1년 코로나19 유행 과정에서 드러난 건강 격차를 탐색한다. 마지막으로는 장기적인 지역 격차와 예기치 못한 건강 격차에 대비하기 위한 교훈을 제시한다.

1. 들어가며

코로나19 범유행 초기 전 세계는 이탈리아에 주목했다. 최초의 지역사회 신종 감염병 확진자, 다음날 연이은 첫 사망자 발생, 감염 경로 확인 불가 등의 소식이 연일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지역사회 감염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2020년 3월 8일 주세페 콘테(Giuseppe Conte) 당시 이탈리아 총리는 중국에 이어 유럽 대륙에서는 최초로 봉쇄령을 발표했다(김남순 외, 2020). 그러나 롬바르디아주(Lombardia)를 대상으로 실시한 최초 봉쇄령 다음날부터 확진자와 사망자가 폭증하자 3일 뒤인 3월 11일에는 전국 봉쇄령이 발표된다. 모든 상업활동, 생산활동, 이동을 제한하는 이 초유의 사태로 인해 텅 빈 관광지나 기차역을 통제한 군경, 혼잡한 병원의 환자와 의료진 등 시민 제보 영상이 온라인에서 실시간으로 유포되었다. 이후로도 2020년 코로나19 범유행의 주요한 국면마다 이탈리아 정부의 대응과 대중의 반응이 언론을 통해 주목받아 왔으나 이탈리아의 사회경제적 지형에 바탕을 둔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이해는 제한적이었다.

이 글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2000년대 보건의료체계와 정치경제 현안을 분석한 정부 보고서 및 학술 논문과 2020년 코로나19 유행 양상, 정책적 대응, 관련 사건을 다룬 통계자료, 학술 논문, 외신 보도를 포괄적으로 검토한 결과에 바탕을 둔다. 이를 통해, 도시국가의 역사에 기반해 지방분권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이탈리아와 유럽연합이라는 거대 범국가 연합체 속 단일 국가로서 이탈리아를 분리해 코로나19 유행과 보건의료체계의 대응을 지역 격차와 건강 격차라는 차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글은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첫 번째, 코로나19 발생 전 지난 10년간 벌어진 이탈리아의 지역 격차를 중심으로 사회경제적 맥락을 조망한다. 두 번째, 이탈리아의 지난 1년 코로나19 유행 과정에서 드러난 건강 격차를 탐색한다. 마지막으로는 장기적인 지역 격차와 예기치 못한 건강 격차에 대비하기 위한 교훈을 제시한다.

2. 이탈리아의 지역 격차

가. 이탈리아 속 지역 격차

이탈리아의 지역 격차는 두 가지 층위에서 살펴보도록 한다. 먼저 이탈리아 내에서는 국영기업 중심의 농업이 발달한 남부와 민간기업 중심의 산업이 발달한 북부 지역 간 격차를 살펴본다. 도시국가에서 발돋움한 이탈리아에서 남북 갈등은 해묵은 과제다. 문화생활의 양식부터 가구소득과 실업률의 격차는 몇 차례 시도된 대규모 무상 투자, 세제 혜택에 기반한 개발계획과 기금의 유통으로도 해소되지 못했다. 오히려 경제적 양극화와 국가 부채의 증가가 촉발한 갈등은 긴축재정 속 지역 자치의 가치를 내세우며 사회보장제도와 공공기관의 민영화를 앞당겼다(조문환, 2020; Hong et al., 2018). 이 과정에서 고령사회에 진입한 지 18년 만인 2006년 전 인구의 20%가 만 65세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 진입 역시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인구 고령화는 가족 중심 노인인구 돌봄과 부양을 장려하는 현금 급여 방식의 가족수당 제도, 노인 요양 정책 등 사회보장제도의 개혁을 더디게 만들었다. 예를 들어 지역별 불균등한 산업구조는 가족을 돌볼 책임이 있는 여성의 노동시장 고용률과 성별 임금 격차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사회보장제도와 마찬가지로 1978년 도입된 국영보건제도(SSN: Servizio Sanitario Nazionale)에 기반한 보건의료체계 역시 긴축재정 아래 구조조정을 겪었다(Hong et al., 2018). 특히 2008년 미국발 경기침체와 2010년 그리스발 경기침체는 보건의료체계의 민영화와 지방분권화를 가속화했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중앙정부는 의료개혁을 추진했으나 보건의료 영역만으로는 지역의 건강 격차를 해소하지 못했다. 집행 과정에 대한 의혹과 부진한 성과에 대한 논란 속에서 보건의료의 책임과 권한은 20개 지방정부에 이양되었다(Cachia, 2021; Garattini, Zanetti, & Freemantle, 2020). 결과적으로 중앙정부의 역할이 조세 수입에 따른 재원의 조달에 한정되면서 지방정부의 의료서비스 전달 체계와 공중보건 사업은 지역의 정치 성향과 지역 보건당국의 조직적 역량에 따라 정해졌다.

누적된 격차와 저마다의 분화로 인해 코로나19 대비 대응을 위한 행정부와 사법부의 의사결정은 혼란의 연속이었다(Malandrino & Demichelis, 2020). 불확실성과 의사소통의 단절로 총리가 이끄는 내각을 중심으로 하는 중앙정부부터 주정부, 시정부, 지역 보건당국으로 이어지는 행정부의 명령체계는 빈번한 혼선과 마비를 경험했다. 동시에 중앙정부가 공표한 법령과 행정명령 등은 지방정부로 심사를 거쳐 채택하거나 수정 혹은 보류되었기 때문에 정책을 기획하고 시행하는 주체가 어디인지, 언제였는지에 따라 마찰이 가중되었다(Ruiu, 2020).

나. 초국가적 지역 격차 속 이탈리아

이탈리아가 경험해 온 두 번째 지역 격차는 EU 27개 가입국의 초국가적 지역 격차이다. 조문환(2020)에 따르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던 중소기업을 다수 보유하고 있던 이탈리아는 유로화 단일화폐 사용 이후 독일과의 수출 경쟁에서 밀려났다. 정부의 재정적 지원에 따른 산업의 성장은 북부 지역에 국한되었고, 기타 지역의 실업률 상승은 국내 지역 격차로 인한 경제성장률 하락과 재정적자로 이어졌다. 또한 2010년 그리스발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발행한 국채로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를 상회하자 ‘게으른 남유럽(PIGS: Portugal, Italy, Greece, Spain)’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그러나 국민들의 적극적인 국채 매입 운동에 힘입어 이탈리아는 다른 국가와 달리 자금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재정적자와 채무 한도를 제안하여 재정안정성 확보를 우선하는 마스트리흐트조약(Maastricht Treaty)의 체결 이후 유로화를 발행하는 유럽중앙은행(ECB: European Central Bank)과 남유럽 국가의 국채를 보유하고 있던 회원국은 이탈리아에 채무상환과 연대책임을 끊임없이 요구했다. 그 예로 유로존 재정 위기에서 “어떤 수를 쓰더라도 유로존을 유지”하는 전략을 취했던 이탈리아 출신인 마리오 드라기(Mario Draghi) 당시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2012년 이탈리아에 저금리 장기 대출을 승인하고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는 양적완화를 앞세워 고강도 긴축, 경제개혁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추진 중이던 여러 사회보장 및 보건의료 영역의 개혁이 지연 혹은 철회되었다.

이탈리아의 초국가적 지역 격차는 이탈리아(Italy)와 영국의 탈퇴 사태(Brexit)를 합성한 ‘이탈렉시트(Ital+exit)’라는 신조어로 상징되는 이탈리아 국민의 유로존 탈퇴 요구로도 이어졌다(조문환, 2020). 이러한 요구는 특히 EU 회원국의 재정안정성 확보를 강하게 요구하던 독일과 프랑스가 정작 아프리카와 중동의 내전과 분쟁을 피해 지중해를 건너오는 난민과 미등록 입국자의 분산 수용 합의를 외면하고 망명 신청을 거부하는 사태를 경험하면서 더욱 강화되었다. 이탈리아는 주변국에 유럽 진출의 교두보로 알려져 있다. 가입국 간 인적・물적 이동 조건을 완화하는 솅겐조약(Schengen Treaty)에 따라 다른 고소득 회원국으로의 이동이 자유로우면서도 체류 자격과 무관하게 모든 장단기 체류자에게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보장하는 국가이기 때문이다(Cachia, 2021; Hong et al., 2018). 아프리카와 중동의 분쟁과 내전에 지친 난민과 동유럽에서 구직을 위해 찾아온 노동자가 뒤엉켜 유입되면서 해마다 외국인 유입은 급격히 증가했다. 일련의 유럽화(Europeanization) 현상에 대한 반감으로 2018년 총선에서 기존 화폐인 리라화의 복귀, 반이민, 유로존 탈퇴 등을 의제화한 정당에 대한 지지도가 크게 올랐다(조문환, 2020; Cachia, 2021). 총선에서 승리해 연정 내각을 꾸린 주세페 콘테 총리는 합동 난민심사소의 설립・운영 추진 등 공약을 이행하는 한편 해상 난민 구조 활동의 입항 및 하선 금지 조치를 강행했다.

2020년 초까지만 해도 EU는 동아시아를 덮친 신종 감염병에 맞서기 위한 국제적 연대를 강조했다. 그러나 이탈리아에 대규모 지역사회 감염이 발생한 이후에는 인력과 물자의 국경 이동을 차단하고 자국민 보호를 이유로 마스크와 진단키트 등 방역에 필요한 위생용품이나 구호물자의 유통을 제한했다. 재난 대응을 위해 창설된 EU 내 조직마저 침묵하는 사이 이탈리아의 유로존 탈퇴를 넘어 EU의 붕괴를 점치는 회의론이 등장하기도 했다(조문환, 2020). 그러나 2020년 연내 EU는 이탈리아의 코로나 대응 및 복구를 위한 자금을 승인하면서 EU와 이탈리아의 채무 관계는 더욱 긴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3. 코로나19 유행과 건강 격차

지역사회 코로나19 유행 초기 6개월 동안 이탈리아의 유병률과 치사율은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다른 유럽 국가보다도 심각한 수준으로 보였다(김남순 외, 2020). 그러나 유행이 장기화되고 국가별 대응 전략과 도입 시기가 달라지면서 2차 파동을 비롯한 유행의 양상이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이 장에서는 이탈리아의 1년간 코로나19 유행과 의료적 수요 추세를 전체적으로 살펴본 뒤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률(all-cause mortality)’의 추세를 비교함으로써 코로나 시대에 마주하게 된 직간접적 건강 격차를 탐색하고자 한다.

가. 코로나19 유행의 건강 지표

2020년 2월 1일부터 2021년 1월 31일까지 지난 1년간 이탈리아의 전체 일일 신규 확진자 수, 일일 입원환자 수, 일일 집중치료 병동(IUC: Intensive Care Unit) 수, 일일 신규 사망자 수를 살펴보면(그림 1) 3월 초부터 6월 말까지의 1차 파동과 9월 1일부터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2차 파동으로 구분할 수 있다. 국가나 지역 간 비교연구는 인구 크기를 통제할 목적으로 인구 1000만 명 혹은 100만 명당 수치를 활용하지만, 이탈리아의 통계자료는 분절된 의료체계로 인해 지역별로 수집하는 자료의 종류, 유형, 수집 주기, 수집 방식 등이 각기 다르다(Berardi et al., 2020). 자료의 제한점을 감안하더라도 신종 감염병의 유행 양상을 분석하는 데 국가 단위 추세 파악이 유용하므로 이 장에서는 평활화(smoothed)한 일일 신규 확진자, 사망자, 병원 입원환자, ICU 병상 입원환자의 수를 활용해 유행 규모와 의료 수요를 점검해 보고자 하였다. 이를 통해 도출할 수 있는 결과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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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2020년 이탈리아의 일일 코로나19 유행과 의료 수요 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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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일일 신규 확진자 수(왼쪽 y축), 일일 입원환자 수(왼쪽 y축), 일일 집중치료 병동(IUC: Intensive Care Unit) 수(왼쪽 y축), 일일 신규 사망자 수(오른쪽 y축).

자료: Max Roser, Hannah Ritchie, Esteban Ortiz-Ospina and Joe Hasell. (2020). - “Coronavirus Pandemic(COVID-19)”. Published online at OurWorldInData.org. Retrieved from: ‘https://ourworldindata.org/coronavirus’ [Online Resource]

첫째, 두 차례의 파동 모두 하루 입원환자 수는 약 3만 명을 초과했다. 2000년대 초부터 지속해서 감소한 이탈리아의 병상수가 2018년 기준 약 18만여 개였음을 고려하면 전체 입원환자의 15%가 코로나19 확진 환자였다는 의미이다(OECD & European Union, 2020). 그러나 유행 초기와 하반기의 파동에 대응하는 주체와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불과 며칠 만에 확진과 사망 건수가 치솟던 초기 극심한 의료체계의 과부하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지역사회의 병원 네트워크와 전공 과목별 협회였다(김남순 외, 2020). 지역사회에 기반한 의료 제공자 간 개인 연락망은 자발적인 전담 병원 지정과 자원 확보에서 나아가 임상 근거 생산과 대응 전략에 대한 학술적 토론으로 이어졌고, 이탈리아의 코로나19 유행을 다룬 학술 문헌이 쏟아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추측된다. 반면 초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반기 유행에는 정부가 주도해 군대를 동원하고 임시 병상을 증축하거나 체육시설이나 숙박시설을 활용하는 방식의 대응이 신속하게 이루어졌다(OECD & European Union, 2020).

두 번째, 첫 번째 파동 당시 일일 ICU 병동 입원환자는 약 5000명으로 전국 ICU 병상의 80%에 해당한다. 일반 병동과 달리 집중치료 병동은 중증도가 높은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곳인 만큼 요구되는 지식 수준과 업무 능력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인구 1000명당 활동하는 의사 수가 약 4명, 간호사 수가 약 5명뿐인 이탈리아에서는 병상 확보만큼 인력 확보가 중요한 과제였기 때문에 정부는 모자란 의료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의대와 간호대 졸업 예정자, 은퇴하거나 임상을 벗어난 의료면허 보유자, 외국인 의료진 등을 적극적으로 모집하였다(OECD & European Union, 2020). 그러나 이탈리아 통계청이 집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초기 몇 달간 질병과 치료법에 대한 지식과 개인보호장비 등의 부족으로 감염된 의료진이 3만 명 이상에 달한다. 급하게 충원된 인력이 감염원 노출의 위험에서 안전할 수 있도록 충분한 사전 교육과 보호장비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의료체계의 약화와 병원 내 감염이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이탈리아 전체를 살피다 보면 주(province)나 시(city) 단위 지방정부의 역량과 정치적 우선순위에 따라 진단검사 대상자, 진단키트의 보급, 진단검사 소요 시간, 추적 검사 전략, 선별진료소 도입 시기 등이 제각각이었다. 이로 인해 같은 북부 지역이라 할지라도 임상의료 중심인지 일차의료 중심인지에 따라 유병률과 치사율의 지역 간 건강 격차가 나타났다(Ghiotto, et al., 2018). 예를 들어 같은 북부 지역이라 할지라도 지역 보건당국이 상급 의료기관 중심 민영화를 지지한 롬바르디아주와 달리 오랜 기간 일차의료 중심 개혁을 시도해 공중보건적 개입을 중요하게 여겨 왔던 베네토주(Regione del Veneto)는 적극적으로 추적 검사와 엄격한 자가격리 등 비약물적 중재에 집중하면서 빠르게 유병률과 치사율을 해소할 수 있었다(Ghiotto, et al., 2018; 김남순 외, 2020). 이와 더불어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이탈리아 북부 지역의 심각한 유행세와 많은 연구에 비해 1년이 지난 현재까지 남부 지역에 관한 연구와 토론은 일부 역학적 연구(Berardi et al., 2020)에 제한되고 있다. 지역 격차가 점차 강화되고 있는 한국에서도 감염병 위기 상황에 따른 건강 격차와 그에 대한 지식의 공백을 탐색해 볼 필요가 있다.

나. 총사망률 추세

총사망률(All-cause Mortality)이란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을 의미한다. 코로나19 감염에 의한 사망 외에도 의료체계의 과부하나 접근성 저하로 인한 사망이 증가하면서 초과사망(Excess Mortality)에 대한 우려도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이 사망률의 변화에 미친 영향을 파악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지난 5년간 일정 기간의 평균 사망 건수와 같은 기간 2020년 사망자 수를 비교할 수 있다. 이 장에서는 1월부터 12월까지 기간을 기준으로 지난 5년 평균, 2020년 한 해 이탈리아의 일일 사망 건수 추이와 더불어 연령별 사망 추세의 차이를 비교해 보고자 한다(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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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이탈리아의 코로나19로 인한 사망 추세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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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연령대별 사망률 변화(왼쪽 y축, 단위: %), 2020년 사망자 수(오른쪽 y축, 단위: 명), 2015~2019년 평균 사망자 수(오른쪽 y축, 단위: 명)

2차 자료: Max Roser, Hannah Ritchie, Esteban Ortiz-Ospina and Joe Hasell. (2020). - “Coronavirus Pandemic (COVID-19)”. Published online at OurWorldInData.org. Retrieved from: ‘https://ourworldindata.org/coronavirus’ [Online Resource]

원자료: Human Mortality Database(2021), World Mortality Dataset. 2021.

가장 먼저 주목할 점은 신종 감염병이 처음 논의되던 2020년 1월부터 지역사회 유행이 본격화되기 전인 2월 말까지 2020년 전체 사망자 수가 2015년부터 2019년까지의 평균 사망자 수에 비해 오히려 적다는 것이다. 당시는 공항과 항만을 중심으로 한 방역과 국가 간 이동 제한을 중심으로 방역 전략이 꾸려졌던 시기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생활 속 위생수칙에 대한 홍보로 한국에서 호흡기나 접촉에 의한 감염성 질환이 크게 감소한 것을 참작해 본다면, 유럽과 북미를 포함한 북반구 고소득 국가에서 매년 겨울철 주요한 사망 원인으로 꼽히는 독감 유행(influenza outbreak)이 1월부터 2월 사이에 다소 주춤한 것이 아닐지 의심해 볼 수 있다. 그러나 Capone(2020)는 계절성 독감이 코로나19와 동시에 유행했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의 영향력과 그 결과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의 역학적이고 병리학적 특징에서 나아가 이제까지의, 그리고 이제까지와는 다른 사회적 특성과 맥락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의미할 것이다. 그 외에도 2020년의 사망자 수는 코로나19 유행의 1차 파동과 2차 파동에서 지난 5년간 평균 사망자 수에 비해 증가했으나, 1차 파동보다 2차 파동에서 증가 규모가 작아 예방 가능한 사망이나 의료체계의 과부담으로 인한 사망이 감소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림 2]는 지난 2020년 한 해 이탈리아의 코로나19로 인한 사망 추세를 지난 5년(2015~2019)간 평균 사망자 수, 2020년 연령대별 평균 사망률을 각각 제시한다. 전체 사망률 추세에서 만 65세 이상인 3개 인구집단(65~74세, 75~84세, 85세 이상)은 모두 만 15~64세에 해당하는 인구집단보다 변화폭이 컸다. 이 변화폭은 고연령일수록 따라서 증가했다. 코로나19 유행의 추세에 따른 변화보다 주목해 볼 것은 15~64세 연령대 집단의 초과사망률 자체가 1차와 2차 파동 당시 지난 5년간 동일 시점에 비해 약 50%와 20% 이상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코로나19로 인한 일일 신규 확진자와 입원환자가 매우 적었던 6월부터 10월까지의 시기에도 만 85세 이상 고령인구의 초과사망률은 약 10% 안팎으로 등락을 거듭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이나 모든 원인에 의한 총사망률의 연령별 혹은 성별 격차와 위험 요인을 분석한 역학적・경제적 분석은 누적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유행과 소강 국면에서 사회경제적 흐름에 따라 어떤 요인으로 인한 영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지에 대한 설명은 아직 제한적이다. 따라서 코로나19로 인한 치사율 자체는 낮다고 알려진 상대적으로 젊은 집단과 코로나19로 인한 사망 위험으로 인해 신체활동과 사회적 교류가 제한된 고령인구 사이에서 초과사망률이 발생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후속 연구가 요구된다.

4. 나가며

신종 감염병에 대한 철저한 대비・대응, 그리고 과감한 연구 지원을 통한 근거 기반 정책 결정을 지지하는 이탈리아 정부의 역량을 자신했던 주세페 콘테 총리는 2021년 1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경제적 영향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김남순 외, 2020; Lowen, 2021). 그 뒤를 이어 지난 2월 선출된 새 총리는 8년간 유럽중앙은행를 이끌며 EU의 경기침체를 극복했다는 평가받아 ‘슈퍼마리오’라고 불린 전 유럽중앙은행 총재 마리오 드라기이다(Lowen, 2021). 한때 고강도 긴축과 경제개혁을 요구하며 EU의 단일화를 우선했던 기술관료인 그는 대다수 정당의 지지를 받아 내각을 꾸린 뒤 EU와 관련 기구를 순회했다. 1950년대 마셜플랜(Marshall Plan) 이후 최대 규모라는 약 2000억 유로(약 270조 4000억 원) 상당의 EU 복구 기금이 이탈리아의 코로나19 대응과 경제 복구에 투입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채권자인 EU, ECB 등을 설득한 계획이 이탈리아의 지역 격차와 건강 격차를 해소할 산업구조, 사회보장제도, 보건의료체계 변혁의 밑거름이 될 수 있을지는 지켜볼 부분이다.

코로나19는 사회 곳곳에 누적된 격차를 드러내고 거대한 불확실성에 마주한 정책 결정을 촉구했다. 그 결과 이탈리아의 지역 간 정치경제 체제의 격차가 점화한 갈등과 혼란은 국민의 불신과 반감을 기름 삼아 코로나19의 확산에 불을 지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동과 함께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지역의 소득과 정치 성향의 격차, 건강 수준과 보건의료체계의 격차, 그리고 인접 국가와의 갈등은 바로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이탈리아의 코로나19 유행과 정책적 대응은 한국 사회에 실패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선사한다. 이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공중보건학적 제도를 정비하고 개입의 우선순위와 중장기적 전략을 바로 세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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