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녹색성장과 양성평등

Promoting Gender Equality and Green Growth for Carbon Neutrality

1. 들어가며

2020년 10월 8일 대한민국 정부는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여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배출량과 제거량이 상쇄돼 순배출량이 ‘0’이 되는 상태다(강창광, 2020). 앞서 정부는 지난 7월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면서 새로운 경제성장을 이끌어 줄 한국형 그린 뉴딜을 발표하며 전기·수소차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등 에너지 전환 계획을 밝힌 바 있다(강창광, 2020). 기후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녹색산업 성장에 박차를 가하는 정부의 방침은 긍정적인 변화이다. 향후 30년 안에 탄소중립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발 빠른 행동이 요구되는 가운데 동시에 고려되어야 할 중대 과제는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 과정에서 어떻게 한국 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사회적 문제를 녹여 낼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기후변화는 실제로 빈부 격차, 성평등, 고용 불안과 같은 다양한 사회적 문제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기후변화의 악화는 사회적 문제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World Bank, 2021).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사회적 약자, 어린이와 여성들에게 더 크게 다가오며 성평등의 실현을 저지할 수 있다(Time, 2019). 기본적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가장 취약한 사회적 계층에 가장 큰 타격을 주는데, 기후변화로 인해 사회 경제적 여건이 악화되면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 폭력이 심해진다는 것이다(Climatetimes, 2018). 단적인 예로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나 지진해일 등 기상 이변의 정도나 빈도가 높아질수록 긴급 재난, 재해가 발생했을 때 대응 능력이 낮은 여성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이 나타난다. 무슬림 국가의 경우 남성의 동행 없이 외출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조기 경보가 울려도 피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도 발생한다. 가뭄이 심해지면 아프리카와 같은 지역에선 물을 얻어 와야 하는 많은 여성들이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될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시간 빈곤’에 시달리면서 교육이나 역량 개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기후변화센터, 2017). 이렇게 교육과 역량 개발의 기회를 박탈당하게 되면 이것이 곧 구조적인 사회적 성불평등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인지한 다수의 국제기구들이 기후변화와 성불평등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7년 출범한 유엔 산하 세계젠더기후연맹(GGCA: Global Gender & Climate Alliance)은 각국이 기후변화 정책 결정 및 실행 과정에서 남녀의 목소리를 동등하게 반영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2020년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 테마는 ‘세대 간 평등: 여성 권리 실현은 기후변화 영향 대응과 야심 찬 기후 행동의 필요성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로 정해지기도 했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2020). 녹색기후기금(GCF: Green Climate Fund)은 국제 펀드 최초로 기구의 환경·사회 영향 평가에 젠더 분석을 포함시키고, 사업 기획에서부터 목표, 활동, 평가 지표에 젠더 이슈를 충분히 반영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성평등과 기후 문제를 같이 해결해야 한다는 데에 힘을 실었다(기후변화센터, 2017).

2. 여성을 위한 녹색 일자리 창출

기후변화가 야기하는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여성 역량 강화 계획을 국가 탄소중립 실행 계획에 중요한 부분으로 포함해야 한다. 기후 정책과 저탄소 경제 구축 프로그램 등에서 여성의 역량을 확장하는 방안과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즉 여성들이 기후 행동과 저탄소 부문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녹색산업 훈련과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동시에 육아와 가정 돌봄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제공함으로써 더 많은 여성들이 녹색산업에서 커리어를 쌓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2020).

2009년 한국 정부는 녹색성장이라는 국가 정책 프레임하에 4대강 살리기, 녹색 교통망 확충, 자원 재활용 확대 등 9개의 친환경 산업 분야에 4년간 총 50조 원을 투입하여 96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이른바 ‘녹색 뉴딜(Green New Deal)’ 사업계획을 발표했다(김영옥, 2010). 해당 녹색 뉴딜 사업의 일환으로 녹색산업 내에서 여성들을 위한 녹색 일자리 창출과 고용 증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그린 뉴딜의 핵심 축인 재생 가능 에너지와 에너지 효율 증대 사업의 경우 R&D 및 기술서비스를 중심으로 일자리 창출되는데, 해당 분야의 여성 종사자 비율은 각각 13.6%, 18.0%로 지나치게 저조했다. 대대적인 국가 재정 투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인 만큼 향후 남성과 여성의 취업률과 취업 구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양성 불균형을 보완하기 위해 에너지 부문 여성 기술 인력의 양성과 역량 강화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에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경력단절 여성 적합 녹색 직종 및 교육과정 개발’(2010)에 대한 방안을 연구하거나 ‘녹색 뉴딜 사업의 여성 일자리 창출 방안’(2010)이라는 정책 제안서를 내는 등 진취적인 움직임이 있었다. 예를 들어 여성 취업 유발 효과가 높으면서 녹색산업과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사업을 꾸준히 설계하고 보완하는 연동 계획이 제시되었다. 여성 취업 유발 효과가 높은 분야에는 대표적으로 의료 및 보건 서비스 분야가 있는데,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 오염 피해는 궁극적으로 개인의 건강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관련 직종이 녹색 뉴딜에 유동적으로 연계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에너지 부문을 포함한 녹색 기술 분야의 여성 기술 인력 참여를 높이기 위해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 또한 제시되었다(김영옥, 2010). 당시 미국의 경우 풍력 에너지 분야에서의 여성 참여 비율이 이미 60% 정도에 도달했는데, 이는 단순히 관련 서비스 직종뿐만 아니라 화물, 자재 운송과 생산 공정 관리 등 풍력 사업의 여러 부문에 진출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던 여성들 덕분이었다. 그 뒤에는 미국 정부의 여성들의 과학기술 분야 진출 장려를 위한 여성 공학교육 선도 대학 지원 사업(WIE), 그리고 관련 여성 공학 교육 지원 정책 내에서 환경 복원 기술, 재생에너지 활용 기술 등을 적극적으로 연계시키는 등의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정책 지원이 있었다. 또한 미국 정부는 이러한 교육 차원의 지원이 건설업, 과학 연구 기술직과 같이 여성들에게는 비전통적인 분야였던 부문 내 여성 진출, 즉 근본적인 노동시장의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Women in Apprenticeship and Non-traditional Occupations(WANTO)와 같은 프로그램을 실행해 왔다(김영옥, 2010).

이와 같이 2009년 그린 뉴딜 사업이 발표된 후 여러 국내 기관에서 관련 해외 사례 연구를 통해 여성들의 녹색산업 진출을 위한 방안을 모색한 기록은 쉽게 찾아볼 수 있었지만, 실제로 토의된 방안과 제안들이 수렴되어 진행되었는지에 대한 기록은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근래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 등 STEM 부문 내 융합형 여성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정책의 필요성이 국제적으로 대두되면서 한국에서도 문제점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한국 여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은 2017년 72.7%로 65.3%인 남학생보다 더 높았지만, 유네스코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과학기술 연구개발 인력 중 여성 비율은 19.3%에 불과하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김효혜ㆍ이진한, 2019). 이는 여학생들이 이공계 분야로 진출하는 비율이 저조할 뿐만 아니라 이공계 분야 여성들은 관리자 영역에 오르기도 전에 공학자 또는 연구개발자로 직업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국가적 정책이나 지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3. 나가며

노동시장에서의 남녀평등 문제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명목하에 새로운 그린 뉴딜 정책을 추진하게 될 경우 노동시장 내 불평등의 심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뿐만 아니라 탄소중립을 이끌 녹색산업이 환경공학, 녹색기술과 같이 고등 교육을 요구하는 직종으로 구성된바 녹색산업의 성장은 의도치 않게 노동시장 내 또 다른 불균형을 야기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석탄이나 석유 산업같이 필연적으로 위축될 산업의 구조 조정은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지, 녹색산업 내의 남녀, 세대 간 균형은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보완 계획이 절실하다. 이미 중국에서는 대대적인 철강 및 석탄 산업 구조 조정 과정에서의 고용 불안을 느낀 근로자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인 사례가 있다(김동윤, 2016). 탄소중립 실현은 단순한 환경적 차원에서의 개선이 아닌 근본적인 사회경제 체제의 전환을 요구한다. 현 정부가 제시한 한국판 그린 뉴딜과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후변화 대응 문제를 사회, 경제, 환경을 아우르는 다각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References

1 

강창광. (2020. 10. 29.). “2050년 탄소 제로” 한국도 마침내 합류. 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967656.html에서 2021. 3. 3. 인출. 한겨레.

2 

기후변화센터. (2017). 기후변화와 양성평등. http://www.climatechangecenter.kr/boards/newsletter/view?&id=688.

3 

기후변화행동연구소. (2020). 성평등 없이는 지속 가능한 지구도 없다. http://climateaction.re.kr/index.php?mid=news01&document_srl=177726 에서 21.3.3.인출.

4 

김동윤. (2016). 중국, 철강·석탄산업 180만명 정리해고 돌입. https://www.hankyung.com/international/article/2016041825681 에서 21.3.3.인출.

5 

김영옥. (2010). 녹색뉴딜사업의 여성일자리 창출 방안, 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10년 정책제안서. https://www.kwdi.re.kr/inc/download.do?ut=A&upIdx=115893&no=1 에서 21.3.3.인출.

6 

김효혜, 이진한. (2019). STEM 분야 여성인력 참여 확대 시급해. https://www.mk.co.kr/news/society/view/2019/04/197654/ 에서 21.3.3.인출. 매일경제.

7 

Climatetimes. (2018). 기후변화는 성평등 목표 달성에 어떤 위협을 주고 있는가?. Retrieved from http://climatetimes.org/?p=18595.

8 

Time. (2019). How Climate Change Exacerbates Gender Inequality Across the Globe. Retrieved from https://time.com/5738322/climate-change-gender-inequality/.

9 

World Bank. (2021). Social Dimension of Climate Change. Retrieved from https://www.worldbank.org/en/topic/social-dimensions-of-climate-ch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