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화론의 재부상: 코로나19 바이러스 시대 프랑스 사회의 동양인 혐오

The re-emergence of the Yellow Peril myth: racism against Asians in the era of Coronavirus-19 in France

초록

프랑스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확산과 함께 증가한 동양인 혐오 범죄는 그동안 비가시화되어 왔던 동양인 인종차별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 글에서는 동양인이 서구 사회에서 어떻게 전형화 되어 왔는지 역사적 관점에서 살펴보고, 전형화의 특성인 양면성을 중심으로 동양인에 대한 두 가지 인종 담론인 모델 마이너리티(Model Minority)와 황화론(Yellow Peril)에 대해 설명한다. 이전까지 동양인은 서구 사회에서 모범적인 소수집단으로 전형화 되어 왔으며 이는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축소하고 용인하는 결과를 낳았다. 한편 코로나19와 함께 재부상한 황화론은 동양인을 바이러스 보균자로 낙인찍었고 이는 동양인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동양인 이민자들은 인종차별을 공론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프랑스 정부는 이에 대해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주고 있다.

1. 들어가며

지난 10월 28일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은 대통령 담화를 통해 두 번째 이동제한 조치를 발표했고, 이날을 기점으로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에서는 동양인에 대한 노골적인 혐오 표현과 폭력을 조장하는 게시물이 다수 확인되었다(그림 1). 이러한 혐오 표현은 온라인상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모두의 안전을 위한 단체(Sécurité Pour Tous)의 대변인 선-래이 딴(Sun-Lay Tan)은 이동제한이 발표된 수요일 저녁부터 동양인을 대상으로 한 폭행 사건이 일드프랑스(Ile-de-France) 내에서만 여덟 건이 보고되었다고 설명했다(L’info Du Vrai, 2020). 이는 동양인 전체를 잠재적 바이러스 보균자, 전염병에 대한 책임자로 보는 사회적 낙인에서 비롯된 행동이다(Chuang, 2020b). 이처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유행과 함께 심화된 동양인 혐오는 프랑스에 거주하고 있는 동양인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프랑스에서는 이전까지 사회적 문제로 주목받지 못했던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 문제가 화두에 올랐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왜 이전까지는 동양인이 인종차별의 피해자로서 주목받지 못했는지 이유를 분석하고, 코로나19의 확산이 동양인 혐오를 심화시키는 데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고 프랑스 정부와 시민사회가 각각 동양인 혐오에 맞서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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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코로나19를 계기로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에 게시된 동양인 혐오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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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LICRA(Ligue Internationale Contre le Racisme et l’Antisémitisme). (2020)

* 프랑스에서는 실제 국적에 관계 없이 모든 동양인을 중국인(Chinois)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Luguern, 2016), 이는 아시아 대륙 내 국가들의 다양성을 무시하고 동양인 집단을 ‘타자’로 동일시하는 경향을 보여 준다.

2. 동양인에 대한 이분법적인 이미지

이전까지 프랑스에서는 흑인, 아랍인과 같은 소수 인종집단과는 달리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은 사회적 문제로 빈번하게 다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전에 동양인에 대한 인종주의적 사고가 부재했던 것은 아니며, 코로나19의 확산은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 사회적으로 또는 자체적으로 검열되어 왔던 동양인에 대한 인종주의가 코로나19를 명목으로 정당화된 것이다(Héron, 2020). 그렇다면 이전까지는 왜 이러한 차별이 주목받지 못했는가? 이에 대해 Chuang (2020)과 Zhou-Thalamy(2020)는 동양인에 대해 외견상 긍정적으로 보이는 인종적 편견이 인종차별 문제를 축소하고 비가시화 했다고 설명한다. 동양인에 대한 ‘긍정적’ 편견은 모델 마이너리티라는 개념을 통해 잘 나타난다.

가. 모델 마이너리티(Model minority, 또는 모범적인 소수민족)

모델 마이너리티(Model minority)는 법을 준수하고 근면성실하며, 이를 바탕으로 고난과 역경, 차별을 딛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소수 인종집단으로서의 아시아계 이민자들을 묘사하기 위해 사용되는 개념이다(Shih et al., 2019). 이 개념은 미국의 사회학자 윌리엄 피터슨(William Petersen)(1966)이 일본계 미국인들의 사회적 성공을 분석한 글 ‘성공 이야기, 일본계 미국인의 생활(Success Story, Japanese- American Style)’에서 처음 쓰였고, 이후에 동양인 이민자들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대중화되었다. 모델 마이너리티 담론은 온순함, 사회규범에 대한 순종, 노동 윤리와 같은 문화적 가치들을 동양인 집단의 특성으로 강조하고, 이러한 가치들이 동양인 이민자들의 사회적 통합을 용이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모델 마이너리티로 묘사되는 동양인들의 이미지는 프랑스 사회의 상황에도 적용된다. 프랑스에서 동양인은 성실하고, 경제적으로 성공하였으며,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모범집단으로 여겨진다. 이에 대하여 Zhou- Thalamy(2020)는 프랑스에서 동양인은 인종적으로 전형화된 집단임에도 불구하고 동양인에 대한 인종적 편견이 ‘긍정적’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집단으로 보이기보다 오히려 사회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집단으로 여겨진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모범적인 이미지는 표면적으로는 동양인에게 유리하게 보이지만, 하나의 인종집단을 몇 가지 특징으로 본질화(essentialisation)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인종집단에 대한 본질화는 그 집단에 대한 정형화된 이미지, 선입견을 강화하고 다수 집단과의 본질적인 차이를 강조함으로써 소수집단을 영속적으로 타자화하기 때문이다(Zhou-Thalamy, 2020). 게다가 모델 마이너리티를 바탕으로 한 인종적 편견은 무해하다고 여겨지는 탓에 동양인에 대한 인종주의적 태도가 사회적으로 용인되고 경시되어 왔다(Chuang, 2020a). 몇몇 학자들과 인권 활동가들은 ‘동양인은 문제를 일으키려 하지 않는다.’나 ‘동양인은 돈이 많다.’와 같은 정형화가 동양인을 절도와 소매치기 등 범죄의 쉬운 표적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한다(Chuang, 2020a; Zhou-Thalamy, 2020). 실제로 2016년 8월 중국인 수선사 샤올린 장(Chaolin Zhang)이 강도들에게서 구타당해 사망한 사건은 동양인을 표적 집단으로 한 인종차별 범죄로서(Sterlé, 2018) 동양인에 대해 일상화된 선입견의 위험성을 보여 준다.

또 다른 문제는 인종집단에 대한 정형화된 이미지 혹은 스테레오 타입이 양면성을 띤다는 데 있다(Kawai, 2006). 하나의 소수집단에 대해 갖는 긍정적인 편견은 부정적인 편견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Luguern(2016)은 어떤 사회 내에서 하나의 소수집단에 대한 이미지는 그 사회의 지배적 담론에 따라 긍정적으로 또는 부정적으로 묘사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양면성은 동양인에 대한 두 가지 상반되는 담론, 모델 마이너리티와 황화론(Yellow Peril)을 통해 확연하게 드러난다. 실제로 ‘조용함’, ‘예의 바름’ 따위의 모범적인 이미지가 동양인에 대한 지배적인 선입견으로 형성되기 이전에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서구 사회에서는 동양인을 폐쇄적이고 비밀스러우며, 그들을 위협하는 존재로 묘사하는 황화론이 지배적이었다(Kawai, 2006; Luguern, 2016).

나. 황화론(Yellow Peril)

황화론(Yellow Peril)이란 황인종이 백인 중심의 서구 사회를 위협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위기론이다. ‘황화(Yellow Peril)’라는 개념은 1895년 독일 황제 빌헬름 2세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다. 황화론은 19세기 말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연달아 승리한 일본이 신흥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과 더불어 동아시아의 인구증가와 중국의 경제적, 군사적 잠재력이 백인 중심 세계 질서를 위협할 것이라는 두려움 속에서 유행했다(Odijie, 2018).

황화론은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에 중국인을 비롯한 다수의 동양인 노동자가 미국에 유입됨에 따라 미국 사회에서도 급부상했다. 미국 사회는 동양인 노동자가 백인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기독교와 유럽문화(Euro-Christian)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 규범을 위태롭게 하며 백인들이 가진 사회적 권력을 위협한다고 여겼다(D’Arcangelis, 2020). 동양인에 대한 배척은 1882년 중국인 노동자의 미국 이민을 규제하는 법안 Chinese Exclusion Act(1882)와 잇따라 시행된 일본인과 한국인의 미국 이민을 규제하는 법안 The Immigration Act of 1907(1907)을 제정함으로써 구체화되었다(Lee, 2007).

이러한 위기론과 함께 미국 사회는 대중매체를 통해 동양인을 부도덕하고, 불결하며, 병든 모습으로 재현하고 소비했다(B. Lee, 2017). 황화론은 이후 서양과 동양의 대결구도 프레임 속에서 반복적으로 재생산되어 왔으며(Kim, 2020), 그때마다 서양의 대중매체는 동양인을 야만적이고, 따라서 문명화된 백인들보다 열등한 존재로 묘사하며 인종적 위계 서열을 공고히 했다. 그중에서도 “동양인은 본인의 반려동물을 먹는다.”, 또는 “동양인은 개를 먹는다.”와 같은 식습관에 대한 클리셰는 동양인을 희화화하는 소재로 자주 쓰였고, 동양인에 대한 대표적인 고정관념으로 자리 잡았다(Luguern, 2016; Chuang, 2020b). 이에 대해 Chuang(2020b)은 동양인의 식습관을 야만적이고 구시대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이를 서양의 문명화된 식습관과 대조시킴으로써 ‘그들(them)’의 열등함을 통해 ‘우리(us)’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행위이며, 이를 통해 동양인에 대한 타자화를 강화한다고 주장한다.

황화론은 1970년대까지도 프랑스 매체에서 빈번하게 다루어졌다. 한 예로, 1967년에 방송된 ‘황화(Le péril jaune)’라는 제목의 취재 방송은 황화론이 여전히 프랑스 대중에게 유효한 것임을 보여준다(De Sedouy and Harris, 1967). 2000년대에 들어 모델 마이너리티가 프랑스에서 동양인에 대한 지배적인 담론이 된 이후에도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황화론은 종종 등장했다. 예를 들어 2015년 잡지 플루이드 글래이시얼(Fluide Glacial)은 ‘황화? 만약 이미 너무 늦었다면?(Péril jaune? Et si c’était déjà trop tard?’)이라는 제목과 함께 중국이 파리를 점령한 두 장의 일러스트레이션을 표지로 실었다(그림2). 흥미로운 점은 두 번째 일러스트레이션에서 중국인의 손은 동물의 것처럼 묘사한 반면 유럽인의 손은 인간의 것으로 그린 것이다. 그림에서 동물/인간 혹은 야만적/문명적 이분법을 통해 중국인, 더 나아가 동양인은 유럽인보다 열등한 존재로 타자화된다(Said, 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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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2015년 플루이드 글래이시얼(Fluide Glacia) 잡자의 황화론을 나타내는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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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Fluide Glacial.(2015). Péril Jaune, Et si c’était déjà trop tard?.

이처럼 서구 사회에서는 동양인에 대한 두 가지 시선인 모델 마이너리티 담론과 황화론이 동시에 존재해 왔다. 한편 Kawai (2005)Shih et al.(2019)은 상반된 것처럼 보이는 두 가지 담론이 실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백인 중심 사회에서 동양인이 다른 소수 인종집단과의 비교를 목적으로 묘사될 때 그들은 모범적인 소수집단, 다시 말해 다른 소수집단들이 본받아야 하는 ‘좋은 이민자’가 되지만, 동양인의 사회 경제적 지위가 백인을 능가한다고 여겨질 때 그들은 서구 사회를 황화시키려는 야만적인 이방인이 된다는 것이다(Kawai, 2005).

3. 팬데믹과 황화론의 재부상

황화론은 코로나19의 대유행과 함께 다시 급부상했다. 특히 프랑스 미디어는 코로나19와 동양인을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연관시키며 동양인에 대한 낙인을 찍는 데 앞장섰다. 예를 들어 지난 1월 26일 프랑스의 신문사 쿠리에 피카르(Courrier Picard)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되어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중국 코로나19: 황색 경보(Coronavirus Chinois: alerte jaune)’라는 제목의 기사에 마스크를 끼고 있는 동양인 여성의 사진을 실었다. 해당 신문사는 당일 온라인 버전의 논설에서는 더욱 노골적으로 ‘새로운 황화?(Nouveau péril jaune?)’라는 제목을 사용하며 코로나19가 동양인으로부터의 위협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했다(L’Obs, 2020). 이에 대해 Chuang(2020b)은 이러한 암시가 프랑스에 거주하는 중국인, 더 나아가 동양인을 인종화(racialisation)하고 증오와 배척을 야기한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 프랑스 매체들은 코로나19의 유럽 상황에 대한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도 마스크를 끼고 있는 동양인 사진을 실으며 간접적으로 동양인과 바이러스를 연관시켰다1). Jack-Davies(2020)는 동양인과 바이러스를 결부시키는 행위는 동양인을 인종화하고 위험한 타자로 인식하도록 함으로써 그들에 대한 비인간화(dehumanisation)를 정당화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지난 4월 3일 프랑스의 뉴스채널 BFM에 출연한 기자 에마뉘엘 르시프르(Emmanuel Lechypre)는 중국에서 열린 코로나19 희생자를 기리는 행사를 중계하면서 “저들은 땅에 포켓몬을 묻고 있다(Ils enterrent des Pokémons).”고 말하며 중국인 사망자들을 조롱하고 비인간화했다2).

코로나19는 황화론에서 묘사되는 ‘불결하고 더러운’ 동양인에 대한 인종적 편견을 다시 강화시키고 동양인을 바이러스 보균자 및 전염병의 책임자로 낙인찍었다. 특히 Chuang(2020b)은 코로나19의 정치화가 동양인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강화시켰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미국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는 지난 3월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Chinese virus)’라고 부르며 중국을 전염병에 대한 책임자로 지목하고 반중 정서를 강화했는데, 이러한 호명은 중국인, 혹은 중국인처럼 보이는 개개인을 질병과 연관시키고 이들에 대한 제노포비아(Xenophobia)를 야기하는 위험을 동반한다(Jack-Davies, 2020). 실제로 WHO (2015)는 새롭게 출현한 질병에 대해 질병이 나타난 지역이나 사람 또는 동물을 사용해 호명하지 않도록 권장한다. 왜냐하면 이와 같은 질병의 호명이 대중들에게 불필요하고 비이성적인 두려움을 생성시켜 관련 지역 사람들이나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낙인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유사하게 WHO는 보고서 <코로나19와 관련된 사회적 낙인(Social Stigma associated with Covid-19)>(2020)에서 코로나19가 야기할 수 있는 사회적 낙인과 그에 따른 차별을 피하기 위해 미디어의 역할을 강조한다. 미디어의 전염병에 대한 커뮤니케이션과 단어 선택이 대중의 전염병에 대한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과 같이 프랑스 미디어는 코로나19로 인한 낙인을 피하기 위해 주의하기보다는 오히려 앞장서 동양인과 바이러스를 연관시켰다. 이러한 낙인은 동양인 개개인의 안전을 위협했을 뿐만 아니라 동양인 커뮤니티에 경제적 타격을 주는 것으로 직결되었다. 아시안숙박외식업연합회(UCHRA: l'Union des cafés, hôtels et restaurants asiatiques)에 따르면 지난 2월 동양인 사업자들이 운영하는 관련 업소의 수입은 평월 대비 50~60% 떨어졌고, 몇몇 음식점은 기물 파손 및 혐오 낙서와 같은 피해를 보았다(Loofbourow, 2020).

4. 동양인 혐오에 대한 프랑스 사회의 대응

가. 정부 대응의 부재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악화되고 혐오 범죄가 급격하게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정부와 지자체들은 이에 대해 어떠한 즉각적인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으며 정치권에서도 다소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Assemblée Nationale, 2020). 이와 같은 무대응은 두 가지 이유로 분석할 수 있다.

첫째는 프랑스 정부가 동양인을 인종차별의 피해자로 보는 인식이 낮다는 데 있다. 프랑스에서는 개개인의 인종이나 국가, 종교적 신념을 바탕으로 한 차별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으며(Loi n°90-615 du 13 juillet 1990), 인종차별적 발언이나 혐오 범죄 또한 처벌 대상이다(Loi n°72-546 du 1 juillet 1972). 또한 2015년부터는 심화되고 있는 인종혐오 범죄를 해결하는 것을 국가의 우선과제로 선정하고, ‘인종차별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 계획’을 3년 단위로 마련해 이에 따른 세부 정책을 수립해 왔다. 그러나 정부가 시행한 정책이나 연구자료를 살펴보면 동양인을 인종차별의 피해자로 보는 인식이 현저하게 낮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2016년 인종차별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정부 주도로 펼친 캠페인 ‘모두 뭉쳐 혐오에 반대’(#TousUnisContreLaHaine)에서 제공한 캠페인 영상에서는 흑인, 아랍인, 유대인, 무슬림에 대한 인종차별을 다루는 반면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 문제는 전혀 다루지 않았다. 이러한 인식의 부재는 프랑스 국가인권자문위원회(CNCDH: Commission Nationale Consultative des Droits de l’Homme)의 인종차별과 제노포비아와 관련한 연례보고서(Rapport sur la lutte contre le racism, l’antisémitisme et la xénophobie)에도 나타난다.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까지 국가인권자문위원회는 프랑스 내 소수집단들에게 갖는 선입견에 대한 조사에서 동양인에 대한 인종주의적 태도는 “그들을 사회의 일원으로 생각하느냐”라는 모든 소수집단에 대한 공통된 질문 하나로만 측정했고, 다른 소수집단과 달리 동양인에 대한 구체적인 인식 조사는 부재했다(CNCDH, 2019). 이처럼 동양인 인종차별에 대한 낮은 감수성은 2016년 중국인 수선사 샤올린 장(Chaolin Zhang)의 사망 사건과 (40쪽 참고) 이를 계기로 일어난 동양인 이민자들의 대대적인 시위를 통해 약간 개선되었으나,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은 여전히 제한적인 시각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프랑스의 공화주의적 보편주의(Universalisme républicain)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프랑스의 공화주의적 보편주의는 국가가 민족적, 문화적, 종교적 배경에 따른 차별 없이 모든 시민을 법 앞에서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프랑스 정부는 특정 민족이나 종교, 혹은 언어 집단만을 대상으로 하는 어떠한 정책이나 프로그램도 지양해 왔다(Gilbert and Keane, 2016). 왜냐하면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은 모든 시민에 대한 절대적 평등(absolute equality)에 어긋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동양인 인종차별만을 다루는 정책이나 프로그램은 프랑스의 공화주의적 보편주의에 어긋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고, 이는 코로나19로 심화된 동양인 혐오에 대해 정부가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게 한다.

나. 시민과 비영리단체의 대응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지난 1월 27일 한국에서 입양된 한 프랑스 여성을 필두로 소셜미디어에서는 ‘나는 바이러스가 아닙니다’라는 뜻의 #JeNeSuisPasUnVirus를 붙이는 해시태그 캠페인이 시작되었고3), 이 캠페인은 동양인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금세 퍼져 나갔다. 그들은 해시태그와 함께 개별적으로 겪은 인종차별 경험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하고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와 더불어 비영리 단체 ‘인종차별 SOS(SOS Racisme)’은 동일한 해시태그를 사용하고, 일러스트레이션과 만화 등을 통해 동양인에 대한 낙인을 주제로 온라인상에서 캠페인을 펼쳤다. 이와 같은 해시태그 캠페인은 인종차별 피해 당사자들이 직접 동양인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공론화하고 국제사회에 동양인 혐오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Héron, 2020).

한편 모두의 안전을 위한 단체(Sécurité Pour Tous)는 동양인을 대상으로 인종차별 관련 피해를 신고하도록 독려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동양인들은 인종차별 피해를 당해도 신고해 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라는 무기력함과 언어 장벽으로 인해 신고를 잘 하지 않으며, 본인들 스스로 인종차별 피해를 축소시키는 경향이 있다(Zhou-Thalamy, 2020). 이에 대해 모두의 안전을 위한 단체의 대변인 선레이 탄(Sun-Lay Tan)은 피해 신고는 범죄자를 법적으로 처벌해 비슷한 유형의 범죄를 예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종차별 문제를 공론화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CRIF, 2020). 인종차별 폭력이나 범죄에 대한 신고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모두의 안전을 위한 단체(Sécurité Pour Tous)는 다른 비영리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인종차별 피해 신고 절차 가이드라인을 중국어와 프랑스어로 제공한다.

동양인의 인권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단체들은 코로나19와 함께 급부상한 혐오 범죄가 동양인에 대한 일상화된 인종주의 때문이라 지적하고, 정부에 현 상황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뿐만 아니라 동양인 인종차별에 대한 보다 장기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9월 17일 ‘다양한 형태의 인종차별의 부상과 진행에 대한 진상조사’(Mission d’information sur l’émergence et l’évolution des différentes formes de racisme et les réponses à y apporter)의 일환으로 열린 동양인 인종차별에 관한 좌담회에서 비영리단체들은 크게 인권 감수성 증진 교육과 피해자 보호와 관련한 대책을 요구했다. 먼저 교육 부문에서 그들은 학교에서 아동을 대상으로 코로나19의 발생과 프랑스에 거주하는 동양인은 어떤 직접적인 연관성도 없다는 것을 교육하기를 요구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인종차별에 대한 감수성 함양(sensibilisation au racisme) 교육을 의무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15년부터 정부는 매년 3월 21일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포함한 주간을 인권 감수성 함양 교육 주간으로 지정하고 있으나, 이는 실제로 많은 학교에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교사들도 다양한 형태의 인종주의에 대한 경각심이 낮은 경우가 빈번하다. 비영리단체들은 이러한 점을 지적하며 인권 감수성 함양 교육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음을 피력했다.

피해자의 안전과 보호에 있어서는 첫째로 물리적인 안전 보장을 위해 동양인을 향한 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지역에 경찰 배치를 늘리고 CCTV를 설치할 것을 요구했다. 경찰의 인종차별에 대한 낮은 인식도 함께 지적했다. 재불 중국인 청년단체(Association des jeunes Chinois de France)에 따르면 대부분의 동양인 인종차별 피해자들은 범죄를 신고하는 과정에서 받았던 대우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Assemblée nationale, 2020).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비영리단체들은 경찰 관계자에 대한 인권 감수성 교육을 강화하고, 사건 조사 과정에서 인종차별 관련 어드바이저를 배치하는 것을 체계화할 것을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이민자들의 인종차별 피해 신고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경찰 내에 번역 서비스를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 현재 이와 같은 번역 서비스는 비영리단체에서 대신 진행하고 있다.

5. 나가며

코로나19의 유행과 함께 심화된 동양인 혐오는 프랑스에 거주하고 있는 동양인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코로나19로 인해 갑자기 생겨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코로나19는 그동안 축소되고 비가시화되어 왔던 동양인 인종차별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

이 글에서는 모델 마이너리티(Model minority) 담론을 통해 동양인이 서구 사회에서 ‘일을 열심히 하고, 경제적으로 성공한, 따라서 특권을 가진 소수집단’으로 전형화되어 왔음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이처럼 긍정적으로 보이는 선입견은 동양인에 대한 인종주의적 태도를 경시하고 일상화(banalisation)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한편 코로나19의 유행과 함께 동양인에 대한 또 다른 인종적 담론인 황화론이 재부상했다. 어제는 모범적 소수자로 우대되던 집단이 오늘은 다른 사람을 전염시키는 위험한 인종으로 낙인찍힌 것이다(Geisser, 2010).

이러한 문제에 프랑스 정부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주고 있는 반면 프랑스에 거주하는 동양인과 비영리단체들은 동양인 인종차별 문제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 많은 동양인이 그들에 대한 일상화된 인종차별에 침묵하고 이를 축소해 왔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코로나19로 악화된 동양인 혐오는 많은 동양인의 의식을 제고하고, 그들이 정치적 행동에 참여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Wang et al., 2020). 이러한 노력은 동양인 혐오 문제를 사회적으로 공론화하고 언론의 주목을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성과가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이 보여 준 동양인 혐오는 프랑스 사회에서 일상화된 동양인 차별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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