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바마케어 조항 ‘Section 1577 ACA’의 언어적 접근성 및 의료서비스 이용에 대한 쟁점과 시사점

An Analysis of ‘Section 1577’ under the Affordable Care Act of 2010 and its implications

1. 들어가며

미국으로 이주하는 사람이 매년 증가함에 따라 이들에게 제공하는 다양한 건강 관련 서비스와 의료제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U.S. Census Bureau, 2017). 많은 이주민들이 타국의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는 동안 언어, 생활 습관의 차이와 함께 사회적 지지 체계의 부족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는 급격한 신체적·정신적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있다(Kim, Sangalang, & Kihl, 2012). 그들에게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필요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의료서비스 정보가 부족한 탓에 이주민의 의료서비스 이용률은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Clough, Lee & Chae, 2013).

특히 전문적인 용어가 빈번하게 사용되는 의료 현장에서 의료진과 이주민 환자 간 의사소통의 부재로 인해 대다수의 이주민 가족이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손상을 입고 있다(Eldred, 2018). 지난해 6월 이주민 가정의 아홉 살 어린이가 단순 감기로 병원을 방문했으나 의사와 부모 간에 의사소통상 오해가 생겨 어린이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이는 언어 장벽의 문제가 이주민 가족의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단적인 예이다(Silva et al., 2016).

2. 오바마케어 제1577조를 둘러싼 갈등

미국 행정부는 언어 장벽으로 인한 의료서비스 접근성 문제와 이주민과 비이주민 간에 존재하는 건강불평등을 해소하려는 목적으로 다양한 정책들을 시도해 왔다. 대표적인 예가 오바마 행정부하에서 만들어진 오바마케어(ACA: Affordable Care Act) 제1577조이다(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DHHS], 2016a). 이는 1964년에 제정된 민권법(Civil Rights Act)에 기인한 것으로서, 인종과 피부색 등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고 동시에 언어 문제로 인해 의료 차별과 불이익이 야기되지 않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 조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영어 구사 능력이 부족한(LEP: Limited English Proficiency) 이주민에게 다양한 기술 매체를 통해 외국어 번역 및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2)전문 통역사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고 이주민 가족을 대체 통역사로 활용하는 것을 금지하며, (3)의료기관은 환자에 대한 의료 진단 내용을 반드시 번역하여 의무적으로 보관해야 한다(DHHS, 2016b). 또한 연방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의료기관은 의무적으로 의료서비스 접근과 이용 절차를 해당 주(州)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외국어 15개로 번역해 알려야 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ACA법의 입법 과정부터 반대 의견을 견지해 온 공화당을 중심으로 여러 주에서 ACA법 제1577조의 위헌성 여부에 대한 논쟁이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다. 예컨대, ACA법 제1577조에 명시된 “이주민 개개인을 위한 번역 서비스 제공”과 “전문 통역가 선정” 내용이 헌법상 허용되는 범위의 조건부 재정지출의 한계를 벗어나므로 위헌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DHHS, 2016b). 이러한 정치적 논란과 함께 트럼프 행정부는 경제적 비용을 이유로, 언어 장벽이 있는 이민자에 대한 의료 전문 통역사 배치를 미루고 있다(Office for Civil Rights, 2019). 그 결과, ACA법의 실시가 지연되고 있다.

이처럼 ACA법 제1577조가 제대로 실시되지 않음으로써 특히 LEP 이주민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제약을 받고 있으며, 그 결과 이주민 가정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만족도와 포괄적 외래 진료 이용률도 낮아지고 있다. 선행연구에서도 LEP 이주민들이 비LEP 이주민들에 비해 치료 계획에 대한 질의응답이나 사전 예방적 치료 서비스의 재이용 수준이 약 30% 낮은 것으로 보고되었다(Clough et al., 2013; Karliner, Kim, Meltzer, & Auerbach, 2010; Kim & De Gagné, 2012). 게다가 연방정부와 주정부 간 의견 불일치로 인해 51개 주 중 뉴욕, 버지니아, 워싱턴 D.C.를 포함하여 단 14개 주1)만이 메디케이드(Medicaid)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통역 및 번역 서비스 비용을 보전해 주고 있다(Youdelman, 2017).

3. 이주민의 의료 접근성 보장을 위한 과제

ACA법 제1577조를 두고 오늘날 많은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실태에 비추어 볼 때, 이 조항이 제대로 실시되어 이주민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미국 연방정부는 장기적으로 관련 정책을 이어 가겠지만 이러한 정책이 지역사회 차원에서 집행된다는 점에서, 다양한 지역사회 자원들을 활용하여 이해관계자들의 평가와 현실적인 욕구를 반영한 정책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의료서비스 제공자와 통역 전문가들을 의료시설에 투입하는 것을 넘어 이들을 LEP 이주민들의 문화적 다양성을 반영하는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시킴으로써 이주민들의 욕구를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정책 대상자인 외국인 이주민들을 시혜의 대상이나 수동적인 역할에만 한정하지 않고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적극적으로 논의의 장에 참여하도록 장려해야 한다. 이러한 조치는 의료기관 종사자와 이주민 간 네트워크를 발전시킴으로써 이주민의 의료서비스 접근성과 의사소통의 어려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나아가,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을 의료서비스 분야와 접목함으로써 원격 통역을 용이하게 하고 더 많은 이주민들에게 편리하고 적절한 번역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 건강 관리와 번역 서비스를 원격으로 제공하는 대표적인 원격 건강 관리 기구인 엠헬스(Mhealth), 이헬스(E-health), 텔레헬스(Telehealth)는 의료에 대한 통역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고 있어 지역사회의 이주민들이 의료와 케어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다(Collin et al., 2011).

마지막으로, 이주민의 현황 및 이주 배경을 지역적으로 파악하여 미등록 이주민에게도 개별화된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맞춤형 의료서비스 체계가 요구된다. 2010년 기준으로 1100만 명의 미등록 이민자가 미국에 거주하며, 이 중 대다수가 의료서비스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U.S. Census Bureau, 2017). 현재 미국의 경우 일부 지역사회 의료센터에서 건강보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저소득 이주민을 대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이러한 조치가 미등록 이주민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의료기관은 이주민 환자들을 지속적으로 모니터하고, 특히 언어적 문제를 지닌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긴급 의료서비스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4. 나가며

현재로선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추진될지, ACA법 1577조가 어떻게 실시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지역사회 차원에서 이주민의 개별적인 욕구를 파악하고 지역사회 인력과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이른바 지역사회 친화 모델(community-friendly model)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면 이주민에게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Notes

1)

콜롬비아, 하와이, 아이다호, 캔자스, 메인, 미네소타, 몬태나, 뉴햄프셔, 뉴욕, 유타, 버지니아, 워싱턴, 와이오밍 주가 이에 해당된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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