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동 제한 시기에 급증한 가정폭력 문제와 프랑스의 정책 대응

French Government’s Response to Intimate Partner Violence during the Lockdown amid COVID-19

1. 들어가며(서론)

2020년 6월 유엔여성기구(UN Women)에서 발간한 보고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와 여성 폭력 근절(Covid-19 and Ending Violence Against Women and Girls)』에 따르면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이동 제한령을 시행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가정폭력이 급증하였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에 따른 이동 제한으로 인한 가정의 재정 상황 악화 및 불안으로 야기되는 갈등은 가정폭력을 증가시켰으며, 가정폭력 피해자는 가해자와 24시간 함께 있어야 하는 매우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다. 프랑스에서는 3월 26일 크리스토프 카스타네르 내무장관이 지난 3월 17일부터 시작된 이동 제한령 이래 일주일 동안 가정폭력 발생 건수가 30% 이상 증가했다고 발표했다(L’OBS, 2020). 같은 맥락에서, [그림 1]은 이동 제한 기간 동안 여성 폭력 피해 상담 전화 3919의 문의 건수가 급격히 증가했음을 보여 준다. 이에 대해 마를렌 시아파 양성평등 장관은 이동 제한 기간 동안에도 가정폭력에 대한 대응이 최우선 과제로 다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Gouvernement,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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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3919 여성 폭력 피해 상담 전화 주간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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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 제한령은 3월 3주 차(3월 17일)부터 시작됨.

자료: MIPROF (Mission interministérielle pour la protection des femmes contre les violences et la lutte contre la traite des êtres humains). (2020). Les violences conjugales pendant le confinement : évaluation, suivi et propositions.

이 글에서는 프랑스 정부가 이동 제한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일어난 가정폭력에 대해 어떠한 정책적 대응을 했는지 보고자 한다.

2. 이동 제한 기간 중 가정폭력에 대한 정책적 대응

가. 지역사회의 인프라 활용

프랑스는 이동 제한 기간 중 국민의 이동 반경이 1㎞로 제한된 점, 그리고 대부분의 관련 비영리 단체들의 대면 활동이 중지된 점을 고려하여 가정폭력 신고 및 지원에 지역사회의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였다.

1) 약국을 통한 가정폭력 신고

이동 제한 기간 동안 프랑스 정부는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신고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전국약사협회(Ordre National des Pharmaciens)와 협력하여 전 지역의 약국을 신고 기관으로 지정하였다. 이에 따라 약사들은 가정폭력 피해자를 마주했을 때의 대응 지침 및 신고 절차에 대한 자세한 가이드라인 및 지역별 비상연락망을 제공받았다. 가정폭력 피해자 본인이나 목격자는 가까운 약국에 가정폭력 피해 사실을 알릴 수 있으며, 피해자가 남편을 동반하여 약국을 찾은 경우에는 “마스크 19”라는 암호를 통해 가정폭력 사실을 암시하도록 하였다. 이 암호를 사용하여 8건의 신고를 접수하였으며 그중 5건은 경찰의 즉각 개입이 필요한 사례였다(MIPROF, 2020). 이동 제한을 겪은 스페인, 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에서 유사한 정책이 시행되었다. 이러한 조치는 약국이 접근성이 높은 1차 보건의료서비스 공급 기관이고 이동 제한 기간 중에도 방문할 수 있는 필수 기관이라는 점에 기인한다. 특히 인구가 적은 소도시에서는 약국이 주민 교류의 장으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약국은 가정폭력 피해자의 신고 및 응급 대피 기관으로 활용되기에 적합하다(France 3, 2020). 이에 대해 양성평등부 산하 연구기관 MIPROF는 약국이 이동 제한 해제 이후에도 가정폭력 신고 기관으로 기능할 것을 제안하였다(MIPROF, 2020).

2) 대형마트와 대형 쇼핑몰을 활용한 임시 보호소 설치

프랑스 정부는 대형마트 시설 관계자, 그리고 가정폭력 관련 비영리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대형마트 및 대형 쇼핑몰에 가정폭력 피해 여성 임시 보호소를 설치하였다. 4월 2일 시행 이래로, 십여 개의 임시 보호소가 일드프랑스 지역 대형마트 내에 먼저 설치되었고, 이러한 조치는 곧 프랑스 전 지역으로 확대되었다. 임시 보호소는 피해자의 안전과 비밀을 보장하기 위해 대형마트 내 눈에 띄지 않는 공간에 설치되었으며, 방문을 원하는 피해자는 마트 직원을 통해 안내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정부는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보호소가 설치되어 있는 전국 대형마트 위치 안내 지도를 제공하여 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높이고자 하였다. 임시 보호소에서는 긴급 보호, 법률 상담, 심리 상담, 장기 보호 필요시 관련 기관과의 연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였으며, 4월 초부터 한 달 동안 300명 이상의 가정폭력 피해자가 임시 보호소의 도움을 받았다(Le Figaro, 2020).

나. 가정폭력 피해자와의 커뮤니케이션 경로의 다양화

프랑스 정부는 기존의 여성 폭력 피해 상담 전화 3919 외에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상담 및 신고가 가능하도록 하였다. 특히 4월 1일부터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긴급 번호 114 역시 가정 및 친족 폭력 피해 신고 경로로 활용되었다. 따라서 피해자는 114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감시로 인해 통화가 불가능할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실제로 114 서비스가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확대된 이후, 서비스 이용 건수는 기존 서비스 이용 수에 비해 3배로 늘어났고, 4월 1일부터 5월 3일까지 114는 총 2038건의 가정폭력 관련 상담을 접수했다. 114를 통한 가정폭력 신고 중 3분의 1은 경찰의 즉각 개입이 필요한 사건이었다(MIPROF, 2020). 이 밖에도 프랑스 정부에서 운영하는 웹사이트(https://arretonslesviolences.gouv.fr/)를 통해 피해자나 가정폭력 목격자가 실시간 채팅으로 온라인 상담 및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실시간 채팅은 본래 성폭력 상담을 목적으로 하나, 이동 제한 기간 중에는 가정폭력 상담 및 신고에 활용되었다.

3.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한 조치 및 예방

프랑스 정부는 피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가해자 혹은 잠재적 가정폭력 행위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책도 마련하였다. 프랑스 정부는 이동 제한 기간 중 가정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4월 6일, 양성평등부의 재정 지원 아래 가정폭력 가해자 대상의 임시 주거 지원 플랫폼을 마련하였다. 이 플랫폼은 이동 제한 기간 중 가해자의 임시 거주 장소 확보를 용이하게 하기위한 연락망 구축을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며, 가해자가 퇴거 명령을 받은 즉시 임시 거주 시설로 옮겨지도록 하였다. 이러한 조치는 피해자가 집을 떠나 보호소로 가는 대신에 아동과 함께 안전하게 집에 머물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가해자에 대한 법적 통제를 강화하는 효과를 낳았다(MIPROF, 2020). 4월 6일 임시 주거 지원 플랫폼이 만들어진 이래로 5월 12일까지 플랫폼을 통해 가해자 69명이 임시 거주 시설에 들어갔으며, 임시 거주 시설은 지역사회의 사회복귀쉼터(Centre d’hébergement et de Réinsertion Sociale) 및 호텔과 같은 사설 숙박시설과의 연계를 통해 마련되었다.

또한 프랑스 정부는 가정폭력 가해자 교정 센터 연합(Fédération Nationale des Associations et des Centres de prise en Charge d’Auteurs de Violences conjugales et familiales)과 협력해 가정폭력 잠재적 행위자 및 가해자를 위한 상담 전화를 개설하였다. 익명으로 진행되는 전화 상담은 가정폭력 예방 및 재발 방지를 목적으로 하며, 정신과 상담 및 심리 치료, 중독에 관련한 상담을 제공한다. MIPROF 보고서에 따르면, 4월 6일 상담 전화 개설 이래로 5월 11일 이동 제한 해제일까지 322건의 전화 상담이 접수되었는데 그중 122건은 가해자 본인이 직접 한 것이었다. 가해자 122명 중 76명은 전화 상담 이후 연계 기관을 통한 지속적인 상담 및 관리에 동의하였다. 가해자 상담 전화는 이동 제한이 해제된 5월 11일 이후에도 유지된다(MIPROF, 2020).

4. 나가며

코로나19로 인한 이동 제한령은 가정폭력 피해자를 고립시키고 취약한 상황에 내모는 결과를 낳았다. 이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프랑스 정부는 기존의 정책 및 서비스를 수정하고 보완하여 가정폭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였다. 특히 긴급번호 114 등 평소 가정폭력과 무관했던 서비스도 활용함으로써 기존의 시스템을 이용해 더욱 효율적이고 빠른 대응을 가능하게 하였고, 민간 분야와의 협력을 통해 지역사회의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보여 주었다.

이는 이동 제한이라는 위기 상황이 역설적으로 가정폭력에 대한 대응에 있어 다양한 시도를 모색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음을 보여 준다. 실제로 앞서 소개한 대응책들은 가정폭력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 실효성을 보였으며 이에 따라 양성평등부 산하 연구기관 MIPROF는 이동 제한 해제 후에도 이러한 서비스들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MIPROF, 2020). 이러한 사실은 코로나19로 인해 심화되는 사회적 문제가 오히려 정책 발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위기를 겪고 있는 많은 나라들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References

1 
2 

Gouvernement. (2020). Le Gouvernement pleinement mobilisé contre les violences conjugales et intrafamiliales. Communiqué de presse 25 mars 2020. https://www.interieur.gouv.fr/Actualites/L-actu-du-Ministere/Le-Gouvernement-pleinement-mobilise-contre-les-violences-conjugales-et-intrafamiliales.

3 

Le Figaro. (2020). Plus de 300 victimes de violences conjugales ont trouvé de l’aide dans les centres commerciaux. https://madame.lefigaro.fr/societe/les-centres-commerciaux-refuges-des-victimes-de-violences-conjuga-290320-180510.

4 

L’OBS. (2020). Les Femmes victimes de violences conjugales vont pourvoir alerter en pharmacie. https://www.nouvelobs.com/coronavirus-de-wuhan/20200327.OBS26661/les-femmes-victimes-de-violences-conjugales-vont-pouvoir-alerter-en-pharmacie.html.

5 

MIPROF (Mission interministérielle pour la protection des femmes contre les violences et la lutte contre la traite des êtres humains). (2020). Les violences conjugales pendant le confinement: évaluation, suivi et propositions. https://www.egalite-femmes-hommes.gouv.fr/wp-content/uploads/2020/07/Rapport-Les-violences-conjugales-pendant-le-confinement-EMB-23.07.2020.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