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안정성 모델 국가들의 코로나19 대응 노동정책: 덴마크와 네덜란드

Labor Market Policy in Response to COVID-19 in Denmark and the Netherlands

초록

덴마크와 네덜란드는 유연안정성 모델로 잘 알려진 국가다. 유연안정성 모델에서는 관대한 복지제도, 활발하고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과 함께 비교적 쉬운 해고를 허용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두 나라가 코로나19에 따른 대량 실업의 위기에 맞서 어떤 노동정책을 보여 주는지 살펴본다. 덴마크는 일자리유지계획과 단기노동계획, 네덜란드는 임시 긴급 고용유지지원제도를 통해 유연성을 허락하는 전통적인 접근에서 일부 벗어나 고용 안정과 보호에 힘쓰고 있다. 두 나라가 유연안정성 모델을 일부 수정하면서 위기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

1. 들어가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인간의 생존을 위협한다. 인간의 생명을 위협할 뿐 아니라 노동자들의 일자리도 앗아 간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올해 2분기에 전 세계 노동시간이 10.7% 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ILO, 2020). 2019년 마지막 분기와 비교한 비율이다. 풀타임 일자리 기준으로 3억 500만 개가 반년 만에 사라지는 셈이다.

일자리가 모든 나라에서 동등한 수준으로 감소하지는 않는다. 나라별 경제정책 및 사회정책의 얼개에 따라 실업 인구의 발생 수준에는 큰 차이가 났다. 해고가 상대적으로 쉬운 미국은 4월 실업률이 14.7%까지 올라갔다. 5월 실업률이 예상 밖으로 호전되면서 13.3%로 줄어들긴 했지만, 코로나19의 확산 여부에 따라 앞으로의 전망은 불확실하다(Aratani, 2020).

반면,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강력한 고용 보호 정책을 통해 대량 실업을 막고 있다. 독일의 경우 실업률은 올해 5.9% 정도에서 정점을 찍고 내려올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Birnbaum, 2020). 유럽의 많은 국가에서 정부가 노동자를 해고하지 않는 조건으로 고용주에게 지원금을 보조해 주기 때문이다. 독일에서는 기존 단축근로계획 제도의 조건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대량 실업을 막고 있는데, 작업장에서 10% 이상의 노동자가 단축근로를 할 때, 노동시간이 줄어들어서 감소한 소득의 60%까지를 국가가 보상해 준다(OECD, 2020). 미국과 유사한 자유주의 복지체제로 분류되는 영국에서도 고용유지계획을 시행 중인데, 고용주가 노동자를 해고하지 않으면 노동자 월급의 80%까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이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각국 사회정책의 저력이 극명하게 차이를 드러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대목에서 관심을 끄는 국가는 덴마크와 네덜란드다. 두 나라는 이른바 유연안정성(flexicurity) 모델로 잘 알려진 국가다. 유연안정성이란 “노동시장에서 유연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개선하는 통합적인 정책”(European Commission, 2020)을 가리키는데, “고용주 입장에서 노동자의 고용 및 해고를 자유롭게 하고 싶은 욕구와 생계 안정을 원하는 노동자의 욕구의 조화를 추구”한다(European Commission, 2020). 유연안정성 모델에서는 해고가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유연한 노동시장과, 실업 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관대한 복지제도, 그리고 실업자의 노동시장 진입을 원활하게 하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 특징으로 나타난다. 이를테면 경기 하강기에는 고용주가 비교적 자유롭게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불경기에 비용 부담을 줄여 회생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고, 노동자는 비록 일자리를 잃더라도 튼튼한 사회안전망과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통해 생계유지 및 재취업이 가능하게 된다. 실제로 덴마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고용률이 유럽연합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뒤, 다시 완만히 회복되는 탄력성을 보여 준 바 있다.

이 글에서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 세계가 출렁이는 상황에서 덴마크와 네덜란드의 유연안정성 모델의 대응에 주목한다. 가능한 시나리오는 두 가지일 것이다. 먼저, 두 나라가 유연안정성 모델을 유지하면서 대량 실업을 용인하고 사회안전망을 작동시키는 방식이다. 아니면 현재의 예외적인 충격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유연안정성의 기조에 새로운 변화를 시도할 수도 있다. 이 글에서는 두 나라의 대응을 살펴보고, 그에 따른 정책적인 함의를 간단히 점검한다.

2. 덴마크와 네덜란드의 코로나19 대응 일자리 정책

덴마크는 유연안정성(flexicurity) 모델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코로나19에 맞서서는 전통적인 접근에서 일부 벗어나 고용 안정에 힘을 쏟고 있다. 덴마크는 지난 3월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일자리유지계획(midlertidig loenkompensation)을 발표했는데, 핵심은 고용주가 노동자를 해고하지 않고 노동자에게 휴직 기간을 주는 조건으로 일자리유지지원금을 받는 것이다(OECD, 2020). 이 사업에 따르면, 고용주가 생산 감축에 따라 사업장의 30% 이상 혹은 50인 이상을 해고해야 한다면, 정부가 노동자의 휴직 기간 동안 노동자 임금의 75%까지를 지원하게 된다. 노동자 1인당 지원금 상한액은 한 달에 3만 덴마크 크로네(약 540만 원)다. 고용주는 그 대가로 노동자를 해고해서는 안 되며, 노동자 임금의 나머지 25%를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노동자가 받는 지원금 총액은 이전 임금 총액과 같다. 이 제도의 혜택을 받는 인구는 지난 4월 19일 기준으로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5%인 15만 명에 이른다(OECD, 2020). 일자리유지계획은 3월 9일부터 7월 8일까지 지속될 예정이다. 덴마크 정부는 소요 예산을 102억 덴마크 크로네(약 1조 8540억 원)로 추산했다(OECD, 2020).

일자리유지계획은 덴마크의 모든 민간 기업에 적용된다(Kromann Reumert, 2020). 덴마크의 노사정 합의로 시행된 이 정책에 따라, 노동자는 일자리유지계획이 지난 후에는 휴직 이전 수준의 임금을 받아야 한다. 일자리유지계획에 따른 지원금을 받는 노동자는 해당 기간 동안에 5일의 휴가를 사용해야 한다. 국가와 기업의 부담을 일부 경감하려는 조치다. 해당 휴가 기간 동안에는 일자리유지지원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시급을 받는 노동자의 경우에는 임금의 90%까지 일자리유지지원금으로 지급되고, 상한액은 월급을 받는 노동자와 같은 3만 크로네(약 540만 원)다(Kromann Reumert, 2020).

덴마크에서 위기 시 노동자의 일자리를 보호해 주는 또 하나의 정책은 단기노동계획(arbejdsfordelingsordningen)이다. 이번 위기에 이 정책은 조금 더 유연한 형태로 운영된다. 단기노동계획은 코로나19 등의 외부 사유로 인해 사업자가 노동자를 더 이상 고용하기 힘들 때, 고용주가 노동자를 해고하지 않고 노동시간을 줄이는 조건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는 정책이다(Dansk Erhverv, 2020). 앞서 일자리유지계획이 코로나19로 인한 대량 실업을 막기 위한 임시적인 조치라면, 단기노동계획은 개별 사업장의 단체협약에 근거해 시행되던 기존 제도를 조금 더 유연하게 적용한 것이다.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방식은 다양한데, 1주일에 근로 일수가 2일 이상 줄어들 수도 있고, 1주일씩 격주로 일하거나, 1주일을 쉰 뒤 2주일 일하는 방식, 혹은 2주일씩 근무와 휴직을 반복하는 방식이 있다(Dansk Erhverv, 2020). 어느 방식으로든 1주일에 평균 이틀 이상 쉬어야 한다. 단기노동계획은 한 회사 전체 혹은 한 부서, 한 생산 라인에 적용될 수 있다. 만약 전체 회사나 부서 혹은 생산 라인 가운데 한 명이라도 적용을 받지 않는다면, 단기노동계획은 집행되지 않는다. 바꾸어 말하면, 일정한 생산 단위에서 단기노동계획이 집행되면 예외가 없다는 뜻이다. 일부 노동자가 단기노동계획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든 이와 같은 원칙은 고수된다. 이를테면 노동자 한 명이 단체협약 적용을 거부하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이렇게 노동자가 일을 하지 않는 날에는 ‘실업급여’라는 이름의 급여를 받게 된다. 기존 제도 아래에서는 잡센터(jobcenteret)에 신고를 한 1주일 뒤에 집행됐지만, 지난 3월 이후로는 신고 즉시 단기노동계획의 혜택을 받도록 했다(OECD, 2020).

덴마크의 고용 보호 정책은 일견 적극적으로 보이지만, 일정한 ‘유연성’도 있다. 이를테면 앞서 제시한 일자리유지계획은 사업장 인력의 30% 혹은 50인 이상을 해고하는 경우에만 해당한다. 바꾸어 말하면, 사업장 인력의 30% 미만 혹은 50인 미만을 해고하는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10명이 일하는 사업장에서 2명이 해고되는 경우 일자리유지계획에 따른 지원은 없다.

이렇게 발생한 실업 인구에 대한 사회안전망 강화 정책도 마련됐다. 이를테면 실업급여와 상병급여에 대한 조건이 완화됐다. 실업급여의 경우 3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는 실업급여를 받았더라도 수급 기간으로 계산되지 않는다. 또 상병급여 수급자들도 해당 기간에 수급 기간이 만료되더라도 6월 30일까지는 상병급여를 계속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덴마크 정부는 이 정책에 4억 크로네(약 736억 원)의 예산을 할당했다(OECD, 2020).

유연안정성의 또 다른 모델로 알려진 네덜란드도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쓰는 모델의 특성을 반영하되 일자리를 보호하는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2020년 3월 17일 경제와 일자리 활성화를 위해 3개월 동안 100억~200억 유로(GDP의 1~2%)가 소요될 예정인 긴급 패키지를 발표했다. 조세 감면, 사업체 대출, 자영자 지원 등 지원책과 코로나19로 인한 대규모 해고를 방지하기 위한 임시 긴급 고용유지지원제도(NOW: Tijdelijke Noodmaatregel Overbrugging ten behoeve van behoud van Werkgelegenheid)가 포함되었다(ILO, 2020).

임시 긴급 고용유지지원제도는 기존의 조업단축지원제도(WTV: werktijdverkorting)를 일시 대체하는 것으로 코로나19로 인해 20% 이상 매출 감소가 예상되는 고용주에게 3개월간 임금 총액의 최대 90%까지 비용을 보전해 준다(Blecourt, Scheepstra, and Pinedo, 2020).1) 단, 고용주는 경제적 이유로 노동자를 해고하지 않아야 하고 임금이 보조되는 기간 동안 임금을 삭감하지 않아야 한다(OECD, 2020). 이 제도로 노동자는 일자리를 유지한 채 임금을 그대로 받을 수 있고, 고용주는 지원액의 80%를 선지급 받아 노동 비용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 고용주가 이 제도의 지원을 받으려면 3개월간(3~5월, 4~6월, 5~7월) 2019년 한 해의 한 분기 매출(2019년 매출÷4)보다 최소 20%의 매출 감소가 예상됨을 증명해야 하며, 피용자보험공단(UWV)에 있는 양식을 작성하여 신청할 수 있다. 지급액은 고용보험 정산 시 사용되는 임금 총액으로 산정하고 지원금 상한액은 1인 월 9538유로(약 130만 원)다(Blecourt, Scheepstra, and Pinedo, 2020).

네덜란드 정부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기존의 WTV를 신청하는 기업이 급증하자 NOW로 이를 대체했다. WTV는 화재, 감염병, 홍수 등으로 기업이 20% 이상 매출이 감소할 때 노동자들이 고용 상태를 유지한 채 노동시간을 단축하면서도 국가의 지원으로 기존 소득을 유지하도록 하는 제도로, 기업은 실노동시간만큼 임금을 지급하고, 국가는 시간 단축으로 인한 임금 손실 보전분을 부분실업급여 형태로 사용자에게 직접 지급한다(류미경, 2020). NOW는 WTV와 달리 호출형(on-call), 임시직(temporary workers)을 해고하지 않는 대상으로 포함시켜 유연한 근로자(flex workers)들의 고용을 보호하고자 했다. 그리고 WTV가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임금 감소분을 실업급여에서 지급하도록 하는 반면, NOW는 실업보험 재정을 쓰지 않고 긴급 경기부양 재정을 활용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네덜란드가 이러한 임시 조치를 신속하게 취할 수 있는 배경에는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한 네덜란드 특유의 유연안정성 모델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덴마크가 영구 계약을 맺는 노동자들도 비교적 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유연화(‘외부 수량적 유연화’) 모델인 데 비해 네덜란드는 임시직 사용과 노동시간 변화를 원활하게 하는 유연화(‘내부 수량적 유연화’) 모델(정희정, 2008)로 알려져 있다. 특히 시간제 노동자들이 임금과 교육 훈련 기회 등 동등한 노동조건을 보장받으면서, 노동 공급 측면에서 자발적으로 시간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노동 수요 측면에서도 WTV와 같이 비상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이 용이해지면서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특성이 있다. 이는 실직을 포함해 주당 근로시간이 5시간 감소한 경우 실업급여를 수급(강신욱 외, 2018)할 수 있는 고용보험이라는 제도적 기반이 있기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고용보험 수급 요건에는 또한 실직자가 신청 전 36주 동안 26주 이상 일한 경력이 있어야 하는데, 26주 요건에서 1주에 1시간 이상만 일해도 일한 실적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제도상 매우 유연한 근로시간 적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NOW는 유연안정성의 또 다른 축인 관대한 실업급여를 활용하지 않는다. 코로나19의 충격이 재정에 크고 장기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리고 네덜란드 유연안정성 모델의 특징으로 여겨지는 임시직의 유연한 활용에 있어서도 일시적으로 고용 보호로 방향을 전환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침체가 적극적 노동시장을 통해 재취업이 가능한 환경이 아니라는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3. 덴마크와 네덜란드의 노동시장 성과

덴마크는 총실업률(gross unemployment rate)이 지난 4월 기준으로 5.4%를 기록했다. 앞선 3월 4.1%에서 1.3%포인트 상승한 결과다(Danmarks Statistik, 2020a). 덴마크 통계청은 지난 3~4월 사이에 총실업이 3만 5500건 증가한 결과, 4월의 총실업은 15만 2800건이라고 밝혔다(Danmarks Statistik, 2020). 이와 같은 실업률은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실업률 통계는 계절조정을 한 결과다. 덴마크 통계청은 두 종류의 실업률 통계를 발표하는데, 등록 인구를 근거로 하는 총실업률 외에 표본을 대상으로 하는 노동력조사(Arbejds-kraftunder-søgelsen)에 근거한 노동력조사 실업률이 있다(Danmarks Statistik, 2020). 이와 같은 노동력조사 실업률 기준으로 4월 실업률은 4.6%였다. 총실업률은 16~65세 인구 가운데 실업에 따른 급여를 받는 인구를 기준으로 작성되는 반면, 노동력조사 실업률은 15~74세 집단을 기준으로 삼는다.

덴마크의 실업률은 유럽 국가들의 평균적인 실업률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지난 4월 유로존 국가들의 평균 계절조정 실업률은 7.3%였다(Eurostat, 2020). 앞선 3월 7.1%보다 0.2%포인트 오른 결과다. 유럽연합의 실업률은 3월과 4월 각각 6.4%, 6.6%였다. 덴마크의 실업률은 다른 유럽연합 국가들과 비교해도 상당히 안정적으로 관리됨을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유럽통계청의 실업률 산출은 ILO 기준을 따르며, 15~74세 인구를 기준으로 삼는다.

한편 취업자 수는 지난 3월 277만 8903명으로 줄었다(Danmarks Statistik, 2020b). 2019년 초부터 꾸준히 증가하던 취업자 수는 2020년 2월 280만 3860명에서 정점을 찍었다. 2월과 견주면 3월에 2만 4957명이 줄어들었다. 덴마크 통계청은 이와 같은 통계치가 3월 평균값이며, 3월 13일 봉쇄 조치가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3월 말 시점 취업자 수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Danmarks Statistik, 2020b). 참고로 앞서 언급한 일자리유지계획이나 단기노동계획으로 쉬고 있는 노동자들은 취업자 수 통계에서는 취업자로 집계됐다(Danmarks Statistik, 2020b).

덴마크에서는 초등학교가 3월 13일 폐쇄된 뒤 4월 14일부터 점진적으로 문을 열고 있으며, 중고등학교는 3월 13일~5월 17일 폐쇄됐고, 대학교는 여전히 문을 열지 않고 있다(OECD, 2020). 쇼핑센터나 식당, 카페 등은 3월 18일부터 5월 17일까지 폐쇄됐다. 회사나 학교 등이 전면 폐쇄된 달은 4월밖에 없다. 따라서 다시 한번 코로나19가 대규모로 확진자를 양산하지 않는 한, 4월 실업 통계가 가장 나쁠 가능성이 높고 5월 이후 고용 상황은 개선될 수 있다.

네덜란드도 ILO 기준에 따라 통계청이 산출하는 15~74세 실업자 수 및 실업률, 취업 인구와 취업률, 그리고 피용자보험공단(UWV)이 매달 발표하는 실업수당 수급자 수로 고용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통계청 실업과 노동시장 참여는 노동력조사(Labour Force Survey, EBB)를 기반으로 작성되고 매월 평균치다. 가장 최근의 확정치는 3월 수치이며 4월은 잠정치로 변동될 수 있다. 반면 가장 최근의 UWV 통계는 3월 말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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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덴마크의 실업 및 취업 인구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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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덴마크 통계청(https://www.dst.dk/에서 2020. 6. 8. 인출.)

첫 번째, 일자리 감소는 실업급여 수급자 수의 증가를 통해 드러난다. 지난 3월 말 네덜란드의 실업급여 수급자 수는 25만 명으로 2월보다 1만 명(4.3%) 늘어났다. 특히 25세 미만의 청년 신규 수급자가 185% 증가했고, 대부분의 산업에서 늘었지만 특히 숙박 및 음식서비스(224%), 임시고용(143%), 문화(94%) 산업에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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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네덜란드의 실업 및 취업 인구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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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네덜란드 통계청(https://www.cbs.nl/en-gb/figures/detail/80590eng에서 2020. 5. 28. 인출.)

두 번째, 통계청 수치를 기초로 했을 때 지난 4월 실업자 수는 지난해 말보다 1만 2000명, 지난 2월보다 4만 명 늘어난 31만 4000명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의 영향이 본격화된 후 잠정치이지만 4월의 실업자 수 증가가 눈에 띈다. 실업률도 지난 2월 2.9%에서 3.4%로 4월 한 달 동안 0.5%포인트 상승했다. 그리고 취업률도 지난 3월 69.1%, 4월 67.9%로 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코로나19가 노동시장에 준 충격을 짐작하게 한다. 일자리 감소 폭도 커졌는데, 2019년 12월 취업자 중 28만 3000명이 2020년 3월 일자리를 잃었다. 이 가운데 22만 2000명은 비경활(non-labour force) 상태가 되고 6만 1000명은 실업 상태로 전환되었다. 즉,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실업자가 증가하기보다는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비경활 인구가 늘어나는 형태로 고용의 변화가 나타난 셈이다(Netherlands Statistics, 2020).

지난 3월과 4월의 노동시장 지표는 코로나19의 충격이 작지 않음을 말해 준다. 하지만 네덜란드도 5월 11일 초등학교가 문을 여는 것을 시작으로 6월 1일부터는 극장, 식당, 카페 등의 영업을 재개하면서 점진적으로 봉쇄 조치를 완화하고 있다. 따라서 네덜란드도 5월부터 고용 상황이 점차 회복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과 정책 대응이 대규모 실업 양산을 방어했다는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덴마크와 네덜란드가 과거 보여 준 노동정책의 성과가 이러한 희망적인 전망을 뒷받침한다. 두 나라는 유럽연합에 비해 낮은 실업률과 높은 취업률을 보여 왔다. 그림 3에 제시된 바와 같이 두 나라는 실업률과 취업률의 완만한 변화를 통해 효율적이고 성공적으로 2008년 경제위기를 극복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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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덴마크와 네덜란드의 실업률과 고용률(15~64세, 계절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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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OECD stat.(2020. 6. 8. 인출.)

4. 나가며

지금까지 덴마크와 네덜란드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사회정책을 간략히 살펴보았다. 덴마크의 경우 기존의 유연안정성 모델을 일부 후퇴하면서 일자리유지계획과 같은 새로운 정책을 통해 대량 실업을 막았다. 경기 하강기에 기업의 해고를 수용하면서 강력한 사회안전망 및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으로 복지의 자동안정장치(automatic stabilizer)를 작동했던 과거 사례에 비추면 상당한 정책적 유연성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바꾸어 말하면, 유연안정성 모델 가운데 ‘유연’ 부분에 일정한 경직성을 가미한 것으로 판단된다. 결과적으로 실업률의 급격한 상승을 막았다는 점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네덜란드 역시 코로나19의 위기 상황에 맞서 유연한 정책 대응을 보였다. 기존에 근로시간의 유연성을 활용한 고용보험제도와 조업단축지원제도의 제도적 기반 위에 시간제와 임시직 일자리를 보호하는 고용유지지원제도를 발 빠르게 도입했다. 안정성의 밑받침이 되는 실업급여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통해 재취업이 수월한 일상적인 상황이 아닐 때, 즉 안정성을 주는 정책들이 잘 작동할 수 없는 환경에서 유연성 정책의 일부 수정으로 대응한 점이 흥미롭다.

네덜란드와 덴마크가 일부 차이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코로나19로 비롯된 경제위기와 고용위기에 상당히 순발력 있게 정책 대응을 했다는 면에서 공통점이 있다. 특히 두 나라 모두 오랜 제도적 전통에 따라 유지돼 온 유연안정성 모델을 일부 수정 혹은 폐기하면서 대량 실업을 막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자유로운 노동시장 정책과 보편적인 복지 시스템을 조합한 유연안정성 모델은 ‘자유주의적 앵글로색슨 모델과 포용적 노르딕 모델 사이의 혼합형(hybrid)’(Madsen, 2008, p. 35)으로 명명됐다. 앵글로색슨 모델의 정형인 미국이 코로나19 상황을 맞아 대규모 실업에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면, 두 나라의 신속하고 과감한 대응이 더욱 부각된다. 한국도 지난 5월 한 달 구직급여 수급액이 고용보험제도가 도입된 뒤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섰다. 코로나19가 초래한 위기가 얼마나 오래, 그리고 심각하게 고용시장을 뒤흔들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경제침체의 원인인 코로나19는 아직 치료법을 찾지 못했고 2차 유행으로 다시 한번 노동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영구적으로 남아 L자형으로 지속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있는 가운데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정책 대응을 한 네덜란드와 덴마크의 사례가 한국의 정책 대응에 새로운 상상력을 불어넣기를 기대해 본다.

Notes

1)

매출 100% 감소에 대해 임금 총액의 90%, 매출 50% 감소에 대해 임금 총액의 45%, 매출 25% 감소에 대해 임금 총액의 22.5%를 지원

References

1 

강신욱, 강희정, 고숙자, 김동헌, 김원섭, 남원석, 최효진. (2018). 주요국의 사회보장제도 1: 네덜란드의 사회보장제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 

류미경. (2020. 4. 1.). 코로나 위기에 대한 해외 노동조합들의 대응. http://www.redian.org/archive/142023에서 2020. 6. 8. 인출. Redian.

3 

정희정. (2008). 덴마크와 네덜란드의 유연안정성 모델 비교. 국제노동브리프, 23-3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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