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코로나19 발생 현황과 정신건강 지원 정책

Supporting Mental Health in the Outbreak of COVID-19 in Japan

1. 들어가며

2020년 1월 15일 일본에 최초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온 후 6월 15일까지 46개 도도부현에서 총 1만 7311명의 감염자와 927명의 사망자가 확인되었다. 이로 인해 마스크 부족, 대면 서비스 사업 부도, 의료 대란 등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발생하고 그에 대처해야 하는 일들이 지속적으로 일어남에 따라 스트레스와 불안 등 심리·정신적 문제도 야기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일본의 코로나19 발생 상황에서 정신건강에 대한 지원이 어떤 식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2. 코로나19와 정신건강 정책 대응 개요

일본 정부는 감염 경로가 불명확한 환자가 각 지역에서 산발적으로 증가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감염이 확산됨에 따라 3월 26일 「신형인플루엔자 등 대책 특별조치법」(2012년 법률 제31호)에 따라 정부대책본부를 설치했다. 그리고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3밀(밀폐, 밀접, 밀집)’ 금지, 사람 간 접촉 80%까지 제한 등을 국민 행동 지침으로 홍보하고 추진하였다. 이러한 특별조치법에 근거하여 일본에서는 도서관·박물관을 포함한 공공시설의 휴관, 학교의 휴교, 재택근무 권장, 대형 쇼핑몰 및 레스토랑 휴관, 시민 외출 자제 등 사람 간의 접촉을 최대한 줄이도록 하는 조치들이 어어졌다.

그러나 4월 들어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일본 정부는 4월 7일 긴급사태를 선언했다. 긴급사태 기간은 4월 7일부터 5월 6일까지였으며, 대상 지역은 감염자가 많이 발생한 도쿄도, 사이타마현, 지바현, 가나가와현, 오사카부, 효고현, 후쿠오카현으로 이 지역들을 특정경계지역으로 지정하였다. 이후 감염자에 의한 집단 감염 등이 발생함에 따라 5월 31일 긴급사태를 전국으로 확대하였으나, 5월 이후 감염 감소 등 상황 변화에 대한 분석 및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5월 14일에는 긴급사태를 해제하였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책으로 일본 정부는 3월 28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대책의 기본적 대처 방침」을 발표하였다. 실시에 관한 중요 사항으로 정보 제공 및 공유, 감염병 감시 체계 및 정보 수집, 감염의 만연 방지, 의료, 경제·고용 대책, 그 외 중요한 유의 사항 등 크게 6가지 주제에 대한 상황과 대책을 발표했으며, 상황의 변화에 따라 내용을 지속적으로 갱신하였다.

그중 ‘중요한 유의 사항’에서는 ‘인권에 대한 배려 및 사회 과제에 대한 대응’이라는 주제로 인권 및 정신건강에 대한 지원을 규정하고 있으며, 자세한 내용은 이하와 같다.

1. 정부는 감염 환자와 그 가족 및 치료 대책에 관련된 사람들 등의 인권이 침해되는 사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

2. 정부는 해외에서 일시 귀국한 아동 및 학생 등에 대해 학교 등교 지원 및 따돌림 방지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할 것.

3. 정부 및 관계 기관은 각종 대책을 실시할 때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제한을 최소한으로 하고, 여성 및 장애인 등을 충분히 배려할 것.

4. 정부는 코로나19 대책과 관련한 분야에 종사하는 의료 관계자가 유언비어 피해를 입지 않도록 국민 계몽 등 필요한 조치를 할 것.

5. 정부 및 지방공공단체는 마스크 및 개인 방호구, 의약품, 의약외품, 식료품 등의 물가 상승 및 사재기, 독점 판매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국민생활안정긴급조치법(1973년) 제59조에 따라 조치를 할 것.

6. 정부는 지방공공단체와 연계하여 대책이 장기화될 경우 발생하는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적절한 지원을 할 것.

  • ㄱ. 장기간에 걸친 외출 자제로 인한 정신건강 영향, 배우자 폭력 및 아동학대

  • ㄴ. 정보 공개로 인한 인권 침해

  • ㄷ. 영업 자제 등으로 인한 도산, 실업, 자살문제

  • ㄹ. 실업으로 인한 한부모 가정의 빈곤

  • ㅁ. 외출 자제 생활로 인한 독거 고령자의 고립 및 개호 서비스 부족

이러한 조치는 재해가 많은 일본에서 재해와 정신건강의 관련성을 명확히 하고 이에 대처해 온 것을 바탕으로 코로나19 감염 상황을 재해로 인식한 데서 비롯된다. 실제로 2020년 2월 7일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관련 심리적 지원을 도도부현에 요청하였다. 코로나19 발생 직후에는 중국 우한에서 일본으로 귀국한 사람을 대상으로 정부가 마련한 숙박시설에 머물도록 하였고, 2주 격리 후 자택에 귀가한 자가 심리적 지원을 필요로 할 때에는 도도부현의 정신보건복지센터와 재해파견정신의료팀(DPAT: Disaster Psychiatric Assistance Team)1)이 대응하도록 지시하였다. 이와 같은 심리적 지원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임시로 조직된 것이 아니라 이전부터 재해 피해자를 위해 정비돼 있던 체계이다.

재해 및 사건·사고 등의 예상치 못한 일은 신체적 외상 및 생활환경상의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마음에 측량할 수 없을 정도의 깊은 상처를 남긴다. 재해 후 심리적 지원은 1995년에 발생한 한신 아와지대지진을 계기로 정신보건의료복지적 지원 및 심리사회적 지원이 본격화되었으며, 재해와 심리적 문제의 관련성이 대두되기 시작되었다. 그리고 피해자의 심리 상태에 따른 정신보건 활동의 필요성이 매스매디어를 통해 강조되었으며, ‘고코로 케어(마음케어)’라는 명칭이 일본 내에서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국제적으로도 알려졌다(福永良喜, 2014).

후생노동성은 홈페이지에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게재하고, 국립연구개발법인 국립정신·신경의료연구센터 부설의 스트레스·재해 시 마음정보지원센터에서 상담 대응 및 심리상담가에 대한 심리적 지원 정보를 제공하도록 지시하였다. 센터에서는 심리상담가가 상담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가이드북을 제작·배포하고, 심리상담가를 위한 심리적 돌봄도 제공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5월 14일에 게재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책의 상황 분석·제언」에서 사회경제 활동과 감염 확대 방지의 양립을 저해하는 편견과 차별이 보고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예를 들면, 보도를 통해 SNS나 인터넷상에서 감염자 개인 및 가족, 근무처 등이 추적·특정되어 비난을 받는 사례, 감염 후 회복된 사람이나 밀접 접촉자였던 사람이 학교 및 직장에서 이해받지 못하고 복귀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례 등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을 ‘코로나 블루(Blue)’라고 표현하는데, 코로나19 발생 이후 감염자에 대한 편견, 가족 안에서의 관계 등 심리적·정신적으로 불편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일본 정부는 다양하게 대처하고 있다. 특히 실업이나 폐업, 경제적 손실, 고용 취소 등의 직장 문제로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19와 관련한 각종 상담 창구는 <표 1>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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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코로나19 관련 상담 창구 현황

대상 및 분야 상담 내용 관련 사이트 주관
마음도 관리합시다! 가족·교직원 여러분에게 -후생노동성에서는 어린이, 가족, 교직원 등을 위한 심리적 건강에 대한 가이드와 상담을 진행하고 있음.
-상담 전화 및 SNS 심리 상담.
https://www.mhlw.go.jp/kokoro/parent/mental/index.html
https://kokoro.mhlw.go.jp/agency
후생노동성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마음건강 상담 전화 -임상심리사회와 공인심리사협회는 불안에 대처하기 위해 공동 사업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마음건강 상담 전화를 개설. https://www.jsccp.jp/ 일본임상심리사회·일본공인심리사협회
각종 인권 창구 -법무성에서는 부당한 차별 및 편견을 없애기 위해 인권옹호기관을 통해 차별 및 학대 등의 다양한 문제에 대한 전화 및 인터넷 상담을 지원.
-배우자 및 파트너의 폭력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모두의 인권 110번’이나 ‘여성의 인권 핫라인’ 상담.
-아동을 위해서는 무료 전화 ‘아동 인권 110번’이나 스마트폰으로 이용 가능한 ‘아동의 인권 SOS-이메일’ 상담.
- 외국인을 위한 상담전화 개설.
https://nettv.gov-online.go.jp/prg/prg20520.html 법무성
직장인의 멘탈헬스·포털사이트 일하는 사람, 사업자, 부하 직원을 둔 상사, 커리어상담사 등을 위한 상담 사이트를 개설하고, 전화 상담 및 인터넷 상담. https://kokoro.mhlw.go.jp/ 후생노동성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상담 지원 -산업카운셀러 육성을 비롯해 기업, 단체를 위한 연수 및 상담, 개인 전화 상담.
-코로나19로 인한 불안 및 스트레스 등 마음의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라는 코너를 만들어 정보 제공 및 상담 지원.
https://www.counselor.or.jp/covid19/tabid/505/Default.aspx 일본산업카운셀러협회

3. 사회적 거리 두기와 일상의 쉼

이와 같이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상황에서의 심리적 지원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생활 전반에 대한 상담 및 인권 관련 법률 상담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지자체의 정신보건센터 및 재해파견정신의료팀 등을 통해서도 적극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에서 나타난 흥미로운 사실 하나는 코로나 블루를 겪는 사람들과는 반대로 코로나로 인해 오히려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동양경제(東洋経済) 5월 3일 자에 실린 기사에는 15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이후 인간관계 변화에 대해 조사한 결과가 보도됐다. 부부 관계, 부모·자녀 관계, 고령 부모와의 관계, 친구 관계 등에 대한 조사에서는 긴 시간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힘들었다는 응답 외에도, 오히려 관계가 개선되었다는 응답이 많았다는 것이다. 부부가 오랫동안 같은 시간을 같은 공간에서 보내는 것이 어색하고 어려울 것 같았는데, 가사 분담이나 식사 분담을 통해 대화 횟수가 많아져서 오히려 관계가 좋아졌다는 것이다. 친구 관계에서는 극소수 친구와의 관계 밀도가 높아졌으며 그 외 친구들과의 관계는 소원해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앙케트 조사 응답 중에는 “미디어에서는 자숙 생활(사회적 거리 두기)에 대해 국민들에게 조금만 참고 인내하라는 부정적인 맥락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실제로는 자숙 생활을 하면서 오히려 인내 등으로부터 해방되었다는 사람들도 있다. 나도 재택근무 등을 통해 해방감을 느꼈다.”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행해졌던 사회적 거리 두기가 결과적으로는 그동안의 직장생활, 사회생활, 인간관계 등으로 인해 지쳐 있던 생활 패턴에서 일시적으로 벗어나게 되는 경험을 선사한 것이다. 일상의 멈춤과 삶의 양식 변화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해방감과 쉼을 제공한 것임을 시사한다. 실제로 일본의 자살률은 전년에 비해 2020년 4월 20%, 5월에는 19%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4. 나가며

이상과 같이 코로나19에 대한 일본의 정신건강 정책 대응 현황을 살펴본 결과, 지진 등과 같은 재해가 빈번한 일본에서는 재해 피해자를 위한 정신의료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잘 정비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의 재해 대응 정신의료 시스템에서는 중앙정부와 각 지자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어느 지역에서 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즉시 대응, 지속적 대응, 지자체 협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2014년 세월호의 사회재난 문제를 통해 재해 후 정신건강 문제의 심각성을 경험한 우리나라에서도 재해 대응 정신의료 시스템의 구축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코로나19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는 공생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예측에 따라 장기전에 대비하여 심리 상담 등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변화된 삶의 환경에 맞는 시스템과 정신건강에 더 나은 환경 도입 및 정착에 대한 중장기적 대응 방안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Notes

1)

재해파견정신의료팀(DPAT)은 후생노동성의 위탁 사업으로 재해파견정신의료팀 사무국이 전국 총괄 역할을 한다. 자연재해나 범죄 사건, 항공기·열차 사고 등의 집단 재해가 발생할 경우 피해 지역의 정신보건의료 기능이 일시적으로 저하하고 재해 스트레스 등에 의해 새로운 정신적 문제가 발생하는 등 정신보건의료에 대한 수요가 확대한다. 이러한 재해의 경우 피해 지역의 정신보건의료 욕구 파악, 타 보건의료 체계와의 연계, 각종 관계 기관 등과의 매니지먼트, 전문성 높은 정신과 의료 제공과 정신보건 활동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도도부현 및 지정 도시에 의해 전문적인 연수·훈련을 받은 의료팀을 재해파견정신의료팀이라고 한다.

References

1 

富永良喜. (2014). 災害・事件後の子どもの心理支援―システムの構築と実践の指針. 創元社.

2 

新型コロナウィルス対策における主なメンタルヘルス施策について. file:///C:/Users/Yunhee%20OH/AppData/Local/Microsoft/Windows/INetCache/IE/G8BMXBC3/000621666.pdf.

3 

厚生労働省. 新型コロナウィルス感染症対策(こころのケア). https://kokoro.mhlw.go.jp/etc/coronavirus_info/#head-1.

4 

厚生労働省. こころもメンテしよう ご家族・教職員の皆さんへ. https://www.mhlw.go.jp/kokoro/parent/mental/index.html.

5 

厚生労働省. 新型コロナウイルス感染症について. https://www.mhlw.go.jp/stf/seisakunitsuite/bunya/0000164708_00001.html.

6 

ストレス 災害時こころの情報支援センター ホームページ. https://saigai-kokoro.ncnp.go.jp/index.html.

7 

東洋経済. 150人調査で見る 「コロナ下の日本人」 驚く変化. https://toyokeizai.net/articles/-/350993.

8 

東洋経済. 自粛生活に「幸福を感じた人」が口々に語る理由. https://toyokeizai.net/articles/-/3476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