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및 역량 기반 지역사회 이니셔티브: 영국의 사례

Asset-based and strengths-based community initiatives in the UK

초록

사회 개발 및 지역사회 개발에서 자산 및 역량 기반 활동이 기여하는 바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자산기반 접근방법은 사람 및 지역사회의 자산 및 그들의 수요에 초점을 둔다. 개인적인 수준에서는 개인 및 지역사회의 결손보다는 강점을 강조하는 평가 및 내용을 수반한다. 이 글에서는 영국 전역에서 진행 중인 여러 이니셔티브를 개괄하고, 이들 이니셔티브가 현지 환경에 자리 잡는 과정에서 직면하는 과제들에 관해 논의하고자 한다. 논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지역사회 개발 및 관련 이니셔티브들의 주된 정책적 배경을 개괄한다. 둘째, 이들 이니셔티브의 토대가 되는 가치와 열망에 관해 논의한다. 셋째, 다양한 이니셔티브에 대해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그러한 활동의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해 검토한다.

1. 들어가며 - 지역 서비스 제공 현황

2008년 금융위기가 영국의 공공 부문 재정 지원에 미친 영향은 지방정부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2010년부터 잉글랜드 지역의 지방정부 예산이 평균 26%에 가까운 수준으로 삭감되는 등 지방정부들은 혹독한 재정 긴축 압력을 받았다(Smith et al., 2016). 빈곤 정도가 상대적으로 심한 도시 지역의 지방정부들은 중앙정부 보조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여기에다 현지 수입원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에서 가장 심한 타격을 입었다. 지방정부는 아동 대상 서비스(예: 교육, 가족 서비스 및 지원), 성인 대상 서비스(예: 사회적 돌봄 서비스, 장애인 지원 등), 문화 서비스(예: 도서관 및 여가 활동), 주택 서비스, 도시 계획 및 개발 서비스 등을 포함한 서비스를 광범위하게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조지프론트리재단(Joseph Rowntree Foundations)의 후원으로 진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잉글랜드에 위치한 지방정부 당국들의 예산 삭감액은 1인당 최소 40파운드에서 최대 220파운드에 달했다(Hastings et al., 2016). 2009~2010년부터 2015~2016년까지 잉글랜드 지방정부들의 사회적 돌봄 서비스(성인 대상) 지출은 17% 가까이 감소했다(Institute for Fiscal Studies, 2017).

지방정부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Hastings et al., 2016). 첫째, 효율성 제고를 통해 지방정부 서비스 비용을 절감하되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관리 계층과 업무 중첩 부분의 제거, 효율성 제고를 위한 구매 조달 협약 등이 포함된다. 예컨대 현재 550건의 서비스 공유 협약이 체결되어 있으면 이를 통해 지방정부들은 다양한 서비스[예: 인적자원, 정보기술(IT) 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공유한다(Local Government Associatio, 2018). 둘째, 새로운 서비스 제공 모델(예: 사회적기업)을 통해 지방정부의 역할을 축소하고, 과거에 지방정부가 담당한 역할(공원 관리, 지역 도서관 서비스 등)을 시민들이 맡도록 하는 것이다. 예컨대 지방정부들은 도서관 서비스 제공에서 지역사회 자원봉사자 및 지역사회 단체의 역할을 확대하는 ‘변혁적 프로젝트’를 시도해 왔다(Department for Digital, Culture, Media & Sport, 2018 and Libraries Taskforce, 2016). ‘지역사회 우선 참여권’은 시민들(예: 지역사회 집단 구성원 또는 사회적기업)이 지역 서비스를 더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혁신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그러한 지역 서비스 사업의 인수를 위한 입찰에 참여할 것을 장려한다. 셋째, 지방정부의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줄이고, 미래의 개입 비용을 감소시키기 위한 투자를 실행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아동, 청소년 또는 노인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에 대한 사전 예방적 지원 및 투자가 포함된다.

2010년 이후 영국의 연립정부는 국가 장애급여 프로그램에 대한 개혁 조치를 단행했다. 고용능력상실급여(Incapacity Benefit)를 고용지원수당(Employment and Support Allowance)으로 대체하고, 포인트 기반형 개인자립수당(Personal Independence Payment)을 도입했다. 가구당 급여 상한제(household benefit cap) 실시, 주택 과소비(under-occupancy) 가구에 대한 제재, 긴급자금 대출(crisis loan) 제도의 점진적 폐지, 고용 불안, 소비자 부채 증가 등으로 인해 지방 차원에서 받는 압력이 증가했다. 근로연계(in-work)급여 및 실업급여를 대체할 통합급여 제도의 출범은 지방 차원에서 제공되는 조언 및 권리 보호 서비스(advice and advocacy service)에 과부하를 일으킬 수 있다(Kirwan, 2017). ‘외로움’, ‘소외’와 같은 사회악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러 지역사회로 구성된 광범위한 사회 조직 역시 압박을 받고 있다(Jo Cox Commission on Loneliness, 2017).

이러한 상황은 인구 고령화로 인해 보건의료 및 사회적 돌봄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보다 광범위한 맥락에서 전개되고 있다. 2014년 「돌봄법(Care Act)」은 정부 당국이 요구 평가(needs assessment)를 하고 시민의 자립과 복지를 증진해야 할 의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지방정부협회(Local Government Association)에 따르면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적 돌봄 서비스의 재원 부족액은 2019~2020년 15억 파운드, 2024~2025년에 이르면 35억 파운드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Cromarty, 2019).

2. 패러다임 전환: 지역사회의 자산 및 역량

긴축 재정이라는 맥락에서 볼 때 개혁은 광범위한 변혁을 통해 촉진되지 않고 있다. 궁극적으로 공공 부문 개혁은 예산 삭감으로 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전 예방 또는 개발을 담당하는 서비스에 가해지는 위협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단기적 지출 및 단기 우선순위 사업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큰 사회(Big Society)’를 기치로 내건 연립정부는 지방정부 당국이 더 이상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함에 따라 발생하는 간극을 자원봉사 부문 및 시민사회 집단들이 메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민사회·지역사회 집단의 역량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부족했다. 아울러 지역사회 기반 해결책에 대한 필요성을 높이고, 동시에 그러한 해결책 마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상대적으로 빈곤 정도가 심한 지역사회의 필요 증가 문제에 대한 관심과 지원도 부족했다.

지난 10년간 자산 및 역량 기반 접근법은 사회 개발 및 지역사회 개발 관련 문헌에서 빈번하게 언급되었으며, 서비스 제공 방식 및 정책 프레임워크로 주목받게 되었다. 그러한 접근법은 예산 삭감으로 인한 간극 문제를 다루고, 단기적이고 단편적인 해결책을 제공하려는 시도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다. 국가와 전문가의 적절한 역할 및 지역사회와 근린사회에 존재하는 미사용 재능과 기술에 관한 오랜 논의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이다. 자산 기반 접근법은 지역사회 및 근린사회 이니셔티브를 통해 외로움이라는 문제를 다루려는 시도에서 점차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사회적 소외와 외로움이 공중보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체계적으로 고찰한 최근 연구 역시 자산 기반 접근법을 활용하는 사전 예방적 전략의 중요성을 시사하고 있다(Leigh-Hunt, Bagguley, Bash, Turner, Turnbull, Valtorta & Caan, 2017 and Mann, Bone, Lloyd-Evans, Frerichs, Pinfold, Ma, Wang & Johnson, 2017). 조지프론트리재단은 외로움의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지방정부가 개발한 저비용 사전 예방 조치에 주목했다. 해당 조치에서는 근린사회 차원의 활동과 주민 참여가 핵심적인 ‘구조적 촉진인자(structural enabler)’로 작용했다(Nicholl, 2014). 자산 및 역량 기반 접근법은 개인, 그 가족 및 지역사회를 일종의 자산으로 간주하는 2014년 「돌봄법」을 비롯한 각종 정책에 반영되어 있다(Social care Institute for Excellence, 2015a and Social care Institute for Excellence, 2015b).

자산 기반 접근법은 공동생산(co-production) 활동이다. 공동생산은 전문가와 서비스 이용자 간 평등하고 호혜적인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한 관계에서는 지식, 경험 및 역량을 통해 지속 가능하고 효과적인 해결책이 제시되며, 권력관계가 재편된다. 공동생산은 서비스를 설계 및 제공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필요로 한다. 공동생산이라는 맥락에서 사람들은 자산으로 간주된다. 호혜적인 관계가 구축되며, 강력하고 지원적인 지역사회 네트워크와 사회적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자산 기반 접근법은 지역사회의 역량, 기술, 지식, 연결성 및 잠재력을 중요시한다. 이 접근법에서는 유리잔에 물이 ‘절반밖에 없는’ 것이 아니라 ‘절반이나 남아 있는’ 것으로 본다. 우리에게 더 친숙한 ‘결손(deficit)’ 접근법에서는 지역사회의 문제, 요구 및 결핍에 초점을 맞추며, 간극을 메우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서비스를 설계한다. 이에 따라 지역사회는 무력감을 느끼고 의존성을 갖게 된다. 사람들은 자신과 가족의 삶에서 적극적인 행위자가 아닌, 값비싼 서비스의 수동적 수혜자에 불과해질 수 있다(Foot & Hopkins, 2010).

지금부터는 ‘지역 코디네이터 프로그램(Local Area Coordination)’, ‘셰어드 라이프(Shared Lives) 프로그램, ‘커뮤니티 서클(Community Circle)’, ‘타임뱅크(Time Bank)’, ‘커뮤니티 내비게이터(Community Navig)’, ‘사회적 처방(Social Prescribing)’ 프로그램 등 자산 및 역량 기반 패러다임을 바탕으로 개발된 여섯 종류의 이니셔티브에 대해 개괄하고자 한다.

가. 지역 코디네이터 프로그램

2010년부터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의 여러 지방정부 당국은 자산 및 역량 기반 접근법인 지역 코디네이터 프로그램을 도입했다1). 이 프로그램은 기존의 서비스 수혜 여부를 불문하고 지역 거주민 전체(일반적으로 1만~1만 2000명)를 지원한다. 일반적으로 지역 코디네이터당 50~60명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나, 경우에 따라서는 더 많은 주민에게 조언과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지역 코디네이터는 지역사회 주민들이 ‘좋은 삶’이라는 비전을 추구하고 각자의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공식적인 소개・의뢰 절차는 존재하지 않는다. 현지 주민들은 직접적으로 또는 현지 기관 또는 지역사회의 소개를 통해 지역 코디네이터와 접촉할 수 있다. 지역 코디네이터는 문제에 대해 최대한 실용적이고 비서비스적인 해결책을 모색한다. 이들은 지원적인 관계와 네트워크가 구축될 수 있도록 도움을 제공한다. 서비스 접근 및 탐색을 촉진하며, 관련성 있고 시기적절한 정보도 제공한다. 또한 지역 코디네이터는 지역사회 자원을 활용하고, 지역사회에 존재하는 기회 격차를 식별하며, 현지 차원의 파트너십을 추진한다.

지역 코디네이터 프로그램은 실무자들이 개인, 가족 및 지역사회에 대해 파악하고 이들과 긍정적이고 신뢰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한편 지역사회의 자원과 그 현재, 미래 잠재력을 인식하는 과정에 의존한다. 지역 코디네이터들은 지역사회 자원(예: 개인, 가족, 지역사회, 서비스 등)에 대한 ‘매핑(mapping)’을 모색하고, 간극 내지 격차를 식별하며, 현지 기업, 지역사회, 자원봉사단체 및 제3부문(third sector) 기관들과의 파트너십을 추진한다(Lunt & Bainbridge, 2019). ‘소개(introduction)’, ‘연결(connection)’, ‘나란히 걷기(waling alongside)’, ‘좋은 삶(good life)’ 같은 용어가 지역 코디네이터 프로그램에는 주로 사용된다. 권한 부여, 복원력, 소속감을 중요시하고 있음이 나타난다. 개인은 시민이자 지역사회 구성원이지 단순한 ‘고객’이나 ‘사용자’가 아닌 것이다(Broad, 2015). 지역 코디네이터가 수행하는 활동으로는 외로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문, 점심식사 또는 모닝 커피 프로그램, 병원 예약과 같은 예약 지원, 외롭거나 취약한 계층을 위한 친교 프로그램, 사회보장, 주거, 보건의료 및 사회적 돌봄 제도에 대한 탐색 지원, 여러 기관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회의를 통한 지원, 여가 활동 안내, 커뮤니티 그룹 및 이해관계 공동체에 대한 지원 등이 있다.

지역 코디네이터 프로그램은 다양한 결과물을 추구한다. 개인 및 가족 차원에서는 건강 및 복지의 증진과 아울러 자신감, 선택권 및 자기 통제의 보장을 목표로 한다. 지역사회 차원에서는 자원이 효과적으로 제공되고, 더 견고한 지역사회를 추구한다. 시스템 차원에서는 사전 예방, 사회적 자본의 구축, 지원 및 서비스 범위의 확대, 그리고 서비스 기관과 법정 단체 및 제3부문 기관 간 파트너십 및 협업 강화를 목표로 한다(Lunt & Bainbridge, 2019 and Glasby, Miller & Lynch, 2013).

나. 셰어드 라이프 프로그램

셰어드 라이프 프로그램은 학습장애 또는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포함한 집단의 요구와 공인된 케어러(carer)를 연결하는 지역사회 기반 지원 모델이다. 전체 지원 대상 중 약 70%는 학습장애자이고, 약 20%는 65세 이상 노년층이다(Shared Lives Plus, 2018). 이 프로그램은 18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성인 거주지 알선(Adult Placement)’ 프로그램으로도 알려져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성인 서비스 수혜 자격을 갖춘 16세 이상에게도 서비스가 제공된다. 케어러는 본인이 담당한 사람과 가정생활 및 지역사회 생활을 공유하며, 공동 거주 또는 정기 방문 등의 방식으로 돌봄 및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프로그램은 케어홈과 같은 전통적 방식의 주거 제공 서비스의 대안으로 수립되었다(Care Quality Commission, 2013). ‘셰어드 라이프 플러스(SharedLivesPlus)’는 교육훈련을 거친 공인된 셰어드 라이프 케어러와 이들의 지원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프로그램들(관계 법령의 규제를 받음)로 이루어졌으며, 영국 전역 차원의 네트워크이다. 지방정부의 관리를 받는 서비스들의 전국 네트워크인 셰어드 라이프 플러스는 지역 근린사회에 자리 잡은 프로그램들을 통해 현지의 다양한 일상적·정서적 문제를 다룬다. 현재 잉글랜드 지역에서는 132개의 셰어드 라이프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장기 서비스(long-term arrangement, 이용자 6420명), 휴식 서비스(short break, 이용자 2960명), 주간 활동 지원 서비스(day support, 이용자 2230명) 등으로 세분된다(Share Lives Plus, 2018). 노인 대상 서비스에 관해 실시된 한 연구에서는 셰어드 라이프 프로그램이 특히 전반적인 삶의 질 측면에서 양호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Callaghan, Brookes & Palmer, 2017).

다. 커뮤니티 서클

커뮤니티 서클은 지역사회 자산을 활용하고 지속 가능한 지원 서비스의 공동생산 과정에 사람들과 지역사회를 참여시키는 방식을 통해 요구 발생의 예방 및 경감을 모색하는 프로그램이다. 커뮤니티 서클은 자신의 삶에서 무언가를 변화시키기 위해 약간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과 연결된 둘 또는 그 이상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한 변화는 ‘집밖으로 자주 나가기’부터 ‘새로운 취미 갖기’, ‘인생의 중요한 변화를 헤쳐 나가기’ 또는 ‘운동을 더 많이 하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커뮤니티 서클은 자원봉사로 참여하는 커뮤니티 서클 퍼실리테이터(Community Circle Facilitator)의 지원을 바탕으로 그러한 변화가 실현되도록 노력한다. 구성원들은 2~3주에 한 번꼴로 지원 대상자와 만나며, 퍼실리테이터는 대화가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상당수의 커뮤니티 서클은 치매 노인, 장애인, 아동 및 청소년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삶에서 변화를 만들어 내고자 하는 누구에게나 적합한 프로그램이다. 커뮤니티 서클은 건강과 복지 증진 및 사람들 간 연결성 강화를 목표로 한다(Community Circles, 2019).

라. 타임뱅크

타임뱅크는 시간을 현지의 교환 단위로 사용하고 사람들이 함께 모여 서로를 돕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지역사회 기반 자원봉사 이니셔티브인 타임뱅크는 모든 사람이 무언가 기여할 수 있는 것을 가지고 있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한다. 참여자들은 도움 또는 지원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자신의 시간을 은행에 ‘예금’하며, 자신이 어떤 서비스를 필요로 할 때 시간을 ‘출금’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의 시간은 본인이 제공하는 기술과 무관하게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 타임뱅크는 구성원 모집 활동을 조정하며, 가용 서비스와 요구를 연결시킨다. 또한 사람들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서비스 제공 및 교환 내역을 기록한다(Markkanen & Burgess, 2015).

타임뱅킹은 자원봉사보다는 덜 형식적이며, 가장 소외되어 있을 수 있는 사람들도 참여시키고자 한다는 점에서 호혜적이다. 예컨대 사람들은 퇴원 후 요양 치료, 정원 가꾸기, 장보기, 외국어 학습, 지역사회 행사 참여 등과 관련하여 도움을 필요로 하거나, 단순히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싶어 할 수 있다. 타임뱅킹은 지역사회 역량 구축을 위한 도구이다.

사람들은 시간 크레디트를 얻거나 은행에 예치함으로써 자신이 필요로 할 수 있는 지원 서비스를 언제든지 받을 수 있다. 시간 기반형 지역사회 화폐가 유통됨으로써 낯선 타인 간에 유대가 형성되고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협력 관계를 맺게 되는 연쇄효과가 발생한다. 또한 하나의 친절한 행위가 다른 친절한 행위를 불러일으키는 과정이 계속되면서 승수효과가 발생한다. 이것이야말로 실질적인 사회적 자본의 구현이다(Timebanking UK, 2017).

영국 최초의 타임뱅킹 프로젝트는 1998년 글로스터셔의 농촌 지역에서 시작되었다. ‘타임뱅킹 유케이(Timebanking UK)’는 영국 내 타임뱅킹의 홍보, 실행 및 개발을 담당하는 상위 단체이다(Timebanking UK, 2017). 타임뱅킹 활동에는 약 4만 1000명의 인원과 5500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제공하는 혜택으로는 복지 증진, 특정 문제의 해결, 소외 경감, 만성적 건강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 지원 네트워크의 장려, 사회적 자본의 구축 등이 있다. 타임뱅킹은 잠재적 소외 계층을 참여시킨다는 측면에서 사전 예방적이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서비스의 수동적 수혜자가 아닌 개인 복지의 공동생산자로 대한다는 측면에서 변혁적인 성격도 지닌다.

마. 커뮤니티 내비게이터

커뮤니티 내비게이터는 사람들이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기회를 모색하고 네트워크와 활동을 개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려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모델의 경우 참여자들은 6개월 동안 최대 10차례에 걸쳐 커뮤니티 내비게이터와 만난다. 제공되는 서비스로는 각자의 기존 사회적 네트워크에 대한 검토 및 매핑, 연결성 강화를 위한 행동 계획 수립(가용 활동과 지원에 대한 인식 제고 및 그러한 활동과 지원에 접근할 수 있는 정보 제공 포함) 등이 있다. 그룹 미팅에서는 공동 참여자들이 자리를 함께하여 정보와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커뮤니티 내비게이터 서비스는 노년층이 건강, 복지 및 자립 증진을 위한 현지 서비스와 활동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 이들을 지역사회 및 자원봉사 부문에 연결시키는 일부 프로그램에서도 활용된다. 예컨대 커뮤니티 내비게이터는 노인들에게 가정 안전점검, 수급 자격 확인, 런치클럽, 친교 프로그램 등에 관해 안내할 수 있다. 또한 역량 구축을 위한 지역사회 집단 활동도 지원한다.

바. 사회적 처방 프로그램

지역사회 소개·의뢰라고도 불리는 사회적 처방 프로그램은 건강상의 요구 또는 사회적·일상적 요구를 지닌 사람들을 자원봉사 단체 및 지역사회 집단을 포함한 현지의 광범위한 비의료적 지원 서비스에 연결시키는 제도이다. 일반적으로 사회적 처방 프로그램은 해당 지역 및 일차 보건의료에 관한 지식을 갖춘 지역사회 개발 실무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의(GP), 간호사 및 기타 보건의료 전문가2)가 환자들을 그러한 실무자에게 소개할 수 있도록 한다. 사회적 처방에는 예술·취미활동, 신체활동 및 운동, 학습, 자원봉사, 요리, 친교, 자조 등의 기회 제공과 아울러 사회보장 혜택, 교육 기회, 부채 해결책 등의 탐색 지원이 포함된다(Local Government Association, 2016). 사회적 처방 프로그램은 ‘링크 워커(link worker)’, ‘커뮤니티 커넥터(community connector)’, ‘건강 트레이너’, ‘커뮤니티 내비게이터’ 등과도 연계되어 있다. 특정 활동의 단순한 안내부터 개인에 대한 집중적·장기적 지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 처방 서비스가 있다(Drinkwater & Moffatt, 2019).

사회적 처방 및 지역사회 기반 지원은 개인의 역량과 요구에 기반을 둔 보건의료 시스템을 통해 개인 맞춤형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국가보건의료서비스(NHS)의 장기 계획의 일환이다. 2019년 1월 발표된 NHS 장기 계획에 따르면 사회적 처방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전체 인구로 확대한다(Public Health England, 2019). 2020~2021년까지 사회적 처방 링크 워커 1000명을 충원하여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이후 그 숫자를 현저하게 늘림으로써 2023~2024년까지 최소한 90만 명이 사회적 처방 서비스를 소개받고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링크 워커들은 일차 보건의료 시스템에 보다 효과적으로 자리 잡아 가면서 일반의 계약제도 개혁(GP Contract Reform) 프레임워크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다(Pulse, 2019).

사회적 처방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측에서는 만성적 건강 문제가 있는 사람,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사람, 외롭거나 소외된 사람, 복합적인 사회적 요구를 지닌 사람 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계층을 위해 활동한다고 주장한다. 사회적 처방 프로그램이 NHS 서비스 이용률 및 일반의원(general practice) 방문율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증거가 존재하지만 제한적이다(Dayson & Bashir, 2014). 따라서 더 강건하고 체계적인 증거 기반이 확보되어야 한다(Bickerdike, Booth, Wilson, et al., 2017 and Husk, Elston, Gradinger, Calleghan & Asthana, 2019).

3. 미래 전망 및 향후 과제

지금까지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여러 접근법과 이니셔티브에 대해 검토해 보았다. 이들 사이에는 명백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예컨대 일부는 지방정부 당국이 주관하거나(예: 지역 코디네이터 프로그램) 보건의료 시스템 내에 자리 잡고 있는(예: 사회적 처방 프로그램) 반면, 어떤 프로그램들은 지방정부 당국 및 보건의료 시스템의 영역 밖에 위치하고 있다(예: 커뮤니티 서클). 재정 지원 및 제도와 관련된 이러한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이들 프로그램은 지역사회 역량의 활용, 공동생산 참여, 국가 및 전문가 권한 중심의 전통적 서비스 모델에 대한 도전 등의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자산 기반 활동이 자주 비판받는 부분 중 하나는 건강 불평등, 삶의 기회, 권한 및 자원에 대한 접근성 등의 측면을 포함한 불평등 및 불이익의 구조적 맥락이 경시된다는 점이다(Fiedli, 2013 and Gray, 2011). 일각에서는 사회적 자본에 대한 강조가 신자유주의적 사업의 추진과 정부의 면책에 대한 궁색한 변명이라고 주장한다(MacLeod & Emejulu, 2014). 개인 행위의 주체성에 대한 강조는 심각한 질병 또는 장애를 겪고 있거나 선천적인 문제로 인해 돌봄 및 지원에 의존해야 하는 사람들의 문제에 대한 답이 될 수 없다.

자산 및 역량 기반 접근법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해당 접근법이 서비스 투자와 병행하여 적용되고 서비스 제공 및 지역사회 구축과 관련된 불이익의 구조적 원인을 다룸으로써 효과를 발휘한다고 주장한다(Foot & Hopkins 2010). 자산 기반 접근법은 돌봄의 필요성 및 돌봄을 위한 재정 지원과 책임에 관한 사회적 논의의 시급성이 확대되고 있는 현상을 해결하지 못한다. 또한 자산 기반 이니셔티브는 불평등과 불이익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영역을 사라지게 할 수도 없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법은 다양한 방식을 통해 특정 환경에서 특정 집단에 대해 여전히 변혁적으로 작용한다.

명백한 점은 자산 기반 이니셔티브가 가장 적절한 규모 및 가장 적절한 주관 기관을 확보하고, 계약제도 및 국가 제공 서비스의 일부가 됨으로써 변혁적 잠재력이 저해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등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뢰의 속도’로 발전하는 자산 기반 활동 및 이니셔티브를 평가하는 것은 복잡한 작업이다(Richard & Daview, 2018). 사회적 처방 및 지역 코디네이터 프로그램의 유효성은 대조군 없이 자체 보고된 결과에 의존하여 실시된 소규모 질적 연구의 결과에 근거하고 있다. 결과보다는 진척(과정)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은 지방정부 당국 및 보건의료 시스템의 향후 투자를 저해할 수 있다. 자산 기반 활동이 사회적 자본의 구축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포함하여 지역사회 차원에서 확보된 증거는 아직까지 제한적이다. 역량 구축이 보다 중요시되고 여타 서비스, 지역사회 및 제3부문 기관과의 파트너십 및 기타 관계가 강화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MacLeond & Emejulu, 2014). 또한 보다 광범위한 변혁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지역사회 및 서비스 환경에서 구조적·문화적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서비스 재편 및 투자가 수반되어야 한다.

4. 나가며

우리는 자산 기반 이니셔티브가 무거운 짐을 혼자 지고 갈 것으로 기대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외로움 문제의 해결, 미래에 대한 긍정적 비전 형성, 비서비스적 해결책의 제시, 복잡한 서비스 세계의 탐색 지원 등에 기여할 것이라는 측면에서 자산 기반 이니셔티브의 전망은 밝다. 이들 이니셔티브는 현지의 지식과 연결성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복지 및 지역사회 복원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고, 소외되어 있는 개인과 지역사회가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한다는 측면에서 공통점이 있다.

Notes

1)

지역 코디네이터 프로그램은 ‘지역 코디테이션 네트워크(Local Area Coordination Network)’ 아래 있다.

2)

의뢰는 지역당국, 약국, 다학제팀, 병원퇴원팀, 의료전문가, 소방, 경찰, 구직센터, 사회돌봄 서비스, 주택협회, 자원봉사, 지역사회, 사회적기업 등에서 제공될 수 있음. Public Health England(2019) 참조.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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