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0차 세계보건기구 집행이사회의 주요 논의

The 140th Session of WHO Executive Board: Issues and Discussion

초록

본고는 2017년 1월에 개최된 세계보건기구 집행이사회에서 논의된 보건 의제들을 1) 준비, 감시 및 대응 2) 보건시스템 3) 감염성 질환 4) 비감염성 질환 5) 생애주기에 따른 건강 증진 차원에서 살펴보았다. 이번 집행이사회에서는 자국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보건 이슈들을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국제 논의로 발전시키려는 회원국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한국이 WHO에 재정적, 기술적으로 기여하는 바가 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수준의 참여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1. 들어가며

대표적인 국제 보건 다자기구인 세계보건기구(WHO: World Health Organization)는 국제연합체계(United Nations System) 내에서 보건 영역을 다루는 조직으로, 모든 사람이 가능한 한 최상의 건강 수준에 도달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WHO는 지배기구 회의체인 집행이사회와 세계보건총회를 매해 개최하여 유엔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보편적 의료보장(UHC: Universal Health Coverage)과 더불어 횡절적이고 다분야적 접근을 필요로 하는 다양한 보건 이슈를 논의한다. 감염성 질환, 만성질환 같은 전통적인 보건 이슈와 더불어 기후변화와 같이 기존 보건 영역을 넘어 광범위한 개입을 필요로 하는 이슈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저개발국가나 개발도상국의 감염성 질환 중심 논의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항생제 내성, 고령화 등 회원국 공통의 이슈나 이해관계가 높은 이슈도 증가하고 있다.

집행이사회와 세계보건총회에서 논의된 보건 영역별 프레임워크, 활동계획과 전략이 국내 보건정책에 반영되는 현실을 고려할 때, WHO 지배기구 회의체에서의 논의 동향을 파악하고 공유하는 것은 의의가 크다. 이에 따라 본고는 2017년 1월에 열린 제140차 집행이사회에서 논의된 보건 의제 동향을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2. 주요 보건 이슈 논의 동향

집행이사회는 지리적 형평성을 고려하여 34개국이 집행이사회국으로 참여하는 지배기구 회의체로서, 매년 1월과 5월에 개최된다. 매해 1월의 집행이사회는 세계보건총회에 상정할 안건들을 결정하는 기능을 한다. 최근 집행이사회에서 논의되는 보건 이슈가 증가하고 있으며, 보건 이슈 외에 WHO 조직 운영과 관련된 의제도 다수 있다. 지난 제140차 집행이사회에서는 46개 의제가 다루어졌으며 집행이사회를 통해 9가지 결의안과 16개의 결정문이 채택되었다. 제140차 집행이사회에서 논의된 의제들을 주제별로 구분해 보면 크게 1) 준비, 감시 및 대응(prearedness, surveillance and response) 2) 보건시스템(Health systems) 3) 감염성 질환 4) 비감염성 질환 5) 생애주기에 따른 건강 증진 6) 프로그램, 예산 및 재정 문제 7) 관리와 거버넌스로 구분할 수 있다. 프로그램, 예산 및 재정 문제, 관리와 거버넌스 역시 보건 이슈와 연동되나 주로 WHO의 활동, 조직 운영과 관리에 초점을 두고 있는 주제이므로 본고에서는 제외하였다.

우선 준비, 감시 및 대응과 관련해 논의된 사항은 다음과 같다. 최근 몇 년간 국제사회는 에볼라, 메르스, 지카 바이러스 등 다양한 신종 감염병으로 인한 국제보건위기 상황을 경험하였고, 이에 따라 WHO는 보건위기에 대한 준비, 감시 및 대응 관련 논의를 상당한 비중으로 진행하고 있다. 제140차 집행이사회에서는 최근의 신종 감염병 대응 경험을 바탕으로 시작된 보건위기 프로그램(the WHO Health Emergencies Programme)을 점검하고, 기존의 국제보건규칙(International Health Regulations, 2005) 이행 강화에 합의하였다. 또한 항생제 내성에 관한 글로벌 행동계획과 대유행 인플루엔자 예방 프레임워크를 검토하였다.

둘째, 보건시스템은 주로 보편적 의료보장을 위한 인력, 연구·개발, 의약품과 백신 등 보건의료기술과 제품에 대한 접근성, 자원 조달 등의 주제를 포함한다. 이번 집행이사회에서 회원국들은 보건인력자원 보고서를 검토하고 의약품과 백신 부족 문제를 지적하였으며 공중보건, 혁신 및 지적 재산권에 대한 글로벌 전략과 행동계획을 검토하였다. 또한 집행이사회는 최근 난민이 증가하는 상황에 주목하여 난민과 이주민의 건강 증진에 관한 보고서를 검토하였다.

셋째, 감염성 질환과 관련해 제140차 집행이사회는 글로벌 백신 실행계획(GVAP) 보고서를 검토하였으며, 회원국들은 글로벌 백신 실행계획 이행을 위해 국가예방접종 프로그램에 WHO의 강한 리더십과 거버넌스가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글로벌 벡터 컨트롤(Vector Control) 의제와 관련해 회원국들은 곤충매개질환 사업의 목표를 지지하였으며 지속 가능한 곤충매개질환 관리 사업은 장기적인 재정적 지원과 다부문 간의 협력, 정치적인 관심과 효율적인 사업 관리 등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였다.

넷째, 비전염성 질환과 관련해 집행이사회는 2018년에 개최될 비전염성 예방 및 관리에 관한 총회의 제3차 고위급 회의 준비 보고서를 검토하였으며, 치매에 대한 공중보건 대응(2017~2025)에 관한 글로벌 행동계획 초안을 검토하여 세계보건총회에 의제를 상정하였다. 특히 회원국들은 치매로 인한 높은 사회·경제적 부담을 언급하였으며 치매에 대한 공중보건 대응이 SDG, UHC와의 부합성을 고려하여 진행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또한 치매 환자와 보호자의 인권을 강조하고 치매 환자가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하였다. 이 외에도 집행이사회에서는 세계 마약 문제의 공중보건 차원에 관한 보고서와 아동비만종식위원회의 권고 사항, 암 예방 관리에 관한 보고서들이 검토되었다.

마지막으로 생애주기에 따른 건강 증진과 관련해 집행이사회는 지속가능개발목표 달성을 위한 이행 과정 보고서를 검토하였다. 회원국들은 지속가능개발목표가 제시하는 건강 관련 목표와 타깃 달성을 위해 UHC가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하였으며, 보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전 세계의 지속 가능 발전을 가능케 할 것임을 강조하였다. 또한 생애주기에 따른 건강 증진과 관련해 집행이사회는 여성, 아동, 청소년의 건강을 위한 글로벌 전략 보고서를 검토하였다. 회원국 다수는 WHO와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공동으로 구성한 여성, 아동, 청소년 건강에 관한 고위급 워킹그룹(High Level Working Group for the Health and Human Rights of Women, Children and Adolescents)과 그 성과로서의 보고서, 제안 사항 및 글로벌 전략을 지지하였다.

3. 나가며

제140차 집행이사회에서는 다양한 보건 이슈가 논의되었으나 이와 동시에 WHO 조직 운영과 관련한 논의도 이루어졌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새로운 사무총장 선출에 관한 일이며, 사무총장 선출 방식을 결정하고 세 명의 후보자1)를 발표하는 자리가 제140차 집행이사회에서 이루어졌다. 또한 조직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최근 몇 년간 지속해 오고 있는 WHO 개혁을 비롯해 새롭게 추가된 보건위기 개혁 프로그램까지, WHO 활동 영역은 증가하는 데 반해 이를 뒷받침하는 재정이 부족한 것과 관련해 의무분담금 비율 인상에 대한 논의 역시 상당한 비중으로 진행되었다.

최근 WHO가 가지고 있는 운영 및 재정 부족 문제, 선진국들이 관심을 보이는 항생제 내성 대응 문제, 아프리카 국가 등 저소득국가들이 호소하는 의약품 및 백신에 대한 접근성 문제와 감염성 질환 문제 등 다양한 주제가 제140차 집행이사회에서 논의되었다. 작년 신종 감염병 유행 이후 감염성 질환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는 것과 달리 이번 집행이사회에서는 자국과 관련이 높은 보건 이슈들을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국제 논의로 이끌어 내고자 하는 회원국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WHO는 한국의 가장 오래되고 중요한 협력 기구로 한국이 WHO에 재정적, 기술적으로 기여하는 바가 상당히 큰 상황이므로, 우리나라와 연관성이 큰 이슈에 대한 국제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우리가 주도적으로 끌어 갈 수 있는 보건 이슈를 개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Notes

1)

Dr. Tedros ADHANOM GHEBREYESUS(에티오피아), Dr. Sania NISHTAR(파키스탄), Dr. David NABARRO(영국).